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목록
-
젠더 평등한 조직문화와 반성폭력 운동 실현을 위한 규정젠더 평등한 조직문화와 반성폭력 운동 실현을 위한 규정 2024년 2월 17일 제정 전문 우리는 자본주의의 억압과 착취에 반대하며 자본주의 사회의 성에 기반한 모든 차별과 억압, 혐오와 폭력을 거부한다. 이에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 구현과 평등사회 실현을 위해 노동자계급의 전망을 건설하고 이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그 출발선으로 우리는 여성과 성소수자 해방 투쟁을 위해 젠더 평등과 반성폭력운동에 기초한 조직문화를 확립할 것이다. 우리가 젠더감수성을 높이고 젠더차별과 억압에 맞서는 안전한 조직을 만드는 것은 노동자계급이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맞서 싸우는 힘과 직결됨을 인식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본주의의 오물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성찰하고 평등, 존엄, 단결을 위해 투쟁하며 이 규정을 준수한다. 제1장 총칙 제1조 목적 이 규정의 목적은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의 강령과 규정에 근거하여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해 투쟁하며 젠더 평등한 조직문화와 반성폭력 운동을 실현하는 데 있다. 제2조 정의 ①‘젠더 평등한 조직문화’란 공동체에서 성(sex: 생물학적 성, gender: 사회적 성, sexuality: 성적인 것)에 기반한 불평등이 없도록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위와 권한, 관계에서 평등함을 말한다. ②‘젠더 불평등’ 또는 ‘젠더 차별’이란 성역할 이데올로기, 성별 고정관념, 성차별적 관념이나 접근, 이분법적 젠더 이해, 성소수자 차별, 성에 기반한 혐오와 배제, 성에 기반한 권리 침해, 성별 분업 등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③‘반성폭력운동’이란 성(sex, gender, sexuality)에 기반한 모든 유형의 폭력, 차별, 성소수자 인권침해 등에 반대하는 입장과 실천을 말한다. ④‘젠더(성)폭력’이란 성(sex, gender, sexuality)에 기반한 폭력으로 언어적, 신체적, 환경적 침해를 말한다. 제3조 적용 ①모든 회원에게 적용한다. ②후원회원의 경우, 규정을 알리고 준수를 권고한다. 제4조 권리 ①모든 회원은 젠더 평등과 존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②모든 회원은 조직에서 차별과 억압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③모든 회원은 규정의 목적을 위해 참여하고 활동할 권리가 있다. ④모든 회원은 젠더 불평등이 있는 경우 문제를 제기하고, 토론을 통해 이를 바로 잡을 권리가 있다. 제5조 의무 ①모든 회원은 젠더 평등을 위해 활동할 의무가 있다. ②모든 회원은 규정을 준수하고 이행할 의무가 있다. ③모든 회원은 다른 사람의 성적 권리를 침해하거나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④모든 회원은 조직이 결정한 의무교육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 제6조 재정 조직은 젠더 평등한 조직문화와 반성폭력 운동 실현을 위한 활동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한다. 제7조 미비한 사항 이 규정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이나 해석 등 미비한 사항은 운영위원회가 해석, 보충할 권한을 갖는다. 제2장 젠더 평등한 조직문화 제8조 사업과 활동 ①조직은 젠더차별과 억압에 맞서 투쟁하고, 젠더 평등한 조직문화를 실현하기 위한 사업과 활동을 수행한다. ②모든 회원은 젠더 평등을 위한 조직의 사업과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③의무교육에 관한 사항은 여성운동위원회가 기획하고,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하여 집행한다. 제9조 교육 사업 ①젠더 평등과 반성폭력운동에 관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한다. ②모든 회원은 연간 1회 이상 젠더 평등에 관한 의무교육에 참여해야 한다. 제10조 일상적 차별 해소 사업 조직 활동과 연관된 젠더 불평등이나 차별에 대하여 누구든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조직은 해당 사안을 민주적 토론을 통하여 책임 있게 해결해 나간다. 제11조 투쟁 사업 젠더 억압과 차별에 맞서는 노동자 투쟁과 사회적 투쟁에 참여한다. 제12조 이론 사업 젠더 이슈에 관한 입장과 실천적 이론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와 논의를 진행한다. 제13조 젠더폭력 등 대응 사업 조직 안에서 젠더폭력이나 젠더차별이 발생하여 신고된 경우, 이를 책임 있게 해결한다. 제14조 기타 사업 젠더 평등과 연관된 투쟁과 활동을 위한 기타 사업이나 연대활동을 진행한다. 제15조 담당 기구 ①사업과 활동은 조직의 각 기구를 통해 상시로 계획하고 집행한다. ②여성운동위원회는 사업의 제안과 집행, 평가 등에 주된 역할을 담당한다. ③사업 실행에 별도의 기구가 필요할 경우, 조직의 의결기구를 거쳐 구성할 수 있다. 제3장 반성폭력 대응 및 처리 원칙 제16조 적용 ①반성폭력 대응 및 처리 원칙에 관한 규정은 조직의 전 회원에게 적용하며, 피해자(제소인)나 피제소인(가해자) 어느 한쪽이 회원인 경우에도 적용된다. ②조직이 주관하는 모든 행사에 적용한다. 제17조 사건 처리의 원칙 ①조직은 젠더차별이나 젠더폭력이 신고된 경우, 피해자중심주의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리한다. ②조직은 피해자(제소인)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신속하고 공식적으로 해결한다. ③조직은 성찰의 자세로 사건의 해결과 피해회복, 재발 방지 등에 조직적 책임을 다하며, 공동체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④조직은 사건 처리 과정에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제18조 피해자중심주의 ①피해자 중심주의란 피해자(제소인)의 말을 우선 경청하고, 추가 피해를 방지하며, 피해자(제소인)의 필요와 선택, 안전과 권리, 복지에 체계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사건 처리 방식으로, 젠더 평등을 실현하려는 지향이다. ②조직은 사건 해결의 모든 과정에서 피해자(제소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피해자(제소인)의 의견을 존중한다. ③피해자(제소인)는 사건 접수 후 어느 단계에서든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④피해자(제소인)는 다음 각호의 권리를 가진다. 1. 자신의 동의 없이 신원과 사건이 노출되지 않을 권리 2. 가해자(피제소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접근 금지 및 분리를 요구할 권리 3. 가해자(피제소인)의 활동 제한을 요구할 권리 4. 불필요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할 권리 5. 사건 해결의 전 과정을 알 권리 6. 회복을 위한 조직적 지원을 요구할 권리 제19조 대리인 선임권 제소인과 피제소인은 대리인을 선임할 권리가 있다. 제20조 사건의 신고 ①피해를 주장하는 사람 또는 그의 대리인이나 목격자 등 제3자가 피해 사실을 조직의 기구에 신고하면, 신고받은 자는 곧바로 운영위원회에 신고 사실을 전달하고, 운영위원회는 즉시 해결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②제3자는 반드시 피해자로 여겨지는 사람의 동의를 얻어서 신고해야 한다. ③조직은 사건의 공개 결정이 있기 전까지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 ④사건의 신고는 사건 발생일로부터 기한을 두지 않는다. 제21조 임시 조치 ①운영위원회는 사건 신고 후부터 제소인과 협의하여 한시적으로 피제소인의 접근 금지, 활동 제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②운영위원회는 임시 조치 결정을 제소인과 피제소인에게 통보해야 한다. ③진상조사와 사건 처리에 관하여 업무조정, 휴가 신청, 상담 지원 등 회원의 지원 요구가 있을 시 조치할 수 있다. 제22조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①조직에 사건이 신고되면 운영위원회는 10일 이내에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 소집한다. ②진상조사위원회의 구성은 운영위원 중 1명, 공동집행위원장 중 1명, 여성운동위원회 중 1명, 여성운동위원회의 추천자 1명, 제소인 대리인 1명, 피제소인 대리인 1명으로 한다. 단 해당년도 또는 전년도의 젠더 평등 의무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자는 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다. ③진상조사위원회는 위 제2항에 따른 6명 외에 사건의 성격에 따라 전문적 판단이 요구되는 경우 외부 전문가 1명을 추가해 구성할 수 있다. ④제소인은 진상조사위원 구성에 있어 피제소인 대리인을 제외한 특정한 사람을 기피할 수 있으며, 이때 운영위원회는 기피된 위원을 대신할 위원을 재선임하여야 한다. ⑤진상조사위원은 활동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지원받을 수 있다. 제23조 진상조사위원회 활동 ①진상조사위원회는 해결 절차 개시 즉시 사실관계 및 젠더폭력 또는 젠더차별 사건의 성격과 의미를 규명하기 위한 사건의 조사를 시작한다. 진상조사위원 모두는 사건을 공동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조사 과정을 진행한다. ②사실조사 기간은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으로부터 최대 4주를 넘어서는 안 된다. 단, 제소인과 협의하여 1회에 한하여 4주를 연장할 수 있다. ③진상조사위원회는 조사범위, 방법 등을 결정하고 관련자 출석, 조사행위,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으며, 조직과 회원은 이에 협조해야 한다. ④진상조사위원회는 조사 과정과 결과에 대하여 보고서를 작성하고 제출해야 한다. 보고서에는 확인된 사실관계, 사실에 대한 성격 판단, 조치 사항 등에 대한 권고 등을 포함한다. 제24조 2차 가해 ①2차 가해란 피제소인(가해자)에 동조하는 언동이나 정신적, 물리적 압박으로 피해자(제소인)에게 피해를 준 행위를 말한다. 피해자(제소인)가 원하여 비공개로 처리한 사건을 공개한 행위도 해당한다. ②2차 가해는 별도의 사건으로 다룬다. ③2차 가해로 제소된 사건이 본 사건의 진상조사위원회 활동기간 중 신고된 경우에는 본 사건의 해당 위원회에서 처리한다. 제25조 보고서 채택에 따른 조치 ①운영위원회는 보고서 채택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권고사항 이행 등 사건 해결과 재발 방지, 조직적 성찰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시행한다. 1. 피해자의 회복과 치유에 관한 조치 2. 가해자의 반성과 재발 방지에 관한 조치 3. 교육과 토론회 등 조직적 성찰과 재발 방지에 관한 조치 4. 진상조사위원과 대리인 등의 회복과 지원에 관한 조치 5. 기타 제26조 가해자에 대한 조치 ①운영위원회는 보고서 채택 후 가해자의 반성과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하여 가해자가 의무적으로 사과문을 작성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한다. 그 외 다음 각 호의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1. 가해자의 피해자와의 공간 분리, 접근 금지 2. 징계 회부 3. 기타 ②조직은 가해자가 결정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시 별도의 조치를 결정할 수 있다. 제27조 외부 단위와의 공동 해결 피해자(제소인)나 가해자(피제소인) 중 어느 한쪽만이 이 규정의 적용 범위일 경우 당사자의 소속 단위와 협의하여 사건을 공동 해결할 수 있다. 제28조 결과 공개 조직은 사건 해결과 재발 방지의 책임을 다하기 위하여 사건의 경과와 결과 등을 공개해야 한다. 단, 피해자가 공개를 원하지 않는 내용은 제외한다. 제29조 후속 프로그램 ①조직은 책임감을 갖고 성찰과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를 시행한다. ②교육, 평가, 토론 등의 프로그램을 통하여 젠더 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간다. ③여성운동위원회는 관련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제안한다. 제30조 공동의 과제 ①모든 회원은 사건의 후속 조치, 조직 프로그램 등에 주체적으로 참여한다. ②모든 회원은 부족함을 성찰하고 젠더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고 평등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제31조 사건의 종결 조직은 가해자의 반성과 후속 조치 이행 여부, 피해자의 회복 정도, 조직적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건의 종결을 결정한다. 이때 조직은 결정에 앞서 피해자의 의견을 우선 고려하여야 한다. 부칙 제1조 시행 이 규정은 통과된 날부터 시행한다.
