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원으로 먹고살 수 없다!” 식대 인상 위해 투쟁하는 대학 청소노동자들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라인신문

“2,700원으로 먹고살 수 없다!” 식대 인상 위해 투쟁하는 대학 청소노동자들

  • 양동민
  • 등록 2024.07.16 14:33
  • 조회수 831

(6월 19일 홍익대학교에서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대학사업장 집중집회가 열렸다.)

 

(글쓴이는 같은 주제의 영상을 '투쟁의 미디어 스튜디오 알'에 게시했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식대 인상 해결하라!” 구호가 서울지역 여러 대학에서 몇 개월째 울려퍼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대학사업장 청소, 경비, 주차관리 노동자들이 대학 곳곳에서 ‘식대 인상 투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지부의 핵심적인 요구는 단돈 식대 2만원을 인상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대학 당국은 반 년이 넘도록 청소노동자들의 식대 인상을 거부하고 있다.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은 노동조합이 결성되기 전인 2008년 이전엔 무조건 최저임금이었다. 정해진 출근시간보다 일찍 출근하는 등 ’공짜노동‘을 고려하면 실제 시급은 최저임금보다도 낮았다. 그러나 2008년 무렵부터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며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대학사업장 집단교섭을 통해 최초로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쟁취했다. 지난한 투쟁의 결과로 비록 아주 높지는 않지만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소속 서울지역 대학사업장 노동자들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은 다시 최근 몇 년간 조금씩 조금씩 상대적으로 감소해왔다. “최저임금이 460원 오르면(2023년도 최저임금), 대학과 용역업체는 시급 400원 이상 올려줄 수 없다”는 게 대학의 교섭태도였다. 그렇게 기본급은 조금씩 더 최저임금에 가깝게 수렴됐다.

 

2024년 최저시급은 9,620원에서 9,860원으로 240원 인상됐다. 고려대분회 김모씨는 “대학당국은 (최저시급보다) 30원을 더 올려 270원을 주겠다면서 큰소리를 친다”고 말했다.

 

“그래봐야 시간당 270원이에요. 이 금액이 한 달로 따지면 56,000원(인상)밖에 안 돼요. 우리가 5년째 식대를 올려달라 그런 적이 없어요. 시급만 조금 올리고, 올리고 이렇게 왔는데...” -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 A씨

 

최저임금 인상 전망은 당분간 암울하다. 얼마 전인 7월 12일 결정된 2025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7%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2.6%에도 미치지 못했다. 작년에 결정된 2024년 최저임금 인상률(2.5%)도 지난해 물가상승률 3.6%를 반영하지 못해 실질최저임금이 하락했는데, 올해에도 연달아 실질임금이 하락한 것이다.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은 만큼, 청소노동자들의 실질임금도 하락한다.

 

(홍익대학교 집중결의대회에 참가한 청소노동자들이 식대 인상을 요구하는 선전물을 붙이고 있다.)

 

끼니 당 식대 겨우 2,700원. 폭등한 물가에 끼니 거르고 반찬 가짓수 줄여야 해

청소노동자들의 식대는 지난 5년 간 12만원에서 더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물가는 계속 올라, “6,000원 하던 한 끼 식사가 오징어라도 먹으려 하면 12,000원”이 되었다.

 

현재 식대인 12만원은 어느 정도 금액일까? 12만원을 출근하는 날로 나누면 대략 하루에 5,400원 꼴이다. 그러나 청소노동자의 하루는 일반적인 노동과 다르다. 남들이 일을 시작하기 전인 새벽에 청소를 한차례 마쳐야 하기 때문에, 청소노동자들은 새벽 4시반~5시면 출근해 하루를 시작한다. 많은 청소노동자들은 여전히 출근과 등교가 시작되기 전에 일을 마치기 위해, 정해진 출근시간보다 일찍 나오곤 한다. 오후 4시에 일을 마치고 퇴근할 때까지 약 10~11시간을 학교에 머무르기에, 점심 한 끼가 아니라 아침과 점심 두 끼를 학교에서 해결해야 한다. 끼니별로 식대를 나누면 약 2,700원. 노동자들은 2,700원으로 아무것도 사먹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아 얘기했다.

