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학살 공범 고려대학교의 행보를 규탄하며 - 집단학살 1년, 캠퍼스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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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학살 공범 고려대학교의 행보를 규탄하며 - 집단학살 1년, 캠퍼스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의 전략

'집단학살 1년, 캠퍼스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의 과제' 2부

 

편집자 주: 9월 23일(월),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에서 '집단학살 1년, 캠퍼스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의 과제'를 주제로 공개강연회&토론회가 열렸다. 독일 대학가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에 관한 1부 강연에 이어, 2부에서는 고려대학교의 이스라엘과의 교류협력 현황, 그리고 이를 중단시키기 위한 당면한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당일 강연회의 발제문을 발제자의 동의를 구해 지면에 싣는다.

 

1. 가자지구 집단학살 1년, 그리고 교육학살(Scholasticide)

 

202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이 1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로 인한 사망자는 4만 명을 넘어섰고, 92,0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중 희생자의 70%는 여성과 어린이다. 이스라엘이 주거지와 일터, 병원, 학교, 수도, 전기시설을 비롯한 기반시설까지 무자비한 폭격을 자행하며 가자지구 주민의 일상생활은 완전히 파괴되었고, 170만 명이 기아와 전염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스라엘의 잔학행위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영역 중 하나는 학교, 대학 등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폭격과 학살, 이른바 교육학살(Scholasticide)이다. 교육학살은 2008~09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당시, 학교, 교육부 등 교육과 건물이 표적이 된 상황을 묘사하기 위해 옥스퍼드 대학의 카르마 나불시(Karma Nabulsi) 박사가 고안한 용어다.1)

1) 2008년 12월,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공습에 나서며 유엔 난민구제사업국 관할 학교에 백린탄을 투하한 행위로 국제사회에 큰 비난을 받았다.

 

지난 11개월 동안 가자지구 내에선 수천 명의 학생과 수백 명의 교사가 사망하고 수백 개의 학교가 파손되거나 파괴되었다. 가자지구에 있는 학교의 40% 이상(288개)은 유엔 팔레스타인 구호 사업국(UNRWA)이 운영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직접 운영하거나 민간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230만 명 중 85% 이상이 난민이 된 가운데, 현재 모든 학교가 문을 닫은 상태이다. 2023년 11월 6일 팔레스타인 교육부는 2023~2024학년도 학기를 공식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2023년 10월 27일 기준 가자지구 625,000명 이상의 학생과 22,500명 이상의 교사가 있다고 보고했고, 현재 이들은 학습권과 교육권을 전적으로 박탈당한 상태다.

 

팔레스타인 교육부에 따르면 최대 280개의 정부 학교와 65개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 운영 학교가 파괴되거나 피해를 당하였다. UN 발표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 이후 6개월간 학생 5,479명, 교사 261명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살해당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학교의 90%는 직간접적인 피해를 당하였으며, 학교 건물의 약 29%는 철거되거나 심하게 파손되어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이다. 가자지구 내 최소 133개의 학교가 가자지구 내 이재민들의 피난처로 사용되고 있으며, 19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 한 가운데 대부분의 학교가 포화상태다.

 

