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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거대 자본에 맞선 비정규직 노동자의 승리를 위해, 강고하게 싸워 나갈 것입니다사진: 기아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 투쟁승리를 위한 연대모임 [편집자 주] 10월 24일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비정규직 탄압 현대・기아차 자본 규탄 결의대회>가 있었다. 기아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 투쟁 승리를 위한 연대모임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 이수기업 해고자 ·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의 공동주최로 진행된 이날 결의대회에서 있었던 김경숙 동지의 발언을 소개한다. 김경숙 동지는 부당한 업무지시와 만연한 성폭력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10월 1일자로 해고 통보를 받은 상황이다. 함께 싸우는 조합원 4명에게도 중징계가 내려졌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김경숙입니다. 13년 전, 기아라는 글로벌 대기업에서 화장실 청소업무를 맡아 일하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벅차하며 사업장에 발을 들였습니다. 일하다 길을 잃고, 다시 길을 찾기도 어려울 만큼 거대한 규모에, 3·40년을 근무해도 화성공장 현장을 다 파악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마주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현실은 참혹했습니다. 휴게실, 샤워실도 없이 오물 묻고 땀 범벅이 되어 지친 몸을 그대로 말리며, 잘하면 잘한다고 인정도 받지 못하는 업무를 묵묵히 해내며 노동현장을 지켜왔습니다. 그런데도 가족과 즐겁게 함께해야 할 추석을 목전에 두고, 회사는 잔인하게도 해고의 칼날을 휘둘렀습니다. 화장실 청소업무를 맡고 있는 노동자에게, 산업폐기물이 가득한 현장 쓰레기를 치우라는 부당한 업무지시가 내려졌습니다. 해당 업무는 전문 안전장비를 갖춘 별도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이에 맞서 싸우고, 여러 남성들에 의해 날마다 성희롱과 추행이 일어났음을 문제 삼으며 정당한 투쟁에 나선 조합원 5명에게 내려진 중징계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한 노조, 수많은 노동조합 중 몇 안 되는 노동조합만 쟁취했다는 귀한 단협이 있는 기아차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는 안전과 기본권조차 보호받지 못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기아라는 자본은 하청업체 바지사장들을 앞세워 협박, 고소, 징계 등 치졸하기 그지없는 방법으로 노동자의 목을 조르는 노동탄압을 단협도 무시한 채 자행하고 있습니다. 사진: 기아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 투쟁승리를 위한 연대모임 이 자리에서 현대차에 맞서 싸우는 이수기업 노동자 동지들, 연대시민 동지들, 그리고 활동가 동지들과 함께하니, 기쁨과 분노가 교차하는 마음입니다. 불법파견 정규직 전환 소송에서 노동자가 승소해도, 정규직 전환은커녕 업체를 날려 고용승계 자체를 막고,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았을 뿐 아니라, 구사대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폭력 진압을 자행하였습니다. 이러한 이수기업 사태를 보며 분노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몸담고 땀 흘려 일하는 일터의 현실이자, 대기업 현대·기아차 자본의 민낯입니다. 어느 시절 탄압 방법입니까?! 10년이 넘어 강산이 변할 시간이 흘러도 노동자 탄압은 강도를 더해 갑니다. 현대·기아차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가슴과 어깨를 펴고 자랑할 날은 오지 않는 것입니까?! ‘정의선이 기업을 잘 이끌어 엄청난 이윤을 쌓고 국익을 높였다’고 칭찬하고 자랑하는 뉴스를 볼 때마다 치가 떨립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임금 깎고, 이중·삼중으로 차별하며 나날이 정규직과의 격차를 벌려놓을 뿐 아니라, 구사대를 동원해 악랄한 노동탄압을 자행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의선의 웃음에 분노합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모여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고, 저들 입맛대로 길들이고 착취하기 위해 끝없이 억누르고 짓밟는 자본의 탄압에 맞선 투쟁을 결의합니다. 우리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싸워 이겨내야 하는 이유! 노동자를 귀하게 여기는 사업장을 만드는 노동자의 힘을 보여 줄 것입니다. 내일도 오늘 같은 탄압이 벌어질지라도, 투쟁으로 함께하겠습니다. 동지들을 믿고 저 거대 자본이 노동자에게 무릎 꿇을 때까지, 비정규직 노동자의 승리를 위해 강고하게 싸워 나갈 것입니다. 투쟁! 사진: 기아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 투쟁승리를 위한 연대모임 -
[모임넷 성명] 6년간의 방관과 태업, 이제는 끝내야 한다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가 13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는 주무부처의 방관과 태업속에 방치되어 왔다. 약 100개 국가에서 사용되는 미페프리스톤 등 임신중지약(유산유도제)은 여전히 한국에서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후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에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포함시키면서,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달라진 정부의 입장을 기대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무책임한 침묵과 회피뿐이었다. 지난 14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적을 인용하며, 임신중지를 결정한 여성들을 위한 정책 부재가 인권 침해임을 지적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의 답변은 "국무조정실에서 논의 중"이라는 책임 회피였다. 남 의원이 지난 5년간 복지부가 받은 법률자문 내용을 언급하며 복지부가 가이드라인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음을 추궁하였음에도, 정 장관은 침묵하였다. 정은경 장관이 회피하는 모습은 국민의 건강과 기본적 권리를 책임져야 할 부처의 수장이 가져야 할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답변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지난 21일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의원과 전진숙 의원은 지난 5년간 불법유통으로 2,641건이나 적발된 임신중지 약물의 실태를 지적했다. 임신중지를 결정한 여성들이 온라인에서 불법약물을 구입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윤석열 정권의 식약처장이기도 했던 오유경 식약처장은 "국정과제에 따라 법 개정 및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앵무새 같은 답변만 내놓았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모자보건법 개정이 안 돼서 어렵다"던 핑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식약처가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국회 입법 미비 탓으로 돌리며,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에 불과하다. 지난 9월 보도에 따르면, 식약처는 2021년부터 5년간 임신중지 약물 허가와 관련해 로펌에 6번에 걸쳐 법률자문을 받았다. 법률자문 시기는 크게 2021년 7월부터 2022년 2월, 2023년 7월부터 8월로 나뉜다. 자문 결과는 대부분 법 개정 없이도 약물 허가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각 시기마다 식약처가 가장 마지막에 받은 자문만 "입법 공백 상태에서 허가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마치 답을 정해놓고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법률자문을 반복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남인순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식약처는 모자보건법 개정 전에도 약물 도입에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여러 차례 받았음에도 이를 숨기고 법개정을 핑계로 도입을 지연시켜 왔다. 식약처가 6번에 걸쳐 유사한 내용의 법률자문을 받아야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식약처는 의도적으로 임신중지약 허가를 막아온 기관이다. 세계보건기구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미페프리스톤의 도입을 막기 위해, 과학적 근거가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 일관해왔다. 2017년 청와대 국민청원,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2021년 현대약품의 임신중지 약 허가 신청, 2023년 허가 재신청 및 시민들의 집단 민원, 2024년 감사원 감사청구와 인권위 진정까지 국민은 수차례 복지부와 식약처에게 임신중지 약물 도입의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아직도 임신중지약은 시민들의 손에 쥐어지지 못하고 있다. 안전한 임신중지를 할 권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지연시킨 책임을 직시하고, 국민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더 이상 정치적 태업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복지부와 식약처는 즉각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추진하라. 임신중지를 공식적인 의료체계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서며, 임신중지 서비스의 건강보험 적용을 서둘러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2025년 10월 23일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노동당, 녹색당,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시민건강연구소, 여성환경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장애여성공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탁틴내일, 트랜스젠더인권단체 조각보, 플랫폼 C,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
