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허영인 회장은 응답하라” - 안전한 일터를 위한 청년들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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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SPC그룹 허영인 회장은 응답하라” - 안전한 일터를 위한 청년들의 외침

  • 고근형
  • 등록 2022.11.02 14:08
  • 조회수 395

 

지난 1일, 양재동 SPC그룹 본사 앞에서 파리바게트 노동자 힘내라 청년공동행동과 학생사회주의자연대(준)을 비롯한 42개 청년·학생단체가 허영인 회장과의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면담을 통해 허영인 회장에게 SPL 산재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은 물론 SPC그룹 모든 작업장에서 △노동자 휴식권·작업중지권 보장 △과로노동 철폐 △노조 할 권리 보장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세월호부터 이태원까지, 이제 안전할 권리가 생존권

 

기자회견은 SPL 산재 희생자와 이틀 전 발생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를 비롯한 지금의 20대에게 청소년, 청년기는 참사의 연속이다. 이태원의 20대가 세월호 당시의 10대였고, 구의역과 태안화력, SPL과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연거푸 또래의 노동자, 시민을 잃었다. 이들에게 일터와 일상의 안전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이제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문제는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안전을 포기한 자본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 국가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활동하는 조건희 활동가는 “5년간 SPL 공장에서 발생한 산재사고는 △2018년 1건 △2019년 6건 △2020년 14건 △2021년 7건 △2022년(1~8월) 10건이며, 이는 기본적인 안전장치와 인력이 보장되지 않아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SPL 사고에서도 “희생자는 2인 1조 매뉴얼을 보지 못했고 교육받지 못했다. 15kg가량의 중량물을 계속 취급해야 했으며, 속도를 높이기 위해 교반기에 손을 넣는 작업을 해야 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주야 맞교대와 같은 SPC의 장시간, 과로 문제도 지적했다. “주야 맞교대를 하는 노동자의 수면시간, 수면의 질, 생체리듬의 혼란, 야간노동으로 인한 호흡기계, 당뇨, 소화기계 등의 질환,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뇌심혈관계질환의 위험성은 이미 알려져 있다”며 “‘끊임없이 굴러가는 쳇바퀴’를 위해,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갈아 넣는다는 점이, 비유가 아닌 실제 상황이라는 것이 참담하다”고 밝혔다.

 

SPC와 같은 위험한 일터가 나의 직장이 될 수 있다는 막막함도 적지 않다. 성공회대 노학연대모임 가시의 기민형 활동가는 “대학교를 졸업하면 취직을 해야 하는데, SPC의 노동환경을 보면 앞날이 막막하다. SPC 그룹의 산재사고는 일주일에 1번씩 일어난다고 한다. 끼임 사고로 죽은 노동자는 5년간 6명”이라고 밝혔다. 지금 SPC를 안전한 일터로 바꾸지 않으면, 나의 생존권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다.

 

 

안전한 일터와 일상, 우리가 만들자

 

SPC와 이태원을 비롯한 일련의 참사로, 자본과 국가가 우리의 안전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절망감이 젊은 세대에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절망만 하고 있을 순 없다는 문제의식도 적지 않다. 우리가 직접 나서서 안전한 일터와 일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기자회견에 주말 포함 불과 사흘 만에 42개 청년·학생단체가 동참한 이유기도 하다. “절망할 바에야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야만 한다.

 

이들은 특히 안전한 일터를 위해서는 노동자의 현장통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험을 감지했을 때 기계를 멈출 수 있는 작업중지권이 온전히 보장되어야 하고, 위험한 작업방식을 노동자가 바꿀 수 있어야 하며, 과도한 노동시간과 노동량을 노동자가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노동자의 조직된 힘이 있어야 하므로 노조 할 권리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청년들이 허영인을 꼭 만나고자 하는 이유다. 그간의 불매운동과 대자보 작성을 넘어,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만들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SPC에만 국한된 실천도 아닐 것이다. 안전에 대한 자본과 국가의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제2의 김용균과 같은 죽음을 막기 위한 비정규직 철폐, 발전산업의 국유화도 이제 청년 세대의 과제가 될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참석자들은 SPC 허영인 회장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했다. 이제 우리가 만나야 할 대상은 허영인만이 아니다. 이태원의 구조 신호를 외면한 경찰, 이태원의 안전은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 정부, 노동자의 안전을 이윤과 바꾼 모든 자본과 싸우고 안전한 사회를 함께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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