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목록
-
[기고] 트럼프 정부는 무엇을 수탈하는가? - 한미 관세협상과 노동자 국제주의사진: 뉴스1 트럼프가 이재명에게 소위 ‘백악관 황금열쇠’를 보냈다고 한다. 각 언론에서 앞다투어 지난 이재명 대통령의 '금관' 선물에 대한 보답과 신뢰의 의미라는 해석을 내놓았고, 대통령 비서실장은 "양 정상 간 최고의 협력관계가 형성됐"다는 증거라 밝히기도 했다. 이 열쇠를 받은 다른 사람들을 보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태반이 트럼프 정부의 제국주의 행보에 앞장서 가담해 온 인물들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에 따르면 ‘황금열쇠는 오직 다섯 개만 제작됐다’고 하나, 열쇠는 황금도 아니고 5개만 제작된 것도 아니다. 자본가 정부 사이의 우애가 노동자 민중에게도 이롭다는 번지르르한 선전의 허구를 상징하기라도 하듯 말이다. 한미 정부가 양국 자본가들의 더 많은 이윤을 위한 협상을 마친 지금, 노동자 민중은 국제주의적 단결로 양국 정부와 자본가계급에 맞서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한-미 자본주의 체제의 약탈에 맞서, 노동자 민중의 국제적 단결을 추동할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는가? 지난 11월 8일 ‘2025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전국노동자대회는 ‘열사 정신계승’이라는 이름답게, 열사의 외침을 되새기는 자리, 자본의 탄압과 착취에 짓밟히면서도 싸우는 우리 곁 수많은 ‘전태일’을 호명하는 자리여야 했다. 그러나 전국노동자대회에는 ‘트럼프의 국가 수탈 저지’라는 공허한 구호가 국가주의의 망령을 부르고 있었다. 전국노동자대회가 끝난 지 두 달여가 지난 지금을 살펴본다. 국가의 이익을 노동자 민중의 이익인 양 여기는 국가주의가 운동사회를 휩쓸고 있다.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이 결성되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학생사회에서도 ‘트럼프의 경제 수탈을 막아야 한다’는 대자보가 사방에 붙고, 관련한 서명운동 등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현 정세를 ‘국가 수탈’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옳은 진단이 아니다. 트럼프의 국가 수탈을 저지해야 한다는 구호가 공허한 이유는, 트럼프 정부가 수탈하는 대상을 모호하게 만들 뿐 아니라 혼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수탈하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 즉 이재명 정부가 말하는 ‘국익’인가? 아니면 노동자계급인가? 트럼프 행정부의 수탈은 한-미 자본이 양국 노동자 민중을 상대로 저지르는 행위이다. 따라서 트럼프를 저지할 힘 역시 각국 정부가 아닌, 한국과 미국, 나아가 세계 노동자계급의 단결투쟁에 있다. 물론, 미국의 약탈적 행위는 실존한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은 세계 자본주의 질서에 대한 폭력적 재편에 나섰다. 트럼프는 세계 각국을 상대로 일방적 관세 부과를 경고하며, 관세를 인하하는 조건으로 미국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요구했다. 한미 관세협상 역시 마찬가지다. 협상의 주요 골자는 상호 관세율을 15%로 유지하는 대신, 국내 주요 자본의 대미 투자를 확대해 결과적으로 10년에 걸쳐 총 2,0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국익’에 대한 약탈이 아닌, 노동자 민중에 대한 약탈이다. 트럼프의 ‘수탈’의 짐은, 한국 자본가계급이 아닌, 노동자 민중이 진다. 한국 정부는 관세협상으로 인한 재정 부담을 사회복지 예산 축소와 공공부문 민영화로 해소하고자 할 것이다. 한국 자본가들 역시 미국 생산시설 증축에 따라 국내 일자리를 축소, 구조조정할 것이다. 결국 수많은 노동자가 해고의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한국 자본이 잃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청년 문제 역시 다르지 않다. 청년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 중 하나가 일자리 문제다. 한국 자본이 대미 투자가 아니라 국내 투자를 확대한다면 청년들의 삶이 나아질까?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현실에 비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하는 청년들이 사라질까? 트럼프 정부 집권 이전에도 청년들의 삶은 악화 일변도를 걷고 있었다. 국내 투자가 확대되면 노동자 계급에게도 그 열매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은 자본가계급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기업들이 투자하지 않아 이 나라가 비정규직 천국이 되었는가? 자본은 축적한 이윤을 노동자에게 돌려준 적이 없다. 필요한 것은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모든 노동자에게 적정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계급투쟁, 국가재정과 기업 이윤을 통제하기 위한 계급투쟁일 뿐, ‘국내에 투자하라’는 요구가 아니다. 또한, 미국 노동자 민중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는가? 트럼프 정부의 미국 투자 유도 목적은 미국의 전쟁수행 능력과 직결되는 제조업 기반 확대일 뿐, 미국 노동자 민중의 복리가 아니다. 관세정책의 결과 미국 가계부담은 2025년 2월부터 11월까지 1,200달러나 늘었다. 2025년 11월 미국 실업률은 코로나 시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노동자 민중은 끔찍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트럼프 정부 지지율은 급락했다. 민주적 사회주의를 표방한 조란 맘다니의 뉴욕 시장 당선은 트럼프 정부에 대한 분노가 얼마나 쌓여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2025년 10월 18일 700만 명이 참여한 NO KINGS 시위 사진: getty images 결국 노동자 민중이 겪을 수탈을 ‘국가’, 혹은 ‘국익’ 수탈로 둔갑시키는 것은 정확하지도 않을뿐더러, 한미 자본의 결탁을 교묘하게 가린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국가주의가 아닌, 노동자 국제주의에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을 뒷배로 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중을 잔혹하게 학살하는 시대, 이주노동자 구금과 강제 단속이 난무하는 시대, 노동자 국제주의는 그저 이상적 선언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생존과 해방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공개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재벌의 이익을 위하여 노동자의 생존권을 내어주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국가의 이익은 국민을 향한다는 점에서 이번 한미 협상은 원천 무효’라며 국가의 이익과 노동자 민중의 이익을 동일시했다. 심지어 노동자대회 석상에서 특정 발언자는 "코쟁이", "오랑캐" 등 혐오를 담은 단어를 대거 사용했다. 설령 이 발언이 트럼프나, 미국 자본가를 겨냥한 발언이었다고 한들, 외모와 신체 등에 대한 혐오적 표현임에는 변함이 없다. 이러한 발언을 듣고 모욕감을 느낀 것은 트럼프가 아니라 ‘코쟁이’라고 폄하된 외국인과 이주노동자였다. 어찌하여 이러한 발언이 민주노총 차원에서 자정되지 않았을까? 왜 집회가 끝나고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민주노총 사과문은 게재되지 않았을까? 해당 발언을 둘러싼 경과는 건설현장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 조장 등, 노동자계급의 국제주의적 단결에 눈감는 노동조합 운동의 현재를 여실히 드러낸다. 국익을 강조하는 국가주의, ‘국민’이라는 경계 바깥의 이들을 배제하는 민족주의가 ‘비국민’, 즉 이주민에 대한 배제로 귀결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민족주의 선전은 미국 노동자 민중과 단결해 한미 정부와 자본가계급에 맞설 가능성에 눈감으며, 나아가 차단한다. 스물세살 청년 노동자 전태일은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고통에 가슴 아파하며, 인간 해방의 불꽃으로 스러지며 싸웠다. 지금 전태일이 살아있다면 누구의 곁에 있을까. 정부의 과잉 단속으로 ‘숨을 쉴 수 없다’며 공포에 질린 채 추락사한 이주노동자 고(故) 뚜안의 곁, 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령으로 다시 교섭창구 바깥으로 내몰릴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곁, 노동조합조차 만들 수 없는 미조직 노동자의 곁이 아닐까. "오직 국익만이 영원하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발화는,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앞으로도 수십, 수백 명의 '뚜안'을, 한국 노동자 민중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입장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자명하다. 심화하는 착취와 수탈에 맞서, 국경을 넘어 전 세계 노동자 민중과 손을 잡자. 이주민에 대한 혐오를 단호히 거부하고, 함께 어깨 걸고 투쟁할 때, 비로소 우리 모두의 삶은 변화할 것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노동자 국제주의로 단결하자! -
[발언] 돌봄은 권리다! 국가가 책임져라![편집자주] 29일 국회 앞에서는 국회 법사위에서 잠자고 있는 사회서비스원 설치의무화를 위한 법 개정안 즉각 통과를 촉구하는 집중실천의 날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날 이어말하기 대회에 참가해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을 해산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규탄하며 이용자나 노동자 권리 모두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 책임 공공돌봄의 필요성을 제기한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의 발언문을 전합니다. 시민 여러분, 동지 여러분. 저는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지부장 오대희입니다. 그리고 저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해산으로 일터를 잃은 돌봄노동자이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는 이 국회 앞에, 그냥 법 하나를 고쳐달라고 모인 것이 아닙니다. 무너진 공공돌봄을 다시 세우고, 국가의 책임을 되찾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서사원은 민간 돌봄 시장이 감당하지 못한 돌봄을 공공이 책임지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었습니다. 단가 경쟁으로 노동자의 임금은 깎이고, 서비스는 끊기고, 돌봄은 시장 논리에 내맡겨진 현실 속에서 공공이 직접 고용하고, 월급제로 안정적인 돌봄을 제공하자는 최소한의 시도였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그 서사원을 복지부 승인도 없이, 시민과 노동자에 대한 충분한 설명도 없이, 불법적으로 해산했습니다. 그 결과가 무엇입니까. 400명이 넘는 돌봄노동자가 하루아침에 해고되었습니다. 수천 명의 시민이 이용하던 공공 돌봄서비스가 끊겼습니다. 이것이 단지 한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현장에서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말합니다. “공공성 담보에 실패했다.” “비효율적이었다.” “민간 기피 돌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저는 되묻고 싶습니다. 장기요양 등급 숫자가 낮아지면 공공성이 실패한 것입니까? 그 수치가 줄어든 이유가 무엇인지, 서울시는 제대로 설명한 적이 있습니까? 서사원은 장기요양만 하던 기관이 아닙니다. 장기요양 제도 밖에서 밀려난 사람들, 갑작스러운 돌봄 공백에 놓인 시민들, 민간 기관이 “못 하겠다”고 돌아선 현장에 마지막으로 남아 돌봄을 제공하던 곳이 바로 서사원이었습니다. 돌봄 SOS, 긴급돌봄, 제도권 밖 돌봄. 그 무게를 떠안느라 장기요양 비중이 줄어든 것을, 서울시는 실패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게 말이 됩니까? 공공이 책임을 더 많이 질수록 실패한 기관이 되는 구조, 이게 정상입니까? 서울시는 또 말합니다. “야간·주말 돌봄이 부족했다.” 하지만 돌봄은 단순히 야간 몇 건, 주말 몇 건으로 평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돌봄은 사람의 삶입니다. 연속성이고, 신뢰이고, 책임입니다. 그 책임을 지기 위해 서사원 노동자들은 고정 인력으로, 팀으로, 사례관리로 민간이 할 수 없는 돌봄을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개선할 수 있었던 문제를 해산으로 덮어버렸습니다. 동지 여러분, 공공정책이 실패했다면 정상적인 정부라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고치고, 보완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공공돌봄을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공청회 답변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회서비스원 재설립 계획은 없다.” 이 말이 무엇을 뜻합니까. 공공이 직접 책임지는 돌봄은 다시 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모든 돌봄을 다시 민간 시장에 맡기겠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하겠다고 합니다. 통합돌봄을 말하면서 공공의 실행기관은 없다고 말하는 이 모순을 국회는 그대로 두어야 합니까? 그래서 오늘 우리는 사회서비스원법 개정을 요구합니다. 사회서비스원법은 단지 기관 하나를 살리자는 법이 아닙니다. 돌봄을 권리로 만들자는 법입니다. 돌봄을 시장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으로 돌려놓자는 법입니다. 돌봄노동자가 해고 걱정 없이 일할 수 있게 하자는 법입니다. 국회는 알고 있습니다. 이 법이 왜 필요한지. 그런데도 법사위에서 1년 넘게 계류 중입니다. 그 사이에 돌봄노동자는 해고되고, 시민의 돌봄은 불안해지고, 공공돌봄은 무너졌습니다. 국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분명히 요구합니다. 사회서비스원법 즉각 통과하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재건하라! 해고된 돌봄노동자 전원 복직하라! 이 싸움은 해고된 노동자 몇 명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돌봄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싸움입니다. 저는 해고된 돌봄노동자로서, 그리고 공공돌봄을 지켜온 노동자로서 끝까지 이 자리에 서겠습니다. 국회가 응답할 때까지, 사회서비스원법이 통과될 때까지, 공공돌봄이 다시 세워질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동지 여러분, 함께 외쳐주십시오. 사회서비스원법 즉각 통과하라! 공공돌봄 파괴 중단하라! 돌봄은 권리다! 국가는 책임져라! 투쟁! -
