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목록
-
‘현중지부 여성혐오 기사’ 문제로 바라본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의 결합최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7월 12일자 노동조합 소식지 ‘민주항해’에 여성과 장애인, 질환자 등을 혐오하는 기사를 실어 논란이 일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수구 꼴페미의 나쁜 광고 즉시 철거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용자가 설치한 산업안전 광고판에 합성된 손 모양을 남성혐오 세력의 집게손가락으로 규정하며 여성과 여성운동, 장애인, 질환자,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혐오하고 비난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지부는 당일인 7월 12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노동조합 지부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도 같은 날 여성위원회 명의로 사과했다. 여성위원회는 이번 일로 ‘여성위원회 차원의 노력과 분투만으로는 현장과 호흡하는 데 한계가 따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16일에는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가 입장문을 통해 ‘성차별 철폐와 성평등 실현을 강령으로 하는 금속노조의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여성과 사회적 약자, 소수자와 연대하고 인간의 평등과 존엄을 위해 투쟁하는 민주노조의 역사와 정신을 훼손한’ 사안이라 명시하며 내부 성찰과 함께 사회적 연대와 투쟁을 약속했다. 이 일로 많은 노동자가 충격과 상처를 받았다. 무엇보다 자본과 정부에 맞서 투쟁하는 ‘민주노조’가, 곁에 있는 ‘동지’가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혐오했기 때문이다. 언론도 이번 사안의 주체가 여성혐오 정서가 퍼져있는 온라인 매체나 남성우월주의 단체, 자본가나 우익 종교단체가 아니라 ‘노동조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강령에서 모든 ‘차별과 억압에 반대’하고 ‘성평등’을 위한 투쟁을 과제로 삼고 있다. ‘여성위원회’가 있고 다양한 교육과 사업을 진행하는데도 이런 일을 막지 못했다. 더욱이 현대중공업지부는 원하청 노동자의 단결을 추구하며 올해 초 자본이 하청노동자를 감시·통제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설치한 ‘안면인식기’를 정규직 노조가 직접 철거하는 등 현장투쟁을 벌여 원하청 단결의 모범을 보였는데도 말이다. 그런데 과연 집게손가락이 문제일까? 최근 집게손가락 논란이 있었던 게임업체 넥슨코리아 사안에서는 노동조합이 여성단체와 함께 페미니즘 혐오를 규탄하고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제기했다. 완성차업체 르노코리아 사안에서는 별다른 입장이 없었다가 현대중공업에서는 노동조합이 페미니즘 혐오 집게손가락 논란을 일으켰다. 문제는 집게손가락이 아니다. 혐오는 주적에 의해 그들의 피 묻은 손을 은폐하는 도구로 쓰일 뿐이다. 한국 자본주의사회에서 남성이 경험하는 고통과 부조리는 사회적 소수자의 존재와 요구에 기인하지 않는다. 그 고통은 자본주의 체제의 착취와 수탈에서 비롯된다.* 집게손가락 논란의 사과와 교육, 후속조치 이행만으로 그리고 ‘여성위원회 차원의 노력과 분투만으로는’ 여성과 사회적 소수자 차별에 맞서는 노동조합의 투쟁이 제대로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착취와 억압, 성차별을 재생산하는 자본주의에 제대로 맞서지 못한 현실과 민주노조의 과제를 고민해 보자. *https://socialism.jinbo.net/bbs/board.php?bo_table=news&wr_id=896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과 여성운동 노동조합의 연이은 사과문은 민주노조 운동의 성찰과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사과문을 통해 ‘노동조합의 사회적 지위와 그 역할, 그리고 책임감 등을 망각한 채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멸시적인 언어들을 신중하지 못하고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표현하는 잘못된 기사를 보도함’에 대해 사과하고 ‘여성 인권과 장애인 등 모든 차별과 혐오를 배척하는 데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올바른 기준이다. 현중지부는 ‘노동조합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 책임’에 비추어 자신의 과오를 사과했다. 금속노조의 사과문도 ‘민주노조의 역사와 정신’에 근거했다. 대중의 시선 역시 ‘노동조합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반응이었다. 이미 사회적으로 노동조합이 노동자 민중의 권리를 옹호하며 사회 부조리에 맞서 싸우는 데 앞장서는 세력임을 어느 정도 입증했기 때문에 나타난 반응이다. 한 줌 자본가계급은 다수의 노동자를 착취하며 사회를 극심한 위기와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노동자계급만이 이에 맞서 투쟁하고 억압과 착취를 근절할 수 있는 유일한 계급이다. 그러므로 노동자 대중조직인 노동조합의 투쟁이 중요하다. 현중지부가 사과문에서 옳게 밝힌 것처럼 노동조합은 ‘여성 인권과 장애인 등 모든 차별과 혐오를 배척하는’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노동자계급의 힘을 확장하고, 자본주의사회의 착취와 억압을 끝장낼 수 있도록 전진해야 한다. 한 줌 자본가가 아닌 노동자 민중 속에 대부분의 남성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이 있고 다양한 사회적 약자가 있다. 성소수자와 장애인은 스무 명 중 한 명꼴이다. 그런데 노동자계급의 일부인 여성, 장애인, 사회적 소수자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계급의식을 잃어버린 소리다. 가부장적 자본주의가 여성과 소수자를 억압하며 노동자계급의 단결과 저항을 파괴하는 분열 전략을 펼치는 상황에서 노동자 투쟁은 모든 차별과 억압, 착취에 맞서 더욱 단결해야만 한다.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의 결합, 노동해방과 여성해방 투쟁에 앞장서는 것이 노동조합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 책임이다. 만약 ‘여성 차별에 반대하고 평등을 지향하는가?’라는 질문이 던져질 때, ‘아니요’라고 답할 노동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민주노조 평조합원에게 ‘남성과 여성 등 노동자끼리 적대시하고 분열하길 바라는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자본가계급이다’고 답하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표현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 ‘페미니즘’이란 단어로 질문한다면, 뭔가 낯설고 심지어 반감을 갖는 노동자도 있을 것이다. 자본의 분열 이데올로기를 노동자계급의 눈으로 걸러내지 못하면 노동조합 안에 여성혐오는 또다시 단결을 해치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등장할 수 있다. 지배계급은 오래전부터 노동자 민중의 저항을 파괴하고 지배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수단으로 가부장제, 성차별을 활용해 왔다. 그 연장선에서 자본은 대중 속에 남성중심주의, 혐오 정서를 퍼뜨리며 구조적 성차별을 강화한다. 생산의 착취시스템뿐 아니라 성별 이분법과 남성중심주의로 노동자 민중을 분열시키고 진짜 적인 자본가계급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자본에 맞선 노동자 투쟁의 역사와 정신은 ‘단결’과 ‘연대’였다. 계급과 계층,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 장애, 인종, 국가, 민족, 고용형태, 외모, 학력, 나이 등 온갖 근거로 차별과 억압, 착취를 정당화하는 것은 노동자의 사상일 수 없다. 페미니즘으로 표현해 보자면 ‘여성차별에 반대하고 평등을 지향하는 상태’를 일컫는 단어, 사회의 일반적 표현이 ‘페미니즘’이므로 투쟁하는 노동자가 ‘페미니스트’다. 민주노조의 정신이 ‘페미니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노동조합의 현실 ‘노동자 투쟁’, ‘노동조합’이라고 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동자의 성별은 무엇일까? 그리고 하는 일에 따른 예컨대 ‘금속노동자’, ‘병원노동자’, ‘운수노동자’, ‘청소노동자’, ‘가사돌봄노동’을 하는 노동자의 성별은? 남성? 남성과 여성? 남성과 여성 등 모두? 전체 임금노동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절반이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는 노동자의 성별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가부장적 자본주의는 차별적 성별 노동 분업을 강요해 여성 노동자를 사회적 생산과 재생산의 이중 굴레 속으로 내몰고 있다. 27년째 공고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성별임금 격차, 경력단절, 훨씬 높은 저임금과 단시간 노동·비정규직 비율 등은 상대적으로 더 열악한 처지에 놓인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준다. 게다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등장한 윤석열 정부는 노동과 여성을 표적으로 삼아 여성과 여성 노동정책을 후퇴시키며 여성을 출산과 양육의 도구로 여기고 있다. 성차별에 맞선 민주노조의 투쟁이 절실한 때다. 민주노총은 작년 4월 윤석열 정부를 평가하며 여성의 역할을 육아돌봄 전담자로 규정하고, 여성 노동을 ‘주변부 노동’으로 취급한 여성 노동정책이 가부장제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더욱 심화시킨다고 진단했다. 불안정 노동 문제를 누적해 여성 노동을 하향 평준화하며 자본의 이익만 키운다고 규탄하며 이에 맞선 투쟁을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민주노조에서 여성문제나 여성 노동의 문제가 ‘노동’과 별개로 여겨지며 관심이 덜한 게 사실이다. 민주노총 사업장은 지금 대부분 임금 및 단체교섭 투쟁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 7월 10일 금속노조는 그 일환으로 6만여 명이 참여하는 파업을 벌였다. 전국 곳곳에서 집회도 개최해 치솟는 물가와 노동탄압 등 윤석열을 규탄하고 단체교섭 승리를 높이 외쳤다. 그리고 이 시점을 기준으로, 앞뒤로 노동과 여성을 관통하는 커다란 노동 현안이 있었다. 하나는 7월 12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민주노총이 ‘국민임투’라고 부른 2025년 최저임금을 결정한 일이다. 고물가에 실질임금이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최저임금이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역대 두 번째 최저인상률(1.7%)이었다. 다른 하나는 6월 19일 윤석열 정부가 저출생과 고물가에 대응한다며 이주 가사돌봄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이때 민주노조의 투쟁은 어땠는가? 많은 민주노조 간부와 활동가, 노동자들이 산적한 투쟁에 발에 땀띠가 날 정도로 뛰어다닐 테지만 이러한 투쟁에서는 민주노조의 단결력과 투쟁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최저임금 투쟁을 ‘국민임투’라고 호명했을 뿐, 조직 노동자의 절박한 투쟁으로 삼지 않았다. 지도부의 투쟁계획도 현장의 조직화도, 전략과 전술도 없이 저임금, 미조직 노동자와 단결하지 못했다. 분명 노조의 투쟁현안과 이어진 이주 여성 가사돌봄 노동자(가사사용인)에게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겠다’는 초법적 노예노동 착취 선포에도 불구하고 분노조차 모아내지 못했다. 민주노조가 최저임금이나 이주 여성노동자 당사자만이 아니라, 먼저 권리를 쟁취한 노동자조직으로서 위기에 내몰린 저임금·미조직·불안정·여성·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같이 싸운다고 상상해 보자. 단결한 노동자대오 안에 여성혐오가 발붙일 수 없을 것임은 자명하다. 오히려 노동자의 단결 투쟁을 통해 여성혐오 정서와 이를 조장하는 세력이 호되게 비판받고, 성차별에서 성평등으로 현장과 사회를 바꿔 가는 힘이 세질 것이다. 그것이 민주노조의 올바른 모습이지 않은가. 단결과 연대,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의 결합 차별과 혐오가 아닌 단결과 연대가 필요하다. 쇠퇴기 자본의 공격은 노동조합이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한 사이 이제는 노골적으로 자신이 ‘사회적 약자의 편’이라고 떠드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노동조합 기득권 세력 탓에 생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가장 심각한 사회 불평등으로 못 박는다. 이렇게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계급 불평등, 빈부격차를 감추는 이데올로기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측면에서 노동자에 대한 착취 강화, 탄압과 단단히 결합해 정규직-비정규직, 남성-여성, 정주-이주 노동자로 분열시켜 공격의 고삐만 당겨댄다. 사업장 안에서 아무리 열심히 싸워도 이러한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이주노동자, 여성 노동자가 더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 여성 노동자가 일터에서 더 많이 착취당하고, 가정에서 무급가사노동에 시달리며 이중삼중으로 더 빼앗길수록 결국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와 수탈의 정도는 커지는 것이다. 모든 이득은 자본가계급의 파이를 키울 뿐이다. 7월 17일 ‘울산 장애인 이동권 보장 전국 집중 결의대회’에서 휠체어를 탄 사회자는 민주노총을 ‘모든 투쟁의 주춧돌’이라고 표현했다. 과연 노동조합이 노동자 민중의 분노와 고통과 함께하며 사회에 저항하는 ‘투쟁의 주춧돌’이 되고 있는지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주춧돌’이 사업장 울타리 안에 박혀 있어선 안 될 일이다. 모든 ‘차별과 억압에 반대’하고 ‘성평등’을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맞서지 않는 노동자의 권리 보장은 불가능하다. 성평등한 노동권, 노동력 재생산 책임의 사회화, 성에 기반한 폭력 추방, 성적 다양성 보장과 존중을 위해 우리 일터에서 무엇을 할지, 어떻게 같이 투쟁할지 ‘성평등’의 관점으로 생각하고 접근해 가자. 여성 노동자 조직화, 노조할 권리 보장과 지원, 여성위원회 구성과 활동 강화 등 여성 노동자 주체의 목소리를 강화하며 노동자 민주주의를 성장시켜야 한다. 성차별은 물론 장애인, 이주민, 성소수자, 빈민 등 차별과 억압에 맞선 투쟁으로 노동자 투쟁을 확장하자. 노동조합이 조합주의, 개량주의, 관료주의에서 벗어나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맞선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을 하나로 펼쳐나갈 때 평가절하한 노동력의 가치와 빼앗긴 권리와 평등을 되찾는 한 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노동자의 집게손가락으로, 우리가 싸울 대상은 바로 착취와 억압의 주범인 자본가계급임을 정확히 가리키자. 노동자계급만이 모든 착취와 억압에 맞서 평등한 세상을 열어갈 세력임을 단결 투쟁으로 증명하자.