-
[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윤석열 정권 들어 더 후퇴한 여성 인권1. “윤석열 정권 들어 여성 인권 더 후퇴했다” 여성단체, 국제사회에 보고서 제출 4월 15일, 국내 여성시민사회단체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성 인권 정책의 전반적인 퇴행을 제기하는 NGO(비정부기구) 통합보고서를 UN 여성차별철폐협약위원회(CEDAW)에 제출했다. UN CEDAW는 지난 1979년 채택된 UN 인권협약으로, ‘여성 인권에 대한 권리장전’이라고 불릴 만큼 여성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협약을 비준한 국가는 CEDAW에 명시된 원칙과 비전, 내용에 따라 국내법을 정비하고 그에 따라 국가정책을 추진할 법적 의무가 있다. 더불어 협약 이행 현황을 포함한 국가보고서를 정기적으로 CEDAW에 제출해야 한다. CEDAW는 UN CEDAW의 원활한 이행을 감독하는 기구로, 한국과 같은 협약 당사국 보고서를 포함해 협약 이행 진전 상황에 대해 심사하고, 권고를 채택하며, UN 경제사회이사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오는 5월 14일, 한국은 CEDAW에서 제9차 심의를 앞두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포함한 한국 여성시민사회단체 19곳이 제출한 NGO 통합보고서는 윤 정부가 집권한 지난 2년간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와 이에 따른 지자체별 여성 정책의 통폐합, 여성폭력 방지와 피해자 지원예산 대폭 삭감 등 심각한 퇴행이 잇따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일본군 성노예문제 해결 및 피해자 보호 강화, 외국인아동 출생등록제도 개선, 돌봄권리 확대, 임신중지 비범죄화 관련 후속조치 마련, 부성주의 원칙 폐지 등 25가지 과제를 언급하며 정부에 시급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NGO 통합보고서를 제출한 단체들은 5월에 열리는 제88차 CEDAW위원회 한국 제9차 심의에서 실효적인 권고를 이끌어내기 위해 한국 본심의 및 비공식브리핑 등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UN CEDAW 보고서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내용을 삭제해 ‘누더기 보고서’란 비판을 받았다. <참조 기사>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6556 2. 여성의 경력단절 ‘차일드 페널티’가 출산율 하락에 40% 차지 가사/돌봄 노동의 부담이 전적으로 여성에게 치우친 한국에서 경력단절로 대표되는 임노동 관계상 불이익, ‘차일드 페널티(child penalty)’가 출산율 하락에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6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조덕상 연구위원·한정민 전문연구원이 발간한 <KDI 포커스: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에 따른 결과다. 연구에서는 그간 30대 여성 노동자의 평균 경력단절 확률이 꾸준히 감소해 왔는데, 이와 같은 하락이 자녀가 없는 경우에 집중된 점을 짚었다. 무자녀 여성 노동자의 경력단절 확률은 2014년 33%에서 지난해 9%로 급감한 반면, 자녀가 있는 여성 노동자는 경력단절 확률이 같은 기간 28%에서 24%로 4%p 줄어드는 데 그쳤다. 분석값에 의하면 30대 무자녀 여성이 출산을 포기할 경우 2023년 현재 경력단절 확률을 무려 14%p 이상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출산이 여성 노동자의 임노동 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경력단절 우려는 곧 비출산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남성의 가사 참여도가 일본과 튀르키예 다음으로 낮다. 여성 대비 남성의 육아·가사노동시간 비율이 23%에 그치고 있다. 연구 역시 경력단절이 실제 출산율 하락에 미치는 영향을 지목했다. 경제학에선 성별 고용률 격차를 ‘차일드 페널티’라 부른다. 출산에 따른 여성 노동자의 임노동 관계상 불이익을 뜻하는 단어다. 한국의 경우 차일드 페널티의 증가가 2013년에서 2019년까지 출산율 하락 원인에 4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34세일 때 45.6%, 25∼34세 39.6%, 25∼39세 46.2% 등을 기록했다. 연구는 “아직 자녀가 없는 청년세대가 경험하는 성별 고용률 격차의 축소는 역설적으로 자녀 유무에 따른 경력단절 확률 격차의 확대로 이어져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 여성의 수를 증가시킨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이미 시행되고 있는 육아휴직과 육아기 단축근무 제도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이 낮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참조 기사> https://www.yna.co.kr/view/AKR20240416076700002?input=1195m 3. 대기업 여성 노동자, 근속연수 격차 줄어도 연봉격차 여전 조국혁신당이 노동 차별 철폐를 위한다며 ‘사회연대임금제’를 꺼내 들어 비판을 받은 가운데, 지난 4년 새 국내 대기업 남녀 직원 간 근속기간 격차는 줄었으나 연봉 차이는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는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2019년과 2023년 현황을 비교한 352개사의 남녀 직원 평균 근속연수와 연봉을 살펴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2019년 대기업에 근무하는 정규직 남성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11.6년, 같은 환경의 여성 노동자는 8.2년으로 격차는 3.4년이었다가 지난해 남성 11.7년, 여성 8.9년으로 그 격차는 2.8년으로 줄었다. 반면 평균 연봉은 2019년 2,954만 원 차이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남성은 1억 151만 원, 여성은 6,993만 원으로 평균 연봉격차가 3,158만 원까지 벌어졌다. 리더스인덱스는 이와 관련해 “동일 업종, 동일 기업 내에서도 여성들이 남성보다 연봉이 낮은 직무에 분포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일부 업종은 여성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남성 노동자보다 긴데도 연봉은 뚜렷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노동자의 근속연수가 남성 노동자와 비슷하거나 보다 긴 업종에서 여성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남성 노동자 평균 연봉에 비해 상시 업종인 경우 61.7%, 지주회사 67.6%, 증권업 63.1%, 보험업 65.1%, 은행업 71.9% 수준이었다. 이는 양질의 환경을 제공받으리라 여겨지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조차도 철저히 자본의 갈라치기와 노동 착취에 희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 연대’를 위해서는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 동결이 아니라 임금에서의 젠더 차별 개선, 비정규직 철폐, 여성 노동자의 일할 권리 보장과 같은 요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참조 기사> https://www.yna.co.kr/view/AKR20240416139500003?input=1195m 4. 유연근무제가 여성 고용률 높인다고? 유연근무제 시행 기업에서 여성고용률 제고 효과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유연근무제에 따른 여성 고용 효과는 중소기업에서 두드러졌다. 유연근무제 시행 기업은 선택근무, 탄력근무, 집중근무, 재량근무, 재택 및 원격근무 가운데 하나라도 도입한 사업체를 의미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하 ‘여정연’)은 18일 여정연 국제회의장에서 개원 41년 기념세미나 ‘유연한 근무를 뉴노멀로-성 격차 해소와 저출생 해결의 열쇠’를 진행했다. 여정연이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패널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은 같은 시기 이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보다 여성 취업자 수가 4.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효과는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중소기업은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보다 여성 취업자가 6.8% 증가했으나, 대기업은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진 않았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가족 돌봄 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유연근로신청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처럼 유연근무제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을 실현하는 유력한 방안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노동시간 및 장소에 대한 노동자의 선택권(재량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심도 깊은 논의가 여전히 필요하다. 노동자 스스로 노동시간과 장소를 결정할 권리가 없다면 유연근무제 도입이 일과 삶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 가능성이 오히려 크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려는 목적도 종래에 일의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해 오던 ‘노동시간’ 대신 ‘노동의 결과물(주어진 과업이나 물량의 목표 달성, 혹은 계약의 이행)’을 중심에 두기 위함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유연근로신청권 그 자체라기보다는, 고용불안이나 노동조건의 저하를 수반하지 않는 제도 도입과 노동자의 선택권 보장이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4171702001 5. 이라크, 동성애 범죄화 법안 표결 임박 이라크 의회가 최근 동성애를 금지해 최소 징역 7년, 최대 사형이나 종신형을 내릴 수 있는 법안 논의를 마치고 표결을 앞두고 있다. 현재는 형법에 느슨하게 정의된 ‘공중 도덕’ 조항을 인용해 성소수자를 탄압하고 동성애자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 해당 법안 추진으로 대중적으로 성소수자 혐오 정서가 고조되고 있다. 모스크 밖에서 남성 신도들이 동성애 반대를 서약하는 서명을 하거나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불태우는 행동 등이 늘어났다. 작년 8월에는 정부가 모든 미디어와 소셜미디어에 ‘성, 동성애(gender, homosexual, homosexuality)’ 단어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다. 법안 표결은 이 법이 통과될 경우 국제 관계에 문제가 생겨 이라크의 정치,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외교관들의 비판으로 연기되었다. 특히 곧 열릴 미국 존 바이든 대통령과의 중동 문제 회담이 고려되었다. 우간다는 얼마 전 비슷한 법안을 제정해 세계은행의 신규대출 중단, 미국의 우간다 공무원 비자 및 여행 제한 등 국제적 제재를 받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www.newarab.com/news/iraqi-parliament-readies-vote-anti-lgbt-bill 6. 캐나다공공노조, 젠더 폭력 도외시한 법무부 장관 사임 촉구 캐나다공공노조(CUPE) 노바스코샤지부가 노바스코샤주 브래드 존스(Brad Johns) 법무부 장관의 즉각 사임을 촉구했다. 4년 전 노바스코샤주에서 젠더 기반 폭력으로 22명이 살해당한 캐나다 역사상 최악의 총격 사건에 관해 브래드 존스 법무부 장관이 젠더 폭력을 도외시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총격 참사 4주년이 되는 날, 존스 장관은 1년 전 참사조사위원회 보고서가 권고한 ‘젠더 기반 폭력을 사회적 대응을 보장해야 할 전염병임을 선언하는 것’ 등 주 정부의 후속 조치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젠더 폭력은 전염병이 아니다. 일반적 폭력 등에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이에 경악하자 존스 장관은 그날 저녁 사과 성명을 내기도 했다. 캐나다공공노조 노바스코샤지부장 난 맥파드겐(Nan McFadgen)은 “젠더 기반 폭력은 노바스코샤와 캐나다 전역에서 전염병이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공개적 공간 어디서든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노동조합 통계에서 여성 노동자 48%가 평생 젠더 폭력을 경험했고, 30%는 직장에서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노조 지부장은 “장관의 발언과 함께 이러한 통계는 노바스코샤에서 젠더 기반 폭력이 일상화되었음을 보여준다”며 “이를 강화할 정치인이 아니라 없애기 위해 도전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 누구도 폭력 속에서 살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여성단체와 노조, 많은 이들의 비판 속에 존스 장관은 결국 하루 만에 사임했다. (*캐나다공공노조 노바스코샤지부는 2만 2,000명의 공공부문 노동자가 가입해 있고, 대다수가 여성이다.) <참조 기사> https://cupe.ca/nova-scotia-justice-minister-displayed-profound-ignorance-gender-based-violence-should-resign https://globalnews.ca/news/10436914/ns-justice-minister-brad-johns-resigns/