콜센터 AI, 상담사들 “서비스도 노동도 더 나빠졌다”1. 콜센터 AI, 상담사들 “서비스도 노동도 더 나빠졌다” 기업들이 공공·금융 콜센터에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빠르게 도입하는 가운데, 현장 상담사 10명 중 8명이 “AI가 고객 서비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한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공공운수노조와 사회공공연구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12월 23일 국회에서 ‘공공·금융 콜센터 AI 도입 실태와 문제점’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콜봇·챗봇·STT(음성텍스트변환)·AI 자동평가(QA) 등 기술이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김정훈 코넬대 박사과정 연구자는 공공·금융 콜센터 7곳, 상담사 382명의 응답을 토대로 “AI 도입 이후 상담 품질이나 업무 속도가 좋아졌다고 느낀 노동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AI 콜봇과 보이스봇이 고객 서비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70~80%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자는 “전체를 자동화하는 AI는 부정적 평가가 압도적이었고, 상담을 보조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긍정 평가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은 날카로웠다. 철도고객센터에서 일하는 조지현 철도노조 지부장은 “단순 업무는 AI가 처리하고, 우리는 복잡하고 책임이 큰 콜을 받는다”며 “통화 수는 줄었지만 통화 시간은 늘어났고, AI 오류로 화가 난 고객을 상대해야 하므로 감정노동과 스트레스가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 안전과 직결된 상담까지 AI로 검증 없이 도입하려는 현실을 두고 “이건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서비스의 기준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상황에 대해서 김현주 든든한콜센터지부 지부장은 “AI가 콜의 60% 이상을 가져가면서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결국 대규모 해고 통지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AI 도입 이후 노동자에 대한 어떤 보호나 책임 구조도 없었다”며, 노조가 없는 민간 콜센터에서는 “피해가 드러나기도 전에 해고가 진행된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AI가 중립적 기술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김하늬 디지털정의네트워크 운영위원은 “AI는 노동을 보호할 수도, 탄압할 수도 있는 도구”라며 “지금의 도입 방식은 고용 불안과 노동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AI 도입이 ‘혁신’이 아니라 비용 절감과 인력 축소를 위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AI 도입 전 사전 협의와 영향평가 ▲감시·통제 목적 AI 제한 ▲AI 오류 책임 주체 명확화 ▲원청 책임 강화와 직접고용 확대를 요구하며, “AI기술이 노조법 개정 회피와 해고, 차별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참고 기사> https://kptu.net/board/detail.aspx?mid=BCB52DDC&idx=54542&bid=KPTU_NEW01 2. 덕성여대 1천4백 명, 청소노동자 인력감축 반대에 서명으로 연대 서울의 덕성여대 학생들이 청소노동자들 인원 감축에 맞선 투쟁에 실태조사와 연대 서명 등으로 연대하고 있다. 노조가 덕성여대 구성원을 대상으로 벌인 인원 감축 반대 서명운동에는 불과 2주 만에 재학생 4분의 1 정도가 참여했다. 덕성여대 측은 지난 4년간 51명의 청소노동자를 44명으로 줄였고 올해도 3명이 정년퇴직하는데 신규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청소노동자들은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높은 노동강도를 감당하지 못해 투쟁에 나섰다. 12월 9일부터는 덕성여대 대학구성원을 대상으로 학교 당국의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청소노동자 인원 감축 반대 덕성여대 대학구성원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서명에는 불과 3일 만에 800여 명이 참여했고, 12월 24일 기준으로는 1,410명이 서명했다. 그중 416명은 ‘학교 당국과 청소노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상세히 적었다. “비싼 학비 내고 더러운 학교 보고싶지 않다”, “최근에야 인원 감축이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제 무지함에 죄송하다”, “고생하는 것을 알기에 더 대우해드려야 마땅하고, 인원 감축으로 업무강도가 높아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청소노동자들 없으면 학교 안돌아갑니다”, “청소노동자 인원 감축 반대합니다.” 대중적 연대의 배경에는 2024년부터 노학(노동자·학생)연대 기획단 ‘손잡이’의 제안을 시작으로 교지편집위원회 ‘근맥’, 퀴어네트워크 ‘이오’ 구성원들이 실태조사를 하며 청소노동자들과 연대해온 활동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한비씨는 “이번 연대가 ‘학생들의 놀랍고 감동적인 연대’ 같은 단순한 미담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학교가 구조적으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 예를 들어 청소노동자의 노동 강도와 인원 감축이 공식적인 의제로 다뤄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우리 일하는 거 빗자루나 알지’라며 자조해왔지만, 이렇게 많은 학생이 우리를 ‘보고’ 있었음을 새삼 알게 됐다”면서 “써준 글들을 읽으며 참으로 큰 용기를 얻었다”며 감사 인사 대자보를 학교 곳곳에 붙였다. <참고 기사>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270800031#ENT https://union.campaignus.me/17/?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168981422&t=board 3. “12일 연속 근무, 4시간 수면”…과로에 방치된 간병노동자들 간병노동자들이 평균 12일 연속으로 근무하고 하루 수면 시간은 약 4시간에 그치는 등 과도한 노동 강도에 놓여 있다는 실태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이들 다수는 임금과 노동시간, 휴게시간 등 기본적인 노동조건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자원연구원은 22일 ‘간병노동자 건강실태결과 및 처우개선 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3주간 서울대병원·경북대병원·대구동산병원·충북대병원·강원대병원에서 근무하는 간병인 27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2.6%가 24시간 종일제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 24시간 격일제가 46.3%로 많았다. 24시간 종일제 근무 중인 응답자 중 유효응답자 216명 자료를 바탕으로 야간 취침시간을 살펴본 결과, 전체 평균은 4.38시간으로 야간 취침 부족이 심각했다. 연속근무일수는 11.64일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97.8%(263명)은 여성이고 평균 연령은 65.15살로 집계됐다. 고령의 여성 간병노동자가 환자 곁을 떠나지 못한 채 하루 내내 숙식까지 함께하며 사실상 휴일 없이 근무를 이어가는 구조다. 간병노동자들의 급여형태는 ‘일당제’가 87.4%로 가장 많았고, 월평균 급여는 평균 175.56만원이었다. 간병노동자들은 성희롱, 비인격적 대우에도 노출돼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46.4%가 성희롱 및 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언어, 신체접촉 등 성희롱, 성폭력 주 가해자는 ‘환자’(76.6%)가 가장 많았으며 ‘보호자’(16.8%)가 뒤를 이었다. <참조 기사> https://www.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3250 4. 미 NSA 트랜스젠더 노동자, 트럼프 행정부 상대 괴롭힘 소송 제기 ― “조직적 차별과 침묵 강요 있었다” 주장 미국 국가안보국(NSA)에서 근무 중인 트랜스여성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연방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직원은 상급자가 동료들에게 자신을 고립시키고 괴롭히도록 지시했으며, 이는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조직적 차별이었다고 설명했다. 소장에 따르면, 원고는 직장 내에서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반복적인 적대적 언행과 업무 배제, 모욕적인 발언에 노출됐으며, 문제를 제기한 이후에도 기관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정을 위해 내부 제보까지 직접 시행했으나 오히려 내부 고발 이후 근무 환경은 더욱 악화됐고, 이는 연방 차별금지법과 공무원 보호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라는 것이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행정부 시기 연방기관 내에서 성소수자, 특히 트랜스젠더 공무원들이 겪은 차별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군과 공공부문 전반에서 트랜스젠더 권리를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분위기가 현장에서의 차별과 괴롭힘을 사실상 구조적으로 조장했다고 지적해 왔다. 원고 측은 “공공기관이 내부 구성원의 존엄과 안전조차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손해배상과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번 소송의 향방은 연방 공공부문 내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법적 책임 범위를 가늠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 기사> https://www.lgbtqnation.com/2025/12/trans-nsa-employee-sues-for-ordering-her-coworkers-to-harass-her/?utm_source=chatgpt.com 5. 육아휴직 사용률, 여성이 남성의 2배 … 정부 ‘2025 여성경제활동백서’ 발표 지난해 육아휴직 급여 수급자 중 여성은 9만706명으로 여전히 남성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이용률은 남성과 여성 모두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성평등가족부와 고용노동부는 28일 여성의 경제활동 현황을 정리한 ‘2025 여성 경제활동백서’를 발표했다. 백서 내용을 살펴보면, 여성 고용률은 지난해 54.7%로 전년(54.1%)보다 0.6%포인트 증가했고 남성 고용률(70.9%)보다 16.2%포인트 낮았다. 남녀 임금 격차도 여전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더한 전체 여성 노동자의 월 임금 총액은 지난해 285만1천원으로 10년 전보다 92만6천원 올랐다. 같은 기간 남성은 118만원 올라 439만8천원이다. 같은 시간 일을 해도 여성이 남성보다 70.9%만 받는 셈이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236833.html 6. 민주노총, 성폭력과 2차 가해 사과·반성없는 노동자연대에 연대 중단 재차 발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2월 19일 성명을 통해 성폭력 피해와 2차 가해 문제에 대해 사과와 반성이 없는 노동자연대의 최근 행보를 비판하고 기존 연대사업 중단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지난 “2020년 5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노동자연대와의 연대사업 중단을 결정”한 것은 “노동운동과 성폭력 반대운동은 분리될 수 없다”는 원칙적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노동자연대는 피해자에 대한 반성과 사과, 성찰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최근 민주노총 회의에서 노동자연대 회원이라는 이유로 차별한다고 왜곡했고, 여론을 호도하는 연서명을 진행했다”고 비판하며, “민주노총 토론회 자리에서 진행자의 제지를 거부하고 2차 가해를 계속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 2차 가해 중단이 없다면 연대 중단 결정을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18일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연대 파기 단체의 회원이라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명확히 하고, 다만 성폭력 사건이나 2차 가해와 관련된 경우, 추가적 조치와 판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민주노총은 “노동자연대가 지금이라도 성폭력 2차 가해를 즉각 중단하고 피해자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하며 반성폭력 활동과 피해자와의 연대를 약속했다. <참고 기사> https://nodong.org/statement/7915953 7. 국제 사회, 이란에 ‘사흘라 타바리’ 처형 중단 촉구 ― 여성 인권 탄압과 사형 남용 논란 확산 유엔 인권 전문가들과 전 세계 여성 인권 활동가들이 이란 정부에 사흘라 타바리(Sahleh Tabari)에 대한 사형 집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67세의 타바리가 반정부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이후, 국제 활동가들은 해당 재판이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며 이란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유엔 측의 인권 관련 담당관들과 국제 여성 인권 활동가 400여 명은 공동 성명을 통해 타바리 사건이 표현의 자유와 여성 인권을 억압하는 이란 사법 체계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타바리는 여성 인권과 저항을 상징하는 문구(여성, 저항, 자유라는 문구가 새겨진 슬로건)를 소지했다는 이유로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는 혐의를 받았으며, 변호권 제한과 불충분한 증거 등 중대한 절차적 문제가 제기돼 왔다. 특히 고령의 여성 정치범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은 여성에 대한 국가 폭력의 한 형태라는 비판이 잇따르기도 했다. 타바리 사형 선고를 규탄하는 목소리는 여성 인권 탄압과 사형 제도 남용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권단체들은 처형 중단뿐 아니라, 타바리의 석방과 함께 여성 억압적인 사법 체계 전반에 대한 국제적 감시와 압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참고 기사> https://www.ohchr.org/en/press-releases/2025/12/un-experts-urge-iran-halt-execution-67-year-old-iranian-woman?utm_source=chatgpt.com -
