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사회주의 페미니즘이란 이런 것이다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신문

[번역] 사회주의 페미니즘이란 이런 것이다

연재_ 노동자계급 속에서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길을 개척하는 ‘빵과 장미’의 도전①

  • 오연홍
  • 등록 2022.12.21 13:14
  • 조회수 1,269

편집자 주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남성 혐오갈라치기부터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자유주의 페미니즘 또는 래디컬 페미니즘이 여전히 주류인 것도 맞다. 하지만 페미니즘에는 다른 길이 있다. 착취, 가난, 전쟁, 기후 위기로 점철된 자본주의라는 체제 안에서 남성과 더 잘 경쟁하기 위한 페미니즘이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를 깨뜨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페미니즘, 이를 위해 또 다른 누군가를 배제하는 게 아니라 모든 성별, 국적, 인종의 노동자와 청년이 똘똘 뭉쳐 함께 싸워야 한다고 외치는 페미니즘이 있다. 2003년에 아르헨티나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독일,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코스타리카, 스페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멕시코, 페루, 우루과이, 베네수엘라에서도 활동하는 국제 빵과 장미네트워크가 그것이다. 한국에서 노동자계급에 기반한 변혁적 여성운동을 건설하려는 우리는 혁명적 페미니즘의 중요한 사례로 빵과 장미를 주목하면서, 이들의 주장과 실천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회주의 페미니즘이란 이런 것이다(타티아나 코차렐리)

왜 여성이 사회주의를 위해 투쟁해야 하는가?(안드레아 다트리)

③ 여성 노동자들이 훌륭한 여성 CEO’에 맞서 싸운 이유(타티아나 코차렐리)

우리는 임신 중지권을 이렇게 쟁취했다(너새니엘 플라킨)

혁명은 여성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안드레아 다트리)

사회적 재생산과 사회주의 페미니즘(호세피나 마르티네스)

페데리치의 주장에 대한 비판적 토론(호세피나 마르티네스)

 

 *          *         *


이 기사는 아르헨티나에서 빵과 장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2003년에 처음으로 아르헨티나 전국여성대회에 참가했을 때 빵과 장미40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수천 명의 여성 노동자와 함께 거리와 현장에서 투쟁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한 명의 성전환 여성이 회사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다른 노동자들이 연대하며 파업을 벌였다. 크라프트식품 노동자들은 동료 여성 노동자를 성적으로 괴롭힌 관리자에 맞서 파업을 했다. 201738일에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리기 위해 펩시코 공장 노동자들, 교사들, 공항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다. 사회주의 페미니즘 단체인 빵과 장미는 이 모든 투쟁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 ‘빵과 장미는 아르헨티나에서 여성의 권리, 모든 노동자의 권리, 또 다른 유형의 억압에 맞서 노동자계급에 뿌리를 내리고 함께 움직이는 페미니즘 운동을 건설하는 데 기여했다.

 

빵과 장미란 무엇인가?

 

빵과 장미는 아르헨티나에서 처음 만들어졌고 지금은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멕시코, 스페인 같은 나라에서도 활동하는 사회주의 페미니즘 단체다. 우리는 이 고통스러운 자본주의 체제를 끝장내야만 전 세계 여성의 삶에 만연한 성차별을 끝장낼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에 바탕을 둔다. 우리는 즉각적인 민주개혁을 위해, 그리고 임신을 중지할 권리, 남성과 동등한 수준으로 생활임금을 받을 권리, 폭행과 강간, 학대를 피할 수 있는 권리 등 여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 권리를 위해 투쟁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안에서 여성과 성 소수자가 진짜로 해방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주의 혁명을 향해 나아가려 한다. 우리는 노동자계급이 혁명의 주체라고 여긴다. 이들은 자본주의 체제 전체를 깨부술 수 있고, 자본주의의 잿더미 위에서 새로운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 우리는 노동자계급이 페미니즘 운동과 단결하고, 흑인, 원주민, 성 소수자 등 또 다른 억압받는 사람들의 운동과 단결함으로써 무적의 세력이 될 수 있다고 여긴다.