 

“저희는 새벽부터 나와서 일을 해서 오후 4시까지 근무를 하거든요. 그러면 하루에 두 끼는 먹어야 돼요. 아침하고 점심은 먹어야 되거든요. 근데 두 끼는커녕 한 끼 값도 안 되는 거예요. 사실 편의점에 있는 도시락 값도 안 되는 거거든요. 먹을만한 사과 하나가 3,000원씩 해요. 저희는 한 끼 밥을 먹어야 되는 거거든요. 근데 세상에 밥값이 2,700원밖에 안 되는데…” - 고려대 청소노동자 A씨

 

빠르게 오른 물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식대로 어려움을 겪는 건 경비, 주차관리 노동자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오기 전에 식당에서 보통 (한 끼에) 6천원 했었거든요? 지금은 6천원 하다가, 7천원 하다가, 8천원 하다가, 또 좀 맛있는 거 먹으려고 똑같은 식당에서 오징어 먹으면 12,000원이에요. 이런 상황을 따지면 40%, 45% 정도 오른 상황인데 식대만 해도. 그래서 아침에 8시에 출근해가지고 (저녁) 7시에 퇴근하면 딱 11시간 근무하는 거거든요. 한 끼 먹고 간식도 못 먹고, 그냥 퇴근해서 집에 가서 먹는 거예요” - 고려대학교 주차관리 노동자 B씨

 

“저 같은 경우에는 도시락을 싸 갖고 다녀요. 아침에는 좀 건너뛰는 편이고 점심 한 끼 먹고 집에 가서 저녁 먹고 그러는데 반찬이라고 해봐야 특별한 거 없어요. 그냥 한두 개? 요즘 김밥 한 줄에 3,500원이더라고요. (“3,500원도 싼 거에요”라고 옆에서 A씨가 거들었다.) 김밥도 못 사요. 그래서 제가 생각해낸 게 도시락 싸가지고 와서 먹는 걸로 그렇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맛으로 먹을 것 같으면 이렇게는 못 먹죠. 배고픔 때문에 먹는 건데, 그냥 겨우 먹는다고 보시면 돼요.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 고려대학교 경비노동자 C씨

 

대부분 노년이고, 하루종일 몸을 움직여야 하거나, 야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청소, 경비, 주차관리 노동자에게 식사 문제는 곧 건강문제이기도 하다. 주차관리 노동자 B씨의 증언처럼, 밥값을 아끼기 위해 오랜 노동시간 사이 끼니를 거르는 일이 생길 경우엔 노동자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배경 속에 ‘식대 인상 2만원’ 요구가 등장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2024년 5월까지 과일값은 68%, 채소는 29.3%, 가공식품은 17.4%, 외식물가는 20.8% 상승했다. 물가가 다 올랐지만 그 중에서도 식료품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식료품 물가가 폭등한 상황에서, 최소한 밥값은 보장받자는 취지다. 사실 식대 인상 ‘2만원’도 너무나 소박한 요구다. 식대 인상 2만원을 달성해 봐야 끼니별로 따지면 400~500원밖에 안 된다. 식대 인상을 쟁취해도 한 끼 밥값은 3,1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청소노동자가 끼니 당 2,700원 받을 때 총장은 대학 돈으로 15만원짜리 식사해

하루 세 끼 필요한 영양분은 사람마다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한 끼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식대는 불평등했다. 고려대학교 경비노동자 C씨가 반찬 한 두개 담긴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지만, 고려대학교 총장은 2024년 2월, 대학재정인 업무추진비를 사용해 ‘대학발전 오찬간담회’에서 8명이 119만 2천원짜리 식사를 했다. 고려대학교뿐 아니라 홍익대, 서강대, 성신여대, 숙명여대 등 여러 대학교에서 대학공금으로 지난 몇년 간 1인당 2만원에서 5만원이 넘는 식사를 했다. 평균 식사값은 해가 넘어갈수록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청소노동자와 면담조차 거부하는 대학

이렇게 식사의 불평등은 점점 커지는데도, 대학당국은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식대 인상 요구를 7개월 넘게 묵살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안 올려준다는 것도 아니고, 올려준다는 것도 아니고…일단은 면담도 한 번밖에 못 했어요. 이날 이때까지 학교하고는. 면담을 2차로 하기로 돼 있었는데 (학교가) "할 말이 없다"고 지금 미루고 있는 상태거든요. 그래서 면담도 지금 못 하고 있는 상태예요. 학교하고. … 할 말이 없어도 저희가 면담 신청을 하면 면담을 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학교 실정이 이렇다든가, 이런 말을 해줘야 되는데. 할 말이 없어서 못 하겠다고 면담을 못 하겠다고 그러는 거는 너무 무책임하고, 우리를 구성원으로 인정 자체를 안 한다고 저는 보거든요.” -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 A씨