자본을 위한 계획경제, 반도체특별법을 폐기하라사진: 반올림 반도체특별법이 국회 통과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여야 대립이 극심했던 ‘주 52시간 노동시간상한제 예외 조항’을 민주당이 삭제한 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반도체산업 경쟁력 확보를 앞세워 ‘장시간 불규칙 노동’을 법정기준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계와 야당이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법사위에 자동 회부된 반도체특별법안, 즉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및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은 민주당이 단독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해당 법안은 △대통령소속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 설치 △전력·용수·도로 등 기반시설 조성에 관한 정부 지원 의무화 △RE100 실행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설비공급 및 설치비용 지원 △반도체산업지원기금 조성 및 지역 상생협력 사업실시 등을 골자로 한다. 이상의 내용은 여야가 이미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내용들로, 주 52시간제 적용예외 조항을 빼놓고도 기업규제완화 내용 일색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반도체특별법 자체에 인프라 지원 등 의미 있는 내용들이 있으니 일단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부터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한 이유 역시 같은 맥락에서다. 첨단산업에 대한 민간기업들의 투자 장벽을 철폐한다는 명목으로 각종 세제혜택과 재정지원, 입지규제 완화 등을 패키지로 제공하겠다는 이 법안을 업계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주 52시간 적용예외 조항은 일단 빠졌지만 주 52시간제 적용예외 조항이 빠졌다고는 하나 반도체특별법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미 정부는 반도체산업 연구개발인력 특별연장근로 허용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려, 법개정 없이도 노동시간 연장 유연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도 했다. ‘재벌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반대 공동행동’을 비롯한 노동시민사회에서 누차 지적해 온 것처럼, 반도체특별법의 핵심 문제는 △대기업 특혜지원 정책 △입지규제 완화로 인한 환경파괴 △노동건강권 침해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이 이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는 의도는 자명하다. 위기에 처한 반도체산업을 구하려면 국가적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인식이다. 문제는 민주당이 이 법안에서 ‘주 52시간제 적용예외 조항’을 삭제한 이후 노동시민사회의 대응도 급격히 가라앉았다는 사실이다. ‘반도체특별법 폐기’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울려 퍼져야 할 지금, 공동의 힘은 제대로 모이지 않고 있다. 여기엔 나름의 원인이 내재해 있다. 먼저, 반도체산업 노동자 노동시간 연장 조항에 비판이 집중되며 특별법의 다른 문제점들은 상대적으로 비가시화되거나 주변화되었다. 다른 한편, 특별법이 반도체‧전자산업에서 정부의 직접투자를 촉진해 고용 증대와 보상 확대의 계기를 제공하리라는 지역‧현장의 기대감 또한 일정하게 작용했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감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란에서, 재생에너지 문제와 맞물려 엉뚱한 방향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른바 지산지소(地産地消, 그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그 지역에서 소비함) 원칙에 따라 용인산단 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주요 생산지역으로 산단을 이전하자는 주장이 그것이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조감도 반도체산단 건설, 비수도권 지역으로 옮기면 정말 괜찮나? 최근 제기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재검토 및 호남권 이전 주장은 법안의 심각한 문제점을 간과하고 있다. 첫째, 반도체특별법은 공공재정을 대자본의 사적 이윤으로 바꾸는 제도적 장치다. 반도체특별법은 대통령 소속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위원회’를 설치하고, 5년 단위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명시한다.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력망 및 용수 공급망 설치ㆍ확충에 관한 사항을 국가적 계획으로 마련하며, 특별회계를 설치하고 대규모 보조금과 인프라 조성 비용을 국가 부담으로 지원한다. 특별회계 자금이 부족할 경우 일반회계나 타 특별회계로부터의 전입도 가능하다. 산업인프라 조성, 보조금 지급, 조세 감면 등 세제 지원, 예비타당성조사 신속처리 및 면제, 인허가 신속 처리, 전문인력 양성까지 보장하는 반도체특별법안은, 사실상 공공 재정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자본의 이윤으로 이전하는 법적 장치이자, 이윤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의 전형이다. 반도체산업 국제경쟁 심화를 명분으로, 공공재정을 자본의 이윤으로 바꾸는 행위는 곧 대중에 대한 노골적 수탈이다. 이 정도면 가히 자본을 위한 계획경제 아닌가? 반도체특별법 아래 용인산단이 ‘호남산단’으로 바뀌어도 기업 규제완화 정책은 흔들림 없이 추진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기업투자와 성장을 가로막는 ‘킬러규제’로 지칭했던 신산업 관련 규제들은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규제합리화’라는 기치 아래 제거 또는 완화해야 할 목표로 떠올랐다. 반도체특별법 역시 기업투자의 걸림돌을 신속하게 제거한다는 정부 계획의 일환이다.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경영계 주문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패스트트랙에 오른 반도체특별법은 기존 법률에 규정된 입지·용도·환경 등에 대한 규제 조항을 한꺼번에 무력화할 것이 분명하다. 둘째, 막대한 재정을 특혜지원하면서도, 반도체특별법안에는 반도체산업 다단계 하청구조 개선, 정규직 고용의무, 이윤 환수, 노동안전보건 의무 준수에 관한 내용은 하나도 없다. 관련, 삼성전자 하청업체 ‘명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반도체산업 경쟁력’의 실체가 무엇인지 여실히 드러낸다. 삼성전자 하청업체 명일은 화성·기흥·온양 사업장 하청기업으로, 850여 명의 노동자를 간접고용하고 있다. 33년 동안 사업을 이어가며 320억원의 주주 배당을 시행하고, 사내유보금 538억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또한 2024년 이자비용이 53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재무적으로 안정된 기업임에도 126명의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이런 탄압에 노조간부를 표적으로 한 전환배치와 해고가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주야 맞교대, 월 20일 이상 걷는 노동을 강요받았으나, 1년 단위 도급계약을 이유로 산재 신청조차 제한받았다. 명일 해고자들은 명일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동일 업종 재취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산업에 ‘특별법’이 필요하다면, 그 법안의 중심은 자본을 위한 계획경제가 아니라 이런 처참한 다단계 초과착취의 근절에 있어야 한다. 사진: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명일지회 셋째, 반도체특별법은 지역 고용창출을 앞세워 반도체산업 노동자의 권리를 희생시킨다. 현재 입법 추진 중인 반도체특별법안 3조(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무) 4항은 “반도체 특구 입주기업체의 사용주와 근로자는 노동쟁의에 관한 관계 법률상의 절차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파업 금지’라는 노골적 용어로 표현하고 있지 않을 뿐, 이는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노동자들에게 사실상 무쟁의 선언을 강요하는 조항이다. 그렇지 않으면 해당 조항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 이미 광주글로벌모터스(GGM)라는 선례가 있다. GGM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9월 출범한 기업으로, 광주시와 현대차가 민관 공동출자 방식으로 투자협정을 맺은 ‘광주형일자리’ 1호 사업체다. 당시 문재인 정부와 광주시는 대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적정임금’과 ‘상생협력’을 내걸었는데, 실제로 GGM은 동종 업계의 절반도 안 되는 저임금, 높은 노동강도로 악명을 떨쳤다. 고용지표 개선에 혈안인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 ‘노사상생협약’으로 임금억제와 노동권 침해를 강제했던 것이 광주형일자리의 실체였다. 반도체특별법은 지역일자리 확대 명분의 노동권 침해 위험을 내재한다. 넷째,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재벌의 공공자원 전유 문제를 회피한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사업은 비단 용인 지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산업은 그야말로 ‘전기 먹는 하마’, ‘물 먹는 하마’다. 용인산단 완공 시 예상 전력수요는 10GW 이상으로 추산된다. 수도권 전력수요의 4분의 1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이조차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력수요만을 예측한 값이고, 인근에 들어설 300~500여 개 소재‧부품‧장비 업체까지 합치면 어림잡아 15~20GW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 부족 문제 역시 심각하다. 용인산단이 가동된다면 앞으로 하루 167만t가량의 물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는 서울 1천만 인구 물 사용량의 60%에 달하는 규모다. 대규모 전력수요 집중 및 물 부족 문제를 해소할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지역 이전은 능사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용인보다는 재생에너지와 물 공급 여력이 충분한 호남권 이전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기한다. 그러나 당장 호남에 ‘반도체 클러스터에 끌어다 쓸 공업용수’가 충분하다는 얘기는 극심해진 기후재난을 애써 외면할 뿐 아니라, 공적자원인 물 이용에 대한 우선순위(농업용수와 생활용수 등)를 면밀히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다시 반도체특별법 폐기를 위한 싸움을 점화하자 이상의 문제점만 살펴보더라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호남 이전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기업 규제완화 일변도의 반도체산업 육성·지원정책과 특별법이 과연 필요불가결한 것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 이러한 정책과 법률은 모두 거대한 규모로 자원 추출과 생산을 가속하는 반도체산업 입지 규제, 노동안전 규제, 화학물질 배출 규제 등을 간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별법은 대부분 일반법이 정한 규제를 회피하고 보다 신속하게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말하자면, 국가와 자본의 입장에서 △환경 및 자원 한계를 고려한 배출량 제한기준 확립 △노동3권 보장과 안전한 작업환경 구축 등의 ‘규제’ 기준이야말로 기업 투자와 경쟁력 강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일 뿐이다. 실제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추진 과정에서도 반도체산업 재벌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입김을 행사한다. 최초 투자계획부터 부지 선정, 공사 기간은 물론이거니와, 산단 조성 규모와 팹(제조공장)의 개수, 소재‧부품‧장비 협력사 입주 공간까지 자본의 제안을 정부가 승인하는 형태로 모든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번 조성계획과 관련해서는 산단 조성 이래 최초로 정부・지자체・산업계가 함께 참여한 ‘범정부 추진지원단’이 2023년 3월 말 발족했다. 반면, 산업단지 조성과 맞물려 막대한 변화가 예상되는 지역주민과 노동자가 개입할 여지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수용 대상지역 원주민 피해보상에 초점을 둔 민관공 협의체가 가동되고 있을 뿐이다. 노동자 민중은 특정 기업에 물, 전기 같은 공적 자원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양도하지 않았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공공적 통제는 생태적 한계 준수와 노동권 확대를 위해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온갖 규제완화와 재벌특혜로 공적재정을 자본의 이윤으로 바꾸는 반도체특별법을 폐기해야 한다. 기간산업은 노동자 민중의 손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모든 노동자 민중의 싸움으로 반도체특별법 폐기투쟁을 재점화하자. 사진: 반올림 -
