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안은 노동자 기후파업1] 그린래시 확대와 기후정의의 위기, 돌파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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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기후위기, 대안은 노동자 기후파업1] 그린래시 확대와 기후정의의 위기, 돌파구가 필요하다

  • 고근형
  • 등록 2024.03.22 18:00
  • 조회수 213

Ⅰ. 그린래시의 확대와 기후정의의 위기, 돌파구가 필요하다
Ⅱ. 기후정의운동의 돌파구: 세계 속 노동자 기후파업
Ⅲ. 기후정의 계급투쟁: 충남노동자행진과 노동자 산업통제운동

 

들어가며: 3월 30일 충남노동자행진을 앞두고, 전진은 기후정의 계급투쟁의 의미와 필요성을 정리한 이슈페이퍼(기후위기, 노동자민중의 대안: 노동자 기후파업을 시작하자)를 발행했다. 세 차례의 기사를 통해 해당 이슈페이퍼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해 8월 29일, 영국 런던에서 초저배출구역(ULEZ) 확대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기후정의운동의 급격한 성장과 정체

 

우리는 2018년의 그레타 툰베리를 기억한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던 툰베리가 시작한 결석시위는 1년 만에 152개국 1,600개 지역의 동맹휴학으로 확산했다. 현실이 된 기후재난을 세계 각지의 청소년들은 피부로 느꼈고, 툰베리는 그들의 슬픔과 분노에 불을 지폈다. 툰베리와 청소년들의 결석시위는 양식 있는 자유주의자들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갈수록 파괴적이고 빈번해지는 폭염, 홍수, 산불 등의 기후재난 역시 사람들을 움직였다. 2010년대 말,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시위는 ‘대세’로 자리잡았다.

 

2020년과 함께 시작한 코로나19 위기는 기후시위를 더욱 발전시켰다. 사람들은 기후위기가 더 심각한 보건위기를 초래한다는 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아가 기후위기는 단순한 생태파괴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초래한 총체적 위기의 한 축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거리의 기후시위는 더욱 커져갔다.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2021년 11월, 100여 개 나라에서 ‘기후정의 세계 행동의 날’ 시위가 열렸다. 특히 COP26 회의장 앞에만 10만 명이 넘는 군중이 모여 탈석탄과 기후정의 실현을 요구했다. 갈수록 불어나는 기후시위 앞에 국가와 자본도 ‘그린뉴딜’, ‘탄소중립’, ESG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거리의 시위가 변화를 만들어 내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금 각국 정부는 노골적으로 기후정의에 역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열린 COP28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거부했고, 폐막 이틀 뒤 의장은 “화석연료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간 한미일 등 22개국은 원자력 에너지 3배 확대 선언을 발표했고, 작년 4월 모든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한 독일에서도 핵발전 회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영국은 기업 100곳에 북해 석유·가스 시추를 신규 허용했다. 프랑스는 환경규제가 유럽의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중국과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며, 유럽연합 환경규제의 일시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주요국 그린래시(greenlash) 사례>

국가 내용

그린

래시

확대

스웨덴 2030년 내연기관 판매금지에 대한 반대 여론 우세(찬성 42% 반대 47%)
독일 2024년부터 가정용 화석연료 보일러 사용금지법안 채택 후 과도한 기후대응 정책에 반대하는 독일을위한대안당(AfD) 지지율 상승(2위, 22%)
네덜란드 2019년 도입된 가축농가질소규제배출 비판 정당인 농민시민운동(BBB) 지지율 10%대로 상승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아젠다를 반대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 상승

탄소

중립

후퇴

EU ‘기업 지속가능성 주의 지침’ 대상에서 금융기업 제외 논의 시작
신규 배기가스 규제안인 ‘유로 7’을 현행 ‘유로 6’으로 유지
스웨덴 2024년 기후 대책 관련 예산(약 2.6억 크로나) 삭감, 유류세 감면 등을 통한 내연기관 자동차 이용자 부담 경감, 신규 원자로 10기 건설 계획 발표 등 탈원전 기조 철회
영국 휘발유 및 경유차 신차 판매 금지 시기 연기(2030년→2035년)
기타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그리스, 이탈리아 등의 국가는 석탄화력발전 규제 등 에너지전환조치 완화

2024년 「글로벌 트렌드」, 현대경제연구소, 2023.12.29.

