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홍콩 이주 가사노동자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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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이것이 홍콩 이주 가사노동자의 현실이다

한국은행만 모르는 홍콩 이주 가사노동자의 업무만족도_한국은행 규탄 돌봄·이주노동자 합동 기자회견 후기

  • 정은희
  • 등록 2024.03.14 10:57
  • 조회수 284

(출처: 공공운수노조)
 

[필자 주] 한국은행이 지난 3월 5일 이슈노트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을 발간하고 이주 가사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제를 주장해 논란이 크다. 한국은행은 또 실제 최저임금 차등제를 시행하고 있는 홍콩 사례를 들며, 현지 이주 가사노동자들의 업무만족도 역시 높다고 소개했다. 그러면 과연 현실은 어떨까? 돌봄, 이주노동자들은 합동으로 한국은행을 규탄했다.

 

필리핀에서 온 시엘라 테비아 보니파시오(Shiela Tebia Bonifacio)는 홍콩에서 수년째 이주 가사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오전 5시에 일어나면 그의 동선은 톱니바퀴처럼 온종일 뱅글뱅글 돌아간다. 한밤중에 일이 끝나도 몸을 뉘일 곳이 바닥밖에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 가사노동자가 되어 방문한 첫 가정에서는 큰아들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그래도 보니파시오의 사정은 강요에 못 이겨 외벽 창문을 닦다 떨어져 죽은 무수한 동료들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외벽 창문 청소 강요가 금지된 지도, 이주 가사노동자들이 일어나 2012년에야 법이 바뀌었으니 고작 10년 정도 지났을 뿐이다. 최근에도 이주가사노동자를 자전거 사슬로 구타한 뒤 음식도 주지 않은 채 의자에 묶어두고 해외여행을 떠난 고용인도 있었다. 홍콩아시아가사노동조합연맹(FADWU)는 “우리는 인간이 아니라 노예와 로봇처럼 취급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FADWU에 따르면, 홍콩 이주 가사노동자들은 임금 착취, 성폭력, 가혹한 노동조건 속에서 비인간적인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

 

우선 홍콩 법정최저임금은 시간당 40홍콩달러(약 6,700원), 시간당 평균 임금은 77.4홍콩달러(약 13,000원)이지만, 이주가사노동자들이 받는 시간당 실질임금은 7.8홍콩달러(1,300원)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FADWU가 2022년 접수한 사례에 따르면, 일자리 중계업체가 한 해 동안 평균 19,174홍콩달러(약 320만 원)를 부당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는 전년보다 54% 증가한 수치였다. 이렇게 과도한 중계수수료 때문에 부채 사슬에 묶인 이주가사노동자가 한둘이 아니다.

 

또 2022년에 FADWU가 접수한 338건의 불만사항을 살펴보면, 이중 60%는 휴일 없음, 부적절한 음식,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포함한 노동권 침해를 호소했다. 이외에도 코로나 등 질병 지원을 거부당하거나 질병을 이유로 해고된 사례도 즐비했다. 그러나 노동자가 계약을 해지한 사례는 6%에 밖에 되지 않았는데, 노동자들이 취업 허가를 거부당할 수 있어 침묵해야 했던 것이다.

 

2021년 수행된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이주 가사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당한 성적 학대 및 괴롭힘 보고 건수는 전년 대비 3배 증가했고, 팬데믹 동안에는 4만 명의 가사노동자가 휴가를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

 

이외에도 2016년 지역 비영리단체 저스티스센터(Justice Center)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가사노동자의 18%가 신체적 학대를 당했고, 66%가 초과착취의 피해자였으며, 6명 중 1명이 강제노동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참여한 1,000명 이상의 가사노동자는 주당 평균 71.4시간을 일했다. 

