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더 발전되고 논의돼야 할 이론적 논쟁의 방대한 영역을 열어놓은 엥겔스의 저서는 분명히 비판적으로 읽혀야 한다. 그 내용 중 낡거나 흐릿해진 부분들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이름으로 서로 상반되는 해석들이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엥겔스의 시각은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어떤 본질주의에서도 벗어나 있으며, 정치적 함의를 지닌 결론을 내린다: 역사적으로 발생한 모든 사회적 과정과 마찬가지로, 가부장제도 폐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Dossier] El marxismo y la opresión de la mujer](https://www.laizquierdadiario.com/local/cache-vignettes/L600xH270/arton181714-70b3c.jpg?1771531486)
“여기에 실린 글들은 어떤 의미에서 볼 때 유언을 집행하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1]. 이렇게 엥겔스는 1884년에 발행한 『가족, 사유재산 및 국가의 기원』을 시작한다. 마르크스는 전년도에 사망했고, 그의 친구이자 동지였던 엥겔스는 이후 상당 부분 미완성되거나 미발표된 상태로 남아 있던 (종종 엥겔스와 공동으로 수행된) 마르크스의 작업들을 복원하고 정리하며 발전시키려 했다.
엥겔스의 이 책은 루이스 모건의 인류학 연구서 『고대 사회』(Ancient society)에 대한 독해에서 비롯되었다. 7년 전 미국에서 출판된 이 책은, 엥겔스에게 있어 마르크스의 역사 유물론 이론을 “모건 만의 방식으로” 재발견한 것을 의미했다. 엥겔스는 자신의 작업이 “고인이 된 친구가 쓰지 못한 것을 그저 어느정도 대체할 수 있을 뿐”이라고 여기지만, 마르크스가 모건의 책에 남긴 주석을 활용하여 자신의 작업에 녹여낸다. (마르크스의 주석은 20세기에 『카를 마르크스의 인류학 노트』의 일부로 출판되었다.)
엥겔스는 당대의 여러 인류학적 이론들을 반박한 모건의 연구에 의지했다. 비판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엥겔스는 원시 사회와 현대 사회를 가로지르며 생산양식과 가족 조직 형태의 관계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역사 유물론”의 관점에서 접근한 여성 억압 문제를 핵심 주제로 부각시켰다. 그 이후로 엥겔스의 저서는 마르크스주의 입장에서 여성 문제를 다룬 다양한 연구에서 - 항상 동의하기보다는 논쟁의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 필수적인 참고 자료가 되어왔다. 또한 비非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 이론들 역시, 적어도 논쟁을 위해서라도, 이를 이론적 이정표로 삼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150년이 지난 오늘날의 적실성
> “아내의 정조를 보장하고, 따라서 그 자녀들이 아버지의 혈통을 확실히 잇도록 하기 위해 아내는 남편의 권력에 절대적으로 복종한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다고 해도 그것은 남편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한 것에 불과하다.”[2]
엥겔스가 여성의 상황에 대해 제기한 비판 중 일부는, 당시에도 급진적이었을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소름끼칠 정도로 여전히 유효하다. 실제로 저자에게 있어 오늘날까지도 지배적인 일부일처제 가족의 확립은 “전 세계 여성의 역사적 대패배”였다:
> “… 여자는 자기의 존귀한 지위를 상실하고 노비로, 남자의 정욕의 노예로, 순전한 산아도구로 전락했다. 여성의 이와 같은 굴욕적인 처지는 특히 영웅시대의, 특히 고전시대의 그리스 인들 사이에서 노골적이었는데, 나중에 점차 경감되어 그럴듯하게 꾸며졌으며, 때로는 조금 완화된 형태로 표현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처지가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3]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계급 사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종속적 지위를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고, 당시 사회의 이중 도덕에 맞선 것도 처음이 아니었다. 당시 사회는 여성들을 공장에서 초과 착취당하는 노동자의 대열에 편입시키면서도, 그들을 편리하게 무성적 존재인 어머니로 묘사하거나, 또는 상업적으로 성적 대상화된 창녀로 묘사했다. 이미 『공산당 선언』에서 그들은(마르크스와 엥겔스는) ‘공산주의자들이 여성을 “집단화”하려 한다’고 비난하는 부르주아적 가치의 옹호자들에게 이렇게 답한 바 있다:
> “부르주아는 자신의 아내를 단순한 생산 도구로만 본다. 당연히 부르주아는 생산 도구들이 공동으로 사용되어져야 한다는 말을 듣고서는 여성들도 똑같이 이 공동성의 운명에 빠질 것이라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부르주아는 단순한 생산 도구들로서의 여성들의 지위를 폐기하는 것, 바로 그것이 문제라는 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4]”