[발언] 교실에서, 우리 제도 안에서, 우리 마음속에서 성차별을 분쇄합시다.[편집자주] A학교 성폭력 사안 해결과 지혜복 공익제보교사 부당해고 철회를 위한 농성장을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철거하겠다고 협박중이다. 지난 10월 22일 A학교 집중집회에 나선 발언자들은 그런 정근식 교육감이 틀렸고, 지혜복 교사가 옳다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중 독일에서 온 참가자 얀 동지의 발언을 지면으로 전한다. --- 친애하는 친구 여러분, 동지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참여, 연대, 침묵을 거부하는 용기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존재는 중요합니다. 너무 오랫동안 학대를 방관해 온 침묵을, 이곳의 모든 목소리가 조금씩 깨뜨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용감한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학교 내 성폭력을 폭로한 교사 혜복 씨가 직장을 잃었습니다. 그녀는 학생들을 보호하려 했으나, 시스템은 그녀를 처벌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용기는 시위를 촉발했고, 교육청이 묻어버리려 했던 논의를 강제로 이끌어냈습니다. 이 이야기는 고통스럽게 익숙합니다. 베를린 지역에서 성교육,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 여성 난민을 위한 프로그램 등의 예산 삭감에 맞서 싸우자고 호소한 내 동지 이네스도 직장에서 해고당했습니다. 서울이든 베를린이든, 학교와 교육 시스템은 학생을 보호하기보다 자신들의 명성과 이익을 우선시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진실을 말하는 이들—내부 고발자, 교사, 생존자, 사회복지노동자(이네스동지)—은 너무나 자주 홀로 남겨집니다. 이 문제가 개인만의 사안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압니다. 우리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자유가 아닌 순응을 가르칩니다. 소녀들은 조용히 하는 법을, 소년들은 지배하는 법을 배웁니다. 성교육은 동의나 쾌락, 평등이 아닌 생식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통제에 의해 형성된 지식 속에서, 침묵은 교육 과정의 일부가 됩니다. 위기의 시기일수록 권력자들은 더욱 강하게 '질서'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이를 곳곳에서 목격합니다 — 성소수자에 대한 공격, 젠더포괄적 언어의 금지, '전통적 가족'의 미화. 이는 도덕이 아닙니다, 권력자들의 정치입니다. 폭력을 가능케 하는 바로 그 위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그만하라고 말합니다. 베를린에서 우리는 이네스의 직장을 되찾기 위해 1년 넘게 싸웠습니다. 학생들과, 교사들과, 간호사들과 조산사들과 함께, 정부에 맞서서도, 노조관료에 맞서서도 싸웠고, 결국 우리는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투쟁할 것입니다. 학교가 성차별을 배우는 장소가 되지 않도록. 교육이 학생들을 보호하고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침묵시키지 않도록. 모든 아이가 자신의 몸, 자신의 목소리, 자신의 경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자라도록. 그러니 감사드립니다 — 목소리를 내는 투사들에게, 저항하는 교사들에게, 외면하지 않는 이 모든 분들에게. 진정한 교육은 용기에서 시작됩니다. 진정한 변화는 연대에서 시작됩니다. 교실에서, 우리 제도 안에서, 우리 마음속에서 성차별을 분쇄합시다. 감사합니다. 투쟁! -
[발언] 정근식 교육감님, 항의하면 용역을 불러서라도 찍어 누르겠다고 가르치시겠습니까?[편집자주] A학교 성폭력 사안 해결과 지혜복 공익제보교사 부당해고 철회를 위한 농성장을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철거하겠다고 합니다. 지난 22일 집중집회에 나선 발언자들은 그런 정근식 교육감이 틀렸고, 지혜복 교사가 옳다는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그중 고등학생 참가자, 우산 동지의 발문을 전합니다. 필자 [사진] 진다(스튜디오R) 안녕하십니까. 생기부 마감한 수시러 연합 기수 우산이라고 합니다. 투쟁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투쟁! 처음 A학교 관련해서 발언한 게 6월 초였는데, 그 후로 벌써 넉 달 반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여러 번 발언을 했습니다. 저 또한 서울에서 나고 자라 12년째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고, 지혜복 선생님이 싸우고 계시는 이유를 12년 동안 몸으로 겪어 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졸업한 학교는 성비가 비교적 균등했지만, 성차별에 대해 발표하면 저녁에 너도 ‘그런’ 쪽이냐고 묻는 연락이 왔고, 어떤 급우들은 졸업 영상 테마로 포르노 사이트를 쓰자면서 웃었고, 거기에 반대하는 것은 제가 너무 예민해서라고 비난했습니다. 여고에 진학한 이후로도 모르는 사람들이 학교 프로젝트용으로 개설한 오픈채팅을 검색해 들어와 학생들에게 성희롱을 비롯한 폭력적인 발언을 해서 새벽 1시에 방을 없애고 PDF를 따는 일도 있었습니다. 더 최근에는 딥페이크 성범죄 지도에 학교 이름이 있어 친구들이 소셜 미디어 계정을 비공개로 바꾸고 인스타그램 포스트와 카카오톡 프로필의 얼굴 사진을 내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 모든 일들에 대응할 때, 저와 제 친구들은 혼자였습니다. 선생님들이 상황을 모르실 때도 있었고, 상황이 적당히 마무리됐으니 넘어가자고 하실 때도 있었고, 저희가 선생님들께 도움을 구하는 일을 포기한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피해에 함께 대응하시는 선생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놀랐습니다. 동시에, 이런 선생님이 계셨다면 학교가 조금 더 견딜 만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저는 세 달 뒤면 학교를 떠나지만 여전히 학교에 남을 후배들과 동생들이, 그리고 제가 알지 못하는 소수자 청소년들이 좀 덜 고생스럽게 살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발언 중인 지혜복 교사 [사진] 진다(스튜디오R) 정근식 교육감님, 철거 계고장에 학교 내 성폭력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써 두셨습니다. 청소년 당사자로서 묻겠습니다. 성폭력 사안의 진정한 해결을 추구하고 계시기는 합니까? 성폭력 사안의 배경에는 불평등한 학교가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계십니까? 교육청 건물에 달린 슬로건을 볼 때마다 반어법인가 싶습니다. 교육감님께서 생각하는 꿈은, 긍지는, 신뢰는 무엇인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학생들의 편에서 학생들과 함께 싸우신 선생님이 학교로 돌아가시는 것만이 학생의 꿈을, 교사의 긍지를, 학부모의 신뢰를 위하는 길입니다. 학생들에게 뭘 가르치고 싶으십니까? 부당한 일을 당해도 세상이 불평등하니 꾹 참고 사는 게 낫다고 가르치고 싶기라도 하십니까? 항의하면 용역을 불러서라도 찍어 누르겠다고 가르치시겠습니까? 자칭 진보 교육감이신데, 그 진보는 어디에서 오는 건지 생각은 해 보셨을지 궁금합니다. 진보는 옳은 일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에게서 오는 것이지, 심각성을 인지한다는 글 몇 줄이나 당신의 성공적인 재선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지혜복 선생님이 투쟁을 시작하신 지 641일, 천막 농성을 시작하신 지 166일이 지났습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습니다. 용역을 불러 농성장을 짓밟으려는 저열한 시도를 멈추십시오. 교육청 앞에서 연행된 스물세 분께 사과하십시오. 부당전보 철회하십시오. 교육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십시오. 구호 외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지혜복이 옳다, 지혜복을 학교로! 10월 22일 집중집회 장면 [사진] 진다(스튜디오R) -
[주간 여성뉴스 브리핑]태아 산재 폭넓게 인정해야, ‘반올림’ 태아산재법 개정 촉구1. 태아 산재 폭넓게 인정해야, ‘반올림’ 태아산재법 개정 촉구 ‘태아 산재’(자녀 산재)는 임신한 노동자가 일터에서 유해 인자에 노출돼 아기가 선천성 질병을 갖고 태어났을 경우, 국가가 산업재해를 인정해 주는 제도이다. 그런데 법 시행 3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 근로복지공단이 승인한 태아 산재는 단 ‘5건’에 불과했다. 신청 자체도 10건에 그쳤다. 13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학영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이른바 ‘반도체 3사’가 자체 지원보상위원회를 통해 보상한 태아 산재는 250건에 달한다(삼성전자 84건, LG디스플레이 108건, SK하이닉스 58건). 반면, 이번에 확인된 자료에 따르면 개정된 태아산재법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에 현재까지 공식 신청된 자녀 산재는 10건, 승인된 건 5건에 불과하다. 2023년 1건, 2024년 3건, 2025년 1건이 각각 승인됐다.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이처럼 신청 자체가 저조한 이유는 현행법안의 미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법 시행일, 즉 2023년 1월 12일 이후 출생한 자녀부터 개정된 태아산재법이 적용돼 대부분의 피해자를 배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법이 ‘임신 중인 노동자’, 즉 ‘여성’에 대한 태아 산재만 인정하고 있어 아버지 작업환경 영향은 인정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2021년 12월 태아 산재를 신청한 아버지 정 모 씨(삼성 LCD 생산공정 근무)는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질병 판정위원회에서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고도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못했다. 이에 반올림 이종란 활동가는 “짧은 신청 기간 때문에 배제된 피해자와 아버지 영향을 받은 태아 산재와 관련해서도 입법을 통해 보상받도록 해야 한다”고 관련 법 개정을 촉구했다. <참조 기사>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79763&ref=A 2. 여성고용 전담부서 폐지, "정부 책임과 역할 포기해" 최근 고용노동부가 조직개편을 통해 ‘성평등가족부’로 일부 기능을 이관하고 기존 ‘여성고용정책과’를 폐지하자, 여성·노동단체·노동조합 등은 “여성노동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여성고용정책과 폐지 규탄 및 여성노동정책 확대 개편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여성고용정책과는 여성 노동자의 고용 조건 개선, 임금격차 해소, 차별적 직장 환경 개선 등의 실질적 장치를 기획·관리하는 유일한 노동부 내 부서였다. 그런데 여성고용정책과에서 담당하던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성별근로공시제,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집단상담 등을 성평등가족부로 이관한 것이다. 나머지 모성보호, 일·가정 양립 지원, 성희롱·성차별 해소 업무는 노동부 내 다른 과로 재배치됐다. “조직 축소가 아닌 확대·강화가 필요”한데도 말이다. 그렇다보니 이번 폐지는 그 기능적 중심축을 흔드는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단체들은 성평등가족부로 이관된 조직의 인력과 권한이 축소돼 있다고 지적한다. 폐지 전 여성고용정책과의 인원이 약 20명인 데 비해 신설된 고용평등정책관 및 산하 과의 정원이 약 7명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같은 구조조정은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담는 부서’가 사라지는 효과를 낳을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성평등 노동정책의 실효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성 노동자가 겪는 고용불안, 임금차별, 경력단절 등 현실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부서를 없애고 다른 부처로 옮겼으니 문제없다”는 수준을 넘어서는 구조적 대응과 예산·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번 여성노동정책에서 책임과 권한을 담보하던 기구의 축소는 이재명 정부가 일터의 성차별을 해소할 의지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참고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224033.html?utm_source=chatgpt.com 3. 