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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 시대, 더욱 필요한 노동자 현장통제권올여름 폭염은 한풀 꺾였지만, 폭염이 남긴 죽음과 질병, 일터의 위험은 끝나지 않았다. 기후재난 시대, 노동자에게는 작업환경과 노동강도를 스스로 통제하고, 불이익과 임금 손실 없이 작업을 멈출 권리가 있어야 한다. 작업중지권을 노동과정을 집단적으로 통제하는 보편적 권리로 확장할 때다. 사진: 노동과 세계 올여름 한반도를 덮친 폭염은 한 차례 고비를 넘겼지만, 폭염이 남긴 죽음과 질병, 일터의 위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후위기가 정말 심각하며 그 피해가 불평등하게 나타난다는 점은 이제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전 세계 곳곳에서 기후위기가 초래한 재난과 위험으로 인해 일터와 일상이 위협받는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2024년, ILO는 심화하는 폭염·자외선 노출·공기오염·감염병·이상기후 등이 일터 유해·위험요인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로 인해 매년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 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역시 2025년에만 폭염으로 29명의 사망자와 4,46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한파로 14명의 사망자와 364명의 한랭질환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기록적 폭염을 마주한 2026년, 현재까지 3,351명의 온열질환자와 2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8월 10일 기준). 기후재난도, 그 피해 규모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2025년 7월, 고용노동부는 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 작업 시 2시간마다 20분 이상의 휴식시간을 부여하는 내용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포함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일터에서 노동자들은 기후재난 속에서도 작업을 강요받는다. 비정규직이라서, 작업의 멈춤이 수입과 연동되어 있어서, 관리자와 고객의 눈치가 보여서 등 여러 이유가 그 기저에 놓여 있다. 현상 중심의 대응을 넘어 현장통제권으로 이미 체감하는 것처럼, 폭염·한파·낙뢰·폭우 등은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일터의 위험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맞선 현장 활동이 더 다양하게 기획될 필요가 있다. 갈수록 심화하고 예측 불가능해지는 이들 요인이 각 현장에 끼치는 구체적인 영향을 파악하는 것, 발생할 수 있는 사고나 질환을 예측하고 예방조치하는 것, 피해 발생 시 해당 노동자에게 충분한 치료와 휴식을 보장하는 것 등이 그 예시다. 이러한 활동은 현상에 대한 대응을 넘어 ‘노동자의 현장통제권 확보’라는 원칙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일터와 현장의 위험을 가장 잘 아는 주체, 위험작업을 거부하며 현장을 바꿔왔던 주체가 현장 노동자들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각 사업장 특성에 맞는 관리 책임을 사업주에게 지우는 것 역시 중요하다. 사업주에게 사업장 온도·습도 등 작업환경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의무, 온열질환 예방 규정을 만들 의무, 노동자 작업중지권을 보장할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현장 노동자의 의견 적용이 필수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에 폭염·한파·낙뢰·폭우 등 ‘현상’에 초점을 둔 논의를 경계해야 한다. 폭염이나 한파는 기후위기의 ‘극적인 결과’일 뿐이며, 폭염을 넘어 다양한 안전보건 사안과 다양한 업종에 대한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가리기 때문이다. 일례로 현장 노동자가 느끼는 사업장 체감온도는 ‘기상청 혹은 사업장 온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영국 산업안전보건청(HSE)은 열-스트레스(Heat-stress) 위험성을 평가하는 체크리스트를 제공한다. 체크리스트에는 기온, 복사열, 환기 수준, 습도, 작업복, 노동강도, 개인보호구 등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점수화해 평가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또한 해당 체크리스트는 이러한 요인들이 현장 노동자들에게 잘 안내되는지, 노동자들이 현재 어떻게 느끼는지를 주되게 평가해야 하며, 무엇부터 개선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도 명시한다. 이렇게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라는 것은, 천차만별인 작업 환경에 대해 ‘온도’라는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위험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주체적 판단으로 작업을 멈추고 쉬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처럼 폭염 등 기후재난은 일터에서 노동강도를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동하기에, 노동자들에게 부과되는 생산량과 노동강도는 이전보다 낮춰 설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 과정에 노동자들이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업장의 조치는 이에 역행한다. 필자는 올해 7월에 한 야외사업장을 현장 조사했다. 당시 기상청이 발표한 기온은 오전 11시 기준 온도 30도, 습도 54%였다. 하지만 같은 시간 지면 온도는 35도를 훌쩍 넘었고, 40도를 넘은 장소도 있었다. 그늘이 없는 환경과 햇빛의 복사열 등이 작동한 결과였다. 해당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당장의 휴식과 작업중지가 필요했지만, 현장에서는 ‘고객을 상대해야 한다’는 명분이 더 크게 작동했다. 자본은 고객을 유치하고자 해당 시간대에 할인행사를 진행했고, 노동자들은 고객과 함께 야외에 나가야 했다. 올해도 쿠팡 물류센터에서 수 명의 노동자가 일하다 온열질환으로 쓰러졌다. 노동자들의 온도 측정 활동조차 방해해 온 쿠팡 자본은, 폭염 시기 주문량을 늘리면서 배송 마감 기준은 유지했다. 노동자들은 40도를 훌쩍 넘는 실내 공간에서, 폭염 시기 더욱 강해진 노동강도를 감내하며 일하다 쓰러졌다. 사진: 노동과 세계 작업중지권, 위험 대응을 넘어 현장통제권 확보의 매개로 기후위기 시대이기에 더더욱 노동자들이 노동과정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 천천히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 확보가 필요하다. 앞으로 더 많아지고 예측 불가능해질 위험 상황에 노동자가 즉각 작업을 멈추고 대피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집단적·개별적 노동자 참여의 권리로서 이야기되고 있는 작업중지권은, 그것이 위험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응을 위한 것이든 예방을 위한 작업중지든, 현장 노동자들의 판단 그 자체에 대한 존중의 의미도 담고 있다. 작업중지권은 중대재해에만 적용되는 권리가 아니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재해가 현실화되기 전에 행사하는 사전적·예방적 권리다. 