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비정규직제도 폐지,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이 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중요한지 증명하며 싸울 것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김현제 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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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인터뷰] 비정규직제도 폐지,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이 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중요한지 증명하며 싸울 것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김현제 지회장

  • 강진관
  • 등록 2023.06.28 13:57
  • 조회수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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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3일 3차 원청교섭 요구투쟁 당시 발언하는 김현제 지회장

 

지난 20년 동안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철폐, 모든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불법파견 범죄자 구속 등을 요구하며 싸워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금도 투쟁 중이다. 그리고 현대자동차에서 비정규직이 존재하는 한, 이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지난 6월 23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3개(울산, 아산, 전주) 지회 간부와 조합원은 울산공장 정문에서 원청교섭을 요구하며 본관으로 향했다. 자본은 어김없이 경비들을 동원해 막았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울산 북부경찰서 경찰은 노동자들이 항의하는 장소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했다. 노동자, 경비, 경찰이 뒤엉킨 속에서 비정규직 노조 간부의 두 팔을 뒤로 젖혀 쇠고랑을 채우고 강제 연행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북부경찰서 앞 긴급 기자회견, 연좌 농성에 들어갔다. 그리고 조사를 마친 노조 간부는 훈방으로 풀려났다.


지난 2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민주당 주도로 형편없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의결되고, 5월 24일 본회의로 직회부되었다. 이후, 6월 15일 대법원은 자본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와 쌍용자동차 지부에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민주당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위험성과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판결을 내렸다. 노조법 2·3조가 비정규직 노동자, 손배가압류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온전히 개정되어야 함을 여실히 드러낸 판결이었다. 


6월 19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임원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김현제 지회장 동지를 만나 원청 사용자성 쟁취투쟁, 손배가압류 철폐투쟁 등에 관한 견해를 들었다. 


▷ 지난 20년간 불법파견 문제해결을 위한 투쟁에서 혹독한 탄압을 받아왔다. 현재 현대자동차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조합을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 현황은?


지금 총 아홉 건이 있다. 최근 다섯 건에 대한 대법 판결이 있었다. 6월 29일 세 건에 대한 선고를 앞두고 있다. 여덟 건은 불법파견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있었던 파업, 대체인력 저지 투쟁, 만장 투쟁 등에 대한 손해배상이다. 총액수는 대략 30억 원 정도다. 

 

▷ 지난 6월 15일 손해배상 관련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이번 대법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부는 환영 입장을 냈다. 얼핏 손해배상 책임을 경감했다며 긍정적이라 볼 수도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는 판결이었다. 노조는 투쟁하는 조직이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원청을 상대로 한 노동조합 투쟁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우리가 분노하는 이유는 자본의 불법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하지 않고, 자본에 맞선 투쟁을 불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원청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규정되고, 그렇기에 그들에 맞선 노동자 투쟁은 불법으로 규정되는 현실에 분노한다. 이번 판결에서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 제한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라는 내용은 하청노동자 단결을 막는다. 앞장서서 싸운 동지에게 더 큰 고통을 안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분노하는 만큼 더 잘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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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30%인상! 노조법 2·3조 개정! 6·20 울산대회

 

▷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의결한 노조법 2·3조 민주당 개정안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손해배상 제도에 대한 견해는?


노조법 개정 투쟁이 이어진다고 얘기하는데, 현장에서는 노조법 개정 투쟁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현장투쟁을 조직하려는 노력 없이 국회 논의에 매몰되어 민주당 등 자본가 정당에 기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싸우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그런데 민주당 개정안은 손해배상을 개인의 책임에 따라 청구하게 하는 안이지, 손배 금지·폐지가 아니다. 이것은 여전히 자본의 편에 선 개정안이다.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은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자본이 손해배상을 아예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노동자 파업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그런데도 자본에 손해를 끼치고, 자본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배상 책임을 묻는 것은 법체계 자체의 모순이다. 파업은 자본의 생산과 업무를 방해하고 손해를 입히는 것인데, 이런 당연한 권리를 위축시키는 것이 손해배상 청구다. 


