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노조법 2·3조개정 연속기고] 왜 현장에서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을 하자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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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노조법 2·3조개정 연속기고] 왜 현장에서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을 하자고 하는가?

  • 이청우
  • 등록 2023.06.14 10:34
  • 조회수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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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민주노총 경북본부

 

상층 주도 법 개정투쟁의 한계 – 민주당 개정안 비판 


2022년 9월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출범하고, 노조법 법률 개정안 국민동의청원이 1주일도 안 돼 5만 명의 동의를 받아 국회에 발의됐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택배 노동자 등 피해 당사자 노동자들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국회 앞에서 수많은 기자회견과 집회, 농성, 문화제 등이 진행됐다.

 

해를 넘겨서까지 노조법 개정안 의결을 머뭇거리던 민주당은 이재명을 방어하기 위해 임시국회를 열었다. 그리고 2월 21일 민주당의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환노위를 통과했다. 법사위에서 개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5월 24일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었다. 


노조법 2·3조 개정이 사회적 의제로 부상한 배경에 20년 이상 계속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손배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특히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고 절규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은 노조법 2·3조 개정을 모든 노동자의 요구로 밀어 올린 지렛대였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이 중단된 직후인 7월 22~23일, TBS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대통령 국정운영과 정당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특이한 것은 “원청의 사용자책임 강화”라는 질문이 포함된 것이었다. 그만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은 한국 사회의 핵심 이슈였다.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52.8%가 원청의 사용자책임 강화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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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TBS 여론조사 결과


그렇게 노조법 2·3조 개정이 사회적 의제로 등장했지만, 법률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이나 국회 논의 과정은 노동자들이 주도하지 못했다. 특히 ‘모든 손배가압류 철폐’라는 요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쟁의행위’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쟁의행위의 주체(노동조합), 목적(쟁의대상), 절차(사전조정), 방법(양태) 모두에서 정당해야 하는 현행 노동법 체계 전체를 뜯어고쳐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에 의존해 법을 개정하자는 논리가 작동하면, 노조법 전체를 뜯어고치는 것은 민주당의 동의를 구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국민의힘과 자본가단체들이 ‘황건적 보호법’, ‘민주노총 방탄법’, ‘불법파업 조장법’이라고 요란하게 공세를 펼치자, “우리도 모든 파업에 손배를 금지하자는 게 아니다. 합법파업임에도 개인에게 떨어지는 천문학적인 손배를 제한하자는 것이다”라는 식으로 밀렸다. 


노조법 개정안을 마련하던 초기, 손배 ‘금지’가 아니라 손배 ‘제한’을 골자로 한 법률 개정 방향은 노동자들로부터 비판받았다. 비정규직, 손배사업장 노동자들은 “우리는 손배를 금지하라고 했지, 제한해달라고 싸워온 적이 없다”, “합법파업, 불법파업을 구별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항의했다. 그러나 법률 개정 방향은 바뀌지 않았고, 노동조합 규모별로 손배청구 최고액을 정하는 조항만 삭제됐다. 


심지어 민주당은 운동본부 개정안을 온전히 반영하지도 않았다. 2월 21일 환노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노조법 2조 2호의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5호의 쟁의대상을 확대했다. 3조 손해배상에 대해 3호를 신설해 신원보증인에 대한 배상책임을 제한했다. 그러나 2조 1호 노동자 정의가 확대되지 않음으로써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들은 여전히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해 끝없는 소송과 투쟁의 길을 가야만 한다. 특히 3조에서 2호를 신설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한다는 운동본부의 한 조항만을 가져왔다. 대우조선 원청 자본은 하청노동자 파업 이후 간부 5명에게 47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만약 3조 2호를 적용한다면, 가령 1도크 0.3평 철제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고 작업을 직접적으로 방해한 유최안 하청노동자에게 10억, 1도크 끝장 농성에 나섰던 6명의 하청노동자에게 5억씩 손배를 청구하라는 것이다. 김형수 지회장은 노동조합 대표자라는 것 외에 직접적인 손해에 기여한 것이 미약하므로 1억을 청구하라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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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이 개별 귀책사유에 따라 손배를 청구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사진: 금속노조

 

민주당은 노동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당 자신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노조법 2·3조를 이용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의 합의 처리라는 이름으로 시간을 끌고, 대통령 거부권을 언급하며 운동본부의 개정안 중 부진정연대 책임을 완화하는 명목으로 개별 손배 청구를 명문화했다. 이는 민주당이 자본가들에게 보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민주당도 모든 손배가압류 금지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 조항으로도 노동조합의 골칫거리 간부들, 활동가들을 탄압하고 노동조합을 위축시킬 수 있다.’ 이재명이 노란봉투법을 ‘합법파업 보장법’이라 부르자고 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법개정이 필요 없다는 주장인가?


법 개정이 필요 없다는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노조법 2·3조 개정을 사회적 의제로 밀어 올린 주체가 20년 넘게 싸워온 노동자들이었듯, 현장 투쟁을 확대하고 모아내, 그 힘으로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을 전개하자는 것이다. 


국회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논의가 있기 전에 노동자 투쟁으로 성과를 만들어 온 과정이 있다. 2월 21일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개정안에 명시된 사용자 정의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된 것도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대한 법원 판결문을 옮긴 것이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결문에 노동자의 요구가 정당함을 명시해 내고 있다. 2021년 6월 중노위는 CJ대한통운에 대해, CJ대한통운은 대리점주와 함께 택배노동자들의 ‘공동사용자’ 지위임을 근거로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했다. 2022년 4월에는 현대제철에 ‘산업안전보건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교섭의무를 부담해야 하며 이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그해 12월 대우조선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판정했다. 


2023년 1월 서울행정법원은 CJ대한통운이 ‘노조법상 택배노동자의 사용자 지위에 있으므로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4월에는 현대위아가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피하고자 불법파견 소송취하를 전제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자회사로 채용하고, 이를 거부하는 노동자를 전환배치한 사건에 대해 ‘현대위아는 사실상 하청노동자의 사용자 지위에 있으며 전환배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들 역시 눈에 띄는 결과물들을 만들어왔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의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배송기사, 학습지 교사, 코웨이 정수기 수리기사, 프리랜서 방송작가, 보험설계사, 대리운전기사 등 다양한 특수고용, 플랫폼노동자들이 노동자성을 인정받거나 노동기본권을 인정받아 왔다. 표에 명시된 사례들에서 드러나듯 노동자투쟁이 노조법 2·3조 개정투쟁 전선을 만들고 부각해 왔으며, 그 성과 역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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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자투쟁으로 원청사용자성 관련 주요 판결을 이끌어낸 2022년 사례 

 

이처럼 법 개정은 노동자 투쟁의 성과를 반영하는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더 많은 사업장에서 진짜 사장에게 사용자 책임을 묻기 위한 의제를 발굴하고 투쟁을 전개하는 것, 그래서 노조법 2·3조 개정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노동자들이 전개해야 할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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