작업중지권은 그동안 작업 ‘안전’을 위한 수단뿐만 아니라 높은 노동강도에 항의하고, 위험작업을 거부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회사가 라인 가동 속도를 일방적으로 높이자 이에 항의해 라인을 멈춘 한국GM 노동조합의 사례, 강풍이 불거나 현장 안전통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위험 상황에서 작업을 거부한 건설노동조합의 사례 등이 그 예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작업중지권이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로 작동하고 있지는 않다. 올해 8월 전국건설노동조합이 건설노동자 2,51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50%가 체감온도 38도에도 작업을 중지하지 못하고 일했다. 응답자의 82.2%는 작업중단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 주된 이유는 작업중지가 곧 소득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산라인을 멈추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 해고하겠다고 위협하는 기업들도 여전히 많다. ‘위험하면 작업을 멈추고 쉴 수 있다’는 점 자체를 안내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 등 불안정노동자들의 사례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골프장 캐디들은 폭염, 폭우 상황에서도 고객이 계속 치겠다면 멈출 수 없다. 안전보건 확보와 관련한 사측 의무와 책임이 빠진 채, 작업중지가 개인의 행위와 책임으로 떠넘겨지는 사업장들도 있다. 마주한 과제들이 많다. 작업중지가 징계, 해고나 손해배상 청구 등 불이익과 연동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을 완화하고, 행사 사례를 확대해야 한다. 작업중지권은 노동자가 기후재난이라는 위험을 마주한 피해자, 개별 행위자로서 ‘대응’하는 정도를 넘어, 집단적으로 노동과정을 통제하는 권리로 확장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가속화될 폭염에서 적절한 쉬는 시간이 제공되지 않을 때, 스스로 업무를 중단하고 쉬는 행위를 ‘산업재해 발생의 급박한 위험’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야외에서 일하는 독일 지붕수공업자들은 단체협약으로 작업중지권을 보장받았다. 노동자는 기후에 따라 작업을 멈출 수 있고, 시간당 임금의 75%를 보전하는 휴무수당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폭염이나 혹한 등 ‘정말로’ 재난 직전을 마주하는 상황을 포함해, 일터의 위험을 예방적으로 통제하고 현장의 기준을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의 몸과 삶에 맞출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작업중지권이란 폭넓은 권리 발휘가 필요하다. 이는 자본이 설정한 속도와 시간, 작업환경 등을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중심으로 재조직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기후재난 시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구축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를 구체화하고 실물화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조직적 힘이라는 점을 다시금 되새긴다. 함께 더 많은 작업중지 사례를 발굴하고, 현장통제권을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로 정착시키자. -
[인터뷰] 발전소 폐쇄 국면,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계속 만들며 싸우겠습니다오는 6월 13일, 경상남도청이 있는 창원에서 “613 정의로운 전환 노동자•시민 대행진”(이하 613 대행진)이 열린다.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의 요구를 걸고 전국의 발전 노동자, 연대 시민들이 함께 모일 예정이다.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는 2024년 남부발전을 대상으로 한 파업 투쟁을 포함해, 발전소 폐쇄 국면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계속 싸워왔다. 613 대행진에서도 주요 주체로 나설 예정이다. 613 대행진을 앞두고 박규석 지부장과 김영구 하동지회장을 만나, 희망 고문이 반복되는 현장의 분위기·폐쇄를 명분으로 한 인력 부족의 실태·613 대행진 조직 과정에서의 고민 등을 들어보았다. 경남 하동 발전소가 올해 6월에 폐쇄가 될 예정이었다 전쟁을 이유로 갑자기 순연된 상황인데요, 폐쇄 관련 얘기가 오가는 상황 속 현장 분위기는 어떠한가요? 김영구: 중동 전쟁으로 인한 가스 공급 차질에 대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하겠다는 명분으로 하동 1호기가 내년 3월로 폐쇄가 연기되었습니다. 향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장의 불확실성은 더 커졌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시점이 되어서야 실제로 폐쇄되는지 알게 되는 상황에 저희 조합원들이 놓여있기 때문입니다. 고용불안 해소 대책 없이 폐쇄 시점만 미뤄진 상황이 ‘희망고문’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죠. 발전HPS지부는 폐쇄에 대해 발전 5사가 책임져라고 파업 투쟁을 진행했습니다. 고용 보장을 위한 TF를 꾸린다는 성과를 쟁취한 바도 있습니다. 폐쇄 시점이 다가온 지금, 관련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박규석: 파업 이후 작지만 하나의 성과로, 폐쇄 시점이 오기 전 고용보장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것을 HPS로부터 따냈습니다. 조합원들이 원하는 곳에 전환 배치하도록 ‘노력한다’고 한 점, 원청 남부발전을 협의체에 강제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올해 초에 전환 배치 논의를 위해 협의체 논의를 시작하려 했는데요, 시점이 연기되면서 협의체 논의도 미뤄졌습니다. 올해 말부터 본격 논의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노조 차원에서는 조합원들과의 개별, 집단 면담을 진행했고, 이를 기반으로 요구안은 어느 정도 정리했습니다. 조합원들과는 최대한 1:1로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개인 면담을 하니까 궁금한 점도 자주 묻고 자기 얘기도 하더라고요. 면담하면서 느낀 건데요, ‘카더라’로 도는 소문 중에 잘못된 정보가 많더라고요. 그런 것들 바로잡아주고, 최대한 조합원들이 원하는 곳으로 배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발전소의 순차적 폐쇄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한 번에 폐쇄되는 건 아니기에 대량 구조조정으로 즉시 이어지는 양상은 아니긴 한데요, 이것이 조합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고 보시나요? 박규석: 말씀하신 것처럼 한 번에 모든 발전소가 폐쇄되는 건 아닙니다. 하동의 경우 1호기가 먼저 폐쇄되고 순차적으로 2, 3호기가 폐쇄되잖아요. 회사가 인원을 애초부터 적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2호기 폐쇄 시점까지는 폐쇄에 따른 유휴 인력을 같은 발전소의 다른 호기로 배치하는 등 어느 정도 감당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발전소는 점차 폐쇄되고 노동자들이 갈 곳은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하동의 경우 3호기가 폐쇄되는 시점부터 실질적인 해고 흐름이 본격화할 거라 보고 있습니다. 물론 그때 되어 대응하면 너무 늦죠. 한편으론 어려운 부분이, 조금씩 하나하나 폐쇄되니 잘 와닿지 않는 거예요. 