미국 ‘노 킹스’시위에서 트랜스젠더 권리 요구 지난 18일 미국 전역에서는 7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와 직권남용, 극우정치에 맞서 두 번째 ‘노 킹스’ 시위를 벌였다. 집회에 모인 이들은 정치적 반 트럼프만이 아니라 정부의 구조조정, 이주노동자 공격, 민주주의 후퇴, 팔레스타인 공격뿐 아니라 트랜스젠더 권리 후퇴를 함께 규탄했다. 이날 시위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시카고, 워싱턴 D.C., 뉴욕 등지에서는 트랜스젠더 깃발과 레인보우 프라이드 깃발이 대규모로 등장했다. “트랜스 아이들을 보호하라(Protect Trans Kids)”, “학교에서 혐오는 안 된다(No Hate in Our Schools)” 등의 피켓을 들고 성소수자단체, 트랜스, 여성, 인권 단체 등과 교사, 돌봄, 의료, 건설, 교통 등 다양한 직종의 노동조합 등 많은 노동자, 시민이 함께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성소수자, 트랜스젠더의 권리 보장이 주요 요구로 등장하며 CNN을 비롯한 주요 언론 매체가 “성소수자 권리가 민주주의 운동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시위에 참가한 로라 버크월드는 “보험회사에서 트랜지션 관련 의료보험 적용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트랜스 청소년들이 의료 접근권 차단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고려하기도 한다”는 끔찍한 현실을 전했다. 오리 가면을 쓰고 행진한 케니는 “나는 양성애자이나, 트랜스젠더와 이민자들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우리 모두 위험에 처하게 된다. 저들이 오늘 다른 삶의 방식, 다른 유형의 사랑을 공격한다면, 내일 우리 모두가 위험에 처하게 되므로 모든 트랜스젠더 자매, 형제와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트랜스젠더 청년활동가 제이 멘도자는 “우리가 요구하는 건 특권이 아니라 생존이다. 학교·병원·군대, 어디서든 우리 존재가 존중받길 원한다”고 했다. 도어티는 “퀴어로서, 특히 백인으로서 파시즘과 이 정권의 부당함에 맞서 목소리를 높이고 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성소수자단체와 인권단체들의 '트랜스젠더 인권은 민주주의와 평등, 여성과 노동자, 소수자의 모든 인권과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는 대중적으로 퍼지고 있다. <참조 기사> https://www.lgbtqnation.com/2025/10/lgbtq-rights-were-a-strong-rallying-point-at-no-kings-protests-across-the-country/?utm_source=chatgpt.com 4. 캐디 10명 중 9명 성희롱 피해 경험, “피해 알려도 적절한 조치 없어”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노동자 10명 중 약 9명은 성추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진보당 손솔 의원은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공동으로 실시한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노동자 인권·안전 실태조사’를 진행해 13일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8.2%가 고객으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성추행도 67.7%가 경험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고객으로부터 겪는 인권침해 행위 중 지난 1년간 반말·비하 발언 경험이 97.8%, 성희롱 발언 88.2%, 욕설과 폭언 75.3%, 성추행 67.7%, 물건 던짐 61.3%, 신체적 위협 32.3%, 신체폭행 12.9%를 차지했다. 인권침해를 당해도 보호조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 41조는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해 건강장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는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휴게시간의 연장, 건강장해 관련 치료 및 상담 지원 등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응답자의 44.1%는 사업주가 고객응대 근로자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자를 대상으로 대응방안을 교육한다’는 응답은 12.9%에 불과했다. 안전 문제도 심각했다. 조사 결과, ‘날아오는 골프공에 맞는 사고 위험’이 3.48점(4점 만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코스 내 단차로 인한 발목 부상(3.32점), 폭우·폭설 시 카트 미끄럼 사고(3.2점), 고객의 클럽에 맞는 사고(3.01점) 등도 잇따랐다. 특히 폭우·낙뢰 속에서도 운전해야 하는 노후한 카트 문제가 빈번히 지적됐다. 와이퍼가 없는 카트를 비닐로 덮고 고개를 내민 채 운전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사고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한편, 캐디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로, 성희롱이나 부당 대우를 겪어도 법적 보호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낙뢰, 폭우 같은 기상 위험뿐만 아니라 폭언, 성희롱 등 고객으로부터의 위험에도 노출된 캐디 노동자들에게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참조 기사> https://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0643 5. 직장인 14.4% “유흥업소 접대 경험‧목격했다” 직장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유흥업소를 통한 접대를 경험하거나 목격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상위관리자는 29.3%로 일반 직원보다 더 높았다.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7월 1~7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성차별 조직문화지수’ 설문 결과를 지난 12일 공개했다. 대다수 직장인들은 유흥업소 접대 문화가 잘못됐다고 인식했다. 유흥업소 접대 문화에 대해 76.6%는 ‘성차별, 성희롱 등 부정적인 사회문화를 만들고 기업도 불필요한 비용을 치른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 직장인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81.6%로 남성(72.1%)보다 높게 나타났다. 유흥업소 접대 문화가 사회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남성 중심의 조직 문화를 만드는 원인이라고 인식했다는 지적이다. 유흥업소는 성적 대상화와 성적 서비스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문제적 남성중심 문화’ 산업 중 하나다. 비즈니스와 접대라는 명목으로 여성을 성적 소비 상품으로 당연시하는 이 같은 조직문화는 우리 사회에 구조적 성차별이 얼마나 팽배한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222839.html 6. 트럼프 정부, 여권상 지정성별 외 표기 금지 트럼프 정부가 여권상 ‘X’로 표기된 성별을 무시하라고 미국 내 모든 항공사에 명령했다. 이는 지난 1월 발표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른 조치의 일환이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연방 정부의 생물학적 진실을 회복하고 여성을 성 이념적 극단주의로부터 보호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새로운 지침에 따르면 미국 내 모든 항공사는 ‘X’ 성별 표시 대신 ‘M’(남성) 또는 ‘F’(여성) 성별을 요구해야 한다. 한편 지정 성별과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모든 종류의 젠더퀴어를 위해 만들어진 ‘X’ 표기는 2022년 바이든 행정부에서 도입 및 실시되었으나, 이번 조치 이후 신규 여권 발급 및 기존 여권 갱신을 희망하는 미국인은 해당 방식으로의 표기가 불가능해진다. 백악관은 이번 조치가 기존 여권의 효력을 무효화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 발급 신분증을 갱신할 경우, 출생 시 지정 성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리빗은 “이제 연방 정부의 공식 정책은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별만을 인정한다”며 입장을 표했다. 미국 세관 및 국경보호국(CBP)은 외국인 여행자의 기존 유효한 여행 서류는 이전과 동일하게 인정된다고 부연했다. 다만 신규 또는 갱신 신청자는 성별 이분법에 따른 남성 표기와 여성 표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며, 성별 정체성은 입국 심사 기준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참조 기사> https://www.thepinknews.com/2025/10/20/us-airlines-told-to-ignore-x-gender-neutral-markers-as-passport-battle-continues/ -
[기고] '이재명 정부 100일, 자유주의 정치의 한계와 극우세력의 부상' 강연회 후기2025년 9월 24일, 학생사회주의자연대 충북대모임과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충남지역위원회 주최로 충북대학교에서 '이재명 정부 100일, 자유주의 정치의 한계와 극우세력의 부상'을 주제로 한 강연회가 개최됐다. 이날 ‘울산노동자배움터’의 양준석 강사의 강연을 들은 한 충북대 재학생 참가자의 후기를 글로 전한다. 좋은 기회로 가까운 교내에서 평소에 고민하고 있던 주제를 다룬 강연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지 백 일이 넘은 지금, 광장에서 외친 내란세력 척결과 사회대개혁의 목소리는 어디까지 가 닿았을까? 최저임금은 역대 정부 첫해 인상률 중 최저를 기록했다. 차별금지법은 민생과 경제 앞에서 우리가 십여 년 간 들은 “나중에”로 또 다시 밀려나고 말았다. 광장은 청년과 같이 연령의 범주가 아니더라도 여성, 성소수자, 페미니스트처럼 평소 사회에서 소외 받은 사람들이 지켜낸 곳이다. 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고 최소한의 생존권과 차기 정부가 모색해야 할, 이제껏 빠르게 후퇴했던 의제들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시민들을 광장에서 필요로 하던 것이나 부름에 응한 것처럼 발언하던 때가 무색하게, 이루어진 것들은 한참 부족하다. 정부는 여전히 자유주의 아래에서 자본가들을 대변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말 뿐이 아닌 진실로 광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극우세력의 부상은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고충이다. 극우세력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며 정치뿐 아니라 많은 영역에서 연관되어 있다. 그들이 결집하는 방식 중 하나는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를 앞세우는 것이기에, 공동체를 이루어 다 같이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데 해롭다. 극우 세력의 성장은 우리나라가 아닌 전세계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상황을 어렴풋이 전해 듣고 있어 염려가 컸다. 이 가운데 찰리 커크의 죽음과 각지의 반응을 둘러싼 미국 정부의 본격적인 탄압에 이유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극우를 이루는 세력은 누구이며 어떠한 형태를 띠고 있는가? 이번 강연회를 통해 알 수 있게 되어 뜻 깊었다. 사는 곳이 달라 극우의 형태 또한 다를지언정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같이 기본 골자는 동일하다. 미국의 사례는 앞으로 우리가 꾸려 나가야 할 방향성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번역] 팔레스타인 해방과 연속혁명 5[편집자 주] 2023년 10월 이후 지금까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민중을 대량학살하고 있다. 히메나 베르가라의 이 글은 트로츠키의 연속혁명 이론에 입각해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계급적·국제주의적 전략을 제시한다. 