-
[240422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유인물] 정권의 위기를 노동자계급의 기회로!아래에서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
[성명]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하자는 서울시, 세금으로 민간자본 이윤 보장하는 준공영제를 완전공영제로 전환하라!4월 11일 서울시는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노조법 개정을 22대 국회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시의회 김종길 의원과 국민의힘 의원 24명 역시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발의했다.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서울 시내버스가 3월 28일 노동자 파업으로 운행을 멈춰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끼쳤다는 것이 이유다.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 파업을 하더라도 필수업무유지 인원을 반드시 정해야 한다. 이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하는 악법이다. 한마디로 헛소리다. 서울시와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문제를 찾는 데서부터 번짓수가 틀렸다. 서울시내버스는 전체 수송의 24%를 담당하고, 일일 이용승객수가 380만 명에 달하는 필수 대중교통이다. 문제는 이런 서울시내버스 운영을 민간자본에게 맡기고, 운송 수입의 부족분을 전액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안정적 이윤을 보장하는 버스 준공영제에 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서울시에는 64개의 시내버스회사가 있다. 서울시가 운송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버스회사들에 지원한 재정지원금은 2022년 8,114억, 2023년 8,915억 원이다. 2019년부터는 사모펀드가 서울시내버스 회사를 인수하여 현재 6개 회사, 버스 1,027대를 운영하고 있다. 오직 이윤만을 추구하고, '기업 사냥꾼'이란 수식어가 붙은 사모펀드가 맨날 적자타령인 버스업체를 인수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준공영제란 이름으로 지자체가 세금으로 안정적 이윤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공공 대중교통을 강화하는 것은 절실한 사회적 과제다.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 모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 대중교통 체계를 전면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윤 추구가 우선인 민간 자본을 몰수해 전면 공영화하고 버스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전면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자본의 이윤이 아니라 기후 정의를 위해 자본을 통제하고 공공 대중교통을 실현할 주체는 바로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 헛소리 집어치우고, 민간 버스 자본에 부역하여 세금으로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는 준공영제 폐지하고 완전공영제로 전환하라. 기후정의에 역행하는 짓을 중단하라.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2024년 4월 18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
[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성별 임금격차보다 더욱 심각한 성별 연금격차1. 성별 임금격차보다 심각한 성별 연금격차 국민연금 제도 성별 격차가 2배 가까이 난다는 통계 지표가 나왔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23년 11월 기준 국민연금 여성 가입자 수는 1,015만 명으로, 1999년 말(472만 명)과 비교해 2.2배 증가했다. 전체 가입자에서 여성 가입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29.0%에서 45.7%로 높아졌다. 노령연금(수급연령에 도달해 받는 일반적 형태의 국민연금) 여성 수급자도 209만 명으로, 1999년 말과 비교해 62.5배 급증했다. 여성 수급자의 노령연금 월평균 급여액은 1999년 말 17만 3,362원에서 2023년 11월 39만 845원으로 2.25배 증가했다. 반면 2023년 11월 기준으로 남성의 경우 노령연금 수급자 수는 336만 명이며 월평균 급여액은 75만 6,898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령연금 여성 수급자 수와 월평균 급여액이 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여성이 남성보다 수급자 수 자체도 눈에 띄게 적을 뿐만 아니라, 월평균 급여액 또한 한참 밑도는 수치다. 이처럼 여성이 받는 수급액이 남성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출산과 양육에 따른 경력 단절로 가입기간이 짧은 탓이다. 나아가 여성의 고용기간 중 발생한 성별 격차가 노년기 연금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육아휴직 활성화 지원, 출산지원금 등 저출생 해법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일관할 뿐이지만 그마저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같은 성별 연금격차는 여성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성차별 구조에 따른 것이다. 남성보다 현저히 낮은 고용률과 임금수준, 출산과 육아, 가족돌봄 등으로 인한 경력 단절 등 성차별을 고착화하는 가부장적 자본주의체제를 뜯어고쳐야 하는 이유다. <참조 기사>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238827 2. 미 애리조나 대법원, 1864년 낙태죄 부활시켜 미국 애리조나주 대법원이 여성이 투표권을 갖기도 전인 1864년 제정된 모든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법을 집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지난 160년간 해당 법은 사실상 무효화된 상태였는데 우파 성향 로펌인 ‘자유수호연맹’이 제기하면서 산모 생명이 위험한 경우를 제외한 모든 임신중지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2~5년의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악법을 부활시켰다. ‘자유수호연맹’은 임신중지 반대 운동가들과 함께 ‘의미 있는’ 이번 판결이 ‘죄 없는 수많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것’이라며 축하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임신중지권 보장을 지지하는 미국의 수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겼으며 더 거센 반대의 목소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애리조나주에서 임신중지클리닉을 운영하는 의사인 디숀 테일러(DeShawn Taylor)는 “우리 스스로 멈출 때까지 임신중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권 활동가 알렉산드라 파블로스(Alejandra Pablos)는 “사람들이 육아를 원하지 않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 재생산의 정의는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 낳고 싶지 않은 사람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색인종, 이민자, 청소년,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사람들이 선택권을 빼앗겼다”고 지적하며 임신중지권 보장을 위해 계속 투쟁할 것임을 강조했다. https://www.democracynow.org/2024/4/11/arizona_1864_abortion_ban 3. 여성 임금노동자 1천만 명 시대, 임시 노동자 중 60%는 여성 지난 2023년 여성 노동자 수가 1,000만 명에 가까워지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작년 기준 여성 노동자는 997만 6,000명으로 2022년보다 28만 2,000명 증가했다. 이 같은 결과는 196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집계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더불어 전체 노동자 가운데 여성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전체 노동자 중 여성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45.7%로 거의 절반에 가까웠으며 역대 최대치였다. 그러나 조사된 여성 노동자 중 상용노동자가 68.7%, 임시노동자는 28.1%, 일용 노동자 3.2%로 많은 수의 여성 노동자가 여전히 비정규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임시노동자(고용계약기간이 1개월 이상 1년 미만이거나 일정한 고용계약을 하지 않았으나 1개월 이상 1년 미만의 기간 동안 실질적 고용) 10명 가운데 6명은 여성이었다. 이는 같은 고용 종류의 임시 남성 노동자보다 많았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간한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이행보고서 2024>에 의하면 한국 성별 임금격차는 2022년 기준 31.2%로 OECD 35개 회원국 중 1위였다. OECD 평균(12.1%)의 2.6배에 달하는 이 수치는 2위인 이스라엘(6% 가량)과도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인다. 지난 총선에서 역대 최다의 여성 의원이 당선되며 ‘여성 진출 시대’라는 평가가 쏟아지지만 여전히 남성 의원에 비해 많이 적고, 여성 노동자 대다수는 임금 착취, 고용 불안정, 젠더 불평등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 의제’로서의 비정규직 철폐가 현실에서 더욱 대두되어야 할 시기다. <참조 기사>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7126 4. 재난취약자에 여성은 없었다 10년 전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사회 재난은 반복됐다. 2022년 이태원 참사로 159명이 또 죽었다. 이 재난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여성이 더 많이 죽었다는 점이다. 여성의 재난취약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요 공공기관 대부분이 재난 안전 대책 수립 시 여성을 재난취약자로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난대책 개발에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재난은 계급과 인종, 종교 등을 가리지 않고 불특정다수를 엄습한다. 그러나 각 개인이 처한 신체적·사회적·경제적 상황에 따라 그 피해 양상은 차등적으로 나타난다. 즉 재난의 피해 정도는 재난(혹은 재해)이 갖는 위험의 정도와 취약성, 대응 역량에 좌우된다. 따라서 재난 상황에서 여성의 취약성이 두드러졌다면 이는 개인적 요인이라기보다 구조적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구조적 문제를 바꾸기 위한 노력은 여성, 장애인, 이주민을 비롯한 재난취약자 모두에게 재난 발생 시 위험정보를 투명하게 알권리(정보접근권), 재난지원과 피해회복에 있어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참조 기사>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7178 5. 호주 빅토리아주, 공공 여성 노동자 유급 생식건강 휴가 확대 호주 빅토리아 주정부와 공공서비스노동조합(Victoria Public Service Union)이 단체협약으로 여성 노동자의 유급 생리휴가뿐 아니라 생식건강에 관한 휴가 사용 권리를 확대할 예정이다. 앞으로 여성 노동자들은 생리, 난임치료(IVF체외수정), 임신중지, 성별 진단 및 치료, 완경, 기타 생식건강에 전반에 유급 생식건강휴가를 사용할 수 있으며, 유급 휴가일수는 10일에서 15일로 늘어난다. 이는 여성 노동자들이 직장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생식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기가 커졌기 때문에다. 1월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빅토리아 여성 5명 중 2명은 생리, 임신, 출산, 산후조리 또는 자궁내막증과 같은 질환과 관련된 만성통증을 앓고 있었다. 또한 응답자 1,700명 중 절반이 생리통, 경련, 월경 전 증후군이 건강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2019년에는 자궁내막증 환자가 한 달에 4일을 무급으로 쉰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빅토리아여성의신뢰(VWT, Victorian Women’s Trust)에서 활동하는 메리 트룩스는 ‘많은 사무실이 온도, 디자인 등 여건이 남성 신체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전기노조는 건설 업계에 여성 화장실이 불충분해 여성 노동자가 직장에서 생리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려 물을 적게 마시거나 생리 주기를 일부러 늦추는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적도 있다. 