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젠더·노동·불평등 문제 외면한 ‘인구 국가비상사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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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젠더·노동·불평등 문제 외면한 ‘인구 국가비상사태’ 선언

발행일_ 2024년 6월 24일

 

 

1. 젠더·노동·불평등 문제 외면한 ‘인구 국가비상사태’ 선언

 

 

윤석열 정부가 19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하며 ‘2030년까지 합계출생율(여성이 15~49살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1.0명’ 회복을 목표로 범국가적 총력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육아휴직 급여 인상과 아빠 출산휴가 기간 확대, 출산 가구에 대한 저금리 대출 문턱을 대폭 낮추는 방향의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내놓으며, 부총리급 부처인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자문기구인데, 인구전략기획부에 저출생 예산에 대한 사전심의권 및 지자체 사업에 대한 사전협의권을 부여해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비상사태라는 위기 진단과 함께 이번에 나온 정부 대책은 2030세대의 ‘비출산 선택’ 추세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젊은 세대가 출산을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선 무한경쟁 환경에서 성장한 이들의 출산 기피 사유와 청년 세대 내 격차, 여성들이 일터와 가족 안에서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구조적 문제에 대한 통찰과 답변이 포함돼 있어야 하는데 이번 대책에선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가 저출생 대책 첫손에 꼽은 ‘일‧가정 양립’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바꾸지 않는 한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으리라는 지적이다. 얼마 전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가 “대한민국 완전 망했네요”라고 이야기하면서 한국 저출생 위기의 근저에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고강도 노동”을 짚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안정적 일자리 중심의 육아휴직 및 보육제도 확충은 정책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에 가닿지 못해 결국 계층 간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육아휴직은 고용보험 재원으로 운영되므로, 고용보험 가입자만 쓸 수 있다.

 

이번 대책은 일터에 만연한 성차별을 직시하는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하기보다 인구회복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2030세대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일정한 소득을 보장받으며, 안정적인 주거가 마련되고, 남녀 간의 일·가정 양립 격차, 여성의 장기간 경력단절 현상 등이 해소된다면 특별히 장려하지 않아도 결혼과 출산, 양육은 긍정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145635.html

 

 

2. 저출생 대책에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이주 가사노동자’ 끼워 넣은 정부

 

 

지난 19일, 윤석열 정부가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내년 상반기 이주여성 가사노동자 1,200명 도입 계획을 끼워 넣어 논란이 일고 있다. 오는 9월 시행될 서울시의 필리핀 가사노동자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가 나오기도 전에 본 사업 추진을 확정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한 정부는 고용허가제(E-9 비자)를 통해 입국하는 가사노동자와 별개로 외국인 유학생(D-2 비자), 이주노동자의 배우자(F-3 비자) 등에게 가사돌봄을 허용하는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4일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외국인 유학생·결혼이민자 가족 등을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가사노동자로 활용하자는 방안을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 가사노동자 1,200명은 최저임금을 보장받지만, 국내에 이미 거주 중인 외국인 유학생‧이주노동자의 배우자는 개별 가구와 직접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비공식 노동시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런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정부가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이주여성 가사노동자를 공급하려는 것이다.

 

또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민간기관이 해외의 사용 가능한 가사사용인을 합리적 비용으로 도입·중개·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아니라 민간기관이 이주여성 가사노동자의 취업을 알선, 중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이주여성 노동자를 낮은 처우와 임금으로 고용해 민간돌봄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얼마 전 국제노동기구(ILO)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공식 노동시장’에 있는 돌봄노동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돌봄 경제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결론문을 채택한 것과도 사뭇 대조적이다. 공적돌봄을 강화한다는 한국 정부가 민간돌봄 영역을 확대하려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상식에 어긋난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6201720001

 

 

3. 아르헨티나, 여성·젠더·다양성부 최종 폐지에 투쟁 이어져

 

 

아르헨티나 밀레이(Javier Milei) 대통령이 니우나메노스(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 Ni Una Menos) 9주년 집회 이튿날, ‘효율성’을 이유로 폐쇄를 공언한 ‘여성·젠더·다양성부’의 마지막 남은 ‘젠더폭력방지사무국’을 해체했다. 사무국에서 일했던 노동자 500명은 6월 말로 해고된다. 노동자와 여성들이 이에 반발하여 다양한 시위와 투쟁에 나섰다. 공무원노조(ATE)는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공무원노조는 보도자료를 통해 “여성부(여성젠더다양성부)가 만들어진 1992년 이후 폭력과 차별 없는 삶, 평등을 지향하는 공공정책을 수행할 책임조직이 없는 것은 (아르헨티나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해고 통보를 받은 노동자들은 산타페와 로사리오에서 기자회견, 선전전, 집회 등을 개최하고 무료급식소도 열며 정부에 맞서고 싸우고 있다.