-
[공동성명] 임신중지에 ‘살인죄’ 수사 의뢰한 보건복지부 규탄한다! 복지부는 수사 의뢰 철회하고 명확한 보건의료 가이드와 포괄적 상담, 지원 연계 체계 구축하라.지난 달 27일 유튜브에 업로드 되었던 한 여성의 임신 36주 차 임신중지 수술 브이로그 영상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살인죄’ 혐의를 두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5년, 형법 ‘낙태죄’가 실효를 잃고 비범죄화가 이뤄진 지 4년 차가 되어 가도록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보건복지부가 그 어느 순간보다 발 빠르게 임신중지 여성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운운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한심하고도 심각한 면피 행위이자 책임 전가가 아닐 수 없다. 지난 5년 동안 최소한의 보건의료 체계조차 마련하지 않은 자신들의 책임을 통감하지는 못할망정, 법적 타당성에 대한 고려도 없이 임신중지에 ‘살인죄’를 운운하며 수사를 의뢰한 보건복지부를 우리는 강력히 규탄한다. 처벌은 의료환경을 위험하게 만들 뿐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현재 많은 언론이 임신 36주 차의 임신중지에 대해 그 원인을 임신중지 비범죄화나 처벌 가능 법률의 부재로 인해 ‘예외적으로’ 발생한 것처럼 다루고 있다. 그러나 후기 임신중지는 ‘낙태죄’가 살아있던 시기에도 존재했으며, 이는 임신 기간에 따라 처벌 기준을 달리하거나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처벌하는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하는 일이다. 처벌은 후기 임신중지를 전혀 줄이거나 없앨 수 없다. 임신중지에 대한 결정은 처벌 여부에 따라 고려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출산과 양육 여건에 영향을 미치는 당사자의 다양한 상황과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 또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북아일랜드와 호주, 필리핀, 중남미 및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진행된 연구를 모두 분석하고 이를 종합한 결과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은 ▲더 큰 비용을 야기하고, ▲의료 행위의 음성화와 의료인의 책임 회피로 위험한 임신중지 환경만을 증가시키며, 이러한 여건으로 인해 ▲임신중지 결정 시기를 더욱 지연시킬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토대로 2022년 각국에 임신중지의 완전한 비범죄화를 권고하는 가이드(https://srhr.org/abortioncare/#translation)를 발표했다. 만약 이번 일을 명분으로 정부가 처벌 조항을 다시 만드는 시도를 한다면 이는 더욱 위험하고 비공식적인 보건의료 환경을 만드는 것이며, 건강권과 인권의 향상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도 심각하게 역행하는 조치로서 비난받게 될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책임은 보건의료 체계를 지연시킨 복지부에 있다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 우리는 계속해서 보건복지부에 비범죄화에 따른 보건의료 가이드와 상담 체계, 보건의료 연계 체계를 구축하라고 요구해 왔다. 당사자의 보건의료 접근성이 낮을 수록, 사회경제적 여건과 자기결정권 보장 여건이 취약한 상황에 있을수록 초기에 임신중지를 하지 못하고 결정 시기만 지연되는 경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의료 기관에서의 거부, 처벌과 규제 등을 빌미로 한 과도한 병원비 청구와 현금 지급 요구, 파트너나 부모 등 제3자의 개입, 폭력적 상황, 연령이나 거주 지위 등 당사자가 처한 취약한 사회경제적 상황 등은 임신중지 결정 지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이다. 또한 임신 사실을 상당히 늦은 시기까지 인지하지 못한 경우, 임신 초기에는 출산을 계획했으나 예기치 않은 파트너와의 관계 문제나 경제적 상황, 건강 악화 등으로 양육이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부득이하게 후기에라도 임신중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임신 중 어느 시기에라도 당사자가 필요한 정보와 상담, 의료 기관 및 지원 체계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일이다. 임신중지의 합법화 또는 비범죄화를 먼저 시행한 다른 국가에서도 책임부처가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게 먼저 나선 일이 바로 변화한 상황에 맞게 보건의료 여건을 정비하고 이와 같은 연계, 지원 체계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건복지부는 무엇을 했는가. 하다못해 제대로 된 임신중지 보건의료 서비스 현황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임신의 유지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지원할지에 대한 대안과 정책도 준비되지 않았으며, 건강보험 적용을 하지 않아 의료비는 병원마다 부르는 게 값이고, 유산유도제는 여전히 온라인 암시장을 떠돌고 있다. 어떠한 시스템도 구축하지 않은 채 오히려 익명출산제와 연계된 위기임신 상담 체계를 만들고 아무런 실질적인 의미가 없는 상담 수가나 마련한 것이 지금까지 보건복지부가 한 일의 전부이다. 이 정도면 정부가 오히려 후기 임신중지와 익명출산을 양산할 여건을 심화시켜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모든 책임은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체계 구축을 방기한 복지부에 있다. 수사와 처벌이 아닌 명확한 보건의료 가이드와 권리 보장 체계를 마련하라! 우리는 문제가 된 영상의 진위 여부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낙태죄’의 폐지 이전에도, 지금도 이러한 상황이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이며, 이는 생명권과 선택권을 법적 처벌 기준으로 저울질할 문제가 아닌 실질적인 여건을 바꿔나가야할 국가의 책임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다. 처벌로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정부가 해야할 일은 수사가 아니라 임신 후기에 이르기까지 결정이 지연되지 않도록 초기에 안전한 임신중지에 접근할 수 있는 보건의료, 정보, 상담,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며, 이를 위해 임신 기간과 당사자의 상황,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른 명확한 보건의료적 지침과 가이드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전국 모든 보건의료기관에 대해 제공 가능한 의료 서비스 수준을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약이나 수술을 통한 임신중지가 제 때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료기관 간 연계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체계를 마련하는 데에 가장 큰 걸림돌로 존재하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과 유산유도제의 도입은 최우선의 선결과제이다. 궁극적으로 어떠한 임신중지의 상황에서든, 누구나 다양한 지원 체계를 고려하고, 안전하게 임신중지 또는 출산과 양육에 대한 지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연계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대안이자 앞으로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국회는 지금까지의 낡은 형법-모자보건법의 틀을 버리고, 권리 보장을 위한 국가의 책임을 전제로 하는 새로운 법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생명권의 보장은 태어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 구성원이 태어나 살아가는 과정과 사회적 여건 속에서 논의되어야 하며, 이는 임신중지 결정을 둘러싼 상황들 속에 이미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낙태죄’ 폐지와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위한 그간의 노력은 생명권과 자기결정권에 관한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전환을 위한 것이었기에, 우리는 결코 후퇴를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즉각 수사의뢰를 철회하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체계 구축에 책임을 다하라! 2024년 7월 17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시민건강연구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장애여성공감, 플랫폼C,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홈리스행동 (이상 가나다순)
-
건국우유 노동자가 폭로하는 불법파견 구조의 바닥: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를 위해 함께 싸우자!(글쓴이는 투쟁의 미디어 '스튜디오 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스튜디오 알에 게시된 영상을 공유한다.) 7월 17일 건국대학교 상허문 앞에서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행동’이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충북 음성군 대소면 대풍산단에 위치한 건국유업·건국햄(이하 ‘건국우유’)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파견/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출범 이유를 밝혔다. 기자회견과 이후 건국대학교 학생들과 함께 진행한 간담회를 통해 건국우유 불법파견 문제를 보다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중소제조업체, 고령, 이주노동자가 많은 충북 음성군 충북 음성군은 내국인 인구만 따지면 10만이 조금 안 되고, 이주노동자까지 합치면 10만이 조금 넘는 군이다. 음성군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4년 6월 25.8%로 다른 비수도권처럼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었다. 음성군은 30년 전에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이었는데, 중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산업단지가 많이 생기고 기업유치를 열심히 했어요. 그 결과로 2천개 넘는 제조업체가 있고 산업단지가 20곳이 넘는 지역이 됐습니다. 그중 대소면 대풍산업단지에 건국우유 공장이 있는 거죠. 건국우유는 99년에 음성지역에 내려왔어요 처음에 여기서 공장을 시작했고, 20년 넘게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충북우유라고, 오랫동안 지역에 토착화돼 경영중입니다. 지역민도 많이 알고있는 공장이고요. - 윤자(음성노동인권센터 활동가) 100명 이상 고용하는 공장이 많지 않은 음성 지역에서 건국우유는 150여 명을 고용하는, ‘그나마 큰 편’에 속하는 기업이었다. 공장 안은 늘 영하 3도, 퇴근버스 1시간 대기 … 건국우유의 노동실태 이날 기자회견과 간담회를 통해, 건국우유에서 10개월 동안 불법파견 당사자로 일하다 해고된 L씨로부터, 건국우유의 노동실태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L씨는 대소면에 있는 ‘돼지인력’이란 직업소개소를 통해, 건국우유의 하청업체인 ‘(주)제이앤비맨파워’가 운영하는 대풍산업단지의 건국우유 제조공장에 파견됐다. 이 공장에선 냉장·살균 처리한 우유를 우유갑에 넣는 작업, 우유를 박스에 담는 작업, 상자 세척, 분류 및 상차 작업 등이 이뤄졌다. L씨처럼 직업소개소를 통해 파견나온 일용직 노동자들은 원·하청 노동자들과 함께 일했다. 식품제조업체의 많은 공정이 자동화됐지만, 여전히 수작업이 필요한 공정들에 L씨 같은 일용직 노동자가 동원됐다. L씨는 우유갑을 담는 초록색 플라스틱 상자를 세척하는 일을 했다. L씨는 직업소개소에서 운영하는 통근버스를 타고 건국우유 공장으로 출근했다. 직업소개소에서 버스로 8시 반까지 공장에 데려다주면, 담배 한 대 피고 9시부터 근무에 들어갔다. 근무는 저녁 6시까지였지만, 잔업이 있는 날도 많았다. 잔업을 할 때는 보통 10시까지 하는데, L씨와 동료들은 잔업하고 싶지 않은 날에도, 일용직 노동자 신분으로 잔업을 거부하면 잘릴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잔업을 하곤 했다. 퇴근을 하기 위해선 퇴근버스를 다시 타야했는데, 퇴근버스가 늘 시간 맞춰 오지는 않았다. 늦을 때는 1시간씩 공장 밖에서 퇴근버스가 오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공장에서 생산하는 우유는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공장 안 온도는 늘 ‘마이너스 3도’에 맞춰져 있었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L씨는 ‘마이너스 3도’인 공장에서 일했다. 추위를 피할 수 있는 휴게실은 없었고, 휴게시간은 2시간에 10분씩 주어졌다. 난로 같은 건 없었다. 여름엔 그래도 추울 땐 점심시간이나 휴게시간에 바깥에 나가면 체온을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겨울엔 오히려 바깥이 더 추웠기에, 영하 3도의 공장 안에서 잔업이 있는 날이면 밤 10시까지 버텨야했다. 그러다 L씨는 한창 추위가 극심하던 지난 1월, 기존에 하던 주간근무가 아닌 야간에 일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잘리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한달에 20일 정도 야간에 근무를 하다 몸살감기에 걸렸다. 야간근무로 평소와 패턴이 달라진데다, 극심한 추위가 겹쳐 몸살이 난 L씨는 병원에서 일곱 번 수액을 맞으면서도 쉬지 못하고 계속 일을 했다. 병가 같은 건 없었다. 그렇게 힘겹게 일을 했는데, 건국우유가 2월 말 용역업체를 ‘제이앤비맨파워’로 교체하면서, 9개월 넘게 근무하던 L씨는 하청업체 관리자로부터 하루 아침에 해고당했다. 해고 사유에 대해 물어보며 항의를 하자, ‘제이앤비맨파워’ 소장이 나와 “나가라면 나가지 무슨 말이 많냐”고 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려던 L씨는 지역신문사와 음성노동인권센터를 찾아갔고, 그렇게 건국우유를 상대로 한 투쟁이 시작됐다. ‘사람장사’만 했던 돼지인력, 건국우유의 명백한 불법파견 L씨의 임금은 직업소개소인 ‘돼지인력’을 통해 지급됐다. 하지만 L씨는 업무 기간 동안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급여명세서를 단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주 40시간 똑같이 근무하여도 주휴수당도 지급되지 않았고, 4대 보험 가입, 연차휴가 역시 없었다. 돼지인력은 L씨가 받는 일당 10만원에서 매일 5천원의 수수료를 떼어갔다. L씨는 그냥 일당이 9만 5천원인 줄로만 알았지, 직업소개소에서 수수료를 얼마나 떼어가는지도 알지 못했다. 지난 5월, 음성노동인권센터가 건국우유, 제이앤비맨파워, 돼지인력을 ‘파견법’, ‘근로기준법’, ‘직업안정법’ 위반으로 근로감독을 요청했고, 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1일, 건국우유의 불법파견 및 노동법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돼지인력은 L씨를 건국우유 공장에 데려다주기만 한 전형적인 ‘불법파견업체’였다. ‘정상적인’ 도급 관계라면 도급을 받은 직업소개소가 2차 하도급 업체로서 자체적인 지휘, 관리 하에 공정을 수행해야 하나, 돼지인력은 건국우유에 노동력만 보내고 지휘, 관리는 1차 하도급업체인 ‘제이앤비맨파워’에서 수행했다. 명백한 위장도급이었다. 