빅토리아 공공서비스노조의 투표가 통과되면 단체협약이 곧바로 현장에 적용된다. 지난 2월에는 스페인이 생식 및 트랜스젠더 권리 보장을 위해 유급 월경 휴가를 유럽 최초로 의무화하기도 했다. <참조 기사> https://www.hcamag.com/au/specialisation/benefits/victoria-public-sector-workers-to-receive-paid-menstrual-leave/485048 6. 미국 청소년 성소수자 네크워크, ‘침묵하지 않는 침묵의 날’ 투쟁 미국 여러 학교에서는 매년 4월 둘째 주 금요일에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괴롭힘과 차별에 반대하는 ‘침묵의 날(Day of Silence)’ 시위가 벌어진다. 그런데 올해는 ‘침묵하지 않는 침묵의 날[2024 Day of (No) Silence]’ 행동으로 펼쳐져 수만 명이 참여했다. 지금까지 이날은 소외된 성소수자 청소년을 상징해 학교에서 침묵시위를 하고 나중에 같이 모여 집회를 여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800개 이상의 성소수자 억압 법안이 발의되는 등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탄압이 심각해지며 올해부터 방법을 바꾸었다. 시위를 주도한 청소년 성소수자교육인권단체 GLSEN의 매디슨 해밀턴은 “학생과 교직원, 가족들이 목소리를 내어 행동하고 싶다고 요구했다. 침묵시위는 더 이상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작년 8월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건강권, 학습권, 스포츠활동권 등을 억압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는데 이곳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18세 트랜스젠더 션 라덱(Sean Radek)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여기에 사는 것이 두렵고 안전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GLSEN의 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 학생의 84%가 ‘성적 지향’ 때문에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64%는 ‘성별 정체성’ 때문에 괴롭힘을 당한다. 해밀턴은 올해 초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학우들에게 화장실에서 폭행당하고 이튿날 병원에서 자살한 16세 트랜스젠더 고등학생 넥스 베네딕트를 거론하며 “정치인의 혐오 수사와 혐오정치가 넥스를 화장실에 있도록 내몰았다”고 규탄했다. 한편 미국의 성소수자 억압 법안의 내용은 청소년 성별확정치료 금지, 트랜스젠더 스포츠선수 제한, 학교에서 성정체성 수업과 토론 금지, 지정성별에 따른 화장실 사용 및 트랜스여성 공공화장실 출입 금지 등 광범위하다. <참조 기사> https://edition.cnn.com/2024/04/12/us/2024-day-of-no-silence-protest-reaj/index.html https://gomag.com/article/students-use-day-of-no-silence-as-lgbt-activism/ 7. 독일, 성별 자기 결정권 통과 독일에서 14세 이상이면 법원의 허가 없이 자신의 성별을 본인이 바꿀 수 있는 법이 제정됐다. 독일 연방의회는 12일(현지 시간) 성별과 이름을 스스로 결정해 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의 성별등록 자기결정법(Self-Determination Act) 제정안을 찬성 374표, 반대 251표, 기권 11표로 가결했다. 이 법은 오는 11월부터 시행된다. 이전에는 트랜스젠더와 인터섹스, 논바이너리 사람들이 자신의 성별을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40년간 ‘성전환법(Transsexuellengesetz)’에 맞서 싸워야 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LGBT 인권 수석 연구원 크리스티안 곤잘레스 카브레라(Cristian González Cabrera)는 “트랜스젠더는 차별 없이 인정과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발표했다. 독일에서 동성결혼은 이미 2017년에 합법화됐다. <참조 기사> https://apnews.com/article/germany-name-gender-changes-transgender-parliament-9eb64bbe96b286b71bbc8c4343dae4d0
-
낸시 프레이저, 팔레스타인 연대 서명 이유로 독일 방문교수직에서 해임‘전진하는 페미니즘’ ‘좌파의 길’ 등을 쓴 대표적인 비판이론가 낸시 프레이저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독일 쾰른대 방문교수직에서 해임됐다. 독일 진보언론 <노이에스 도이칠란트> 12일 보도 등에 따르면, 낸시 프레이저는 독일 쾰른대 초청으로 오는 5월부터 알베르투스 마그누스 센터에서 강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프레이저가 참여한 팔레스타인 연대 서명이 알려지면서 독일 쾰른대가 그에게 약속한 방문교수직을 일방적으로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노이에스 도이칠란트> 화면 갈무리 앞서 프레이저는 지난해 11월 북미, 라틴아메리카, 유럽 출신의 철학자 약 200명과 함께 ‘팔레스타인을 위한 철학’이라는 이름의 선언문에 서명했다. 이 선언문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 공격으로 이미 8,500명 이상이 사망한 시점에서, 팔레스타인 민중에 연대하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규탄하기 위해 작성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선언이 최근 온라인에 게시되자 학교 측이 프레이저에게 메일을 보내 그가 선언에 참여했다는 사실에 대학 총장이 우려를 표했다며 입장을 분명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프레이저는 “내가 초대된 이유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견해와 전혀 무관한 나의 학문적 연구 때문이었다”라며 “이 문제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며, 내가 유대인으로서 겪었던 고통을 포함해 모든 면에 수많은 고통이 존재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프레이저는 이 답장을 보낸 지 24시간 만에 학장으로부터 “입장을 수정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방문교수직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프레이저는 이에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자 정치적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낸시 프레이저를 이메일 한 통으로 해임할 만큼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대한 독일 지배계급의 탄압은 극심하다. 대표적으로 독일 정부는 지난 12일 경찰 2,500명을 배치해 팔레스타인 연대 단체들이 개최하려 한 ‘팔레스타인 대회의’를 가로막았다. 증오 선동, 반유대주의, 폭력 미화, 폭력 행위가 일어날 위험이 있다는 이유였다. 그에 앞서 독일 시중은행인 베를리너 스파카쎄는 한 유대인 평화단체가 관리하는 이 행사 후원 계좌를 차단했다. 또 이날 발표할 예정이었던 한 의사는 베를린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다. 하싼 아부 시테(Ghassan Abu Sitteh)라는 이름의 그는 국경없는의사회와 함께 43일 동안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에서 일한 경험을 팔레스타인 대회의에서 전하려고 했으나 독일 당국에 가로막힌 것이다. 독일 당국은 ‘반유대주의’라는 이유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탄압해 왔지만, 이는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연이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이후 더욱 격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20일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열린 베를린에서는 174명이 체포됐고 65명이 기소됐다. 이때 쿠피야(팔레스타인 스카프)를 착용하고 카페나 레스토랑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무작위로 연행됐다. 지난 12월 20일에는 경찰 170명이 베를린에서 ‘팔레스타인 해방 없이 여성해방은 없다’라는 제목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올렸던 반자본주의 페미니스트 단체 조라(Zora)를 포함해 8개 단체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활동가들의 자택도 수색하고 휴대전화나 데이터 저장장치를 압수하고 있다. 함부르크 경찰은 지난 10월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 참가자에게 최대 500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고, 주최자에게는 최대 1년의 징역형을 내린다는 일반처분을 발표했다. 3월 초에는 ‘하마스와 수감자 연대를 위한 팔레스타인 네트워크 사미둔’이라는 단체가 해산됐다. 이외에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대량 학살’이라고 부르거나 ‘프리(free) 팔레스타인’이나 ‘정착민 식민주의와 아파르트헤이트의 종식’을 요구하거나, 희생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추모하고자 하는 사람은 법원으로부터 기소될 수 있다.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은 자유로울 것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벌금이 부과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실제 유대인이나 이주민을 공격하는 나치에 대한 조사는 더디다. 이러한 처사는 독일 지배계급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의 민낯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미 독일 지배계급은 10월 7일 하마스가 주도한 대 이스라엘 공세 후 만장일치로 ‘팔레스타인 테러’를 비난하며 이스라엘의 보복을 환영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겉으로는 이스라엘의 자위권과 평화를 지지하는 듯하지만,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평화가 아니라 중동에서의 패권과 전쟁이윤이다. 단적으로 독일은 이스라엘에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기를 팔고 있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대 이스라엘에 대한 독일의 무기 수출액은 1년 전의 10배를 넘어섰다. 영국 연구 기관 포렌식 아키텍처(Forensic Architecture)의 독일 자매 기관인 포렌시스(Forensis)가 최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독일은 이스라엘 전체 무기 수입의 47%를,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에는 전체 무기 수입의 30%를 차지했고, 이들 무기 중 적어도 일부는 가자지구에서 사용됐다. 또 2003년부터 독일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위해 4,427건의 개별 무기 수출을 허가했으며, 그 규모는 약 33억 유로에 달한다. 승인율은 99.75%였다. 이스라엘의 대형 재래식 무기 수입량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 20년 동안 독일은 꾸준히 2위를 차지했으며, 어떤 해에는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3년 승인된 무기 수출 총액은 3억 2,650만 유로였으며, 이는 대부분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과 반격 이후 승인됐다. 지난해 11월 <파이낸셜타임스>는 독일 정부가 이스라엘 무기 신청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외무부, 경제부, 수출통제국 간 실무그룹을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그사이 팔레스타인에선 35,000명 이상이 살해됐으며, 사망한 민간인의 70%는 여성과 어린이였다. 또 100만 명 이상의 소녀와 여성은 난민이 됐다. 중국과 BRICS의 부상,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등 심화하고 있는 다극체제와 전쟁 위기 속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2월 2,500명의 시위대가 둘러싼 뮌헨안보회의에서 “안보가 없으면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안보를 부르짖을수록 그들의 총구는 다시 팔레스타인과 노동자민중을 향할 것이다. 그래서 600명의 독일 공공부문 노동자가 지난 4일 집단으로 발표한 “이스라엘 정부에 대한 무기 공급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이 더욱 주목된다.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 노동자가 팔레스타인 학살과 전쟁에 반대해 분연히 일어서자.