 

니우나메노스(#NiUnaMenos)의 연구원이자 회원인 베로니카 가고(Verónica Gago)는 “밀레이는 페미니즘을 적으로 규정하고 여성을 다시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노동당(PTS) 미리엄 브레그먼(Myriam Bregman)은 “정부의 모든 법안과 정책에 표현된 여성 혐오를 거부하자. 다시 거리로 나가자. 노조는 반동적 공격에 맞서기 위한 파업과 대오를 조직하자”고 제기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여성 살해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만 벌써 78명의 여성이 살해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참조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global-development/article/2024/jun/07/javier-milei-argentina-gender-violence?utm_source=substack&utm_medium=email

https://www.laizquierdadiario.com/Jornada-de-lucha-provincial-contra-el-vaciamiento-de-la-Secretaria-de-Mujeres-Genero-y-Diversidad

 


4. 나이지리아, 가사노동자 보고서

 

 

최근 로자 룩셈부르크재단 웨스트[Rosa Luxemburg Stiftung(RSL) West]가 지원한 책이 발행되며 가사노동자의 비참한 처지가 조명되었다. 책에 담긴 ‘나이지리아 북서부 가사노동자의 경험과 조건에 관한 보고서(Experiences and conditions of domestic workers in North West Nigeria)’는 가사노동자의 서비스노동이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지상의 비참한 존재(wretched of the earth)’가 되었다고 고발했다.

 

책은 가사노동자들이 흔히 ‘가사도우미(house helper)’로 불리며 장시간 노동, 엄청난 업무량, 열악하고 기만적인 보수, 권리와 의사반영 부족, 사생활 문제, 젠더 기반 폭력 등 참혹한 경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고했다. ‘가사도우미’의 개념이 국제노동기구(ILO) 가사노동자협약 제189호(2011)의 5조에 명시되어 가사노동자를 모든 형태의 학대, 괴롭힘, 폭력으로부터 철저히 보호해야 함에도 학대범죄가 만연한 현실을 지적했다.

 

나이지리아 은수카대학교의 법학 교수인 조이 에자일로(Joy Ezeilo)는 “가사도우미 계약관계가 (공공고용이든 민간고용이든) 고용주/피고용인 관계와 같은 법적 보장을 하는가?”라고 질문하며 그렇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가사노동자의 노동착취와 학대를 없앨 수 있는 정식 근로계약 체결, 법적 노동조건 보장 등 체계적 규제 등을 강조했다.

 

콜린스 올라잉카(COLLINS OLAYINKA)는 ‘소위 마담이 자녀와 남편을 낮은 등급의 가사도우미에게 맡긴다’며 가사노동자가 고용주가 일하고 돌아가는 가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지만, 가사노동자는 고용주로부터 가장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총파업과 교섭을 병행하고 있는 나이지리아노동자총회(NLC: Nigerian Labour Congress)와 노동조합총회(TUC: Trade Union Congress)의 투쟁이 가사노동자의 빈곤과 저임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https://guardian.ng/seeking-relief-for-domestic-workers-amid-rising-abuse/

 

 

5. 태국, 동성결혼 합법화 등 동아시아의 성소수자 정책

 

 

태국 상원이 지난 6월 18일 결혼평등법을 통과시킴으로써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법이 시행되면 태국은 네팔과 대만에 이어 아시아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세 번째 나라가 된다. 국제엠네스티 태국연구원인 차니팁 타티야카룬웡(Chanatip Tatiyakaroonwong)은 “이 기념비적 순간은 그동안 성소수자, 시민사회단체, 의원들이 지칠 줄 모르고 투쟁한 성과다”라고 말했다. 태국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성소수자 권리에 포용적인 국가다.

 

베트남도 성소수자의 권리가 비교적 잘 보장되는데 2022년에는 보건부가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며, 치료될 수도 없고 치료가 필요하지도 않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작년 미국 싱크탱크 퓨리서치센터가 진행한 조사에서 베트남 성인 65%가 동성결혼 합법화를 찬성했다. 싱가포르는 2022년 남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법을 폐지했다.

 

필리핀에서 차별금지법은 계류 중이다. 여러 지방 정부가 성소수자 차별금지조례를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지만 차별은 여전하다. 최근 필리핀의 한 대학생은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줌(Zoom) 대화에서 교황이 성소수자 혐오표현 ‘프로차지네’를 사용한 것에 대해 모욕적 표현 중단을 요청하면서 “나 자신도 양성애자, 동성애자, 성 정체성, 편부모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현실을 말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성소수자에 대해 부정적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동성애는 최대 징역 20년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동티모르, 한국, 일본, 중국은 동성 간 사랑을 범죄로 규정하지는 않지만, 차별을 금지하지 않는다.

 

*프로차지네(frociaggine, 남성동성애자를 경멸적으로 일컫는 표현)

 

<참조 기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61911440005327

https://www.rappler.com/voices/thought-leaders/in-this-economy-why-sogie-equality-bill-step-toward-more-just-philipp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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