 

홍콩에서는 소위 ‘2주’ 규정에 따라, 가사노동자가 직장을 잃으면 2주 이내에 도시를 떠나야 한다. 가사노동자들은 추방이 두려워 학대하는 고용주를 떠나기 어렵다. 또 ‘상주’법에 따르면 이들은 고용주의 집에서 살아야 하기에 과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아주 좁은 공간이나 최악의 경우 맨 바닥에서 자도록 강요받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2023년 유엔이 홍콩에 ‘2주’ 규정과 ‘상주’ 규정 그리고 최저임금 적용 예외 규정을 개정하라고 권고하기도 했을 만큼, 이러한 실태는 홍콩 내에서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도 국책은행인 한국은행은 보수언론만 찾는 편협한 연구 결과만을 인용하여 최저임금 적용 예외를 정당화한다. 더구나 윤석열 정권 아래 최저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바닥을 치며, 전체 저임금 여성노동자 수가 2년 연속 증가했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한심하기 짝이 없는 연구 결과인데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본인이 2년 전부터 했던 말이라고, 본인이 옳았다고 손뼉을 치며 환호한다.

 

그런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 말 중 한 가지는 사실인 것이 확실한데, 바로 돌봄위기가 실제로 매우 심각하다는 것이다. 간병살인이나 간병파산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돌봄 공백으로 인한 위기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면 과연 이런 상황에서 그렇지 않아도 힘든 이주노동자들을 더 착취해 위기를 해결하려고 하는 게 올바른 대처법일까? 지난해 자산만 4조원 이상 불은 이재용 같은 재벌에게는 요구해야 할 게 없을까? 30대 재벌 사내유보금은 1천조 원이 넘게 쌓였는데, 왜 서민들이 돌봄 때문에 발을 동동 굴러야 하고, 가장 열악한 이주노동자들이 더 많이 착취되어야 할까? 더구나 예외 없는 최저임금 적용이란 둑이 무너지면, 그다음 칼날은 정주노동자를 향할 것이 뻔하다.

 

그런 점에서 13일 오전 한국은행 앞에서 진행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이슈노트 반대, 한국은행 규탄 돌봄/이주노동자 합동 기자회견’은 노동자들의 공동투쟁을 위해 중요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한국은행 이슈노트는 이주노동자 차별”이라며 “즉각 폐기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은 “한국은행이 돌봄노동의 가치를 하락시킨다”고 규탄하며 “서사원의 완전월급제를 사수하여 돌봄 공공성 확보하기 위해 함께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여성이 90% 이상인 돌봄노동자의 고통과 희생 위에 국가 시스템을 만들고 시민의 불안을 볼모삼아 돌봄비용을 개별가정으로 떠넘기려는 계략을 우리는 용서하지 않겠다”라며 “인종 국적, 성별에 따른 차별없는 노동권과 인권, 그리고 국가가 책임지는 공공돌봄 강화와 돌봄노동자의 적정임금과 고용안정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정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처장은 “돌봄과 돌봄노동 저평가, 초국적으로 여성의 돌봄노동 착취를 조장하는 성·인종차별적인 한국은행 보고서는 당장 폐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미 한국에서 이주가사노동자는 휴게 없는 장시간 노동과 초저임금으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7년 이주가사노동자 실태조사 결과, 이주가사노동자의 82%가 입주제로 일하며 주 6일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노동시간의 경우 하루 16시간 이상이 62%를 차지했다. 휴일은 1일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조차도 일요일 오전에 외출 후 일요일 저녁에 복귀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급여가 200만 원 이하가 74%이며 150만 원 이하의 초저임금도 11%를 차지했다.

 

이렇게 우리가 최저임금 적용 예외에 반대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최저임금 적용 예외는 이주노동자 차별이자 여성노동자 차별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로 무너져 내리는 최저임금제도를 더 후퇴시킬 수는 없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 절실한 것은 생활임금 수준으로의 최저임금 인상이다. 또한 오히려 우리 사회에 절박한 것은 서사원 조례 폐지가 아니라 강화다. 전체 노동자가 단결해 최저임금 적용 예외 막고, 생활임금과 서울사회서비스원 강화 쟁취하자!

 

 

[참고]

‘Tools more than humans’: HK domestic workers fight for rights

[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홍콩 이주여성 가사노동자, 일자리 중개 수수료 60%나 더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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