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경계를 넘어 - 2026 청년학생 순회투쟁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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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기고] 경계를 넘어 - 2026 청년학생 순회투쟁 후기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2026 청년학생 노동해방 순회투쟁단>은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지회 · KEC지회 ·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 성서공단지역지회 ·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 현대글로비스울산지회 · 동희오토분회 ·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등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방문해 연대활동을 진행했다. 이 글은 순회투쟁의 소회를 담은 후기다.

 

 

운동이란 무엇일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나름 '학생 활동가'로 자부하던 나였으나, 명확히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고민을 거듭하던 중 순회투쟁을 접하게 되었다. 직접 현장에 가서 노동운동 최전선에서 투쟁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홀로 고민한들 어떤 발전이 있으랴. 그렇게 나는 울산으로 출발했다.

 

울산에 도착하자 한 학생 동지가 내게 ‘노동자의 도시 울산에 온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다. 물론 농담이었겠지만, 울산의 첫인상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공장들과 크레인, 오토바이를 타고 퇴근하는 노동자들, 거리 곳곳에 걸린 노동조합 현수막들... 서울, 그 안에서도 대학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에서 활동하던 내게 공장이라는 현장은 그동안 너무나 멀리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여러 투쟁 사업장에 연대하고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며 생생히 살아있는 역사 속을 거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랜 시간 활동해 오신 노동자들로부터 87년 노동자 대투쟁 때의 이야기,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신자유주의의 도입과 그에 맞선 투쟁 이야기 등등... 내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의 이야기들을 책이 아닌 현장에 계셨던 분들에게서 직접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 모든 과거의 이야기들이 종결된 역사가 아닌 지금 이곳에서 이어져가고 있는 역사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지금 이곳의 현실에 충실한 동시에, 그 너머를 바라보고 계시다는 점도 기억에 남는다. 첫날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간담회에서 한 동지가 스스럼없이 자신을 사회주의자라 밝히며 노동자 주인되는 세상 그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일선에서 투쟁하는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하면서 이들이 주도할 투쟁이 단순히 다가올 미래의 것이 아닌 이미 도래한 미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주노동자는 갈수록 늘고 있고, 그만큼 중요성도 커지고 있기에 전체 노동운동에서의 비중도 계속 커질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 당연한 예측이다. 허나 솔직한 심정으로, 작금의 현실을 바라보며 ‘과연 그런 미래가 올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져왔다. 피상적 생각들이기는 했으나, 이주노동자들의 노조조직률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고, 운동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구조적 어려움이 너무 많다는 생각과, 그러한 조건 아래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 과연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들과 연대하며 그 운동을 직접 마주하고 나니, 나의 세계가 한없이 작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미 그들은 당당한 주체로서 운동을 조직하고 있었고, 그 누구보다 뜨겁게 투쟁하고 있었다.

 

HD현대 이주노동자 집회에서 이주노동자 동지들의 열정은 한여름의 열기 따위는 시원하게 느껴지게 할 정도로 활활 타올랐다. 현장에서는 적기가 휘날렸고, 너나 할 것 없이 같은 뜻으로 같은 구호를 외쳤다. 각자의 언어가 달라 발언문은 다양한 언어로 번역되었으나, '투쟁!' 한 단어만은 모두 함께 외칠 수 있었다. 국경도, 현장도, 노학의 경계도 넘어 계급은 하나임을 체감할 수 있었다. 성서공단지회를 방문하여 그곳에서 활동하는 이주노동자 동지들과 간담회를 할 기회가 있었다. 동지들이 어떻게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어려움들을 겪었는지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나의 시각이 일면 시혜적인 부분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국경을 넘어 노동자는 하나’라는 노동자 국제주의를 가슴 깊게 느낄 수 있었으며 전체 운동의 미래까지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운동이란 무엇인가’라는 거창한 질문을 갖고 순회투쟁에 참여한 나에게 가장 깊이 남았던 순간은 KEC 지회와 아사히글라스지회 동지들과의 간담회였다. 간담회는 내게 '조직'이라는 화두를 던져주었다. 동지들의 투쟁담과 역사를 듣고 나니, 운동은 개인 몇 명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훌륭한 몇몇 개인이 열심히 한다고 운동에 진전이 있는 것이 아니고, 몇몇 개인이 그릇된 판단을 한다고 하여 운동이 후퇴하는 것도 아니다. 조직의 힘과 결정이 운동의 향방과 투쟁의 승패를 결정한다. 물론 개인이 조직에 짓눌려 오로지 따라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이다. 강한 조직은 분명 민주적인 조직이며, 구성원 각각이 주체로서 책임감 있게 행동한다. 조직은 구성원이 성장하고 활동을 지속할 기반을 제공한다.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에 대해 책임을 가져야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조직도 한 명 한 명에게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운동을 하겠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현장에서건 많은 이들이 여러 이유로 운동을 떠난다. 운동에 뛰어든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기존의 인간관계에서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건 조직과 함께하는 동지들뿐 아닐까. 내가 떠올린 조직에 대한 상은 대략 그러하다. 옳은 생각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더 많은 공부와 실천이 필요할 것 같다.

 

순회투쟁을 통해 정말 살아있는 운동을 마주할 수 있었고, 앞으로의 고민과 실천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국경도, 현장도, 노학의 경계도 넘어, 노동해방의 그날까지!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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