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안은 노동자 기후파업2] 기후정의운동의 돌파구: 세계 속 노동자 기후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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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기후위기, 대안은 노동자 기후파업2] 기후정의운동의 돌파구: 세계 속 노동자 기후파업

  • 고근형
  • 등록 2024.03.26 15:05
  • 조회수 178

Ⅰ. 그린래시의 확대와 기후정의의 위기, 돌파구가 필요하다
Ⅱ. 기후정의운동의 돌파구: 세계 속 노동자 기후파업
Ⅲ. 기후정의 계급투쟁: 충남노동자행진과 노동자 산업통제운동

 

들어가며: 3월 30일 충남노동자행진을 앞두고, 전진은 기후정의 계급투쟁의 의미와 필요성을 정리한 이슈페이퍼(기후위기, 노동자민중의 대안: 노동자 기후파업을 시작하자)를 발행했다. 세 차례의 기사를 통해 해당 이슈페이퍼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독일 메가스트라이크에 참여한 시위자들(출처: LeftVoice)

 

1. 독일의 메가스트라이크: 자본이 두려워한 노동자 기후파업

 

기후운동과 노동운동의 만남

 

2020년 독일의 기후운동가들은 중대한 고민에 봉착했다. 2018년부터 시작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FFF)’ 운동이 전략적 공백과 퇴조를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때 ‘금요일 기후파업’ 등을 중심으로 한 기후 운동 내에서 ‘체제전환(System change)’이라는 슬로건이 유행했다. 그러나 이 운동은 실제로는 시민 불복종이라는 상징적인 행동, 혹은 정치 결정권자를 향한 몇 차례 집회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운동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호응 역시 줄어들던 추세였다.


기후운동이 쇠퇴하던 중에 독일 사회민주당, 자유민주당, 녹색당이 연합한 소위 ‘신호등’ 연방정부가 2021년 출범해 전형적인 녹색자본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연방정부는 기후운동의 상승기에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적극적이고 즉각적인 조치를 약속했지만, 그 대신 기후위기의 비용을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는 ‘긴축 생태’ 정책을 펼쳤다.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전후 에너지 위기가 증폭되며 재생에너지 전환은 동력을 상실했다. 오히려 화석연료 사용과이 늘어나고 군수산업 생산이 확대되는 등 퇴보가 이어졌다. 기후정의운동이 짧은 시간이나마 쌓아온 성과들이 모두 무너지고 있었다.


기후활동가들이 새롭게 시선을 향한 곳은 바로 노동운동이었다. 이들은 기후정의운동에 더 많은 노동계급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기후 문제를 노동자들의 일터로 가져가는 것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 첫 시도로 기후활동가들은 대중교통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버스, 철도 등 대중교통 부문의 노동자들은 장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최저임금을 약간 상회하는 급여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청년층의 유입은 줄어들고 퇴직률이 높아 이미 수만 명의 운전자가 부족한 가운데, 교통요금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으며, 특히 농촌 지역의 여객 운송 시스템은 점점 더 축소되고 있었다.


이는 1990년 이래 지속된 공공부문 민영화의 결과다. 1990년대 이후 연방정부는 공공부문을 민영화하고 자유화하면서 인력 감축, 업무강도 강화, 불안정한 고용, 소득 감소, 노동조합 약화 등 각종 긴축 조치를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철도 공기업이었던 ‘도이체반’도 1994년에 민간 기업으로 전환되고, 철도 여객 서비스의 상당 부분도 1996년 이후 대부분 민간 공급업체로 넘어갔다. 민영화의 여파 속에서 조직노동자들은 서로 다른 단체와 소속으로 분열되는 등 투쟁의 구심점을 모아내지 못한 채 결속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기후운동과 노동운동의 결합은 침체하던 두 운동에 생기를 불어넣는 계기가 되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은 2020년 지역 대중교통 단체교섭에 연대하며, 파업 당일 30개 이상의 도시에서 공공서비스노조(Ver.di)의 투쟁을 방문하고 지원했다. FFF는 교통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고자 “#wirfahrenzusammen (#WeDriveTogether) 2020”라는 캠페인을 추진하였다. 이 캠페인을 통해 ‘미래를 위한 금요일’ 활동가들은 파업 중인 노동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연대를 조직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승객들로부터 연대 성명서를 수집하고, 정치인들을 만나 노동자들의 요구를 전달했으며,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임을 조직했다. 심지어 활동가들이 직접 노동자들에게 파업에 나서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물론 초창기에 기후 파업은 대다수 대중교통 노동자들에게 현실적이지 않았다. 공동의 행동을 논의하기 위한 조직이나 연대체에 참여하는 사람은 소수였고, 대중교통 노동자들 다수는 기후 의제에 회의적이었다. 파업에 연대하는 기후활동가들은 때때로 자신들을 소위 ‘기후 끈끈이(Klimaklebern)*’ 와 동일시하는 왜곡된 시선과도 마주해야 했다. 그러나 여러 지역에서 헌신적으로 이루어진 연대의 결실로 일부 운송노동자들이 기후정의운동을 자신들의 운동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2020년 파업을 계기로 여러 도시에서 노동운동과 기후운동의 동맹을 목적으로 하는 공동의 단체들이 설립되었고, 2024년 현재 60개 이상의 도시에서 약 1,000명의 활동가들이 #wirfahrenzusammen 캠페인에 참여하여 대중교통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 몸에 접착제를 바르고 도로를 점거하거나 미술품을 훼손하는 등의 직접행동 전술을 취하는 기후운동가들을 향한 멸칭. 주로 이러한 방식의 직접행동을 주도해온 환경단체 ‘마지막 세대(Letzte Generation)’를 가리킴.