엥겔스의 주장은 당시 다른 사회주의 지도자들이 이 주제에 대해 수행한 연구들에 대한 응답이기도 했다. 베벨은 1883년 저서에서, 카우츠키는 1882-1883년 사이에 발표된 신문 기사에서, 여성 억압이 인류 최초의 사회 조직 형태부터 지속되어 왔다고 주장했다[5]. 엥겔스는 모건과 당시 다른 인류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이러한 종속 관계가 특정 역사적 기원, 즉 사적 소유권이라는 사회적 제도의 출현에서 비롯되었다는 관점을 제시해 이들을 반박했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공동체 조직 형태가 여성 억압을 전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평등주의적이며 심지어 모계 중심인 사회 조직이 선행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엥겔스는 스위스 인류학자 바호펜을 인용하며 “모계법”에 대해 언급한다. 그러한 사회에는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고, 따라서 이를 규제하는 법도 없었기에 이것이 문제적인 명칭임을 분명히 하면서 말이다). 그는 또한 책 말미에서 유토피아 사회주의자 샤를 푸리에의 사상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을 분명히 밝힌다. 푸리에는 이미 일부일처제와 사유재산을 “문명”의 특징으로 지목했으며, 이를 “부자들의 가난한 자들에 대한 전쟁”이라 불렀다. 엥겔스는 이렇게 자신의 역사적 전제를 제시한다:
> “유물론의 관점에 따르면, 역사를 규정하는 결정적 계기는 궁극적으로 직접적 생활의 생산 및 재생산이다. … 그 하나는 생활수단, 즉 의식주의 대상과 이에 필요한 도구의 생산이며, 다른 하나는 인간 그 자체의 생산, 즉 종족의 번식이다.”[6]
이후 많은 이들이 “경제주의적”이라고 비판한(엥겔스의 관점이 문제를 제한한다는 점을 입증하기보다는, 대체로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비판이다) 이 접근법이 바로 엥겔스 분석의 참신함이다. 이는 여성 억압 문제를 사회적 생산의 이론적 차원으로, 즉 마르크스주의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엥겔스에 따르면, 여성 억압은 사적 소유와 계급 분열을 사회 조직의 근간으로 정립하는 것과 동일한 과정에서 비롯된다. 이 과정은 축적된 부를 어떻게 상속할지 분명히 하려는 가족 형태, 그리고 새로운 계급 분열 및 소유 계급이 비소유 계급을 착취할 권리를 영속화하려는 국가 형태를, 수반하는 제도로서 형성한다. 즉, 인간이 만들어낸 다른 사회적 현상과 마찬가지로, 수천 년에 걸친 여성 억압에는 ‘자연스러운’ 요소가 전혀 없다.
비평과 발전
사회주의적 관점을 공유하는 여러 저자들은 이 책이 몇가지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읽혀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이 책에서 제시한 문제가 이미 새로운 인류학적 연구에 의해 극복되었다거나, 원시 모계 사회의 존재와 같이 역사적 과정의 일부 이정표를 단순화하거나 이상화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예를 들어 영국 SWP의 이론가 크리스 하먼은, 농업 사회 초기 단계의 성별과 혈통 조직은, 엥겔스가 제시한 “순진한” 관점보다, (실제로는 - 역자) 훨씬 복잡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한 사회가 계급으로 분열되기 시작할 때, 수세기 동안 그러지 않았던 남성들이 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재산권을 장악하고 상속권을 분명히 하고자 했는지에 대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덧붙인다[7].
스페인 페미니스트 셀리아 아모로스는 동일한 비판을 확장하며, 이러한 공백이 엥겔스의 “일정한 자연주의(cierto naturalismo)” 위험을 제기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자본주의에서 “사유화된” 가사 노동 형태와 유사하게, 여성에게 귀속된다고 충분한 설명 없이 간주되는 업무들의 사회적 가치 평가절하를 전제한다[8].
반면 만델은 계급 출현 이전의 이 초기 성별 노동 분업이, 사회의 재생산 능력을 보호하기 위해 여성을 특정 사회적 행위에 가두어둘 필요성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이후 새로운 세대가 잠재적인 이익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이는 결국 여성을 경제적 탐욕의 대상물로 전락시켰다[9].
엥겔스가 원시 사회에 대해 제시한 이러한 설명들은 새로운 인류학적 발견을 기다리며 여전히 논쟁에 열려있는 주제들이다. 그러나 아모로스 자신이 인정하듯, 여성의 종속성이 더 심한 사회는 사적 소유가 존재하는 사회이다. 이를 지적한 것은 엥겔스의 기여이며, 노동 계약과 결혼 계약 사이의 유사점을 규명한 것 역시 그러하다. 이 두 계약 모두 법적으로 동등한 두 당사자를 전제로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두 사람은 전혀 동등하지 않다.
