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4일, 섬 지역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 184명이 집단해고됐다. 발전노조 도서전력지부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울릉도를 비롯한 전국 66개 섬 발전·배전시설에서 발전, 정비, 검침 등을 담당하는 노동자로서 JBC(한전 퇴직자 모임인 ‘한국전력전우회’가 설립한 회사) 소속이었고, 작년 6월 9일 한국전력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승소했다. 한전이 도서발전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함을 법원이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한전은 법원 판결에 따라 섬발전소 노동자들을 한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는 대신, 도서발전사업을 한전 자회사인 ‘한전MCS’로 이전했다. 그 과정에서 한전MCS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취하와 소송 포기에 동의한 노동자만 전적을 허용하고 이를 수용하지 않은 184명은 단칼에 해고했다. 형식적으로는 한전MCS가 고용승계를 거부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한전이 해고한 것이다.
노동자 탄압의 선봉, 한국전력!
해고된 노동자 184명은 ‘소송취하 조건이 없다면 한전MCS로 전적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지만 한전은 끝까지 소취하 조건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간 불법파견 철폐투쟁에서, 소취하 조건을 내걸어 현재 일자리마저 빼앗는 짓은 어떤 자본가도 하지 않았다. 물론 밀양송전탑 반대투쟁에서 보여준 한전의 악랄하고 패륜적인 행태를 떠올리면, 한전에 뭔가를 기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사치인 것 같다.
이게 말이야, 방귀야?
한편, 한전은 소송취하를 자회사 전적의 조건으로 내세운 이유를 “노동자들의 전적 이후에도 노사 간 분쟁이 계속되는 경우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이를 통한 안정적 전력 공급’이라는 정규직 전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서”라고 한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 ‘노동자의 고용안정’도, ‘안정적 전력 공급’도 법원 판결에 따라 한전이 섬 지역 발전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면 달성된다. 이런 쉽고 확실한 방법은 제쳐두고 한전이 택한 방법은, 발전업무와 거의 무관한 검침과 요금수납 전문 자회사 한전MCS로 노동자들을 전적하는 것이었다. 이게 정말 말이냐, 방귀냐?
섬발전소 노동자를 정규직화하기는커녕, 한전은 섬지역 발전업무를 검침과 요금수납 전문 자회사 한전MCS로 넘겼다
투쟁으로 정규직화 쟁취하자! '은밀한 민영화'를 철폐하자!
한전의 탄압으로 650명에 달하는 섬발전소 노동자 중 450여 명은 한전MCS로 옮겨갔다. 이들은 주로 한국노총 소속이거나 무노조 노동자들이다. 남은 184명은 굳은 각오로 한전에 맞서 투쟁하고 있다. 전국의 흩어진 섬에서 모이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 앞, 그리고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나주 한전본사 앞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섬발전소 노동자들은 한전 정규직이다. 2023년 6월 법원 판결은 이미 이를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섬발전소는 원래 한전이 직접 운영했다. 다시 말해 섬발전소의 모든 발전설비와 노동자는 한전 소속이었다. 1996년부터 하나, 둘 넘기다 결국 전국 66개 도서발전소를 JBC가 위탁운영하게 된 것이다. 섬발전소 노동자의 투쟁은 불법파견에 맞선 투쟁이고 한전에 의해 위탁·외주화된 노동자들을 원래의 자리로 되돌리는 투쟁이다. 반드시 승리해서 불법파견 박살내고 정규직화 쟁취하자! 껍데기만 ‘공기업’일 뿐 은밀히 민영화되어 각급 외주·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가득찬 발전현장에서, 원하청 노동자의 연대로 모든 비정규직을 철폐하자! 발전산업을 국유화하고 노동자 민중이 통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