 

총장을 직접 찾아간 청소노동자들

노동자들은 몇 개월 전부터 대학 집중집회를 통해 이러한 불평등과 대학의 기만을 폭로해왔다. 그리고 7월 1일에는 연세대, 이화여대에서 총장에게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찾아갔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는 결국 총무팀장과 대면해 “(다른 곳이 먼저 식대 인상에 합의하면) 두 번째로 합의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나마 진전된 태도이지만, 다른 대학교가 먼저 나서기 전까진 합의하지 않겠다는 치졸한 태도다.

 

연세대학교에서는 7월 1일 노동자들이 본관으로 찾아가 총장면담을 요구하며 기다리자, 아예 본관을 다 폐쇄하고 다른 곳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16일째 본관 앞에서 농성을 하며 면담을 요구하고 있지만, 연세대학교 총장은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7월 1일,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본관에 면담을 요구하며 찾아가 현재까지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7월 16일에는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오전 11시에 본관을 찾아갔다. 총장은 나오지 않았다. 곧이어 점심시간이 되자 고려대학교에 경찰이 들어왔다. “청소노동자들이 출입구를 막아서 건물에 갇혀있다”면서 누군가 신고를 했다고 한다. 이류한승 조직부장은 “점심시간에 밥 먹으면 똥 쌀 거잖아. 똥싸면 그거 치워야 되잖아. 너네 똥 치워주는 청소노동자들이 밥을 못 먹어서 밥값을 올려달라는데, 너네는 점심시간이라고 경찰을 부르냐?”면서 청소노동자를 대하는 대학당국의 태도에 분노를 표현했다. 결국 점심시간이 지나며 대학 측은 면담을 진행하자며 접촉해왔다. 청소노동자 A씨는 “그동안 수차례 연락을 해도 받지 않던 총무부 관계자가 본관을 찾아오니 바로 만나자고 한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7월 16일, 고려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총장면담을 요구하자 점심시간에 "건물에 갇혀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차가 등장했다.)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식대 인상 요구는 생존권 쟁취를 위한 최소한의 요구이다. 대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식대 인상 투쟁에 함께하자!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식대 인상을 요구하며 본관 앞 면담투쟁을 하고 있다.)

 

“여기 지금 전체 미화원들이 거의 다 도시락을 싸와요. 새삼스럽게 지금 밥값이 적어져서 도시락을 싸오는 게 아니라, 그전에 원래부터가 더 (임금이) 작아 가지고…아예 밥값도 없었어요 옛날에는. 그나마 조금 조금 올려서 이제 12만원까지 온 건데. 이 12만원까지 올라온 거가, 2009년도에 밥값이 처음 생겨 가지고 지금 십 몇 년 만에 12만원인 거예요. 쬐끔 쬐끔 만원, 만원 올라가지고. 근데 지금 세상에 십 몇 년 동안에 강산이 두 번 세 번이 바뀌었는데, 저희 밥값이 12만원이라는 게 말이 돼요? 여기 고대에서 솔직한 얘기로 70살까지 근무를 하면은 평생을 여기서 지금 일하는 거거든요. 보통 들어오면 최하 10년이에요. 그러면 고대 들어와서 내내 도시락만 싸다 마는 거예요. 2만 원 더 올려준다고 별다를 것도 없어요 사실은. 삼겹살 한 근도 못 사요. 식당 가서 제가 저번에 누구 밥 좀 사주느라고 삼겹살을 샀더니 삼겹살 1인분에 식당에서도 16,000원이에요. 그것도 싼 거라데요? 세상 천지에 뭐 2만원을 갖고서 우리가 뭐 큰 영예를 누리겠다는 게 아니라 올해 2만원이라도 못 올리면, 내년에도 작년 거 식대로 받아야 되고, 후년 가도 작년 식대로 받아야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그러는 거지. 그나마 2만원이라도 안 올리면 평생을 12만원에 머물러 있어야 되기 때문에, 그래서 저희가 지금 투쟁을 하는 거거든요.” 고려대학교 청소노동자 A씨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