이스라엘은 대피소 역할을 하는 여러 학교를 공격하여 집과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했다. 2023년 11월, 이스라엘군은 유엔난민기구가 운영하는 알 파쿠라 학교를 공격해 최소 15명이 사망했고, 일주일 후에는 알 부라크 학교에서 최소 25명이 사망했다. 2023년 12월에는 샤디아 아부 가잘라 학교 공격으로 여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7월 6일 기준으로 가자지구의 318개 학교가 직접 공격의 표적이 되었으며, 그 이후에도 수십 건의 공격이 발생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8월에만 총 16차례에 걸쳐 가자지구에 위치한 학교를 공습했다. 제네바 협약은 학교 공격이 위반임을 명시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나, 학교를 향한 공격은 ‘하마스 대원 색출’을 명목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표적에는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국제연합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의 문해율은 92.4%로, 이는 싱가포르와 비슷한 수준이다. 팔레스타인의 대학을 비롯한 학술기관은 수학, 공학, 비즈니스와 같은 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어왔다. 그러나 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 기관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완전히 마비되었다. 팔레스타인 통신사 와파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고등 교육 기관 12곳이 파손되거나 파괴되어 대학교육이 완전히 중단되었다. 제네바에 있는 유로메드 인권 모니터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모든 대학을 단계적으로 체계적으로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 남부에 있는 이스라 대학을 폭약으로 철거하는 영상을 보도했다. 해당 캠퍼스는 이스라엘군에 의해 점령당한 이후, 폭파 직전까지 군사기지와 구금시설로 사용되었다. 유로메드 인권 모니터는 이미 94명의 대학교수가 이스라엘군에 살해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학습의 터전을 전적으로 상실한 가자지구 학생들은 피난민 캠프와 천막을 거점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을 이어나가고 있다. 파괴된 학교와 교원을 포함한 교육 인프라를 재건하는 작업에는 최소 몇 달,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온라인 학습이 고려되고 있지만, 통신, 전력 등의 인프라가 파괴되고, 집을 떠나 피난을 끊임없이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의 군사활동과 정착민들의 폭력이 극심해지면서 온라인 수업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가자지구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고의적인 파괴는 한 세대의 지적·사회적·문화적 역량 증진과 재생산을 파괴한다는 측면에서 이스라엘이 추구하고 있는 민족 말살-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미국, 영국 등 이스라엘의 식민지배에 동조하고 있는 제국주의 국가들은 가자지구 대학과 학교의 재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의 독립적인 교육 가능성을 없애려는 계획을 홍보하며 서구와 이스라엘의 식민주의적 헤게모니를 중동 사회 전체에 관철하려 하고 있다. 교육학살은 수십만의 아동과 수백만의 팔레스타인 민중의 미래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이를 방치하는 국제사회의 인도적 위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2)3)

2) Scholasticide must not be normalised, 「Al Jarzeera」, 2024.09.06.

https://www.aljazeera.com/opinions/2024/9/6/scholasticide-must-not-be-normalised

3) How Israel has destroyed Gaza’s schools and universities, 「Al Jarzeera」, 2024.01.24.

https://www.aljazeera.com/news/2024/1/24/how-israel-has-destroyed-gazas-schools-and-universities

 

 

2. 집단학살 공범 고려대학교의 현주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중의 교육받을 권리를 철저하게 말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려대학교는 학살의 주범인 이스라엘 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는 십수년 전부터 이스라엘 대사관과 수차례에 걸쳐 관계를 맺으며 이스라엘 정부, 이스라엘 대학과 고려대 간의 학술적 연계를 강화하고, 이를 재정확보의 수단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고려대학교는 2014년부터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고려대학교가 가맹 학교로 있는 베니스 국제대학(Venice International University)은 20개 대학의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되는데, 여기에는 텔아비브 대학(Tel Aviv University)이 참여하고 있다. 베니스 국제대학은 2024년 여름 계절학기 단기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본교 공식 교환학생 프로그램인 ISEP에 가맹된 이스라엘 대학은 없으나, 경영대학에서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왔다. 아래의 총장동정 보고 항목은 이스라엘과 고려대 간의 관계망이 십수년 이상 이어져 왔음을 말해준다. 특히 2023년 이후 보고로부터 연계가 확인되는 아키바 토르 주한이스라엘 대사는 10월 7일 미디어와 비공개 대학 강연을 활용하며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옹호해온 인물이다.

 

2005년 2월 21일

어윤대 총장-박경탁 주 이스라엘 한국대사 면담. 이스라엘 국가연구기관과의 학생교환, 생명과학분야 공동연구 등 논의.

 

2005년 12월 5일

어윤대 총장-이갈 카스피(Yigal B. Caspi) 주한 이스라엘대사 면담, 고려대 100주년 기념행사로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총장 참석.

 

2006년 7월 20일

여윤대 총장-이스라엘 과학기술부 차관 겸 국가 수석과학자 Mina Teicher 교수 접견. 자연계 분야에서 이스라엘 대학과의 협력 의견을 교환, 이갈 카스피(Yigal B. Caspi) 주한이스라엘 대사 참석.