 

독일 메가 스트라이크: “운송노동자 생활임금이 기후정의다”

 

2023년 3월 3일,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 세계 기후파업에 맞춰 대중교통 노동자들이 함께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공공서비스노조는 전국적으로 지역 대중교통 노동자들이 하루 동안 행동할 것을 촉구하고 6개 연방 주에서 경고 파업을 벌였다. 그 결과 최소 30개 도시의 20만 명 이상이 파업에 참여했다. 독일 고용주 연맹(BDA)의 CEO 슈테펜 캄페터는 “노조가 정치파업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파업을 비난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의 파업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드러낸다.


이것은 기후정의운동과 노동운동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결과다. 노동조합은 운송노동자 생활임금 보장 등 경제적 요구를 기후정의운동의 요구로 제시함으로써 폭넓은 사회적 지지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기후정의운동은 노동자들의 참여를 통해 실제 파업이라는 물리적 힘을 확보하고 자본가들을 압박할 수 있었던 것이다.


3월 27일, 파업은 이제 전체 운송부문으로 확대됐다. 대중교통 종사자뿐만 아니라 항공, 철도, 수상 운송 종사자들도 파업에 참여했다. 이날 독일 최대 공항인 프랑크푸르트 공항 등 전국 공항에서 항공편 운항이 중단됐다. 전국에서 장거리 열차 운행이 멈췄고, 베를린에서는 도시고속철도 운행이 끊기고, 독일 최대 항구인 함부르크 항도 마비됐다. 한 언론의 표현처럼 독일 안의 “모든 바퀴가 멈췄다(All wheels stand still!).”


대규모 파업에 놀란 사측은 27개월 동안 5% 임금인상과 일시금 2,500 유로(약 350만 원) 지급을 제안했다. 독일 내무장관 낸시 패저는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려면 매년 14억 유로(약 1조 9천억 원)가 추가로 든다”며 난색을 표했다. 당시 독일 정부는 자가용 중심 정책의 일환으로 고속도로 건설 등 대규모 토건사업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하기에 운송노동자들의 파업은 기후활동가와 민중으로부터 더 큰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월요일에는 독일의 여러 도시에서 버스, 트램, 지하철이 멈춰 서게 됩니다. 대중교통 노동자의 높은 임금은 새로운 노동자를 고용하고 절박한 인력 부족을 극복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이는 결국 운송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이것은 기후 파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과 다른 기후 운동가들이 이 파업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것입니다. (그러나) 녹색당을 포함한 독일 정부는 고속도로 건설과 자동차 산업에 대한 보조금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2. 프랑스 토탈(Total) 정유공장 파업

 

토탈의 그린워싱: 노동자 민중의 피눈물로 만든 “석유 제로”

 

2021년 1월 4일, 프랑스 그랑퓌 정유공장 노동자들은 석유·가스부문 거대 다국적기업인 토탈(Total)의 정유공장 폐쇄에 맞서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위원회를 통해 아래로부터 자주적으로 조직된 파업은 45일 이상 전개됐다. 정유공장 노동자들의 파업에 연대하며 철도, 경제, 원자력발전소 노동자, 교사, 학생 등 사회 각계각층으로 이루어진 계급적 동맹이 건설됐고, 정리해고 반대 투쟁에 강렬한 연대 메시지를 보냈다. 일부 기후·환경운동 단체들도 토탈 정유공장 파업을 지지하는 데 앞장섰다.


그랑퓌 정유공장 파업의 배경에는 토탈의 “석유 제로” 전략이 있었다. 지난 수년간 토탈은 정유공장 여러 곳을 폐쇄하면서 그랑퓌에서 200개, 관련 하청업체에서 500개의 일자리 감축 계획을 제시했다. 그랑퓌 지역의 고용 대부분은 토탈 정유공장에 의존하고 있었다. 일자리가 없는 농촌 지역에서 정유공장 폐쇄는 노동자들을 실업과 노동조건이 훨씬 열악한 최저임금 일자리로 내모는 일이었다.


