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정세와 과제 5] 2023년, 계급투쟁으로서의 기후정의운동을 확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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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2023년 정세와 과제 5] 2023년, 계급투쟁으로서의 기후정의운동을 확대하자

  • 고근형
  • 등록 2023.01.17 21:14
  • 조회수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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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에너지의 완전한 상품화, 궁핍한 민중을 더 궁핍하게 하는 정부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전력 수요관리를 하자는 주장이 운동진영 일각에서도 제기된다. 정부는 전기·가스요금뿐 아니라 버스·지하철 요금도 자신 있게 인상안을 발표했다. 그런데도 공공요금 인상에 선뜻 불만을 내비치는 흐름은 크지 않다. 한전·가스공사 등 공기업 적자 이데올로기는 이만큼 강력하다.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의 본질이 민영화와 위기전가임을 폭로하고 싸움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우선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수요관리론부터 반박해보자. 가격 인상-수요 감소 원리에 따라 에너지 수요를 억누르자는 것인데, 우선 한국 민중의 전기수요는 그리 높지 않다. 2021년 전체 전력사용량 중 가정용 전력은 14.5%로 제조업·서비스업에서 사용한 77.0%에 한참 못 미친다. 참고로 한국의 가정용 전력사용량은 전 세계적으로도 낮은 편이다. 당장 2019년 미국 전력사용 중 가정용 사용량은 37.8%로 한국의 2.5배가 넘는다(「2021년 한국전력통계」). 정말로 수요관리가 필요하다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사용량 제한을 도입해야지, 가정용 전기요금을 인상할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적자를 이유로 한 요금 인상의 함의는 공기업 민영화다. 전기·가스·수도·철도 등을 공공기관에서 공급하는 이유는, 이들이 모두에게 필요한 공공재이며, 정부가 강조하는 원가주의에 근거해 유통될 경우 꼭 필요한 곳에 공급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영국에서 수입의 10% 이상을 난방비로 지출해야 하는 ‘난방 빈곤’이 급증하고 있다. 에너지가 민영화되었기 때문이다. 필수재·공공재를 필요한 만큼 공급하기 위해서는 공공이 관리해야 하며, 어느 정도 적자를 감수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2026년까지 한전의 30조 적자를 해소하겠다고 한다. 이는 에너지의 완전한 상품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한전은 공공기관이 아니라 노골적인 이윤 창출 기관이 되어야만 한다. 


한전 적자 진짜 주범, 에너지 재벌 국유화를 요구하자


무엇보다 정부는 한전 적자의 주범을 감추고 있다. 민간발전사를 소유하는 에너지 재벌 말이다. 한전이 적자를 보는 이유는 에너지 재벌로부터 비싼 값에 전기를 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지구적인 에너지 위기로 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력도매가격이 급등했다. 7개 민간발전사는 상반기에만 1.9조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전 적자가 심해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전력도매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직전 3개월 평균 도매가격이 지난 10년 도매가격 상위 10% 이상일 경우 1개월간 가격 상한을 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한 가격은 10년 평균의 1.5배로 적지 않고, 적용 기간은 1개월로 짧다. 나아가 3개월 이상 연속해 가격 상한제를 적용할 수 없으며, 그마저도 올해 말이면 상한제가 폐지된다. 지구적인 에너지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재벌 발전사는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다. 이렇게 쌓아 올린 에너지 기업의 이윤은 한전의 적자와 맞바꾼 것이며,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의 적자를 민중의 생존과 맞바꾸려 한다. 전형적인 위기 전가다.