 

2017년 7월 3일

염재호 총장과 이갈 에르리히(Yigal Erlich) 요즈마그룹 회장과 하임 호센(Chaim Choshen) 주한 이스라엘 대사 접견. 요즈마그룹은 1993년 설립된 이스라엘 벤처캐피탈, 20개 회사를 나스닥 상장, 매각하여 40억달러 규모로 성장. 고려대-요즈마 그룹간 창업 인재 육성에 관한 MOU 체결. 창업 지원을 위한 요즈마 캠퍼스 유치, 교내 융합창업교육과정 개설 협력

 

2023년 8월 6일

김동원 총장과 아키바 토르(Akiva Tor)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만나 고려대학교 발전기금 확충 및 협력방안 논의함

 

2024년 4월 16일

김동원 총장과 아키바 토르 주한 이스라엘 대사 간 면담. ‘이스라엘과 한국 대학의 비전과 발전을 위한’ 한-이스라엘 캠퍼스 간 협력시스템 논의. 고려대-이스라엘 간 혁신에 대한 협력 강화 방안 논의, 국제학부 학생들과 만나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에 대한 해결 방안 논의.

 

고려대학교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텔아비브 대학은 이스라엘 정부와의 긴밀한 유착 하에 팔레스타인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집단학살을 ‘효율적’, ‘체계적’으로 수행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는 설립 자체부터 나크바(Nakba)4)와 맥락을 같이 한다.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 캠퍼스는 동예루살렘 스코푸스 산에 입지해있는데, 이곳은 20세기 초 팔레스타인의 불법점령 과정에서 이스라엘의 월경지로 귀속되었다. 학생 기숙사 중 일부는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에 위치해있다. 히브리대학교는 고교졸업자를 대상으로 소수의 엘리트를 선발하여 첨단 군사과학 인재로 육성시키는 ‘탈피오트’ 군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해당 프로젝트는 이스라엘 공군과 육군의 후원을 받는다. 탈피오트 프로그램을 졸업한 학생들은 군 복무와 고등교육을 병행하며 이스라엘군의 R&D와 정보전에 동원되고 있다. 탈피오트 프로그램은 이명박정권 시기 국방부 주도로 고려대학교에 설립된 계약학과인 사이버국방학과의 설립, 운영에 중대한 모티브가 되었다.5)

4) 아랍어로 ‘재앙’을 의미.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의 독립선포 이후 75만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삶의 터전에서 강제로 추방된 사건을 지칭.

5) 고려대학교 사이버국방학과 소개문은 아래와 같다. “사이버국방학과의 목표는 사이버테러와 사이버전쟁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할 사이버보안 전문장교들로 양성하는 것으로 세계 보안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스라엘의 탈피오트와 같은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텔아비브 대학교는 이스라엘군∙방산업체와 산학 협력 기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친 이스라엘 선전을 목적으로 하는 하즈바라 강의를 운용하고 있다. 텔아비브 산하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는 압도적 군사력으로 민간 시설과 기간산업을 파괴하고, 주민을 학살해 집단 처벌하는 것을 군사작전의 원칙으로 삼는 다히야 독트린을 개발한 곳이다. 다히야 독트린은 지금의 가자지구를 향한 집단학살, 그리고 교육학살을 포함한 무참한 기반시설 파괴를 통해 실현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점령과 집단학살에 동조하며 막대한 이윤을 거두어들이고 있는 재벌/방산기업은 대학을 잠식하고 있다. 고려대에 100억 원 이상의 기부금을 납부한 삼성, SK, LG는 이스라엘 현지 법인을 운용하고 있다. 고려대의 주요 후원자인 현대그룹 계열사 HD현대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거주지를 파괴하고, 불법 유대인 정착촌 건설에 사용되는 중장비를 생산하고 수출하며 BDS 운동의 보이콧 대상 기업으로 오른 대표적인 학살지원 기업이다. 그럼에도 HD현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학내에서 채용설명회를 열며 ‘인권경영’이란 외피로 자신들의 행보를 포장하려 하고 있다.

