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우리는 임신 중지권을 이렇게 쟁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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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번역] 우리는 임신 중지권을 이렇게 쟁취했다

연재_ 노동자계급 속에서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길을 개척하는 ‘빵과 장미’의 도전④

  • 오연홍
  • 등록 2023.01.11 11:21
  • 조회수 232

1973로 대() 웨이드판결로 임신 중지가 합법화됐던 미국에서, 50년 만에 이를 뒤집는 대법원 판결이 지난해 나왔다. 임신 중지를 선택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가 사라져버렸다.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시민단체들은 캠페인을 벌일 수 있도록 돈을 기부해 달라고 호소하고, 민주당은 선거에서 그들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중남미 지역에서는 오히려 임신 중지권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아르헨티나, 멕시코, 칠레에서는 낙태죄가 폐지됐다. 이런 성과는 중도좌파 정부들이 하사해준 선물 같은 게 아니었다. 임신 중지 합법화는 거리에서 펼쳐진 전투적인 운동의 결과이며, 어떤 나라에서는 수십 년간 투쟁이 이어졌다. 국제 사회주의 페미니즘 단체인 빵과 장미가 이런 운동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레프트 보이스>가 세 나라의 빵과 장미리더들과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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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_ 안드레아 다트리

안드레아 다트리(Andrea D’Atri)는 사회주의 페미니즘 단체인 아르헨티나 빵과 장미의 창립자이며 <일간 좌파>의 편집자이기도 하다. 그가 쓴 책 <빵과 장미: 자본주의 사회에서 젠더와 계급>6개 국어로 번역됐다. 2019년에 플루토 출판사에서 영어판이 발행됐다.

 

아르헨티나에서 임신 중지권은 어떻게 쟁취됐는가?

 

20211230일 밤에 법안이 통과됐다. 여성운동의 끈질긴 조직화와 투쟁이 없었다면 그 법안은 여전히 의회 어딘가의 책상 서랍에 처박혀 있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임신 중지 합법화를 위한 투쟁은 1970년대까지, 그러니까 1976년 군사 쿠데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군부독재가 무너졌을 무렵에 인권을 위한 거대한 투쟁이 있었다. 그래서 1980년대 들어 임신 중지 역시 여성의 인권 문제로 다뤄지기 시작했으며, 나중에는 음성적인 임신 중지도 공공의료 사안으로 여겨졌다. 임신 중지 합법화는 임신한 사람들이 어떻게 할지 결정할 수 있는 개인적 권리뿐만 아니라, 위생과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임신 중지로 사망하지 않을 권리까지 보장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성운동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채택했다. “스스로 결정하기 위한 성교육. 임신 중지를 피하기 위한 자유로운 피임. 죽지 않기 위해 합법적이고 안전한 무상 임신 중지.”

 

다양한 페미니즘 투쟁을 거치며 거의 20년이 지난 2005년에, 300개 이상의 단체가 모인 연합체 전국임신중지권운동이 결성됐다. 그해 전국임신중지권운동은 수많은 사람이 참여한 시위를 주도했고, 10만 명이 서명한 청원을 의회에 제출했다. 서명을 이렇게 모은 건 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 토론과 논쟁을 조직하고 도심에서 시위를 벌여온 역동적인 운동의 결과였다.

 

2007년 전국임신중지권운동은 임신 중지 합법화를 위한 법안을 제출했다. 그 법안은 좌파 페미니스트 변호사인 도라 콜레데스키가 작성했는데, 그는 우리의 승리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 법안은 낙태죄 폐지 요구뿐만 아니라, 임신한 당사자의 요청만으로도 공공 병원에서 합법적으로 임신 중지가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까지 포함했다.

