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주의 경쟁 격화와 동아시아 전쟁 위기 -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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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제국주의 경쟁 격화와 동아시아 전쟁 위기 -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

  • 김요한
  • 등록 2023.08.30 10:15
  • 조회수 413

이 글은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이 812~13일 개최한 2023 정치캠프 위기전쟁혁명2일차 메인 세션 제국주의 경쟁 격화와 동아시아 전쟁 위기의 논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발제문과 토론문은 전진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격화하는 미중 패권 경쟁

 

8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열렸다. 한미일 자본가 정부의 수뇌들은 소위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운운하며 또다시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핑계로야 늘 북핵을 먼저 내세우지만, 미 제국주의가 찍어 누르려는 진짜 주적이 중국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들은 남중국해에서의 중화인민공화국에 의한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하게 반대하며,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간 전략적 공조를 강화“3자 훈련을 연 단위로, 훈련 명칭을 부여해 여러 영역에서 정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오늘날 제국주의 양강의 하나인 중국 역시 물러설 기미가 없다. 19일 중국 환구시보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가 신냉전으로 나아가는 진군나팔을 부는 격이라 비난했다. 특히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속여서 이들이 자국의 국익을 기꺼이 포기하고, 미국을 위해 신냉전의 제일선에 보초를 서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미 제국주의의 하위 파트너 일본과 한국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앞서 중국 싱하이밍 주한대사가 민주당 이재명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며 외교적 관례에 어긋나는 설화(舌禍)를 일으킨 것도 잘 알려진 일이다.

 

이처럼 미중 간 긴장이 지속적으로 고조되는 와중에도, 천둥벌거숭이 같은 윤석열 정부는 미중전쟁의 최전선에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채 한미일 삼각동맹에 올인하고 있다. 21일 윤석열은 “‘안보가 위험하다는 식의 주장이 있다는데, 3국 협력을 통해 우리가 강해지면 외부의 공격 리스크가 줄어드는데, 어떻게 안보가 위험해진다는 것이냐며 도리어 큰소리를 쳤다. 하기야 날이 갈수록 제국주의 대리전 성격을 명확히 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을 방문해 뚱딴지같이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의 각오와 같은 소리를 늘어놓았던 치에게 대체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미중 패권 경쟁으로 동아시아 전쟁 위기가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열린 이번 정치캠프와 토론회의 의미는 그래서 결코 적지 않다. 동아시아 노동자 민중의 국제연대야말로 노동자 민중의 진짜 안전보장을 위한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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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

 

오연홍 동지는 트로츠키가 남긴 말로 알려진 문구를 인용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격화하는 미중 패권 경쟁의 양상을 살펴볼 때 노동자 민중이 전쟁 위기에 무관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일대일로 사업을 벌이며 팽창주의를 취하는 중국 자본주의의 모습은 중국 자본주의의 축적 논리 자체에 기반한 것이며, 이는 세력권의 재분할을 향한 도전을 지시하게 된다. 중국 자본주의의 이러한 요구는 미국 자본주의 입장에서는 살점을 떼어달라는 요구와 다르지 않다.

 

이미 20세기 초반, 제국주의 강대국 사이의 세력권 재분할이 야만적 세계대전으로 치달았던 참혹한 비극을 인류는 생생히 경험했다. 당시 레닌은 강대국마다 불균등한 자본주의 발전 속도 때문에 벌어지는 자본 축적과 세력권 분할 사이의 불균형을 없애는 데서 전쟁 말고는 다른 어떤 수단도 없을 것이라 예견한 바 있다. 오연홍 동지 역시 경쟁하는 세력들이 충돌하며 세력 관계의 재조정이 이루어지는데, 그 결과가 각 세력의 힘에 조응하는 합당한 재조정인지 검증하는 길은 서로의 힘을 직접 시험해보는 것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전쟁에서 가장 격심하게 희생되는 계급은 언제나 노동자들이다. 오연홍 동지는 구체적으로 대만해협의 위기가 미중 간의 전쟁으로 번진다는 가정 아래, 한국은 어떤 시나리오를 검토하더라도 제국주의 전쟁의 한복판에 휘말려 들어간다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은 전체 노동자 민중이 제국주의 경쟁이 부추기는 전쟁 위기에 때늦지 않게 대응하면서, 이 위기를 끝장낼 수 있을까?”가 된다.