끝도 없는 쿠팡의 범죄경영, 김범석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쿠팡을 국유화하라사진: 연합뉴스 2025년 11월 말, 연 매출 40조 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에서 사상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배송지, 주문기록 등 고객정보 3,370만 건이 유출되었으나 쿠팡은 몇 달이 지나도록 유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빗발치는 분노에도, 쿠팡 이사회 의장 김범석은 ‘전 세계 170여 국가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비즈니스 일정 때문에 청문회 출석이 어렵다’며 국회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고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오만하기 그지없는 행보다. 이번만이 아니다. 김범석은 2015년 ‘농구하다 다쳤다’며 국회 출석을 거부한 이래 단 한 번도 국회에 출석한 적이 없다. 그토록 많은 사건·사고와 범죄에도 김범석은 미국 국적을 방패로 법적 책임을 피해 왔고, ‘쿠팡은 미국 상장기업’이며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자신과 무관하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노동자 사망, 물류센터 화재, 노조파괴 공작, 입점업체에 대한 갑질 등 숱한 문제에 사과는커녕 직접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범죄집단 쿠팡의 추악한 실체 개인정보 유출은 시작이었을 뿐 더 충격적인 내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쿠팡 내부 문건과 메신저 자료에 따르면, 김범석 의장은 고 장덕준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사고에 “시간제 노동자가 왜 일을 열심히 했겠냐”,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을 남기지 말라”고 직접 지시했고, 관련 CCTV 8대를 본사로 옮기는 등 조직적 은폐공작을 벌였다. 쿠팡이 ‘중대재해 대응 매뉴얼’까지 만들어 체계적으로 사고를 은폐한 정황도 확인됐다. 대외비 매뉴얼은 중대재해 발생 시 △“가족 구성원 중 우호적 소통 채널을 확보”하고 △피해자 가족에게 CCTV, 블랙박스 등 영상물 공유를 금지하며 △장례식장에 대응팀을 보내 외부 정보를 차단하고 △언론과 노조 동향을 파악하며 △고용노동부 작업중지 명령을 방지하는 등 대응지침을 상세히 담고 있었다. 실제로 쿠팡은 새벽배송을 하다 숨진 고 정슬기 노동자 유가족에 대해, 또한 2024년 7월 뇌출혈로 숨진 새벽배송 노동자에게 합의금을 제시하며 산재신청 포기를 유도했다. 내부고발에 따르면 쿠팡은 기자들에게 유족 연락처를 제공하며 기사화를 막는 데 유족을 동원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쿠팡의 구체적 노조탄압 전략 역시 드러났다. 언론에 따르면, 쿠팡이 2015년 작성한 극비 내부보고서 ‘헤르메스(Hermes)’에는 ‘쿠팡맨들의 노조 결성 가능성이 높아지고, 사업 확대로 CEO가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이 커진다’는 분석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노조 결성 인원을 최소화’하고 ‘CEO가 책임질 사업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대책으로 회사 분할을 제시했다. 배송부문을 쪼개 노조 결성을 봉쇄하고, 김범석의 법적 책임범위를 축소해 형사처벌을 피하자는 계획이다. 이후 실제로 쿠팡은 물류배송 부문을 별도 자회사로 분할해 운영했다. 2024년 초 폭로된 쿠팡 블랙리스트 사건, 즉 ‘PNG 리스트’(Persona Non Grata, 기피인물)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쿠팡 풀필먼트서비스가 작성한 이 블랙리스트에는 퇴직자 및 노동운동가 등 16,450명 신상이 빼곡히 기록돼 있었다. 밝혀진 쿠팡 노동자의 죽음만 2020년 이후 29건이다. 올해만 물류센터 노동자 4명, 택배노동자 4명이 사망했다. 노동자들이 그토록 죽어나가도, 쿠팡은 재발방지 조치는커녕 막대한 금액으로 정관계 인사들을 줄줄이 영입하고 기밀 매뉴얼까지 제작하며 은폐와 책임회피에 골몰해왔다. 심지어 노동자가 사망하자 계약당사자를 ‘쿠팡’에서 ‘쿠팡 풀필먼트서비스’로 변경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쯤이면, 쿠팡은 과장을 보탤 필요도 없이 사회 위에 군림하는 조직적 범죄집단이다. 쿠팡, 국가권력을 주무르는 거대자본 하늘을 찌르는 쿠팡의 오만함에는 이유가 있다. 단지 정보유출 사고 이후에도 대중이 쿠팡을 계속 이용하기 때문이 아니다. 쿠팡은 대통령실 행정관, 국회의원 보좌관, 경찰,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주요 언론사 인사를 대거 영입해 ‘사회공헌팀’이라는 이름의 100명 규모 비밀 대관업무팀을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언론에 따르면 쿠팡이 운영하는 대관, 곧 로비 조직 규모는 동종업계보다 10배나 많다.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2025년 9월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쿠팡 대표이사와 만났고 70여만 원에 달하는 식사비 역시 쿠팡이 계산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는 물류센터 노동자와 택배노동자 과로사, 쿠팡과 쿠팡이츠 수수료 과다, 납치광고 등 문제로 다수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쿠팡 증인 채택이 검토되던 시기였다. 또한 쿠팡 퇴직금 수사 불기소 외압 사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시기였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와 쿠팡 대표이사의 면담에서 드러나듯, 쿠팡이 공들여 대거 영입한 정관계, 법조계 인사들이 김범석과 쿠팡의 충실한 방패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전방위적 로비가 한국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쿠팡은 미국에서 트럼프 최측근 인사를 비롯해 총 23명을 로비스트로 고용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뉴욕증시에 상장한 2021년부터 최근까지 5년간 1,075만 달러를 로비에 사용했다. 로비 대상은 연방 상·하원뿐 아니라 미 상무부, 국무부, 농무부, 재무부, 무역대표부(USTR),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까지 광범위했다. 5년간 1,075만 달러가 작아 보일 수 있으나, 쿠팡은 매년 로비비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쿠팡보다 훨씬 큰 한국 대자본과 비교해도 쿠팡의 로비 확대 추이는 명확하다. 2024년 기준 주요 자본이 미국에서 지출한 로비비는 삼성 862만 달러, SK 708만 달러, 한화 605만 달러, 현대차 478만 달러, 그다음이 쿠팡으로 331만 달러다. 12월 18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미 FTA공동위원회’ 회의를 전격 취소했다. 회의 취소 배경으로 국회가 추진 중인 디지털 규제법안에 더해, 최근 진행되는 쿠팡 대상 조사와 압박이 꼽힌다. 이렇듯 한미 국가권력을 등에 업은 쿠팡과 김범석은, 국회청문회에 쿠팡 한국법인 대표이사랍시고 ‘해롤드 로저스’라는 월급사장을 내보냈고, 그는 동문서답을 거듭하며 국회를 조롱했다. 쿠팡 국회청문회 출석 항의행동 사진: 쿠팡노동자의건강한노동과인권을위한대책위원회 범죄자본 쿠팡을 노동자와 사회의 통제 아래 놓기 위한 싸움에 나서자 최근 쿠팡 사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내듯, 대자본은 착취와 수탈로 축적한 이윤을 통해 권력을 사들이며 사회 위에 군림한다. 쿠팡이 벌여온 범죄경영을 단죄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당면 조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쿠팡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위한 연대투쟁 확대와 쿠팡 모든 현장에 굳건히 뿌리박은 노동조합의 건설이다. 모든 쿠팡 노동현장에 노동조합을 굳건히 세우고, 쿠팡이 노조파괴 공작과 함께 해태해 온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연대를 확대하자. △물류센터 △쿠팡친구 △쿠팡이츠 △쿠팡퀵플렉스 등 모든 쿠팡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과 4대보험 적용, 노동조합 결성권 등 노동권 보장을 위한 싸움을 확대하자. 이와 함께 ‘헤르메스’ 문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은 쿠팡의 노조파괴 행위, 여전히 지속되는 단체협약 체결 해태와 노동조합 고사 유도 행위 등을 엄벌해야 한다. 둘째, 쿠팡의 주요 경영행위에 대한 노동조합과 사회의 통제다. 쿠팡이 만든 중대재해 은폐 매뉴얼이 드러내듯 쿠팡은 산업재해 피해자들과 산재사망 유족에게 ‘언론과 노조 접촉 시 민형사상’ 책임을 언급하며 재해를 숨겨왔고, CCTV를 비롯한 관련 정보까지 ‘영업비밀’이라는 명분으로 숨겨왔다. 무수한 배달노동자를 죽고 다치게 한 쿠팡의 배차 알고리즘 역시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한다. 이렇듯 대자본은 노동자의 생사에 관련된 정보마저도 철저히 숨기며 피 묻은 이윤을 축적한다. 쿠팡과 같은 범죄경영의 재발을 막는 방법은 쿠팡의 주요 경영정보를 노동자 민중 앞에 공개하고, 대중적 감시 아래 놓는 것이다. 노동권 보호, 산업재해 방지, 개인정보 관리 등 실태를 노동자 민중 앞에 드러내는 것이 대자본 통제의 첫걸음이다. 셋째, 노조파괴와 산재은폐 주범 김범석 의장을 비롯한 쿠팡 주요 경영진과 쿠팡 로비 관련자들의 구속처벌이다. 김범석이 주도한 범죄경영은 물론, 국가권력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벌어진 쿠팡의 로비를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징벌해야 한다. 우선 민주당 원내대표 김병기를 비롯해 쿠팡과 접촉한 인사들을 철저히 조사해 쿠팡과 나눈 밀담을 모조리 공개하고, 노동자 사망과 노조파괴, 개인정보 유출, 불법 로비에 연루된 모든 사람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넷째, 이런 투쟁을 통해 결국 쟁취해야 할 목표는 김범석을 비롯한 범죄자본가들의 경영권 박탈과 기업의 국유화다. 자본가들이 아무리 큰 범죄를 저질러도, 국가권력의 비호 속에 벌금 몇 푼 내고 계속 기업을 경영할 수 있는 현실 자체가 자본가들의 범죄경영을 부추긴다. 김범석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쿠팡을 국유화해 노동자 민중이 운영한다면, 쿠팡은 사회를 수탈하는 자본가의 도구가 아니라 사회의 발전을 위한 이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 쿠팡의 범죄경영은 몇몇 자본가의 일탈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필연적 결과다. 모든 쿠팡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건설해 쿠팡 자본에 맞설 힘을 결집하고, 노동·시민·사회단체의 광범한 연대로 쿠팡이 은폐한 숱한 범죄를, 쿠팡이 영업비밀이라는 방패로 숨긴 진실을 대중 앞에 드러내야 한다. 그렇게 쌓인 힘으로 범죄자본가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쿠팡을 국유화해 노동자 민중의 통제 아래 두는 것, 바로 그것이 자본의 범죄를 뿌리 뽑는 유일한 방법이다. 쿠팡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자. 쿠팡을 노동자 민중의 통제 아래 두기 위한 싸움을 확대하자. 사진: 쿠팡노동자의건강한노동과인권을위한대책위원회 -