 

그러나 네스토르 키르치네르와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가 집권했던 중도좌파 정부는 이 법안을 전혀 논의에 부치지 않았다. 법안이 몇 번이고 제출되는 동안 낙태죄는 그대로 유지됐다. 2018년에 일곱 번째로 법안이 제출됐을 때 드디어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는 그때 비로소 이 법안을 지지했다. 왜냐하면 그 무렵 그는 야당 신세였고, 마크리가 이끄는 우익 정부가 이 법안의 통과를 막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같은 해 아르헨티나 여러 도시에서 수많은 사람이 몰려나와 녹색 물결시위를 벌였고, 국회를 에워쌌다. 법안을 투표에 부치라고 요구하며 몇 달간 시위가 이어졌다. 끝없는 시위의 정점이었다. 해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38(여성의날)928(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낙태죄 폐지의 날)이 되면 임신 중지 합법화를 위해 시위를 벌였다. 전국에서 백만 명이 거리로 나와 한 명도 더 잃을 순 없다!”라고 외치며 여성 살해에 항의했던 2015년도 중요한 시기였다.

 

2018년에는 국회 논의가 길어지는 동안 3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국회 밖에서 밤샘 농성을 벌였다. 하원에서는 법안이 통과됐는데, 상원에서 막혀버렸다. 하원에 우리 좌파노동자전선(FIT)은 세 명의 의원이 있는데, 오직 그 세 명만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빵과 장미와 사회주의노동자당(PTS)은 국회 밖에서 벌어진 거대한 녹색 물결 시위에 참여했고, 같은 당원이면서 좌파노동자전선 의원인 니콜라스 델 카뇨와 나탈리아 곤살레스 셀리그라는 국회 안에서 법안을 위해 싸웠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가 이끄는 중도좌파 정부는 어떤 역할을 했는가?

 

2019년에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 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들어섰을 때 그들은 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거리에서 벌어진 투쟁의 힘이 강력했고, 많은 이들이 새 정부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에 그들은 이 사안을 그들의 정책 의제에 포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여성운동이 흩어져 버렸다. 그러자 페르난데스 정부는 전국임신중지권운동이 몇 번이고 제출했던 법안을 무시하면서 자신의 법안을 따로 제출했다. 그의 법안은 반동 세력과 가톨릭 세력의 표를 끌어오기 위해 이들과 협상하면서 받아들인 규제 조치를 포함했다. 그렇게 해서 그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됐다. 국회에서 논쟁이 벌어졌을 때, 사회주의노동자당 니콜라스 델 카뇨는 먼저 이 법안이 만들어질 수 있게 해준 도라 콜레데스키와 여성운동에 경의를 표했다. 그는 정부가 포함한 규제 조치를 규탄한 단 한 명의 의원이었다.

 

녹색 물결 시위에서 빵과 장미는 무엇을 했는가?

 

빵과 장미는 사회주의노동자당이 만든 사회주의 페미니즘 단체인데,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임신 중지 합법화를 위한 투쟁에 참여했다. 수년 동안 사회주의노동자당은 선거 투쟁을 벌이면서 임신 중지 합법화를 요구한 유일한 정당이었다. 우리는 줄곧 임신 중지가 공공병원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금지한다고 해서 임신 중지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금지는 오히려 비밀리에 의료 시술을 받을 수 없는 노동자계급과 가난한 민중에 속한 여성과 임신 가능한 모든 이의 건강과 생명을 위태롭게 할 뿐이다.

 

우리는 노동자 운동 안에서, 불안정하게 고용된 청년과 학생들 사이에서, 빈민 속에서 전투적으로 활동했고, 덕분에 편견에 맞붙어 싸우면서 광범한 다수가 임신 중지권을 위한 투쟁에 동참하도록 설득할 수 있었다. 우리가 노동자계급의 투쟁을 이끌었을 때는 언제나 거기에서 여성위원회를 건설했다. ‘빵과 장미는 아르헨티나 곳곳에서 3,000명 넘는 여성을 모아 전국여성대회에 참가했다. 또한 우리는 경찰의 탄압에 맞서 거리에서 싸웠다.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규모 있는 식료품 공장을 다국적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데, 어떤 관리자가 여성 노동자를 희롱했을 때 우리는 이에 항의하며 작업을 중단했다. 여성 파업이 진행됐을 때 우리 동지들은 여성 살해를 규탄하며 또 다른 규모 있는 공장들에서 진짜로 파업을 벌였다. ‘부자들을 위한 민주주의에 대항해 우리는 민주적 권리를 위한 투쟁에서도 최전선에 나선다. 우리는 불안정 노동의 다수를 차지하며 노동자계급 내에서 가장 가난한 층에 속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권을 위해 싸운다. 그러나 우리 투쟁의 지평은 수많은 인간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가부장적인 자본주의 사회의 근본적인 변혁으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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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_ 야라 비야세뇨르

야라 비야세뇨르(Yara Villaseñor)는 사회학자이며 <멕시코 일간 좌파>의 편집자다. 멕시코에서 빵과 장미활동을 이끌고 있다.