이 책에 대한 또 다른 중요한 차용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사이에 확립된 관계에 대해 다루며, 이 책과 마르크스의 『자본론』 사이의 관계를 가리킨다. 아모로스는 여성 노동자가 짊어지는 이중 노동 시간 문제를 지적한 엥겔스의 예민함을 옹호한다. 비록 해결 가능성에 대해선 순진한 낙관주의를 보인다고 평가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아모로스는 자본주의가 누구를 착취할지에 대한 선호를 갖고있지 않으며, 필요할 때엔 여성과 아동을 거대한 노동자의 대열에 통합시켰음을 강조한다. 이는 자본주의에서 이러한 성별 분업이 이윤 축적을 위해 더 이상 기능하지 않으므로 의미를 상실한다는 뜻일까? 아니면 많은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이 마르크스주의에 맞서 주장하듯이, 그(성별 분업의 - 역주) 지속이 남성 노동자들이 아내와 딸들에 대한 억압을 대가로 노동력을 저가화함으로써 착취 계급과 공모한다는 증거일까?
이 문제와 관련하여 '사회적 재생산 페미니즘'으로 알려진 비판을 덧붙일 수 있다. 이 비판에 따르면, 생산과 재생산의 구분을 제시한 엥겔스로부터 시작된 정의는 현실에서 분리되지 않는 '어머니'와 '여성노동자'를 이원론적으로 다루는 문을 열어놓는다[10]. 반대로, 다른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엥겔스가 사회주의가 계급을 해체함으로써 성별 억압도 종식시킬 것이라고 내다보는 만큼, 다양한 마르크스주의 해석들이 성별 문제를 계급 문제에 종속시켜 그 특수성을 흐리고 위계를 낮추었다고 비판해왔다[11].
그러나 어떤 경우든, 엥겔스의 작업이 가진 가치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구체적 관계를 탐구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그는 자본주의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 온 성별 억압의 역사를 인식하면서도, 이를 사회적 부의 점유 형태라는 관점에서 설명함으로써, (고대의 가부장적 편견이 - 역자) 수많은 이전의 제도들 사이에서 “공중으로 사라져 버린” 것처럼 보임에도 불구하고, 왜 자본주의가 재생산/생산 이분법을 구축한 고대의 가부장적 편견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마르크스의 주석이 이 길을 함께한다:
> “이름을 바꿈으로써 사물을 바꾸려는 것은, 그리고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충분한 동기를 제공했을 때 전통의 틀 안에서 전통을 타파하기 위한 출구를 찾으려는 것은 인간의 타고난 도학자적 근성이다!”[12]
아직 더 발전되고 논의돼야 할 이론적 논쟁의 방대한 영역을 열어놓은 엥겔스의 저서는 분명히 비판적으로 읽혀야 한다. 그 내용 중 낡거나 흐릿해진 부분들 때문만이 아니라, 그의 이름으로 서로 상반되는 해석들이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엥겔스의 시각은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어떤 본질주의에서도 벗어나 있으며, 정치적 함의를 지닌 결론을 내린다: 역사적으로 발생한 모든 사회적 과정과 마찬가지로, 가부장제도 폐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7년 5월 1일 La izquierda diario에 발행된 기사를 번역함
글쓴이: Ariane Díaz
[1] 프리드리히 엥겔스,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1884, 김대웅 역, 도서출판 두레, 2012, 7p.
[2] 프리드리히 엥겔스,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1884, 김대웅 역, 도서출판 두레, 2012, 97p.
[3] 프리드리히 엥겔스,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1884, 김대웅 역, 도서출판 두레, 2012, 94p.
[4] 카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공산주의당 선언』, 1848, 『칼맑스 프리드리히엥겔스 저작선집 제 1권』, 1991, 417p
[5] Hunt, Marx´s general, New York, Metropolitan Books, 2009, pp. 303-5.
[6] 프리드리히 엥겔스,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1884, 김대웅 역, 도서출판 두레, 2012, 8p
[7] “Engels and the origins of human society”, International Socialism 65, 2nd series, 1994.
[8] “Origen de la familia, origen de un malentendido”, Hacia una crítica de la razón patriarcal, Barcelona, Anthropos, 1991.
[9] Tratado de economía marxista, Tomo I, México, Era, 1969.
[10] 이 비판은 리즈 보겔의 것으로, ‘Moore, Antropología y feminismo, Madrid, Cátedra, 2009, p. 66.’에서 인용됐다. 이 경향에 대해서는 역사적 유물론(Historical Materialism) 제24권 제2호, 2016년 특별호를 참조하라.
[11] 엘사 드루카로프(Elsa Drucaroff)의 최근 저서 Otro logos(Bs. As., Edhasa, 2016)는 마르크스주의자들 사이의 이러한 논의들을 다수 검토한다.
[12] 프리드리히 엥겔스,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1884, 김대웅 역, 도서출판 두레, 2012, 9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