지노위, 기아차 청소노동자 부당징계 기각, 부당해고만 인정1. 지노위, 기아차 청소노동자 부당징계 기각, 부당해고만 인정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기아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 5명(김경숙, 오명숙, 이삭, 박경희, 김욱조)에 대한 부당한 해고·전직·징계 및 부당노동행위 사건을 일부만을 인정했다. 김경숙 노동자 부당해고는 인정했으나 나머지 부당전직(2명)·부당징계(4명)와 부당노동행위를 모두 기각했다. 기아차연대모임은 입장을 내고 기아차 원청의 비정규직 탄압을 두둔한 이번 판결을 규탄했다. 기아차 화성공장 청소노동자들이 피케팅과 선전전을 시작한 이유는 하청 보광산업이 노사협의와 단체협약을 어기고 원청이 하던 산업폐기물 처리 등 부당한 업무지시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노위는 선전전 등에 대해 사측이 무단이탈, 회사 명예훼손 및 고객사 신뢰훼손, 무단시위 주도 등이라며 출근정지 20일~60일의 징계가 정당하다고 사측 손을 들어주었다. 또한 사측이 조합원이 노조 대의원에게 조합원 입장을 대변하라 요구한 일을 직장내 괴롭힘으로 규정하여 이들의 실내근무지를 실외로 옮기게 한 인사조치도 부당성이 없다고 보았다. 기아차연대모임은 이러한 지노위의 편파적 판결을 “비정규직 탄압에 대한 동조”라고 일갈했다. 투쟁하는 청소노동자들은 현장의 성적 괴롭힘 피해와 원하청 사측의 강도 높은 탄압, 그리고 노동조합 지회의 외면에도 원하청 노동자 단결을 강조하며 연대모임을 구성해 투쟁해왔다. 연대모임은 지노위의 편파적 판결에 굴하지 않고 비정규직 탄압을 지휘한 원청 기아차를 상대로 집중 투쟁을 벌일 전망이다. <참고> https://x.com/i/status/2002277990525186125 2. 미 도서관 사서들, 성소수자 도서 금지에 맞서 조직적 저항 미국 전역의 공공·학교 도서관에서 성소수자(LGBTQ+) 관련 도서를 퇴출하려는 움직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도서관 사서 노동자들이 이를 ‘조작된 위기(manufactured crisis)’로 규정하며 조직적인 저항에 나서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여러 주에서 보수 성향 단체와 정치인들이 성소수자에 관한 책들을 “아동에게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열람 제한 또는 완전 철거를 요구하면서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특히 해당 제한 요구는 청소년용 LGBTQ+ 소설,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경험을 다룬 논픽션, 성소수자 역사 도서들을 주요 철거 대상으로 상정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사서들은 이러한 요구가 실제 이용자 민원보다는 정치적 압력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수의 민원 제기가 곧바로 도서 검열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와 같은 성소수자 도서의 전면 검열에 반발한 사서 노동자들은 공청회 발언, 법적 대응, 연대 활동을 통해 성별/성적 정체성 표현의 자유와 생존권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저항은 사서 노동자 개개인에 대한 탄압으로 다시 이어졌다. 일부 사서 노동자들은 (연대 활동 이후) 협박, 직무 압박, 해고 위협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럼에도 사서 노동자들은 “도서관은 특정 혐오를 보호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삶과 지식을 접할 권리를 보장하는 공공기관”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도서관협회(ALA) 역시 책 금지가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고 경고했다. <참조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us-news/2025/dec/15/us-librarianbook-bans-lgbtq-rights 3. 동물단체 카라, 출산 축하한다면서 만삭 노동자에게 재징계 통보 동물학대와 노조탄압으로 논란 중인 동물보호단체 카라(전진경 대표)가 이번에는 출산휴가를 간 만삭의 산모에게 출산 축하인사로 시작하는 재징계 통보를 보내 공분이 일고 있다.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서울본부 동물권행동 카라지회는 이를 규탄하며 대표 사퇴 촉구 서명운동과 집회를 벌였다. 카라 측은 출산예정일이 1월인 여성노동자에게 1년 6개월 전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징계 판정을 내린 사안을 재징계하겠다며 공문을 보냈다. 여성노동자는 태아가 자라지 않아 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병원의 권고를 받아 연차를 쓴 후 출산휴가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런 그는 사측이 “출산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산모와 아이 모두의 건강을 기원”한다며 보낸 징계처분 공문을 받고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노조는 이를 전진경 대표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인정하지 않는 미성숙한 태도이며, 굳이 출산 예정일에 맞춰 활동가에게 재징계 처분 공문을 보낸 것은 시민단체의 대표로서, 또한 한 인간으로서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은 비상식적이고 비인간적인 태도”라고 규탄했다. 아울러 “동물들을 탈취하고, 후원금으로 마련한 단체의 건물을 팔아치우려는 것도 모자라, 출산을 앞둔 여성 활동가가 또 부당징계를 받는 상황까지 봐야만 하는가”라며 전진경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15일에는 노조와 ‘카라의 동물권 및 시민 주권 회복을 위한 시민행동’이 함께 서울 더불어숨센터 앞에서 네 번째 시민집회를 개최하고 도를 넘은 전진경 대표의 폭주를 규탄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도 성명을 내 “출산을 앞둔 여성에게 공포를 안기고, 동물권 단체의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한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며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카라 노동자들은 시민행동 주관으로 대표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펴고 있다. (연서명 링크)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ePRQyY3B5sHQsVelg3X0wSbaY7nCv9wRcCj2p8C2H1MQwoyw/viewform <참고 자료> https://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8473 https://weekly.khan.co.kr/article/202512191503001 4. 양육비 못 받은 90%는 여성 한부모 가정 정부의 ‘양육비 선지급’이 결정된 가구 10곳 가운데 8~9곳 가량은 여성 한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이혼 등으로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비양육자)가 자녀 양육자에게 돈을 주지 않고 버티는 경우, 국가가 양육비 일부를 한부모 가구에 우선 지급하고 나중에 채무자인 비양육자에게 돌려받는 제도다. 올해 7월부터 선지급이 처음 시행돼 6개월째를 맞았다. 양육비 선지급제 도입 이후 3868가구에게 54억원 가량의 양육비가 지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양육비 선지급금을 받은 양육비 채권자 10명 중 9명은 여성이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양육비 채무자에게 선지급금 회수 절차에 들어간다. <참조 기사>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160729001 5. 성평등가족부, 7개 정책에 ‘성평등 관점 반영’ 개선 권고 성평등가족부는 2024년 실시한 특정성별영향평가 결과를 토대로 관계 부처에 개선을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에 개선 권고가 내려진 정책은 ▲청년일경험 지원사업 ▲분만취약지 지원사업 ▲범죄예방 및 대응역량 강화 ▲중대재해 감축정책 ▲외국인 사회통합정책 ▲과학기술인재 육성 ▲소상공인 지원 등 7개 사업이다. 특정성별영향평가는 성평등 실현을 위해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정책과 사업을 심층 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해당 기관에 개선을 권고하는 제도로 성별영향평가법에 근거해 운영하고 있다. 개선 권고를 받은 기관은 30일 이내에 개선 계획을 수립해 성평등부에 제출해야 하며 법령 개정과 제도 개선 등 필요한 사항을 이행해야 한다. 주요 권고 내용을 보면, 성평등부는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한 중대재해 감축 정책을 위해 여성 다수 업종의 유해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보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권고했고, 이에 고용노동부는 여성 다수 업종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연구를 지속하면서 사업장에 개정된 기술지원규정을 배포하기로 했다. 모든 지역의 임신·출산 의료 접근성 보장을 위해 산부인과 의료기관 운영을 지원하는 보건복지부의 ‘분만취약지 지원사업’에 대해서도 성평등부는 취약지역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권고했고, 보건복지부는 분만 이송 체계를 강화하고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참조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236036.html 6. 미 하원, 트랜스젠더 청소년 성전환 치료 처벌 법안 통과 미국 하원은 12월 중순, 트랜스젠더 청소년에게 성별 확정 치료를 제공하는 의료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청소년에게 호르몬 치료나 관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 의료진을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일부 조항은 연방 공공의료보험(Medicaid)을 통한 비용 지원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법안을 주도한 공화당 의원들은 이를 ‘아동 보호’ 조치라고 설명하며, 청소년이 되돌릴 수 없는 의료 결정을 내리는 것을 국가가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의료·인권 단체들은 이 법안이 과학적 근거를 무시한 정치적 입법이며, 트랜스젠더 청소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소아과학회(AAP)와 주요 의료 단체들은 성별확정 치료가 엄격한 진단과 보호자 동의, 전문의 판단을 거쳐 이루어지는 의료 행위라고 강조해 왔다. 이들은 법안이 의료 현장에 형사 책임의 공포를 도입함으로써, 필요한 치료 자체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권단체들은 이번 하원 통과를 트랜스젠더 권리에 대한 제도적 후퇴로 평가하며, 특히 이미 높은 우울증·자살 위험에 노출된 트랜스 청소년들에게 치명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은 향후 상원 심의와 행정부 대응을 남겨두고 있지만, 미국 내 성소수자 권리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이 한층 더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참고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us-news/2025/dec/17/house-bills-ban-gender-affirming-care-children -
[기고] ‘노조조끼 벗으라’던 롯데백화점의 사과를 이끌어내기까지: 물 들어올 때 노 젓기(바이럴 편)2025년 12월 10일, 나는 여러 동지들과 함께 잠실 쿠팡 본사에서 쿠팡물류센터지회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여했다. 쿠팡이 이 기후위기 시대에서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에어컨을 설치해달라 하고 세간의 관심이 쏠리니 온도계에 냉방장치를 쐬는 기이함을 보여주어 마치 노동자가 아무리 죽더라도 에어컨을 쐴 일은 절대 없다는 듯이 행동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에어컨을 구매를 할 테니 설치만 하게 해달라고 했는데도 절대 달아주지 않던 악덕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용자 3천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자 해고당한 노동조합원들이 김범석이 책임지라고 찾아갔는데 경찰을 불러 폭력적으로 연행해가는 만행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쿠팡은 단체협약을 체결하라! 집회를 마치고 식사를 하기 위해 동지들과 인근 잠실 롯데백화점으로 향했다. 먼저 입장한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이김춘택 동지와 여러 동지들을 따라서, 이수기업 몸자보를 입은 연대시민들과 나, 금속노조 조끼를 입은 조합원이 함께 입장하던 중, 안전요원에 의해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바로 저지를 당했다. 몸자보를 벗지 않으면 규정상 출입할 수 없다는 말에 먼저 간 다른 일행을 따라가야 하는 상황에서 짐을 들어 손을 도우는 등 동지가 몸자보를 탈의하는 과정을 후미에 함께 있던 동지들과 묵묵히 도왔다. 그 과정은 굉장히 수치스럽고, 모멸적이었다. 납득하기 어려웠고 분노스러웠다. 그래서 동지가 탈의한 이수기업 몸자보에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왜 우리가 현대차가 저지른 만행을 폭로하며, 이수기업에 대한 정당한 고용승계를 이행하라는 요구가 담긴 몸자보를 벗어야 하는가? 우리는 무전을 하는 안전요원을 뒤로하고 식당에 도착했다. 그런데 곧 직원 두 명이 나와 이김춘택 동지에게 “조끼 벗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때 무언가 다르기를 바랬던 것 같다. 방금 전의 기억으로 긴장감에 휩싸인 채 이김춘택 동지에게로 시선이 꽂혀 있었다. 마치 탈의된 몸자보를 지켜봤을 때와 유사한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뚝 서계시던 이김춘택 동지가 “방금 몸자보를 벗으라고 해서 벗었는데 왜 조끼까지 벗어야 하죠? 내가 왜 그래야 하죠? 한 번 잘 생각해보세요.” 라고 하며 유유히 빠져나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렇게 일단락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은 적중했다. 안전요원은 끈질기게 이김춘택 동지와 채소 동지가 앉은 테이블 앞에서 조끼를 벗어야된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안전요원이 내뱉는 ‘노조조끼를 벗어야 될 이유들’은 납득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이 불편해한다’, ‘공공장소라서 안된다’, ‘사유지라서 안된다’ 이김춘택 동지는 “결국 그게 백화점이 정한 규정이라는 건데, 그 규정이 노동자를 혐오하고 있다. 잘 생각해보라.”라고 대응했고, 안전요원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리를 떴다. 그러는 동안 같이 있던 세명의 동지들은 시간이 급해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고, 한참의 실랑이 끝에 남겨진 우리는 그제서야 겨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사건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였으며, 어떤 효과를 냈는가?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며 촬영한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신경을 안 쓰고 있다가, 몇 시간이 지난 후에 확인하니 리트윗 수가 폭발적이었다. 조회수가 5일 후인 현재는 562만회인데, 당시에도 상당했다. 인용 리트윗을 들어가보니, ‘금속노조’라는 키워드가 눈에 들어왔다. 당시 트위터를 하며 광장에 나왔던 시민들은 금속노조에 대한 좋은 인식을 갖고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혼자 광장에 나오면 위험할 수 있으니 금속노조 깃발 아래로 가거나 민변 옆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팁’이라 소개됐고, 전장연 선전전에서는 거통고 조합원 동지가 서교공을 타박해 꼼짝 못하게 혼을 내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것이 통쾌해서 출근길에 몇 번이나 돌려봤었다. 