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축하 기고 - 조돈희]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조직출범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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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출범축하 기고 - 조돈희]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조직출범에 부쳐

 

1987년 이후 ‘사회주의 정치조직’ 또는 ‘진보주의 정당’들이 노동자 민중들에게 뚜렷한 존재감을 주지 못했을 뿐 아니라 기대감조차 못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성과와 노동자 대투쟁의 폭발로 힘을 얻은 진보정치세력과 혁명적 사회주의 정치세력은 노동자계급에게 희망을 얻어 지역과 공장에서 노동자 민중들과 함께 근본변혁을 위한 활동에 주력해 왔다. 물론 구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함께 현장을 떠난 정치세력도 많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굳건하게 버티며 활동가들을 재생산해내면서 지역과 현장을 지키는 많은 운동가와 정치세력들이 끈질기게 ‘생존’해 있다. ‘전진’에 참여하고 있는 동지들도 그러한 부류에 속하는 분들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1987년으로부터 35년이 지난 현재 우리들(혁명적 사회주의부터 진보정치운동과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냥 ‘생존’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동지들은 ‘생존’하는 것만을 넘어 체제를 뒤흔들 세력 구축을 위해 ‘전진’을 결의한 것인가 생각해 본다.

 

2000년 1월 30일에 민주노조운동이 일구어낸 노동자 정체세력화의 실체 ‘민주노동당’이 창당했었다. 민주노동당은 의회주의 정당이었지만 노동자계급이 당의 주체였고 노동자들로부터 기대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반면, 의회주의 정치세력화에 참여하지 않았던 정치세력들(나도 이에 포함된다)은 이와는 다른 대안적 노동자 정치세력으로서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보여주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세력 확장에도 실패했다. 노동자 계급투쟁에의 열정과 헌신성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왜 그랬을까? 왜 혁명적 사회주의 정치세력은 위협적인 정치세력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을까?

 

자본가계급이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혁명적 사회주의 정치세력은 과거 민주노동당 같은 정당 건설을 꿈꾸진 않는다. 혁명적 사회주의 정치세력은 오히려 자본가계급이 지배하는 질서를 근본적으로 파괴함으로써 진정한 노동자계급의 정치세력이 구축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혁명적 사회주의 정치세력의 지향은 자본가계급이 지배하는 질서 내에서 경쟁하는 의회주의 정당 건설과는 거리가 멀다. 혁명적 사회주의 정치세력의 성장은 노동자 민중과 함께 투쟁함으로써만 가능하다. 혁명적 사회주의 정치세력은 노동자 민중들 뒤에 있지 않다. 그들의 앞에 있거나 그들의 속에 있다. 그들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제언컨대, 이제 ‘전진’은 앞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이 아직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민주노조를 이끌어갈 중심 주체로 나서기를 멈칫해선 안 된다.

 

민주노조 선거를 통해 집행부가 되어 ‘제대로 된’ 민주노조운동이 무엇인지 보여 줄 순 없을까? 아직도 노조를 기피하거나 노조가 무엇인지 근로기준법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불법 무한 착취가 가능한 공장들이 있다. 바로 이러한 전 세계 노동자들이 뒤섞여 무한 착취를 당하며 일하는 공단을 찍어서 끈질긴 조직화에 조직의 힘을 쏟아 부을 순 없을까?

 

내가 사는 곳은 울산이고, 나는 현대중공업 해고자 출신이다. 현재 내가 일하고 있는 사무실은 현대자동차 4공장 정문 앞쪽에 있다. 나는 현대중공업에서 일찌감치 쫓겨나 내가 하고 싶었던 운동을 일궈내지도 못한 패배한 활동가가 되었지만 그 현대중공업 공장에서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민주노조운동이건 사회주의 정치활동이건 제대로 된 운동이 펼쳐지는 것을 보고 싶다.

 

한편, 조선블럭 생산공장들이 모여있는 온산공단, 전 세계 노동자들이 일하는 그곳에 노동자투쟁의 깃발이 휘날리는 것을 보고 싶다. 그 중심에 사회주의를향한전진 동지들이 서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동지들이 지향하는 것들이 가슴에 안겨지길 바라 마지않는다.

 

울산에서 2022.10.18. 조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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