 

역사는 이미 해답을 제시한 바 있다. 1917년 러시아혁명이다. 오연홍 동지는 제국주의 경쟁과 전쟁이 국가권력 수준의 충돌인 이상 노동자가 국가권력을 손에 넣어야 실질적인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은 당연한 일이라며, “결정적인 반제반전 운동은 곧 노동자혁명을 향한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당장 우리 눈 앞에 펼쳐진 노동자 운동의 상태나 일상을 장악한 자본주의 정신을 보면 너무 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오늘날 자본주의가 전쟁 위기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위기를 동시다발로 일으키며 우리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대중의 정서가 급진적으로 바뀔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날 때 우리가 총체적인 정치 대안을 제시하는 세력으로 대중 앞에 설 수 있는가 하는 점이 핵심이다. 노동자 운동의 계급적, 정치적, 국제적 역량을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 실천이 필요하다.

 

토론: 노동자계급의 국제주의적 연대를 향하여!

 

발제에 이어 세 동지의 토론이 진행됐다. 먼저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의 김정열 동지가 조선업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를 조직해온 계급적 연대 사례를 발표했다. 김정열 동지는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 간사로서 노동자 건강권 활동도 하고 있는데, 특히 석면 산업이 제3세계 국가로 이전되는 과정을 지적하면서 제국주의 수탈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조선업 하청업체에 대거 고용된 이주노동자를 조직하는 활동을 소개하면서, 성별직종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이 여전한 현장에서 이주노동자 차별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 토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노동자 국제주의 원칙 아래 계급적 연대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의 의미는 대단히 크다. 참석자들 모두 같은 뜻으로 김정열 동지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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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차헌호 동지가 사드 투쟁으로 경험한 제국주의와 전쟁 위기라는 주제로 2017년부터 8년째 이어오고 있는 성주 사드기지 투쟁에 연대한 경험을 발표했다. 사드 투쟁 현장에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국가권력의 야만적 폭력이 자행된다며, 그럼에도 왜 좌파동지들은 사드 투쟁에 잘 오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관해 오연홍 동지는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반제반전 운동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기후정의 운동,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페미니즘 운동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며, 넓게 보면 노동자 운동이 조합주의적, 경제주의적 약점과 한계를 뚫고 나가기 위한 의식적 실천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 아사히비정규직지회가 2015년부터 일본을 방문해 일본 노동자들과 함께 아사히글라스 본사에서 연대투쟁을 벌인 경험을 소개하며, 일본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아사히글라스 본사에 항의하는 투쟁을 보고 배운 덕분에 2019년 도로공사 톨게이트 투쟁 때 아사히비정규직지회도 김천 도로공사 본사 연대집회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학생사회주의자연대의 김종형 동지는 전쟁이 터지면 가장 큰 희생을 치를 계층이 청년학생인데도 왜 청년층이 전쟁 위기에 무관심하며 나아가 중국과 제3세계 국가에 혐오 정서를 보이는지를 분석했다. 김종형 동지는 애국주의와 국가주의가 청년학생에게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청년층이 미국과 일본과 같은 제1세계 국가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청년층을 지배하는 능력주의가 국제관계를 인식하는 데서 어떻게 발현하는지에 대한 분석도 필요해 보인다.

 

참가자 토론: 중국과 러시아는 제국주의 국가인가?