그 외에도 “우리가 노동조합에 빚을 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많은 공감을 얻으며 리트윗이 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 영상을 통해 분노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 찜찜하게 느껴졌다. 영상이 대중의 분노를 일으킨 것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안전요원의 대응은 결국 롯데백화점이 만든 ‘규정’대로 한 것일 뿐이지 않나? 그렇다면 그 규정을 만든 롯데백화점의 잘못인데, 마치 그 규정에 따라 대응한 노동자(안전요원)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정당하지 않게 느껴졌다. 지체 없이 원청 자본인 롯데백화점을 비판하면서 노동자는 하나임을 강조하고, “자본은 노동자 혐오를 돈으로 사고 있다”는 댓글을 달았다. 만일 올렸던 글이 쉽게 소비되는 유머성 글이었다면 아마 댓글까지 확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댓글이 몇 개 달려있으면 확인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었다. 댓글을 붙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난만 가득하던 인용글에 원청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는 노동자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글이 생겼다. 물론 트위터는 140자만 허용하기 때문에 그것으로 작성자의 생각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새로운 방향이 생겼다는 것에 만족스러웠다. 또 얼마 후에는 “둘은 똑같은 노동자”라는 인용도 생겼다. 물론 완벽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롯데백화점이 별로니 현대백화점으로 가야겠다”는 인용에는 당황하기도 했다. 댓글로도 언급했듯이, 나는 노동자 간의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폭력적인 현대차 자본이 정말 싫기 때문이다. 다음날 오전, 미숙 동지의 전화를 받고 깼다. MBC라디오 그리고 JTBC, 오마이뉴스의 기자가 이수기업으로 연락을 한 모양이다. 프로필에 이수기업으로 도배를 해놨으니 그럴만도 하다 생각하며 기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이김춘택 동지에게도 연결해드렸다. 일이 키워진다는 생각과 동시에 대중의 분노가 있었기 때문에 기자의 판단으로 충분히 기삿감이 되었을 것이고, 기자 뿐 아니라 트위터를 통해 바이럴이 되었으니 사건을 팔로우업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트위터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사건을 보는 사람들의 글을 리트윗해가면서 현재진행형인 사건에 시의성을 계속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투쟁은 기세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잘못한 게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롯데라는 자본을 겨냥하는 동지들의 여러 말들이 올라왔고, 백화점면세서비스노조에서도 성명이 올라왔다. 사건을 뚜렷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빠짐 없이 리트윗 해 타임라인을 채웠다. 관심을 갖는 한마디가 계속 들려오니 ‘함께 싸운다’는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혼자만의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풍성하게 느껴졌다. 노조 혐오에 대해 민주노총 지역본부들도 한마디씩 얹었다. 노동탄압 분쇄 투쟁띠 뿐만 아니라 노조혐오 분쇄 투쟁띠를 만들자’고 한다. 이건 솔직히 재밌어서 리트윗 했다. 파도 파도 롯데에 대한 괴담이 끊이질 않았다. 폭탄 테러 예고가 있었다는데, 그 땐 안전 매뉴얼 제공을 안했단다. 또, 룸메이드가 파업했을 때 로비에 최루탄을 터뜨려 진압했고, 당시 1,000명이 연행되었다고 한다. 롯데는 정말 ‘뿌리깊은 노조혐오 기업’이었다. 그날 오후, 기사들이 빠르게 올라왔다. 롯데백화점이 거제통영고성하청지회에 유선상으로 사과를 전했고, 롯데백화점 관계자가 직접 찾아가 만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또한 롯데백화점은 ‘그런 복장 규정은 없다’며 하청노동자인 안전요원을 쉽게 꼬리자르기했다. 또 한번 분노가 들끓었다. 하급자가 잘못한 건 상급자의 책임인 게 맞다. 그런데 롯데백화점씩이나 되는 대자본이(경영난이라고 해서 거대자본에서 한글자 뺐다.) 꼬리자르기를 한다는 사실이 정말 치졸했는데 심지어 그 노동자는 하청노동자였다. 그걸 보고 저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당시 안내요원이 실랑이를 할 때 느꼈던 건 전문적인 것 같지는 않다는 인상이 들었었는데, 왜 그랬는지 명확해졌다. 직고용이 아니었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매뉴얼에 대한 적절한 교육도 이뤄지지 못했던 것일 테다. 그렇다면 낮은 전문성에 대한 수치조차도 노동자의 몫이 되고있는 상황이 아닐까 싶었다. 이 모든건 ‘롯데백화점이 직접고용을 안해서 생기는 문제’라는 사실에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긴급 항의 행동 롯데백화점이 이수기업의 몸자보를 탈의하게 했고, 그에 사과를 안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슈가 되어야만 사과하는 롯데백화점, 정말 구리다’고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트위터 타임라인에서도 그에 분노하는 트윗을 보았고 동지들 사이에서도 이것은 부당하다는 인식이 불거졌다. 그 때,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 동지가 항의 행동을 제안했다. 내게는 홍보와 연대시민을 조직하는 것을 맡겼다. 바로 홍보 글을 올리고 동지들 한명한명에게 연락을 돌렸다. 피켓팅과 상징의식에 사용될 재료들을 준비했다. 쿠팡물류센터지회의 홍익표 동지가 앰프를 빌려주셔서 준비를 빠르게 마칠 수 있었다.(감사합니다 홍익표 동지!) 그렇게 준비를 하며 우리가 이 항의행동으로 무엇을 얻어야 할까를 생각하다, 책임자가 나오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원청에 따져야 할 것들이 많았다. 1. 공개적으로 사과하라. (유선상으로만 하는 사과는 드러나지 않는다. 공개 사과가 없다면, 사건은 쉽게 잊힌다. 이후 제대로 된 개선이 되지 않아 추가적인 항의 행동을 할 때 매체를 통해 ‘과민한 반응을 보인다’고 몰아가기 쉽다. 공개 사과를 해야 실질적으로 눈치를 보고 개선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2. 매뉴얼을 제대로 수정한다고 하는데, 그 개선방향을 명확히 공유하라. 3. 수정된 매뉴얼을 바탕으로 안전과 응대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하라. 4. 해당 안전요원 하청노동자 직원에 대해 징계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라. 롯데백화점 원청의 책임을 인정하라. 푸드코트에서 몸자보를 착용하고 음식물을 구매하는 계획에 더해, 원청의 책임을 물으러 책임자를 찾으러 가자는 계획을 추가했다. 그리고 항의행동을 하자는 제안은 정말 반가웠지만 그 이후가 잠잠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자본이 눈치가 얼마나 빠르겠는가. 이슈를 끌고가려면 무엇을 더 해야 좋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다. 지난번 카라노조가 투쟁하는 아름품에 갔을 때 “농성장은 일부러 서낭당처럼 꾸며야 한다. 그래야 자본가가 에그머니나..하고 기세에 눌린다.”라고 한 걸 들었었다. 그래서 ‘우리는 끝낼 생각이 없고 요구를 관철할 때까지 끝장을 볼거다’ 라는 인상을 줘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하는 건 아마 사람들의 끊이지 않는 관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가 저녁이었는데, 꽤나 이른 시간부터 노조조끼를 입은 동지의 인증샷이 올라왔고, 노조조끼를 입고 방문을 하고싶다며 실천을 제안하는 의견도 다수였다. 결정적으로 ‘노조조끼 입는 챌린지’를 하자는 한 동지의 의견이 있었다. 냉큼 그 동지에게 “챌린지 할까요?” 라고 인용을 보냈고, 흔쾌히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제안을 할 때 타임라인에 홍보가 같이 되도록 꼭 ‘인용 리트윗’을 했다. 또 챌린지에 꼭 필요한 것은 ‘해시태그’이다. 마침 트위터의 동지께서 ‘앞으로 롯데백화점 드레스코드는 노조조끼’라는 트윗을 쓰셨던 게 떠올랐다. 드레스코드라는 단어가 부르주아적이지 않나 싶은 고민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웃기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해시태그가 탄생했다. #드레스코드는_노조조끼 다음날 항의행동이 끝나면 바로 챌린지를 업로드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홍보글을 써서 임시트윗란에 넣어놓고 다음날 발언문을 작성하고 혹시 몰라 구호까지 작성하고 잠들었다. (누가 좌파가 게으르다고 하는가. 좌파만큼 부지런한 사람들을 난 본 적이 없다! 동지들을 보면 정말 어떻게 다 소화하는지 싶은 일정이 많다. 연대시민 동지들, 활동가 동지들, 안아프게 오래오래 봐요…) 다음날 오전 지상파에서 연락이 왔다. 저녁 뉴스로 나간다고 한다. 그때 즈음 올라온 기사가 70개는 되었던 것 같다. 롯데백화점이 언제 공개사과를 올릴지 궁금해졌다. 긴급 항의행동을 진행하며 책임자를 찾으러 갔다. 안전관리실을 찾아갔는데 몸자보를 탈의하라 할 때는 그렇게 빨리 직원이 나왔었는데, “원청 관리자 나오라”고, “이야기 좀 하자” 하니 벽 너머에 숨어서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롯데백화점 사측은 굉장히 소극적이었다. 그 자리를 찾은 이들은 황당해했다. 우리는 문을 열려는 시도조차 하지않고 원청 관리자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동지들과 은은하게 롯데백화점을 까면서 동영상 촬영을 켰는데 한 연대 동지께서 “롯데는 회피도 규정인가요?”라는 말을 하셨다. 정말 통쾌한 동지들이 아닐 수 없다. 항의행동을 갔는데 무언가 경과공유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촬영했고, 이후에 트위터에 업로드했다. 항의행동을 마무리하고, 처음 챌린지 아이디어를 제안한 얀귤님의 트윗에 인용을 다는 형식으로 챌린지를 띄웠다. 출처를 분명히 하는 목적과 함께,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는 인식을 주고 싶었다. 당일 밤 지상파 뉴스가 뜨고, 롯데백화점의 노조혐오를 비판하는 미디어와 기사가 쏟아졌다. 기사의 수는 100개에 달했다. 또 한편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의 분위기가 서로 달랐는데, 트위터에서는 여론이 완전히 롯데백화점 규탄이었다면 인스타그램에서는 ‘노조는 혐오스러운 게 맞다’며 악의적인 편집과 함께 돌아다니고 있었다. 가짜뉴스에서 나는 왜 ‘롯백 직원2’가 되어있는가? 롯데백화점에서 노동운동을 하라는 건가..? 어쨌거나 지상파 뉴스는 ‘롯데백화점이 노조혐오를 한다는 것’이 좀 더 사실관계가 명확하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언론으로서 당연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사도 대세가 있는 것 같다. 강세인 의견으로 더 몰린다. 다음날 오전, 이수기업 해고자들에게 롯데백화점이 사과를 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 이수기업 해고자들은 ‘공식 사과를 하려면 공개적으로 하라’ 전했고, 곧 롯데백화점 대표 명의의 공개 사과문이 올라왔다. 그 와중에 끝까지 사과문에 ‘노조 조끼’라는 단어는 들어가지 않았다. 이 사건을 규정해본다면 우선 뿌리깊은 노조혐오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대중의 인식을 비틀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롯데백화점 대표 명의의 사과문이 나왔다는 것은 백화점이라는 장소 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노조조끼와 몸자보를 입은 것에 대한 검열은 노동자 혐오이고, 인권침해와 차별이며, 부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선례로 남을 것이다. 또한 직접 고용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하청 노동자를 탄압하는 롯데백화점에 대한 문제점들을 파헤치면서, 나 또한 그랬을 것이고, 사건을 지켜보는 모두의 의식이 같이 성장할 수도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노동자가 당당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인간답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노동해방은 차별 없는 세상이어야만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 간의 혐오를 조장해 갈라치기하는 자본을 규탄한다. 인간해방 그 날까지, 투쟁! -