-
자본가 양당의 권력 교대, 지겨운 쳇바퀴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윤석열 정부 심판으로 끝난 22대 국회의원 선거 4월 10일 실시된 22대 국회의원 선거는 정부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민주당·민주연합 175석, 국민의힘·국민의미래 108석, 조국혁신당 18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이 최종 성적표다. 이론의 여지 없이,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정서가 이번 선거를 압도했다. 윤석열 정부는 선거 승리를 위해 몇 달간 김건희 씨를 잠적시키고, 전국 순회 민생토론회를 스물네 차례 개최하며 총력을 다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정부 여당 참패의 핵심 원인은 물론 윤석열이다. 윤석열은 반동적인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자신의 인생 책으로 꼽는다. (아마 인문사회도서 중에서 윤석열이 유일하게 읽은 책일 것이다.) 최저임금제를 반대했던 프리드먼을 좇아 윤석열은 대선에서 최저임금 미만을 받고 일할 수 있는 자유를 옹호했다. 집권 후에는 철 지난 신자유주의 부자 감세 정책을 펼치면서 재정 건전성 타령을 그치지 않았다. 카르텔 타도 운운한 윤석열의 한마디에 R&D 예산이 33년 만에 삭감된 게 바로 엊그제 일이다. 그랬던 윤석열이 민생토론회에서는 무차별적 재정 투입을 공언하고 다녔으니, 이것만큼 구역질 나는 일이 또 있겠는가? 민생토론회에서 제시된 240개 정책을 모두 집행하려면 900조 원이 넘게 든다고 한다. 선거에 악영향을 줄까 봐 법정 기한까지 어겨가며 뒤늦게 발표한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재정 적자는 87조 원이다. 적자 규모가 예산상 계획이던 58조 원보다 29조 원이나 늘었는데, 물론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가 주 원인이다. 윤석열은 일말의 부끄럼도 없이 현실성 없는 공수표를 남발하며 관권선거를 벌인 것이다. 선거기간 내내 진행된 민생토론회. 사진: 대통령실 이런 철면피한 뻔뻔함을 생각하면, 875원 대파 논란과 이종섭 도피 출국 건은 소소한 에피소드에 불과해 보일 지경이다. 대중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두 사안이 아니더라도 노동자 민중의 생활조건을 개선할 수 없는 윤석열 정부의 몰락은 예정된 일이었다. 물가 폭등, 2년 연속 실질임금 하락, ‘건폭’ 몰이로 대표되는 노동조합 탄압, 선거용으로 기획됐던 의대 증원 카드의 실패, 황상무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연이은 입틀막 사건 등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쳤다. 만약 윤석열 정부에 맞설 정치적 대안이 뚜렷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훨씬 더 참혹하게 몰락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대중이 현 정부에 맞서 선택할 수 있었던 대안은 고작 민주당이었다. 불과 2년 전, 부동산 폭등과 내로남불 입시 비리 등으로 윤석열에게 권력을 내줘야 했던 바로 그 민주당 말이다. 진보정당 운동의 한 시대가 끝났다 2년 전 민주당을 심판했던 대선에서도, 윤석열 정부를 심판했던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진보정당은 대중에게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원외정당으로 전락했다. 정의당은 4년 전 비례정당 투표에서 9.67%를 득표해 5석을 획득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2.14% 득표로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박근혜 탄핵 촛불 직후 2017년 대선에서 6.17%를 득표했던 4선 의원 심상정은 이번엔 자신의 지역구에서 3위(18.41%)에 그치며 정계 은퇴를 선언해야 했다. 정의당의 몰락은 문재인 정부 시절 내내 민주당 2중대로서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정의당은 민주노조 운동이 침체하자 조직 노동자들과의 조직적 연대를 강화하기보다는 더 많은 득표를 위해 무정형의 대중에 영합하려는 전략을 취했다. 조국의 입시 비리 논란이 대두했을 때 이도 저도 아닌 갈지자 행보를 보인 이유다. 정치적 계급으로 조직되지 않은 대중이 민주당이 아니라 정의당에 표를 줄 리 만무하다. 정의당의 몰락이 예견됐을 때 제일 먼저 당을 탈출한 것은 이 시기 영입됐던, 단지 대중에게 상품성이 있었던 정치인들이다. 사진: 연합뉴스 진보당의 굴종은 더 처참하다. 진보당은 조직 노동자 운동에 상당한 기반을 갖췄다는 점에서 정의당에 비견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진보당은 민주당의 위성정당에 참여하며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깃발을 스스로 짓밟아 버렸다. 진보당은 민주당과 연합하며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터무니없는 소리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노동탄압으로 일관해 온 민주당 역시 노동자들이 심판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선거를 통해 대중의 정치의식이 단계적으로 발전할 것이라 여기는 건 큰 착각이다. 이번 선거엔 윤석열을 심판했으니, 다음 선거엔 좀 더 왼쪽으로 이동해 진보정당에 표를 주겠다고 생각할까? 아니다. 민주당을 심판한다며 다시 국힘에 표를 던질 것이다. 이미 노무현 정부 이후 이명박 정부의 등장, 문재인 정부 이후 윤석열 정부의 등장에서 반복되었던 역사적 경험이다. 사진: 울산시의회 한국전쟁 이후 노동자운동이 절멸됐던 한국 사회에서 노동자계급이 다시 역사의 주체로 등장한 것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다. 일체의 자주적 노동자투쟁이 봉쇄됐던 1987년에는 민주노조 건설과 최소한의 노동조건 개선 투쟁도 곧바로 국가권력과의 일전(一戰)을 불사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깃발을 움켜쥐었던 이유다. 1996~97 총파업은 민주노조 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노동자계급이 가장 높은 곳에 다다랐던 투쟁이다. 그 성과물의 하나가 진보정당의 건설이었다. 2004년 단번에 10명의 의원을 국회에 입성시켰던 민주노동당은, 정치적 타당성은 차치하더라도 그 자체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열망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후대의 역사가는 진보정당 운동의 한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할 시점으로 이번 선거를 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의당이 몰락하고 진보당이 민주당에 굴종한 원인으로, 과거 민주노동당 분당, 통합진보당 사태 등의 정치적 사건을 지목한다면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은 것이다. 진보정당 운동 몰락의 근본 원인은 노동자 계급투쟁의 퇴조에 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에서 1996~97 총파업까지, 국가권력에 맞선 전투성과 사업장 울타리를 뛰어넘는 연대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악법을 어겨서 깨뜨리던’ 민주노조 운동의 활력이 사라진 지 오래다. 관료주의의 강화, 사업장 내 임단투에 갇히는 ‘합법’ 파업 등이 한국 노동자운동의 현주소다. 노동자계급이 자기 고유의 방식으로 헤게모니를 행사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상황이 되자, 진보정당 운동 역시 덩달아 방향성을 상실한 것이다. 미국식 자본가 양당체제의 확립, 그러나 정치적 불안정성 한국은 이제 미국식 자본가 양당체제가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 비해 뒤늦게 시작된 한국 노동자투쟁의 첫 번째 시기는 결국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에 실패한 채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인다. 20세기 초반 미국의 노동자계급이 독자적 노동자정당의 건설에 실패하고 민주-공화 양당체제에 손발이 묶였던 것처럼, 오늘날 한국의 노동자계급도 자본가 양당체제에 결박된 것이다. 자본가계급의 독재를 유지하는 데서 민주당, 국힘 양당은 아무런 차이가 없다. 최저임금을 아예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자고 지껄이는 국힘이나, 이를 반대한다면서도 국회 다수 의석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악하고 제도의 거대한 사각지대를 남겨두는 민주당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단지 민주당은 노동자계급에 대한 유연성이라는 외양을, 국힘은 노동자계급에 대한 비타협성이라는 외양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다. 노동자 민중의 생활조건이 개선되기 힘든 쇠퇴기 자본주의에서 대중이 현 정부에 격렬한 반감을 터뜨리는 일은 늘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가 양당이 권력을 교대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노동자 민중의 반정부 투쟁을 항상 체제 내로 묶어두는 안전장치가 된다. 노동자계급은 자본가 양당의 비본질적 차이에 의미를 부여할 것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자본가 정치세력으로부터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이것은 시대를 뛰어넘는 불변의 원칙이다.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독립 추구가 더 보수적인 세력의 당선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에 대해 마르크스는 이렇게 반박했다. “반동에게 승리의 가능성을 줄지 모른다고 하는 민주주의자들의 허튼소리에 농락당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모든 공문구들은 결국 프롤레타리아트를 기만하기 위해서 하는 소리들이다. 독자적인 진출을 통해 프롤레타리아 당이 이루게 되는 진전은 몇 명의 반동 분자들이 대의 기관에 들어감으로써 생길 수 있는 불이익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동맹에 보내는 중앙위원회의 1850년 3월의 호소>). 