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천초투쟁, 잘못은 신경호 교육감이 저질렀는데 왜 ‘김남윤’을 연행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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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천초투쟁, 잘못은 신경호 교육감이 저질렀는데 왜 ‘김남윤’을 연행했는가

신경호 교육감은 합의사항 이행하고 폭력적인 강제 연행에 사과하라

  • 정은희
  • 등록 2023.04.1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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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일 강원도교육청 규탄 기자회견. 사진: 유천초공대위

 

3월 28일 오후 김나혜, 남정아, 윤용숙(김··윤) 교사를 비롯해 5인이 강원도교육청에서 사지를 들려 연행됐다. 김나혜, 윤용숙 교사는 경찰이 무릎으로 목을 눌러 제압했고, 모두 소지품을 챙길 틈도 없이 신발이나 양말이 벗겨진 채 끌려 나왔다. 김나혜 교사는 이 과정에서 바지가 벗겨져 맨살까지 드러났고, 안경도 날아갔으며, 땅에 머리도 찧었다. 심지어 남정아 교사에게는 수갑까지 채워 연행했다. 이들은 조사 뒤 풀려났지만, 사지를 찢어낼 듯 끌어내는 과정에서 수없이 할퀴어진 상처와 멍이 남았다. 그러나 경찰은 치료조차 받지 못하게 했다. 결국 이들은 조사 뒤 인근 병원에 이송돼 며칠간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경찰은 퇴거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마치 강력범죄를 저지른 현행범처럼 교사들을 연행했지만, 이들은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을 평화롭게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것도 애초 교육감과 약속한 공식 일정이었다. 더구나 경찰은 김나혜 교사에게는 퇴거불응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다. 


앞서 이들은 3월 27일 오후 신경호 교육감과 예정됐던 면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 비합리적 감사와 부당징계, 일방적인 혁신학교 취소 통보에 반발하며 255일간의 농성과 18일간의 단식을 단행했고 그 끝에 새로 취임한 신경호 교육감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나서며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이후 신 교육감은 지난해 7월 1일 유천초 사안에 대하여 유감 표명과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한 인사조치, 민형사상 고소·고발 철회 등을 합의했다. 또 구두합의를 통해 올 3월 1일 발령을 약속했다. 이후 강원도교육청은 신경호 교육감이 취임 첫날 전교조 유천초분회 농성을 전격 해결했다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했다. 


그러나 이후 9개월이 지나도록 신경호 교육감은 자신이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 특히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제때 취하하지 않아 또 다른 징계 위협을 받기도 했고, 발령도 차일피일 미뤘다. 긴 농성과 단식으로 정신적 신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교사들이 치유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아 교사들은 병 휴직을 사용해야 했다. 오히려 교육감 측은 약속을 지키는 대신 유천초분회에 계속 양보를 요구했다. 1월 31일에는 징계를 받은 교사 3인 모두를 강릉지역으로 발령 내기 어렵다며 양해를 요구했다. 이에 유천초분회는 강릉이 아닌 인근이나 동해지역 발령을 받아들이겠다고 양보했다. 그러나 교육감 측은 다시 2월 27일에는 약속된 발령일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3월 10일까지 기다려 달라며 3월 11일로 발령 기한을 변경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러나 다시 3월 11일이 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자 유천초분회 교사들은 3월 16일 신경호 교육감을 면담하고 합의사항 이행을 요청했다. 당시 교육감은 ‘복직을 책임지지 못하면 사표를 쓰겠다’라며 3월 27일 면담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당일 강릉에서 춘천까지 두 시간을 쉼 없이 달려간 교사들에게 교육청은 교육감이 자리에 없다며 면담 담당과 장소를 바꿔 통보했다. 모두 사전에 아무런 연락도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이었다. 이에 교사들은 약속대로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현장에서 대기했던 것이다. 


그러자 교육청 직원들은 교육감을 호출하기는커녕 교육감실 문 앞을 막고 출입을 통제했다. 그중에는 앞서 부당징계를 당한 교사를 성추행하고 폭행한 직원까지 동원됐다. 교육청 직원들은 그나마 처음에는 바닥에 앉아있던 교사들에게 의사까지 가져다주었지만, 점점 태도를 바꿔 끝내 경찰을 호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자기들이 문을 열어줬는데 어떻게 무단침입이 되는가”라며 돌아갈 만큼 교사들의 기다림은 정당한 것이었다. 결국 교육청 직원들은 교사들만 남기고 모두 퇴근해버렸고, 저녁이 지나고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교육감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교사들을 찾은 것은 수십 명의 경찰들이었다. 

