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열한 차례의 112 구조 신고, 자본가 정부는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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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열한 차례의 112 구조 신고, 자본가 정부는 응답하지 않았다

 

2022년 10월 29일 22시 15분. 11월 1일 기준, 모두 156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시각이다. 지금껏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긴 젊은이들이 거리 한복판에서 압사당했다. 그러나 이들은 결코 무분별한 군중도, 각자도생의 이기적 개체도 아니었다. 그날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던 이태원 참사 현장의 사람들은 단지 살아남은 것에도 죄책감과 고통을 호소했다.

 

자본가 정부는 달랐다. 사건 발생 즉시 저들은 이것은 우리의 책임이 아니라고, 우리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망발부터 늘어놓았다.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도 전에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은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 “서울 시내 여러 곳곳에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병력들이 분산됐다”며 노동자민중의 분노가 정권을 향할까봐 전전긍긍했다. 망언에 비난이 쏟아지자, 다음날 이상민은 “섣부른 추측이나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취지”라며 적반하장격으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를 매도하기까지 했다.

 

용산구청장 박희영은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 (핼러윈은)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며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고 떠들었다. 재난안전법에 따라 지자체에 책임을 묻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의도다. 저들은 희생자들의 참혹한 죽음과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사람들의 고통을 뒷전으로 한 채, 오로지 정권 보위에 혈안이 돼 있었던 것이다.

 

그랬던 저들이 오늘 돌연 릴레이 사과를 이어갔다.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이, 경찰청장 윤희근이, 용산구청장 박희영이 태도를 돌변해 사과에 나섰다. 철면피한 저들이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참사 발생 시각보다 네 시간 전인 18시 34분부터 무려 열한 차례에 걸쳐 시민들의 112 구조 요청이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오니까 압사당할 거 같아요. … 경찰이 좀 서서 통제해서…”(18시 34분), “사람들 밀치고 난리가 나서 막 넘어지고 난리가 났고 다치고 하고 있거든요”(20시 09분), “사람들 지금 길바닥에 쓰러지고 막 지금 너무 이거 사고날 것 같은데, 위험한데”(20시 33분), “사람들이 압사당하고 있어요”(20시 53분), “대형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에요”(21시 00분), “여기 진짜 길 어떻게든 해주세요. 진짜 사람 죽을 것 같아요”(21시 02분), “압사당할 위기 있거든요 … 일방통행할 수 있게 통제 좀 부탁”(21시 07분), “여기 다 사람들이 압사당할 것 같아요”(21시 10분), “지금 되게 위험한 상황인 거 같거든요”(21시 51분), “압사당할 거 같아, 통제 좀 해주세요”(22시 00분), “압사될 것 같아요. 다들 난리 났어요”(22시 11분)

 

구조 요청은 절박했고 구체적이었다. 인파의 물결에서 가까스로 헤쳐나온 이들은 남은 이들을 걱정하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자본가 정부의 경찰은 응답하지 않았다. 11번의 신고에 4번의 형식적인 출동으로 그쳤을 뿐이다. 자본가 정부는 노동자민중의 시위를 ‘소요(騷擾, 여러 사람이 모여 폭행이나 협박 또는 파괴 행위를 함으로써 공공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라 부르며 경찰력을 과잉 투입하는 일에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다. 이번에 망언을 지껄인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은 올여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 경찰특공대 투입 검토 지시를 했던 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평범한 시민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공적 통제의 필요성을 호소할 때 저들은 응답하지 않았다. 저들이 말하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은 없었던 것이다.

 

이것은 제2의 세월호 참사다. 2014년 세월호에서 어린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구조 없이 차가운 바닷속에서 희생됐던 것처럼, 2022년 이태원에서 젊은이들은 112 구조 요청이 묵살된 채 고통스런 죽음을 맞았다. 이태원의 잃어버린 4시간은 세월호의 잃어버린 7시간과 다르지 않다. 대규모 재난 앞에서 그저 정권 보위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을 뿐이라는 데서 박근혜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0.1밀리미터의 차이도 없다.

 

저 철면피 같은 자들을 놔두고 어떻게 희생자들의 영혼을 떠나보낼 수 있겠는가? 노동자들의 안전과 생명보다 자본의 이윤을 지키는 것이 우선인 자들, 평범한 사람들이 거리에서 참혹하게 희생돼도 그저 정권 지지율 수성이 최우선인 자들, 그래서 결국 인간성 자체를 상실한 자들을 놔두고 말이다.

우리는 살아남은 모든 이들과 함께 그들에 맞서 싸울 것이다.

 

2022년 11월 1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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