월 100만 원에 가사 노동자를 도입하자는 조정훈이나, 페미니즘을 ‘망상에 가까운 피해의식’이라 떠들었던 이준석이 아무리 꼴 보기 싫다 해도, 그 대안이 민주당에 투표하는 것일 수는 없다. 노동자계급의 계급적 이익은 모든 종류의 자본가 정치세력과 명확히 구별되기 때문이다. 한편 겉으로는 확고해 보이는 한국의 자본가 양당체제가 내적으로는 상당한 불안정성을 보인다는 점도 아울러 주목해야 한다. 2022년 윤석열이 당선됐던 대통령 선거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최초로 5년 만에 상대 당에 정권을 내준 선거였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 역시 1987년 이후 집권 여당이 가장 무력하게 참패한 선거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제2당이 되었지만, 제1당인 민주당의 123석과 차이가 크지 않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속출하고(최근의 농산물 가격 급등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저출생으로 사회 소멸이 예견되는 시대, 경쟁에서 패배한 이들에게 사회적 지원 대신 멸시와 혐오가 쏟아지는 쇠퇴기 자본주의에서는 어떤 정치세력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청년층의 정치의식이 급선회하는 현상은 이를 잘 드러낸다. 청년들을 어느 깃발 아래 서게 할 것인가? 20세기 후반까지 한국의 선거판에서 가장 주요한 변수가 지역주의였다면, 21세기에는 지역주의가 한결 옅어졌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민주당과 국힘이 박빙의 접전을 펼쳤던 부울경 선거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현재 지역주의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세대별 정치의식이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체험하고 반공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한 6~70대 이상 고령층은 확고하게 국힘을 지지한다. 다른 한편 80년대 민주화투쟁 등 집단적 정치 경험을 공유하는 4~50대 중년층은 민주당의 주요 지지 기반이다. 이들이 양당의 고정 지지층 35%를 각기 차지한다. 반면 경제성장도, 민주화 투쟁의 경험도 없는 2~30대 청년층은 현 집권 세력을 심판하기 위해 상대 당에 투표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 보인다. 물론 2010년대 페미니즘 리부트를 거치며 집단적 정치의식을 형성한 여성들은 계속해서 민주당에 견고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래도 지난 대선에서 20대 여성의 33.8%, 30대 여성의 43.8%는 윤석열에 투표했다.) 반면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의 일등 공신이었던 2~30대 남성들(지난 대선에선 20대 남성의 58.7%, 30대 남성 52.8%가 윤석열에 투표했다)이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선회는 자못 두드러진다. 2022년 대선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이번 선거 출구조사에 따르면, 비례대표 선거에서 20대 남성의 투표 결과는 민주당 26.6%, 조국혁신당 17.9%, 국힘 31.5%이다. 20대 여성은 민주당 51%, 조국혁신당 18.5%, 국힘 16.7%다. 30대 남성은 민주당 28.8%, 조국혁신당 23.6%, 국힘 29.3%이며, 30대 여성은 민주당 38.2%, 조국혁신당 23.2%, 국힘 20.3%였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에 표를 던졌던 상당수가 반대편으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2~30대 청년층이 최우선시하는 ‘공정 경쟁’의 원칙(이것은 비인간적 경쟁으로 고통받는 청년층이 가장 일그러진 형태로 자신의 고통을 표현한 것이다)을 훼손한 조국에게도 18~23%의 지지를 보낸 것은 놀랍기까지 하다.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에서 청년층이 경험하는 고통의 객관적 크기를 실감하게 한다. 2024년 총선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청년층이 선거마다 보여주는 급선회는 앞으로 한국 자본주의가 정치적 불안정성을 상수로 하게 될 것이란 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왜 이들 청년층이 고작 자본가 양당 사이에서 정치적 대안을 찾아야 하는가? 청년층은 자본의 이윤 질서를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는 양당에서는 절대 진정한 대안을 찾을 수 없다. 이들에게 경쟁, 혐오, 차별이 아니라 협력, 연대, 단결이라는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대안을 알려야 한다. 청년층에서 정치적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것은 이들 사이에서 노동자계급의 정치가 부상할 수 있는 공간이 창출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트로츠키는 “모든 혁명정당은 상승하는 계급의 젊은 세대로부터 가장 주요한 지지를 획득한다. 부패한 정치세력은 청년을 자신의 깃발 아래로 결집시킬 능력을 상실한다. 정치의 전선에서 차례로 후퇴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정당들은 청년층을 혁명이나 파시즘에 넘겨줄 수밖에 없다”고 썼다(<배반당한 혁명>). 실제로 청년들이 역사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혁명의 서막을 뜻했다. 1917년 10월 혁명 직전 개최된 볼셰비키 6차 당대회(1917년 8월 6~16일)에 참석한 대의원 171명 중에서 18세~29세까지의 대의원은 46%, 39세까지의 대의원은 92%에 이른다. 이들 청년층이 당에 가입한 기간은 평균 8년 3개월이었으며, 절반에 가까운 79명(46%)이 2월 혁명 당시 투옥, 유배, 망명, 수배 상태에 있었을 정도로 단련된 투사들이었다. 노동자들의 정치적 계급의식은 어떻게 발전하는가? 양당이 가진 35%의 고정 지지층, 상대 당에 대한 혐오 정서는 한동안 한국 정치판을 좌우하는 기본 변수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특히 청년 노동자들이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주역으로 등장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어떠한 자본가 정치세력도 노동자 민중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자산·소득의 불평등 심화, 혐오와 차별의 확대 속에서 노동자계급은 진정한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4~50대 중년층이 확고한 민주당 지지세를 보이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자. 윤석열과 곧 손절할 것으로 보이는 <조선일보>는 4~50대 중년층을 ‘진보 중년’이라 부르며 탄식을 늘어놓는다(<조선일보>, “누릴 거 다 누리고 깨어있는 척… ‘진보 중년’을 아십니까(2024. 3. 24.)”). “통상 40대는 자산을 모으고 자녀를 키우며 안정을 희구하는 경향과 함께 보수화되는 연령 효과(age effect)가 나타나는 시기”인데도, “이 땅의 4050은 연령 효과를 거스르는 첫 변종 세대”라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조선일보>가 한탄할 만도 하다. 바로 윗세대는 전쟁의 폐허에서 경제를 재건하며 반공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며 살아왔는데, 정작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리는 4~50대는 뚜렷한 반국힘 정서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대중의 정치의식이 어떻게 생명력을 획득하고 견고해지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4~50대는 1980년대 민주화 투쟁, 1990년대 초반 민주노조 투쟁과 1996~97 총파업, 2002년 미군 장갑차 촛불과 노무현 당선, 2008년 광우병 촛불, 2016~17년 박근혜 탄핵 촛불 등을 경험해 온 세대다. 바로 집단적 정치투쟁의 경험이 이들의 확고한 정치의식을 만들어 낸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향한 정치적 계급의식 역시 이러한 대중투쟁의 경험을 통해 형성된다. 노동자들은 자본에 맞서는 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노동자계급의 이익이 모든 종류의 자본가 정치세력과 구별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각인한다. 그러나 자본에 맞선 투쟁이 법과 사업장의 테두리 내에서 관료적으로 통제되는 형식적 파업 정도에 그친다면 이런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자본주의 체제 내로 순치(馴致)된 투쟁을 통해서는 민주당에 의존하는 악습만 더 강화될 뿐이다. 자본가들의 이윤 획득에 전면적 타격을 가하는 노동자계급의 진정한 능력을 보여줄 때만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계급의식은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물론 한국의 노동자 운동은 지금도 최저임금 인상을 내걸고서는 ‘합법’ 파업을 할 수 없을 정도의 후진적 법 제도에 고통받고 있다. 사업장 범위를 넘어 정치적 요구를 내세운 파업이나 연대 파업이 불법인 것도 여전하다. 자본주의 체제의 전면적 위기가 아니고서는 노동자계급의 상층 부문이 실제 투쟁에 나서리라 기대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오늘날 사회주의자들과 노동자 투사들이 확고한 목표의식 아래 더욱 분발해야 함을 뜻할 뿐이다. 노동조합 내부에서 관료적 통제에 반대하고 노동자 민주주의의 원칙을 철저하게 관철하는 것, 협소한 조합주의적 이익이 아니라 전체 계급의 이익에 복무하는 투쟁을 헌신적으로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 이주민에 대한 차별에 단호히 반대하며 노동자계급의 총단결을 호소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사업장 울타리를 넘어 가장 열악한 밑바닥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실천적 기풍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노동자계급의 새로운 활력은 진정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열망을 다시 불러일으킬 것이며, 선거를 노동자 정치를 널리 알리는 정치적 공간으로 자리잡게 할 것이다.