 

자본의 행보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ESG의 퇴조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4분기 미국의 ESG 펀드에서 50억 달러(약 6조 6,7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전례 없는 적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최근 기업 경영진의 ESG 언급이 전반적으로 줄었다고도 전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분기별 실적 발표에서 ‘ESG’가 언급된 횟수는 2020년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자본의 ‘그린워싱’을 비판했으나, 자본은 이제 거추장스러운 ‘워싱’조차 하지 않는다.


거리의 기후시위 역시 빠르게 퇴조하고 있다. 화석연료 퇴출을 거부한 지난해 COP28 회의장 앞에서도 시위가 열렸다. 그러나 그 규모와 위세는 불과 2년 전의 COP26과 비교해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초창기 대규모 시위는 기후위기에 분노를 표출하며 성장했다. 그러나 분노의 표출만으로는 국가와 자본의 변화를 강제하지 못했다. 시위의 효능감과 동원력은 급격히 감소했다. 새로운 운동으로 떠올랐던 기후시위가 어느덧 낡고 진부한 것이 된 것이다. 그 빈틈으로 극우의 기후·환경운동에 대한 반발, 이른바 ‘그린래시(greenlash, green+backlash의 신조어)’가 확산하고 있다.


2023년은 관측 이래 지구가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됐다. 지구는 뜨거워지는데 기후정의운동은 식어가고 있다. 그 덕분에 국가와 자본의 그린래시는 더 빨라지고 있다. 이 악순환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2010년대 후반 이후 성장한 기후시위에 자본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우선 진단해야 한다. 이제 관점을 바꿔 전지적 ‘자본’의 시점에서 기후운동의 성장을 돌이켜 보자.

 

기후위기와 함께 성장한 녹색자본

 

2018년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기후시위에 대해 국가와 자본은 ‘녹색자본 축적 전략’으로 대응했다. 단적인 예가 ‘그린뉴딜’이다. 한국, 미국 등에서 자본은 재생에너지, 전기차·수소차 전환을 내세우며 기후위기 해결사로 등장했다. 심지어 ‘좌파적’ 버전의 그린뉴딜도 마찬가지다. 미국 민주사회주의자그룹(DSA) 소속 하원의원이던 오카시오-코르테스는 2019년 2월 7일 “그린뉴딜을 위한 연방정부의 의무를 인식한다”라는 제목의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 결의안의 골자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과정에서 수백만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그린뉴딜의 주창자들은 재생에너지 산업이 화석연료 산업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물론 그 근거는 부실했고, 녹색자본은 일자리를 보장하지 않았다.


그린뉴딜의 공동발의자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워렌을 보자. 워렌은 그린뉴딜 참여 기업에 대한 연방정부의 직접투자와 전략적 지원으로 수출을 확대하자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첫째, 타국의 녹색전환을 지원하고, 둘째, 자국 녹색산업의 해외시장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공적자금으로 녹색자본을 육성해 해외시장 장악에 나서자는 것으로, 이는 일종의 ‘녹색제국주의’다. 심지어 버니 샌더스조차 화석연료 기업에 대해선 몰수 수준의 강력한 제재를 주장하지만, 재생에너지 등 녹색자본에는 별다른 제재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른바 그린워싱과 ESG 열풍은 녹색전환이 새로운 이윤 창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자본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였다. 거리의 기후시위가 성장할수록 녹색자본이 함께 성장했고 국가는 이들을 지원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은 전기·수소차 확산을 위해 5년간 20조 3천억 원 지원을 계획했다. 물론 그 수혜자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가장 많이 만든 현대차 그룹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중립 기술지원’을 명목으로 삼성전자, 현대차, 한화 등 재벌에게 61조 1천억 원 지원을 약속했다.

