[성명] 돌봄은 개별가구가 구매해야 할 상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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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돌봄은 개별가구가 구매해야 할 상품이 아니다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중단하고 공적 돌봄 확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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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다. 정부는 9월 1일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5월 9일, 하반기에 100명 도입을 발표한 지 넉 달 만이다. “가정 수요조사, 공청회, 토론회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마련”했다는 정부의 말과는 달리 수요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공개된 바 없으며, 공청회와 토론회는 한 번씩 있었을 뿐이고 그마저도 기습적으로 열었다. 사전에 참석자들에게 최소한의 자료조차 제공하지 않은 채, 행사 당일에도 쏟아져 나오는 우려와 질문, 비판에 대해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여러 여성‧노동‧시민단체들의 항의는 귓전으로 듣고 이렇게 졸속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사업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확대함은 물론, 돌봄의 시장화와 상품화를 확대해 노동자 민중의 가사·돌봄서비스에 대한 접근 자체를 심각히 위축시킨다. 그 수혜자는 돌봄·서비스 자본일 뿐이다. 


첫째, 이주노동자는 정주노동자보다 더 많이 착취되어도 좋은 존재가 아니다. 정부는 “서비스 수요자의 비용 부담도 서울시, 서비스 제공 인증기관 등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현 시세(시간당 1만5천원 내외)보다 낮도록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대다수 가정에서 희망하는 파트타임 방식을 이용하면 이용 가정의 비용부담은 더욱 완화할 것”이라며, 사업이 노동자 처우와 권리를 후퇴시킬 것임을 노골적으로 밝힌다. 지금도 국내 가사‧돌봄노동자 저임금 문제는 심각하며 이는 가사·돌봄서비스의 시장화, 상품화에 기인한다. 그런데 이들의 임금보다 더 낮추겠다고? 

타국에 와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하루 4~6시간의 파트타임으로는 인간다운 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장시간노동을 할 수밖에 없고 하루 두 가정 이상을 방문할 경우 이동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쳐주지 않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E-9비자는 이주노동자 인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많은 제도로, 이미 숱한 비판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경력, 지식, 어학 능력 등 요구하는 것은 많으면서 정작 노동자 권리는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 정부 시범사업은 이주노동자 혐오사업,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 분열사업일 뿐이다. 


둘째, 돌봄서비스는 개별가구 책임으로 구매해야 할 상품이 아니다.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는, 정작 노동자 민중이 요구하는 공적 돌봄을 대폭 축소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시는 설립한 지 4년밖에 안 된 사회서비스원의 예산을 대폭 삭감해 돌봄노동자의 월급제를 시급제로 전환하고 위탁운영하던 어린이집마저 민간위탁으로 돌리려 하는 등, 돌봄공공성을 심각하게 후퇴시키고 있다. 공적 돌봄을 축소하는 와중에 저임금 이주노동자 도입으로 “맞벌이, 한부모, 다자녀 가정의 가사‧돌봄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은 오직 가사·돌봄서비스 자본을 위한 조치일 뿐이다. 돌봄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사회서비스원을 확대하고 강화해 돌봄공공성을 제고하고 가사‧돌봄노동자의 임금과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이번 사업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초과 착취를 낳음은 물론, 전체 가사·돌봄노동자의 노동권을 후퇴시킬 뿐이다. 


돌봄은 공공의 책임이어야 한다. 더군다나 저출생, 노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지금은 말할 것도 없다. ‘저렴한 비용’과 ‘파트타임 방식’을 운운하는 정부는, 돌봄서비스를 수요자가 개별로 구매해야 하는 ‘상품’으로 놓으며 정작 돌봄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은폐한다. 정부에게 돌봄의 사회화와 공적 돌봄 확대‧강화를 요구하며, 민주노조운동과 여성운동의 굳건한 연대를 확대하자.


사회서비스원 예산 축소와 폐쇄 기도 중단하고 공적 돌봄 확대, 강화하라!

정부는 가사‧돌봄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라!


2023년 9월 3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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