7년 전 이미 음성에서 제기된 불법파견, 이득을 보는 원청은 책임을 피해간다 음성지역에는 이런 직업소개소가 200곳 가까이 존재하는데, 행정당국의 감독과 적발을 회피하기 위해 폐업과 재개업을 반복하고, 일부는 무등록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불법파견 구조 속에서 L씨 같은 노동자들은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다 쉽게 해고된다. 하지만 원청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미 7년 전에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음성지역에서 신세계푸드 - 삼구FS - 직업소개소로 이어지는 불법파견/간접고용 문제를 공론화했었다. 긴 세월에 걸친 법적 투쟁에 승소했지만, 무노조 상태에서 불법파견의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직업소개소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고, 도급업체인 삼구FS는 직접고용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불법파견 구조를 설계하고, 이 구조로부터 갖은 이득을 보는 원청인 신세계푸드는 어떤 법적 책임도 지지 않고 빠져나갔다. 건국우유도 마찬가지다. 건국우유 - 제이앤비맨파워 - 돼지인력으로 이어지는 불법파견/간접고용 구조 속에서 건국우유는 음성군의 이주노동자, 고령노동자를 극도의 저임금으로 착취하며 이윤을 챙겨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법적 투쟁을 통해 불법파견 판결을 받아내더라도, 건국우유는 (1년마다 갈아치우는) 도급업체인 ‘제이앤비맨파워’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책임을 피해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지난 6월 24일 아리셀 참사는 에스코넥 - 아리셀 - 메이셀로 이어지는 불법파견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이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채로 위험한 공정에 방치되어 발생한 참사였다. L씨의 증언에 따르면 건국우유 공장에서도 안전교육이 전무했다. 하지만 안전교육을 하지 않아도 건국우유는 도급업체를 1년마다 ‘갈아끼우기’ 때문에, 그다지 처벌받지 않는다. 도급업체가 새로 바뀌면 일정기간이 될 때까지는 안전교육에 대한 책임이 면제되기 때문이다. 도급업체를 ‘갈아끼우는’ 이익은 또 있다. L씨가 투쟁을 결심한 이후 5월에 근로감독이 실시됐지만, L씨는 2월 말부터 약 3개월치의 체불임금만 청구할 수 있었다. 고용노동부 자체 판단에 따라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한다면 3년 기간에 대한 체불임금 내역을 조사할 수 있지만 건국우유 근로감독의 경우 조사 대상 기간이 2월부터 5월까지 3개월에 불과했다. 2월 말부터 기존 도급업체가 ‘제이앤비맨파워’로 바뀌었고, 돼지인력 등 파견사업주들이 기존 도급업체 간에 있었던 근태내역 등 기록을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3개월치 체불임금밖에 청구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이전 체불임금을 책임져야 하는 기존 도급업체는 문서를 ‘털고’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L씨를 포함한 노동자들에게 제이앤비맨파워에서 지급해야 하는 ‘겨우’ 3개월치 체불임금만 해도 2천만원이 넘었다. 그렇다면 이런 불법파견을 통해 20년 동안 건국우유는 도대체 얼마를 ‘절약’할 수 있었을까? 불평등은 이주노동자를 향해 흐른다 아리셀 참사 때 다수의 희생자가 이주노동자로 드러났는데, 불법파견이 횡행한 음성군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음성군은 이주민 비율이 16% 이상으로, 전국 240여 지자체 중 가장 이주민 비율이 높은 도시다. 음성군에는 이주 배경을 갖고 있는 1만 6천 명 정도의 주민이 살고있다. 음성군은 대공장 밀집지역에서 밀려나온 중소기업이 밀집한 이른바 ‘저부가가치 제조산업’ 도시인데,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곳도 많고,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중소도시라 주거기반이나 교육인프라 등 공공부문도 취약하다보니 선주민이나 청년들은 잘 일하러 오지 않는다. 그래서 생기는 만성적 구인난을 메꿔주는 게 이주노동자, 고령노동자, 혹은 이른바 ‘신용불량자’이다. 이번에 건국우유에서 적발된 불법파견 대상 노동자들 서른 명 중에서 스무 명의 신원이 확인됐는데 그 중 대부분도 이주노동자였다. 음성군 200여 개의 직업소개소 중 상당수가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원룸장사’도 겸한다. 이주노동자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한다’며, 한 방에 10명씩 사람을 밀어넣으며 높은 기숙사비를 받아 이익을 취한다. 음성군은 이주노동자들의 이런 문제를 방치한 채, 그저 인구를 10만 이상으로 늘려 ‘음성시’가 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받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충북의 ‘K-유학생’ 유치 정책 등 이주민을 유입하는 데 골몰하지만, 그렇게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은 불법파견/간접고용 구조 속에서 L씨와 같은 고령노동자들과 함께 최소한의 법적 권리도 누리지 못하고, 질병과 위험에 취약한 환경에서 일하다 필요 없어지면 ‘쓰다 버리는’ 조건에 놓인다. 진짜사장 건국우유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민주노조 운동의 역할 이 모든 부당함을 참을 수 없어 투쟁에 나선 L씨의 용기로부터 이 모든 사실이 알려질 수 있었다.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실태는 단지 음성 건국우유 공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뿐 아니라, 음성지역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무권리 상태에 놓여있는 제조업 노동자들의 처지를 보여주는 창이다. L씨의 정당한 투쟁에 함께하기 위해 17개 단체가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행동’에 동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건국대지부 소속 학생들도 “건국우유에서 나온 수익금은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건국우유가 불법파견 구조로 노동자를 착취해 만들어낸 수익금이 장학금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을 느낀다”며, 공동행동에 참여해 함께 투쟁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무권리 상태에 놓여있는 L씨와 같은 노동자들, 그리고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민주노조 운동의 역할이다. 그래야만 민주노조 운동은 조합주의적 한계에 갇혀 미조직 노동자들로부터 외면받는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 계급적 단결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건국우유 불법파견/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행동’에 민주노조 운동도 함께 참여해, 무권리 상태의 영세제조업 노동자들과 함께 싸움을 조직하자. 그리고 계급적 단결을 위한 수단으로서 ‘노조할 권리’를 위한 노조법 2조,3조 투쟁, 최저임금 투쟁을 적극 펼쳐나가자.
-
집게손가락을 넘어서 변혁을 이야기하기지난 7월 12일, 한 인터넷언론 기사를 통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소식지 ‘민주항해’에 혐오표현이 다수 사용되었음이 드러났다. 안전캠페인 포스터에 사용된 집게손가락 이미지가 “한국 남성들을 혐오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며, 남성비하 광고라고 한 것이다. “정신적 문둥병”, “수구 꼴페미”라는 표현과 “페미들은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포스터 철거를 요구하는 글이었다.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금속노조 여성위원회는 위 소식지에 대해 사과글을 올렸다. 소식지에서 가장 문제가 된 점은 집게손가락 이미지를 ‘남성혐오’ 표현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집게손가락이 남성혐오 표현이라고 규정되는 이유는, 남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소위 남초 커뮤니티에서 집게손가락 이미지가 한국 남성의 특정 신체부위에 대한 조롱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초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이 이미지를 사용한 기업들에 이 이미지가 ‘남성혐오’라며 삭제를 요청하고 더 나아가 담당 노동자 해고를 요구한다. 지난 7월 2일, 르노코리아 신차 홍보영상에서 여성 노동자가 집게손가락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많은 남성이 온라인에서 분노를 표현하며 해당 노동자 신상 공개와 해고까지 요구했다. 해당 노동자는 유튜브 채널에 영상에서 표현한 손 모양이 혐오 표현으로 해석될 줄 몰랐다며 사과문을 게시했고, 사측은 해당 노동자를 직무정지한 상태다. 2021년 GS25의 홍보포스터에 나온 집게손가락 이미지부터 시작하여 포스코, 동서식품, BBQ, 넥슨 등 대기업은 이런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회사 매출과 주가를 걱정하며 ‘집게손가락 이미지’가 남성혐오 표현임을 화급히 인정했다. 비뚤어진 효능감을 느낀 남성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앞으로 집게손가락을 볼 때마다 이런 논란을 만들 것이다. 위기의 주범은 자본주의 체제 그러나 문제는 집게손가락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다. 기후위기, 경제위기, 전쟁위기 등 자본주의가 초래한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진보적 단체 등으로 조직되어 있지 않은 대다수는 본인이 경험하는 고통과 부정의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비롯한다고 인식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체제는 ‘노력하라’고 말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종종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낙인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한국 남성들의 박탈감과 고통 뒤에는 징병제, 취업난, 치솟는 물가와 낮은 임금, 저렴하고 살기 좋은 주택의 부족, 각자도생을 강요하는 능력주의 등이 있다. 이 모든 문제는 계급투쟁으로, 함께 싸워서 해결해야 할 일이지 누군가를 혐오 대상으로 제물 삼아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체제에 맞선 대중투쟁을 만들어내지 못한 결과, 많은 남성은 여성과 장애인 등이 자신들의 설 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쉽게 단정 짓는다. 일자리도, 공공복지도 소수자들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정서가 만연하다.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보다, 왜 여성·성소수자·이주민·장애인·노인·아동청소년 등 사회적 소수자가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하는가? 나보다 사회에 기여하지도 않는 저들이, 왜 응당 나에게 돌아와야 할 혜택을 가져가는가? 이렇게 소수자들이 내는 목소리에, 나아가 소수자의 존재 자체에 불만을 가지게 된다. 이렇듯 자본주의는 정상성과 비정상성을 나누고, 소위 ‘비정상’이라고 규정되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통해 계급지배를 강화한다. 소위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누구를 혐오하고 낙인찍고 조롱해야 하는지 열띤 토론이 펼쳐진다. 특히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빈민 등이 이곳에서 혐오, 조롱의 대상이 되고 ‘남성’의 연대와 결속을 확인시켜 준다. 일간베스트,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이종격투기(다음카페) 등 남성들이 많이 사용하는 커뮤니티를 한 번이라도 들어가 본 사람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그러나 한국 남성이 경험하는 고통과 부조리는 사회적 소수자의 존재와 요구에 기인하지 않는다. 그 고통은 자본주의 체제의 착취와 수탈에서 비롯된다. 신체가 버틸 수 있는 한계까지,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견디며 자신을 희생해 ‘정상가족’의 가장이 되라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규범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고통을 강요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맞선 싸움을 펼쳐야 할 이때, 사회적 소수자를 혐오 대상으로 삼는 행위는 이 뒤틀린 체제의 뒤틀린 존속으로 이어질 뿐이다. 약자 혐오가 아니라 연대와 단결로 -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은 집게손가락이 아니라 이 체제다 온라인 공간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우리는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토로하는 부조리, 부정의를 면밀히 포착해야 한다. 특정한 사람들이 특정한 공간에서 사용하는 언어, 공유하는 가치관,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화에서 자본의 질서와 규범이 반영되기 쉬우나, 그것을 역으로 활용하여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모순을 드러내고 계급적 단결을 추동할 수도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페미니즘 대중화를 경험하고, 분노를 표현하고 싶었던 여성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것처럼, ‘국정농단’에 분노한 수많은 사람이 주말마다 광화문에 나왔던 것처럼 말이다. 온라인 혐오표현을 법으로 규제하고 규율, 감독해야 하는가? 아니다. 자본이 만든 부조리와 모순을 명확히 직시할 수 있도록 연대와 자본주의에 맞선 계급투쟁을 설득하고, 사회주의 변혁을 이야기하자. 하다못해 인터넷 뉴스 댓글에도 혐오에 동조하거나 편승하지 말자고, 문제는 자본의 착취와 억압에 있다고 이야기하자. SNS에 짧게라도, 우리가 분노하는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실태를 이야기하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 체제가 조장하는 혐오에 맞선 노동조합의 실천이다. 우리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 속에 살고 있기에 체제가 조장하는 소수자 혐오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나, 또한 그 체제에 맞서 싸워왔으며, 또한 싸우고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 전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직 중 하나가 노동조합이다. 7월 15일, 현대중공업지부는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멸시적인 언어를 담은 기사를 내보낸 것에 대해 사과문을 발행했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단결과 연대를 위해 결성된 노동조합이 여성혐오와 억압에 맞선 투쟁에 더 앞장서야 한다. 집게손가락을 색출하자는 마녀사냥에 노동조합이 맞서야 한다. 우리의 분노를, 그 분노가 응당 향해야 할 곳으로부터 사회적 소수자에게 돌리는 자본주의에 맞서자. 착취당하고 수탈당한 사람들의 분노를 ‘집게손가락’으로 돌리는 이 사회를, 바로 그 착취당하고 수탈당한 사람들이 째려볼 수 있도록 실천하고 설득하자.