고용불안은 분명 실존하는데, 한편으론 아직 여기서 일하고 있는 거잖아요. 노동자들로 하여금 소극적인 분위기를 유도하는 게 분명히 있는 거 같아요. 올해 613 대행진에서도 우리가 가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폐쇄 일정이 순차적이라는 것이 투쟁 조직에도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투쟁 동력이 약간 떨어진 상태이긴 합니다. 발전소 순차적 폐쇄가 조직에 어려움으로 작동한 부분도 있고, 다른 한편으론 저희만 싸우다 보니까 힘이 약해진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몇 년째 싸우고 있지만 피부에 와닿는 변화가 아직 없는 것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고요. 그래도 계속 같이 싸우자고 조직해야겠죠. 폐쇄를 명분으로 인원을 뽑지 않는 것은 지역을 불문하고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인력 부족에 따른 노동강도 증가, 안전 위협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장에서 어떻게 느끼고 계신가요? 박규석: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이슈 때문인지 현장에 신규 인원이 잘 안 들어와요. 경력이나 기술이 검증된 사람을 데려오는 것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사람이 빠지면 인력을 채우는 건 회사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노동조합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그게 돈이잖아요. 발전소와는 이미 인건비 계약을 다 했으니까요. 하동만 문제가 아닐 거예요. 다른 곳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제가 느끼기엔 한 20% 부족한 상태로 계속 유지되는 거 같아요. 회사가 다른 사업장으로 파견 보내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다 하동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생기면 대처할 인원이 없는 거죠. 오버홀과 같은 공사를 할 때도 인원을 새로 뽑아야 하는데, 여기 있는 사람 그대로 쓰는 거예요. 얼마 전에 광양 SK이노베이션 E&S 발전소 물량 일부를 HPS가 수주했습니다. 그런데 하동이 폐쇄될 거라고 예상해서인지 여기 있는 사람을 광양으로 빼간 거예요. 아직은 폐쇄가 안 되었으니 빼가면 안 되잖아요. 거기서 따로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게 맞는 거죠. 최근 폐쇄가 예고된 발전소의 기동정지 빈도가 잦아졌어요. 기동정지 하는 시간 동안 누군가는 계속 대기해야 합니다. 돌발 상황이 터지면 보고하고 필요한 조치를 한다는 목적으로 사람을 세우는 거죠. 안 그래도 사람이 부족한 상태에서 누군가 대기해야 해서 빠지게 되면, 남은 인원들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일도 생기고 있습니다. HPS지부는 계속해서 원청 발전 5사가 책임지라고 싸워오고 있습니다. 동시에 HPS와도 교섭투쟁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요구안 설정 및 진행 과정과 관련하여 고민이 있으시다면? 박규석: 폐쇄 계획이 되었든, 물량에 대한 배치가 되었든, 정부와 발전소가 주는 메시지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발전소지 않습니까. 정부에서 책임은 당연히 져야 하죠. 실제로 저희가 정의로운 전환 내걸고 파업할 때도 회사는 ‘발전사하고 이야기해라, 우리는 힘이 없다.’라고 이야기해요. 석탄발전소 폐쇄를 정부에서 발표한 그 시점부터 현재까지 저희의 기조는 변함이 없습니다. 조합원들한테도 항상 정부 책임을 강조하면서 조직하고 있습니다. 교섭의 경우 현재 HPS를 대상으로 교섭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 발전 비정규직들이 연계해서 같이 노정 교섭을 요구하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쉽지 않았어요. 교섭창구단일화, 원청 사용자성 인정 등 절차도 복잡하기도 했고요. 살인적인 더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작년엔 산불도 경남에서 크게 났고요. 우리가 위기를 실제로 체감하는 거죠. 올해 총연맹이 하는 기후정의 캠프에 갔는데요, 휴게공간, 작업중지권 등의 의제를 단체협약에 넣는 것이 필요하다는 강의를 들었습니다. 정부에서도 폭염 시 작업을 멈추고 쉬어라는 지침이 내려오잖아요. 현장에서는 이를 준수하지 않을 때가 매우 많아요. 발전소 내부는 엄청 더운데 휴게공간도 별로 없어요. 휴게공간 마련하고, 위험할 때 작업을 쉴 수 있도록 강제성을 갖게 하는 게 필요하단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노조의 힘이 지금보다 약할 때는 원청의 갑질이 더욱 심했고, 노동자들도 위험 작업을 거부하기 더욱 힘들었습니다. 저도 위험 작업 거부를 가지고 현장에서 많이 싸우기도 했어요. 인식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의 강제성이 없어요. 작업자들이 위험하다고 작업 못한다고 말하면 이를 현장에서 딱 들어주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요. 폐쇄가 수년 동안 지속되는 상황이지만, 일은 계속 해야 합니다.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들을 계속 만들고 싸우는 것이 조합의 단결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내용을 단협에 포함할 수 있도록 싸움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613 대행진을 앞두고 현장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박규석: 613 대행진에서는 발전소 폐쇄 국면 총고용보장과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핵심 요구안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공공재생에너지 전환이란 요구를 이해 못 했던 조합원들도 초기엔 있었어요. 이것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등은 인식하고 있습니다. 단어가 어려운 게 아니에요. 피부에 와닿아야 하는데 아직은 그렇지 못한 점에서 비롯한 거예요. 실제로 공공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우리 일자리가 될까 회의적인 조합원들이 꽤 있는 거죠. 현재 조합원들이 여유가 없어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강도도 강하고, 너무 바삐 일하기 때문입니다. 일하다가 집에 가면 곯아떨어지고 하다 보니 같이 전망을 그릴 여유가 없어요. 그럼에도 열심히 조직하고 있습니다. 폐쇄와 고용 보장의 경우 어쨌거나 우리의 일이니까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과제가 많은 거 같습니다. 일상 활동도 잘 해야 하고요. 마지막으로 함께 연대해 주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도 큽니다. 같이 하니까 저희도 힘이 납니다. 함께 613 대행진을 잘 조직하면 좋겠습니다. 김영구: 총고용보장, 고용승계 너무 중요합니다. 고용승계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100을 받았다가 폐쇄를 이유로 그만큼 못 받으면 정의롭지 않은 것입니다. 그게 후퇴하지 않는 선에서 정의로운 전환이 이뤄지는게 필요합니다. 613 대행진이 이를 위한 매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후기] 진짜 사장 서울시와 국가를 앉히는 돌봄 노동자 투쟁을 위해어느 순간부터 정말 많은 주체들이, ‘돌봄’이란 단어를 자기의 목적에 따라 활용하고 있다. 선거 공약집만 보더라도 돌봄과 관련한 말들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이윤만을 추구하는 민간 기관이 주축이 된 시스템이, 복합적 요구를 가진 대상자를 위한 통합적 사례 관리 역량을 저하한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것이 돌봄 노동자들을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의 굴레로 내모는 것은 물론이다. 