본 번역은 글의 분량상 총 5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전편 읽기] 팔레스타인 해방과 연속혁명 1 팔레스타인 해방과 연속혁명 2 팔레스타인 해방과 연속혁명 3 팔레스타인 해방과 연속혁명 4 2024년 10월 5일 집단학살 1년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 집중집회 연속혁명과 오늘날의 팔레스타인 : 미국 사회주의해방당(PSL)과의 토론을 위한 노트 팔레스타인 해방의 성격, 역학관계, 그리고 주체에 대한 논쟁은 20세기 마르크스주의 혁명가들과 민족해방운동 사이에서 벌어진 전략적 논의의 일부였다. 이는 동시에 트로츠키주의와 스탈린주의 간 논쟁의 중심이었다. 새롭게 등장한 정치적 세대가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전 세계 피착취·피억압 민중의 해방투쟁을 재검토하는 지금, 이러한 논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미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을 사실상 지도하는 인사들이 제시하는 일국 수준의 정치노선은, 명시적이든 암시적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그들의 국제전략에 의해 규정되며, 또한 팔레스타인 해방투쟁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기초한다. 사회주의해방당(PSL)은 미국 내 팔레스타인 연대운동 내 주요 조직 중 하나다. 이 조직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 직후부터 즉각 운동을 조직하였고, 팔레스타인과 연대한다는 이유로 탄압과 박해를 받아왔다. PSL의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에 대한 정치적 방침은 전국적 대규모 거리 시위를 조직해 휴전을 요구하고,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에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적 조치를 촉구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데 집중되어왔다. 국제적으로는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의 결의안을 활용해 미국에 맞서 팔레스타인에 더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도록 압박하는 데 의존해왔다. 이는 식민지 및 반식민지 국가들, 그리고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들에 유리한 정책을 관철하는 데 있어 이러한 기구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궁극적으로 PSL의 민족해방투쟁에 대한 일반적 관념과 부합한다. PSL의 조 타셰(Joe Tache)는 “팔레스타인 운동이 민족해방 투쟁인 이유 Why the Palestine Movement is a Struggle for National Liberation”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여러 측면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잔혹행위는 유례없이 끔찍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식민 관계는 독특한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민족이 민족적 억압을 받았다. 어떤 경우에는 민족적 억압이 한 국가의 국경 안에서 나타난다. 미국 내 흑인과 원주민에 대한 오랜 억압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경우 식민 세력이 식민지를 완전히 장악하면서도 식민지를 식민 지배국과 별개의 독립적 실체로 취급하는 사례도 있다. 식민주의 시대의 민족적 억압은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주로 이런 형태를 취했다. 팔레스타인에는 두 역학관계가 혼재되어 있다. 이스라엘 국경 내에 거주하는 16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시민권을 보유했음에도 시온주의 정권에 의해 체계적으로 억압받는다. 가자지구, 서안지구, 동예루살렘 등 점령지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자(이스라엘 국경 내 팔레스타인인)의 경우, 이스라엘이 동등한 국적과 지위를 부정함으로써 제도화된 차별과 배제를 겪는 한편, 서안 지구와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인들은 토지 강탈, 주택 철거, 이동 제한, 대규모 체포, 정치적 반대에 대한 가혹한 탄압 등을 포함한 다양한 억압에 시달린다.” 위 문단은 그들이 말하는 것보다 말하지 않는 것이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물론 이스라엘은 타셰가 묘사한 대로 내부적으로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가진 정착민 식민주의 국가이며, 일란 파페 등 다른 역사학자들도 이를 상세히 기술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착민 식민주의의 예외성은 단지 '내부적'인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타셰는 이스라엘의 이중적 성격, 즉 이스라엘은 정착민 식민주의 국가이자 동시에 제국주의의 거점(enclave)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누락하고 있다. 2023년 11월 4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 팔레스타인 연대집회 (사진 : Celal Gunes / Anadolu via Getty Images) 이전 세기, 특히 19세기 식민열강과 달리 이스라엘의 식민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고자 주도한 세계질서 재편 시도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미국은 아랍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지역적 군사동맹을 설립하는 데 일조했다. 이는 아랍 지역의 자원을 차지하고,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아랍 지역에서 계급투쟁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 제국주의는 시온주의 국가 이스라엘과 사실상 공생관계를 구축해 왔다. 이 공생관계는 군사·정보·기술자원 공유에 기반할 뿐만 아니라, 미국 양당체제의 윤곽, 그리고 공공·민간 제국주의 기관들의 윤곽 자체를 형성해왔다. 팔레스타인 민족해방에 관한 타셰의 글과 사회주의해방당(PSL)의 다른 글은 이스라엘과의 동맹에 있어 바이든과 미국 제국주의의 역할을 올바르게 규탄한다. 이들은 10월 7일 성명에서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대한 미국의 모든 지원을 중단하고 모든 팔레스타인 정치범을 석방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의 예외적 성격을 제국주의적 거점이라는 관점에서 정의하지 않았으며,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투쟁의 국제적 차원을 지우고 있다. 이는 PSL이 팔레스타인의 미래에 대해 어떤 전망을 그리는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진다. “남아프리카에서 팔레스타인까지, 아파르트헤이트는 무너질 것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타셰는 남아공과 팔레스타인을 반(反)아파르트헤이트 투쟁으로 비유한다. 비록 타셰가 이 두 사례 사이의 중요한 유사점을 지적하지만, 이 두 체제는 각 투쟁의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이 비교는 PSL이 민족해방과 제국주의 자체의 성격을 어떻게 이해하는지 드러낸다는 점에서 시사적이다. 팔레스타인 문제의 경우, 타셰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즉 쇠퇴하는 제국주의 열강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와는 달리, 이스라엘이라는 인공적 국가를 창조한 제국주의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목적이 중동 지역에서 부상하던 미국 제국주의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이러한 전략적 목표는 제국주의적 억압에 맞서 싸우는 아랍 프롤레타리아의 투쟁을 억제하고, 미국의 이익을 대변할 치명적인 군사력을 지역에 세우는 것이었다. 이 측면을 간과하면, 이스라엘을 창조한 바로 그 체제를 문제 삼지 않고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유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낸다. 타셰는 아래와 같이 썼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인 군사적, 정치적, 외교적 지원을 통해 팔레스타인에 대한 억압을 유지하는 핵심 세력이다. 따라서 미국 내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은 특별한 책임이 있다. 이 운동의 역할은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이념이나 전략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이 식민주의의 멍에를 벗어던지고 팔레스타인인들 스스로 자신의 사회를 어떻게 조직할지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그러나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5개월간의 대규모 시위, 가장 최근에는 미 공군 병사 아론 부시넬의 충격적인 희생이 보여주었듯이, 시온주의자들의 선전과 미국 정부의 확고한 이스라엘 지지는 점점 힘을 잃고 있다.” (강조는 필자) PSL의 운동에 대한 관점은 바이든 행정부의 네타냐후 지지 기반을 약화시키는 데 있다. 도식적으로 말하면, 그들의 전략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대규모 거리 시위를 조직하는 동시에, ‘언커미티드(Uncommitted)[1] 캠페인과 같은 움직임을 통해 2024년 대선에서 바이든의 재선을 위협해 바이든에게 휴전을 명령하도록 압박하는 방식이다. 궁극적으로 PSL은 미국-이스라엘 관계의 본질과 시온주의 정착민 식민주의 프로젝트의 제국주의적 성격을 전략적으로 오해하고, 따라서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거대 양당제에 압력을 가해 팔레스타인인들이 “식민주의의 멍에를 벗어던질” 수 있도록 보다 관대한 정책을 채택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시온주의 식민주의는 미국 제국주의에 의존하며, 동시에 미국 제국주의 역시 시온주의 식민주의에 의존한다. 이는 두 국가가 이해관계 충돌을 전혀 겪지 않거나, 바이든이 네타냐후와 대립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이는, 두 체제의 구조적 관계가 너무나 깊기 때문에, 미국 지배체제는 이스라엘이 미국을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전쟁에 끌어들이고, 그 전쟁 과정에서 이미 흔들리는 이스라엘의 지역 패권을 이스라엘 자신이 산산조각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어떠한 의미에서, 미국의 이스라엘과의 관계는 실존적이다. 이 반동적인 미국-이스라엘 동맹을 패배시키기 위해서는 국제주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은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는 부르주아적 관점의 국제주의 전략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의 관점을 발전시켜야 한다. 팔레스타인 해방과 제국주의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데 공동 이해관계를 가진 세력은 아랍 노동자계급과 농민, 도시빈민 등 중동 전역의 피억압 민중이다. 2025년 4월 20일 모로코 탕헤르항에 이스라엘행으로 의심되는 전투기 부품을 실은 선박 입항에 항의하며 수천명의 팔레스타인 연대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사진 : AFP) 팔레스타인 문제는 이 지역 민중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다. 팔레스타인 문제는 제국주의의 경제적·군사적 공세가 아랍 민중에게 안긴 모든 불만, 폭력, 절망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에는 그들의 정부가 행한 억압 또한 포함된다. 자본주의적 ’민족해방‘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아랍 국가들은 그들이 아무리 제국주의에 부분적으로 반대하더라도 미국 패권의 균열을 피하고자 대중을 억눌러 왔다. 무엇보다 아랍 국가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신자유주의 계획을 도입하며, 자본주의적 사회와 생산관계를 유지하고 강화하려 했다. 