-
“공공돌봄 서사원은 우리의 미래”...오대희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장_워크숍 “찾아가는 여성파업(6)”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이하 서사원지부)는 이번 3.8여성파업에 조직위 출범 때부터 참가단위로 함께해 왔다.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사원지부장은 여성파업의 의의에 공감하며 남성으로선 유일하게 여성파업 본대회 무대에 올라 발언하기도 했다. 늦었지만 오대희 지부장을 만나 3.8여성파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평등한, 좋은 일자리를 위한 여성파업 무엇보다 “여성파업 제안 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마음은 굴뚝 같았는데” 시기상 제대로 하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 오 지부장은, 공공돌봄을 더 확대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서사원의 존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에 대해 많이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여성파업 조직위에 참가하게 됐다. “우리 깃발이라도 계속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여성파업 조직위로 여러 단위가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만큼 여성파업 한 번 끝났다고 바로 쪼개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서로 지지하고 함께해 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노조 현안에 치여 파업을 하지 못한 것이다. 2월 5일 <서사원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이 발의되어 이에 대응하기 바빴다. 당장 기관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지만 동시에 돌봄노동은 ‘관계노동’이다 보니 조합원들이 이용자를 돌보지 않고 일을 놓는다는 것은 늘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어르신과 아이들, 장애인을 놓고 현장을 나오기가 어려운 것이다. 흔히들 여성파업은 여성만 참가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남성도 함께해야 제대로 된 파업이 가능하다. 여성 다수 사업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파업할 때 남성 노동자가 함께하지 않고 일한다면 이는 곧 파업파괴행위가 될 테니 말이다. 오 지부장은, 여성파업이 왜 여성 정체성을 두는지 오래 고민해 봤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여성파업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따지지 않고 “성평등한 일자리, 좋은 일자리를 위한” 파업이라는 것. 그런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여성과 남성이 함께 논의하고 함께 투쟁해야 한다고 봤다. “성평등하고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에 여성이 상대적으로 안 좋은 일자리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 것 아닌가? 역으로 남성은 돈 버는 기계처럼 인식되기도 하고. 이런 성차별이 심한 불균형을 깨야 한다. 갈라치기가 심하다. 종사자와 이용자를 가르기도 하고 여성과 남성을 가르기도 한다. 사람마다 잘하는 게 다른데 여성이라서, 남성이라서 이런 고정관념도 크다. 그렇잖아도 살기 힘든 열악한 시대에 성차별은 깨져야 한다.” “여성이 많은 사업장만 여성노동을 하는 게 아니다. 일터내 성평등이 실현되고 성별분업이 무너지면 결국 모든 노동자의 문제가 된다. 과거 ‘여성노동’으로 치부되고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이 곳곳에 있고 취약한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남성이 여성투쟁을 함께 해야 하는 이유이다.” “공공성이라는 것도 그렇지 않은가. 성평등한 방향성을 가지고 동등하게 이야기하고 함께 협의하고 서로 배제하지 않고 공동책임지는 이런 게 바로 공공성이라고 본다. 장애인활동지원사로서 장애인 운동에 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비장애인들도 많이 참여해야 운동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화된 돌봄은 이윤중심으로 제로섬게임처럼 보이지만, 공공의 돌봄은 그렇지 않다. 비경합성, 권리중심으로 서로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다. ‘누구만을 위한 것’이란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 반성을 많이 하게 된다 오 지부장은 여성파업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워크숍, 실태조사, 기자회견 등에 참가했는데 그때마다 스스로 성장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런 점에서 더 많은 조합원의 참가를 조직하지 못한 아쉬움도 크다. 실태조사 정도는 조합원들과 공유했지만 여성파업이 무엇인지, 어떤 요구를 걸었는지 등에 대해 조합원 교육을 하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는다. 솔직히 조합원들이 여성파업에 대해서 잘 모른다. “우리가 충분히 알려내지 못했다. 반성을 많이 하게 된다.” 간부 두어 명이 발로 뛰며 온갖 일을 하느라 힘에 부치기도 한다. 공공운수노조 서사원지부는 단체협약이 해지된 상태다. 단체협약에 보장된 조합원 교육시간이 있었다면 몇 명이라도 교육하고 내용을 공유할 텐데 그렇지 못하니 조합원들에게 일주일에 두어 번씩 집회나 교육을 위해 시간을 내라고 요구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조합원들이 서울전역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한 번 모이기도 만만찮다. 여성파업은 장기간 계획을 가지고 관련 사업을 하는 것인 만큼 조합원 만날 때마다 간단히라도 내용을 알리는 걸 의식적으로 꾸준히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현안에 치이다 보니 여성파업이 자꾸 뒤로 밀리게 된 것 같다. 이번에 겪고 나니 뒤늦게 아쉬운 게 정말 많다.” 문턱을 낮출 필요성 조합원 연령대도 다양하다. 보육교사들은 상대적으로 젊어서 줌교육이나 카드뉴스 등 온라인소통을 편하게 여긴다. 반면 요양보호사나 장애인활동지원사는 “종이 한 장도 직접 만나서 주고 눈 마주치면서 하나씩 다 이야기해야 이해한다.” 여성파업에 대해 조합원교육을 고민 안 한 건 아니다. 하지만 조직위에서 마련한 워크숍 자료 등은 해외사례부터 주욱 설명하는 식으로 분량도 많고 내용도 어려워서 조합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섰다. 그동안 시장화된 돌봄은 개인희생과 헌신을 강조하는 종사자인식 때문에 노동자라는 인식도 아직 강하지 않은 조합원이 다수인만큼 좀 더 쉽게 다가가갈 수 있게 문턱을 낮춘 조합원 맞춤교육을 적극적으로 요구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여성파업 슬로건에 대해 조합원 만날 때 꾸준히 얘기하는 게 필요하다. Q&A 같은 것도 짧게 만들어 소통했으면 좋았겠다. 글씨 빼곡한 건 아무래도 읽기 힘들어 하니까.” 이런 점은 앞으로 여성파업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더 많이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이미 조직되고 충분히 투쟁 경험이 있는 여성 노동자보다 그렇지 않은, 노조조차 없거나 투쟁이나 파업이라는 것을 거의 접해보지 못해 낯설어하는 여성 노동자가 훨씬 많다. 여성파업은 바로 이런 여성 노동자들이 자기 존재를 드러내고 권리를 요구하는 몸짓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파업이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을 진척시키려면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발걸음을 내딛기 위한 보다 다양한 시도가 모색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공공돌봄과 투쟁의 거점이라는 자부심 오 지부장은 서사원이 지금 꽤 어려운 조건이지만 “나름의 자부심도 있다.” “우리보다 더 열악한 데도 많다. 지방은 더 어려운데 가시화되지 않을 뿐이다. 우리가 총대를 멘 느낌이다. 우리가 잘났다는 게 아니라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서사원은 공공돌봄과 여성 노동자 투쟁의 거점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여성 다수 사업장이 아주 많다. 규모가 크지 않은 데도 많고. 반면 “서사원은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조건은 마련되어 있다. 기존엔 말할 창구도 없고 누구도 책임 안 졌다. 공공돌봄 기관이 서사원 하나뿐이고 전체의 1%도 안 되지만 우리가 여기서 흩어지지 않고 더 뭉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올해는 여성파업에 제대로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서사원 조례 폐지에 맞서 폐원 위기를 막아내고, 불안정성 때문에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장애인활동지원사 조합원들도 더 이상 떠나지 않게 된다면 앞으로 장기 계획을 가지고 여성파업을 조직하겠다는 마음만은 분명하다. 돌봄 공공성·노동권 사수와 성평등한 공공돌봄 노동자의 자부심, 권리의식 향상을 위해 서사원지부가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많은 노동자의 연대와 관심이 절실하다. 오 지부장은 말한다. “우리는 투쟁할 수 있는 바탕은 마련되어 있다. 노조 전임자도 있고 노조 사무실도 있고.” 이런 소박하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고 더 힘찬 투쟁 이어가길 바란다. 돌봄 노동자가 행복해야 이용자도 행복하다! 돌봄 노동자가 존중받아야 장애인, 아이, 어르신도 존중받는다! 돌봄위기 속 착취의 굴레를 넘어 공공돌봄 서사원은 우리의 미래이다!
