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학생운동의 정치와 전략 다시 쓰기”, 학생운동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다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신문

[기고] “학생운동의 정치와 전략 다시 쓰기”, 학생운동의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다

전진 정치캠프 참여 후기

thumb-20230814152307_19c16f964b2f7f1f0af1bdc33562097a_d6aa_700x525.jpg

 

지난 8월 12일, 각자 캠퍼스에서 활동을 모색해오던 학생운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주최의 정치캠프 1일차 “학생운동의 정치와 전략 다시 쓰기” 세션을 통해서였다. 발제자로는 조형우 (사회주의를향한전진 학생위원회), 토론자로는 김다희 (고려대 소수자인권위원회), 이은세 (비정규직없는서울대만들기공동행동) 활동가가 참여해 학생운동의 위기를 진단하고 대응책을 제안했다.


참여 활동가들이 가장 먼저 공통의 문제점으로 꼽은 것은 조직의 재생산 비활성화였다. 조형우 활동가는 “특히 2010년대 후반을 잠식했던 각종 백래시와 청년층의 반동적 정서,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한 학생사회의 단절은 학생운동의 위기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조성한 비대면/비집합 문화가 학생운동의 축소를 더욱 가속화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더 이상 코로나 이전의 세계는 없다는 유명한 문구가 증명하듯 코로나19 유행으로 대학가 역시 큰 변화를 맞닥뜨리게 된 것이 사실이다. 우선 완전 비대면 시기였던 20~22학번과 비교적 자유로운 거취를 허용받은 23학번 사이를 이을 활동가층이 무너진 탓에, 대부분의 학내 조직은 고학번이 졸업까지 유예해가며 막 운동을 시작한 저학번 활동가에게 인수인계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마저도 고학번 운동가들이 졸업을 택한 경우 이런 형식의 유지조차 어려워 그대로 사장된 조직 또한 많았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공공장소 비대면이 해제된 2023년 상반기에 들어 삼엄한 분위기는 완화되었을지언정, 학내 운동단위 가입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코로나 이전과 상반된 채라는 것 역시 문제였다. 취업 스펙 쌓기에 도움을 나누는 스터디형 동아리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는 훨씬 늘어났고, 구직활동 시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운 운동권 동아리/학회의 가입률은 현저히 낮아졌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학내 사회에서의 운동조직 고립이 각 조직들의 목표를, 투쟁을 전개하기보다 단순히 조직 보존으로 바꾸게 했다고 입을 모았다. 


thumb-20230814152307_19c16f964b2f7f1f0af1bdc33562097a_m24k_700x525.jpg

 

뒤따라 문제로 제기된 것은 역시 비대면 시기 이후 더욱 강화된 학생사회 내 백래시 문화였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얼굴을 맞대 의견을 교류할 기회가 적어지자 학생들은 자연스레 온라인으로 거처를 옮겼다. 간단한 재학 정보만 입력하면 누구나 게시글을 기고할 수 있는 에브리타임 (일명 에타) 등의 어플이 학생사회의 공론장을 잠식하게 되었다. 어디서나 필요한 것을 질문할 수 있다는 점, 익명이기 때문에 실제 오프라인에 비해 부담감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은 온라인 교류의 장점이었지만, 반대로 이 장점들은 혐오의 간편한 전시라는 커다란 문제점을 캠퍼스 사회에 끌고 왔다. 언제 어디서 누구나 쓸 수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공간에서라면 큰 조명을 받지 못했을 혐오 여론이 금세 학생사회의 주류 의견으로 탈바꿈되는 현상도 일어났다. 학생운동가들의 신상이 온라인상에 노출되거나 심각한 인신공격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도 학생운동가들은 발 빠른 대처를 하기 어려웠다. 일단 차별과 혐오를 내세운 글이 ‘핫 게시판’으로 올라가고 나면 하루 종일 대표 게시물로 지정되어 전교 학생에게 보이는 데다, 단시간에 수많은 익명 댓글이 달리는 구조상 개인이 다수와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운영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에브리타임의 불분명한 신고 방식과 검열 역시 한몫 거들었다.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은 신고가 누적되어도 존치되지만, 학생운동 관련 게시물은 검열 시스템에 의해 삭제되거나 계정 정지를 당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학내 조직에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한 혐오를 ‘견딘’ 자와 그러지 못해 ‘떠난’ 자의 그림자 두 가지만 남게 되었다. 그러나 애써 폭력을 견디고 남은 활동가 역시 번아웃과 여러 심리적 어려움 같은 고난에 시달리게 된 것은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이러한 고난을 타개할 방안 역시 이날 세션 속에서 쏟아져 나왔다. 김다희 활동가는 “단절되지 않고 흩어져 있는 학생 단체가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속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며 조직의 경계 없는 캠퍼스 내 연대체를 건설할 것을 제안했다. 학생운동에서 대두되는 문제점이 인력 부족인 만큼, 서로의 투쟁에 힘을 보태 “인력 부족 문제를 보완하거나 고민을 나눌 자리”를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김다희 활동가는 운동 네트워크 구축이 단발적인 친목 다지기에 그쳐선 안 된다는 점 또한 명시하며 “집회나 행진에 단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후속 사업을 제안 및 기획”하는 등 여러 실질적 투쟁으로까지 이어질 것을 강조했다. 이어 조형우 활동가는 보다 첨예한 정치적 실천을 제안했다. 그간 여러 학내 조직이 대중적 여론을 이유로 정치성을 약화하며 활동했던 것과 달리, 오히려 조직이 지향하는 정치성을 분명히 보여주고 그 방향에 공감하는 이들과 함께 실천할 때 재생산의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앞서 차별과 혐오로 점철된 에브리타임을 언급하며 “혐오 세력의 위세에 눌려 있어서 가시화되지는 않을 뿐, 다수는 아니더라도 적지 않은 우리의 지지자들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밝힌 조형우 활동가는 눈에 띄지 않는 지지자들을 찾아내기 위해 “더욱 당당하고 과감하게 활동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또 거의 사장 상태에 가까운 노학연대 활동에 대해서도 지금 같은 시기일수록 ‘계급적 노학연대’에 대한 질문을 던져 학생운동이 주체적으로 노동자들과의 연대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thumb-20230814152307_19c16f964b2f7f1f0af1bdc33562097a_nqme_700x525.jpg

 

근래 학생운동이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위기는 위기 자신을 파괴할 하나의 문을 함께 가지고 태어난다. 물론 그 문을 무엇으로 열지는 온전히 현시기 학생운동의 몫이 될 것이다. 날카로운 정치성의 부각, 캠퍼스 안팎의 연대체 구성 등 어떤 실천이든 지금 당장 부딪히는 것이 절박하다. 여러 고민과 투쟁이 모이게 된다면, 현 국면의 학생운동도 반드시 위기를 넘어 “학생운동 리부트”와 변혁의 시대로 나아갈 것이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