제국주의를 자본주의의 한 단계로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해방투쟁을 단순히 ‘팔레스타인 민족의 독립투쟁’으로 축소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PSL에게 있어서 이 ‘민족’의 계급적 성격은 불분명하며, 그들이 시온주의 국가의 해체를 명확히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국가가 이스라엘 국가와 공존할 수 있을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타셰는 가이아나 출신 역사학자 월터 로드니(Walter Rodney)를 인용하며 아래와 같이 썼다. “민족적 억압은 한 민족을 그들의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배제한다. ‘역사로부터의 배제는 식민주의가 가져온 권력 상실의 논리적 귀결이다.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권력은 역사에 적극적이고 의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보증이다. 식민지배를 받는다는 것은, 가장 수동적인 의미를 제외하면, 역사로부터 배제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점을 팔레스타인 사례에서 분명히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의 군홧발 아래 있는 한, 팔레스타인인들이 사회적·경제적 발전 문제를 온전히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교, 주택, 병원이 언제든 폭격되거나 파괴될 위협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팔레스타인인들이 기반시설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겠는가? 매일이 생존을 위한 투쟁인 상황에서, 어떻게 사회적·문화적 발전에 투자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일상적인 이동과 기본적인 권리가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에 의해 철저히 제한되어 있는데, 어떻게 그들이 정치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겠는가? 이스라엘이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팔레스타인 경제의 거의 모든 측면을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그들이 개발과정을 시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PSL의 구성원들은 “팔레스타인인들 스스로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이유로 팔레스타인 저항운동 내 여러 조직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이는 모든 팔레스타인인을 그들의 지도부와 기계적으로 동일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PSL 자신은 팔레스타인 해방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상당히 명확한 견해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즉, 그들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은 마치 역사적 법칙이라도 되는 것처럼 먼저 하나의 국민국가로 스스로를 구성해야 하며, 그 이후 남아공의 탈아파르트헤이트 시기처럼 경제적·문화적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접근의 한계는 남아공의 사례에서 이미 명확히 드러난다. 그 나라는 여전히 제국주의의 멍에 아래 고통받고 있으며, 흑인 노동자계급에 대한 극단적 착취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상은 진공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는 실존하는 아랍 지도부의 정치적 강령, 입장, 전략의 맥락 속에서 실현되고 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경우, 이들은 명시적으로 투쟁을 벌이지만, (1967년에 설정된 국경을 암묵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존재 또한 사실상 인정하면서) 이란식 근본주의 국가, 즉 종교적 권위주의 체제를 목표로 한다. 이러한 체제는 결국 자본주의적 계급 구조 위에 세워진 종교적 독재 정권일 뿐이다. 즉, PSL과 민족해방운동 지도부 모두에게 팔레스타인 해방은 이스라엘 국가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는 팔레스타인 해방의 존재론적 의미와 모순된다. 그들은 팔레스타인 민중을 저발전 상태에서 벗어나게 할 유일한 해결책은, 두 국가 체제 속에서 어떤 형태로든 자본주의적이고 근본주의적인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PSL은 명시적으로 두 국가 해법을 옹호하지는 않지만, 그들은 팔레스타인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처럼 탈식민적 자본주의 국가를 세워 지역 자본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정치적 지향은 앞서 설명한 스탈린주의 정책과 중요한 유사점을 가진다. 스탈린주의는 1920년대 말 공산당들로 하여금 ‘반제국주의 공동전선’(anti-imperialist united front) 전술을 추진하게 만들었다. 이는 부르주아 또는 소부르주아 민족해방운동 지도부와의 정치적, 때로는 군사적 협력이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그러한 의미에서 PSL의 반제국주의는, 미국 제국주의에 비판적으로 맞서는 한 그들의 계급적 성격에 상관없이 어떤 지도부나 국가라도 지지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다. 그들은 이러한 국가들이 자국의 노동계급을 억압하고, 민족해방 투쟁을 제국주의에 맞선 투쟁으로부터 분리시킨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우리가 제국주의를 단순한 대외정책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특정한 역사적 단계로 이해한다면, 제국주의를 철저히 쓸어버릴 수 있는 것은 오직 사회주의 뿐이다. 트로츠키주의 분파로서, 우리는 팔레스타인 민중과 하마스를 포함한 그들의 저항운동이 식민점령에 맞서 군사적으로 자신을 방어할 권리를 지지한다. 그러나 이것이 곧 그 조직을 정치적으로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그들의 방법, 정치, 전략과 근본적인 차이를 가진다.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간에 PSL이 민족주의 지도부에 대해 무비판적인 정치적 지지를 보내는 태도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오로지 민족적 투쟁으로 이해하는 그들의 관점과 일관성을 이룬다. 그들의 논리는 이렇다. (시온주의 국가의 존재에 대한 문제는 불명확하게 남긴 채) 팔레스타인인들은 독립된 국가를 건설할 수 있으며 지역적 제국주의를 타도하지 않고도 점진적인 자본주의 발전의 고유한 리듬을 따를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이 과정을 주도해야 할 세력이 (근본주의와 세속주의를 막론하고) 아랍 세계의 부르주아 및 소부르주아 지도부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생각을 비판하려는 시도는 곧 ‘억압자의 논리에 굴복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시 말해, 미국 내 운동의 역할은 이러한 투쟁의 결과를 지도하려 하는 대신, 팔레스타인인들의 자결권, 즉 그들이 독립적인 역사적 발전 과정을 되찾고 집단적으로 미래를 형성할 권리를 지지하는 것이다. 진정한 국제주의는 서로 다른 민족의 노동자들이 서로 존중할 때만 형성될 수 있다. 제국주의 국가에 사는 노동자들이 피억압 민족의 노동자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를 지시하려 든다면, 그것은 그 존중을 훼손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 노동자들에게 이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미국 정부는 자신을 ‘세계의 경찰’로 자처하며, 미국 노동자들은 피억압 민족의 일에 개입하는 것이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선전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은 오직 미국 제국주의의 이익에만 봉사하며, 우리의 운동을 해친다.” 이러한 고찰들에서 ‘반제국주의’나 ‘노동자계급’과 같은 개념이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및 지역의 노동자, 무산 농민 대중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이들 대중에게는 시온주의에 맞선 반제국주의적 정치와 동시에, 아랍 국가들이나 어떤 부르주아 국가에도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정치가 필요하다. 즉, 중동 전역의 프롤레타리아가 자국 정부들에 맞서 연대와 동맹을 발전시켜야 한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정치적으로 독립된 조직이 아니다. 그들은 레바논, 카타르, 이란과 같은 자본주의 국가들에 정치적·군사적·경제적으로 의존한다. 2025년 9월 2일 이집트에서 열린 다국적 군사훈련 브라이트스타25에 참여한 미국, 이집트, 사우디라아라비아 군대. 군사훈련은 미국과 이집트가 공동 주관했다. 이런 유형의 ‘반제국주의’, 즉 계급적 관점이 아닌 ‘국가적’ 관점에서 기초한 반제국주의는 현 세계질서에 대한 PSL의 국제적 전망의 일부다. PSL에게 있어 중국은 미국 제국주의에 맞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세력으로 비춰진다. 그들에게 중국은 ‘진보적인 대안’이다. 이러한 관점은 PSL이 중국공산당을 평가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그들은 ‘중국은 우리의 적이 아니다(China is not our enemy)’라는 글에서 중국공산당의 최근 당대회를 이렇게 묘사한다. “실제로, 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이 다룬 사안들은 중국 인민의 복지에 깊이 관심을 가지며, 여러 분야에서 실질적인 개선을 이루려는 집권당의 진지한 의지를 반영한다. 이러한 작업은 미국 상원 회의장이나 민주당-공화당 양당의 전국위원회 회의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의 진지함과 성실함으로 수행되었다.” 그러나 PSL은 두 가지 사실을 완전히 누락한다. 첫째, 중국 사회는 오늘날 극도로 위계화된 계급 사회로 변모했으며, 사치스러운 부르주아지와 정치적 권리를 박탈당한 채 인종적 억압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탄압을 당하고 있는 거대한 프롤레타리아층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둘째, 국제적 무대에서 중국은 점점 더 제국주의적 특성을 갖춰나가고 있으며, 반(半)식민지 세계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함으로써 다른 나라들을 억압하고 수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각은 또한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벌어진 계급투쟁의 현실을 무시한다. 중국의 노동자들과 청년들은 공장과 사회 전반에서 더 나은 생활조건을 요구하며 중국공산당의 정책에 맞서 싸워 왔다. PSL이 중국을 미국 지배의 ‘차악(lesser evil)’ 혹은 ‘대안’으로 여기는 태도는, 그들의 중국공산당의 강압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열렬한 지지 속에서도 드러났다. 이 정책은 결국 노동자 민중의 중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계급투쟁을 촉발했다. 마찬가지로, PSL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평화 협상’ 노선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NATO에 대해 올바르게 비판하면서도, 러시아의 침공에 대해서는 ‘반미 블록’의 일원으로서 사실상 러시아를 두둔하며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철수를 요구하지 않는다. 국제 노동자계급은 쇠퇴하는 미국 제국주의와 제국주의적 성격과 야망을 지닌 중국 국가 사이의 충돌 속에서 그 어느 편에도 설 수 없다. 우리에게는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정치가 필요하다. 그것은 자본주의 국가들의 군국주의적·호전적 경향에 맞서 싸우는 동시에, 팔레스타인 해방을 포함한 모든 피억압 민중의 자결권을 위해 투쟁하는 정치이다. 이 논쟁의 한가운데에서, 자브라 니콜라가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와 연속혁명의 관점으로 팔레스타인 해방의 계급적 역학을 요약한 방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모든 민주주의적 투쟁과 분리될 수 없는) 제국주의에 맞선 투쟁은 지역 내 모든 지배계급과 정권에 맞선 투쟁일 수밖에 없다. 