-
“2,700원으로 먹고살 수 없다!” 식대 인상 위해 투쟁하는 대학 청소노동자들(6월 19일 홍익대학교에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대학사업장 집중집회가 열렸다.) (글쓴이는 같은 주제의 영상을 '투쟁의 미디어 스튜디오 알'에 게시했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식대 인상 해결하라!” 구호가 서울지역 여러 대학에서 몇 개월째 울려퍼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대학사업장 청소, 경비, 주차관리 노동자들이 대학 곳곳에서 ‘식대 인상 투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부의 핵심적인 요구는 단돈 식대 2만원을 인상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대학 당국은 반 년이 넘도록 청소노동자들의 식대 인상을 거부하고 있다.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은 노동조합이 결성되기 전인 2008년 이전엔 무조건 최저임금이었다. 정해진 출근시간보다 일찍 출근하는 등 ’공짜노동‘을 고려하면 실제 시급은 최저임금보다도 낮았다. 그러나 2008년 무렵부터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며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대학사업장 집단교섭을 통해 최초로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쟁취했다. 지난한 투쟁의 결과로 비록 아주 높지는 않지만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서울지역 대학사업장 노동자들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은 다시 최근 몇 년간 조금씩 조금씩 상대적으로 감소해왔다. “최저임금이 460원 오르면(2023년도 최저임금), 대학과 용역업체는 시급 400원 이상 올려줄 수 없다”는 게 대학의 교섭태도였다. 그렇게 기본급은 조금씩 더 최저임금에 가깝게 수렴됐다. 2024년 최저시급은 9,620원에서 9,860원으로 240원 인상됐다. 고려대분회 김모씨는 “대학당국은 (최저시급보다) 30원을 더 올려 270원을 주겠다면서 큰소리를 친다”고 말했다. “그래봐야 시간당 270원이에요. 이 금액이 한 달로 따지면 56,000원(인상)밖에 안 돼요. 우리가 5년째 식대를 올려달라 그런 적이 없어요. 시급만 조금 올리고, 올리고 이렇게 왔는데...” -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 A씨 최저임금 인상 전망은 당분간 암울하다. 얼마 전인 7월 12일 결정된 2025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7%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2.6%에도 미치지 못했다. 작년에 결정된 2024년 최저임금 인상률(2.5%)도 지난해 물가상승률 3.6%를 반영하지 못해 실질최저임금이 하락했는데, 올해에도 연달아 실질임금이 하락한 것이다.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은 만큼, 청소노동자들의 실질임금도 하락한다. (홍익대학교 집중결의대회에 참가한 청소노동자들이 식대 인상을 요구하는 선전물을 붙이고 있다.) 끼니 당 식대 겨우 2,700원. 폭등한 물가에 끼니 거르고 반찬 가짓수 줄여야 해 청소노동자들의 식대는 지난 5년 간 12만원에서 더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물가는 계속 올라, “6,000원 하던 한 끼 식사가 오징어라도 먹으려 하면 12,000원”이 되었다. 현재 식대인 12만원은 어느 정도 금액일까? 12만원을 출근하는 날로 나누면 대략 하루에 5,400원 꼴이다. 그러나 청소노동자의 하루는 일반적인 노동과 다르다. 남들이 일을 시작하기 전인 새벽에 청소를 한차례 마쳐야 하기 때문에, 청소노동자들은 새벽 4시반~5시면 출근해 하루를 시작한다. 많은 청소노동자들은 여전히 출근과 등교가 시작되기 전에 일을 마치기 위해, 정해진 출근시간보다 일찍 나오곤 한다. 오후 4시에 일을 마치고 퇴근할 때까지 약 10~11시간을 학교에 머무르기에, 점심 한 끼가 아니라 아침과 점심 두 끼를 학교에서 해결해야 한다. 끼니별로 식대를 나누면 약 2,700원. 노동자들은 2,700원으로 아무것도 사먹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저희는 새벽부터 나와서 일을 해서 오후 4시까지 근무를 하거든요. 그러면 하루에 두 끼는 먹어야 돼요. 아침하고 점심은 먹어야 되거든요. 근데 두 끼는커녕 한 끼 값도 안 되는 거예요. 사실 편의점에 있는 도시락 값도 안 되는 거거든요. 먹을만한 사과 하나가 3,000원씩 해요. 저희는 한 끼 밥을 먹어야 되는 거거든요. 근데 세상에 밥값이 2,700원밖에 안 되는데…” - 고려대 청소노동자 A씨 빠르게 오른 물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식대로 어려움을 겪는 건 경비, 주차관리 노동자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오기 전에 식당에서 보통 (한 끼에) 6천원 했었거든요? 지금은 6천원 하다가, 7천원 하다가, 8천원 하다가, 또 좀 맛있는 거 먹으려고 똑같은 식당에서 오징어 먹으면 12,000원이에요. 이런 상황을 따지면 40%, 45% 정도 오른 상황인데 식대만 해도. 그래서 아침에 8시에 출근해가지고 (저녁) 7시에 퇴근하면 딱 11시간 근무하는 거거든요. 한 끼 먹고 간식도 못 먹고, 그냥 퇴근해서 집에 가서 먹는 거예요” - 고려대학교 주차관리 노동자 B씨 “저 같은 경우에는 도시락을 싸 갖고 다녀요. 아침에는 좀 건너뛰는 편이고 점심 한 끼 먹고 집에 가서 저녁 먹고 그러는데 반찬이라고 해봐야 특별한 거 없어요. 그냥 한두 개? 요즘 김밥 한 줄에 3,500원이더라고요. (“3,500원도 싼 거에요”라고 옆에서 A씨가 거들었다.) 김밥도 못 사요. 그래서 제가 생각해낸 게 도시락 싸가지고 와서 먹는 걸로 그렇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맛으로 먹을 것 같으면 이렇게는 못 먹죠. 배고픔 때문에 먹는 건데, 그냥 겨우 먹는다고 보시면 돼요.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 고려대학교 경비노동자 C씨 대부분 노년이고, 하루종일 몸을 움직여야 하거나, 야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청소, 경비, 주차관리 노동자에게 식사 문제는 곧 건강문제이기도 하다. 주차관리 노동자 B씨의 증언처럼, 밥값을 아끼기 위해 오랜 노동시간 사이 끼니를 거르는 일이 생길 경우엔 노동자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배경 속에 ‘식대 인상 2만원’ 요구가 등장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2024년 5월까지 과일값은 68%, 채소는 29.3%, 가공식품은 17.4%, 외식물가는 20.8% 상승했다. 물가가 다 올랐지만 그 중에서도 식료품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식료품 물가가 폭등한 상황에서, 최소한 밥값은 보장받자는 취지다. 사실 식대 인상 ‘2만원’도 너무나 소박한 요구다. 식대 인상 2만원을 달성해 봐야 끼니별로 따지면 400~500원밖에 안 된다. 식대 인상을 쟁취해도 한 끼 밥값은 3,1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청소노동자가 끼니 당 2,700원 받을 때 총장은 대학 돈으로 15만원짜리 식사해 하루 세 끼 필요한 영양분은 사람마다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한 끼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식대는 불평등했다. 고려대학교 경비노동자 C씨가 반찬 한 두개 담긴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지만, 고려대학교 총장은 2024년 2월, 대학재정인 업무추진비를 사용해 ‘대학발전 오찬간담회’에서 8명이 119만 2천원짜리 식사를 했다. 고려대학교뿐 아니라 홍익대, 서강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등 여러 대학교에서 대학공금으로 지난 몇년 간 1인당 2만원에서 5만원이 넘는 식사를 했다. 평균 식사값은 해가 넘어갈수록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청소노동자와 면담조차 거부하는 대학 이렇게 식사의 불평등은 점점 커지는데도, 대학당국은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식대 인상 요구를 7개월 넘게 묵살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안 올려준다는 것도 아니고, 올려준다는 것도 아니고…일단은 면담도 한 번밖에 못 했어요. 이날 이때까지 학교하고는. 면담을 2차로 하기로 돼 있었는데 (학교가) "할 말이 없다"고 지금 미루고 있는 상태거든요. 그래서 면담도 지금 못 하고 있는 상태예요. 학교하고. … 할 말이 없어도 저희가 면담 신청을 하면 면담을 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학교 실정이 이렇다든가, 이런 말을 해줘야 되는데. 할 말이 없어서 못 하겠다고 면담을 못 하겠다고 그러는 거는 너무 무책임하고, 우리를 구성원으로 인정 자체를 안 한다고 저는 보거든요.” -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 A씨 총장을 직접 찾아간 청소노동자들 노동자들은 몇 개월 전부터 대학 집중집회를 통해 이러한 불평등과 대학의 기만을 폭로해왔다. 그리고 7월 1일에는 연세대, 이화여대에서 총장에게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찾아갔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는 결국 총무팀장과 대면해 “(다른 곳이 먼저 식대 인상에 합의하면) 두 번째로 합의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나마 진전된 태도이지만, 다른 대학교가 먼저 나서기 전까진 합의하지 않겠다는 치졸한 태도다. 연세대학교에서는 7월 1일 노동자들이 본관으로 찾아가 총장면담을 요구하며 기다리자, 아예 본관을 다 폐쇄하고 다른 곳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16일째 본관 앞에서 농성을 하며 면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연세대학교 총장은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7월 1일,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본관에 면담을 요구하며 찾아가 현재까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7월 16일에는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오전 11시에 본관을 찾아갔다. 총장은 나오지 않았다. 곧이어 점심시간이 되자 고려대학교에 경찰이 들어왔다. “청소노동자들이 출입구를 막아서 건물에 갇혀있다”면서 누군가 신고를 했다고 한다. 이류한승 조직부장은 “점심시간에 밥 먹으면 똥 쌀 거잖아. 똥싸면 그거 치워야 되잖아. 너네 똥 치워주는 청소노동자들이 밥을 못 먹어서 밥값을 올려달라는데, 너네는 점심시간이라고 경찰을 부르냐?”면서 청소노동자를 대하는 대학당국의 태도에 분노를 표현했다. 결국 점심시간이 지나며 대학 측은 면담을 진행하자며 접촉해왔다. 청소노동자 A씨는 “그동안 수차례 연락을 해도 받지 않던 총무부 관계자가 본관을 찾아오니 바로 만나자고 한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7월 16일, 고려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총장면담을 요구하자 점심시간에 "건물에 갇혀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차가 등장했다.)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식대 인상 요구는 생존권 쟁취를 위한 최소한의 요구이다.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식대 인상 투쟁에 함께하자!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식대 인상을 요구하며 본관 앞 면담투쟁을 하고 있다.) “여기 지금 전체 미화원들이 거의 다 도시락을 싸와요. 새삼스럽게 지금 밥값이 적어져서 도시락을 싸오는 게 아니라, 그전에 원래부터가 더 (임금이) 작아 가지고…아예 밥값도 없었어요 옛날에는. 그나마 조금 조금 올려서 이제 12만원까지 온 건데. 이 12만원까지 올라온 거가, 2009년도에 밥값이 처음 생겨 가지고 지금 십 몇 년 만에 12만원인 거예요. 쬐끔 쬐끔 만원, 만원 올라가지고. 근데 지금 세상에 십 몇 년 동안에 강산이 두 번 세 번이 바뀌었는데, 저희 밥값이 12만원이라는 게 말이 돼요? 여기 고대에서 솔직한 얘기로 70살까지 근무를 하면은 평생을 여기서 지금 일하는 거거든요. 보통 들어오면 최하 10년이에요. 그러면 고대 들어와서 내내 도시락만 싸다 마는 거예요. 2만 원 더 올려준다고 별다를 것도 없어요 사실은. 삼겹살 한 근도 못 사요. 식당 가서 제가 저번에 누구 밥 좀 사주느라고 삼겹살을 샀더니 삼겹살 1인분에 식당에서도 16,000원이에요. 그것도 싼 거라데요? 세상 천지에 뭐 2만원을 갖고서 우리가 뭐 큰 영예를 누리겠다는 게 아니라 올해 2만원이라도 못 올리면, 내년에도 작년 거 식대로 받아야 되고, 후년 가도 작년 식대로 받아야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그러는 거지. 그나마 2만원이라도 안 올리면 평생을 12만원에 머물러 있어야 되기 때문에, 그래서 저희가 지금 투쟁을 하는 거거든요.”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 A씨
-
[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위험 증폭하는 ‘이주와 여성’의 고리1. 위험 증폭하는 ‘이주+여성’의 고리 지난 6월 24일 발생한 아리셀 화재참사는 위험의 최전선에 놓여 있는 여성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참사 희생자 23명 중 15명이 여성 이주노동자였다. 이번 참사 희생자들은 리튬배터리 제조공장에서 검수와 포장 업무를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이주민들은 가사‧돌봄 노동, 식당을 비롯한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널리 인식돼 있지만, 흔히 남성 중심 일자리로 여겨져 온 제조업 부문에도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리셀 화재참사를 통해 조명됐다. 한국에서 일하는 여성 이주노동자 규모에 대한 공식 통계는 없다. 통계청·법무부가 발표하는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의하면 2023년 5월 기준 경제활동인구에 해당하는 15세 이상 여성 이주민은 32만 3,000명이다. 더구나 이 수치에서 미등록 체류 상태의 여성 이주노동자 수는 빠져 있다. 국제적으로도 여성 이주노동자의 수가 증가하면서 가사‧돌봄, 성적 서비스, 단순노무 등 성별 분업 구조에 따른 ‘이주의 여성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국에서 ‘이주+여성’의 고리가 위험과 연결되는 문제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주연 사회건강연구소 연구위원은 여성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보상 신청률이 남성 이주노동자의 18% 수준에 불과한 점을 눈여겨봤다. 산재보험 자체에 미가입돼 있거나, 가사노동자, 요양보호사 등 여성 이주노동자가 종사하는 직업군에서 노동자성 인정이 불확실한 점이 여성 이주노동자의 저조한 산재보상 신청률과 유관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여성의 노동을 부차화하는 성별 분업 구조, 안전하고 평등한 노동의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 이주노동정책이 맞물리면서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극심한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2407080600011 2. 국힘,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담은 저출생 대응법안 당론 발의 국민의힘(이하 국힘)이 11일 저출생 문제를 전담할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앞서 고위당정협의를 거쳐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을 담은 법안이다. 국힘 소속 국회의원 전원(108명)이 공동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저출생 및 인구 고령화에 대비하는 전담 부처로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고,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임하면서 각 부처의 인구정책 수립·총괄·조정·평가 등을 하도록 했다. 인구전략기획부가 인구 분야 최상위 국가발전전략을 수립하고 각 부처의 저출생 사업에 대한 예산 배분 및 조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등 인구 관련 정책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진 컨트롤 타워 기능을 하는 셈이다. 다만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여성가족부 폐지안은 담기지 않았다. 정부‧여당의 여가부 폐지 시도가 여성단체와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좌절되면서, 여성가족부 장관 자리를 반년째 비워두고 성평등 정책 전담 부처를 철저히 무력화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참조 기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71111090002870?did=NA 3. 