 

빵과 장미는 페미니즘 운동이 노동자계급과 연결되고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채택하도록 밀어가면서, 아르헨티나의 광범한 페미니즘 운동 안에서 사회주의 진영을 형성하려 한다. 또한 우리는 네스토르와 키르치네르 정부 같은 탈신자유주의 세력을 포함한 자본가정당들을 통해서는 여성이 전진할 수 없다는 점을 페미니즘 운동이 이해하도록 독려한다.키르치네르 세력이 정권을 쥐고 세월이 흘렀지만, 아르헨티나인들은 여전히 임신 중지권을 누리지 못한다. 브라질 상황과 똑같다. 노동자당이 집권하고 여러 해가 흘렀는데도 여전히 임신 중지권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네스토르 키르치네르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는 2007년부터 2015년까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했다. 아르헨티나 여성운동의 주류는 키르치네르 같은 페론주의 세력을 지지하는 입장에 머무르고 있다.]

 

2000년대 초까지 대체로 아르헨티나 좌파는 여성 쟁점에 대해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페미니즘적인 토론은 대학에 국한됐고, 노동자와 좌파 단체들이 여성 쟁점을 진지하게, 또는 비중 있게 다루는 경우는 드물었다. ‘빵과 장미는 여성의 권리를 다루고 투쟁하는 마르크스주의 정치를 명료하게 드러내기 위해 태어났다. 따로 동떨어진 여성운동을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솟구쳐 오르는 노동자투쟁의 흐름 속에서 여성의 권리를 명확하게 표현하고자 빵과 장미가 등장했다. 그와 동시에, ‘빵과 장미는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사회주의 전망을 움켜쥐고 여성운동에 복무한다.

 

그 첫걸음으로, 2001년 사회주의노동자당(PTS)의 여성들이 <빵과 장미>라는 제목으로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썼다. 2001년은 대량 해고, 인플레이션, 정권의 동요로 점철되면서, ‘피케테로스’(피켓 든 사람들이라는 뜻)라고 불린 실업자 운동의 조건이 형성됐다. 그해 12, 노동자와 중간계급 일부가 대규모 시위와 반란을 일으켰다. 사회주의노동자당의 투사들은 특히 브루크만 공장의 여성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브루크만은 2001년에 사장이 버리고 간 의류공장인데, 그 뒤 대부분 여성인 노동자들이 그곳을 접수했다. 초기 몇 년간 경찰이 끊임없이 이 노동자들을 쫓아내려 했다. 사회주의노동자당은 언제나 이 노동자들과 함께 최전선을 지켰고, “여기에 사장 없이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브루크만은 노동자의 것이다, 그게 싫다면, 엿이나 먹어라!” 같은 구호를 외쳤다.

 

2002년에는, 사회주의노동자당의 노동자들이 네우켄 지방의 세라믹타일 공장인 사논을 접수하는 데 뛰어들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여성 노동자와 이들의 배우자, 가족까지 조직하면서 공장 내에 여성위원회를 만들었다. 브루크만과 사논은 2000년대 초 공장접수 물결의 일부였다. 노동자들은 공장폐쇄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면서, 공장을 접수하고 생산을 시작했다. 재가동된 공장들을 위한 전국 집회가 열렸을 때부터, 개별로 온 사람들과 더불어 여러 조직에서 온 여성들이 노동자계급 여성의 요구를 제기하면서 여성위원회에 참가했다.

 

2003년에는, ‘빵과 장미가 처음으로 전국여성대회에 참가했다. 이 대회는 30년 넘게 개최되면서 전국에서 여성과 페미니스트들을 불러 모았다. 당시에 빵과 장미참가단은 고작 40명에 불과했다. 우리와 함께한 여성들은 자유롭고 안전한 임신 중지권을 요구했다. 가장 최근의 여성대회가 201710월에 열렸을 때, ‘빵과 장미는 전국에서 모여든 4,000명의 여성과 성 소수자들을 이끌고 참가했다.

 

 

사진1.jpg

2017년 전국여성대회에 모인 빵과 장미참가자들

 

 

빵과 장미라는 이름은 1912년 미국 메사추세츠 주 로런스에서 임금삭감에 맞서 투쟁한 여성들의 빵과 장미 파업에서 따왔다. 우리는 빵과 장미를 내건 요구가 강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임금을 올리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등 노동자로서 권리를 요구한다. 우리는 아이를 기를 권리, 임신 중지권, 길거리에서 괴롭힘당하지 않을 권리 등 여성으로서도 권리를 요구한다. 우리는 예술을 즐기고, 여행하고,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할 수 있는 여가를 요구한다. 우리는 충만하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권리를 요구한다. 그것은 빵을 위한 권리이며, 또한 장미를 위한 권리다.

