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의로운에너지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공동선언' - 발전노조 태안화력지부 이재백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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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의로운에너지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공동선언' - 발전노조 태안화력지부 이재백 지부장

  • 백종성
  • 등록 2022.11.02 20:00
  • 조회수 480

편집자 주: 발전노조 태안화력지부 이재백 지부장은 지난 9월 기후정의행동과 924 기후정의행진 과정에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공동선언>을 제안하고 조직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이 이재백 지부장을 만났다.

 

사진: 발전노조

 

먼저 본인 소개를 해달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고 있다. 발전노조 태안지부장을 맡고 있다. 발전노조는 5개 발전회사와 한전산업개발, 도서전력, 한국발전인재개발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조직대상으로 조직되어 있다. 2010년, 이명박 정권과 사측, 어용세력의 노조와해 공작으로 대표노조 지위를 상실했다.

 

9월 기후정의행동 과정에서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공동선언>을 태안화력 6개 원하청 노동조합이 진행했다.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말이 이전보다 익숙해졌지만, 아직 현장으로부터의 정의로운 전환운동이 흔치 않은 상황이다. 이번 공동선언을 진행한 목적은 무엇인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석탄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를 풍력과 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이 명제에 대해 반대하는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폐쇄되는 석탄발전소 노동자의 일자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새로운 일자리는 임금이나 복리후생에서 후퇴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전에 폐쇄된 발전소에서는 많은 노동자가 해고되었고 운 좋게 살아남은 노동자도 나쁜 일자리로 이전했다. 앞으로는 석탄발전소 폐쇄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폐쇄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싸워야 한다. 정부에 읍소하거나 압력용 집회에 노동자를 동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노동자들의 힘을 만들어야 한다. 공동선언은 현장노동자들의 힘을 아래로부터 조직하기 위한 첫 출발이었고 그 가능성을 보였다고 생각된다.

 

선언 중 재생에너지 공적 소유가 들어가 있다. 재생에너지가 공적으로 소유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민자발전의 피해가 심각하다. 한전이 올 상반기에만 14조3천억 원의 영업적자가 났을 때 7개 민자발전사는 영업이익 1조600억 원을 챙겼다. 1/4분기 8,3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1년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적은 2/4분기에도 전 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률이 952% 늘었다.

 

노동자 민중의 가벼운 호주머니를 털어 자본의 배를 불리는 것이다. 오죽하면 횡재세 얘기가 나오겠는가? 재생에너지도 민간에 맡겨진다면 똑같은 병폐가 나타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발전현장은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작년 말까지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사업은 13.7GW이다. 원자력발전소 14기에 해당하는 용량이다. 대부분 외국계 민간자본에 의해 건설되고 있다.

 

하지만 공적 재생에너지 사업은 그나마 있던 것도 없어지게 생겼다. 정부가 발전공기업을 부채중점관리 기관으로 지정해서, 발전공기업은 5년간 2조 원이 넘는 재생에너지 투자 연기계획을 제출했다. 이대로라면 재생에너지가 급속히 확대되고 탄소중립이 달성되어 기후위기를 용케 극복하더라도, 노동자 민중은 재생에너지 자본의 폭리라는 새로운 우환과 맞서야 할지도 모른다.

 

또 하나, 재생에너지 공적 소유는 일자리 문제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공공부문이 재생에너지 분야를 주도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석탄발전소 폐쇄로 해고되는 노동자들을 흡수해야 한다.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에너지 전환이 아니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과거 ‘한전의 독재’ 등 이유를 들어 재생에너지 국유화와 공적 소유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상당하다. 대안으로 에너지 협동조합 등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입장이 어떠한가.

 

사실 에너지 협동조합에 대해 잘 모른다. 성공한 에너지 협동조합 사례도 거의 들어 본 적이 없다. 따라서 협동조합에 대한 입장을 정확히 밝힐 수는 없다. 사실 자본주의에서 노동자 민중을 위한 기업은 없다. 다른 형태의 기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 다만, 노동자 민중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소유구조와 경영을 요구하며 싸울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한전이 여러 약점을 가졌지만 다른 나라의 전기회사, 특히 민영화된 전기회사보다는 장점이 있다. 필요한 것은 노동자 민중의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지, 발전산업을 쪼개는 것이 아니다.

 

2001년 한전이 6개 발전회사로 분할됐다. 발전회사들을 경쟁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경쟁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거의 없다. 오히려 관리자는 몇 배 늘었고 구매경쟁으로 석탄 가격만 높였다. 이런 이유로 자본가 정치인과 학자들 사이에서도 다시 합쳐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선언의 성과가 있었다면?

 

원하청 노동자 모두 반응이 좋았다. 9월 기후정의집중행동 주간에 3회에 걸쳐 출근선전전을 진행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현장이 아주 침체된 것 같지만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을 확인했다. 무엇보다 원·하청 노동자가 한목소리를 내고 함께 싸울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사실 태안화력은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 원청과 하청노동자가 서로 반목하는 상황이 조성됐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뭔가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 원하청 공동실천으로 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 나아가 노조 간부와 활동가가 제대로 활동한다면 기후위기와 발전소 폐쇄에 따른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해 함께 싸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게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된다.

