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을 이윤으로 바꾸는 기후악당, 버스자본의 노선사유화를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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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을 이윤으로 바꾸는 기후악당, 버스자본의 노선사유화를 끝내자

공공교통 완전공영화가 기후정의다

  • 고근형
  • 등록 2023.03.21 10:25
  • 조회수 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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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룩셈부르크는 2020년부터 버스, 열차, 트램 등 모든 교통수단을 무상화했다 

 

혐오와 궁핍, 기후위기를 확산하는 대중교통 요금인상


지난 3월 10일, 서울시의회는 하반기 대중교통 요금 300원 인상안을 의결했다. 가뜩이나 고물가에 신음하는 민중을 더 궁핍하게 할 결정이다. 민중의 반발에 직면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요금인상의 책임을 노인 무임승차로 돌렸다. 특히 "청년 세대에 견딜 수 없는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중앙정부 재정지원이 없으면 노인 무임승차 폐지나 연령 상향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서울시가 나서서 노인혐오를 조장하는 것이다.


한국은 노인빈곤율 1위, 고령인구 증가율 1위 국가다. 이런 국가에서 '노인 무임승차가 문제'라며 원가주의를 관철하자는 주장은 그 자체로 야만이다. 또한, 전면화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저렴하고 잘 짜인 공공교통 체제를 만들어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것은 필수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외치는 정부는 정작 에스토니아, 룩셈부르크, 프랑스 등 유럽 각국에서 확대되는 공공교통 무상화 조치와 해당 조치에 따른 교통량 감소 효과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다.


지하철은 물론 버스와 마을버스, 택시를 비롯한 모든 교통을 완전공영화해 통합 공공교통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제를 막는 것은 대중교통 자본, 그리고 자본의 이윤을 세금으로 보장하는 국가다. 국토부에 따르면,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버스가 가장 높다. 현 버스 운영실태를 살펴 보자.


버스노선이 사유재산? 기후위기 주범 노선특허제를 끝내자


2017년 7월 20일 대전지법은, 세종시가 세종교통공사 설립과 함께 민간 버스회사 세종교통에 내린 ‘간선급행버스(BRT) 노선 종료명령’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대전지법은 버스회사의 간선급행노선 운행에 관한 지위를 법이 규정한 ‘한정면허’로 볼 수 없다며  “노선 운행의 의무뿐만 아니라 사업자로서 권리도 함께 보장받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리 다툼의 핵심은 해당 노선운행이 세종시가 업체에 부여한 한정면허인가, 아니면  버스회사가 가진 독점적 재산권에 속하는가에 있었다. 대전지법은 버스노선을 사유재산으로 인정한 것이며, 이에 따라 버스자본이 운영하는 노선에 ‘세종교통공사’라는 ‘신규업체’가 진입하는 것을 재산권 침해라고 해석한 것이다. 이는 전례 없는 충격적인 판결이 아니다. 한국 자본주의는 운송사업면허를 일종의 특허로 본다. 자본이 특정 노선에 대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면허를 취득하면, 애초 지자체가 부여한 그 ‘노선’이 버스자본의 독점적 재산으로 둔갑하는 것이다.


이렇게 버스자본은 해당 노선에 배타적 운영권을 가지게 된다. 여기에는 해당 노선에 배차 대수를 결정할 권리는 물론, 동일한 노선에 공공, 셔틀버스 배차 등을 거부할 권리도 포함된다. 따라서 정부나 지자체가 버스노선을 조정하고자 하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결국 민중에게 불편한 노선을 개선하려고 불필요한 공적자금을 지불하거나, 또는 개선을 포기하고 불편한 노선을 이용해야 한다. 이처럼 자본이 소유한 버스체제는 자가용 승용차 이용률을 높여 기후위기에 일조한다.