현대중공업노조, 소식지에 여성혐오 글 게시 논란 민주노총 금속노조 HD현대중공업지부가 노조 소식지를 통해 회사 홍보물을 두고 이른바 ‘집게손가락’ 의혹을 제기하며 “페미니스트들은 약물 처방으로 격리시키면 된다”는 등 원색적인 여성혐오 발언을 실어 논란이 일었다. 소식지는 12일 발간된 현대중공업지부의 ‘민주항해’ 3201호로, 현대중공업지부는 조선소에 설치된 회사의 안전 관련 포스터를 두고 “수구 꼴페미의 나쁜 광고 즉시 철거하라”고 했다. 해당 포스터는 ‘내일은 더 안전한 하루! 현대중공업 여러분, 365일 안전하세요’라고 적혀 있다. 포스터 하단에는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Tomorrow(내일)’이라고 적힌 푯말을 든 이미지가 합성돼 있다. 엄지와 집게를 벌린 손동작이 남성을 비하하는 의미라는 이른바 ‘집게손가락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다. ‘집게손가락 음모론’은 광고나 매체에서 일상적인 손동작까지 검열하며 ‘사상검증’을 하고, 실제 노동자들의 고용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금속노조 여성위원회는 “소식지는 여성, 장애인, 정신질환자, 한센병 환자 등을 혐오하는 말들로 가득 차 있다. 노조에서 사측을 규탄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벼운 ‘해프닝’으로 취급할 수 없는 표현들”이라며 “보다 현장과 밀착해 성인지 교육, 인권 교육 등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7121401001 4. 그리스, 주 6일제 여성에게도 악영향 주 4일제, 노동시간 단축이 세계적 추세인 가운데 그리스의 친기업 정부는 거꾸로 주 6일제, 주 48시간제를 도입했다. 노동개악 중 하나로 일부 업종부터 도입한 이 제도로 인해 노동자에 대한 착취도가 증가하고 노동자의 건강이 악화할 뿐 아니라 사회적 성차별도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초타키스(Mitsotakis) 총리의 친기업 정부는 인구 감소와 숙련 노동자가 부족하다며 주 48시간, 주 6일제를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제조업 자본에 허용해 주었다. 정부는 하루 노동시간을 최대 13시간으로 늘리는 노동개악 법안도 처리했으며, 고용주가 최대 1년 동안 사전 예고나 보상 없이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고, 파업 중 다른 직원의 업무를 방해할 시 벌금과 징역형을 부과하도록 했다. 경제위기 이후 노동조합의 힘이 약해진 상황에서 앞으로 장시간 노동 확산 등은 전체 노동자뿐 아니라 여성의 권리를 후퇴시킬 것으로 보인다. 권리단체 COFACE Families Europe의 이사인 엘리자베스 고스메(Elizabeth Gosme)는 주 6일제는 전통적으로 돌봄을 떠맡고 있는 여성에게 더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삶의 질 측면에서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스메는 “사람들, 특히 여성은 돌봄노동을 할 시간을 어디서 찾을 수 있나?”라고 제기하며 세계 대부분 사람이 전문 돌봄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가족이 나서야 할 테고 주로는 여성이 “직장 일을 완전히 그만두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참조 기사> https://www.aljazeera.com/news/2024/7/12/why-is-greece-introducing-a-six-day-working-week https://neoskosmos.com/en/2024/07/08/news/greece/greece-introduces-six-day-working-week-amid-controversy/ 5. 직장 내 성희롱에 맞선 우간다 여성 노동자 우간다에 있는 포장상자 제조공장인 라일리패키징(Riley Packaging)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무칼라 남비(Mukyala Nambi)가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관리자의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에 맞섰다. 남비는 “아침 7시에 출근해 저녁 7시에 퇴근하는 길에 갑자기 관리자가 사무실로 불렀다. 이유가 미심쩍어 거부했더니 이튿날부터 성희롱이 시작됐다. 위협과 언어적 폭력을 하더니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으면 해고한다고 협박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직장 내 성희롱으로부터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려 현장 여성 노동자들을 만났다. 계약직 여성 노동자는 해당 관리자가 정규직을 미끼로 성희롱을 일삼았다는 증언도 했다. 이렇게 여성 노동자들이 같이 나서며 회사에 관련 사실을 신고할 수 있었고, 사측은 관리자를 징계해고했다. 남비는 노동조합(인더스트리올, IndustriALL)에서 받은 ‘직장 내 젠더 기반 폭력(GBVH) 및 괴롭힘 대응 교육’ 덕분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우간다는 직장 내 폭력과 괴롭힘 근절을 위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190호를 비준했지만, 젠더 기반 폭력이 심각하다. 우간다 통계청(2021년)에 따르면, 여성의 95%가 신체적 또는 성적 폭력을 경험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현장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www.industriall-union.org/workers-confront-sexual-exploitation-at-ugandan-cardboard-manufacturing-factory 6. 슬로바키아, 저출생이 성소수자 탓? 슬로바키아 문화부장관 마르티나 심코비초바(Martina Šimkovičová)가 7월 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저출생이 ‘성소수자 탓’이라며 비난했다. 문화부 장관은 “우리 이성애자들은 아기를 낳기 때문에 미래를 창조한다. 유럽은 죽어가고 있고, 성소수자의 과도한 수 때문에 아기가 태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는 이상하게도 백인에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 백인의 저출생이 백인이 아닌 성소수자 탓이라는 지독한 혐오 발언에 대해 비정부기구인 인권연구소(The Human Rights Institute)는 즉시 문화부 장관을 이민자, 성소수자,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조장한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아울러 성명을 통해 “두 명이 사망한 자모카 테러(남성동성애자가 살해당한 혐오 범죄)가 발생한 지 아직 2년도 되지 않았는데 정부 인사가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증오를 퍼뜨리는 공인의 말은 동성애 혐오, 인종차별, 반유대주의를 선동하는 것”이라며 심코비초바 장관의 즉각 사임을 촉구했다. 슬로바키아에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은 인종차별이나 반유대주의적 발언과 달리 불법은 아니다. 정부는 오랫동안 성소수자 권리에 적대적 태도를 취해왔는데 작년에 집권한 중도좌파 로베르트 피코(Robert Fico) 총리 역시 그중 한 명이다. 피코 총리는 이전에 동성애자 커플의 자녀입양을 두고 ‘변태’라 칭하기도 했다. 이번에 혐오 발언을 한 극우 슬로바키아 국민당 소속 문화부장관은 지난 1월에도 “정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문화부가 성소수자 콘텐츠에 대한 모든 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국민당을 대표하는 안드레이 단코(Andrej Danko) 의회 부의장은 지난 일요일 문화부가 “성소수자를 포함해 도덕적, 윤리적 경계를 넘는 주제를 다룬 영화에 더 이상 재정을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조 기사> https://www.politico.eu/article/slovak-culture-minister-blames-lgbtq-europe-low-fertility-rates-martina-simkovicova/
-
해병대 채 상병 사망 1년, 노동자계급 주도로 윤석열정권 퇴진투쟁에 나서자사진: 연합뉴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사망한 대한민국 장병은 95명에 달한다. 3.8일에 한 명꼴로 군대에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장병들은 여러 이유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다. 훈련 중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기도 하고, 군대 내 폭력으로 죽음을 맞거나 스스로 생을 놓는 경우도 있다. 규정에 어긋난 ‘군기훈련’으로 목숨을 잃기도 하고, 작전이나 임무를 수행하다가 죽음을 마주하기도 한다. 해병대 채 상병 역시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7월 8일, 경찰이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은 채 상병 사망사건에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이를 신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23년 7월 19일 채 상병 사망 이후 1년을 앞둔 지금, 채 상병 사건은 윤석열 퇴진투쟁의 발화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채 상병 사건의 경과와 주요 쟁점을 살펴보자. 채 상병의 죽음이 말하는 것 - 병사들에게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라 2023년 7월 19일, 해병대 채수근 상병은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다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었고, 실종 14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장병들은 수색작업을 하는지도 모른 채 작전 지역으로 이동했고, 채 상병의 직속 대대장인 포7대대장이 ‘위험해서 현장수색을 하면 안 된다’고 보고했음에도, 해병1사단은 사단장 명령에 따라 수색을 강행했다. 사단장에게는 관할 부대가 잘 드러나는 것이 중요했을 뿐, 병사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었다. 수색 당시 채 상병을 비롯한 병사들에게는 구명조끼조차 지급되지 않았다. 문제의 임성근 사단장은 ‘빨간색 해병대 티셔츠로 복장을 통일하라’는 지침을 내렸을 뿐이다. ‘해병대’가 잘 보여야하기에 구명조끼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투입 예정이던 장갑차까지 철수할 정도로 물살이 강한 상황에서, 병사들은 그 어떤 안전장비도 없이 ‘인간띠’ 수색을 해야 했고 채 상병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특기할 만한 사실이 있다. 당시 해병대 현장지휘관은 채 상병이 떠내려가자 직접 신고하는 대신 주민에게 신고를 요청했다. “해병대 간부 한명이 다급하게 뛰어와 119 신고를 요청해 오전 9시 11분쯤 신고 … 구급대는 체감상 10분 안에 왔지만 해병대원은 이미 떠내려간 뒤”, 최초 신고 주민이 언론에 밝힌 내용이다. 왜 현장지휘관은 채 상병이 떠내려가는 모습을 보고도 직접 신고하지 않았을까? 병사가 죽음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왜 주민에게 신고를 부탁하느라 시간을 허비했을까? 해병대 측은 현장지휘관이 직접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향후 진상이 규명되어야 할 일이나, 분명한 것은 해병대 현장 간부는 자신이 군 외부의 사건 개입을 초래한 당사자로 기록되는 것을 저어했으며, 이는 군의 폐쇄성을 여실히 드러낸다는 것이다. 군은 군 외부 조직에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 군 내부의 일을 바깥에 알리는 행위를 철저히 억압하고, 이를 통해 군의 억압적 질서를 유지한다. 이렇듯 군대는 가장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공간이다. 채 상병과 동료 병사들에게는 안전장비도 없는 수중수색이라는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한이 없었다. 병사들은 사회와 단절된 채 고립되어 있고,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부당한 명령이 내려와도 저항할 수 없다. 양심적인 지휘관이 있었다면 채 상병이 죽지 않았을까?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병사들이 죽어나가지 않기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은, 가뭄에 콩 나듯 나타나는 ‘양심적 지휘관’의 선의가 아니라 병사들의 권리다.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를 병사들에게 보장해야 한다. 이런 권리는 한국 현실에서 엄두도 못 낼 만큼 낯설게 들린다. 그러나 이미 독일과 미국, 영국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 그리고 국제법은 ‘부당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을 병사의 권리로 명시한다. 이는 주로 2차대전 당시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되었다.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아이히만을 비롯한 나치 전범들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변론했다. 나치 전범들의 변론에서 드러나듯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가 병사들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면 거대한 전쟁범죄도, 군대 내의 억울한 죽음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일부 국가에서 부당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은 권리일 뿐만 아니라 의무이기도 하다.)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의 나치 전범들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자신을 변론했다 이렇듯, 병사에게 복종하지 않을 권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물론, 병사의 불복종을 권리로 명기한 국가들에서 실제 병사들이 불복종의 권리를 얼마나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이라크 전쟁 파병을 거부한 병사에 대한 미 군사법원의 처벌1)처럼 말이다.) 이 권리는 단지 병사 개인의 권리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병사들에게 단체를 만들고 집단행동에 나설 권리를 보장해야 비로소 부당한 명령에 불복종할 권리가 온전히 보장될 수 있다. 채 상병의 죽음이 드러냈듯, 병사들에게는 스스로를 지킬 권리가 필요하다. 1)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군 불복종 사례로 아구스틴 아구아요(Agustín Aguayo)의 사례가 있다. 멕시코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인 아구아요는 학비를 벌고자 2002년 미군에 입대했다. 입대 당시 그는 전쟁에 반대하지 않았으나, 군대에서의 경험으로 전쟁에 반대하게 되었다. 그가 파병되기 전인 2004년 2월, 아구아요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지위를 소급해 신청했으나 거부되었고, 결국 전투의무병으로 이라크에서 1년을 복무한다. 2005년, 다시 양심적 병역거부자 지위를 요구하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되었다. 2006년 독일 주둔 중이던 그는, 부대가 이라크로 복귀한다는 통보를 받고 기지를 떠났다. 2007년 3월, 미 군사법원은 탈영죄로 유죄판결을 내렸고, 그를 불명예 제대시켰다. 아구아요는 6개월간 복역했고 앰네스티는 그를 양심수로 지정했다. 윤석열 정권의 외압, 특검과 탄핵청원을 둘러싼 공방 채 상병의 죽음 이후 전개를 보자. 사건 수사 책임을 맡은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 사건을 조사했고, 국방부 장관 결재를 거쳐 경상북도경찰청에 수사자료를 이첩했다. 박정훈 단장에 따르면 임성근 해병대1사단장 등 8명에게는 과실치사 혐의가 있고, 임성근 역시 사퇴를 결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후 ‘외압’이 시작된다. 수사자료 이첩 후, 국방부 장관은 자신의 결재를 뒤집고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고,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은 해병대 수사단에게 ‘관련자 혐의사실을 삭제하라’고 연락했다. 이어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자료를 경찰로부터 회수하고 박 대령을 항명과 상관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했으며, 수색을 명령한 임성근 사단장을 혐의에서 제외한 채 사건을 경찰에 다시 넘겼다. 한 병사를 죽음으로 몬 주모자가 면죄되는 비상식적인 과정에, 권력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번지는 것은 당연하다. 일파만파 번지는 의혹에 대해, 정권은 강행돌파를 시도한다. 