한편 토탈이 자국의 정유공장을 폐쇄하는 진정한 목적은 다른 국가로 정유공장을 옮기는 것이었다. 공장 이전 예정지들은 원유매장지에서 가깝고 노동조건이 열악하며 환경기준이 느슨한 아프리카 국가 등이었다. 실제로 토탈이 추진하고 있는 우간다 틸렝가 석유 시추 프로젝트와 동아프리카 원유 송유관(EACOP) 건설 사업은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과 주민들에게 재앙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1,443㎞ 길이의 송유관이 우간다와 탄자니아의 주요 생태계 보전지역을 가로지르면서 국립공원이 파괴되고, 10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토지를 빼앗긴 채 강제 이주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토탈의 ‘석유 제로’ 전략은 기후위기의 고통을 가장 열약한 지역과 사람들에게 전가하는 전형적인 그린워싱 정책이었다.

 

그린워싱에 맞선 동맹과 토론: 노동자 통제만이 친환경 전환의 유일한 경로다

 

토탈 그랑퓌 노동자들은 토탈의 그린워싱에 맞서 일자리를 위한 투쟁과 환경을 위한 투쟁을 묶어내는 광범한 공동전선을 형성했다. 토탈 정유공장 노동자들은 수년 전 정리해고가 관철됐던 라메드 정유공장 노동자들과 만나 소통하고, ‘지구의 친구들’, ‘그린피스’ 등 기후·환경운동 단체와 10월에 접촉했다. 기후·환경운동가들은 화석연료 자본과 맞서는 투쟁에 매우 흥분했고, 이를 계기로 형성된 노동자와 기후운동의 결합은 파업의 큰 동력이 되었다.


노동자들은 투쟁 속에서도 에너지·산업 전환에 관한 토론을 이어 나가며 생각을 발전시켜 나갔다. “다국적기업의 손으로 친환경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들은 “노동자들이 공장의 통제권을 장악하면 오염을 덜 일으킬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윤 본위의 생산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를 위한 생산이라면 생태적 한계를 유지하고 공동체를 존속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 문제와 환경 문제 두 가지 모두, 그 해답은 우리 노동자들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다른 이들보다 더 똑똑해서가 아니에요. 우리에겐 노하우, 즉 실질적인 경험과 지식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우리 손으로 장비들이 작동하게 만들죠. 그래서 만일 우리가 통제권을 쥔다면, 우리는 이윤을 뽑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의 필요를 충족하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목적을 갖고 운영할 거예요. 환경은 바로 우리에게, 우리 가족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니까요. 그건 토탈의 CEO, 패트릭 푸야네와 정반대 편에 있는 거죠. 그는 오로지 자신의 이윤 기계가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으니까요.”

 

3. 계급투쟁이 기후정의운동을 구원했다

 

노동운동과의 결합을 통한 기후운동의 반등

 

세계 기후정의운동은 자본을 강제할 힘과 실제 변화까지는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몇 차례의 대규모 시위와 직접행동에 대한 회의가 확산하며 기후정의운동은 서서히 정체했다. 한국의 기후정의운동도 마찬가지다. 앞서 소개했듯, 기후위기 주범인 SK가 오히려 9월 기후행진 참여를 독려하는 상황은 미약한 한국 기후정의운동의 현주소를 드러낸다.


독일 메가스트라이크와 프랑스 토탈 노동자투쟁의 사례는 노동운동과 결합하는 것이 기후운동이 반등하는 방법임을 시사한다. 특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후위기 주범인 자본과 맞서 싸울 힘이다. 노동자계급은 자본과 직접 대립하는 유일한 계급이자, 이윤 창출을 중단시킬 능력을 갖춘 유일한 계급이다. 자본가들이 대중교통 노동자들의 파업을 ‘정치파업’이라며 경계한 이유다. 기후위기를 끝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이 갖는 잠재력을 주목해야 한다.

 

노동자계급과의 만남을 기후운동의 과제로

 

메가스트라이크 사례에서 기후활동가들은 노동조합 조직을 자기 과제로 삼고 파업을 준비했다. 예컨대 이들은 대중교통 노동자의 생활임금 보장과 노동시간 단축을 기후정의운동의 요구로 채택하고 노동자를 조직했다. 특히 노동자들의 생존권 요구에 기후정의라는 정당성과 사회적 지지를 부여함으로써, 기후운동을 낯설어하던 노동자들의 태도를 적극적으로 바꿔냈다. 이는 기후정의파업이 실제 노동자파업이 되도록 하는 주요한 동력이다.


한국의 노동자 기후파업을 현실화하기 위해 기후정의운동 역시 노동자계급을 조직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FFF 독일지부 역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다년간의 조직 과정을 통해 노동운동과 기후정의운동의 유기적 결합을 만들었음을 기억하자.

 

330 충남노동자행진 사전집회 참여하기: bit.ly/330기후정의계급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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