[논평] 유산유도제 도입, 더 이상 ‘입법 공백’ 뒤에 숨지 마라. 이제는 국가가 응답할 시간이다.지난 19일 성평등가족부 대통령 국정업무보고에서 임신중단 약물(유산유도제) 도입 문제가 논의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장에서 유산유도제가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음에도 정부가 이를 방치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고,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식약처에서 유해성 여부를 검토하고 허가해 주기를 바란다고 답변했다. 대통령이 직접 정부의 ‘방기’를 시인하고 현장의 실태를 언급한 것은 늦었지만 의미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성평등가족부가 여전히 입법 공백이나 안전성 확인 등의 논의 수준에 머물러 부처 간 합의만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이제는 말뿐인 지적과 원론적인 검토, 합의를 언급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된다. 더 이상 핑계를 대지 말고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각 부처와 정부 차원에서 즉각적인 임신중단 약물 허가에 나서야 한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2021년 1월 1일부로 형법상 ‘낙태죄’의 효력은 상실되었다. 현재 대한민국 법률 어디에도 약물적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지난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현대약품이 제출한 임신중단 약물의 허가 심사를 보류해왔다. 그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사용가능한 임신 주수를 정하기 위해 대체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식약처 허가사항을 법률 조항에 의존하겠다는 궤변이다. 유산유도제의 사용 가능 주수는 형법이나 모자보건법이 정하는 것이 아니라, 임상 데이터와 안전성·유효성 자료를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사안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약물의 사용범위를 법률적 허용주수와 기계적으로 연동하여 허가를 미루지 않는다. 식약처가 과학적 심사라는 본연의 의무를 저버리고 입법부의 눈치를 보는 사이, 여성들의 건강권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여전히 ‘대체 입법 연동’이라는 거짓 선동을 반복하는 것 또한 정부내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에 불과하다. 유산유도제는 이미 지난 30여 년간 안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가 핵심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약물이다. 안전성에 대한 판단은 이미 끝났다. 이를 거부할 어떠한 의학적 명분도 없다. 그럼에도 식약처가 입법 미비를 핑계로 약물 도입을 막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여전히 국가가 여성의 재생산권을 허가하고 승인하겠다는 낡은 관습의 연장선에 있다. 물론 유산유도제의 허가만으로는 임신중지와 재생산건강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여전히 높은 병원의 문턱과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환자 존중과 권리, 여전히 개인이 감내해야 하는 지역사회의 낙인과 사회적 시선, 그리고 각기 다른 사회적·경제적 조건 속에서 임신중지의 부담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약 하나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유산유도제 도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앞으로 차별과 낙인을 줄이고, 안전한 의료 접근을 보장하며, 개인의 조건과 결정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입법과 정책적 노력이 반드시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국가가 정한 ‘우생학적 모자보건법’의 틀 안에서 국가가 허락한 사유를 증명해야만 임신중지가 가능했던 시대를 끝내야 한다. 식약처는 법적 근거 없는 ‘입법 핑계’를 중단하고, 유산유도제에 대한 허가 심사를 즉각 진행하라. 뿐만 아니라 임신중지 관련 의료행위에 대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등 재생산권이 보장가능한 형태로 공공 보건의료 체계를 조속히 구축하라. 대통령의 발언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정부는 적극 행정에 나서라. 2025년 12월 22일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노동당, 녹색당,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시민건강연구소, 여성환경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장애여성공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탁틴내일, 트랜스젠더인권단체 조각보, 플랫폼 C,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
외국인은 ‘신분상승’이라서 안 돼? 이주노동자 차별에 맞서는 건강보험 고객센터노동자들사진: 노동과세계 공공운수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의 파상파업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건강보험공단의 이주노동자 차별에도 완강히 맞서고 있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측이 소속기관 전환 합의 이행을 위한 교섭에서 외국어로 건강보험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인상담사는 소속기관 전환이 “신분상승이라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부는 공단의 이러한 이주노동자 차별과 혐오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건보공단 측은 소속기관 전환 합의 이행을 위해 열린 12월 7일 노·사·전문가 협의체 교섭에서 중국어, 영어, 베트남어, 우즈베크어로 건강보험 상담을 제공하는 F4(제외동포), F5(영주), F6비자(결혼이민)의 건강보험 상담노동자에 대해 도급업체에서 소속기관으로 전환되는 것이 “신분상승”이라서 정주노동자와 똑같이 적용해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부산지회 김기영 부지회장은 “이주노동자들은 통역까지 하면서 상담한다. 공단의 ‘신분상승’ 주장은 이주노동자를 더 낮은 사람 취급하는 심각한 이주노동자 차별과 혐오”라고 규탄했다. 건보공단은 모든 상담사에 대해 소속기관 전환이 “신분상승”이라며 해고 가능한 3개월 수습기간과 신규채용 방식을 요구했다. 이것도 모자라 외국인 상담사는 아예 그 대열에도 낄 수도 없다고 한 것이다. 최일선에서 1천여 개가 넘는 종류의 건강보험을 상담하는 노동을, 여성이 주로 일한다는 이유로 저평가하고 이것도 모자라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더 나은 노동권 보장이 불가하다는 주장은 심각한 인종차별이자 젠더차별, 노동탄압이다. 사실 건보공단은 이주민 가입(대상)자도 차별한다. 한국으로 이주한 이들이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데도 건보공단은 단 4개 언어만 지원한다. 건강보험 서비스 전반을 제대로 제공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일례로 고용허가제 E9비자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때 임의계속가입 절차 등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반면 7년간 쌓인 이주민 건보가입자(피부양자 포함)로 인한 건강보험 누적흑자는 3조 2천억 원이 넘는다. 어쩌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러한 이주민 차별을 “‘국민’이 아니라서”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은 외국인상담사 교섭 석상에서 나온 “신분상승” 운운하는 발언에 항의했다. 이어 12월 17일 전국동시다발 파업집회에서 외국인 상담사 차별을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부는 △외국인 상담사 차별 철폐와 더불어 △수습임용 강제 중단 △경력·연차 부정하는 노동조건 후퇴 중단 △정규직 전환을 이유로 노동조건 후퇴 금지 △실질적인 처우개선을 동반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신분상승” 이주민 차별 발언 공개 사과하라! 단 한 명도 예외 없는 소속기관 정규직 전환 시행하라! 이주노동자 차별을 시정하라는 현장 요구를 수용하라! 이주민 차별 없는 정책과 서비스 시행하라! 모든 의료기관·의료행위에 건강보험 적용하라! 이주민 차별에도 맞서는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의 승리를 기원한다. -
[기고] 2025 정치캠프 <약탈과 전쟁·학살로 치닫는 자본주의 국제질서> 세션 참여후기[편집자 주] 이 글은 지난 11월 28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사회주의를향한전진 2025 정치캠프 <위기·전쟁·혁명> 2일차 전체세션 <약탈과 전쟁·학살로 치닫는 자본주의 국제질서> 참여 후기이다. 지난 11월 28일~30일에 열린 2025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정치캠프에 참가했다. 작년에도 신청은 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고, 올해는 굳은 결의를 다지고 참여했다. 지역에서 함께 활동하는 동지의 추천으로 정치캠프를 알게 되었으며, 현재 전진을 후원하고 있다. 필자는 대전에서 교육공무직본부 활동을 했고, 지금은 팔레스타인긴급행동 대전모임 활동가로서 팔레스타인 연대, 무기산업 감시, 국제연대 활동을 중점으로 하고 있다. 동지들과 함께 팔레스타인 연대모임을 운영하며 무기박람회에 비폭력 행동 등을 해왔지만, 활동이 지속될수록 무기력함이 커지는 경험도 했다. 무기산업의 확대,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전 세계적 전쟁위기라는 문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명의 활동가가 대응하고 감당하기에는 너무 거대하게 느껴졌다. 지역에서도 무기산업이 문제이고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이 잔혹하며 전쟁위기가 노동자 민중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문제의식은 자주 공유된다. 그러나 “그래서 당장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뚜렷한 해답을 찾기 어려웠다. 지역의 많은 활동가들은 우리 안의 폭력성부터 마주하는 개인적 실천과 비폭력 행동을 당장의 실천으로 제시한다. 타당하고 필요한 제안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 거대한 산업과 위기, 폭력을 그에 비해 너무 작은 실천만으로 막아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남았다. 대전은 특히 한화그룹과 거대 연구단지를 축으로 군산복합도시로 재편되어 가고 있다. 전 세계적 위기가 대전의 '기회'가 되고, 그 과정에서 대전의 노동자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복지가 보장되는 듯한 현실도 존재한다. 이런 조건에서 전쟁에 반대하고 무기수출 중단을 요구하는 일은 종종 ‘좋은 일’, ‘이상적인 일’ 정도로 취급되곤 했다. 필자 역시 논리와 근거가 충분하지 못해, 이런 쟁점을 정면으로 토론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고민 속에서 정치캠프, 그중에서도 제국주의를 주제로 한 세션에 관심이 갔다. 특히 제국주의 세션 메인 발제문이 가장 인상 깊었다. 마르크스주의라는 관점으로 현재의 위기를 분석하는 시도가 유의미하다고 느꼈고, 현재의 국제관계가 어떤 토대 위에서 형성되고 변화하는지 살펴보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웠다. 특히 미국 내부에서 제조업 강화를 주장하는 논리가, 중국·러시아라는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무기와 방위체제를 생산할 공급망이 필요하다는 판단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를 위해 철강·조선·자동차 같은 산업을 다시 자국 내로 불러들이는 정책이 추진된다는 설명은, 국제정세와 산업구조가 맞물리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국제주의를 견지하는 노동운동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에는 적극 동의한다. 다만 지역의 조건이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역 노동운동은 민족주의에 기반한 ‘한국노동자 살리기’에 무게를 두고, 지역 건설노조 투쟁현장에서는 ‘불법노동자 단속 강화’ 같은 구호가 일상적으로 외쳐지기도 한다. 이주노동자들과의 연대를 말하기에는, 노동조합으로의 조직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이주노동자 지원센터 하나 없는 실정이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라는 조건 속에서, 팔레스타인 연대활동에 노동조합 활동가들을 조직하려는 시도나 지역의 이주민들을 직접 만나기 위한 기획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늘 고민이 많다. 아직 뚜렷한 방책을 갖고 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정치캠프에서 얻은 식견을 바탕으로 한 땀 한 땀 조직해 나가겠다. 전진 후원도 꾸준히 이어가겠다. -
[번역] 레온 트로츠키의 공산당선언 90주년 서평공산당선언이 쓰인지 177년이 지난 오늘날, 자본주의는 다시 위기와 전쟁의 시대에 진입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함께 ‘역사의 종말’을 이야기하던 시대는 끝났다. 20세기 전반기 노동자 혁명의 패배와 함께, 1,2차 세계대전으로 치달으며 어마어마한 인명과 생산력의 파괴를 통해 다시 소생한 자본주의가, 전후호황과 신자유주의 시대를 거쳐 다시 제국주의 국가들 간 패권대결이 지배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트로츠키는 1937년, 2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앞두고, 스페인에서 노동자계급이 파시즘의 승리를 저지하기 위한 마지막 전투를 벌이던 시점에 이 서평을 썼다. 트로츠키는 90년이 지났어도 그 의미가 바래지 않은 공산당 선언의 핵심 테제를 정리하며, 이와 함께 ‘선언’의 낡아버린 부분과, 집필 당시 자본주의의 전개과정의 미성숙으로 다루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내고 있다. 미국의 노골적인 라틴아메리카 개입, 유럽의 재무장,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중국의 대만 군사위협 등 제국주의 국가들의 갈등과 대결이 사태전개를 지배하며 또 다시 전면전을 준비해가고 있는 오늘날, 트로츠키의 서평은 다시 읽어볼 가치가 있다. 이에 Marxist Internet Archive에 게재된 문서를 번역해 소개한다. *각주는 모두 역자의 것이다. – 작성일: 1937년 10월 30일 최초 게재: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아프리칸스어로 번역된 공산당 선언 초판에 실림. 영어로 처음 출판됨: The New International [뉴욕], Vol. IV No. 2, 1938년 2월, pp. 53–55, 63. 본 버전은 Fourth International [뉴욕], Vol. IX No. 1, 1948년 1월–2월, pp. 28–31에서 발췌. 전사/HTML 마크업: 데이비드 월터스. 저작권 표시: 레온 트로츠키 인터넷 아카이브(www.marxists.org) 2003. 본 문서는 GNU 자유 문서 사용 허가서 조건에 따라 복제 및/또는 배포할 수 있습니다. – 공산당 선언의 백주년이 불과 10년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세계 문학에서 그 어떤 작품보다도 뛰어난 천재성을 보여주는 이 소책자는 오늘날에도 그 신선함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 가장 중요한 부분들은 마치 어제 쓰인 것처럼 보인다. 분명히, 젊은 저자들(마르크스는 스물아홉, 엥겔스는 스물일곱)은 그들 이전의 누구보다도, 그리고 아마도 그들 이후의 누구보다도 더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다.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1872년판에 공동으로 쓴 서문에서 이미 선언했듯이, 선언의 일부 부차적인 구절들은 시대에 뒤떨어졌지만, 그 사이 25년 동안 선언이 이미 역사적 문서가 되었기에 원문을 수정할 권리가 더 이상 없다고 느꼈다. 