이들 계급은 제국주의의 하위 파트너이며, 제국주의는 그들을 통해 지역을 지배한다. 그들의 정권은 이러한 제국주의적 지배의 정치적 형태이다. 반제국주의 투쟁과 민주주의 투쟁은 오직 빈농의 지지를 받는 노동자계급의 계급투쟁으로서, 지주, 종교적 매판 계급, 신흥 부르주아지를 상대로 아랍 세계에서 시온주의에 맞서야만 가능하다. 아랍 동부[2]에서의 연속혁명은 해당 지역 전체를 기반으로 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이 지역의 불균등 발전으로 인해, 혁명적 상황 혹은 준혁명적 상황은 서로 다른 시점과 장소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어느 시기, 어느 장소에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그 투쟁은 반드시 전체 아랍 혁명의 일부로서 진행되어야 한다. 이는 전 지역 대중투쟁이 직접적으로 결합되어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전략은 대중의 요구를 지역 전체의 문제로 통합해 ‘권력’의 문제를 아랍 동부 전체에서 제기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오직 이러한 방식으로만, 특정 시점에서 가장 진전된 투쟁들을 아랍 국가들의 군대, 시온주의 국가의 군대, 그리고 잠재적인 제국주의 개입으로부터 가능한 최대로 지킬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방식으로만, 어떤 한 나라에서의 권력 장악이 반동 세력들에 의해 분쇄되지 않고 다른 나라로 확산될 수 있다.” PSL이 제시하는 미래의 반제국주의 투쟁 전략은 매우 다른 그림을 그린다. 벤 베커(Ben Becker)는 PSL이 “노동자계급 속에서 반제국주의 정치의 토대를 세우고,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남반구 국가들)와의 연대를 지향하는 운동을 건설하기 위해 싸운다”고 썼다. 그러나 문제는 이 반제국주의 정치와 글로벌 사우스와의 연대가 어떤 기반 위에 세워져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PSL과 큰 차이를 가진다. 우리에게 있어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투쟁은, 그 국내적·지역적 표현이건, 국제적 무대에서건 (특히 미국과 같은 제국주의 국가 내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에서) 노동자계급, 빈민, 학생, 피억압 민중의 독립적 행동이 필요하다. 국내적·지역적 수준에서, 이러한 투쟁은 시온주의 국가에 맞선 반제국주의 투쟁을 통해 실현되어야 하며, 팔레스타인 민중의 모든 정당한 요구, 특히 자결권 요구를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이는 곧 아파르트헤이트 국가인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직접적으로 문제 삼는 것이다. 이 투쟁, 즉 시온주의 국가의 해체를 향한 투쟁은 오직 아랍 노동자계급과 함께하는 팔레스타인 대중이 주체가 되어, 그 투쟁을 주도하고 물질적·정치적 지원을 제공할 때만 성공할 수 있다. 이는 곧 아랍 프롤레타리아가 자국 정부에 맞서 봉기해야 한다는 것을 함의하며, 이집트 같은 국가들에서 그 요구는 즉각적인 국경 개방이 될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현재 젊은 세대와 노동자계급이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거대 양당제가 무기, 기술,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적 공격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와 벨기에의 노동자들이 무기 선적을 막았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미 미국에서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거리에 나선 수십만의 대중들, 대학의 이스라엘 투자 철회를 요구하며 싸우는 대학생들의 정신을 받아 미국 노동운동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가자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실물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무기 수송을 차단하고, 전쟁 물자 생산을 거부하며, 제국주의 전쟁기구가 학살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흐름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다.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도, 국제 노동자계급이야말로 집단학살을 멈추고 제국주의와 시온주의에 맞서 실질적인 투쟁을 벌일 수 있는 사회적 세력이다. 지역에서, 그리고 제국주의 국가들에서, 특히 미국에서 그러하다. 또한 국제 노동자계급은 피억압 민중, 농민, 도시빈민, 청년과의 동맹을 통해 시온주의 국가에 맞설 수 있다. 이러한 단결을 통해 단일하고, 세속적이며, 대중의 자기조직화에 기반한 다민족 국가를 건설할 힘을 가질 수 있다. 그 국가는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해방된 사회주의 팔레스타인이다. 그곳에서는 아랍인, 유대인, 그리고 중동의 문화적 다양성을 구성하는 모든 민족·종교 집단이 시오니즘과 제국주의의 멍에로부터 벗어나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 우리가 투쟁으로 건설하고자 하는 팔레스타인은 국제주의적 지지 없이는 실현될 수 없다. 그 구체적 형태는, 젠더·인종·종교적 억압의 토대와 인간을 노예로 만드는 모든 토대를 허무는 사회 조직체제 안에서 지역 간 경제적·문화적 연대를 발전시키는 중동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이다. 2025년 9월 말부터 이어지는 모로코 반정부 시위에 팔레스타인 연대 상징인 쿠피예를 두르고 참여한 시위자. 팔레스타인 해방투쟁은 각국 민중의 자국 지배체제를 향한 분노와 연결되고 있다 (사진 : BBC) .footnote-ref, .footnote-target { scroll-margin-top: 200px; color: #E60012; text-decoration: none; } .footnote-ref:hover, .footnote-target:hover { text-decoration: underline; } [1] (역자주) ‘지지후보 없음’, 2024년 미국 대선 및 민주당 당내 경선 진행 과정에서 아랍계 미국인을 중심으로 친이스라엘적 행보를 보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지 말고 '지지 후보 없음'에 기표하자는 캠페인이 전개되었다. [2] (역자주) 마그레브(해가 지는 땅)의 반의어로써 마슈리크(해가 뜨는 땅). 이라크, 레반트, 이집트, 수단, 아라비아반도에 이르는 아랍 동부 지역을 지칭한다. -
[주간 여성뉴스 브리핑] “다쳐도 참는 여성 노동자”, 여성 노동자 산재 5년 새 2배 급증1. “다쳐도 참는 여성 노동자”, 여성 노동자 산재 5년 새 2배 급증 여성 노동자의 산업재해가 최근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의 산재 승인 건수는 2020년 2만7천 건에서 최근 4만3천 건으로 급증했다. 사망자 수 역시 같은 기간 76명에서 3년 연속 100명을 넘겼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다쳐도 참는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눈에 못이 튀었는데, 병원 가서 산재 얘기 꺼내기가 무서웠어요. 다음 현장에 못 나갈까 봐요.” 목공 일을 하던 40대 여성 A씨는 한쪽 눈 시력을 잃고 각막 이식 끝에 시력을 회복했지만 또 다칠까 불안하다. 타워크레인 기사 김유림 노동자는 “다음 현장(고용)에 불이익이 갈까 봐, 꼬투리가 잡힐까 봐 가만히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성 노동자에게는 안전장비조차 위험이 된다. “안전화가 커서 발이 헛돌고, 장갑이 커서 미끄러져요.” 철근 결속 일을 하는 B씨는 철근이 머리에 떨어져 다쳤지만, 사업주는 “조심하지 그랬냐”며 치료비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산재 신청은 꿈도 못 꿨다”고 말했다. 노동단체 관계자는 “여성 노동자는 안전장비도, 제도도, 시선도 맞지 않습니다. 다쳐도 참아야 하는 구조 자체가 폭력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자본은 여성 노동자의 안전에 책임을 다하지 않고 정부도 차별과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전문가들은 여성 노동자 산재 증가는 일터에서 여성의 몸과 노동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되는 성차별 구조의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여성과 성소수자 노동자의 안전이 당연한 권리로 보장될 때,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참조 기사> https://imnews.imbc.com/replay/2025/nwdesk/article/6764638_36799.html 2. 고용평등 정책, 노동부에서 성평등가족부로 이관 … “행정력 담보 못 해” 여성계 우려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고용노동부의 여성고용정책과 업무 일부가 성평등가족부로 이관되자 여성계와 노동계가 여성고용정책 후퇴를 우려하고 있다. 9일 성평등가족부의 조직 개편 세부 설명자료에 따르면 성평등가족부는 고용노동부에서 이관한 여성고용 업무를 전담할 성평등정책실을 신설해 3실 체제로 재편됐다. 신설된 고용평등정책관 산하에는 고용평등총괄과와 경제활동촉진과, 경력이음지원과가 새로 구성되며, 이들은 기존 고용부가 담당하던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성별근로공시제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집단상담업무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에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성명을 내고 “성평등가족부는 고용노동부가 가진 행정집행 권한이 없는 부처”라며 “성평등가족부로 일부 업무 이관을 이유로 고용노동부는 성평등노동정책 책임부처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놓아버리겠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성평등가족부의 고용 기능을 강화하려면 차별 시정과 감시·감독 권한을 실질적으로 부여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정부조직 개편의 주요 쟁점을 다룬 보고서 <어떤 성평등가족부가 필요한가-여성가족부 조직개편의 쟁점과 과제>에서 성평등가족부로의 조직개편 관련 성평등 기능을 강화하려면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등으로 분산된 차별 시정 기능을 연계하고 통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감시 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성계와 노동계가 반발하자 고용노동부와 성평등가족부는 지난 9월 30일 공동으로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이번 업무 이관은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주요 요소인 성별임금격차 해소 등 성평등한 일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일·생활 균형 관련 업무를 수행 중이던 고용문화개선과에서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 정책, 여성 근로자 보호, 직장 내 성희롱·성차별 관련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조 기사>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8136 3. 이탈리아 멜로니, 학교에 성평등 교육 없애는 극우정치 시도 이탈리아에서 조르자 멜로니 총리의 친이스라엘 행보를 규탄하는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의 새 교육입법안에 대한 반발도 커지고 있다. 하원에 제출된 법안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성평등교육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물론 사회적 여론은 국가가 성평등 가치를 훼손하고 학교에 남녀이분법으로 극우 정치를 주입하는 정치 공세라고 비판하고 있다. 멜로니 정부는 ‘가족 우선(family first)’과 ‘교육의 순수성 보호’라는 슬로건 아래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서 ‘젠더상대주의’로 명시된 성평등교육을 전면 금지하고, 중고등학교에서는 부모의 “사전 거부권(opt-out)”을 확대해 성평등교육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교육부 장관 지우세페 발디타라(Giuseppe Valditara)는 이 법이 성소수자 혐오 조장이나 포괄적 차별금지 교육 금지가 아니라 “아이들이 혼란스러운 이론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되면 특정 성평등 수업이나 표현만 제약되는 것이 아니다.