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상]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려면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신문

[기고] [영상] 대한민국에서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려면

[편집자 주] 이 글은 27일 세종호텔공대위가 연 “세종호텔 해고자와 함께하는 성평등 문화제”에서 발표된 허지희 세종호텔지부 사무장의 발언 전문입니다. 여성노동자는 평소에는 직장 내 성폭력과 성차별에 시달리다 위기라도 닥치면 가장 먼저 쫓겨납니다. 하지만 여성노동자도 똑같은 노동자이자 똑같은 해고자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많은 여성이 직장생활을 하려면 겪어야 하는 ‘구조적 성차별, 성폭력’을 허지희 사무장이 발언합니다. 

 

 

 

호텔 남자사우나 식당의 서빙은 여성이 했습니다.
고객의 가운 사이에서 성기가 보입니다.
직원은 놀라 눈을 돌립니다.
고객은 킬킬거립니다.
사우나식당에서는 이런 일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호텔대표전화 중계대에서 벨이 울립니다.
전화를 받자 남성이 숨이 꼴깍 꼴깍 넘어갑니다.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다시 옵니다.
안 받을 수 없습니다.
변태인지 고객인지 모르니까요.
몇 통의 전화를 끊어 버리자 욕을 합니다.
온갖 성적인 단어가 들어간 욕설입니다,
전화교환은 근무 내내 변태에게 시달립니다.

커피숍에서는 룸서비스를 가야합니다.
어린 후배들이 무슨 꼴을 당할지 몰라 기혼인 선배가 갑니다.
기혼여성도 객실 벨을 누르며 두렵긴 마찬가지입니다

청소하라는 요청으로 여성 룸어텐던트가 객실에 들어갑니다
고객이 팬티만 입고 TV를 봅니다.
너무 놀라 다시 오겠다고 말하니
지금 당장 청소를 해달라고 합니다.
변태가 객실로 따라 들어올까
욕실로 따라 들어올까
무섭고 떨려서 내 심장 뛰는 소리가 귀에 들립니다.
왜 룸어텐던트에게 프릴이 달린 스카프로 머릴 묶게 하는지 원피스 유니폼이 역겹습니다.

서비스업의 성희롱은 너무도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나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건데
고객은 자신이 지불한 서비스 차지에 성희롱의 가격이 포함된 듯 행동합니다.

고객만 그럴까요?
세종호텔 부서회식에서 부장 임원들 옆자리엔 젊은 여직원을 앉힙니다.
자리를 정해주는 사람은 여성 선배입니다.
부장님 술잔 빌 때마다 공손히 따릅니다.
2차를 가면 부장님과 안고 블루스도 추랍니다.
원만한 직장생활을 위해 열심히 합니다.
이 정도는 참을만합니다.
회사 야유회에서 같은 방향 버스를 탄 후배가
둘이 한잔 더 하자고 손을 비비적거립니다.
패주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협업관계인 업무특성상 서로 껄끄러워지기 부담스럽습니다
속이 안 좋다고 화장실로 도망갑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직장생활하려면
이 정도는 참고 일해야 합니다.
더 지독한 일을 당하는 동료도 있다고 합니다.
서로 말을 안 할 뿐입니다.
여성들은 모르지 않을 겁니다.
참고 참고 일하다가 여성이 나이가 들면 존중감이 생길까요?
아닙니다. 
나이 든 아줌마는 더 이상 여성도 아닙니다
호봉만 높으니 퇴출대상입니다.
세종호텔의 나이든 아줌마의 퇴출방법은 룸어텐던트로 전환배치입니다.

청소업무로 발령 내면 선배들은 모멸감으로 퇴사했습니다.
좀 버텨보려 해도 일이 너무 힘들어 퇴사합니다.
회사도 그걸 원합니다.
결국 룸어텐던트 파트는 코로나로 용역회사로 넘어갑니다.
그렇게 여성은 비정규직이 되어갑니다.

그러나 우리는 회사가 원하는 
그런 퇴사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해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사처럼 퇴사도 내가 결정해야 합니다.
코로나만 들이대면 업종을 막론하고
경영위기가 인정되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코로나는 더 이상 해고의 핑계가 되지 않습니다. 
180개 방 이상이 차고 객실 당 12만 원 이상 받습니다.
조식도 없이 룸서비스도 없이 특2급 호텔을 운영하겠다는 억지는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해고되어서야 직책이나 근무 년 수에 상관없는 동등한 동지가 되었습니다.
우리 해고자들이 복직하게 되면 이전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안전하며 성평등한 회사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여성도 똑같은 해고자입니다 .
똑같은 노동자입니다.
같이 삽시다.
각자의 다름을 인정하며.
같은 생명으로 귀하게 삽시다.

오늘 성평등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만들어 주신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을 포함한 공대위 동지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관련기사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