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 이주 가사·돌봄 노동자 착취가 저출생 대책이라는 정부의 인권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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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논평] 이주 가사·돌봄 노동자 착취가 저출생 대책이라는 정부의 인권유린

지난 18일, 정부는 저출생 대책을 발표하였다. 철저한 이성애 정상가족의 기반 아래 저출생의 직접적 원인을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로 판단한 근시안적 대책이다. 저출생은 생활의 기반조차 만들 수 없도록 짜여진 비정규직 중심의 고용형태, 이로 인한 사회 양극화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아이를 돌볼 시간조차 없는 노동자들의 현실, 그리고 지독한 성차별 사회에서 양육의 전담자로 내몰리는 여성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한 벼랑 끝 선택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결과이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돌봄노동자의 부족이 예견된다는 위협을 하면서 이주 가사·돌봄노동자의 도입만이 돌봄노동자의 부족, 고령화에 대한  전가의 보도처럼 호도하고 있다.  허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만 200만명이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이 자격증을 취득했을 것이지만 실제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은 60만명에 불과하다. 이 간극은 140만명의 예비 돌봄노동자들이 이 일을 하지 않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많은 50, 60대 여성들이 가사돌봄, 아이돌봄, 노인돌봄 등 다양한 일자리에 진입과 퇴출을 반복하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가사·돌봄 일자리는 저임금의 불안정한 고용으로 대표되는 일자리이다. 하지만 뜻밖에 이 일자리들은 대부분 정부가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이며 공공돌봄의 영역에서 운용해야만 한다. 이 말은 정부가 결단만 하면 고용안정성을 높일 수도, 괜찮은 임금을 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허나 정부는 가사·돌봄노동이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는다.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 열악한 노동환경을 방치한 채 보다 싼 임금으로 해결할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가사·돌봄노동이 질 나쁜 일자리로 유지되도록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가사·돌봄노동에 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가 정부이다.

 

정부가 내놓은 저출생 대책에서 가정방문형 돌봄서비스 확대를 위한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가정 내 돌봄 수요를 원활히 충족 및 양육비용 절감을 위해 외국인력 공급 확대·활성화 추진’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이주가사노동자를 도입하는 이유가 비용 절감이 최대 목적임을 밝혀 놓고 있는 것이다. 결국 비용 절감은 이주가사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은 외국인 유학생과 결혼 이민자의 가족을 가사사용인으로 비공식 가사·돌봄노동자로 활용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는 최저임금 차별을 조장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이번 대책은 민간기관이 해외에서 사용 가능한 가사사용인을 합리적 비용으로 도입 중개·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한다. 민간 중개업자를 통한 이주가사노동자 도입은 최저임금도 보장되지 않는 노동착취와 과도한 수수료 및 인권침해가 발생될 것이 예상된다.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착취를 조장하는 정부의 저출생 대책은 참으로 참담하다. 서울시의 이주가사노동자 도입 시범사업도 많은 우려를 가지고 있음에도 시행이 되기도 전에 그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대책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는 100명의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을 평가하고 추후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본 대책은 이미 확대를 확정하고 그 숫자까지 명시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의 저출생 대책은 심각한 오류투성이지만 이주 가사·돌봄노동 대책은 더욱 심각하다. 한 국가의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이주노동자 착취를 목적으로 하는 정부의 대책은 인권유린이요, 국가적 망신이다. 정부는 지금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망언을 내뱉고 있다. 

 

우리는 요구한다.

• ILO 이사회 의장국다운 품격을 보여라.

•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가사·돌봄노동자들을 착취할 생각을 하지 말고  ILO 가사노동자협약부터 비준하라.

• 저출생대책에 가정 소득에 상관없이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책임을 천명하라.

•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는 돌봄노동자 처우 개선과 공공돌봄 강화 계획을 수립하라.

 

노동차별 대신 노동평등을, 국적 차별 대신 돌봄정의를!

 

2024. 6. 21

 

이주 가사·돌봄노동자 시범사업 저지 공동행동

(단체 33개) 경주여성노동자회,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광주여성노동자회, 녹색당, 다른몸들, 대구여성노동자회, 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부산여성회, 부천여성노동자회, 변혁적 여성운동네트워크 빵과장미,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서울여성노동자회,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수원여성노동자회, 안산여성노동자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인권연구소 '창', 인천여성노동자회, 정치하는엄마들,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전국여성노동조합, 전북여성노동자회, 중구 돌봄 비상대책위원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노총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지부(가사‧돌봄유니온),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한부모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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