-
[330 사전결의대회]기후위기가 우리를 죽이기 전에, 여성 노동자가 맨 앞에 서겠습니다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330 충남노동자행진,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교육노동자현장실천,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학생사회주의자연대와 함께 <노동자 산업통제운동을 위한 330 충남노동자행진 사전결의대회>를 개최했습니다.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이영미 동지의 발언 내용을 공유합니다. 변혁적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영미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병원에는 수많은 질병이 있는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 방문합니다. 병원에 온 환자 옆을 보면, 으레 여성들이 돌봄과 간병을 도맡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돌봄노동이 얼마나 여성에게 편중되어 있는지를 일터에서 절감합니다. 기후위기는 바로 이 여성들의 돌봄노동을 가중시킵니다. 기후위기가 만든 홍수와 가뭄, 이례적인 한파와 혹한,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수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습니다. 기존 질병이 더 쉽게 확산할 뿐 아니라,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질병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기후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병들어가지만,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돌볼 겨를이 없습니다. 누군가 다치거나 돌봄이 필요할 때, 여성들은 자기가 아니라 타인을 돌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성 노동자가 내몰리는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는 어떻습니까. 2022년 폭우로 신림동 반지하 방에 일가족이 익사한 사건을 기억합니다. 당시 일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것은 여성 노동자입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언니와 고령의 노모, 그리고 어린 자녀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었습니다. 이 여성 노동자는 백화점 하청업체에서 일하며 어렵게 삶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팍팍한 삶이지만, 반지하 방에서라도 삶을 이어가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기후위기가 만든 폭우 속에서 이 노동자는 그 삶마저도 빼앗겨 버렸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이 강요당하는 저임금과 불안한 일자리는 팍팍한 삶의 주름을 조금이라도 펴주지 않습니다. 더 열악한 상황 속에서 목숨마저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우리의 삶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오직 노동자들의 투쟁 속에서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합니다. 기후위기를 조장하고 더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는 자본가계급이 삐까번쩍한 국제회의장에서 내놓는 기후대책, 기후협약에 무슨 대안이 있습니까. 여성, 노동자 민중과 사회적 약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을 뿐입니다. 그들의 협약이란 자신들의 이윤을 지키는 것뿐입니다. 생산을 부여잡고 있는 노동자들이 나설 때,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투쟁할 때 기후위기 문제는 해결될 수 있습니다. 맨 앞에 단결한 여성 노동자들이 서겠습니다. 기후위기가 아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새로운 사회를 위해 전진해나가겠습니다. 빵과장미도 함께 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U공급망감시법 무력화, 자본주의는 오늘도 파국으로 향한다독일 리자(Riesa) 항구에서 홍수에 침수된 컨테이너. 사진: 로이터 4월, 유럽연합 의회 표결을 앞둔 공급망감시법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 즉 유럽연합공급망감시법이 3월 15일 유럽연합 이사회(각료 이사회)에서 통과되었다. 유럽연합 이사회 통과에 따라, 법안은 4월 유럽연합 의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1).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은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과 함께 2050년까지 유럽 기후중립을 달성한다는 EU그린딜 계획을 구성하는 중요 법안인데, 법안은 유럽연합 대기업의 공급망 내 강제노동, 아동노동, 삼림벌채 등 노동권 탄압과 환경오염 행위를 규제한다. 기업은 기후변화 대응 의무 등 법안 관련 내용을 매년 공시해야 한다. EU 각국은 기업의 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할 감독기관을 지정하며, 감독기관은 조사를 통해 규정 미준수 기업에 순매출액의 5%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1) 유럽연합 입법절차는 △유럽연합 시민을 대표하는 유럽 의회 △유럽연합 정부를 대표하는 유럽연합 이사회 △유럽연합의 종합적 이익을 대표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세 주요 기관의 합의 과정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후위기 대응과 노동권 확대를 위한 대기업 규제에 있어 진일보로 보인다. 그러나 그 실제 과정은 자본의 승리를 드러낸다. 법안 주요 내용은 이번 유럽연합 이사회 부의와 통과 과정에서 심각하게 후퇴했는데, 이는 세계 각국에서 확대되는 그린래시와 기후운동 퇴조를 반영한다. 그간 ‘ESG 경영’, ‘그린뉴딜’ 등 녹색 분칠에 바쁘던 국가와 자본은 이제 그 분칠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기후-환경정책에 반격하고 있다. 자본의 승리, 공급망감시법 축소 조정 경과를 보자. 작년 12월 유럽연합 이사회와 유럽연합 의회의 합의 후, 세부 조정을 거쳐 올해 1월 30일 공개된 공급망감시법 최종 초안은 유럽연합 이사회 표결을 어렵지 않게 통과할 것으로 보였다. 이미 12월 합의 과정에서 금융부문이 당면 규제에서 제외된 터였다. 그러나 독일이 2월 유럽연합 이사회 투표에서 법안에 기권하겠다고 밝힌 후, 여러 EU 국가가 줄줄이 법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독일 연립정부(사민·녹색·자민당 연립정부, 신호등 연정) 구성원인 자유민주당(FDP)이 자본가 단체들과 함께 ‘과도한 관료주의로 기업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독일 입장을 법안 반대로 돌려놓았고, 프랑스는 법안이 적용될 기업의 고용 규모를 초안의 10배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극우정부 역시, 별개 법안인 플라스틱 포장재 규제법을 무력화하고자 하는 실제 의도로 공급망감시법에 반대하며 법안 사이의 거래를 시도했다. 이렇듯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자본의 이윤 축소 우려를 앞세우며 법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고, 결국 초안은 부결되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2월 28일 법안 표결에서 독일·이탈리아·핀란드·오스트리아·불가리아·체코·에스토니아·헝가리·리투아니아·룩셈부르크·몰타·슬로바키아·키프로스 등 13개국이 기권했고, 스웨덴은 법안에 반대했다.2) 2) 유럽연합 이사회 의결을 위해서는 △회원국 55%(15개국) 찬성에 더해 △찬성 회원국들의 인구가 유럽연합 인구의 65% 이상이어야 한다. 따라서 인구가 많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반대할 경우 법안 통과는 불가능하다. 2월 유럽연합 이사회 부결 후, 법안은 대폭적 축소 조정을 거쳐 3월 15일 27개 EU국 중 17개국 지지로 이사회를 통과했다. 법안 무력화의 핵심은 ‘대기업’ 정의를 훨씬 느슨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초안이 명시한 고용인원 500명 이상, 순매출액 1억 5천만 유로 이상 기업에 공급망감시법을 적용한다는 기준은, 고용인원이 1천명 이상(초안의 2배)인 동시에 순매출액이 4억 5천만 유로 이상인 기업(초안의 3배)에 적용하는 것으로 대폭 후퇴했다. 결과적으로 법안이 규제하는 기업 수는 기존의 1/3로 줄어 전체 유럽기업의 0.05%에 불과하다.3) 다국적기업연구센터(SOMO) 추산에 따르면, 적용 대상 기업은 5,421개에 그치며 이는 2023년 12월 유럽연합 의회·집행위원회·이사회 잠정합의 기준에 따른 16,389개에서 67%나 감소한 수치다. 3) 여기서 알 수 있는 지점은 2023년 12월 합의안을 기준으로 해도 규제대상 기업은 전체 유럽 기업의 0.1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법안이 적용되는 기업 규모 기준 다음으로 큰 반대에 부딪힌 내용은 법안 미준수 기업에 대한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의 권한이었는데, 애초 법안에 포함되어 있던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법안 미준수 기업을 고소할 수 있다’는 민사책임 조항도 삭제되었다. 공급망 전반에 대한 법안의 강제력도 대폭 축소되었다. 3월 15일 통과된 법안은 “회사를 위해 또는 회사를 대신하여 활동을 수행하는” 사업 파트너에게만 적용된다. 공급망 하단부터 상단까지 복잡다단한 생산의 그물망을 강제하지 못하는 이름뿐인 ‘공급망 감시’ 법안인 것이다. 또한, 고위험산업 규제조항, 즉 ‘인권 또는 환경 분쟁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산업’(임업, 석유산업, 채굴업 등)은 고용인원이나 매출액이 법 적용 기준에 못미쳐도 규제 대상으로 놓았던 기존 규정도 삭제되었다. 제품 폐기, 해체, 재활용까지 포괄하던 내용(다운스트림 규제) 역시 삭제되었다. 규제력이 즉각 발휘되는 것도 아니다. △고용인원 5천 명, 매출액 15억 유로 기업은 3년 후부터 적용되며, △고용인원 3천 명, 매출액 9억 유로 기업은 4년 후, △고용인원 1천 명, 매출액 4억 5천만 유로 기업은 5년 후에야 규제를 적용받는다. 현 상황은 세계 기후운동의 퇴조 속에 그린워싱 흉내조차 거추장스러워진 자본과 국가의 노골적 행보를 드러낸다. 유럽 열강의 행보가 드러내는 것 - 국가와 자본은 기후파국을 앞당기고 있을 뿐이다 공급망감시법을 무력화한 유럽 열강, 독일은 그 중에서도 선두에 있다. 독일은 2월 28일 표결에 이어 3월 15일 표결에서도 기권했다. 이렇듯 독일의 태도는 일관적인데, 이는 공급망감시법에 그치지 않는다. 공급망감시법 표결 이틀 전인 3월 13일, 독일은 ‘강제노동 규제방침(Forced Labor Regulation, FLR)’ 표결에서도 헝가리, 라트비아와 함께 기권했다(법안은 27개국 중 24개국 지지로 유럽연합이사회에서 통과되었으며, 공급망감시법과 마찬가지로 4월 유럽연합 의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공급망감시법 무력화에 앞장선 독일의 입장은, 독일 공급망이 중국과 긴밀하게 얽혀있는 상황에서 비롯된다. 독일 산업의 중국·러시아 의존성은 다른 유럽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미중 무역분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유럽 국가가 독일이기도 하다. 실제로 독일 화학기업 BASF, 자동차기업 폭스바겐 등은 신장위구르 지역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이는 ‘서방’이 중국의 강제노동 수용소라고 극렬 비판하는 지역이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애초 공급망감시법 자체에 서방의 중국 견제 의도가 담긴 것은 분명하다. 또한 그 견제 의도가 얼마나 위선적인지도 분명하다. 중국은 EU공급망감시법에 반대함은 물론, 유럽연합의 ‘공급망 실사’에 맞서 반간첩법을 대폭 강화하는 등, 중국 내에서 수집한 데이터의 유출에 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상황을 종합하면, 법안 무력화에 나선 독일을 포함한 유럽 주요국의 입장은 중국 견제로 심화될 공급망의 균열이 결과적으로 자국 자본의 불이익으로 돌아오게 될 상황에 기인한다.4) 이렇듯 공급망감시법 축소 조정 과정은, 법이 내세우는 ‘보다 환경친화적인 공급망’, ‘노동권을 확대하는 공급망’이라는 명분의 허울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제 국가와 자본은 파국을 피하려는 시늉조차 내지 않는다. 자본축적이라는 대전제 앞에, 자본과 국가는 ‘ESG경영’이라는 허울조차 벗어던지고 있다. 4월 유럽연합 의회 표결 후 법안이 실제 적용될 3년 뒤까지의 시간 동안, 유럽 자본은 교묘한 기업분할과 다단계 하도급 확대를 비롯해 규제 회피를 위한 각급 조치를 취할 것임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4) 실제로 법안 반대 최선두에 선 독일과 중국의 산업 연관은 여전히 긴밀함은 물론 더욱 강화되는 양상까지 있는데, 2023년 중국으로 향하는 해외직접투자(FDI)가 급감하는 상황 속에서도 독일은 대중국 직접투자를 사상 최대치로 늘리기도 했다. 공급망감시법의 현 상황은 자본주의 체제가 기후파국을 막을 수 없음을, 특히 제국주의 열강투쟁 격화가 기후파국을 앞당기고 있음을 드러낸다. 지금, 기간산업 국유화와 노동자 민중의 생산통제는 생존의 문제다. 이윤을 위한 생산체제를 끝내기 위해, 기후정의운동과 노동운동의 연대를 지역과 현장으로 확대하자. 산업과 생산은 노동자 민중에 의해 감시되고 통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