 

빵과 장미는 사회주의노동자당의 투사들이 조직한 것이지만, 사회주의노동자당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도 포함한다. 이것은 여성과 성 소수자의 단체다. 그러나 우리는 끊임없이 작업장과 대학의 남성 동지들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는 터프(TERF, 트랜스젠더를 배척하는 래디컬 페미니즘) 경향을 거부하며,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지지하고 함께 뭉친다.

 

빵과 장미를 창립했을 때부터, 우리는 대학은 물론 노동자계급 속에 더 깊게 뿌리내리고자 했다. 우리는 노동자계급 속에서 여성의 권리, 성 소수자의 권리를 위해 사람들을 결집하고자 한다. 그런 활동의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노동자계급 속에서 활동하는 빵과 장미

 

빵과 장미는 전국 곳곳의 공장과 작업장에서 여성위원회를 만들고자 한다. 이 여성위원회는 여성 노동자들로 구성되며, 남성 노동자의 배우자나 어머니, 딸도 포함한다. 이런 유형의 위원회는 세계산업노동자연맹(IWW)이 조직한 파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산업노동자연맹은 여성위원회 조직을 지원하면서 여성이 노동자투쟁에 참여하고, 정치활동에 관여하고, 노동자투쟁에 영향받은 다른 여성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이는 많은 여성이 혼자 또는 약간의 지원을 받으며 집안일을 하고 애를 돌보느라 겪는 고립을 깨뜨리는 것이며, 가정의 문제를 공동의 영역으로 끌어내는 것이기도 하다. 가정에서 여자가 할 일이라는 것을 없애고 그런 일을 사회화된 방식으로 다룰 수 있는 공적 영역으로 끌어내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에서 빵과 장미는 몇몇 작업장에서 이뤄진 여성위원회 건설을 도왔다. 크라프트 공장 사례를 보면, 한 여성 노동자가 관리자에게 성적인 괴롭힘을 당하자 여성위원회가 파업을 조직하는 데 나섰다. 그 여성 노동자는 원래 회사 내부절차를 거쳐서 이 문제를 고발했는데, 고발을 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회사에서 정직을 당했다. 해당 관리자를 쫓아낼 때까지 야간근무조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파업 다섯 시간 만에 그 관리자는 쫓겨났다.

 

남성 노동자의 아내들과 함께 여성위원회가 조직되기도 했다. 2014년에 노동자가 통제하기 시작한 인쇄공장 도널리 사례다. 노동자의 통제를 관철하는 데 여성이 중심적인 버팀목 구실을 했다. 규찰대에 참여했고, 노동자 통제에 지역사회의 지지를 끌어모았다. 이들 여성의 상당수가 이후 도널리 공장의 노동자가 됐다. 노동자의 자녀들을 위해 아침 5시부터 밤 10시까지 어린이집이 가동됐다. 이곳의 노동자들은 니우나메노스 운동(Ni Una Menos, ‘한 명도 더 잃을 순 없다’)3.8 여성의 날 투쟁에도 참여했다. 남성들과 성차별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 공장 안에서 워크샵도 열었다.

 

니우나메노스 운동과 빵과 장미

 

오늘날의 아르헨티나 여성운동은 거대한 니우나메노스 운동을 거치며 모양새를 갖췄다. 전국에서 수많은 여성이 거리로 나왔다. 니우나메노스라는 말은 멕시코에서 시작됐다. 사장과 정부, 마약 카르텔이 수출자유지역의 저임금 하청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살해에 함께 연루됐다.

 

여성 살해는 멕시코에 한정된 게 아니었고, 오래지 않아 아르헨티나에서도 몇 차례 크게 공론화된 여성 살해가 일어난 뒤 페미니스트들이 같은 구호를 채택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처음으로 니우나메노스 시위가 일어난 2015년에는 30만 명이 국회 앞에 모여 여성 살해를 규탄했다. 그때부터 해마다 수많은 이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때로는 1년에 한 차례 이상의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빵과 장미는 국가가 정당화해주고 재생산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기나긴 사슬 마지막 고리가 여성 살해라고 간주한다. 라틴 아메리카 대부분의 나라와 마찬가지로, 아르헨티나에서 임신 중지권은 합법화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여성이 목숨을 잃는다. 지난해에는 한 여성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그 여성은 불법으로 임신 중지를 한 뒤, 살인죄로 고발됐다. 정부는 가정폭력에 맞서겠다며 립서비스를 늘어놓지만, 이를 위한 예산은 빈약하고 가정폭력을 겪는 여성을 위한 국가의 지원은 부재하거나 형편없는 수준이다. 미국에서도 그렇듯이, 여성이 성차별적 폭력에 피해를 겪었을 때 이들은 국가에 의해 또다시 피해를 겪는다. 그들은 경찰이고, 법원이며, 피해자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말하는 자들, 피해자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자들이다. 이것은 가난이라는 제도적 폭력에 덧붙는 또 하나의 제도적 폭력이다.

