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 재판, 노동자 민중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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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SK 최태원 재판, 노동자 민중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범죄자산, 재벌을 몰수하고 노동자 민중이 통제하자

  • 백종성
  • 등록 2024.06.25 09:13
  • 조회수 874

사진: 연합뉴스

 

서울고법, “SK는 노태우 정권의 비자금으로 성장했다”

 

5월 30일 서울고등법원이 최태원과 노소영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원고가 피고에게 위자료 20억원 및 재산분할로 1조 3,808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태원이 보유한 SK 주식 35%를 노소영 몫으로 인정한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최태원의 SK 주식이 분할 대상 재산인지 여부였다. 최태원은 SK 지분이 최종현 전 회장에게 물려받은 재산1)이기에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2심 재판부는 노태우 정권의 비자금 300억원이 최태원의 아버지, 최종현 전 회장에게 흘러들어갔다고 판단했다.2)

1) 소위 ‘특유재산’. 특유재산은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명의로 취득한 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2) "SK 주식은 혼인 기간 취득된 것이고, 상장이나 이에 따른 주식의 형성 등에 관해선 1991년경 노태우 대통령으로부터 원고 부친에게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고 판단한다. 이외에도 무형적 기여가 있었다고 판단한다"

 

이 돈으로 1991년 선경그룹이 태평양증권(현 SK증권)을 인수하는 등, 노태우 정권의 비자금으로 SK가 성장했다고 규정한 것이다.3) 또한, 재판부는 SK의 한국이동통신(현 SKT) 인수를 선경그룹이 노태우 정권과 유착한 결과로 규정했다. 노태우 정부가 공중전기통신사업법(현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통신설비제조사를 보유한 삼성·현대·대우·LG의 통신서비스 진출을 제한했고, 그 결과 SK가 오늘날의 SK텔레콤을 세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3) “선경그룹이 태평양 증권을 전격 인수하는 방식으로 증권업에 진출하기로 한 사실을 놓고 ‘쉽사리 수긍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이같은 반응이 주종을 이루는 것은 … 최종현 선경그룹 회장이 개인 돈으로 전체인수자금 571억원을 어떻게 마련한다는 것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1991년 12월 11일 <동아일보>)

 

SK 역시 그룹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재판부의 숫자계산이 잘못되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인데, 요지는 액면분할을 감안하지 않아 최종현 당시의 주가 상승분이 실제의 1/10로 과소 계상되었다는 것이고, 최태원 취임 이후 주가상승분이 10배로 과대 계상되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아버지의 경영능력에 비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해, 노소영과의 분할 대상 재산을 지나치게 많이 잡았다’며 법원에 항의한 것으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최태원의 행보는 매우 희극적이다. “재판부 판단대로라면 최 회장은 자수성가한 재벌 2세라는 형용모순에 빠지게 된다” - 최태원의 법률대리인이 ‘최태원은 자수성가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형국이다.

 

고등법원은 이런 입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최 선대회장이 지극히 모험적이고 위험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던 배경은 사돈 관계였던 노 관장의 부친이 대통령이었기 때문”, "그룹 경영의 보호막 내지 방패막이로 인식해 결과적으로 성공한 경영활동과 성과를 이뤄냈다" - 6월 18일, 서울고등법원이 재차 밝힌 입장이다.

 

대기업집단 그 자체가 범죄자산이라면 몰수해야 한다

 

제법 ‘사회적 기업’ 흉내를 내온 SK그룹의 본질은 실상 ‘범죄자산’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듯 이번 재판은 독재정권에 기생해 착취와 수탈로 자본을 축적해온 한국 자본의 추악한 역사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지배계급 내부의 파렴치한 이전투구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한 자본주의 사법체계의 본질과 한계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일종의 ‘역사성’까지 띤다.

 

노동자 민중은 이번 판결의 본질과 한계를 잘 안다. 사법부 판단대로 노태우 정권의 비자금이 흘러들어간 결과로 오늘의 SK그룹이 만들어졌다면, 왜 그 ‘기여 인정’의 수혜자가 노소영이 되어야 하는가? 노태우의 비자금은 노동자 민중의 피와 땀을 강탈해 쌓은 범죄자산이다. 그 범죄자산이 정권과의 연줄을 가진 자본가에게 흘러가 오늘날 굴지의 기간산업 사업체를 여럿 거느린 재계서열 2위의 대자본을 형성했다면, 당장 몰수되어야 하지 않는가?