 

방산기업인 한화시스템은 2019년 고려대학교 공과대학과 ‘인간 중심 인공지능(HCAI) 공동 연구센터’ 설립을 시작으로 산학협력를 강화하고 있다. 2022년 4월에는 고려대학교 정진택 총장이 참여한 자리에서 인공지능공학연구소(KU-AIER, Korea University Artificial Intelligence Engineering Research Center)와 ‘미래 인공지능 핵심기술 공동연구’를 위한 산학협력 발대식을 열었다. 고려대학교는 한화시스템과 함께 2024년 9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진행되는 채용연계형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2021년 10월 21일 이스라엘의 방산업체인 엘타 시스템(Elta Systems), 엘빗 시스템(Elbit Systems)과 "기술 협력 증진 및 신규 수출 기회 모색"을 위한 양해각서 (MOU)를 체결한 전력이 있다. 엘타 시스템은 킬러 드론을 공급하는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 (Israel Aerospace Industries; IAI)의 자회사로, 현재 점령지 내의 팔레스타인 마을을 조직적으로 파괴하기 위해 무인 D9 불도저를 시험하고 있다. 엘빗 시스템은 이스라엘 군이 사용하는 드론과 지상 장비의 85%를 생산하고 있으며, 2009년, 2012년, 2014년 가자지구 민간인 학살 당시 이스라엘 군에 드론을 판매했다. 또한 엘빗 시스템은 국제사법재판소(ICJ)가 2004년 국제법에 따라 불법으로 규정한 서안 지구 분리장벽의 감시 시스템을 공급했다. 엘빗은 2008년 이스라엘군이 가자기구의 학교, 병원에 투하하여 국제사회의 비난을 얻은 백린탄과 집속탄 등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해온 전력이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 한화디펜스 오스트레일리아는 엘빗이 공급하는 30mm 유인 포탑과 기타 시스템을 탑재한 전차를 제작해 호주에 수출하는 8천억 원(6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스라엘군은 현재 AI기반 표적지시 체계인 ‘라벤더’를 활용하며 민간인과 거주구역을 대상으로 한 폭격을 정당화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연루된 기업과 산학협력을 체결하며 ‘인간 중심 인공지능’을 운운하는 것은 고려대학교의 윤리적 파산을 의미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3. 고려대 학내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의 과제

 

1) 이스라엘과의 학술교류 중단, 재벌/방산기업의 대학기업화 중단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고려대학교와 이스라엘 당국과의 모든 연결을 끊어내기 위한 실천이 절실한 상황이다. 팔레스타인 민중은 ‘학술 교류’라는 명분으로 점령과 학살에 동조하는 이스라엘 학술기관과의 교류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가자지구 대학의 학자들과 대학 행정당국은 전 세계에 공개서한을 보내 대학과 이스라엘 간의 학술적/재정적 연결을 중단하는 것이 팔레스타인 해방으로 향하는 경로임을 전하고 있다.

 

우리는 전 세계의 친구들과 동료들에게 점령지 팔레스타인에서 계속되는 학살에 저항하고, 파괴된 대학을 재건하는 데 함께 협력하며, 교육기관의 무결성을 우회, 삭제 또는 약화시키려는 모든 계획을 거부할 것을 촉구합니다. 가자지구 젊은이들의 미래는 우리에게 달려있으며, 우리가 이 땅에 남아 다음 세대를 위해 계속 봉사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중략)

 

우리는 점령된 가자지구의 점령군 폭격 아래서, 라파의 난민 캠프에서, 이집트와 다른 호스트 국가의 임시 망명지에서 이 호소문을 발표합니다. 이스라엘 점령군이 우리 국민에 대한 집단 학살 캠페인을 매일 계속하며 집단과 개인의 삶의 모든 측면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이를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17일 미국 컬럼비아 대학을 시작으로 하여 전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대학가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은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중단과 함께. 대학의 이스라엘과의 투자관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팔레스타인 민중의 요구와 맞닿아있다. 이스라엘 대학이 팔레스타인 점령, 정착민 식민주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특정 대학과 이스라엘 정부·대학 간의 연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팔레스타인의 이스라엘 학술 및 문화 보이콧 운동(PACBI-편의상 학술적 보이콧으로 칭함)’은 팔레스타인 해방을 향한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학술적 보이콧은 이스라엘 학술 기관과의 행사, 활동, 계약, 프로젝트 등 모든 형태의 협력을 취소하고, 이스라엘을 홍보하거나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을 은폐하는 선전 활동에 대한 보이콧을 촉구하는 전략이다. 많은 캠퍼스 점거 운동이 학술적 보이콧 전술을 채택하여 이를 실천적 요구로 구체화해왔다.(전진 대학가 팔레스타인 시위 기사 링크)