누구에게나 돌봄은 필요하다지만, 돌봄 노동을 저평가하고 국가가 돌봄 체계를 충분히 구축하지 않는 현실은 개인, 특히 여성에게 헌신을 강요하거나 이를 포기하도록 선택을 강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와 지자체는 공적 돌봄 시스템을 확충하기는커녕,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등 기존의 공적 기관마저 해산시켰다. 그 결과, 돌봄 서비스의 공급·품질 관리·공공성 확보·현장 전문성 강화·민관 협력 조정 등에서 발생한 공백이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유일했던 공적 돌봄 기관,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방문 노인 요양, 어린이집 등 아이 보육, 장애인활동지원 등에 대해 공적 돌봄을 제공하던 서사원이 2024년 강제 해산되었다. 4월 26일, 서울시의회는 “서울특별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에 대한 조례” 폐지를 의결했고, 5월 22일 서사원 이사회는 해산을 의결했다. 서사원 소속 수백 명의 돌봄 노동자들은 순식간에 해고자가 되었다. 해산 과정까지 서울시와 의회는 집요했다. 그들이 얘기하는 방만 경영의 핵심은 “월급제 노동자들이 병가를 자주 쓴다.”였다. 2022년 3월, 서사원 사측은 병가 사용을 문제 삼는 보도 자료를 냈다. 황정일 당시 대표는 “병가를 사용해도 60일까지 평균임금 100%가 보장되니 도덕적 해이가 일어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라는 말까지 사용하며, 70%로 삭감한 안을 강요했다. 서울시의회는 2023년, 서사원 운영 출연금 100억 원을 삭감했다. 월급제와 정규직이 문제라며 성과급제 도입과 기관 수탁운영 종료 등이 포함된 ‘혁신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공적 기관의 돌봄 사례를 단순히 '1등급' 기준으로만 축소 집계하여 서사원 노동자들의 실적이 적다는 논리를 들이밀기도 했다. 민간 기관이 기피하는 사각지대의 수요자들을 돌봐야 했던 현장의 맥락은 그 과정에서 철저히 외면당했다. 돌봄 기관의 95% 이상이 수익과 이윤을 최우선으로 삼는 민간 기관이라는 사실은, 2인 1조 팀 근무는 물론 이들 기관이 돌봄 제공을 회피할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방법조차 없게 만들고 있다. 김가희 외(2021)[1]는 공공부문 사회서비스원이 민간과 구분되는 특징으로 종사자 전문성 증진을 위한 체계화된 교육 제공 및 서비스 표준화, 중증 고난 이용자 대상 양질의 집중 돌봄 제공(1대 다 방식의 팀제 운영) 등을 지목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거의 유일하게 공적 돌봄을 제공했던 서사원의 역할도 이러한 특징을 띄고 있는데, 도전적 행동이나 일부 최중증 치매, 코로나19 감염 등 민간이 회피하는 경우 센터 차원으로 적극 개입해 왔던 게 그 예시였다. 공적 돌봄의 이름으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현장의 실제적인 변화를 끌어내기도 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현장직을 배제하고 진행된 사측의 위험성 평가에 문제를 제기했으며, 안전보건 매뉴얼이 돌봄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으로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일한’ 공적 기관이었기에, 서사원이 담당했던 돌봄 영역은 매우 협소했다. 서울시 국공립어린이집 1,838개소 중 서사원이 운영하던 어린이집은 2023년 12월 기준 고작 6개소, 0.3%에 불과했다. 서사원에서 일하다 예산 삭감으로 인해 2023년 해고당한 한 요양보호사는, 한 토론회에서 “아프면 해고될까 두려워하지 않고 병가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아프면 다른 요양보호사가 대신 나와 주었습니다,”[2]라며 서사원에서 일했던 시기를 회고했다. 동시에 그녀는, 서사원을 “로또 같은 일자리”라고도 말하며, 공적 돌봄이 여전히 예외적인 상황으로 여겨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서사원 노동조합 및 단체로 구성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서사원 해산을 막기 위해 싸웠으나, 결국 막지 못했다. 서사원 강재 해산 이후 공대위는 서사원 재설립과 공공돌봄 확충을 위한 여러 활동을 진행했다. 윤석열 퇴진 국면 열린 광장에서, 서사원 해산 과정 규탄 및 돌봄의 공공성 확보를 촉구하는 서울시민 5,000여 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3] 돌봄과 관련한 다양한 주체들과 간담회를 이어오기도 했다. 그리고 서사원 강제 해산 2주기를 맞아, 서울시청 앞에서 “5.23 공공돌봄 선언대회”를 조직했다. 기관 복원만으로 그칠 수 없는 공적 돌봄 확보 투쟁 2026년 5월 23일, 서사원 해고 노동자, 돌봄 유관 노동자, 단체 활동가 등 150여 명이 모였다. 모여서 돌봄은 상품이 아니라고, 돌봄 노동자는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고, 공공돌봄 확충하고 서울시가 책임져라고 외쳤다. 서사원에서 해고된 후 민간 기관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했던 한 노동자의 집회 발언을 일부 발췌한다. “서사원 문 닫고 지난 2년 동안, 민간 요양기관에서 일하면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민간 시장은 더 좋아진 것도 없이, 그야말로 지옥 같았습니다. 월급제가 아니라 시급제로 일하니까, 돌보던 어르신이 병원에 입원하시면 당장 제 생계가 끊깁니다. 요양보호사 일하러 갔는데 이용자가 아닌 가족들의 일을 시키질 않나, 온 집안 대청소를 시키질 않나, 업무 범위를 넘는 무리한 요구를 해도 참아야 했습니다. 그러다 마음에 안 들면 예고도 없이 갑자기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 하며 서비스를 끊어버립니다. 2~3개월 동안 험한 꼴 당하며 잘린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우리를 사람으로 보기는 합니까? 그냥 쓰고 버리는 소모품 취급하고 고충이 있어도 해결이 안되는 게 지금의 민간 돌봄 현실입니다. 더 가슴 아픈 건 어르신들입니다. 민간 기관들은 돈 안 되고 서비스를 하기에 힘들고 어려운 어르신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대고 안 가려고 난리입니다. 서비스 선별 수용이니 돈이 안되거나, 혼자서 책임지기 어려운 고강도 악성 이용자라 거부니 하면서 차별당하는 어르신들이 갈 곳이 없습니다. 그분들이 지금도 서사원을 목 놓아 기다리고 계십니다. 돌봄은 이렇게 물건을 사고파는 상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 나이 들고 아프면 국가가, 사회가 책임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 멀쩡한 서사원 없애고 어르신들과 우리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몬 서울시의 행태는 시민을 향한 폭력이었습니다.”[4] 6월 3일 지방선거 국면, 공대위는 정책 요구안을 토론하고 각 정당에 질의서를 보냈다.[5] 핵심 요구안은 다음과 같다. △서사원을 통합돌봄지원법에 따른 서울시의 '전문지원기관'으로 지정, 시군구별 돌봄 정책을 조정·지원을 담당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위상 강화 △돌봄 노동자의 완전 월급제 및 정규직화 △ 돌봄 노동자의 유급병가 확보 및 대체인력 지원, 노동안전보건 관련 조치 강화 △서울시가 위탁기관의 실질적 사용자로서 원청교섭에 나설 것 △서사원 재설립 및 체계 구축 과정에서 노동조합의 참여 보장 여전히 과제가 많다. 서사원 재설립의 기미가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설령 재설립되더라도, 민주당 정권은 그 위상을 축소하는 ‘타협안’을 제시할 가능성 역시 크다.