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 존재가 부정당하는 사회로 후퇴하는 것이며 학교에서부터 평등의 가치가 탄압받고 정체성의 자유가 억압받는 사회로 끌려가는 것이다. 유럽성소수자청소년연합의 벨라 피츠패트릭은 이 조치를 “정치가 교육을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하며, “이건 단순한 커리큘럼이 아니라 자유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국교사총연맹의 마누엘라 칼자는 “부모의 사전 의견권을 강제하는 건 학교 자율성을 파괴하는 폭력”이라며 “정부가 집착하는 ‘젠더 이론’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성평등 교육 금지 시도에 가장 불안한 건 학생과 그 가족들이다. 11세 트랜스젠더 딸을 둔 클라우디아는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 아이는 태어난 성별로만 학교에 갈 수 있는데 딸은 ‘그러면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정치인들은 숫자로 법을 만들지만, 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https://www.washingtonpost.com/world/2025/10/04/italy-schools-lgbtq-legislation-gender/?utm_source=chatgpt.com 4. 법적 보호에서 배제된 소규모 재활용 선별장 노동자들 폐기물을 처리하는 노동은 도시의 위생과 안전을 지탱하는 필수 기반이다. 그러나 이 일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안전 사각지대 속에서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여성환경연대 조사에 따르면, 재활용업체 절반 이상이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의 작은 사업장이다. 이 때문에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망에서도 벗어나 있고, 안전 교육·휴게실·샤워실 같은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한 현장 노동자는 “매일 지뢰밭 같은 공간에서 일한다는 긴장감 속에 버틴다”고 호소했다. 설문조사에서 노동자들이 꼽은 주요 위험은 분진(62.5%), 악취(58.2%), 더위·추위(49.4%)였다. 무엇보다 응답자 전원이 베임·찔림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는 깨진 유리, 주삿바늘, 날카로운 캔 조각이 섞여 있고, 음식물 부패로 인한 세균과 곰팡이, 유해가스가 뒤섞인다. 여름엔 40도에 가까운 더위, 겨울엔 찬바람 속에서 장시간 일하며 근골격계·호흡기 질환은 흔한 직업병이 됐다. 당사자와 전문가들은 단순한 현장 개선을 넘어 국가·지자체 차원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폐기물처리 노동 전 단계에 걸친 보호구 및 안전기준 마련, 폐기물처리시설 안전성 평가 및 현장 감독 강화,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 도입, 생활폐기물 처리시설 지자체 직접 운영 및 직고용 전환이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참조 기사>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0516 5. 윤 정부가 없앤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졸속’ 직영화로 오히려 상담 질 하락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6년 고용노동부 예산안에 ‘민간단체 고용평등상담실 운영’으로 4억 5,000만 원을 편성하며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을 되살리기로 했으나, 여성노동단체들은 “반토막·형식적 복원”이라며 이를 비판했다. 1일 한국여성노동자회와 한국여성민우회 등이 모인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전국네트워크’(고평넷)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평등상담실을 제대로 복원‧확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고용평등상담의 질이 나빠진 것은 윤석열 정부가 기존 사업방식을 민간위탁에서 직영체제로 ‘졸속’ 전환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자 상담과 지원에 경험이 많은 전문성이 높은 단체들이 위탁사업을 수행해 왔음에도 정부는 2024년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사업을 직영화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이 민간위탁 시절(19개)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점, 정부 직접 운영이다 보니 신분 노출 우려 등이 커서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쳐 피해 구제의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정권교체 후 이재명 정부는 2026년 예산에 민간위탁 병행을 위한 소요예산 4억 5천만 원을 반영한 상태다. 이는 2023년 기준 12억 1,500만 원 규모였던 예산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반토막 예산’으로 그마저도 몇 개 지역에서만 선별적으로 고용평등상담실을 재개하겠다는 ‘형식적 복원’이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222060.html 6. 반(反)트랜스 레즈비언 언론인 바리 바이스, 미국 CBS 뉴스 편집장으로 임명 [사진] 야후 신문 미국의 레즈비언 언론인 바리 바이스가 지상파 방송사 CBS 뉴스의 새 편집장으로 임명되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이스의 과거 친이스라엘적 발언과 반(反)트랜스퀴어적 태도가 다시 주목받으며, 그의 극우적 성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CBS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CBS의 실질적 소유주인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바리 바이스가 설립한 독립 언론사 『더 프리 프레스(The Free Press)』를 인수하면서 동시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리 바이스는 2020년 뉴욕 타임스 재직 중 사표를 내며 “이념적 순응이 강요되는 분위기”를 비판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더 프리 프레스』를 창립해, 스스로를 “(진보 미디어에 대한) 이단적 사상가들의 피난처이자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매체”로 규정해 왔다. 이번 임명은 트럼프와 해리스 후보의 60분 간담회 통편집 사건 이후 벌어진 CBS의 이미지 관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당시 CBS는 해당 인터뷰를 통편집했다는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1,6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해야 했으며, 이후 CBS가 이른바 ‘트럼프 환심 사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바리 바이스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인종학살을 전면 옹호하는 발언, 트랜스젠더 포괄 의료 정책이 “청소년에게 성전환을 강요한다”는 주장 등으로 논란을 빚어 왔다. 이러한 극우적 발언들로 인해 비판이 이어지는 한편, 미국 보수 진영에서는 그를 두고 “강렬하게 친이스라엘적이며 자랑스러운 ‘문화 전사’”(《인디펜던트》), “미국 우파의 잇(it, 매력적이고 주목받는 이를 수식하는 말) 레즈비언”(《크라이시스 매거진》)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다만 후자의 평가는, 여성애적 성향을 가진 바리 바이스가 우파의 상징으로 부상함으로써 가부장적 가족 질서가 흔들리고 있음을 불만스럽게 표현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CBS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인사로 언론 노동자들 사이의 불안감 또한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참조 기사> https://www.advocate.com/news/bari-weiss-cbs-news-chief -
[발언] 고용노동부는 불법파견·구사대폭력 행사한 현대차를 특별근로감독하라![편집자 주] 지난 3, 4월 현대차는 울산공장 앞에서 구사대를 동원해 이수기업 해고 노동자들과 연대 동지들을 폭력적으로 해산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구사대 폭력을 방조하여 사실상 이에 공조했습니다. 더구나 불법파견을 방치해 온 고용노동부는 이번에도 현대차의 폭력을 방관할 뿐이었습니다. 이에 현대자동차 특별근로감독 촉구 1,120명 청원인, 현대차 구사대 이수기업 폭력사건 진상조사단을 비롯한 연대단체들이 10월 14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에 현대차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자리에 당시 구사대 폭력의 증인이자 피해 당사자로 선 박수연 동지의 발언을 전합니다. [사진] 비주류사진관 전병철 저는 3월 13일과 4월 18일에 제가 목격했던 일들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지난 3월, 처음으로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에 갔던 날로부터 어느새 7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날 저는 구사대라는 게 뭔지 약간 알게 되었습니다. 공장 앞에 도착하자마자 ‘머리라도 다치면 큰일이니까 충돌이 생길 것 같으면 무조건 빠져라’, ‘아예 뒤쪽에 자리 잡고 있어라’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폭력 사태는 사실상 예정된 일이었습니다. 폭력을 동원한 현대그룹의 노동자 탄압은 지난 수십 년간 당연한 듯이 자행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현장에는 수많은 경찰이 있었음에도 누구 하나 예견된 폭력을 막아 세우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3월 13일에는 200여 명, 4월 18일에는 500여 명의 구사대가 있었습니다. 수백 명이 똑같은 옷을 입고 모여 있는 게 딱 군대다 싶었습니다. 그들은 사유재산인 천막을 힘으로 부수고 강탈하고, 심지어는 트럭에 싣고 도망갔습니다. 집회 참가자를 밀치고 밟고 주먹질하고 머리채를 잡고, 물건들을 찢고 걷어차고, 우리가 카메라를 들면 땅바닥에 패대기치면서 쓰러진 사람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게 제가 목격한 ‘구사대’의 모습이었습니다. 반년이 지났지만 곱씹을수록 생생합니다. 어쩌면 저토록 거리낌 없이 폭력을 휘두를 수 있나 경악했던 것도, 새벽에 쳐들어와서 물건을 죄다 부숴놓고는 쌍욕을 하며 돌아가는 모습에 지금 화내야 할 게 누군데, 황망해졌던 것도, 수백 명이 얽히고설킨 와중에 넘어진 동지가 살려달라고 소리치는데 구사대고 경찰이고 신경 쓰지 않았던 것도, 그나마 저는 크게 안 다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보니 무릎이 멍투성이라 깜짝 놀랐던 것도 말입니다. 구사대, 말 그대로 회사를 지키는 조직입니다. 그들이 지키는 현대그룹은 돈 좀 더 만져보겠다고 이십여 년씩 바쳐서 일한 사람을 소모품처럼 내다 버리고, 저들 듣기 싫은 말 한다고 폭력으로 짓밟는 회사입니다. 과연 이게 지킬 가치가 있는 모습입니까? ‘우리는 인류를 위해 옳은 일을 하고자 존재한다’라고 홈페이지에 당당하게 적어놓는 현대차, 그들이 말하는 ‘인간’에 노동자는 포함되지 않고, 그들이 ‘옳다’라고 여기는 일은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일’인가 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광장의 힘으로, 빛의 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정부입니다. 그러나 여당은 첫 국정감사 증인 자리에서 현대차그룹 총수 정의선을 증인으로 채택했다가 철회했습니다. 제가 ‘민주주의는 공장 문 앞에서 멈춘다’라는 말을 처음 알게 된 건 3월 13일, 천막을 뺏기고 공장 정문 앞에서 철야 농성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고인 물은 썩습니다. 멈춰있는 민주주의, 진보하지 않는 민주주의 역시 그럴 것입니다. 저는 응원봉과 깃발을 들고 지난겨울 광장을 지켰던 시민으로서, 또 양심과 윤리를 아는 인간으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노동자로서, 현대자동차 구사대 폭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끝까지 지켜보고 함께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