그러나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대사에 임명해 국외로 빼내려는 윤석열의 시도는 노동자 민중의 더 큰 분노를 불렀을 뿐이다. 국방부 장관이 입장을 바꾼 배경, 박정훈 대령이 해임되고 ‘항명 수괴’ 혐의로 고발된 배경, 임성근 해병1사단장에게 어떤 혐의도 적용되지 않은 배경에 윤석열의 ‘격노’가 있었다는 것, 격노의 이유와 이후 과정을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 채 상병 특검이 제기되는 이유다. 심지어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임성근 사단장이 사임하지 않은 배경에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 피의자의 임성근 사단장 구명을 위한 청와대 로비가 있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대통령 배우자의 금융범죄자 지인이 주도해 국가권력을 움직여냈다는 것이다. ‘공정’을 내건 정부의 국가권력은 ‘비선’을 통해, 그야말로 추잡하게 행사되었다. 정부와 여당은 사건 은폐에 여념이 없다. 2024년 5월 2일, 국회는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켰으나 5월 21일 윤석열은 10번째 거부권을 행사해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갔다. 5월 28일, 국회는 채 상병 특검법을 재표결했지만 재석 294인, 찬성 179표로 부결됐다. 결국 21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은 거부권 행사법안 재의결 요건, 즉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폐기되었다. 38일 뒤인 7월 4일, 22대 국회 7월 임시국회 본회의는 채 상병 특검법을 찬성 189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 7월 9일, 윤석열은 예상대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정권에, 기를 쓰고 진실 공개를 막아야만 하는 중대한 이유가 있음이 명백해지고 있다. 물론 정권이 사건을 은폐할수록, 이를 규명하라는 대중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7월 폭우 피해 실종자 구조 중 사망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건을 수사하던 박정훈 수사단장에 외압을 행사했습니다. 또 박정훈 수사단장에게 항명죄를 뒤집어씌워 사건 수사를 가로막았습니다. 이는 군사법원법 위반으로 명백한 탄핵 사유입니다. 이것도 모자라 윤석열은 채해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 140만명을 돌파한 윤석열 탄핵 국민청원의 첫 사유가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정권의 외압 행사다. 종합하면, 상황은 다음과 같다. 부당한 명령으로 병사가 죽었고, 진실을 밝히려는 군대 내부의 시도가 윤석열 정권과 군부에 의해 가로막혔으며, 정권의 외압 배경에 대통령 주변인의 로비가 있었음이 알려지는 등 국가권력의 악취나는 작동이 드러나고 있고, 분노한 대중은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과 탄핵을 청원하고 있다. 오는 7월 19일과 26일, 윤석열 탄핵 청원 심사를 위한 국회청문회가 열린다. 윤석열 퇴진투쟁을 아래로부터 확대하자 진실을 조금이라도 밝히기 위해, 특검은 필요하다. 그러나 특검이 문제를 해결하는가? 탄핵 국민청원을 수용해 국회가 탄핵에 나선다면 문제는 해결되는가? 그렇지 않다. 현 국면과 2016~2017년 박근혜 퇴진투쟁 당시의 중요한 차이점은, 2016년 당시에는 가두투쟁이 기회주의적 야당을 왼쪽으로 견인하며 박근혜 퇴진 요구를 대중화했음에 반해, 현재는 ‘대통령 퇴진’의 경로가 처음부터 국회로 잡히고 있다는 점이다. 돌아보자. 2016년 10월 26일은 당시 여야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특검을 합의한 날이다. 당시 민주당 입장은 ‘우선 특검과 추후 국정조사 추진’, 정의당 입장은 ‘특검과 국정조사 병행’, ‘청와대 참모진 전면 교체와 내각 총사퇴를 통한 거국 중립내각 구성’, 국민의당 입장은 ‘문고리 3인방 배제’에 지나지 않았다. 2016년 11월 초까지만 해도 보수야당의 요구는 ‘국회추천 총리임명, 특검, 국정조사’에 지나지 않았고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얼마든지 ‘거국중립내각’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었다. 즉, 광장의 투쟁이 없었다면 박근혜 탄핵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당시 민주노총의 정치총파업이 보다 위력있게 전개되며 광장투쟁과 결합되었더라면, 투쟁의 주도권은 민주당에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고, 노동자 민중은 박근혜 정권을 자신의 손으로 퇴진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 어느 것 하나 바꾸어내지 못한 문재인 정부 5년의 환멸 또한, 따라서 윤석열 정부의 등장 또한 없었을 것이다. 핵심은 박근혜 퇴진투쟁 국면 노동자계급의 역할이 미약했다는 것, 따라서 박근혜 퇴진투쟁이 부르주아 민주주의 체제의 ‘정상화’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채 상병 특검법, 노조법 2·3조 개정안, 전세사기특별법 ….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이 정부가 행사한 거부권만 15번이다. 정부는 거부권 남발의 효과를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다른 방안을 선택할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지배계급 내부 분열이 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배계급 내부의 위기가 곧 노동자 민중의 기회인 것은 아니다. 지금, 엄중한 정세에 비해 노동자 민중의 주체 역량은 미약하다. 연대를 확대하며 다가올 격돌에 대비해야 한다. 아리셀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투쟁, 노조법 2·3조를 온전히 개정하는 투쟁, 일터의 경계를 넘어 생존권 쟁취투쟁을 확대하자. 노동자계급 주도로 윤석열 퇴진투쟁을 확대하며 ‘체제의 정상화’, 그 너머를 준비해야 한다.
-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다시 현장으로! "이제 민주노조 깃발 들고 다시 시작하겠습니다"2024년 7월 11일, 아사히비정규직지회가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았습니다. 2015년 6월 30일,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문자해고를 통보받고 현장출입이 가로막혔습니다. 그렇게 구미공단 최초로 결성된 비정규직 노동조합이었던 아사히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이 시작됐습니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는 지난 9년 간 전국에서 연대의 꽃을 피우며 싸웠습니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는 22명이었지만, 그들이 만든 연대의 끈은 수백, 수천 명의 노동자를 하나로 결집시켰습니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가 현장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에 전국의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사히비정규직지회가 보내온 지난 9년의 투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해산 만행, 패배를 딛고 다시 전진하기 위하여!사진: 공공운수노조 설마 했더니 진짜였다. 보육, 노인 요양, 장애인 활동 지원 등의 공공돌봄서비스를 제공하던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이 해산됐다. 지난 4월 26일, 서울시의회는 국힘 의원들을 중심으로 <서울특별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에 관한 조례> 폐지를 의결했다.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인 서사원은 서울시의 재정 투입이 없으면 존속 불가능하다. 이어 5월 22일 서사원 이사회는 해산을 의결했다. 10월 말까지 모든 청산 절차가 마무리된다고 한다. 지금보다 몇 배 확대해도 모자랄 공공돌봄기관을 오히려 폐쇄하는 경악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7월 3일 한덕수 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 성과(?)를 자화자찬하면서, “정부 출범 당시 우리가 물려받은 경제를 봤을 때 저는 우리나라가 망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절실하게 했다”고 말했다. 망할 뻔한 나라를 저들이 살려놨다는 것이다. 개소리다. 한국 사회는 이미 망했고, 너희들이 그것을 가속했다고 평가해야 마땅하다. 합계출산율이 0.6명 대에 그치는 사회는 어떤 사회이겠는가? 경쟁의 패배자에게서 모든 것을 박탈한 사회, 이로써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앗아간 사회다. OECD 최고 수준의 성별 격차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의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개소리가 공공연히 횡행하는 사회, 육아·간병·노인 요양 등의 각종 돌봄을 온전히 여성에게 전가함으로써 여성의 ‘사회적’ 해고를 당연시하는 사회다. 노동자계급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도 무너뜨려 놓고서는, 자본 이윤의 원천인 노동력이 부족하니 아이를 더 많이 낳으라고 떠들어대는 사회가 ‘망할 뻔한’ 나라인가? 이미 ‘망한’ 나라지! 마르크스는 <자본1>에서, 이윤욕에 사로잡힌 자본가들은 “인류가 장차 멸망할 것이라든지 결국은 인구가 끊임없이 감소할 것이라든지 하는 정도의 예상에 대해서는 [지구가 태양에 부딪힐지 모른다는 예상이나 마찬가지로] 자신의 실제 행동에서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본주의 체제 유지를 위해서라도 공공돌봄의 확대가 불가피한 마당에, 오히려 공공돌봄기관을 폐쇄하는 자본가 정치세력의 행태를 이보다 더 잘 묘사할 수 없을 것이다. 서울시의 터무니없는 서사원 해산 이유 서울시는 서사원 해산의 이유로 “서사원이 민간과 차별화되는 공공돌봄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점, 내부 구성원의 반대로 더 이상 구조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을 꼽았다. 감히 ‘공공돌봄’ 운운이라니, 꼴같잖은 소리다. 서울시의 진짜 속내는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핵심적으로 ‘사회서비스원 돌봄노동자의 임금이 민간보다 훨씬 높게 책정돼 있다’는 게 문제란다. 서사원 폐지를 강력히 부르짖던 어느 돌봄자본가는 신문 기고에서 이렇게 떠들었다. “이들은 민간 기관과 달리 월급제 정규직이다. 고정급 205만 원에 교통비 15만 원, 식비 13만 원을 더해 기본급 233만 원을 월 급여로 받는다. 가족수당은 물론이고 휴일이나 야간 시간대 등 시간 외 근로를 하면 규정에 따라 초과 수당도 받는다.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유급으로 병가나 휴직도 보장받는다.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돌봄업계의 삼성’이라 불리는 이유다.” (세계일보, <[기고] 공공돌봄이라는 허울 뒤에서 낭비되는 서울시민 혈세>, 2023. 5. 19.) 노동자 평균임금이 300.7만 원(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2023년 8월), 중위임금이 249만원(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2022년 6월)인 시대다. 그런데 서사원 노동자들은 무려(!) 기본급 233만 원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시간 외 수당까지 받으며, “월급제 정규직”이기까지 하므로 “돌봄업계의 삼성”, 귀족 노동자라는 것이다! 돌봄 노동의 가치를 이보다 더 노골적으로 폄훼할 수 있을까? 파리 목숨인 계약직·시급제·단시간 노동 대신 주 40시간 풀타임·정규직 노동을 원했을 뿐인 돌봄노동자들의 소박한 요구를 제정신이라면 이렇게 매도할 수 있을까? 서울시의 자본가 정치세력과 돌봄자본가들은 민간 기관에서는 훨씬 더 싼 값에 돌봄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고 지껄인다. 그렇다. 민간 부문 돌봄노동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이다. 방문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 노동자들(이들 대부분은 50대 이상의 여성 노동자들이다)은 풀타임으로 근무해도 고작 월 140만 원 안팎의 급여를 손에 쥔다. 이동시간, 교육·회의 시간 등은 노동시간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고용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자본가들의 눈 밖에 난 돌봄노동자들은 일상적 해고 위협에 놓여있다. 어린이집 원장의 상상을 초월하는 갑질에 시달리는 보육노동자들, 휴게시간 없이 무급노동을 강요당하는 장애인 활동지원사 노동자들의 사연은 낯설지 않다. 바로 그래서 자본가 정부조차 사회서비스원이라는 공공돌봄기관을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 열악한 노동조건에 고통받는 돌봄노동자들이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ㆍ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사회서비스원법’) 제1조(목적)에 “사회서비스와 사회서비스 관련 일자리의 질을 높여 국민의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겠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 이유다. 물론 사회서비스원 설립이 전체 돌봄노동자들의 권익 개선을 추동(推動)했는지는 진지하게 평가해야 할 문제다. 또한 서사원에 건설됐던 노동조합이 노동자계급 총단결의 관점에서 노동자의식을 싹틔워 나갔는지의 문제도 그렇다. 그러나 최소한 한 가지 사실만큼은 무조건 단언할 수 있다. 자본가들이 서사원 노동자들을 두고 귀족 노동자 운운한 짓거리만큼 비열한 공격은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란 점이다. 서사원 해산 사태는 공공부문이 더 이상 고용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노동자계급 전체의 권익을 대변하며 투쟁하지 않을 때는 고작 기본급 233만 원만으로 말도 안 되는 갈라치기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것은 재정 긴축이 일상이 된 시대, 자본 이윤이 장기침체에 빠진 쇠퇴기 자본주의에서 또다시 반복될 수 있는 일이다. 마지막까지 비열함의 극치를 보여준 자본가들, 그러나 쓰라린 패배 저들이 마지막까지 얼마나 치밀하고 비열했는지, 한 가지는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5월 31일 서사원 원장 직무대행 윤재삼은 서사원 청산과 관련된 입장문을 발표했다. 윤재삼은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받겠다며, 1차(신청기간 : 6월 3일~5일)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기본급 3개월분의 퇴직 위로금을, 2차(신청기간 : 6월 20일~26일) 희망퇴직 신청자에게는 기본급 2개월분의 퇴직 위로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또한 2차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으면 7월 31일 근로계약을 종료하고 퇴직 위로금을 한푼도 지급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정말 역겨울 정도다. 서울시와 서사원은 행여나 서사원 노동자들이 폐업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일까 봐 희망퇴직 신청 시기에 따라 퇴직 위로금을 차등 지급하겠다 떠든 것이다. 자본가들이 파업한 노동자들에게 천문학적인 손배 가압류를 때려놓고, 노조를 탈퇴한 사람에게만 소송을 취하해 주는 개수작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서울시와 서사원의 진짜 속내는 희망퇴직을 신청한 노동자가 작성해야만 하는 합의서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서사원이 내민 합의서에는 “회사와의 고용관계 및 회사로부터의 근로종료로 발생한 모든 권리를 포기하며, 본인의 회사와의 고용관계 및 근로종료와 관련하여 회사와 그 임직원 및 회사와 이해관계가 있는 여타 당사자에 대하여 행정상 또는 민·형사상 제소 기타 어떠한 형태의 이의제기도 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는 조항이 기재돼 있다. 노동자투쟁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생계수단 단절의 위험에 놓인 노동자들을 돈 몇 푼으로 매수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자본가들의 치밀함에 비하여 서사원 노동자들의 대응은 무력하고 뒤늦었다. 4월 26일 서울시의회의 서사원 조례 폐지 이후, 서사원에 조직된 두 민주노조(전국공공운수서비스노조 서사원지부,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는 서울시가 요구하는 임금 삭감안(시급제 전환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5월 13일 다수 노조인 서사원지부 조합원들의 71%는 임금 삭감안에 반대했으며, 13일~1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찬성률 86%)했다. 