▷ 민주노총이 갈수록 민주당에 의존하는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손해배상 폐지와 직결된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해 노동자들은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지?


민주노총 강령에는 투쟁 정신이 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강령도 있다. 노동자 투쟁에 기반해 정치세력화 해야 한다. 그러나 투쟁 없는 정치세력화만 얘기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다. 지금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투쟁은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다. 집회를 열고 구호만 외치고 끝난다. 잘못된 제도와 구조를 바꾸려고 투쟁하는 것인데, 그러려면 희생을 각오하고 싸워야 한다. 과거 역사에서 있었던 목숨 건 투쟁이 사라진 것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투쟁하지 않고 자본가 정당에 의존하고 구걸하는 것 같아서 참으로 부끄럽다. 민주당은 고마움의 대상, 의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투쟁 대상이다. 


민주노총이 진보정당 대통합을 얘기하며 8월 임시대대에서 다루겠다고 한다. 지금의 정세에서 기가 차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노란봉투법을 위해 진보정당 대통합해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좀 더 비장한 각오로 투쟁하면 좋겠다. 윤석열 정권은 노동자를 정확하게 겨냥해 탄압하고 있다. 정권 퇴진 투쟁, 법 제정 투쟁은 거대양당을 뒤흔들어 압박할 수 있는 투쟁을 기획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총파업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정말 진짜 총파업을 조직해 한국 사회를 멈출 수 있게 지도부가 기획하고 현장을 조직해 총파업 해봤으면 좋겠다.


7월 총파업을 앞두고 있다. 현대자동차지부가 2시간 파업이라도 해서 다행이라는 기분은 든다. 대공장 정규직 노조에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분명하게 있다. 그 답은 공장 담벼락을 넘는 것에 있다. 현대자동차지부가 공장 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담장 밖 정세에 대응하고, 부품사 노조와 함께 투쟁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공장 안에 매몰되어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공장 밖 노동자와 노조는 다 무너지고 있는데, 공장 안만 잘 살아서 무엇이 남을 것인지, 이대로 가면 사회적 분노의 화살은 현대차 노동자들을 향할 것이다. 대공장 노조 본연의 역할, 사회적 책무를 다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 현대차 비정규직 3개 지회는 원청교섭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정문 앞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원청 사용자 책임 강화와 손해배상 폐지,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등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과 연관되어 있는데, 앞으로 집행부의 투쟁계획은?


최근 대법 판결의 문제점이 확인되었다. 6월 29일 판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원청을 상대한 투쟁은 불법’이라고 하는 것 말이다. 올해 지회의 각오가 남다르다. 현대차 자본이 무려 19년 만에 형사처벌 받았다. 물론 솜방망이 처벌이지만, 자본은 이 처벌을 인정하고 항소하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 긴 세월 처절한 투쟁으로 만든 결과다. 그렇기에 올해 현대차 원청을 코너로 몰아서 원청 직접교섭 쟁취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가 불법이 아니라 자본이 불법이라고 말할 것이다. 자본이 불법이라고 우겨도, 우리는 노동자 투쟁이 정의로움을 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당당히 싸울 것이다. 


특히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의 중요성을 알리고 투쟁할 것이다. 원청 사용자 책임 인정 투쟁이 불법으로 규정되어 손배 가압류를 두들겨 맞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투쟁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비정규직 제도 폐지, 온전한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을 벌이고, 이 싸움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증명해 내는 싸움을 전개할 것이다.


우선 현대차 원청을 상대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 파견법 제정 25년, 노조창립 20주년을 맞아서 비정규직 악법철폐,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비정규직 결의대회를 준비 중이다. 금속노조에도 제안할 계획이다. 금속노조가 함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자체적으로 전국의 비정규직 사업장, 투쟁사업장과 함께 규모 있는 투쟁을 만들어 가려 한다. 우리가 잘 싸워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 투쟁은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국GM에서 현대자동차와 똑같은 2·3차 사내하청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서 경악했다. 우리가 책임감 있게 더 잘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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