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은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공약을 사회서비스원으로 축소시킨 전례가 있다. 그들은 사회서비스원법 입법 과정에서 지자체의 사회서비스원 설치 의무 규정을 삭제했을 뿐 아니라, 사회서비스원이 국공립 어린이집을 우선 위수탁 운영해야 한다는 규정도 삭제한 바 있다. 서사원 복원은 단순히 한 공공기관의 회복만으로 그칠 수 없다. 공적 돌봄이 필요한 수많은 수요자에게 가닿고, 이윤만이 아니라 사회적 필요에 맞춰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돌봄 노동자들은 기관 사측이 아니라 진짜 사장 서울시, 국가를 상대로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서사원 해산 과정, 서사원 노동자들은 서울시의 결정 사항을 그저 읊어대는 서사원 사측과 무의미한 교섭을 지속해야 했다. 이러한 선례를 반복할 순 없다. 공적 돌봄 확충을 위한 우리의 절실하고 필요한 요구가 힘을 얻기 위해선, 돌봄 노동자 주체의 광범위하고 전면적인 조직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적 돌봄의 요구를 내건 돌봄 노동자들이, 진짜 사장 서울시와 국가를 끌어앉힐 수 있는 투쟁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하지만 차분하게, 꾸준히 조직화를 이어가자. 공적 돌봄 시스템을 직접 설계하고 정착해 가는 주체로서 노동자들을 만나며, 공적 돌봄의 깃발을 꽂아나가자. ------ [1] 김가희, 이상우, 강은나. 사회서비스원 종합재가센터 운영현황과 개선방안에 관한 탐색적 연구. 공공정책연구 제38권 3호. 2021 [2] 2024년 3.8여성파업 조직위원회. “지금, 여기, 여성노동자의 실태를 묻다.” 2024 [3] 서울시는 질질 끌다가 공청회를 진행했는데, 그들이 낸 계획에선 공공 돌봄 확대를 위한 계획과 전망은 없었다. [4] 5.23 공공돌봄 선언대회 보도자료 중 https://docs.google.com/document/d/1bzEX2BtHLa31P8-D_0JTf_kPKPPE_LQiwoUG03zzLUM/edit?tab=t.0 [5] 정의당을 제외하고 답변이 오지 않았다. /* 스크롤 여백만 주고, 화면에는 안 보이게 */ .ftn-target { display: inline-block; /* 줄바꿈 안 생김 */ width: 0; height: 0; scroll-margin-top: 200px; } document.addEventListener("DOMContentLoaded", function () { // name="_ftn1", name="_ftn2", name="_ftnref1" ... 전부 대상 document.querySelectorAll('a[name^="_ftn"]').forEach(function(a) { var idValue = a.getAttribute("name"); // 이미 같은 id의 요소가 있으면 또 만들지 않음 if (!document.getElementById(idValue)) { var span = document.createElement("span"); span.id = idValue; span.className = "ftn-target"; a.parentNode.insertBefore(span, a); } }); }); /* 본문 각주 번호 + 아래쪽 각주 번호 색 지정 */ a[href^="#_ftn"] sup, a[href^="#_ftnref"] sup { color: #BF202D; } /* 밑줄이 보기 싫으면 */ a[href^="#_ftn"], a[href^="#_ftnref"] { text-decoration: none; } /* 마우스 올렸을 때 살짝만 강조하고 싶으면 (선택) */ a[href^="#_ftn"]:hover, a[href^="#_ftnref"]:hover { text-decoration: underline; } /* 페이지 전체가 오른쪽으로 넘치지 않게 */ html, body { max-width: 100%; overflow-x: hidden; } /* 본문 영역 폭 강제 고정 + 긴 단어/문장도 줄바꿈 */ #bo_v_con, .bo_v_con, .cke_editable, article { max-width: 100%; overflow-wrap: break-word; word-wrap: break-word; /* 구형 브라우저용 */ } /* 워드에서 붙은 이미지/표가 화면 밖으로 안 나가게 */ #bo_v_con img, #bo_v_con table, .bo_v_con img, .bo_v_con table, .cke_editable img, .cke_editable table, article img, article table { max-width: 100% !important; height: auto; } /* 워드가 p, span에 폭을 박아놓은 경우 강제로 해제 */ #bo_v_con p[style*="width"], #bo_v_con span[style*="width"], .bo_v_con p[style*="width"], .bo_v_con span[style*="width"], .cke_editable p[style*="width"], .cke_editable span[style*="width"], article p[style*="width"], article span[style*="width"] { width: auto !important; max-width: 100% !important; } /* 기본 blockquote 스타일 */ blockquote { border-left: 4px solid #c0392b; /* 사이트 분위기와 맞는 붉은 계열 */ padding: 12px 18px; margin: 20px 0; background: #fafafa; font-style: normal; color: #333; line-height: 1.6; } /* blockquote 안의 p 태그 정렬 */ blockquote p { margin: 0 0 10px 0; text-align: justify; } /* 마지막 p 태그 여백 제거 */ blockquote p:last-child { margin-bottom: 0; } -
613 발전노동자 대행진, 무엇을 내걸고 어떻게 싸울 것인가1. 들어가며 기후위기 대응을 명목으로 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본격화되었다. 현재까지 서천 1·2호기, 영동 1·2호기, 보령 1·2호기, 삼천포 1·2호기, 태안 1호기가 폐쇄되었다. 2026년 태안 2호기·하동 1호기·보령 5호기 폐쇄가 예고 되었지만, 대체 발전소 건설 지연이나 중동전쟁 등을 이유로 순연된 상황이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5.02)에 따르면, 2038년까지 태안과 당진, 하동 1~6호기, 보령 5·6호기, 삼천포 3~6호기, 동해와 영흥 1·2호기 등 총 37기를 폐지하고 LNG 발전소로 전환하겠다고 하고 있다. 시기는 상이할 수 있으나, 발전소의 순차적·단계적·일방적 폐쇄 국면은 지속될 예정이다. 자본의 시간표는 매우 빠르고 또 일방적이다. 자본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굴지만, 노동자에게 그 책임과 비용을 전가한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전기차로의 전환 등은 매우 빠르게 추진되고 있지만, 이윤 극대화를 위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불안정한 노동 환경은 여전히 공고하다. 발전소 폐쇄 국면, 노동자들은 “석탄화력발전소는 멈춰도 우리 삶은 멈출 수 없다,”라는 기치 아래 여러 투쟁을 이어왔다. “414기후정의파업”(2023),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330 충남노동자 행진(2024)”, “발전HPS지부 파업 투쟁”(2024),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531 대행진(2025), “고(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중대재해 대응 투쟁”(2025) 등이 그 예시다. 그 결과 매년 9월 기후정의행진에는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발전 노동자 총고용보장”이 핵심 요구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작년에는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입법 청원이 성사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6월 13일, 경남도청이 있는 창원에서,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과 공공재생에너지 전환을 내걸고 발전노동자 대행진이 조직되고 있다. 