하지만 5월 22일 이사회에서 서사원 해산이 의결되는 순간까지도 노동조합은 서사원 폐쇄를 막아내는 위력적 대중투쟁을 조직하는 데 실패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사원지부의 경우, 공공운수노조가 주최한 결의대회는 5월 17일 하루에 그쳤으며 이마저도 연대 단위가 결합하기 힘든 평일(금요일) 집회였다. 이어 지부장 삭발, 6월 10일부터 28일까지 서사원 폐쇄에 항의하는 릴레이 단식농성이 진행됐지만 이것만으로는 자본가들의 단호함을 막을 수 없었다. 현재 조합원들 대다수는 희망퇴직을 신청한 상황이다. 너무나 쓰라린 패배다. 서사원 폐쇄에는 아무런 사회적 명분도 찾을 수 없다. 만약 전면 파업이나 이사회 원천 봉쇄 등 서사원 노동자들의 강력한 대중투쟁이 전개됐다면 서사원 폐쇄에 반대하는 사회적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저출생 재난, 초고령화 시대에 그나마 있는 공공돌봄기관의 문을 닫겠다는 자본가들의 폭거는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패배를 딛고 더 멀리 전진하기 위해, 서사원 해산을 둘러싼 과정을 면밀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노조법 2·3조 개정의 필요성이 또다시 확인됐다 우선 서울시의 서사원 해산 만행은 노조법 2·3조 개정 요구가 왜 정당한지를 수백 번째로 보여준 실례라 하겠다. 통상의 간접고용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서사원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한 서울시와는 아무런 교섭도 할 수 없었다. 서사원 노동자들은 서울시의 결정 사항을 앵무새처럼 읊어대는 서사원 사측과 무의미한 교섭을 지속해야 했다. 간접고용 구조에서 진짜 사장들은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모두 결정하면서도 아무런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 택배 노동자들의 살인적 장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원청 택배자본이 그러하며,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을 30% 삭감했던 조선사 원청자본이 그러하다. 마찬가지로 서울시는 400명이 넘는 서사원 노동자들의 생계를 단박에 날려버리면서도 손에 흙 묻히는 일조차 겪지 않았다. 노동자의 노동조건 결정 등에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주체를 노조법상 사용자로 명시해야 하는 이유다.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고 노조 파괴 행위를 금지하는 노조법 2·3조 개정 없이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의 노동3권 행사는 기대하기 힘들다. 서사원 해산이 보여주는 것처럼,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에게 악 소리 한번 내지 못한 채 대량 해고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노조법 2·3조 개정은 노동3권을 빼앗겨왔던 하청노동자 등이 노조할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노동자계급의 자기조직화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법 제도를 떠나 서사원 해산 사태에서 뼈아프게 되새겨야 하는 결정적 교훈은 이것이다. 노동자계급의 자기조직화 과정 없이는 노동자들이 거대한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없다는 점 말이다. 앞서 언급한 이유로 인해 민간 부문 돌봄노동자들의 노동자의식은 매우 낮은 편이다. 비정규직 고용, 30명 미만의 영세한 사업 규모 등으로 인해 돌봄노동자들은 노동조합 활동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노동조합은커녕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해고 위협에 시달리는 것이 돌봄노동자들의 현실이다. 반면 돌봄자본가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 중이다. 이들의 사업은 파산 위험이 없다. 현재 보육·노인 요양·장애인 활동 지원 등의 돌봄서비스는 국가와 지자체가 공적 재원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봄자본가들은 공적 재원으로 사업을 하면서도, 자신의 사업장 내에서 거의 무제한적인 권력을 휘두른다. (역설적으로 파산의 위험이 없으므로 ‘세련된’ 인사노무관리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못한 돌봄노동자들은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보다는 돌봄자본가들의 눈 밖에 나지 않는 것을 생존 전략으로 삼는 데 익숙했다. 서사원 설립 초기 임금체계 설명회에서, 가족수당이 지급된다는 말에 돌봄노동자들이 반신반의하며 ‘일 안 하는 남편이어도 가족수당을 지급하느냐’고 되물었다는 에피소드는 평소 돌봄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태에 놓여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런 조건에서 공공돌봄기관인 서사원이 탄생했다. 노동자들도, 자본가들도, 과거의 경험과 습관을 한 번에 떨쳐내지 못했다. 서사원에서 몇 차례 있었던 부당해고 사건은 과거 민간 부문 돌봄자본가들의 무식함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요양보호사 노동자가 관리자에게 말대답했다는 이유로 인사 평가에서 최하점을 줘 촉탁 재고용에서 탈락시켰던 사건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노동자들 역시 노동조합의 필요성, 더 나은 노동조건을 쟁취하기 위한 노동자투쟁의 불가피성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할 수 없었다. 서사원 설립 초기인 2020년, 서사원지부는 유사한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의 단체협약을 기준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단체협약은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통해 쟁취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사측이 2022년 단체협약의 해지를 통보한 후, 서사원지부가 단체협약을 갱신하기 위한 위력적 투쟁을 전개하지 못했던 상황은 이를 보여준다. 오세훈 시장 당선 이후 이뤄진 조직 축소 등 전방위적 공격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러한 주체적 조건을 고려했을 때, 서사원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활동에서 민주성과 전투성의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전체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전폭적 지원이 불가결했다. 공공돌봄기관을 폐쇄하겠다는 자본가 정치세력의 만행에 맞서,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차원의 투쟁 계획 제출, 적극적 연대 조직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것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서사원 노동자들이 자기 경험을 통해 단번에 비약해 높은 수준의 노동자투쟁을 전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서사원 투쟁이 단지 서사원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민간 부문을 포함한 전체 돌봄노동자들을 대변하는 계급단결 투쟁으로 나가기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나 서사원 노동자들은 서울시와 사측이 서사원 폐쇄를 위협하며 던진 임금 삭감안에 반대 투표함으로써, 노동자의식이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도 뚜렷이 보여줬다. 5월 17일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 적지 않은 조합원들이 참여해 전투성을 보여준 점도 주목해야 한다. 서사원 노동자들은 본능적으로 노동조합을 통해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던 것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의 투쟁 의식을 고양시키는 강력한 투쟁을 더 이상 진행하지 못했다. 예컨대 서사원 폐쇄를 결정한 5월 22일 이사회는 조합원 대중의 강력한 파업 투쟁으로 원천 봉쇄했어야 했을 것이다. 노동조합이 결정적 위기의 순간에 이렇게 높은 수준의 노동자투쟁을 전개할 수 있으려면 평소의 준비 태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노동자계급의 자기조직화다. 노동자운동이 점점 더 대중적 활력과 전투성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 노동자계급 자기조직화의 중요성은 수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현재 조건에서 노동자운동의 미래는 눈에 쉽게 보이는 ‘이슈 파이팅’이 아니라(이것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눈에 띄기 힘든 일상적 자기조직화 과정을 통해 담보된다. 사측이 내세우는 반동적 이데올로기에 맞서 조합원 교육과 토론을 일상화하는 일,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을 상급단체와 전임 간부 몇몇이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민주주의 원칙 아래 조합원들이 주도하게 하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민주노조답게 평조합원이 노동조합의 중심이 돼야 한다. 자신의 문제를 노조 간부가 대리 해결해 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연대와 단결, 주체적 투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기풍이 흘러넘쳐야 한다. 노동자들이 자본가들에 비해 가진 유일한 장점은 수(數)가 많다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도 집단의 힘을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장점은 노동자 개개인의 능동적 실천이 전개될 때만 비로소 실현된다. 노동자의식으로 무장한 노동자계급은 자본에 맞선 일상적 실천과 투쟁을 통해서만 등장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서사원 해산 사태에선 이런 준비가 너무나 부족했다. 2022년 9월 사측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 통보 이후 노조 활동에 여러 지장이 있었던 것도 한 이유다. 노동조합이 자신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는 순간, 다시 말해 노동자 단결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사라지는 순간, 노동자 개개인이 사측의 퇴직 위로금 수작을 받아들인 건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민주당과의 정책 대응이 향후 계획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원칙에서 보자면, 서사원 폐쇄 이후 공공운수노조에서 민주당과 함께 서사원을 재건하겠다는 계획을 향후 대응의 중심축으로 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6월 25일 국회에서는 공공운수노조와 조국혁신당 김선민·정춘생 의원실 공동주최로 ‘사회서비스원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회서비스원 설치를 의무화해서 제2의 서사원 해산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7월 중 민주당 의원실과 함께하는 서사원 해산 관련 토론회, 하반기 국회 국정조사 등이 추진 중이라 한다. 사진: 공공운수노조 문재인 정부가 만든 사회서비스원을 윤석열 정부와 국힘 시의회가 해산했으니, 다시 민주당과 함께 서사원을 재건하겠다는 생각이 당연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애당초 사회서비스공단 공약에서 한참 후퇴한 채, 지금의 무늬뿐인 공공돌봄기관을 만든 것이 문재인 정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현행 사회서비스원법 제7조제1항은 “시ㆍ도지사는 제10조의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관할하는 특별시ㆍ광역시ㆍ특별자치시ㆍ도ㆍ특별자치도에 시ㆍ도 사회서비스원을 설립ㆍ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5일 열린 ‘사회서비스원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은 위 조항의 “설립ㆍ운영할 수 있다”를 “설립ㆍ운영하여야 한다”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당론이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제 와 개정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입법 당시(2021년 9월 24일 제정) 처음부터 사회서비스원법을 그렇게 통과시켰으면 되는 일 아니었나? 당시 입법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는 민간 부문 돌봄자본가들의 압력에 굴복해 자신들의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공약을 크게 후퇴시켰다. 지자체의 사회서비스원 설치 의무 규정을 삭제했을 뿐 아니라, 일례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사회서비스원이 우선 위수탁 운영해야 한다는 규정도 삭제했다. 이 때문에 서사원이 담당했던 돌봄 영역은 극히 협소했다. 서울시 국공립어린이집 1,838개소 중 서사원이 운영하던 어린이집은 고작 6개소, 0.3%에 불과했을 정도다. 이런 엉터리 법안을 만든 민주당 정치세력이 이제 와 사회서비스원 설치를 의무화하겠다는 소리를 늘어놓는 것만큼 뻔뻔한 일이 또 있을까? 설령 민주당이 사회서비스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 하자. 그러나 서사원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민간 부문 돌봄노동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처우를 받는다는 현실은 단시간에 바뀌기 어려울 것이다. (초기업별 단체교섭 제도, 초기업 단위 단체협약 효력 확장 제도가 없는 한국의 후진적 노동법에서는 불가피하기까지 하다.) 국힘 등의 자본가 정치세력은 이를 빌미로 돌봄노동자 갈라치기 공격을 재개할 것이다. 이때 민주당은 ‘서사원을 살려야 하니 우선 노동조건 개악을 받아들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에 기대는 방식으로 서사원을 재건해서는 이런 부당한 요구에 맞서기란 불가능하다. 부르주아 민주주의자 김대중은 ‘민주주의에는 공것(공짜)이 없다’는 표현을 즐겨 썼다. 피 흘리지 않고 얻은 민주주의는 모래성과 같다는 뜻이다. 노동자들의 성취물 또한 그러하다.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모든 제도적 성과는 시혜적 방식으로 주어졌을 때가 아니라 대중의 자주적 투쟁으로 쟁취했을 때만 확고부동할 수 있다. 더구나 노동자 대중의 자기조직화를 중심으로 두는 방식이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할 수도 없는데, 오늘날 쇠퇴하는 자본주의에서 강력한 노동자투쟁 없이는 자본가들은 세상이 망하건 말건 가진 것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자본가 정치세력으로부터 독립된 자주적 노동자운동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은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다. 서사원 폐쇄에 맞선 향후 투쟁 계획에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정책 대응이 중심에 있어서는 안 된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고통받는 민간 부문 미조직 돌봄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고 이들을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주체로 세워내는 일이다. 멈추지 않는 투쟁을 결의한 서사원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에 적극적으로 연대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돌봄 부문 미조직노동자 조직사업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제대로 된 사회서비스원의 재건은 돌봄노동자들의 대중적 투쟁을 새롭게 조직할 때만 가능하다. 더 나아가 돌봄노동자들의 조직된 힘은, 공적 재원으로 사업을 운영하면서도 사적 전횡을 휘두르는 돌봄자본가를 몰아내고 돌봄노동자들이 민주적 방식으로 전체 사회서비스 부문을 운영·통제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노동조합 바깥의 돌봄노동자를 더욱 광범위하고 전면적으로 조직하는 것, 그리고 이들이 노동자투쟁의 새로운 주체로 우뚝 서게 하는 것, 이것이 현재 제일 중요한 과제다.
