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당사자들, “못 살겠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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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최저임금 당사자들, “못 살겠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하라”

올려! 바꿔! 최저임금 공동행동 당사자 증언대회 현장

  • 정은희
  • 등록 2024.06.19 12:30
  • 조회수 426

#최임 도둑 하나. 성공회대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박은자 씨의 월급은 올해 13만 원이나 줄었다. 지난 해 최저임금이 270원 올랐지만, 근무시간이 30분 깎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월 최저임금은 200만 원을 넘었지만, 박은자 씨의 월급은 200만 원이 안 된다. 더구나 학교 측은 지난해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에코주간’이라는 이름의 휴무를 시작해 4개월 동안 60만 원을 깎아 지급했다. 정규직도 하니까 비정규직도 꼭 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작 정규직은 월급을 다 받고 나서 12분의 1만 기부하는 것이었다.

 

#최임 도둑 둘. 방송드라마 프리랜서로 일하는 박준형 씨는 하루에 15~17시간씩 일하지만, 한 달 소득을 합하면 최저임금이 되지 않는다. 장시간 노동 때문에 일주일에 고작 3일밖에 일할 수 없을 뿐더러 야간 택시비까지 개인 호주머니에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최임 도둑 셋. 경비 노동자 김씨는 24시간 맞교대로 일하지만, 실제로는 휴게시간이 6시간 이상 인정되어 실제 근무시간에 따라 받아야 할 수당을 받지 못한다. 또 ‘감시단속적 업무’를 한다는 이유로 휴일근로수당이나 연장근로수당도 받지 못한다. 지급되지 않는다.

 

#최임 도둑 넷. 시립중계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이은복 씨는 서울시가 처우개선비로 지급하던 종사자수당 7만 원과 식대 4만 원을 합해야 겨우 최저임금을 맞춘다. 늘어난 최저임금 산입범위 때문이다. 그래서 이은복 씨가 받는 기본급은 최저임금 2백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왜인지 신입 요양사의 기본급은 최저임금인 2,060,740원에 맞추기 때문에 요양원에서는 기본급 역차별 현상이 발생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마저 떼어가는 사회에 비정규직과 특수고용, 프리랜서 노동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올려! 바꿔! 최저임금 공동행동’이 18일 서울시 어르신돌봄종사자종합지원센터 마포쉼터에서 개최한 ‘올려! 바꿔! 최저임금 당사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장 먼저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실을 증언한 박은자 청소노동자는 “새벽부터 나와서 열심히 일하면 그래도 조금이라도 월급이 오르는 맛이 있어야 할 텐데 사실 성공회대는 해가 갈수록 오히려 임금이 더 줄어들고 있다”고 제기했다. 또 “그렇지 않아도 더운 날씨에 아침에도 땀을 빼면서 일하는데, 더 이상 에코휴무니 뭐니 하면서 우리 월급 가지고 장난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준형 씨는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모자란 생활비 때문에 다른 현장을 찾아다니다보면 불안정한 생활이 계속된다”며 “이런 방송드라마 노동자들을 사회는 프리랜서라고 부르지만, 사실 현장에서는 방송사나 제작사의 지시 없이 움직일 수가 없는데도 최임 적용이나 연장수당, 연차휴가 뭐 하나 제대로 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게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우리는 몇몇 제작사나 감독들의 선의에 기대려는 것이 아니”라며 “프리랜서라고 낙인찍어놓고 최임 적용이 안 된다고 하는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은복 요양보호사는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임금이 하락했다”라며 “저임금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헌신하다가 골병만 들고 헌신짝처럼 내쳐질 것 같다. 우리가 받는 이 돈으로 살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동료들끼리 기본급 차별은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최임 대폭 인상만이 답”이라고 밝혔다.

 

김태현 이음나눔유니온 시니어 노동자는 “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10년 전보다 6.1% 상승했는데, 노인빈곤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현실”이라며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 38명이 발의한 고령자에 대한 최저임금법 적용배제 개정 건의안은 악어의 눈물도 아니고 빈곤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인노동자를 차별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최저임금은 헌법적 권리”

 

최저임금 당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쏟아낸 질타 뒤에는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가 “최저임금제도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최저임금은 헌법적 권리라며 보편성과 반차별의 원칙에 기초하여 보장해야 한다”라며 “최저임금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하한선이자 87년 노동자 투쟁의 결과로 쟁취한 헌법적 권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명숙 활동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등 문재인 정부 때부터 최저임금법이 점점 후퇴했고, 기존 최저임금법의 한계도 명확하여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우선 최저임금이 근로기준법과 연동되어 있다보니 특고, 프리랜서 노동자는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또 가사사용인, 장애인노동자, 선원 이주노동자에게는 적용이 제외되어 있다. 때문에 장애인 9천여 명은 월 38만 원을 받으며, 선원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 선원의 차이는 50만 원 이상이 난다. 특고, 플랫폼은 시간당 소득이 5,6천 원에 그치고 있으며, 산입범위 확대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숙식비와 인터넷 이용비까지 공제된 최임을 받는다.

 

아울러 그는 “현재의 최저임금의 정체와 법적 문제는 고용형태별, 성별 임금격차 심화로 이어진다”라며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면치 못하는 현실이 더욱 심해지기 때문에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 그런 상황에서 업종별, 지역별 차등 적용하겠다는 시도는 약자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전체 노동자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회를 맡은 이청우 공동행동 집행 책임자는 이날 증언대회가 “사용자단체와 정부까지 나서서 밀어붙이는 차등 적용을 저지하고, 적용 대상을 확대하며, 제외 폐지를 비롯해 차별을 철폐하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최저임금위원회에 모든 것을 위임하는 현재의 관행과 분위기를 바꾸고 최저임금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노동자 파업과 공동투쟁을 만들어 가자”라고 제안했다.

 

‘올려! 바꿔! 최저임금 공동행동’은 지난 5월 22일 발족했다. 공동행동은 △저임금 해소,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 △최저임금 산입범위 원상회복 △최저임금 적용 대상 확대 △최저임금 차등 적용, 적용 제외 폐지 △원청과 프랜차이즈 본사 책임 강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오는 7월 2일 서울도심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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