 

오늘날 재벌집단은 짐짓 자신을 권력에 부당하게 상납을 강요당한 피해자로 묘사한다. 사실은 완전히 다르다. 전두환·노태우 정권이 쌓은 비자금은, 군사정권과 끈끈한 동맹을 위해 대자본이 정권에 건넨 노동자 민중의 피와 땀이었다. 이번 판결이 SK그룹의 성장사를 드러내듯 말이다. 노태우 정권과 자본은 1987년 6월 항쟁과 789 노동자대투쟁 이후 분출하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막고자 혹독한 탄압을 퍼부었다. 1989년 현대중공업 해고자협의회에 대한 구사대 테러, 연이어 벌어진 현대중공업 노동자 식칼테러, 1989년 노동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1989년 전교조 불법화, 1991년 한진중공업 박창수 위원장 고문치사,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등, 노동자 민중 탄압에 있어 신군부와 자본은 한마음 한뜻이었을 뿐이다.

 

이렇듯 이번 재판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결론은 자명하다. 범죄로 만들어진 대자본, SK그룹을 몰수하고 노동자 민중이 통제해야 한다.

 

자본가들의 지배에는 그 어떤 정당성도 없다 - 기간산업을 국유화하고 노동자 민중이 통제하자

 

이번 판결이 없더라도, 심지어 최태원에게 유리하게 나왔더라도 재벌을 국유화하고 노동자 민중이 통제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한국 자본주의 발전사는 자본가들의 지배에 그 어떤 정당성도 없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대표적으로 적산불하4), 즉 일본인들이 남기고 떠난 생산수단과 자산에 대한 매각 조치로 이는 한국 자본주의의 원형을 형성하는 과정이었다. 1949년 12월, 이승만 정부는 《귀속재산처리법》을 제정해 적산 매각에 나섰다. 이듬해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적산불하는 1954년에 개시되어 1958년 마무리된다. 총 263,744건의 적산이 매각되었고, 해당 사업체는 우수한 생산능력을 가진 대규모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이승만 정권의 적산 매각가는 애초 책정 가격에 비해 평균 62% 수준으로 그 자체로 헐값이었지만, 이승만 정부는 한국전쟁 이후 물가상승률이 매년 수십 퍼센트에 달하는 상황에서 ‘15년 분할납부’라는 엄청난 특혜까지 자본가들에게 부여했다. 심지어 이 자금 마련조차 은행 특혜대출로 이루어졌다. 자본가들은 사실상 무상으로 당시 한국경제 1/3에서 1/2을 차지하는 기간산업을 인수한 것이다.

4) 敵産拂下, 적이 남기고 한 재산을 매각함

 

일제강점기 노동자 민중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산업기반이 정권과 연줄을 가진 한줌의 친일이력 자본가들에게 떨어졌고, 이후 이들은 오늘날 한국사회를 쥐락펴락하는 지배계급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국가적 특혜와 함께 일군의 산업자본가 집단이 형성되었고 이들은 자손만대에 이를 이어가고자 한국사회 전체를 수탈하고 있다.

 

박근혜 퇴진투쟁을 촉발한 ‘최순실 사태’의 본질은 삼성그룹 3세 승계를 위한 국민연금 동원이었음을 상기해보 자. 노동자 민중의 시각에서 보건, 저들 스스로 말하는 '공정한 시장경제'의 맥락에서 보건, 한국 지배계급은 지배체제를 유지할 최소한의 정당성조차 가지고 있지 않음은 자명하다.

 

5월 30일 재판 이후 SK그룹 구조조정 본격화 소식이 들려온다. 최태원은 대법원 확정 판결에 대비해 ‘실탄’을 마련해야 하고, 어떤 잘못도 없는 노동자들은 최태원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고통을 뒤집어써야 한다. 이 어처구니 없는 착취체제가 아무렇지도 않게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계급투쟁이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심화하는 지금, 더 많은 분배를 넘어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지향하는 정치투쟁을 발전시켜야 한다. 그 시작은, 지배계급의 존재에 그 어떤 정당성도 없음을 직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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