-
[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정부,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추진1. 정부,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추진…여가부는 당분간 유지 정부가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를 존치하는 방향으로 정부조직 개편안을 마련하는 대신 폐지 논의는 추후 이어가기로 했다. 인구 정책을 총괄하는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담은 조직 개편안은 정기국회 안에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정기 행안부 조직국장은 이날 브리핑 질의응답에서 관련 질문에 “여가부 기능의 이관에 대한 안은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여가부 문제는 정부 내에서 조금 더 논의와 검토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시급한 저출생 문제 대응에 조금 더 집중하기로 했고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에 집중해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인구전략기획부는 저출생뿐만 아니라 인력과 이민 등 인구정책 전반을 포괄한다. 강력한 컨트롤타워로서 인구 관련 전략·기획과 조정 기능에 집중한다. 향후 저출생·고령사회 관련 사업은 각 부처가 그대로 수행하지만, 총괄조정 기능은 인구전략기획부가 담당하게 된다. 이에 따라, 출산·아동·노인 분야는 보건복지부, 일·가정 양립 분야는 고용노동부·여가부, 가족·청소년 분야는 여가부가 종전과 동일하게 맡고, 인구전략기획부는 인구정책 기획과 평가, 예산배분·조정 및 사회부총리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인력과 이민 등 새로운 전략·기획 기능이 추가된다. 김 국장은 “여성·외국인·노인 등 각 부문별 노동 수요와 공급에 맞게 인력계획을 짜고, 이민 정책에 대한 밑그림도 그리는 역할을 맡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민청 신설 여부도 인구전략기획부에서 검토하게 된다. 저출생을 국가적 위기로 진단하면서 인구 정책에 여성을 끼워넣는 이 같은 정책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6월 3일 한국 정부 대상 9차 권고에서 “가족 가치와 페미니즘 가치를 이분법적으로 대립시키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또 가족과 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의 역할과 책임에 관한 고정관념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직면한 구조적 차별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은 채 결혼과 출산만을 장려하는 정책은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로 도구화할 뿐이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407011115021 2. 여성단체들 “정부 저출생 대책이야말로 국가비상사태” 여성단체들이 정부의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정부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체인 여성노동연대회의, 이주 가사·돌봄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 주4일제 네트워크, 가족구성권연구소 등 여러 여성단체들이 2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성미래센터에서 ‘정부의 저출생 대책이야말로 국가비상사태다 : 잘못된 방향의 정부 저출생 대책 비판’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저출생은 현재와 미래의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사회 구조와 일터와 삶에서의 성별 불평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 ‘여성’을 삭제하며 저출생을 단지 ‘인구’ 문제로 사고하고, 여성을 인구 생산을 위한 수단처럼 치부하는 윤석열 정부의 사고로는 결코 저출생 문제의 해법에 도달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19일 정부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는 한편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3대 핵심 분야에 방점을 찍은 대책을 발표했다. 그에 대해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가 선정한 3대 분야 정책은 고용보험에 가입된, 집 살 여력이 있는 이들에 한정된 대책이며 노동시간 단축 없이 아이 키우는 일의 외주화만 궁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9년 출산 가구 가운데 상위층은 54.5%, 중위층은 37.0%인 데 반해 하위층은 8.5%에 불과했듯 이미 아이 낳고 키우는 일은 계급화됐다”면서 “정부 역할은 이런 계급사회를 완화할 고용‧주거‧세금‧젠더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조 기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70212560003494?did=NA 3. 또 ‘집게손가락’ 남성 혐오 억지 논란…위협받는 여성 노동권 ‘집게손가락 논란’이 게임 업계에 이어 자동차 업계로까지 번지면서 여성 노동자의 인권과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최근 르노코리아는 공식 유튜브 채널 ‘르노 인사이드’에 신차 홍보 영상을 업로드했다. 그런데 해당 영상에서 여성 직원이 집게손가락 모양을 취하자 남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게손가락’이 남성 혐오를 상징한다는 억지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었다. 그러자 르노코리아는 지난달 30일 ‘르노 인사이드’에 관련 사과문을 올렸다. 또한 르노코리아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고 해당 직원에 대해 직무수행 금지 조치를 내렸다. 해당 직원 역시 사과문을 발표하고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는 영상 콘텐츠의 특성상 문제가 될 수 있는 어떤 행동을 의도를 가지고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해당 직원을 향한 무분별한 인신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페미니즘 사상검증’ 논란이 거세게 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게임 작업에 참여한 여성 성우가 ‘여성에게 왕자가 필요없다(Girls Do Not Need A PRINCE)’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로 낙인찍히고 남성 게임 이용자들의 집단적 공격을 받자 게임업체가 해당 성우를 교체했다. 최근에는 넥슨의 게임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서 캐릭터가 집게손가락 모양을 취한 것을 두고 여성 종사자들이 남성을 비하하기 위해 해당 장면을 의도적으로 삽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남성 게임 이용자들의 주장과 달리 해당 장면을 그린 외주업체 직원은 남성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물 작업에 참여한 외주업체 직원들을 향한 낙인과 비난은 지속됐다. 일각에서는 페미니스트 낙인과 사상검증으로 여성 노동자의 인권이 위협받는 데는 남성 소비자의 억지 요구를 수용하는 기업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만연한 여성혐오를 외면하는 정부와 정치권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으며, 여성 노동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49391 4. 폭스콘인디아 기혼 여성 채용 배제 의혹 제기돼 인도에 위치한 애플 공급업체 폭스콘인디아가 기혼 여성을 채용에서 배제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폭스콘인디아가 2023년 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기혼 여성들이 미혼 여성들보다 가족에 대한 책임이 더 많은 점, 임신 등을 이유로 기혼 여성들을 채용에서 배제했다는 것이다. 이에 인도 당국은 폭스콘인디아를 조사하기로 했다. 인도 정부 산하 독립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NHRC)는 연방정부 노동부와 폭스콘인디아 공장 소재지인 남부 타밀나두주에 공문을 보내 관련 의혹에 대해 조사해 일주일 내로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NHRC는 공문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사안이 사실이라면 이는 기혼 여성에 대한 심각한 차별이며 평등과 동등한 기회에 대한 권리 침해를 야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참조 기사> https://www.yna.co.kr/view/AKR20240702094900077 5. 브라질, 성폭력 임신중지가 살인죄? ‘강간법안’ 반대 투쟁 브라질 전역에서 ‘강간법안’ 반대 시위가 벌어져 1만 명이 넘는 사람이 거리로 나섰다. 자유당 소속 우익 정치인들의 발의로 강간 피해로 임신을 해도 22주 이상의 임신중절을 ‘살인’으로 보는 법안(PL 1904/2024)이 6월 13일 하원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임신중절한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보다 더 높은 형량(6년~2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수많은 여성과 노동자 민중이 분노했다. 초록색 스카프를 매고 시위에 나선 사람들은 ‘강간범은 아버지가 아니다’, ‘소녀는 어머니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개정안 폐기를 요구했다. 브라질에서는 2022년 성폭력 피해자(7만 4,930명)의 61.4%가 14세 미만일 정도로 아동 성폭력 피해자가 많다. 더구나 출산하는 14세 이하 아동은 하루에 38명이나 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성폭력 피해 아동의 임신중지권이 더욱 훼손된다. 시위에 참여한 작가 다니엘라 아바데(Daniela Abade)는 “성폭력 피해자, 끔찍한 범죄 피해자인 소녀나 여성에게 형을 선고하고 범죄자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도록 선고하는 터무니없는 악법이다. 후퇴하는 법을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노동자 마르샤 카르발류(Marcia Carvalho)는 “우리는 이 법안을 뒤집어야 한다. 이미 얻은 작은 권리를 되돌릴 수는 없다. 지금 당장 모든 여성이 거리로 나가자”고 외쳤다. 룰라의 노동당(PT)은 대중의 분노에 투표를 연기하려 애쓰는 중이다. 페미니즘과 마르크스주의 팟케스트(Podcast Feminismo e Marxismo)에서 레티샤 파크스(Letícia Parks)는 “우리는 개정안을 폐기하고, 안전하고 합법적이며 자유로운 임신중지 쟁취 투쟁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성과 소녀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조 기사> https://www.opendemocracy.net/en/5050/brazil-new-anti-abortion-law-homicide-child-rape-victims-prison-longer-abusers/ https://www.brasildefato.com.br/2024/06/17/women-took-to-the-streets-again-in-sao-paulo-against-the-child-pregnancy-bill https://www.esquerdadiario.com.br/Feminismo-e-Marxismo-Derrotar-o-PL1904-e-lutar-pelo-aborto-legal 6.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폭력 위험이 더 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 칼리샤 클로슨(Kalysha Closson) 박사 연구팀이 성인이 겪은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에 따른 폭력 경험의 차이를 연구한 결과,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성인이 시스젠더보다 폭력 피해를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3,56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의 신체적, 성적 폭력과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난 폭력 경험을 조사했다. (*트랜스젠더: 타고난 지정 성별과 다른 성별 정체성을 가진 사람, *논바이너리: 자신의 성별을 어느 한쪽으로 정의 내리거나 규정하지 않는 성별 정체성을 가진 사람, *시스젠더: 타고난 지정 성별과 본인이 정체화한 성별 정체성이 같은 사람) 결과를 보면 신체적 폭력은 트랜스젠더 남성의 43%, 트랜스젠더 여성의 24%, 논바이너리의 14%가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에 반해 시스젠더 여성은 3%, 시스젠더 남성은 5%가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 폭력의 경우 트렌스젠더 남성의 42%, 트랜서젠더 여성 14%, 논바이러니 56%가 피해를 경험했고, 시스젠더 여성은 10%, 시스젠더 남성은 5%가 피해를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력을 더 면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조사한 친밀한 관계에서 폭력 경험은 트랜스 남성(47%)의 피해 경험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트랜스 여성(18%), 논바이너리(16%) 순이었다. 논바이너리 3명 중 1명(39%)은 공적 공간에서 언어적 성희롱을 당했다고 답했다. 종합하면 시스젠더 여성과 비교했을 때, 트랜스젠더 여성과 남성은 지난해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더 높았고, 트랜스젠더 남성과 논바이너리 개인은 성폭력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 이렇듯 성소수자들은 존재 자체를 존중받지 못한 채 많은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는 성별 확인 폭력 예방, 지원 서비스, 트랜스젠더와 다양한 성별 정체성을 가진 개인을 보호하는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참조 기사> https://medicalxpress.com/news/2024-07-transgender-gender-diverse-adults-higher.html 7. 카메룬, 동성애 불법인 나라 대통령 딸, SNS에 커밍아웃 동성애가 불법인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대통령의 딸 브렌다 비야(Brenda Biya)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동성 연인을 공개했다. 브렌다는 라이드먼스(성소수자 인권의 달) 마지막 날 동성 연인과 입맞춤하는 사진과 함께 “나는 당신을 미친 듯이 사랑하고,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아버지인 비야 대통령이 42년간 집권하면서 성소수자를 억압한 장본인이기에 이 일로 어느 때보다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카메룬에서는 1972년 동성애금지법을 도입했으며, 2016년에 마련된 형법상으로 동성애와 연관된 모든 행위에 대해 최대 5년의 징역과 최대 20만 CFA프랑(약 340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정부 국가통신위원회는 성소수자를 묘사하거나 지지하는 미디어 콘텐츠를 검열하고, 위반할 경우 운영을 금지한다. 또한 휴먼라이트워치(Human Rights Watch)나 프랑스대사 등 국제 인권단체나 외교 관계에서 요청하는 성소수자 인권 보호도 강력히 거부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딸의 커밍아웃은 망명한 트랜스젠더 운동가 사키로(Shakiro)의 말처럼 “성소수자 가시성의 전환점”으로 기대받고 있다. 카메룬에서 LGBT 사람들을 변호하는 유명한 인권 변호사인 엘리스 은콤 변호사는 브렌다 비야의 커밍아웃이 “사랑의 중요한 보편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용기의 모범”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권적 지위를 가진 대통령 딸의 커밍아웃이라는 점에서 비판도 있다. 레즈비언 운동가인 밴디 키키(Bandy Kiki)는 동성애금지법이 적용되는 현실의 불평등을 강조했다. “대통령 딸의 커밍아웃을 환영한다. 하지만 이는 가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동성애금지법은 불평등하게 가난한 사람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부와 인맥이 어떤 사람에게 방패가 되어 주고 있지만, 부와 인맥이 없는 다른 사람들은 심각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카메룬의 언론은 성소수자에 대한 미디어 규제로 이 사안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www.bbc.com/news/articles/cj7dnm3elkdo https://www.premiumtimesng.com/entertainment/naija-fashion/709864-cameroons-presidents-daughter-brenda-reveals-lesbian-statu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