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멈추자, 자본이 만든 폭염이 우리를 죽이기 전에!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신문

일을 멈추자, 자본이 만든 폭염이 우리를 죽이기 전에!

줄을 잇는 노동자 기후파업, 노동자의 기후정의는 산업과 생산에 대한 통제운동이다

  • 고근형
  • 등록 2023.08.09 13:52
  • 조회수 514

역사상 가장 더운 날, 일주일 만에 세 번 경신


미국 국립환경예보센터(NCEP)가 측정한 종전 지구 최고 온도는 2016년 8월 평균온도인 16.92도였다. 이 기록은 지난 7월 3일 지구 평균온도가 17.01도에 도달해 7년 만에 깨졌다.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튿날인 7월 4일, 평균온도가 17.18도에 도달하면서 하루 만에 최고기록이 경신됐다. 이틀 뒤인 7월 6일, 평균온도는 17.23도로 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이 일주일 만에 세 번이나 경신된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기록도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레온 시몬스 NCEP 기후연구원은 외신을 통해 향후 1.5년 안에 일일, 월간, 연간 기록이 모두 현재 기록을 깰 것이라고 설명했다1). 올여름은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인 동시에, 앞으로의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일 가능성이 크다.


경험해 보지 못한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에서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6만 명 남짓이었다. 그런데 지난 7월 3주 일주일에만 온열 질환으로 1만 1천여 명이 사망했다. 미국 애리조나주에서는 최고기온이 43도를 초과하는 날이 19일 연속 이어졌다. 온열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지역 의료체계가 붕괴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애리조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악의 응급실 대란을 겪고 있다2).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은 전염병 대유행만큼이나 치명적이다.


_130374794_heatwave_in_southern_europe_2x640-nc.png-2.jpg

 

노동자 작업중지권 쟁취! 무더위에 죽기 전에 일을 멈추자! 세계 각지 노동자 기후파업


코로나19가 그랬듯, 폭염의 피해도 아래로 흐른다. 온열 질환은 노인과 빈곤층, 그리고 냉방을 이용하기 어려운 옥외 노동자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실제 밀라노에서 배달노동자, 피렌체에서 야외 청소노동자가 폭염으로 사망했고, 한국에서도 코스트코 노동자가 카트를 운반하다 사망했다. “질식할 것 같은 더위가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최고기온 47도를 기록한 이탈리아 남부 배터리 제조업체 마그네티 마렐리 노동조합의 성명 내용이다.


무더위에도 작업을 강요하는 자본에 맞서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마그네티 마렐리 노조는 8시간 파업을 경고했다.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등 유적지 노동자들은 7월 20일부터 23일까지 4시간 파업에 나섰다. 노조는 노동자들이 폭염 속에서 “45도 이상의 날씨에서 일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다”며 폭염 시 작업중지를 요구했다. 41.8도로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한 로마의 환경미화원들도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에 일을 강요당할 경우 퇴사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로마와 나폴리 대중교통 노동자들은 모든 시내버스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차량에 에어컨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 노동자들도 무더위 대책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다. 지난해 물류센터 에어컨 설치를 요구하며 싸웠던 쿠팡 노동자들은 지난 8월 1일 휴식권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산업안전보건규칙에 따르면 체감온도 33도일 경우 시간당 10분, 35도 이상이면 시간당 15분의 휴게시간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당일 물류센터의 체감온도가 35도였음에도 불구하고 휴게시간은 하루 총 20분 남짓이었다. 체감온도 35도, 습도 85도에 달하는 사우나 같은 현장에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폭염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 노동자 작업중지권과 휴식권은 기후재난에서 죽지 않고 일할 권리다. 


photo_2023-08-09 13.33.16.jpeg

8월 1일 쿠팡노동자 파업 

 

자본의 지배에 균열을 내는 노동자 생산통제운동이 기후정의다


노동자에게는 위험할 때 일을 멈추거나 쉴 온전한 권리가 없다. 작업현장을 자본이 지배하기 떄문이다. 맑스가 적었듯이 자본가는 생산수단을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생산과정의 지휘자가 된다. 즉 자본은 산업 차원에서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 것인가는 물론 작업장 내에서 ‘어떻게’ 생산할 것인지도 결정한다. 자본은 안전에 필요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노동자를 혹사하고자 하며, 그것을 관철할 힘이 있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고, 휴게시간을 줄이고 에어컨을 켜지 않을 힘이 자본에 있다. 


지금, 노동자의 기후정의운동은 산업과 생산현장에 대한 자본의 독재에 균열을 내는 운동이어야 한다. 특히 기후위기의 원인이 자본의 이윤을 위한 생산이므로, 기후정의는 노동자 산업통제와 민주적 계획경제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예컨대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에너지 산업 국유화, 공공교통 확대를 위한 공공교통 완전공영화는 노동자 산업통제운동의 당면 과제다. 노동자 통제운동은 산업과 생산현장을 관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작업장 안에서도 자본의 지배에 균열을 낼 계기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온전한 노동자 작업중지권 쟁취, 노동시간 단축, 냉난방 보장 등 노동자 통제 운동이 필요하다. 이는 이미 일상이 된 기후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한 요구이기도 하다. 산업과 생산현장에 대한 노동자 통제가 기후정의다. 


올여름 어김없이 기후재난이 반복되면서 9.23 기후정의행진이 준비되고 있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기후재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노동자가 생산을 통제해야 함을 드러내야 한다. 9.23에 자기 현장과 산업에 대한 노동자 통제 요구를 들고 참여하자. 전진은 노동자가 집단적으로 자기 요구를 드러내는 노동자 주도 기후정의행진을 제안한다. 관성적인 집회 참여를 넘어, 실제 자기 현장의 싸움을 만드는 과정으로 9.23 기후정의행진을 준비하자.



1)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60613

2) https://edition.cnn.com/2023/07/17/weather/southwest-us-arizona-record-heat/index.html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