심지어 지자체가 나서서 노선사유화의 폐해를 지적할 정도다.* 버스자본이 승객이 적은 지역을 기피하고 임의로 운행을 감축해 공공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운송수입을 극대화하고자 노선을 굴곡하고 장대화해 효율성도 떨어진다. 즉, 더 많은 승객을 태우기 위해 번화가와 주택가 우회구간을 지나며 소요시간이 늘어나므로,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게 된다. 자본은 자신의 이윤이 곧 효율인양 선전하나, 이처럼 자본의 이윤추구에 따라 사회적 효율은 추락한다.  

 

교통카드를 통해 승하차 정보가 모두 기록되는 지금, 이동권을 가장 효율적으로 보장할 노선 재편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버스자본의 노선사유화가 이를 가로막는다. 대중교통 완전공영화는 노동자 민중의 통제 아래 공공이 노선을 소유, 운영함으로써 가장 효율적인 노선 재편을 가능케 한다.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여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지금, 완전공영화는 가장 필요하고 현실성 있는 대안이다.


버스 준공영제, 세금 2.4조원을 버스자본 이윤으로 바꾸는 합법적 경로


버스에 공적 통제를 도입하자면서 시작된 버스 준공영제는 모든 특별시와 광역시(울산은 2023년 하반기부터)를 비롯한 여러 지차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준공영제는 ‘절반의 공영제’가 아니다. 준공영제는 교통자본의 이윤을 공적자금으로 보장하는 체제를 의미할 뿐이다.


버스 준공영제는 ▲지자체가 노선을 소유하고 버스사업자가 운영을 위임받는 노선관리형, ▲위임된 버스사업자에게 손실보상 등 재정지원을 하는 위탁관리형, ▲노선 소유권과 운영권을 모두 버스사업자가 갖고 지자체는 재정지원만 하는 수입금관리형으로 나뉜다. 민영제 하에서도 정부와 지자체가 버스업체에 재정지원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입금관리형 준공영제는 사실상 민영제와 같은 말이다. 한국의 준공영제는 수입금관리형을 채택하고 있다. 즉, 버스자본은 세금으로 막대한 재정을 지원받으면서도 노선에 대한 사적소유권과 운영권을 근거로 공적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 한국을 제외하면 버스노선을 자본이 가진 국가는 없다.


그렇다면 버스자본에 대한 재정지원은 얼마나 될까. 각 시·도별 본예산을 분석한 결과 올해에만 최소 2조 4천억으로 추정된다. 이 중 서울시 2023년 연간 버스보조금은 최소 5,755억원으로, 서울교통공사 2021년 적자 9,644억의 60%에 달한다. 물론 민중의 이동권 보장과 버스노동자의 생활임금 등 노동기본권 보장에 비용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공적자금을 쓸 수 있다. 문제는 이 보조금의 근거도 ‘엿장수 마음대로’라는 데 있다.


이를테면 준공영제 재정지원의 경우, 표준운송원가에 따라 재정지원 규모가 결정된다. 그런데 이 표준운송원가는 지자체와 버스자본간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버스자본은 표준운송원가를 부풀린다. 2021년 5월 감사원은 「지방자치단체 버스 준공영제 운영실태」라는 감사보고서에서 서울시의 표준운송원가 산정에 대해 아래와 같이 지적했다.

 

나. 표준운송원가 산정 및 정산 분야

① 서울시는 시내버스 운행에 소요되는 항목별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하고 운행실적(운행대수, 운행거리 등)에 따라 운송비용을 지급‧정산하면서

- 차량보험료, 타이어비, 정비비항목에서 버스회사의 실제 지출액과 변동추세를 확인하고도 표준운송원가 산정 시 이를 적정하게 반영하지 않음

- 그 결과 버스회사의 실제 지출액을 반영하여 산정하였을 경우보다 2015∼2019년간 총 340억여 원을 과다 정산‧지급

② 서울시는 신규 구입한 차량의 연간 감가상각비(9년 정액법)를 지급‧정산하면서 저상버스 19대의 대당 기준가격을 잘못 입력하여 향후 9년간 총 1,124백만 원을 과다 지급할 우려

