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약 28시간 정도 이어진 남태령 시위는 퇴진 투쟁의 전진 가능성을 보여준 빛나는 연대였다. 전봉준 투쟁단이 남태령에서 막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람들, SNS에서 올라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사람들의 생각은 분명했다.
“탄핵 가결은 시작일 뿐이다. 탄핵으로 부족하다. 지금 한덕수는 거부권을 행사하며 윤석열 버티기에 나섰고 권성동을 비롯한 내란잔당 세력은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파면이 확정될 때까지 싸워야 한다, 나아가 노동자민중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더 전진해야 한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노동자 차별에 맞서 싸우자. 윤석열은 노동자와 민중들의 권리를 빼앗아 왔다. 빼앗긴 우리의 권리를 되찾자.”
참가자들의 대다수는 2030 여성이었다. 이들은 내란 공범인 경찰들이 정의로운 행진을 막아설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계엄이 선포됐을 때 두려웠던 게 사실이지만, 그 두려움 속에서 광주항쟁을 비롯해 피흘리며 싸워 온 노동자민중이 있었기에, 지금의 민주주의가 가능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차별과 혐오 속에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이 어떻게 고통 받아왔는지에 대해서도 드러냈다. 장애인도 여성도 성소수자도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곳에 나왔다고 얘기했다. 임금은 어딜 가나 쥐꼬리만 하고 열심히 공부해도 변변한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의 열악한 현실도 고발했다.
밤샘 집회 때도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아침에는 자유발언을 하기 위해 20명 이상이 줄을 서기도 했다. 고등학생들의 자유발언도 여럿 있었다. 그동안 켜켜이 쌓여왔던 분노가 얼마나 큰지, 억눌려 왔던 사람들이 얼마나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는지 알 수 있었다.
자발적 연대도 쏟아졌다. 커피, 피자, 죽, 핫팩, 담요, 월경용품이 계속 들어왔다. 이 후원 소식이 들릴 때마다 참가자들은 환호했다. 아침에는 이 물품을 나눠주기 위해 가판이 차려졌다. 남성들은 여성들이 화장실이 부족한 것을 보고 남성 화장실을 양보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먹을 것을 나눠 주고 깔판을 나눠주고 담요를 나눠 줬다. 온기와 애정, 연대로 강추위를 이겨냈다.
2030 여성들은 농민들의 투쟁에 열렬히 호응했다. 22일 아침 노동조합에 속한 조직된 노동자들이 달려오자 아주 반갑게 맞이했다. 민주노총의 역할이 얼마나 절실한지 알 수 있었다. 연대를 향한 의지는 여러 형태로 표현됐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 깃발에 팔레스타인저항연대 깃발을 같이 걸자 지지를 표하며 먹을 것을 나눠 준 시민도 있었다. 이 투쟁을 생중계한 주요 유투브의 동시간 접속자 수는 2만 명이 넘었다.
참가자들은 투쟁이 언제 끝날지 예측하지 않았다. 경찰들이 차를 뺄 때까지,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 때까지 싸운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 결의는 남태령을 넘어 사당역까지의 행진을 거쳐 한남동 관저 앞까지 이어졌다.
우리는 이번 연대를 통해 윤석열의 쿠데타에 맞선 저항의 에너지가 얼마나 큰지 확인하고 또 확인할 수 있다. 이 에너지는 착취 받고 억압 받아왔던 노동자민중의 삶 그 자체다. 노동자민중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요구를 제기하자.
민주당은 내란공범 한덕수를 인정하고 여야정협의체에 참여하며 국정의 안정, 즉 이 체제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지만, 이 체제의 안정은 노동자민중이 다시 고통받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의미할 뿐이다. 노동자민중은 질서와 안정을 위해 거리로 나오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나갈 거대한 잠재력, 거대한 연대의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