 

멕시코는 상황이 달랐다. 의회가 아니라 대법원의 판결로 임신 중지권이 확정됐다. 어떻게 해서 이런 판결이 나왔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진보적인 정부는 정치적 지지도가 취약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임 신자유주의 정부에 대한 광범한 불만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여성 살해와 폭력을 끝장내라는 요구, 더 나은 생활 조건을 보장하라는 요구 등 대중 운동의 열망에 응답해야만 한다. 대법원이 낙태죄를 폐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수많은 이들이 거리로 나와 이 요구를 외쳤다. 대법원의 판결은 여성운동을 누그러뜨리면서, 점차 권위를 잃어가던 정부와 국가기구에 대한 신뢰를 끌어올리려는 시도였다.

 

오브라도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했는가?

 

오브라도르 정부는 계속 방관하고 있었다.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여당이 다수를 차지했는데도 그들은 낙태죄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대법원이 한 지역 차원에서 낙태죄에 위헌 판결을 내린 뒤에야여당은 다른 지역에서도 낙태죄를 폐지하겠다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것은 오브라도르 정부 하에서 벌어진 투쟁으로 쟁취한 승리다. 하지만 [여당과 달리] 정부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20219, 그것을 전국 차원으로 확대 적용하는 대신, 가톨릭 세력이나 보수 우익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우리는 또한 오브라도르가 여성운동이 우익의 지시를 받고 있으며 오직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목적을 노릴 뿐이라는 식의 적대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발표한 사실을 잊을 수 없다. 임신 중지에 관해 그는 이 기본적인 권리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입장을 발표해 크게 원성을 샀다.

[* 멕시코 코아우일라주에서는 임신 12주 이내 임신 중지를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최대 징역 3년 형에 처할 수 있게 했는데, 20219월 대법원이 이를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정부가 미적거리는 동안 여성운동은 어떻게 투쟁했는가?

 

멕시코에서 여성운동은 국제 페미니즘 운동에 발맞춰 성장해 왔다. 그중에서도 아르헨티나와 칠레가 특별히 큰 영향을 미쳤다. 멕시코에선 제도권에 합류한 페미니즘의 영향 때문에, 일부 국가기관을 상당히 신뢰하는 개량주의 의식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여성 살해, 성 소수자 혐오범죄, 이주민 납치사건의 90%가 처벌받지 않고 있다. 이런 폭력 때문에 사람들은 정부의 치안 계획을 믿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정부는 여성을 겨냥한 범죄를 맡을 새로운 지역 변호인단을 만들겠다는 정책을 세웠다. 이와 같은 처벌과 투옥 정책은 정의를 추구하는 많은 사람에게서 동조를 얻었다.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불안정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에 맞선 투쟁 그리고 조직화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그들은 파업과 시위를 조직하고 있지만, 경제에서 그들이 맡은 역할에 비춰 보면, 놀랄 만한 사회적 힘을 가진 정치적 주체로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이 지점이 빵과 장미의 주요한 투쟁 과제의 하나다. 우리는 여성운동이 정말 강력하기 때문에 현재 펼쳐지고 있는 노동자투쟁을 강화할 수 있다고 여긴다. 또한 우리는 노동자계급이 페미니즘적인 요구를 채택하도록 설득하려 한다. 우리는 규모가 큰 노조들이 여성 살해와 폭력의 근절, 임신 중지권을 위한 투쟁에 복무해야 한다고 요청한다.

 

전체적으로 빵과 장미는 어떤 활동을 했는가?

