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파업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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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파업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이유

모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대학을 항하여

  • 조형우
  • 등록 2022.10.19 10:00
  • 조회수 355

지난 10월 4일, 총장실 앞 무기한 철야농성을 시작했던 덕성여자대학교 청소노동자들(공공운수노조 덕성여대분회)이 농성 9일 차인 10월 1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대학본부가 추진하는 청소용역비 동결과 노동강도 강화를 저지하고, 시급 400원 인상과 휴게·샤워실 개선을 이뤄내는 것이다.

 

연대가 절실하다

 

‘시급 400원 인상’과 ‘휴게·샤워실 개선’은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산하 13개 대학 사업장의 공통 요구이다. 월급 185만 원을 받는 대학 청소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액에도 못 미치는 시급 400원 인상과 휴게·샤워실 개선은 최소한의 생존권이다. 그런데도 서울지역 13개 대학사업장 집단교섭은 순탄치 못하다.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본관 점거투쟁 끝에 합의를 끌어낼 수 있었고, 다른 12개 대학사업장이 잠정합의를 한 상황에서 덕성여대가 요구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덕성여대가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다른 12개 대학사업장 잠정합의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13개 대학사업장이 모두 합의해야 타결되는 집단교섭에서 마지막 남은 덕성여대 투쟁은 결코 질 수 없는 싸움이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파업투쟁에 연대가 절실한 이유다.

 

노동자와 학생을 가르는 덕성여대 대학본부와 김건희 총장

 

덕성여대 본부가 청소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를 짓밟는 중심에 김건희 총장이 있다. 덕성여대 김건희 총장은 지난 9월 28일 <사랑하는 학생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학교 게시판에 발행했는데, 이 글은 청소노동자에 대한 온갖 비방과 차별, 노동자/학생 갈라치기로 점철되어 있다.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 캠퍼스의 안정과 평화로움이 있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학내에서 ‘투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라는 도입부만 보더라도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에 대한 김건희 총장의 왜곡된 시선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김건희 총장이 ‘청소노동자 임금을 인상하면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사용할 예산이 줄어든다’는 투로 노동자와 학생의 이해관계를 대립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김건희 총장은 학생들을 위해 청소노동자 임금을 1원도 올릴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우리 학생들이 희망하는 목표대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대학의 역량을 집중해도 부족할 시기에 학내에서의 쟁의행위는 구성원들에게 불편해 보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노동자와 학생들을 가르는 데 급급하다. 이러한 김건희 총장의 분열책에도 불구하고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은 끈질기게 투쟁하고 있고, 여러 학생도 연대하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의 면담 요구와 학생들의 연서명 전달을 회피하던 김건희 총장은 총장실 앞 농성이 시작되자 도서관장실로 도망간 상황이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투쟁, 원청사용자성 인정을 절박하게 요구하는 낮은 목소리

 

덕성여대 대학본부와 김건희 총장의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해당 글은 ‘청소노동자 다수가 현재 급여에 만족하고 다른 학내 노동자들과 차별하지 않았다’, ‘중간착취는 없었다’는 등 조금만 알아봐도 들통나는 거짓말로 가득 차 있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의 고용형태는 간접고용이며, 간접고용은 그 자체로 중간착취체제다. 즉, 김건희 총장은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이며, 사용자로서의 교섭의무를 다해야 한다. 생존을 위한 절박한 요구에 성실하게 응답하기는커녕 모든 책임을 회피하는 덕성여대 대학본부와 김건희 총장의 태도를 보라. 끝도 없는 물가인상이 지속되는 지금,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투쟁은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에게 물가인상의 고통을 전가하는 악질적 간접고용체제를 끝내야 할 이유를 여실히 드러낸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투쟁은 원청사용자성 인정과 손배가압류 금지, 노조법 2조·3조 개정을 가장 절박하게 요구하는 낮은 목소리다.

 

 

대학노동자의 생존권과 학생의 학습권은 하나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한 10월 12일 집회에서, 일부 학생들은 시험 기간인데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 연세대학생의 청소노동자 고소 사건에서도 나타났듯 대학 노동자 투쟁이 있을 때마다, 학습권을 이유로 반발하는 학생이 나오는 것은 어느덧 당연한 일이 된 것 같다. 그러나 학생들의 학습권과 청소노동자들의 권리는 절대 상충하지 않는다. 오히려 양자는 하나의 권리다. 청소노동자들 없이 학생들의 쾌적한 학교생활과 학습권은 보장될 수 없다. 그러므로 청소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이 곧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이고, 청소노동자들의 생존권 쟁취를 위한 파업투쟁이 곧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투쟁이다.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투쟁은 단지 ‘시급 400원 인상’과 ‘휴게·샤워실 개선’을 얻어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간접고용 중간착취체제를 당연한 것으로 유지하려는 김건희 총장을 비롯한 악질 대학본부에 맞선 노동자와 학생의 연대투쟁이고, 덕성여대를 비롯한 서울지역 13개 대학사업장 노동자의 공동투쟁이며, 모든 학내 구성원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대학을 만드는 투쟁이다. 모두의 연대로 덕성여대 청소노동자 투쟁 승리하자. 모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대학을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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