③ 서울시는 버스회사가 근로자의 식대, 피복비 등(기타복리비)으로 지출한 연간 약 248억 원과 학자금 등으로 광고수입에서 직접 ◉◉에 연간 약 52억 원을 재정지원하고 있는데도

 - 버스회사가 자율적으로 지출하여야 할 노사상생기금(버스 1대당 월 18,000원, 연간 약 15억 원)까지 표준운송원가에 포함하여 재정지원기준 과다 산정

④ 서울시는 버스회사가 지출한 연료비(CNG비)를 실비 정산하면서 유류구매카드의 현금성 적립금(결제금액의 0.2∼0.6%)을 차감하지 않는 등으로 재정지원금 절감 기회를 일실할 우려

감사원, 「지방자치단체 버스 준공영제 운영실태」, 2021.05 中

 

회사에서 일하지도 않는 일가친척을 직원으로 등재하거나,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정규직을 채용한 것처럼 속이거나, 주휴수당·월차·연차수당·상여금 등을 지급하지 않고도 지급한 것으로 처리하는 등 표준운송원가를 부풀리는 방법은 많다. 이렇듯 표준운송원가는 세금을 버스자본의 이윤으로 바꾸는 합법적인 경로다. 소유권, 운영권, 채용권 모두 버스자본에 있어 지자체가 각 버스자본의 재정 운영을 검증할 수 없기에 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버스자본과 지자체가 유착해 보조금을 부풀리기도 한다. 이 같은 속임수와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간단한 방법은 노선소유권과 운영권, 채용권 모두를 노동자 민중의 통제 아래 공공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즉, 버스 완전공영제로의 전환이다.


민중의 이동권과 기후정의를 위한 공공교통 완전공영화를 요구하자


자가용 승용차 이용에 따른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면, 대중교통 접근권은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대중교통 요금을 무상에 가깝게 통제해서라도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 버스자본이 요구하는 대로 지급하는 버스 재정지원금이 교통공사 적자의 60%와 맞먹는 지금, 대중교통 완전공영화가 가격통제의 필요조건이다.


공공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데는 낮은 요금만큼이나 편리성, 즉 적절한 배차 간격과 목적지까지 길지 않은 노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민영제든 준공영제든 수익이 높은 구간을 경유해야 하므로 노선의 굴곡도를 높이고자 하며, 이는 민중의 공공교통 이용 요인을 감소시킨다. 더구나 버스노선 사유화는 공공버스의 노선 조정조차 ‘소유권 침해’를 이유로 방해한다. 나아가 벽지 노선의 경우 배차 간격이 길고 최근 수도권 일부에서까지 승객 감소를 이유로 버스터미널이 폐지되고 있다. 서울 바깥에서 자가용이 필수품이 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대중교통 민영제, 준공영제는 기후위기와 함께 지역소멸도 앞당기고 있다. 공공교통 완전공영화를 통해 수익성이 아닌 민중의 필요에 따라 노선을 재편하고 공공교통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


장애인과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위해서도 공공교통 완전공영화가 필요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현재 저상버스 도입률은 30.6%에 불과하다. 그나마 서울(59.7%)을 제외하면 23.0%로 4대 중 1대도 되지 않는 꼴이다. 민간버스의 저상버스 전환 비용 일부를 지자체가 지원하고 있음에도, 저상버스 전환이 이윤을 줄이므로 교통약자의 이동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모든 버스를 저상버스로 전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역시 공공교통 완전공영화다. 2조 넘는 세금을 받으면서도 민중의 이동권을 책임지지 않는 버스자본에 맞서고, 공공교통 완전공영화가 기후정의임을 주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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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군 완전공영버스.사진: 정선군

 

*경기도, 「경기도 공공버스 정책자료집」, 202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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