그로부터 65년이 더 흘렀다. 선언의 일부 구절들은 더욱 과거 속으로 사라져갔다. 우리는 이 서문에서 선언의 사상 중 오늘날에도 완전한 힘을 유지하는 것들과 중요한 수정이나 보충이 필요한 것들을 간결히 규명하려 한다. 1. 마르크스가 불과 얼마 전에 발견하고 공산당선언에서 완벽한 기술로 적용한 유물론적 역사관은 사건들의 시험과 적대적 비판의 타격을 완전히 견뎌냈다. 이는 오늘날 인간 사상의 가장 소중한 도구 중 하나를 구성한다. 역사적 과정에 대한 다른 모든 해석들은 과학적 의미를 완전히 상실했다. 우리는 단언할 수 있다: 우리 시대에 역사에 대한 유물론적 해석을 내면화하지 않고서는 혁명적 투사는 물론, 정치에 정통한 관찰자가 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2. 공산당선언의 첫 장은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한다: “지금까지 존재해 온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이다.” 역사유물론적 해석에서 도출된 가장 중요한 결론인 이 명제는 즉시 계급투쟁의 쟁점이 되었다. 특히 반동적 위선자들, 자유주의 교조주의자들, 이상주의적 민주주의자들은 ‘공동 복리’, ‘민족적 단결’, ‘영원한 도덕적 진리’를 물질적 이해관계의 투쟁을 역사의 원동력으로 대체한 이 이론을 향해 극히 악의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이후 노동운동 진영 내부에서 이른바 수정주의자들, 즉 계급 협력과 계급 화해의 정신으로 마르크스주의를 재검토(‘수정’)하자는 주창자들이 가세하였다. 마침내 우리 시대에 이르러서는 코민테른의 경멸스런 추종자들(‘스탈린주의자들’)이 실제로 동일한 길을 걸었다: 소위 인민전선 정책은 전적으로 계급투쟁 법칙의 부인에서 비롯된다. 한편, 모든 사회적 모순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제국주의 시대야말로 공산당 선언에 최고의 이론적 승리를 안겨준다. 3. 사회 경제적 발전의 특정 단계로서 자본주의의 해부학은 마르크스가 자본론(1867)에서 완성된 형태로 제시했다. 그러나 공산당 선언에서도 미래 분석의 주요 골격은 확고히 제시되어 있다: 노동력의 대가가 그 재생산 비용과 동등하게 지급되는 것; 자본가들에 의한 잉여가치 전유; 사회 관계의 기본 법칙으로서의 경쟁; 중간 계층, 즉 도시 소부르주아지와 농민의 파멸; 한쪽 극단에서는 점점 줄어드는 재산 소유자들에게 부가 집중, 다른 쪽에서는 프롤레타리아트의 수적 증가; 사회주의 체제를 위한 물질적·정치적 전제 조건의 조성. 4. 선언에서 노동자의 생활 수준을 낮추고 심지어 그들을 빈민으로 전락시키는 자본주의의 경향에 관한 주장은 강력한 비판을 받았다. 목사, 교수, 장관, 언론인, 사회민주주의 이론가,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이른바 '빈곤화 이론'에 맞서 나섰다. 그들은 노동자 계급 사이에서 번영의 징후를 끊임없이 발견해 내거나, 노동 귀족을 프롤레타리아로 위장하거나, 일시적인 경향을 영구적인 것으로 포장했다. 한편 세계 최강 자본주의인 미국 자본주의의 발전조차도 수백만 노동자를 빈민으로 전락시켰으며, 이들은 연방·지방 자선단체 또는 민간 자선단체의 지원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5. 상업·산업 위기를 점차 확대되는 재앙의 연속으로 묘사한 공산당 선언과 대조적으로, 수정주의자들은 국내·국제적 트러스트의 발전이 시장 장악을 보장하고 위기를 점진적으로 폐지할 것이라고 맹세했다. 지난 세기 말과 이번 세기 초는 실제로 위기가 단지 ‘우발적’ 중단에 불과해 보일 만큼 격렬한 자본주의 발전으로 특징지어졌다. 그러나 이 시대[1]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궁극적으로 이 문제에서도 진실은 마르크스 편에 서 있음을 증명했다. 6. “현대 국가의 행정부는 전체 부르주아지의 공동 업무를 관리하는 위원회에 불과하다.” 사회민주주의 지도자들이 신문잡지 특유의 역설로 여겼던 이 간결한 공식은 사실 국가에 관한 유일한 과학적 이론을 담고 있다. 부르주아지가 만들어낸 민주주의는 베른슈타인과 카우츠키가 생각한 것처럼 어떤 계급적 내용이라도 마음대로 채울 수 있는 빈 주머니가 아니다. 부르주아 민주주의는 오직 부르주아지에게만 봉사할 수 있다. 블룸(Blum)[2]이나 쇼탕(Chautemps)[3], 카바예로(Caballero)[4]나 네그린(Negrin)[5]이 이끄는 ‘인민전선’ 정부도 결국 ‘전체 부르주아지의 공동 업무를 관리하는 위원회’에 불과하다. 이 ‘위원회’가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때마다 부르주아지는 이를 발로 걷어차 버린다. 7. “모든 계급 투쟁은 정치적 투쟁이다.” “따라서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적 조직화는 정치적 정당으로의 조직화이다.” 조합주의자들과 아나코신디칼리스트[6]들은 오랫동안 이러한 역사적 법칙을 이해하는 것을 회피해 왔으며, 지금도 회피하려 한다. “순수한” 노동조합주의는 이제 그 주요 피난처인 미국에서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다. 아나코신디칼리즘은 마지막 거점인 스페인에서 회복불가능한 패배를 당했다.[7] 여기서도 선언은 옳았음이 입증되었다. 8. 프롤레타리아트는 부르주아지가 정립한 법적 틀 안에서 권력을 장악할 수 없다. “공산주의자들은 그들의 목적이 오직 모든 현존하는 사회 조건의 강제적 전복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선언한다.” 개량주의는 당시 운동의 미성숙과 민주주의의 불충분한 발전을 근거로 ‘선언’의 이 전제를 설명하려 했다. 이탈리아, 독일 및 수많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의 운명[8]은, “미성숙”이 바로 개량주의자들의 사상 자체를 특징짓는 요소임을 증명한다. 9. 사회의 사회주의적 변혁을 위해 노동자 계급은 새로운 체제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모든 정치적 장애물을 분쇄할 수 있는 권력을 손에 쥐어야 한다. “지배 계급으로 조직된 프롤레타리아트” — 이것이 바로 독재이다. 동시에 이는 유일하게 진정한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이다. 그 범위와 깊이는 구체적인 역사적 조건에 달려 있다. 사회주의 혁명의 길을 걷는 국가가 많을수록,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더 자유롭고 유연한 형태를 취하게 되며, 노동자 민주주의는 더 넓고 깊어질 것이다. 10. 자본주의의 국제적 발전은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국제적 성격을 미리 결정해 놓았다. “적어도 주요 문명 국가들의 공동 행동은 프롤레타리아 해방의 첫 번째 조건 중 하나이다.” 자본주의의 후속 발전은 우리 행성의 모든 지역, 즉 “문명화된” 지역과 “문명화되지 않은” 지역을 매우 밀접하게 엮어 놓았기에, 사회주의 혁명의 문제는 완전히 그리고 결정적으로 세계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소련 관료층은 이 근본적 문제에 관해 선언을 무력화시키려 시도했다. 소련 국가의 보나파르티스트적[9] 퇴보는 ‘일국 사회주의’ 이론의 허위성을 압도적으로 입증하는 사례이다. 11. “발전 과정에서 계급 구분이 사라지고 모든 생산이 전국민의 거대한 연합에 집중되면, 공권력은 정치적 성격을 상실할 것이다.” 즉, 국가는 소멸한다. 사회는 남는다. 억압의 족쇄에서 해방된 채. 이것이 바로 사회주의다. 반대의 정리: 소련에서 국가 강압의 괴물 같은 성장은 사회가 사회주의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명백히 증명한다. 12. “노동자에게 조국은 없다.” 이 선언의 문구는 속물[10]들에 의해 선동적 농담으로 평가받곤 했다. 사실 이 문구는 자본주의적 “조국” 문제에 있어 프롤레타리아에게 유일하게 가능한 지침을 제공했다. 제2인터내셔널이 이 지침을 위반한 결과 유럽에 4년간의 파괴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세계 문화의 정체까지 가져왔다. 제3인터내셔널의 배신이 길을 닦은 임박한 새로운 전쟁을 고려할 때, 공산당 선언은 지금도 자본주의적 “조국” 문제에 관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지침서로서 그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두 젊은 작가의 공동 작업이자 비교적 간결한 저작이 해방 투쟁의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들에 대해 대체 불가능한 지침을 계속 제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공산당 선언과 비교할 만한 다른 책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이는 생산력의 전례 없는 발전과 거대한 사회적 투쟁이 90년간 진행된 후에도 선언에 수정이나 보충이 필요없다는 뜻은 아니다. 혁명적 사상은 우상 숭배와 공통점이 없다. 프로그램과 전망은 경험이라는 인간 이성의 최고 기준에 비추어 검증되고 수정된다. 선언 역시 수정과 보충이 필요하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 자체가 증명하듯, 이러한 수정과 보충은 선언 자체의 기초에 담긴 방법에 따라 진행될 때만 성공할 수 있다. 우리는 몇 가지 가장 중요한 사례를 통해 이를 지적하려 한다. 1. 마르크스는 어떤 사회 체제도 창조적 가능성을 완전히 소진하기 전에는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가르쳤다. 선언은 생산력 발전을 저해하는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그 시기뿐만 아니라 이후 수십 년 동안에도 이러한 저해는 상대적인 성격에 불과했다. 19세기 후반에 사회주의적 기초 위에서 경제를 조직할 수 있었다면, 그 성장 속도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더 빨랐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적으로 반박 불가능한 가정은 제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생산력이 세계적 규모로 계속 확장되었다는 사실을 뒤엎지 못한다. 가장 현대적인 과학기술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가 완전히 정체되고 심지어 쇠퇴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지난 20년간의 일이다. 인류는 축적된 자본을 소진하기 시작했으며, 다음 전쟁은 앞으로 오랫동안 문명의 기초 자체를 파괴할 위협을 안고 있다. 선언의 저자들은 자본주의가 상대적으로 반동적인 체제에서 절대적으로 반동적인 체제로 변모하기 훨씬 전에 폐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변모는 현 세대의 눈앞에서 비로소 최종 형태를 갖추었고, 우리 시대를 전쟁과 혁명, 파시즘의 시대로 바꿔놓았다. 2.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역사적 시기에 대해 저지른 오류는 한편으로는 자본주의에 잠재된 미래 가능성을 과소평가한 데서, 다른 한편으로는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적 성숙도를 과대평가한 데서 비롯되었다. 1848년 혁명은 선언이 예견했던 것처럼 사회주의 혁명으로 전환되진 않았으며, 오히려 독일에게 광대한 미래의 자본주의적 도약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파리 코뮌은 단련된 혁명적 당을 선두에 두지 않은 프롤레타리아트가 부르주아지로부터 권력을 빼앗을 수 없음을 증명했다. 한편 이어진 장기간의 자본주의 번영은 혁명적 선봉대의 양성이 아니라 노동 귀족의 부르주아적 퇴보를 초래했으며, 이는 다시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주요 제동 장치가 되었다. 본질적으로 선언의 저자들은 이 “변증법”을 예견할 수 없었다. 3. 선언에게 자본주의는 자유 경쟁의 왕국이었다. 자본의 집중이 증가하고 있음을 언급하면서도, 선언은 독점에 관한 필요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독점은 우리 시대에 지배적인 자본주의 형태가 되었으며 사회주의 경제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마르크스는 그 후 『자본론』에서 자유 경쟁이 독점으로 변모하는 경향을 규명했다. 『제국주의론』에서 독점 자본주의에 대한 과학적 정의를 제시한 것은 레닌이었다. 4. 선언의 저자들은 영국의 ‘산업혁명’ 사례를 바탕으로 중간 계층의 소멸 과정을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즉 수공업·소규모 상업·농민 계층의 전면적 프롤레타리아화를 통해 그려냈다. 사실 경쟁의 원초적 힘은 이 진보적이면서도 야만적인 작업을 완수하지 못했다. 자본주의는 소부르주아를 프롤레타리아화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파멸시켰다. 게다가 부르주아 국가는 오랫동안 의도적으로 소부르주아 계층을 인위적으로 유지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반대 극단에서는 기술 발전과 대규모 산업의 합리화가 만성적 실업을 초래하며 소부르주아의 프롤레타리아화를 가로막는다. 동시에 자본주의 발전은 기술자, 관리자, 상업 종사자 등 이른바 '신중산층'의 급속한 성장을 극도로 가속화했다. 결과적으로, 선언이 그 소멸을 단호히 언급한 중간 계급은 독일처럼 고도로 산업화된 국가에서도 인구의 약 절반을 차지한다. 그러나 낡은 소부르주아 계층의 인위적 보존은 사회적 모순을 완화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모순에 특별한 악성을 부여하며, 영구적인 실업자 군대와 함께 자본주의 쇠퇴의 가장 악의적인 표현을 구성한다. 5. 혁명적 시기를 염두에 두고 작성된 선언은 (제2장 끝부분에)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의 직접적 전환 시기에 부합하는 열 가지 요구사항을 담고 있다. 1872년 서문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이 요구사항들이 부분적으로 시대에 뒤떨어졌으며, 어떤 경우에도 단지 부차적인 중요성만을 지닌다고 선언했다. 개혁주의자들은 이 평가를 빌미로, 이행기적 혁명적 요구가 영원히 사회민주주의적 ‘최소 강령’에 자리를 내주었다고 해석했는데, 이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 사실 선언의 저자들은 자신들의 이행기적 강령에 대한 주요 수정점을 매우 정확히 지적했는데, 바로 “노동자 계급은 단순히 기존 국가 기구를 장악하여 자신의 목적을 위해 휘두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즉, 이 수정은 부르주아 민주주의에 대한 우상 숭배를 겨냥한 것이었다. 마르크스는 이후 자본주의 국가에 맞서 코뮌 유형의 국가를 대립시켰다. 이 “유형”은 이후 소비에트라는 훨씬 더 생생한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오늘날 소비에트와 노동자 통제 없이는 혁명적 강령이 있을 수 없다. 그 외의 부분에 관해, 평화로운 의회 활동의 시대에 “구식”으로 보였던 선언의 열 가지 요구는, 오늘날 완전히 진정한 의미를 되찾았다. 반면 사회민주주의의 “최소 강령”은 완전히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되었다. 6. 선언문은 “독일의 부르주아 혁명은 곧이어 일어날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전주곡에 불과할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17세기 영국이나 18세기 프랑스에 비해 훨씬 진보된 유럽 문명의 조건과 프롤레타리아트의 훨씬 더 큰 발전을 언급한다. 