여기서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과정과 반복되는 발전소 노동자의 중대재해가 드러낸 다단계 원하청의 구조를 살펴본다. 이는 결국 비용 절감과 이윤 확보만을 핵심 목표로 작동하는 자본주의가 만든 결과임을 다시 확인하고자 한다. 원청교섭 쟁취 국면에서 613 대행진을 위치지어야 할 필요 역시 강조하고자 한다. 2. “저들의 계획 속에 너와 나의 미랜 없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흐름은 순차적이고 연속적이다. 특정 시기에 모든 호기를 한 번에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 발전소의 일부씩을 꾸준히, 수년간 폐쇄한다. 고용불안과 해고의 결과는 당연히 누적되겠지만, 동시에 이를 노동자들이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수용하게 할 우려도 크다. 예를 들어 "이번에 몇 호기가 폐쇄되지만, 나는 다행히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식으로 안도하면서, 노동자들을 개별적이고 수동적인 위치에 머물게 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발전소 폐쇄 흐름은 그 자체로 매우 일방적이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일정 및 대체 건설 계획과 전망을, 소수의 국가 관료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저들의 계획 속에 너와 나의 미랜 없지.”라는 한 민중가요의 가사가 현 상황을 정확히 보여준다. 노동자들은 철저히 배제되었고, 변화에 적응할 여지조차 없었다. [그림 1] 전쟁, 대체건설 등의 명목으로 일방 순연된 발전소 폐쇄의 시간표 정부입장은 뚜렷하다. 첫째,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라 발생하는 유휴 인력을 한편으론 과소평가하면서도[1] 마지못해 인정하고 있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의 보고서(2021)[2]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되고 LNG 발전소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약 5,000명의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둘째, 발전소 폐쇄가 되더라도 발전소 내외부로 전환 배치가 될 것이란 기만을 펼치고 있다. 2025년 10월 태안화력발전소를 방문한 김성환 기후부 장관의 발언이 이를 대표적으로 드러낸다. 당시 김성환 장관은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1호기 폐지를 “기후위기에 대응한 녹색 대전환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하며 1호기 노동자 129명 전원을 다른 사업장으로 전환 배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임시적인 처방에 불과할 뿐 아니라, 발전소 대부분이 부족한 인원 속에서 정년퇴직자 재계약을 통해 버티고 있는 상황을 무시한 발언이다. 더욱이 2026년부터 폐쇄 예정인 다른 호기들의 인력 재배치 방안을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다. 셋째, LNG뿐 아니라 풍력 및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투자와 개발을 공공부문이 주도하고 이를 통해 창출되는 일자리에 노동자들을 전환 배치해야 한다는 요구에 정부는 민간 기업과의 경쟁이나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하거나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에너지 생산과 분배에 대한 결정권을 틀어진 자본과 정부는 이윤만을 위해 파괴적 생산을 몰아붙이고 있다. 이미 동서, 서부, 남부발전은 "미래 먹거리 반도체 산업"을 위한 LNG 발전소 건설 입찰에 뛰어들었다. 제반 비용은 국가와 지자체가 부담하는 반면 세제 혜택과 보조금 등의 혜택은 SK나 삼성 같은 기업에 집중되어 재벌 특혜의 성격을 띠는, 그 자체로도 막대한 물과 전기를 소비하는 그 클러스터에 말이다. 3. 반복되는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이 드러낸 발전소 위험 현장 발전소 노동자들의 작업복은 상이하다. 꾸준했던 민영화와 외주화로 인한 결과다. 노동자들의 작업복에 적힌 회사명도 다르고 운영 인원 자체도 매우 적다. 형식적·징벌적 안전 체계는 마련되어 있지만, 부족한 인원과 쪼개진 고용 형태는 강한 노동강도와 위험 환경으로 노동자를 내몰고 있다. 그 결과 발전소는 중대재해와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일터가 되었다. 2025년 6월 2일,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선반 작업을 하던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가 작업하던 선반에 방호덮개는 설치되지 않았다. 2018년 컨베이어벨트에 감겨 사망한 김용균 노동자의 중대재해 이후 태안화력발전소의 컨베이어벨트에는 근접 작업 예방을 위한 방호 장치가 빠짐없이 설치되었지만, 감김 사고가 발생하는 선반 전체에 대해서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마련되지 않았다. 그 와중에 TBM(Tool Box Meeting, 작업 전 안전 점검 회의) 이나 위험성 평가 등 안전보건 관리 체계는 매우 형식적, 징벌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도급계약이라지만 원청 한전KPS의 구두 작업 지시는 일상이었고, 하청의 하청으로 내려갈수록 위험한 작업이 전가되며 음지화되었다. 2018년 12월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에도 발전소 중대재해는 반복되고 있다. 2026년에만 벌써 두 건이 발생했다.[3] 쪼개기 계약으로 인한 인원의 부족, 위험의 전가, 사업주 책임 공백의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듯, 사망자 절대다수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특히 올해 3월 23일 영덕 풍력발전소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는 다단계 하청 구조 아래에서 중대재해가 발전소 유형에 국한되지 않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당시 사망자들은 모두 운영사인 ㈜영덕풍력발전에 고용되어 있지 않았다. 3명 모두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외부 위탁업체 소속이었고, 이중 2명은 계약직(일용직) 노동자였다. 당시 작업 현장에 원청인 ㈜영덕풍력발전 소속 직원은 없었다. 육상 풍력발전소 시공을 했던 회사(유니슨)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되고 모든 노동자가 재생에너지 일자리로 전환된다 하더라도, 그 전환될 일자리가 불안정하면 안 된다는 점을 뼈아프게 보여준 사례기도 하다. 한편, 발전소가 곧 문을 닫는다는 명분은, 필요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일례로 고(故)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가 속해있던 하청업체 ㈜한국파워O&M의 정원은 27명이지만, 현재 25명만 일하고 있다. 