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30%인상 연속기고] 여성 노동자에게 더욱 절박한 최저임금 30%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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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최저임금30%인상 연속기고] 여성 노동자에게 더욱 절박한 최저임금 30% 인상

  • 오연홍
  • 등록 2023.05.12 15:39
  • 조회수 465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총파업은 여성 노동자에게도 중요하다. 노동계급 전체가 물가 폭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저임금 부문에 몰려 있는 여성 노동자들은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8년 시점에서 볼 때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최저임금 수준에 미달하는) 남성 노동자 비율은 16.1%로 추산됐지만, 여성 노동자 비율은 35.8%에 달했다. 여성 노동자들이 강요당하는 성별 임금 격차는 윤석열 정권이 부정하는 ‘구조적 성차별’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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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준 OECD 국가 성별 임금 격차 그래프. 한국이 변함없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성별 임금 격차


한국에서 임금노동자로 일하는 여성이 주로 취업하는 직종은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으로, 전형적인 저임금 부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여성 노동자의 임금은 남성 노동자의 65.8% 수준이다. 2010년의 61.6%보다는 상승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3분의 2 수준을 맴도는 실정이다. 


통계청이 산정한 2019년 기준 여성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가 총액 356조 원, 1인당 월평균 115만 원이라고 한다. 무급 가사노동 가치 산정 방식이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이중의 짐을 지고 있는 여성 노동자의 임금이 ‘노동력 재생산’ 비용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이 통계가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더욱이 무급 가사노동의 중심에 있는 출산, 육아에 따른 부담으로 여성 노동자는 경력단절을 겪는데, 이는 생애에 걸쳐 성별 임금 격차를 고착화하는 중요한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누칼협’, 즉 ‘누가 칼 들고 협박했냐’는 말을 들먹이며, 더 나은 임금을 바란다면 본인이 노력해서 좋은 직장으로 옮기라고 냉소한다. 그러나 예컨대 현대·기아차처럼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직장은 여성 노동자에게 특히 배타적이다. 2020년에 현대·기아차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비율은 4.5%에 불과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그나마 여성 채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공부문에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면접 점수를 조작해 불합격시킨 서울교통공사 사례처럼 여성 노동자에겐 두터운 ‘구조적’ 장벽이 있다.


남성 정규직 → 남성 비정규직 → 여성 정규직 → 여성 비정규직


그 결과는 비정규직 비율에서도 나타난다. 2022년 기준으로 전체 남성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이 30.6%인 데 반해, 여성의 경우에는 전체 여성 노동자의 46%가 비정규직이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이는 곧장 구조적인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따라 임금 격차가 아래와 같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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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정규직 → 남성 비정규직 → 여성 정규직 → 여성 비정규직 순서의 임금은 마치 하나의 ‘질서’처럼 자리 잡았다. 그러다 보니 중위 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가리키는 저임금 노동자의 비율에서도 여성은 24.1%, 남성은 12%로,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나 많다.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노동자의 상태는 어떨까? 현행법에 따르면 아내 등 동거하는 친족만으로 구성된 사업이나 개인 가정에 고용된 각종 가사담당 노동자는 최저임금 이하 임금 지급이 허용되는 실정이다. 2021년에 최저임금을 못 받는 남성 노동자는 15.3%, 여성 노동자는 21.1%였다.


남성 노동자가 받아 가는 임금에 여성 노동자의 저임금과 무급 가사노동에 대한 보상이 포함돼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남성 노동자의 임금이 단지 여성 노동자보다 상대적으로만 높을 뿐 가족 전체가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이고, 또한 남성과 여성으로 구성된 이성애 가족만 전제한다는 점에서 시대에 뒤떨어졌다. 여성이 가구주 역할을 하는 가구 비중이 이미 2019년에 30%를 넘어섰다. 여성 1인 가구의 수도 291만 4천 가구에 이르렀다.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는 결과로서,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한다.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계급 내에서 상대적 저임금층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누구보다도 여성 노동자의 처지를 개선하는 데 직접 영향을 미친다. 여성 노동자가 가장 앞장서서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총파업에서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동계급 분할에 맞선 투쟁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여성 노동자의 임금을 높이기 위한 공동의 투쟁은 비단 여성 노동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성별 임금 격차를 없애기 위한 투쟁은 노동계급을 겨냥한 ‘분할 통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본가계급은 고용형태, 성별, 국적, 인종, 나이, 성정체성, 장애 유무 등 온갖 수단을 이용해 노동계급 속에 장벽을 세우고 분열시키는 방식으로 단결력을 파괴한다. 여성 노동자 전반을 저임금 굴레에 가두는 것은 곧 노동계급 전체의 임금인상 투쟁을 방해하는 납덩이를 노동자 발목에 채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자본의 책략에 맞서기 위해서도 노동자의 단결이 필수적이다.


이런 임금 차별을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방향이 분명해야 모든 노동자의 단결을 끌어낼 수 있고, 그래야 윤석열 정권의 공세에 맞선 반격에 자신감 있게 나설 수 있다. 단결한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 노동자를 갈라놓는 모든 장벽을 허물기 위한 투쟁과 함께, 여성 노동자를 에워싼 저임금 굴레를 깨뜨리기 위한 최저임금 인상 총파업에 함께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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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여성파업을 여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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