이 예언의 오류는 단지 시기에만 있지 않았다. 1848년 혁명은 불과 몇 달 만에, 오히려 더 진보된 조건 하에서 부르주아 계급 중 어느 누구도 혁명을 완결시킬 능력이 없음을 드러냈다: 대·중간 부르주아지는 지주 계급과 너무도 밀접하게 결속되어 있으며 대중들에 대한 두려움에 얽매여 있다; 소부르주아지는 지나치게 분열되어 있고 그 상층 지도부는 대부르주아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전 발전 과정이 입증하듯, 부르주아 혁명은 그 자체로는 일반적으로 완결될 수 없다. 사회에서 봉건적 잔재물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오직 프롤레타리아트가 부르주아 정당의 영향에서 벗어나 농민 계급의 선두에 서서 혁명적 독재를 수립할 수 있는 조건 하에서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부르주아 혁명은 사회주의 혁명의 제1단계와 얽히게 되며, 이후 후자에 흡수된다. 민족 혁명(national revolution, 또는 일국혁명)은 이로써 세계 혁명의 한 고리가 된다. 경제 기반과 모든 사회 관계의 변혁은 연속적(끊김없는) 성격을 띠게 된다.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후진국의 혁명 정당들에게, 민주주의 혁명과 프롤레타리아 독재(그리고 이를 통한 국제 사회주의 혁명) 사이의 유기적 연결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생사가 걸린 문제이다. 7. 자본주의가 후진적이고 야만적인 국가들을 어떻게 소용돌이로 끌어들이는지 묘사하면서도, 선언은 식민지 및 반식민지 국가들의 독립 투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사회 혁명을 “적어도 선진 문명 국가들에서” 향후 몇 년 안에 일어날 일로 간주한 한, 식민지 문제는 억압받는 민족들의 독립적 운동의 결과가 아니라 자본주의 모국 중심부에서 프롤레타리아트의 승리의 결과로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선언은 식민지 및 반식민지 국가들의 혁명 전략 문제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허나 이러한 문제들은 독립적인 해결책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민족적 조국”은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는 가장 해로운 역사적 제동장치가 되었지만, 독립적 존재함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 후진 국가들에서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요소로 남아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선언은 “공산주의자들은 어디에서나 현존하는 사회·정치 질서에 대항하는 모든 혁명적 운동을 지지한다”고 선언한다. 유색 인종들이 제국주의적 억압자들에 맞서 벌이는 운동은 현존 질서에 대항하는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운동 중 하나이므로, 백인종 프롤레타리아트로부터 완전하고 무조건적이며 제한 없는 지지를 요구한다. 억압받는 민족들을 위한 혁명적 전략을 발전시킨 공로는 무엇보다 레닌에게 있다. 8. 선언에서 방법론적 측면이 아닌 내용적 측면에서 가장 구식인 부분은 19세기 전반의 “사회주의” 문헌에 대한 비판(제3장)과 다양한 반대 정당들에 대한 공산주의자들의 입장에 대한 규정(제4장)이다. 선언에 열거된 운동과 정당들은 1848년 혁명이나 그 뒤를 이은 반혁명에 의해 극적으로 쓸려나갔기에, 이제는 역사 사전에서조차 그 이름들을 찾아봐야 할 지경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도 선언은 아마도 이전 세대보다 지금의 우리에게 더 가깝게 다가온다. 제2인터내셔널이 꽃피던 시대[11], 마르크스주의가 절대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듯했던 시절에는 마르크스 이전 사회주의 사상들이 결정적으로 과거로 물러났다고 여겨질 수 있었다. 오늘날 사정은 다르다. 사회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인터내셔널의 단계적 붕괴는 괴물 같은 이념적 퇴행을 낳는다. 노쇠한 사상은 유아기로 회귀한 듯 하다. 쇠퇴의 시대에 예언자들은 만병통치약을 찾아 과학적 사회주의에 의해 오래전 매장된 교리들을 재발견한다. 야당 문제에 관해 말하자면, 지난 수십 년간 가장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 분야가 바로 이 영역이다. 오래된 정당들이 새로운 정당들에 의해 오랫동안 밀려났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제국주의 시대라는 조건 속에서 정당들의 본질적 성격과 상호 관계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의미에서도 그러하다. 따라서 공산당 선언은 제1차부터 제4차까지의 코민테른 대회[12]의 주요 문서들, 볼셰비키주의의 핵심 문헌들, 그리고 제4인터내셔널 회의 결의안들로 보완되어야 한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어떤 사회 질서도 그 안에 잠재된 가능성을 모두 소진하지 않고서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우리는 이미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낡은 사회 질서조차도 저항 없이 새로운 질서에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사회 체제의 변화는 가장 격렬한 형태의 계급 투쟁, 즉 혁명을 전제로 한다. 프롤레타리아트가 어떤 이유로든 과감한 일격으로 낡은 부르주아 질서를 전복하지 못한다면, 불안정한 지배를 유지하려는 금융 자본은 자신이 파멸시키고 사기 저하시킨 소부르주아를 파시즘의 학살 군대로 전락시킬 수밖에 없다. 사회민주주의의 부르주아적 퇴보와 소부르주아의 파시스트적 퇴보는 인과관계로 얽혀 있다. 현재 제3인터내셔널은 제2인터내셔널보다 훨씬 더 무분별하게 모든 국가에서 노동자들을 기만하고 사기 저하시키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스페인의 프롤레타리아트 선봉대를 학살함으로써, 모스크바의 제멋대로인 용병들은 파시즘의 길을 닦을 뿐만 아니라 그 일의 상당 부분을 수행하고 있다. 점점 더 인류 문명의 위기로 변모하고 있는 국제 혁명의 장기적 위기는 본질적으로 혁명적 지도부의 위기라고 환원할 수 있다. 공산당 선언이 가장 소중한 연결고리를 차지하는, 위대한 전통의 계승자로서, 제4인터내셔널은 오래된 과제를 해결할 새로운 간부들을 양성하고 있다. 이론은 일반화된 현실이다. 혁명 이론에 대한 정직한 태도에는 사회적 현실을 재구성하려는 열렬한 열망이 표현된다. 어둠의 대륙 남부에서 우리의 동지들이 최초로 공산당 선언을 아프리칸스어로 번역한 사실은 마르크스주의 사상이 오늘날 오직 제4인터내셔널의 기치 아래에서만 살아있음을 또다시 생생히 보여준다. 제4인터내셔널에 미래가 있다. 공산당 선언 백주년이 기념될 때, 제4인터내셔널은 우리 세계에서 결정적인 혁명적 세력이 되어 있을 것이다. ---- [1] *트로츠키가 글을 쓴 시점은 1937년으로 이미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이 벌어지고, 뒤이어 2차 세계대전 발발을 앞두고 있었다. [2] 앙드레 레옹 블룸은 프랑스의 사회주의 정치인으로, 세 차례에 걸쳐 프랑스 총리를 역임했다. 1936년 6월 4일부터 1937년 6월 22일까지 인민전선 정부에서 총리로 재임하며 일련의 주요 경제 및 사회 개혁을 추진했다. 블룸은 스페인 내전(1936–1939) 당시 내전이 프랑스 본토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립을 선언했다. [3] 1936년 레옹 블룸의 인민전선 정부에서 쇼탕은 급진사회당을 대표해 국무장관으로 임명되었으며, 1937년 6월부터 1938년 3월까지 블룸의 뒤를 이어 정부 수반을 역임했다. [4] 프란시스코 라르고 카바예로는 스페인 정치인이자 노동조합 운동가로, 인민전선이 1936년 스페인 총선에서 승리한 후 7월 쿠데타가 발생하자, 1936년 9월 4일부터 1937년 5월 17일까지 스페인 내전 기간 동안 스페인 제 2공화국 총리를 역임했다. [5] 후안 네그린 로페스는 카바예로의 뒤를 이어 1937년 5월 17일부터 1939년 5월 31일까지 스페인 제2공화국의 총리를 역임했다. 그는 스페인 사회주의 노동자당(스페인어: Partido Socialista Obrero Español, PSOE)의 지도자이자 스페인 내전 당시 인민전선 정부의 지도자였다. [6] ‘무정부주의적(Anarcho) 조합주의자(Syndicalist)’ [7] 스페인 내전을 주도했던 아나코신디칼리즘의 패배를 의미한다. [8] 이탈리아와 독일이 파시즘의 지배 아래 넘어간 것을 의미한다 [9] “보나파르티즘(프랑스어: Bonapartisme)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와 그의 추종자 및 후계자들로부터 파생된 정치 이념이다. 카를 마르크스가 창안한 이 용어는 좁은 의미에서 보나파르트 왕조와 그 통치 방식을 복원하고자 했던 사람들을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보나파르티스트는 19세기 프랑스에서 제국주의적 정치 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이를 옹호한 사람을 가리켰다. 보나파르티즘은 1814년 나폴레옹의 첫 패배와 함께 등장했으나, 1840년대에 이르러서야 교리적 명확성과 결속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 용어는 군사적 강인한 지도자와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중심으로 비교적 전통주의적 이념을 지닌 권위주의적 중앙집권 국가를 옹호하는 정치 운동을 의미하는 광범위한 정의로 발전했다.” - Bonapartism - Wikipedia “트로츠키는 보나파르티즘을 투쟁하는 계급들 위에 군림하려 하며, 의회를 희생시키면서 군대에 더 직접적으로 의존하고, 자본주의적 재산권을 보존하고 질서를 강요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정부 형태로 정의했다. 다만 아직은 더 결정적인 물리적 충돌의 경보를 울리지는 않는 형태로 말이다. “이는 “질서”의 도구이다. 현존하는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소환된다. 계급들 위에 정치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보나파르티즘은, 사실 그 선행 형태인 카이사르주의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의미에서 언제나 그리고 모든 시대에 걸쳐 착취자 계급 중 가장 강력하고 확고한 부분의 통치를 대표한다.”“ - Fascism or Bonapartism? Lessons from Trotsky for Understanding Brazil Under Bolsonaro - Left Voice “보나파르티즘은 주로 지배 계급이 더 이상 헌법적·의회적 수단으로 통치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지만, 노동계급 역시 자신의 헤게모니를 확립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 Turkey's Fragile Bonapartism - Left Voice [10] 원문에는 블레셋인(philistines)이라 되어있는데, 구글 사전에 따르면 philistines는 “문화와 예술에 대해 적대적이거나 무관심한 사람, 혹은 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11] ‘제 2인터내셔널이 꽃피던 시대’는 바로 앞 문장에서 얘기한 ‘이전 세대’를 의미한다. [12] 코민테른 1차 대회(설립대회)는 1919년 3월 2일~3월 6일, 2차 대회는 1920년 7월 19일~8월 7일, 3차 대회는 1921년 6월 22일~7월 12일, 4차 대회는 1922년 11월 5일~12월 5일에 열렸다. 5차 대회는 2년 뒤인 1924년 6~7월에 열렸다. 5차 대회는 레닌의 죽음(1924년 1월 21일) 이후 열린 첫 코민테른 대회로, 4차 대회에서 채택한 공동전선 전략을 페기하고 스탈린의 지배를 공고히 한 제 6차대회(1928)로 가는 가교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참고: The forgotten Fifth Comintern Congress: Bridge between Lenin and Stalin - John Riddell /* 스크롤 여백만 주고, 화면에는 안 보이게 */ .ftn-target { display: inline-block; /* 줄바꿈 안 생김 */ width: 0; height: 0; scroll-margin-top: 200px; } document.addEventListener("DOMContentLoaded", function () { // name="_ftn1", name="_ftn2", name="_ftnref1" ... 전부 대상 document.querySelectorAll('a[name^="_ftn"]').forEach(function(a) { var idValue = a.getAttribute("name"); // 이미 같은 id의 요소가 있으면 또 만들지 않음 if (!document.getElementById(idValue)) { var span = document.createElement("span"); span.id = idValue; span.className = "ftn-target"; a.parentNode.insertBefore(span, a); } }); }); /* 본문 각주 번호 + 아래쪽 각주 번호 색 지정 */ a[href^="#_ftn"] sup, a[href^="#_ftnref"] sup { color: #BF202D; } /* 밑줄이 보기 싫으면 */ a[href^="#_ftn"], a[href^="#_ftnref"] { text-decoration: none; } /* 마우스 올렸을 때 살짝만 강조하고 싶으면 (선택) */ a[href^="#_ftn"]:hover, a[href^="#_ftnref"]:hover { text-decoration: underline; } /* 페이지 전체가 오른쪽으로 넘치지 않게 */ html, body { max-width: 100%; overflow-x: hidden; } /* 본문 영역 폭 강제 고정 + 긴 단어/문장도 줄바꿈 */ #bo_v_con, .bo_v_con, .cke_editable, article { max-width: 100%; overflow-wrap: break-word; word-wrap: break-word; /* 구형 브라우저용 */ } /* 워드에서 붙은 이미지/표가 화면 밖으로 안 나가게 */ #bo_v_con img, #bo_v_con table, .bo_v_con img, .bo_v_con table, .cke_editable img, .cke_editable table, article img, article table { max-width: 100% !important; height: auto; } /* 워드가 p, span에 폭을 박아놓은 경우 강제로 해제 */ #bo_v_con p[style*="width"], #bo_v_con span[style*="width"], .bo_v_con p[style*="width"], .bo_v_con span[style*="width"], .cke_editable p[style*="width"], .cke_editable span[style*="width"], article p[style*="width"], article span[style*="width"] { width: auto !important; max-width: 100% !important;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