 

고려대 학내에서의 팔레스타인 연대운동 역시, 고려대와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이스라엘 대사관, 그리고 대학 등 학술기관과의 교류를 중단하는 것을 요구로 제시해야 한다. 학술적 보이콧은 개인이 아닌 연루된 이스라엘 학술기관에 대한 보이콧인 동시에, 팔레스타인 민중의 고통을 돈벌이의 기회로 삼아온 기업의 재정지원과 학술적 교류에 대한 보이콧이기도 하다. HD현대, 한화시스템 등 팔레스타인 학살을 지원하며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재벌/방산기업이 기부금, 산학협력을 매개로 대학기업화를 가속하는 상황도 멈춰 세워야 한다. 직접적으로 확인되지 않으나, 총장과의 면담을 통해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이스라엘 당국의 대학 재정지원 여부와 그 규모에 대해 우리는 정보의 투명성 보장에 기초한 알 권리가 있으며, 그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를 단호하게 끊어낼 수 있는 운동을 조직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 연대’를 말하고 실천하는 것이 금기시되고 있는 대학은 자본의 종속을 거부하고, 공공의 운영 하에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학문공동체로 재편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학술적 보이콧 운동은 이스라엘 학술기관이 BDS 요구안에 명시된 대로 이스라엘 당국과 관련 기업이 팔레스타인 국민의 권리를 인정하고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에 대한 모든 형태의 공모를 끝낼 때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2) 억압과 차별에 맞서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전망 찾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내부의 세속주의적 경향을 포함한 동학과 무관하게 팔레스타인 전체를 성차별 국가, 퀴어억압 국가로 매도하며 자신을 유일한 중동의 성평등, 퀴어친화, 친환경 국가로 선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자국 내 프라이드 행진을 비롯해 기업의 성소수자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지만, 정작 이스라엘에서 동성결혼은 여전히 불법이며, 팔레스타인 성소수자 난민 역시 탄압하는 등의 핑크워싱을 자행하고 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은 지난 6월 1일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미국, 영국, 독일 등 제국주의 대사관 부스 앞에서 이들의 핑크워싱을 규탄하며, 이들의 이스라엘을 향한 경제적, 군사적, 외교적 지원에 대한 항의행동을 펼쳤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아파르트헤이트의 이념적/물질적 기반인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는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기후부정의의 원천이다. 이는 단순히 전쟁행위가 막대한 탄소배출을 일으킨다는 것과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예컨대 팔레스타인 영토를 대상으로 하는 이스라엘의 산림조성 사업은 이스라엘의 녹색식민주의 정책과 체계적인 팔레스타인 점령 전략의 일환으로 쓰이고 있다. 기후위기의 원인과 결과에 불평등 체제가 있음을 직시하는 기후정의운동은 그 근원에 있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를 철폐하는 전망과 함께해야 한다.

 

“가자지구에서는 물의 97%가 인간이 마실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었습니다. 인구 밀집 지역에서 폭탄을 터뜨리는 것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토양과 대기를 오염시켜 가자 주민들이 살 수 없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지속가능성의 선두주자라고 자화자찬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태양광 발전과 관개 시설을 자랑하는 동안 굴착기가 옛 올리브 나무 숲을 헤집고 폭격이 마을을 통채로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저 팔레스타인의 땅과 자원을 수탈하고 파괴하는 것을 숨기기 위한 그린워싱에 불과합니다.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한 투쟁은 인류를 위한 투쟁입니다. 기후정의는 인권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가자지구의 해방은 그저 군사점령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에 필요한 땅, 물, 공기를 되찾는 것입니다.” -907 기후정의행진 본대회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마리암 발언-

 

이러한 활동들에 기초해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은 성차별, 젠더차별을 비롯한 사회적 억압과 차별에 맞선 투쟁, 기후정의운동과 함께하며 핑크워싱, 그린워싱을 자행하는 이스라엘에 맞선 투쟁임을 확인하고 이를 확대하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

 

3) 노동자 국제주의 운동과 연대하기

 

