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베트남 처녀 수입하자”는 막말, 진도군수만의 문제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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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스리랑카·베트남 처녀 수입하자”는 막말, 진도군수만의 문제는 아니다!

  • 배예주
  • 등록 2026.02.05 20:02
  • 조회수 45

김희수 진도군수

 

김희수 진도군수가 생방송 도중 농촌 인구 소멸에 관해 “외국 처녀를 수입하자”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방송 3사에 생중계된 2월 4일 전남 해남군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광주·전남 행정통합 찾아가는 타운홀미팅’에서 나왔다. “광주·전남이 통합할 때 인구 소멸에 대한 것을 법제화해서, 정 뭣하면 스리랑카나 베트남이나 그쪽 젊은 처녀들 좀 수입해갖고 농촌 총각 장가도 보내고, 이런 특별 대책을 해야 한다. 사람도 없는데 산업만 밤낮 살리면 그게 제대로 되겠냐”라는 발언이었다. 

 

이주여성 노동자가 혼인과 출산 대행 상품인가!

 

진도군수의 발언은 이주 여성을 한 인간이자 노동자로서 존중하지 않고, 혼인과 출산을 위한 도구로 취급한 발언이다. 그것도 사람을 사고 파는, '수입 가능한' 상품으로 취급한 노골적인 인권 침해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진도군수의 말은 ‘처녀’라는 표현이 ‘결혼하지 아니한 성년 여자’, ‘남자와 성적 관계가 한 번도 없는 여자’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문제다. 그리고 사용 맥락 역시 여성을 가부장제적 인식에 기반해 젠더차별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더 문제다. 또 ‘수입하자’는 발언은 인간을 상품과 동일시하는 극단적인 비인간화다. 이는 단순히 ‘부적절한 표현’, ‘신중하지 못한 표현’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 노동자 민중, 특히 평균소득이 낮은 나라에서 온 이주여성을 하위의 존재로 규정하는 위계의식에 기반한 혐오발언을 공적 자리에서 내뱉은 사건이다. 

 

진도군수의 발언은 이주민의 인권과 존엄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이 발언은 여성을 노동력 재생산, 무급돌봄노동 도구로 규정하며, 특정 국적의 여성은 더 쉽게 통제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재생산한다. 계급구조의 폭력성을 바탕으로 성차별·인종차별을 뒤섞은 억압을 정당화하는 발언이다. 

 

가뜩이나 도시와 농촌의 사회적 격차로 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에다 다양한 공적 서비스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에서 이러한 가부장적이고 반동적 이데올로기는 결혼제도 안에서 발생하는 이주여성에 대한 통제와 폭력, 경제적 착취를 구조적으로 은폐한다. 불안정한 체류 자격과 열악한 노동조건, 생계와 송금 등 경제적 압박 속에서 폭력과 차별을 감내하는 결혼 이주민 여성을 보호하기는커녕 차별과 혐오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군수 하나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

 

그런데 이 발언이 진도군수 공인 한 사람의 문제일까? 한국 사회의 전국 25개의 지방자치단체는 2025년 상반기가 되어서야 소위 “국제결혼 지원 조례”에 근거하여 세금으로 ‘농촌 총각을 이주 여성에게 장가보내기’가 위한 결혼 비용 지원 사업을 폐지했다. 그동안 농촌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결혼 대상으로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외국 여성을 사온다는 ‘매매혼’이자 이주여성을 출산과 무급돌봄노동을 담당할 존재로 취급한다는 등의 이유로 ‘인권침해’ 정책이라는 등 여러 비판에도 거의 10년간 지속되었다. 최근에는 ‘이주여성 정착지원금’ 등으로 제도를 변경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주여성을 돈 주고 사 오는 농촌 인구 소멸의 도구이자 상품, 농촌 총각 매매혼의 도구로 생각하고 동시에 농촌의 비혼 남성을 이주여성 매입자(구매자)로 규정하는 사회적 관점은 한국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구조적 차별에 기인한다. 노동자민중을 존엄한 인간이 아닌 오로지 자본과 정부의 착취와 억압에 종속된 도구로 여기는 체제, 가부장적 젠더차별, 성별 분업 구조,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 온 자본주의적 농촌 구조, 그리고 이주민을 ‘노동력’이나 ‘인구 대책’으로만 관리해 온 국가의 반동적 이주 정책이 결합한 결과다. 다시 말해 여성 그중에서도 더 열악한 처지에 이는 아시아 이주여성 노동자민중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 자체가 이번 발언을 가능하게 한 토대다.

 

젠더차별에 맞서는 노동자민중의 단결이 필요하다

 

이주 여성은 ‘수입’의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착취와 차별의 구조 속에서도 살아가고 일해 온 노동자 민중이며, 동등한 사회 구성원이다. 여성과 이주민을 억압하는 구조를 외면한 채 민주주의와 평등은 존재할 수 없다. 

 

여성 노동자가 출산과 무급돌봄노동의 도구가 아니듯, 이주여성 노동자는 농촌 인구 감소나 결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국적과 인종, 젠더, 성별정체성과 성적 지향에 상관없이 우리는 같은 노동자이자 존엄한 삶과 노동을 영위할 수 있는 주체다. 노동자는 하나라를 관점으로 가부장적 자본주의가 인종차별을 노골화하는 관점에 맞서자. 이 사회가 초래한 지역 사회의 위기를 이주여성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떠안기는 폭력적 접근을 중단하라! 

 

이주 노동자를 인구소멸 노동력의 도구로 사고하는 관점이나 이주여성 노동자민중을 결혼과 출산의 도구로 사고하는 관점을 다르지 않다. 이미 한국은 인구의 20명 중 1명이 이주민이다. 국내 신혼부부 10쌍 중 1쌍은 다문화 가정*이다. 자본과 정부가 노동탄압, 세련된 노동개악과 분열책으로 쇠퇴기 자본주의의 노동착취를 강화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있다. 저들의 전략을 뚫어볼 시각과 투쟁이 필요하다. 진도군수의 발언을 비판한다면 젠더차별에 맞서는 노동자의 국제적 단결에 한 걸음 다가가자.

*각주/국가데이터처 ‘2024년 다문화 인구동태 통계’, 지난해 다문화 혼인은 2만 1450건으로 1년 전보다 1019건(5.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6년 1월 6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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