정원에도 미달하는 적은 수의 노동자가 불안정하게 일한다는 점은 사고의 위험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은 이러한 쪼개기 계약 구조를, 설비나 안전 관련 문제가 있어도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게 하는 구조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는 고(故) 김충현 사망사고 이후 구성된 정부와의 협의체 (“고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 이하 협의체) 주관으로 17,000여 명의 발전소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2025)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발전 공기업에 비해 1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경우 3.73배, 2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경우 3.86배 더 많은 업무 중 사고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사고가 발생해도 보고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경우가 32.3%로 상당히 높았으며, 특히 발전 공기업(40.2%), 1차 하청업체(31.6%), 2차 하청업체(42.2%) 노동자에서 두드러졌다. 이는 현장에서 위험을 자유롭게 발언하고 개선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위험을 느껴 작업을 멈추면 계약이 끊길까 봐 두렵다"라고, "그래서 작업을 계속 진행하게 된다"라는 한 하청 노동자의 말은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원하청 등 위계화된 고용구조가 발전소 폐쇄 흐름에서 더욱 극적으로 작동한다는 점은 이미 알려져 있다. 심지어 노동부도 "(발전소 폐쇄 국면) 인력 감축은 발전공기업에서는 발생하지 않았고, 특히 협력업체(특히 2차)와 자회사 중심으로 발생. 발전공기업 – 자회사 - 1차 협력사 - 2차 협력사(때론 3차까지 포함) 등으로 중층화된 발전사의 고용구조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 충격의 차별성으로 이어짐"[4]이라며, 이를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폐쇄된 석탄화력발전소 8기에서 일하던 정규직 601명은 전원 재배치됐지만, 하청 노동자 667명 중 39명은 일자리를 잃었다. 발전소 폐쇄로 인해 노동자들이 겪어야 하는 고용불안은 현재진행형이다. 앞서 언급한 협의체 설문조사에 따르면, 2차 하청 노동자의 68.1%가 현재 고용불안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발전소 폐쇄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 44.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발전소 폐쇄 이후 본인의 고용을 유지하지 못할 거라는 답변이 자회사 66.4%, 1차 협력업체 85.8%, 2차 협력업체 89%로 매우 높았다. 실제로 1년 단위로 재계약을 반복해 온 발전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폐쇄가 곧 회사 정원의 감소를 의미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서로 눈치만 보는 거야. 누가 먼저 나가는지. 이게 어떻게 보면 잔인하죠. 같이 일했던 사람끼리 싸움 붙이는 거”라는 한전KPS 하청 노동자의 발언은, 발전소 폐쇄가 노동자 내부의 의자 뺏기 싸움을 유도할 수 있단 우려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고용불안은 단순히 불안감으로 그치지 않는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로 인해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렸던 사례, 한국GM 공장 폐쇄로 2명의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렸던 사례, 폐쇄를 앞둔 삼천포발전소 노동자의 자살 사례 등, 일방적 폐쇄와 해고가 노동자를 (가장 극적인 형태인)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앞서 발전소 폐쇄가 만성적, 순차적, 일방적 성격을 가지며, 이로 인한 불안과 해고는 누적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미 폐쇄를 경험한 주체들이 확인되고 있다. 예를 들어 보령발전소의 경우 2026년 6월 30일과 12월 30일 폐쇄가 예고된 상황에서 (그 일정이 변경되었더라도) 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되면, 그 대상이 본인들이 될 수 있단 있다는 불안감이 현장에 상존하고 있었다. 발전 5사 등 원청은 하청 노동자에 대해 자기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5] 당진 1호기 폐쇄를 경험한 당진발전소 노동자들의 경우 언더-티오로 2~3년째 유지되고 있다. 호남발전소 폐쇄 당시 하청 노동자들은 개별 자구책을 모색해야 했고, 그중 일부는 여수발전소의 2차 하청 노동자로 들어와 매년 계약을 갱신하며 일하고 있다. 한전KPS 하동사업소의 경우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고용 형태를 단기노무원으로 일방적으로 변경했고, 폐쇄를 명목으로 26년 12월 31일까지만 계약 연장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2024년 발전HPS 지부의 파업 투쟁 결과 지자체와 발전 5사,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고용보장 협의체가 구성되었다. 그러나 협의체 논의는 폐쇄 연기와 맞물려 올해 12월로 미뤄진 상황이다. 김영구 발전HPS지부 하동지회장은 폐쇄가 예고되었다가 연기되는 반복되는 상황 속 현장이 "희망고문"과 같은 상태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고용과 안전을 책임지는 주체가 다층적 구조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폐쇄로 인한 대응이 개인적인 자구책 수준으로 축소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4. 비용 절감 자본주의, 심화하는 기후위기 발전소를 포함,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수많은 현장에 뿌리 깊게 정착했다. 이는 그 자체로 불안정한 노동 형태를 양산해 왔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위험 작업을 거부하지 못하게 만드는 결과도 초래하고 있다. 일례로 성동조선, 현대중공업의 표준도급계약서(2021)에 따르면, 하청 노동자의 단체행동, 작업거부, 작업 태만으로 원청에 손해를 끼칠 경우 “즉시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다. 또한 안전관리 등의 벌점 관리에도 중대재해나 산재 은폐로 인한 벌점뿐만 아니라 일반 안전사고(산재)와 작업 중지 건수에도 벌점을 매기고 있기도 하다. 징벌적이고 통제적인 안전이 원·하청 구조에서 강화될 뿐만 아니라, 작업중지권을 포함한 노동권 침해가 ‘계약’을 통해 관행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하청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사용하면 위험이 해결될 거라는 기대 대신 불이익이 따라올 거라는 불신을 가져오는 핵심적인 기제다.[6] 케이블 통신 노동자 역시 그렇다. SK브로드밴드의 통신망을 유지, 보수하는 노동자들은 20여 개의 2차 하청업체로 쪼개져 고용되어 있고, 계약을 매년 갱신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보건 실태 조사에 따르면,[7] 폭염경보가 발현되었음에도 작업을 한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작업 중지를 하지 못한 이유로 절차가 복잡하거나 사측의 보복이 두려워서 행사할 수 없다는 응답이 80%로 압도적이었다. 이처럼 용역, 외주, 아웃소싱, 도급, 사내하청, 파견…. 온갖 불안정 노동 구조의 양산은 이윤만을 위한 자본의 전략이었다. 그 결과 불안정 노동과 사회적 불평등은 심화했다. 다른 한편, 이윤만을 바라보는 자본의 멈출 줄 모르는 과잉 생산은 그 자체로 지구를 파괴해 왔다. 