2023년 10월 16일 팔레스타인의 노동자들이 연대를 호소하는 긴급요청을 보낸 후, 전 세계 노동자들이 이에 응답하며 파업, 봉쇄 행동, 집회 등의 행동에 나서고 있다. 한국에서도 민주노총과 여러 산별노조에서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지지하는 성명이 나왔고,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에 함께하려 하는 움직임이 있다. 2024년 5월 13일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대의원대회에서 팔레스타인 자유와 해방을 위한 연대사업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울산에서는 현대자동차, 현대글로비스, HD현대 등 대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병원, 운송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매주 집회를 열며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나 각 산별노조의 주요 공식 사업으로서 힘을 동원하는 팔레스타인 연대행동은 아직 미약하다.

 

이러한 조건에서, 학생운동은 노동자 국제주의 운동과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하며, 때로는 이러한 운동을 제기할 수 있는 설득과 실천을 펼쳐야 한다. 팔레스타인 연대를 축으로 노동자와 학생 간의 연대를 구축하는 것은 단순한 힘의 합력을 넘어, 자본을 위협할 수 있는 힘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의 사무를 관리하는 교직원 노동자와의 연대는 대학의 학술적 보이콧 이행을 위한 압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캘리포니아대학(UC)에서 대학원생과 박사후과정 노동자 48,000명을 포괄하는 UAW 4811지부가 대학생들의 점거운동에 호응하며 파업에 돌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마찬가지로, 집단학살과 연루된 기업을 대학에서 축출하는데, 공동의 실천을 도모할 수 있는 노동자들을 만나고, 토론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장 HD건설기계의 불법파견과 해고에 맞서 1,000일이 넘도록 싸우고 있는 서진이엔지 하청노동자들은 울산 팔레스타인 긴급행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학생운동은 이스라엘이 장악하려 하는 현장과 의제들을 매개로 이스라엘의 만행을 폭로하고, 제조업, 방산, 물류산업 등 전략적 영역에서의 반제/반전 행동을 추동해야 하며,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영역들이 팔레스타인 문제로부터 거리를 두거나, 상징적 연대를 넘어 이스라엘 국가기구 및 그와 연관된 자본을 축출하는데 있어 실질적인 힘을 창출할 수 있는 운동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동요하고 있는 상황에서, 왜 팔레스타인 문제가 자기 자신의 문제인지 자각하고 가능한 실천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설득하고, 조직하는 과정은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의 확장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행동 하나하나는 광범위한 시위, 혹은 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반격을 여는 계기를 준비함으로써,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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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고려대학교에서 강연회 이후 진행중인 대학구성원 연서명이다.

 

 

[팔레스타인 학살범 이스라엘과 고려대학교의 협력 중단을 위한 대학구성원 연서명]

Link : bit.ly/petition4palestine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이 1년이 가깝게 이어지고 있는 지금, 고려대학교는 집단학살 주범인 이스라엘과 교류를 강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학교는 팔레스타인 학살과 점령에 가담하고 있는 HD현대, 한화 등 방산기업과의 교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구성원들은 고려대학교가 학살자 이스라엘, 그리고 학살에 가담하고 있는 기업들과 학술적, 경제적 교류를 포함한 전면적인 교류를 멈출 것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을 진행합니다. 고려대학교 당국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규탄하고, 고려대의 공범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대학구성원의 목소리를 직시해야 합니다.

 

고대문화 편집위원회, 고려대학교 민주학생기념사업회,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 고려대학교 소수자인권위원회, 고려대학교 여학생위원회, 고려대학교 정치경제학연구회 수레바퀴,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고려대지부, 학생사회주의자연대(준) 고려대모임

 

[Petition of University Members to Korea University stop connecting with Israel, the Palestine massacre]

As Israel's genocide in Gaza nears its one-year. Meanwhile, Korea University is trying to strengthen its engagement with Israel, the Palestine massacre. Eventually, KU has continued to engage with conglomerate and defense companies such as HD Hyundai and Hanwha, both of which are complicit in the massacre and occupation of Palestine.

We, the members of the Korea University, are organizing a petition to demand that KU authority cease all exchanges, including academic and economic exchanges, with Israel and companies that are participating in the genocide. The KU authority must hear the voices of members of univesity who condemn Israel's genocide and demand that KU end its compli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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