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병철(비주류사진관)
서면시장번영회(이하 '번영회')는 부산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서면시장의 관리 및 운영을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번영회를 투명하게 운영해야 할 책임이 있는 회장단은 상가 소유주들의 이해만을 대변하며 대다수 임대상인들의 권리는 배척해 왔다. 뿐만 아니라, 시장 앞 주차장 관리 등 서면시장의 원활한 운영에 필요한 제반 업무를 담당하는 13명의 번영회 소속 노동자들도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인력부족으로 인한 업무 과중은 물론, 회장단이 자행한 갑질에 장기간 노출돼 왔다.
자기 잇속만 챙기려는 회장단의 전횡에 맞서 번영회 노동자들, 그리고 시장 상인들과 이용객 모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2020년 12월 부산지역일반노조 서면시장번영회지회가 설립됐다.
지회 설립 후 사용자 측인 번영회 회장단의 노조탄압은 더욱 극심해졌다. 그 결과, 설립 당시 9명이었던 조합원 수는 이제 2명(김태경 지회장, 허진희 조합원)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 11월 20일은 노동3권 보장과 원직복직 쟁취를 위한 서면시장번영회지회의 투쟁이 시작된 지 1,300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로부터 한 달 가까이 흐른 12월 18일, <비정규직노동자의집 꿀잠>이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연대문화제 '꿀잠 이어차' 첫 번째 자리를 부산 서면시장 일대에서 열었다.
이날 연대문화제에는 연대버스를 타고 내려 온 20명의 서울지역 동지들, 부산, 울산, 경남지역 동지들을 포함해 150여명이 함께했다. 서면시장번영회지회 허진희 조합원은 연대문화제 투쟁 발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사진: 전병철(비주류사진관)
"싸우는 동안 욕도 많이 먹고 (번영회) 회장한테 얼굴까지 맞으면서 갖은 수모를 겪었지만 단 한번도 저희들 투쟁이 부끄러웠던 적은 없습니다. 조금 힘들 뿐 반드시 투쟁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견뎌왔습니다. (…중략…) 서면시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노동자로서 존중받을 수 있는 현장으로 만들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연대문화제에는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다가 사측의 안전조치 미비로 추락 사망한 문유식님의 딸 문혜연님, 미등록 이주아동으로 살다가 천신만고 끝에 체류자격을 얻었지만 결국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은 강태완님의 사연을 전한 김사강님의 발언이 있었다.
싸우는 노동자들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서면시장번영회지회 동지들과 마찬가지로 원직복직을 위해 싸우는 현대중공업 서진이엔지 해고자들, 현대자동차비정규직 이수기업 해고자들, 세종호텔 해고자들도 단결과 연대로 기나긴 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하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지독한 차별과 배제에도 굴하지 않고 싸워 나가는 거통고조선하청지회, 불법파견 노예노동의 현실을 고발하고 평등한 노동을 투쟁으로 일궈 온 한국지엠 동지들의 이야기도 크나큰 감동을 선사했다.
연대문화제 말미에는 투쟁기금 전달식도 있었다. A학교 성폭력사안의 제대로 된 해결과 공익제보교사의 부당해임 철회를 위한 투쟁에 함께하고 있는 A학교 공대위 성원들도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안녕'과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우리'들은 '연결'돼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함께 전하며 서면시장번영회지회 투쟁에 힘을 보탰다.
12.3. 윤석열 정권의 친위쿠데타 시도가 민주주의를 짓밟는 폭거였다면, 지난 4년 동안 번영회 회장단이 끊임없이 자행한 노조탄압은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3권에 대한 집요한 부정의 시간이었다. 일터 민주주의를 짓밟는 자본의 폭거를 더 이상 용인해선 안 된다.
노동자 민중의 거대한 분노와 저항으로 윤석열의 국정농단 친위쿠데타에 책임을 물었던 것처럼, 우리 모두의 단결과 연대로 헌법상 노동3권을 버젓이 무시하고 짓밟는 번영회 사용자들의 행태를 반드시 단죄하자!
사진: 전병철(비주류사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