 

우리는 여성운동 내에서 노조 관료, 정부, 보수 우익으로부터 독립적이며, 노동자계급과 동맹을 맺고 우리의 요구 전체를 위해 투쟁하는 진영을 형성하고자 한다. ‘빵과 장미는 멕시코에서 상당히 큰 페미니즘 단체다. 우리는 시위에 천여 명을 모을 수 있으며, 사회주의 페미니즘 전망으로 현장과 학교에서 사람들을 조직한다. 다른 단체들과 함께 전국적인 임신 중지권 운동을 벌인다. 우리는 여성운동에서 계급투쟁 진영을 건설하려 한다. 해고, 복지 축소, 불안정한 노동조건에 맞서서, 그리고 전국에서 합법적이고 안전한 무상 임신 중지권 쟁취를 내걸고 거리에서 투쟁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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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_ 알레한드라 데캅

알레한드라 데캅(Alejandra Decap)은 칠레대학교에서 언어학을 배우고 있다. 그는 <칠레 일간 좌파>에서 젠더와 섹슈얼리티 섹션의 편집자로 있으면서 빵과 장미 테레사 플로레스를 이끌고 있다.

 

칠레에서는 최근에 항쟁이 있었다. 201910월부터 신자유주의 정권에 항의하며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지금은 학생운동 리더 출신인 가브리엘 보리치가 새로 대통령이 됐고, 9월에 새 헌법 투표가 예정돼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어떻게 임신 중지권을 쟁취했는가?

 

얘기를 시작하려면 이 점을 아주 분명하게 짚어야 한다. 제헌 절차와 보리치의 당선은 투쟁의 김을 빼고 10월 항쟁의 방향을 틀어버리는 데 기여했다. 보리치는 좌파로서 선거에 나갔지만, 지금은 칠레 자본가들과 미국 제국주의와 손잡고 통치하고 있다. 새 헌법 초안이 일부 권리를 인정하고는 있지만, 그것의 목표는 정치체제를 현대화하는 것, 지난 항쟁으로 흔들린 통치력을 복원하는 것이다. 이 새 헌법은 자본 축적 구조의 뼈대, 독재를 계승한 체제의 뼈대를 보존할 것이다. 여러 핵심 쟁점이 있는데, 그것은 AFP로 불리는 사적연금 계획을 폐기하지 않을 것이며, 대통령 체제와 특권적인 상원 구조를 유지하고, 천연자원 약탈을 계속 허용할 것이다.

 

그러면 지금 칠레에서 임신 중지권은 어떤 상태인가?

 

독재 치하에서 작성된 기존 헌법은 임신 중지를 금지했다. 새 헌법에서는 금지 조항이 삭제됐다. 하지만 여전히 임신 중지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도 없고, 예산도 배정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칠레에서는 아직 임신 중지권이 없는 셈이다. 합법화되지 않았고, 안전하지 않으며, 무상도 아니다. 포괄적인 성교육도 이뤄지지 않는다. 새 헌법은 모두를 위한 성과 재생산 권리를 인정할 것인데, 이는 임신 중지권을 위해 페미니즘 운동이 수년간 투쟁한 성과다. ‘빵과 장미에서 활동하는 우리는 새 헌법에 대해 환상을 품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투표와 관련해서는, 반대투표를 선동하는 우익과 보수 세력에 맞서자고 사람들에게 호소하며, 새 헌법의 내용을 한층 더 후퇴시키려 골몰하는 기존 중도좌파 정당들에도 맞서야 한다고 호소한다.

 