 

11.jpeg 끌려 나오는 윤용숙 교사. 사진: 유천초공대위 

 

22.jpeg 끌려 나오는 남정아 교사. 사진: 유천초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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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숙 교사가 경찰에 제압당하고 있다. 사진: 유천초공대위

 

진보교육감은 부당징계, 보수교육감은 폭력연행 사주


애초 강릉 유천초등학교는 민병희 전 강원도교육감의 공약이자 핵심적인 교육정책으로 추진한 혁신학교였다. 강원도교육청은 그간 혁신학교 운동의 결과를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해 왔다. 그러나 실제 혁신학교의 성과는 순전히 현장 교사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비상식적인 감사와 부당징계 그리고 혁신학교 취소였다.


강원도교육청은 불합리한 이유를 근거로 이 같은 징계조치를 밀어붙였다. 유천초공대위에 따르면, 유천초는 수업을 위한 비품 준비는커녕 공사도 덜 끝난 상황에서 개교했고, 이에 교사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제안을 했지만, 이는 ‘불법적인 운영’을 강요한 것이 됐다. 학교 혁신을 위한 대화와 설득은 6~7급 행정직공무원에 대한 평교사의 ‘갑질’이 되었다. 심지어 성희롱 가해자에게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공무원의 ‘복종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했다. 결과적으로 강원도교육청은 혁신학교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교사들을 ‘국가공무원법 성실의 의무 위반, 품위유지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부당 징계했으며, 또 출퇴근이 어려운 고성, 태백, 인제 등으로 부당 전보했다. 이 때문에 유천초분회가 255일간의 천막농성과 18일간의 단식투쟁을 강행했던 것이다.


신경호 교육감은 이러한 상황에서 취임 첫날 전격적으로 유천초분회와 합의하고 사태 해결을 약속했다. 그러나 합의 이후 9개월간 교육청과 교육감은 발령 준비를 미뤄왔고, 최근에는 태도를 180도 바꿔 징계를 받은 교사에 대하여 2년 동안 발령을 정지하는 규정을 들며 합의사항을 번복하고 있다. 더구나 잘못된 보고서를 제출해 교육부가 이 사안에 징계와 인사조치는 정당하다며 교육감 합의서를 뒤집는 결정을 내도록 했다. 하지만 애초 교육감은 3월 1일 발령을 약속하며 다 알아보고 가능하니까 합의한 것이며, 규정을 고쳐서라도 발령을 내겠다고 말해왔다. 내부적으로는 발령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법적 자문도 받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잘못은 신경호 교육감이 저질렀는데, 경찰은 부당징계 피해자인 김남윤 교사를 연행한 꼴이다. 


현재 유천초분회는 교사들이 폭력적으로 연행된 다음날인 3월 29일부터 강원도교육청에서 합의사항 이행과 폭력적인 강제 연행을 규탄하는 선전전을, 남정아, 윤용숙 두 교사는 병원에서 퇴원한 4월 3일부터 농성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청은 이에 업무 차질을 이유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교육청의 잘못은 되돌아보지도 않고, 강제연행되어 병원 신세까지 진 교사들이 여전히 밤이면 바들바들 떨어야 하는 차디찬 봄밤에 손바닥만 한 텐트에 의존해 밤을 보내고 있는데도 이런 말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 수 없을 뿐이다. 더구나 교육청은 교사들이 농성을 시작하자 온수까지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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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오후 선전전 

 

그러나 김남윤 교사와 유천초분회의 투쟁은 외롭지 않다. 그동안 유천초분회의 투쟁에는 교육노동자현장실천과 세종호텔지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과 멀게는 소성리평화지킴이까지 다양한 현장의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이 연대해왔다. 이들은 새롭게 유천초공대위를 결성하고 유천초분회의 승리를 위해 싸울 예정이다. 이들은 그 첫걸음으로 17일 12시 강원도교육청과 춘천경찰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22일 오후 2시에는 춘천 팔호광장에서 강원도교육청규탄결의대회가 열린다. 김남윤 교사는 제대로 된 혁신학교를 만들기 위해 애쓰다 부당징계를 당한 피해자들이다. 합의사항 이행과 반인권적인 강제 연행을 규탄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정당하다. 참교육을 위해 헌신해온 현장 노동자들의 절박한 이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함께 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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