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노조법 2·3조개정 연속기고] 원청이 책임지고 생활임금 보장하고 노동조건 개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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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노조법 2·3조개정 연속기고] 원청이 책임지고 생활임금 보장하고 노동조건 개선하라

  • 백종성
  • 등록 2023.06.26 10:04
  • 조회수 248

한국 독점자본은 원하청 수직계열화로 막대한 초과이윤을 쌓는다. 하청노동자, 최저임금 노동자의 피땀이 다단계 하청구조를 타고 원청 대자본의 금고에 쌓이는 것이다. 수십 년을 일해도 호봉승급분은커녕 최저시급이 전부인 저임금 노동자를 착취하는 주범이 바로 원청 대자본이다. 


원청 대자본의 막대한 이윤은 최저임금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미조직노동자의 피땀으로 만들어진다. 최저임금투쟁과 함께 노조법 2·3조 개정 총파업으로 ‘진짜 사장의 임금인상 책임’을 요구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투쟁하는 원청 정규직 노동자들이 ‘성과급’이라는 떡고물에 안주하지 않고 공급망 하단 노동자들과 함께 노조법 2·3조 개정과 최저임금인상투쟁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그 성과급에는 하청노동자, 최저임금 노동자, 무노조사업장 노동자의 피와 땀과 눈물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원청을 상대로 다음 당면 투쟁을 전개하자. 


조선하청노동자 생활임금과 4대 보험료, 원청이 지급하라 


물량은 넘쳐나는데 일하러 오는 사람이 없는 노동현장이 조선소다. 다단계 하도급이 판치는 위험천만한 작업환경에서 저임금을 감수해가며 일할 노동자가 많을 리 없기 때문이다. 조선업 노동력 부족 문제는 자본과 국가의 고민거리다. 그러나 원청이 불법적인 다단계 하청을 운영해도, 하청업체가 4대 보험을 급여에서 공제하고 횡령해도,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하고 위장폐업을 해도 처벌되지 않는 무법천지의 조선소에서 인력 부족은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노동자에게 생활임금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할 의사도, 능력도 없는 자본과 국가가 내놓는 조선업 대책은 모순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27일(월) 울산 현대중공업에서는 「조선업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상생협약」 체결식이 있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 김두겸 울산시장, 조선5사 원하청 대표가 참석한 이날 체결식에서 나온 대책은 왜 조선소로 향하는 노동자들이 없는지를 드러낼 뿐이다. 아래 대책에서 보이듯, 정부와 자본은 강제력도 실효성도 없는 공허한 말을 늘어놓았을 뿐이다. 


① 원청은 적정 기성금을 지급하고, 하청은 임금인상률을 높임으로써 원하청 간 보상 수준의 격차를 최소화하기로 합의했다. 

② 원하청은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이 지급될 수 있도록 숙련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노력하기로 하여, 용접 등 특정 공정에 임금 체계 개편을 우선 적용하고, 정부는 지원방안을 병행하여 실효성을 제고한다. 

원하청은 에스크로 결제 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하청 근로자에 대한 임금체불도 예방한다. 

④ 원하청은 상시적인 업무에 재하도급(물량팀) 사용을 최소화하고, 이를 위해 단계적으로 재하도급을 프로젝트 협력사 등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청의 보험료 성실 납부를 전제로, 원청은 하청의 보험료 납부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정부는 연체금의 면제, 체납처분 유예 등의 조치를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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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2일 조선산업 하청노동자들의 ‘상생협약’ 규탄 기자회견

 