 

거대한 니우나메노스 운동 덕분에, 노동자계급 속에서 여성운동에 대한 자각과 지지가 생겨났다. 그 결과로, 국제 여성의 날에 아르헨티나 여러 산업부문에서 파업이 조직됐다. 펩시코 공장에서 파업은 아침 5시부터 시작됐다. (파업을 회피하려는) 기존 노조 지도부에 반대하는 입장의 현장위원회가 총회를 소집했고, 투표를 거쳐 파업이 성사됐다. 부에노스아이레스공항에서는 라탐항공 노동자들이 체크인 서비스를 중단했다. 여기에서도 노조 지도부에 반대하는 경향이 총회를 조직해서 파업을 밀어붙였다. 교사들은 3.8 여성의 날 바로 전날에 파업과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여러 부문의 교사들이 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노조에서 내부투쟁을 벌였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이에 성공한 여러 사례가 있었다. 이런 파업에서 빵과 장미회원들은 기존 지도부에 반대하는 현장위원회에 참여했으며, 3.8 여성의 날 파업을 조직하기 위한 투쟁에서 다른 모든 성별의 동료들과 함께 단결했다.

 

펩시코 투쟁과 니우나메노스 운동

 

펩시코 공장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축에 속하는 곳으로서, 여성의 권리를 지지하며 여러 차례 파업을 벌였다. ‘빵과 장미회원들의 리더십에 힘입어, 현장위원회는 하청 제도에 반대하고, 출산휴가를 늘리며,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을 이끌었다.

 

지난달 말에 이 노동자들은 공장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600명이 실업자가 될 판이었다. 대부분 여성인 이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공장을 점거하기로 했는데, 이후 경찰이 투입되면서 폭력적으로 밀려났다.

 

600명의 펩시코 노동자들은 해고됐고, 공장은 폐쇄됐다. 노조는 이들의 투쟁을 지원하지 않고 있지만, 이 노동자들은 지금도 공장을 점거하고 있다.

 

이 노동자들 다수는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자신의 투쟁이 여성의 권리를 위한 투쟁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니우나메노스(‘한 명도 더 잃을 순 없다’)가 펩시코 공장의 폐쇄에 반대하는 투쟁을 뜻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이 투쟁의 리더인 카티 발라게르는 연대집회에 모인 30,000명의 참가자들 앞에서 한 명도 더 일자리를 잃을 순 없다고 적힌 점퍼를 입어 보였다.

 


사진2.jpg

Ni Una Menos Sin Trabajo, ‘한 명도 더 일자리를 잃을 순 없다

 

 

성차별과 성 소수자 혐오에 맞선 투쟁이 노동자계급을 전진시킨다

 

빵과 장미는 사회주의노동자당의 투사들과 이 당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 함께 만든 단체다. 하지만 사회주의노동자당 내에서 빵과 장미회원들만이 가부장제와 동성애 혐오, 성전환자 혐오에 맞서 싸우려는 것은 아니다. 이 투쟁에는 모든 당원이 달라붙는다. 억압에 맞선 이러한 투쟁이 작업장에서 벌어진다면 그것은 노동자계급의 전진을 뜻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런 사례가 마디그라프 공장에서 만들어졌다. 지난 몇 년간 그 공장을 노동자가 통제했다. 그 이전에는 사장이 오직 남성만 고용해서 일하게 했다. 여기서 한 노동자가 자신이 성전환 여성이라는 사실을 밝혔는데, 사장은 이 여성이 여자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하게 막았다. 노동자들은 이 여성이 여자 화장실을 이용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그리고 사장에게 성전환 혐오에 맞서 들고 일어설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파업을 조직했다.

 

마디그라프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가 이렇게 얘기했다. “이 경험을 하면서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이 더 성장했고, 작업장에서 집단적인 의식도 성장했습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공장에서 못 본 체하며 덮어놨던 사안에 대해서도 사장과 맞서 싸우기로 결단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일이 있고 몇 년 지난 뒤 이곳은 노동자가 통제하는 공장이 됐다. 성전환 노동자를 지지하며 파업을 벌이자는 주장을 제기한 사람들의 다수는 사회주의노동자당 투사들이었다. 그들은 빵과 장미회원들은 아니었지만, 성차별, 가부장제, 동성애 혐오와 성전환 혐오에 대해 규칙적으로 토론하고 정치적인 활동을 벌인다.