 

간단한 질의응답 이후 진행된 플로어 토론에서는 먼저 울산 노동자 동지들이 진행해 온 미얀마 항쟁 국제연대에 대한 상황 공유가 있었다. 울산의 한국 노동자들이 미얀마 항쟁에 지속적으로 연대하는 실천을 벌이면서,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이 과거에는 한국 사업주에게 저항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사업주들에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 이를 스스로도 가장 달라진 모습이라고 이야기한다는 사례가 공유됐다. 노동자 국제주의를 실천해 나가는 것은 이처럼 멀리 있는 일이 아니다.

 

이어진 참가자 토론의 주요 주제는 중국과 러시아를 제국주의 국가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점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볼셰비키그룹동지들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철폐하는 것이 사회주의자의 근본 지향인데, 중국은 기간산업의 70% 이상이 국영기업으로, 국가 소유가 지배적인 사회다, 즉 사적 소유가 철폐된 사회이기 때문에 미국과 갈등을 일으킨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는 중국을 모종의 노동자국가로 이해하는 논리다. 또한 볼셰비키그룹 동지들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해서도, 러시아는 최저임금이 베트남보다 낮고 기술력이 후진적이기 때문에 제국주의로 규정할 수 없다, 미국을 정점으로 한 제국주의는 금융자본의 초과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팽창정책을 의미하는데, 서방 제국주의가 푸틴을 반대하는 것은 푸틴이 서방 금융자본의 착취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자는 미 제국주의와 하수인의 패배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관해 사회주의를향한전진 동지들의 반박이 이어졌다. 첫째, 중국이 자본주의, 제국주의 국가인지 여부다. 발제자 오연홍 동지는 사회주의자들이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폐지를 위해 투쟁하는 이유는 법률적 소유 형식의 변경을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자기 노동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는 현실에 반대하고 노동자들의 자주적 사회 운영을 실현하려는 취지라고 응답했다. 중국을 모종의 노동자국가라고 부르면 무엇보다도 중국에 진출한 자본가들이 제일 먼저 비웃을 것이라며, 중국은 노동자계급의 자주적 통제와 전혀 무관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러시아를 제국주의로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진 동지들은 1차 세계대전기에 러시아는 현재보다도 더 낙후한 후진 자본주의 국가였음에도 레닌은 러시아를 제국주의라고 규정했는데, 이는 당시 러시아가 주로 금융자본의 힘에 의존한 다른 제국주의 열강 유형과는 달리 주로 군사력을 동원해 식민지를 강점하고 세계 패권을 추구했기 때문이며, 오늘날 러시아가 선진 기술은 취약할지라도 레닌이 군사적 제국주의라고 표현했던 속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를 제국주의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1980년대 대중적인 반미반핵 운동으로 한반도에서 쫓겨난 미군의 전략 핵잠수함이 수십 년 만에 부산항에 입항했지만 이번에는 대중적 분노가 터져 나오지 않는다. 그 사이 북한의 핵무장이 이뤄지고, 중국의 제국주의적 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제반전 운동에 취약했던 좌파 운동의 반성은 있어야 하나, 북한의 핵무장과 중국의 제국주의 속성에 대해 말하지 않는 통일운동은 더이상 청년층을 감동시킬 수 없다는 발언이 있었다. 또 다른 동지는 노동자 국제주의란 노동자계급의 국제적 단결을 이루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노동자계급의 국제적 단결을 억압하며, 자국에서 자주적인 노동조합 운동과 파업권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에게 중국과 러시아를 방어해야 한다, 이 나라는 제국주의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사회주의란 사적 소유를 철폐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노동자계급에게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대답하는 것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제국주의 진영의 분할과 대립이 가속화할수록, 제국주의 양대 진영의 지배계급 모두에 반대하고 자국 지배계급의 패배를 향해 진군하려는 노동자 국제주의 운동은 어설픈 양비론으로 매도되기 십상이다. 오연홍 동지가 언급했듯이, 1차 세계대전 한복판에서 제국주의 전쟁을 내전으로라는 구호를 내세웠던 혁명가 레닌이 러시아에서 독일의 간첩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다른 길은 없다. 오직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국제연대가 미증유의 전쟁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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