 

전쟁과 에너지 위기의 교훈: 녹색은 비싸고 탄소는 싸다

 

그러나 녹색이윤의 꿈은 일장춘몽(一場春夢)에 그쳤다.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주요한 계기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이후 자본은 공급망 위기에 시달리고 있었다. 전쟁 이후 러시아는 유럽-미국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그 결과 2022년 유럽과 미국에 ‘에너지 위기’라는 공포가 휩쓸었다. 2021년 12월 1kJ당 3.63 달러이던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2022년 8월엔 9.33 달러로 세 배 가까이 급등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대중에겐 빈곤으로 나타나고, 자본에겐 생산원가 상승, 즉 이윤율 저하로 나타난다.


마침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인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시작됐다. 이제 자본은 ‘그린워싱’을 할 여력조차 없다. 이윤을 회복할 수만 있다면 핵과 석탄은 대수가 아니다. 비싸고 간헐적인 재생에너지 대신 값싸고 항구적인 석탄발전으로 전 세계가 회귀하기 시작했다. 가스 공급의 15%를 러시아에 의존하던 네덜란드는 이미 2022년에 석탄발전 생산 상한선을 해제했고 이탈리아도 석탄발전 확대를 선언했다. COP28의 화석연료 퇴출 거부는 그 연장선이다. 핵발전 역시 증가 추세다. 지난 1월 31일 국제에너지기구(IAEA)에서 각국 에너지 장관들은 “원자력 에너지 사용을 선택하거나 그 사용을 지원하는 국가들은 청정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의) 잠재력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심지어 “에너지 위기에 대비해 석유와 가스의 비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SG가 퇴조하는 이유 역시 ESG 펀드의 수익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시가총액 상위 500개 기업(S&P500)의 주식이 20% 증가하는 동안, 글로벌 청정에너지 관련 주식은 20% 감소했다. 핀란드의 한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파,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기후 테마 펀드들이 수익률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국가와 자본은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존권 위기의 책임을 기후·환경운동에 돌리고 있다. “생태 광신주의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2023년 7월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Vox) 정치집회에 대한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의 연대사다. 지배자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에 신음하는 대중에게 “이건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요구하는 기후활동가들 때문”이라고 호도한다.  “기후위기 책임을 함께 분담하자”며 대중에게 에너지 절약을 강요하는 일부 시장주의적 환경운동의 행위는 여기에 기름을 붓는다. 그 결과 세계 각지에서 극우파는 기후·환경운동을 비난하며 성장하고 있다.


이렇듯 자본은 경제적, 정치적 이유로 그린래시에 나서고 있다. 안타깝지만, 지금 자본과 국가에게 거리에서 열리는 기후시위는 대수롭지 않다.

 

한국 기후정의운동이 마주한 갈림길

 

한국 역시 세계 기후정의운동과 궤를 같이 한다. 그레타 툰베리의 등장은 한국에서도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학생 등 다양한 계층의 민중에게 큰 자극이었다. 2019년 고등학생들의 금요 결석시위에 뒤이어 같은 해 9월, 최초의 대규모 기후시위인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시작됐다. 이 흐름은 2022년 9·24 기후정의행진으로 발전했으며, 그 내용 역시 ‘자본주의 성장체제’를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등 문제의식이 깊어졌다. 이는 2023년 4·14 기후정의파업에서 정부의 전기·가스요금 인상 반대를 내걸게 한 동력이었다.


그러나 기후정의행진이 자리를 잡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의 기후정의운동은 세계 기후정의운동과 비슷한 정체 내지 하강을 겪고 있다. 이는 단순히 참가자 수의 정체를 의미하지 않는다. 2023년 9·23 기후정의행진을 앞두고 SK에코플랜트(건설)는 ESG 경영의 일환으로 9·23 기후정의행진을 홍보했다. 이는 기후정의행진이 정부와 자본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드러낸다. 2019년 기후정의행동 이후 만 4년이 흐른 지금, 단순히 9월 하루 거리에 모여 요구를 밝히는 것만으로는 운동이 발전할 수 없다. 거리 행진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을 넘어, 자본과 정권에 두려움을 줄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330 충남노동자행진 사전집회 참여하기: bit.ly/330기후정의계급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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