 

빵과 장미와 좌파노동자전선(FIT)

 

여성 쟁점을 다루는 것은 현장 투쟁이나 페미니즘 운동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회주의노동자당은 투쟁적인 활동의 모든 측면에서 여성 쟁점을 대중적인 규모로 다루고자 한다. 선거에서 여성 쟁점을 다루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사회주의노동자당은 좌파노동자전선을 이루는 세 개 정당중 하나다.

[*좌파노동자전선은 2011년 사회주의노동자당(PTS), 사회주의좌파(IS), 노동자당(PO)이 함께 결성했고, 2019년에 노동자사회주의운동(MST)이 추가로 참여했다.]

 

좌파노동자전선이 선거에 나가는 것은, 사회주의로 가는 길을 선거로 열어갈 수 있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연단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회에 한 명의 의원이 있고, 주의회와 지방의회에 십수 명의 의원이 있다. 우리는 그 의석을 활용해서 자본가정당들을 규탄하고, 노동자와 청년, 여성의 투쟁을 지지하며 관심을 끌어모으려 한다. 중요한 점은, 선거에서 당선된 모든 우리 의원은 교사와 같은 수준의 수당*만 받고 나머지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기부한다는 점이다.

[*아르헨티나 교사들의 평균연봉은 한국 교사들의 3분의 1 수준이다.]

 

 

사진3.jpg

201910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된 좌파노동자전선 집회

 

 

대통령선거 때 전국에 중계된 TV토론회가 있었다. 대통령 후보 중에는 여성들도 있었지만, 사회주의노동자당 후보로 나온 니콜라스 델카뇨가 유일하게 임신 중지권 얘기를 꺼냈다. 그와 더불어 지방과 연방 의회에서 활동하는 모든 좌파노동자전선 의원들이 여성의 권리를 다룬다. 우리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대응하는 전국비상계획에도 공동주관으로 참여한다. 이것은 예산도 제대로 배정되지 않고 폭력 피해에 즉각 대응도 못하는 기존의 취약한 보호 방안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다.

 

니콜라스 델카뇨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단기간 사용할 수 있는 주택을 확보하고, 부유세를 걷어 여성이 집을 구할 수 있도록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좌파노동자전선은 현재 취업 중인 노동자가 가정폭력을 겪을 때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는 법안을 제안했다. 여성이 전문가의 상담과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법안도 제출했다. 이것은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좌파노동자전선이 내놓은 수많은 제안의 일부일 뿐이다.

 

사회주의노동자당은 더 나아가 당 강령의 모든 측면과 연관 지으며 사회주의 페미니즘 쟁점들을 토론한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의 중간선거에서 사회주의노동자당은 6시간 노동제와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최저임금을 위한 운동을 제안했다. 이것을 토론하는 방식 중 하나는 이 운동을 여성에게 부과되는 이중 노동, 그러니까 직장으로 일하러 가고 그다음에는 집으로 일하러 가는 것과 같은 여성 쟁점과 연계하는 것이다.

 

사회주의 페미니즘과 노동자계급

 

때때로 다른 나라의 역동적인 좌파 운동에 대해 들을 때, 우리는 한편으로 놀랍다는 생각도 하지만, 미국에서 그렇게 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노조 관료제가 너무나 단단하게 자리 잡았고, 노동자계급은 극심한 패배를 겪었으며, 국가권력은 아주 강력하고, 사회주의자들은 너무나 취약하다는 등의 이유가 있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다. 미국에서 운동을 조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라틴 아메리카나 다른 어떤 곳에서도 마법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아르헨티나에서 3.8 여성의 날에 파업이 벌어진 것은 좌파가 노동자계급 속에서 끈질기게 조직했기 때문이다. ‘빵과 장미40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여성대회에 4,000명이 참가할 정도로 성장했다. 40명이었던 이 단체는 이제 파업을 일으키기 위해, 여성의 권리를 위해,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전국 곳곳의 현장에서 투쟁한다. 미국에서도 그 교훈을 이어가야 한다. 자본주의 국가로부터, 자본가정당들로부터 독립적인 운동을 조직하는 것만이 우리가 전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교훈을.

 

글쓴이 타티아나 코차렐리, 2017724

옮긴이 오연홍

*로 표시한 각주는 옮긴이가 붙인 것이다.

기사 원문

https://www.leftvoice.org/this-is-what-socialist-feminism-looks-like/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