조선소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는 이유가 무엇인가? 원청이 노동안전보건조치를 취하지 않기 떄문이다. 하청노동자 임금체불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원청이 기성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임금체불에 대한 대책으로 에스크로 계좌 활성화 대책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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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서 드러나듯 조선하청노동자 임금체불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대우조선의 임금체불액만 연평균 약 20억원에 달한다. 국가와 자본이 대책으로 내놓는 에스크로 결제는 원청이 하청에 기성금을 지급할 때 '인건비' 항목을 은행 등 제삼자 감시하에 묶인 계좌에 우선 이체하고, 하청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면 원청 확인 후 계좌에 묶였던 인건비가 하청에 지급되는 방식이다. ‘원청자본 → 에스크로 계좌 → 하청노동자’의 경로로 임금이 지급되기에, 임금체불을 일정히 예방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에스크로 제도는 업체폐업으로 간단히 무력화된다. 특히 폐업한 사업주를 대신해 국가가 임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대지급금제도(체당금제도)와 반의사불벌 조항을 활용한 임금체불이 사용자의 권리마냥 일상화된 곳이 조선소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대우조선에서 도산한 사업주를 대신해 국가가 지급한 임금(대지급금) 규모는 45억원을 웃돈다. 심지어 하청 자본가는 반의사불벌 조항을 체불임금 ‘할인’ 수단으로 악용한다. 체불임금 청구 민사소송은 노동자에게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이런 상황을 노려 체불임금 중 일부만 지급하고 처벌불원서나 고소취소장을 써달라고 노동자에게 요구한다.1) 


체불되는 것은 임금뿐만이 아니다. 조선소 4대 보험 체납 사례 역시 심각하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7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4대 보험 체납처분 유예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하청업체들이 월급에서 4대 보험료를 공제해놓고 이를 납부하지 않는 사례가 속출했다. 2021년 말 기준 조선업 하청업체(2344개)의 4대 보험 체납액은 1,632억원에 달한다. 마찬가지로, 에스크로 계좌로 체납을 일부 예방할 수 있으나 하청업체가 폐업할 경우 에스크로는 무력하기 그지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이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에스크로 계좌 확대 적용을 넘어,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하고, 원청이 4대 보험료를 납부하게 하는 것이다. 어차피 ‘원청자본 → 에스크로 계좌 → 하청노동자’라는 경로를 거치게 된다면, 왜 ‘에스크로’라는 중간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말인가? 그 이유는 조선하청 노동자도, 조선소 원하청 자본도 잘 안다. ‘에스크로’라는 중간 매개가 도입되는 이유는 실질적 고용관계를 부정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조선소에 일하러 올 노동자가 없다면서도 다단계 하도급구조를 유지하고자 발버둥치는 국가와 자본에 맞서야 한다. 에스크로 확대적용을 넘어 원청에게 하청노동자 임금 직접 지불과 하청노동자의 4대 보험료 직접 납부를 요구하는 투쟁으로 나아가자.  


플랫폼노동자 생존권과 노동기본권, 원청이 보장하라  


2022년 12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단순 중개와 알선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플랫폼노동자는 약 292만명, 플랫폼을 매개로 노무를 제공하는 좁은 의미의 플랫폼노동자는 80만명으로 추정된다. 좁은 의미의 플랫폼노동자는 불과 2년 전보다 4배로 늘었다. 


2021년 12월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플랫폼노동자의 순수입은 평균 125만2천원, 평균노동시간에 따라 시급으로 환산할 경우 7,289원에 불과해 최저임금을 한참 밑돈다. 산업재해는 또 어떤가. 배달업종 산재가 급증하고 있으나 지금껏 ‘전속성 기준’ 때문에 산재보험 가입조차 막혀왔던 것이 현실이다. 아래는 2022년 8월 ‘플랫폼노동 희망찾기’가 발표한 플랫폼노동자의 대정부 5대 요구다.2) 


첫째, 플랫폼기업에 노동법상의 사용자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기업들은 “우리는 중개만 할 뿐”이라며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을 부정한다. 확실한 방법은 노조법 2조 사용자개념 확대이나 법 개정 이전이라도 ILO 결사의 협약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플랫폼기업과 노조 간 단체교섭을 촉진시킬 권한과 의무가 있다.


둘째, 플랫폼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라는 요구이다. 플랫폼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낮은 수수료·운반료·기본단가는 결국 플랫폼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이하의 생활을 강요한다. 특히 안전운임제가 ‘화물운송분야의 최저임금제’라 불리듯 플랫폼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 이상의 생활임금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헌법에 적정임금 보장의 책임을 국가에 지우고 있는바 역시 고용노동부가 이 방법을 찾아내고 집행할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한다.