임신 중지권에 관해 보리치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보리치 정부가 페미니즘과 여성 투쟁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들의 입장은 훨씬 더 온건해졌다. 성폭력에 대해 강령적으로는 엄벌 조치를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경찰차에 무지개 깃발을 달아 놓는 수준이다. 정부는 자신의 온건한 정책에 좌파적 색채를 칠하려고 페미니스트의 언어를 사용한다. 정권을 쥔 정치연합 존엄에 찬성한다’(Apruebo Dignidad)는 공산당과 넓은 전선’(Frente Amplio)을 포함하는데, 이들은 자신을 제헌 절차의 수호자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태도는 어정쩡한 것으로 변했다. 30년간 이 나라를 이끈 뒤 지난 항쟁으로 도전받았던 낡은 중도좌파 연합에 압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칠레에서 빵과 장미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여러 현장과 대학에서 사회주의 페미니즘 교육을 벌인다. 공장과 병원, 학교에서 여성위원회를 조직한다. 병원과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노동자들의 파업에도 참여해왔다. 또한 우리는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의 공동활동으로서 총선에 사회주의 페미니즘 후보를 내세운다. 우리는 억압과 착취에 대항하는 모든 진보적인 투쟁에 개입하면서, 혁명과 사회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여성과 성 소수자들의 전투적인 운동을 건설하려 한다.

 

칠레에서는 빵과 장미에 테레사 플로레스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테레사 플로레스는 어떤 사람인가?

 

테레사 플로레스는 칠레의 노조 지도자로서 페미니스트이자 공산주의자였다. 1912년에 만들어졌고 나중에는 공산당으로 당명을 바꾼 사회주의노동자당(POS)의 창립자 중 유일한 여성이었다. 일생의 동반자인 루이스 에밀리오 레카바렌과 함께 그는 초석 광산 노동자들을 조직했고, 그들에게 자본가들의 착취에 맞선 투쟁을 위한 정치적 수단을 제공하려 했다.또한 플로레스는 노동자계급 여성들을 조직했고, 주부위원회도 만들었다. 그는 노동자계급 여성들이 토론하고 스스로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 세계 최대 규모의 초석 생산지가 칠레에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실업과 빈곤이 만연한 상황에서 초석 광산 노동자들도 격렬한 파업을 벌인 바 있다.]

 

미국에서 임신 중지권을 다시 쟁취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우리의 모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조직을 만들고 거리에서 투쟁하는 것이다. 2019년 칠레 항쟁에서 배운 주요한 교훈이 있는데, 지난 30년간 우리의 삶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체제를 지키는 데 전념해온 정당들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과 투쟁만을 믿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요구를 쟁취할 수 있다.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그 어떤 승리도 영구적일 수 없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 몸을 구속하는 억압에 맞선 투쟁은 고통과 야만으로 가득 찬 이 체제를 끝장내기 위한 투쟁과 직접 연결돼야 한다.

 

 

인터뷰 너새니얼 플라킨, 2022717

옮긴이 오연홍

*로 표시한 각주는 옮긴이가 붙인 것이다.

기사 원문

https://www.leftvoice.org/how-we-won-abortion-rights/

연재 소개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남성 혐오갈라치기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자유주의 페미니즘 또는 래디컬 페미니즘이 여전히 주류인 것도 맞다. 하지만 페미니즘에는 다른 길이 있다. 착취, 가난, 전쟁, 기후 위기로 점철된 자본주의라는 체제 안에서 남성과 더 잘 경쟁하기 위한 페미니즘이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를 깨뜨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페미니즘, 이를 위해 또 다른 누군가를 배제하는 게 아니라 모든 성별, 국적, 인종의 노동자와 청년이 똘똘 뭉쳐 함께 싸워야 한다고 외치는 페미니즘이 있다. 2003년에 아르헨티나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독일,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코스타리카, 스페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멕시코, 페루, 우루과이, 베네수엘라에서도 활동하는 국제 빵과 장미네트워크가 그것이다. 한국에서 노동자계급에 기반한 변혁적 여성운동을 건설하려는 우리는 혁명적 페미니즘의 중요한 사례로 빵과 장미를 주목하면서, 이들의 주장과 실천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회주의 페미니즘이란 이런 것이다(타티아나 코차렐리)

왜 여성이 사회주의를 위해 투쟁해야 하는가?(안드레아 다트리)

여성 노동자들이 훌륭한 여성 CEO’에 맞서 싸운 이유(타티아나 코차렐리)

우리는 임신 중지권을 이렇게 쟁취했다(너새니엘 플라킨)

혁명은 여성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안드레아 다트리)

사회적 재생산과 사회주의 페미니즘(호세피나 마르티네스)

페데리치의 주장에 대한 비판적 토론(호세피나 마르티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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