 

정부의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4년까지 가동 연한 30년 도래하는 석탄발전소 30기 폐쇄계획을 세웠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고용보장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이며 현장노동자로서 어떻게 대응해야한다고 보는가

 

정부나 지자체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대책을 내놓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자리 알선이나 실효성 없는 교육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탄화력발전소 절반이 몰려 있는 충청남도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와 자동차 산업전환 등을 논의하기 위해 정의로운 산업전환위원회를 신설하기로 민주노총과 합의했지만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미 합의한 ‘대책기구’마저 없애고 있다.

 

노동자의 강력한 투쟁이 없다면 저들은 이런 상황을 방치하고 악화시킬 것이다. 현장노동자가 똘똘 뭉쳐 기후위기와 정부나 지자체의 무대책에 맞서 싸워야 한다. 작더라도 노동자의 힘을 총동원할 수 있는 원·하청 공동투쟁을 차근차근 조직하자.

 

많은 사람들에게 노동자들은 ‘준 기후악당’처럼 느껴진다. 기후재난이 오건 말건 기후악당기업 철폐를 반대하는 것으로, 잔업특근만 주어지면 되는 것으로 아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 원·하청 발전소노동자들의 정서는 어떠한가.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현장노동자들의 겉모습은 대체로 무관심이 주를 이루는 것 같다. 관심을 드러내는 부분도 고용문제에 집중된 것 같다. 그러나 ‘준 기후악당’으로 느낄 만큼 절망적이지는 않다. 발전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 설문조사를 한 결과 74%의 노동자가 ‘고용이 보장된다면 다니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땀이 배고 추억이 담긴 발전소 폐쇄에 동의하는 것은 여간 큰 결단이 아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기 때문에 자기희생적인 결정이 가능하다고 본다.

 

현장에서 보이는 무기력한 모습이 현장노동자의 진짜 모습은 아닐 것이다. 또 이를 비판하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장노동자가 기후위기를 해결할 주체로서 나설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태안화력은 김용균이 숨진 사업장이다. 원·하청 노동자가 연대했더라면 안타까운 죽음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용균의 죽음 이후, 현장은 달라진 점이 있는가. 없다면 어떻게 싸울 것인가

 

약간의 변화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소소한 변화를 열거하는 것은 별로 의미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규직화 제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정규직 전환을 외치고 있다. 공동선언 이후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한 태안화력 노동자 모임’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추진하고 있다. 현장의 힘으로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원·하청 노동자의 단결을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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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 공동선언] 

 

기후위기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이대로 가면 인간을 비롯한 지구 생명체의 생존은 물론이고 가까운 미래의 삶도 위협받을 상황에 이르렀다. 가뭄과 홍수, 기근, 새로운 질병, 생태계의 교란 등 수많은 문제들이 이미 터져나오고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인간의 활동은 중단되어야 한다. 특히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화석연료의 사용은 중단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불러오지 않을 때만 진정 정의로운 전환이 될 수 있다. 

 

발전소노동자가 수년에서 수십 년 몸담았던 석탄화력발전소는 직장을 넘어 삶 그 자체이다. 그러나 심각한 기후위기 속에서 석탄발전소 폐쇄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나왔듯이 74%의 노동자가 ‘고용만 보장된다면 다니던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전노동자들의 이런 자기희생적인 충정과는 다르게 정부는 석탄발전소 폐쇄로 발생되는 노동자 해고 등의 문제에 대해 거의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책이라고 내놓은 건 재취업 알선이나 실효성 없는 교육이 전부다.

 

지난 보령1‧2호기(2020년), 호남1‧2호기(2022년), 울산4‧5‧6호기(2022년)가 폐쇄되면서 58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 대부분은 2차 하청노동자들이다. 해고되지 않고 재배치된 노동자들의 처지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임금이 삭감되고 노동강도가 늘어난 경우가 태반이다. 이러한 일방적 희생은 즉각 시정돼야 하고, 재발 방지책이 도입되어야 한다. 더욱이 석탄발전소 폐쇄 속도가 과거보다 훨씬 빨라질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 속에서 노동자 총고용 보장 등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노동자가 배제되고 일방적으로 피해를 강요받는 상황에서 정의로운 전환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

 

전력산업은 화석연료 사용이 중단되고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로 재편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민간주도로 이뤄지는 재생에너지 사업은 매우 우려스럽다. 2021년 12월까지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사업은 55건, 13.7GW이지만 이 중 대부분이 맥쿼리 등 외국민간자본에 의해 건설되고 있다. 민간주도의 전력산업은 자본에겐 천문학적인 이윤을 안겨주지만 노동자민중에겐 공급 불안정과 요금폭탄으로 다가올 것이다. 한전이 상반기에만 14조 넘게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민간발전소는 역대급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민간주도의 전력산업이 어떨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기후위기마저도 돈벌이 도구로 여기는 자본의 횡포를 막지 못하면 재앙은 계속 확대될 것이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공공적 재생에너지로 재편해야 한다. 아울러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모든 노동자의 총고용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공공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하면, 노동자 고용보장과 에너지의 공공적 성격 모두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노동자들은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하나,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모든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라!

하나, 전환된 일자리는 임금 저하와 노동강도 강화 등 노동조건 저하가 없어야 한다!

하나, 전력산업의 민영화를 반대한다! '은밀한 민영화'를 비롯한 모든 민영화를 중단하라!

하나, 6개 발전공기업을 통합하고 모든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라!

하나, 민간주도의 재생에너지 건설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공기업을 건설하라!

 

발전노조태안지부·금화PSC태안지회·한산태안발전지부·KPS비정규직발전노조태안지회·한국발전기술태안지회·서부발전운영관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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