셋째, 플랫폼노동자에게 알고리즘을 설명하고 노사 공동으로 검증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노동자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이다. “모든 것은 알고리즘이 알아서 결정한다.” 너무 뻔한 플랫폼기업들의 새빨간 거짓 변명이다.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은 취업규칙에 다름 아니다. 취업규칙은 모든 노동자가 언제든 열람 가능해야 한다. 따라서 알고리즘 역시 노동자가 알기 쉽게 설명되어야 한다. 아울러 알고리즘이 취업규칙이라면 이를 검증하는 것은 근로감독에 해당하는바, 고용노동부가 플랫폼기업 알고리즘을 검증하기 위한 전문기구를 설치해야 한다.


넷째, 플랫폼노동자에게 다른 노동자와 차별 없이 사회보험을 적용하라는 요구이다. 플랫폼노동자에게도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이 부분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으나 업종별 선택적 적용, 자기 부담 50% 등 차별이 온존하고 있다. 플랫폼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전속성 기준은 내년 7월 1일 자로 폐지되지만, 여전히 평범한 노동자들과 차별하는 지점은 사라져야 한다. 고용보험위원회, 산재보험및예방위원회를 운용하는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나서야 한다.


다섯째, 플랫폼노동자에게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이다. 평범한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시간 단축’의 요구가 플랫폼노동으로 오면 ‘쉴 권리’로 번역된다. 연간 유급휴가와 상병휴가가 보장되어야 하고, 웹툰작가들에게는 유급으로 연재를 쉴 권리인 ‘휴재권’을 부여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과정에서 ‘상시근로자 수 산정’에 플랫폼노동을 배제하기로 한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을 폐기하고 플랫폼노동자에게 전면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 방향에 근거해, 2023년 3월 31일 플랫폼노동자들은 △일하는 매시간마다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 보장 △각각의 과업 또는 작업량에 따라 최저임금 이상의 보수 보장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의 교섭증진 의무 이행과 최임제도 적용방안 마련을 요지로 최저임금제도 적용 요구안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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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최저임금 사각지대 플랫폼노동 구하기 프로젝트’ 기자회견 사진: 한겨레

 

유통·판매 노동자의 쉴 권리와 안전하게 일할 권리, 원청 백화점·면세점 자본이 보장하라


정기휴무일은 백화점·면세점 노동자들이 고객, 입점업체 관리자, 백화점 관리자의 연락을 받지 않고 쉴 수 있는 유일한 날이자,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마음 편히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날이다. 그럼에도 면세점과 주요 백화점들이 내세우는 영업방침은 ‘연중무휴’다.  


이렇듯 원청 백화점·면세점 자본은 유통·판매노동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이에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은 2022년 10월부터 △5대 백화점에 노동자들의 건강권·휴식권 침해 우려에 대한 입장 표명과 △2023년 정기휴점 계획 공개를 요구하며 원청책임 휴식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백화점 면세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주체는 ‘입점업체’가 아니라 백화점·면세점 자본이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 41조는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측 의무를 규정한다. 그러나 백화점·면세점 자본은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하는 ‘감정노동자 보호의무’에 관한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입점업체를 의미할 뿐이며, 정작 중요한 원청 백화점·면세점 자본이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등)

사업주는 주로 고객을 직접 대면하거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1호에 따른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상대하면서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하여 고객의 폭언, 폭행, 그 밖에 적정 범위를 벗어난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노동하는 공간이 백화점과 면세점임에도, 안전을 책임져야 할 진짜 사장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렇듯 노조법 2·3조를 개정해야 하는 이유는 유통·판매노동자들에게도 명백하다.




1) https://m.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10231005001

2) 오민규, 「접속, 플랫폼월드~ 우리의 노동을 잇다」 http://workright.jinbo.net/xe/issue/78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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