재생에너지 부문도 마찬가지다. 재벌 재생에너지 기업은 꾸준히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4개 에너지기업(한화솔루션, 현대에너지솔루션, OCI, 신성에너지)의 매출액은 14.2조, 영업이익은 1.5조를 기록했다(각 기업 분기보고서, 전자공시시스템). 이윤을 위해 지난 수년간 농민들의 삶터를 밀어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고, 이는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확산하는 근거가 되기도 했다. 이윤이 아니라 민중의 필요 충족을 위한 에너지 생산, 공적 소유와 민주적 통제체제에 기반한 에너지 생산이 곧 기후정의이다. 재벌 민간발전사와 재생에너지 기업의 국유화가 필요하다. 4월 세종기후정의행진은 에너지자본 국유화 요구를 확대하기 위한 계기여야 한다. 


정의로운 산업전환의 핵심, ‘노동자 참여’가 아니라 ‘노동자 통제’다


전기차·수소차 전환으로 내연기관 공정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부품사 노동자들의 해고가 예고되고 있다. 고용보장과 정의로운 산업전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이유다. 그러나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주장 다수가 ‘산업 전환 과정에서의 노동자 참여’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를테면 지난해 금속노조는 <산업전환시 고용안정 및 노동전환 관련 법률안>에 대한 의견서에서 “주체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동등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함을 법안에 분명히 적시”해야 한다면서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위원회’를 중층적으로 구성해 심의·의결할 내용의 구체성을 담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자 참여’ 자체가 운동이 될 수는 없으며, 이윤에 균열을 내지 않는 수준의 노동자 참여는 정부와 자본이 크게 마다할 이유도 없다.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재원으로 고용을 보장할 것인가다. 기후위기를 가속하고, 다단계 비정규직을 양산해 이윤을 쌓은 현대차 등 금속산업 재벌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즉, 산업전환의 핵심은 ‘노동자 참여’가 아니라 ‘노동자 통제’다. 


자본은 기후위기 해결의 주체가 아니라 기후정의 실현과정에서 징벌해야 할 대상이다. 금속노동자들이 기후정의운동에 뛰어들어야 한다. 고용보장 요구는 물론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에 집단적 질문을 던지는 대중운동의 형성과 함께 재벌과 기간산업 국유화를 요구해야 한다. 


자본은 ‘그린워싱’으로 스스로를 친환경 기업으로 포장하고 있으며, 해고와 구조조정으로 기후위기의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자본과 싸우는 노동자들부터 해고와 구조조정에 맞서는 것이 기후정의임을 선언하고, 노동자 산업통제운동의 자신감을 확대해야 한다.


싸우는 기후정의, 4월에 세종으로


2019년 9월, 정부에 기후위기 인정을 요구하는 ‘기후위기비상행동’에 5천여 명이 모였고, 불과 3년 뒤인 지난 9월, ‘기후정의행진’에는 5배가 넘는 인원이 모였다. 기후재난과 불평등이 체제의 문제라는 공감대는 그만큼 넓어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구체적인 요구를 들고 뾰족한 싸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체제전환에 대한 넓은 공감대를 이제는 정권과 자본이 두려워할 만한 물리적 힘으로 조직해내야 한다.


오는 4월 공공 주도 재생에너지 전환, 탈핵과 탈석탄, 정의로운 전환과 고용보장, 신공항 난개발 반대를 요구하는 대정부 투쟁으로서 ‘4월 세종기후정의행진(가)’이 준비되고 있다. 이 싸움을 에너지 위기 전가에 맞서고 노동자 산업통제를 요구하는 전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재벌 민간발전사의 수탈과 재생에너지 기업의 이윤을 폭로하자. 에너지 국유화와 노동자 민중의 산업통제를 요구하는 대정부 투쟁을 실현하자. 노동자 산업통제가 기후정의임을 알리고, ‘사회적 대화’가 아닌 재벌과 맞선 투쟁으로 산업전환을 준비해가자. 발전산업, 금속산업, 공공부문 등 각 부문과 지역에서 4월 세종기후정의행진 노동자 참가선언과 참가단을 조직하자. 4월 세종기후정의행진, 그리고 이어질 9월 기후정의행진은 국가와 자본의 위기전가에 맞서는 계급투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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