한쪽에서는 경제적 가치가 없다며 대량으로 폐기되는 물품들이 쏟아지지만,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는 식량과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새벽배송이니 로켓배송이니 하며 24시간 돌아가는 생산과 소비, 유통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공장식 축산과 반도체 클러스터와 같은 지구 파괴적 산업의 집약화, 비트코인 채굴로 인한 자원 파괴도 일상적이다. 하지만 자본은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은 교묘하게 가린 채, 마치 기후위기의 해결사인 척 행동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친환경 전기차 생산을 통해 미래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HD 현대건설은 2024년 "기후변화 완화"를 재무적 중대이슈 1위 및 환경 · 사회적 중대이슈 2위로 꼽기도 했다. 이것이 기만이자 일종의 그린워싱임을 우리는 잘 안다.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될 때는 ‘녹색 자본주의’를 이야기할 수도 있겠으나, 자본의 초점은 “기후위기 해결”이 아닌 “이윤 창출”이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는 매우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 기후협약 재탈퇴를 비롯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취임 전부터 기후위기를 ‘사기’라고 주장하며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이를 단행했다. 트럼프는 또한 자신의 패권 유지를 위해 스스로 초래한 전쟁 위기를 기후 규제 완화를 위해 활용하고 있다. 2026년 4월 6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석유 및 천연가스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천연가스 플레어링(Flaring, 가스 연소 배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최종안을 발표했다. 강경한 대이란 노선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와 에너지 수급 불안을 심화시켰고, 이를 다시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환경 규제를 철폐하는 근거로 활용하는 것이다. 2025년 초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조기 총선에서 승리하면 가스 화력발전소 50개를 짓겠다”라고 공언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4년 11월 7일 기자회견에서 “24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 계약이 마무리되면, 원전 산업을 비롯한 우리 산업 전반에도 더 큰 활력이 불어넣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현 대통령 역시 고리 2호기 원전 수명연장을 승인했고, ‘현실적’, ‘기술적 한계’ 등의 이유를 들며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터무니없이 낮게 설정하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을 비롯한 파괴적 개발도 밀어붙이고 있다. HD 건설이 이스라엘에 수출한 굴착기 등 중장비는 "어떠한 굴착 환경이나 작업조건에서도 최고의 생산성을 약속하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터전을 파괴하는 데 사용되었다. HD현대를 비롯한 수많은 기업이 이스라엘의 학살을 뒷받침하는 동안 어마어마한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었고,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이 살해당했으며, 지구생태계는 파괴되었다. 자본주의는 또한 현장 노동자 안전 체계 마련을 비용의 문제로 치부하며 비극을 가속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기후위기와 관련한 책임과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윤 생산 체제인 자본주의에서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는 모두 개별 자본이 결정한다. 그리고 이는 매우 기후부정의하다. 앞선 발전소 사례에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듯, 자본은 비정규직 하청 구조를 활용해 에너지 전환의 책임과 비용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언제든지 자를 수 있다는 점을 빌미 삼아, 노동자의 협상력과 힘을 봉쇄하려고도 하고 있다. 공동체의 안전보다 이윤 생산을 우선시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제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충분히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후 대체 건설될 발전소는 왜 반도체 클러스터에 투입되어야 하나?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 시점, 노동자의 총고용 보장 및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전망을 노동자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할 수는 없나? 공백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인 대중교통 노선을 우리가 직접 설계하고 운영할 순 없나? 무기 생산에 쓰일 기술력을 의료기기 생산으로 전환할 순 없나? 우리는 위법하고 부당한 생산을 거부하면 안 되나? 결국 자본의 과잉 생산에 제동을 걸고, 사회적 필요에 따른 생산을 조직할 수 있어야 한다. 생산이 주체가 된 노동자가 기후정의를 실현한다는 건 '언제', '어디서', '얼마나' 생산하느냐를 포함해 “왜”, “어떻게”까지 나아갈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이는 자본 중심의 권력관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의 문제기도 하며, 자본주의를 넘어서야 가능한 문제기도 하다. 5. 613 대행진을 원청교섭과 사회적 총파업 조직의 교두보로!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정부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반대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비정규직 정규직화, 위험의 외주화 철폐,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이행 등의 책임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불안정 노동의 구조, 위험을 노동자가 말하지 못하는 일터도 여전히 공고하다. 김충현을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의 죽음과 부상, 질병을 반복 목도하는 현실이 아프기도, 또 무력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럴수록 확고해지는 점들도 있다. 자본과 정부로부터 독립된, 확고한 노동자 투쟁이 필요하다. 정부 논의나 협의체 결과 등을 바라보거나 따라가는 수준으로 우리 역할이 한정될 수 없다. 폐쇄 일정에 시차가 발생하고 분절적 대응 양상이 굳어질수록 힘을 모으기 어렵기에, 원하청 노동자들이 공동으로, 사업장 담벼락을 넘는 활동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실제 파업을 만들어내고 사회적 힘을 갖게 만들어내야 한다. 어렵더라도 진짜 사장 국가와 발전 5사를 앉혀야 한다. 613 대행진을 비롯한 집회와 투쟁이, 이러한 투쟁을 건설해 가는 데 교두보로서 역할해야 한다. 이러한 기조 아래, 아래를 강조한다. △ 비정규직 철폐가 곧 기후정의다! 현장 안전장치의 미비·노동자 참여권의 박탈· 인력 부족과 강한 노동강도의 강요·반복되는 쪼개기 계약과 만성적 고용불안·위험 작업의 외주화(이주화) 등은 자본의 비용 절감 기조 아래 자행되고 있다. 고용구조의 더 아래로 내려갈수록 위험 작업을 거부하기는 어렵다. 과잉 생산에, 지구에 해로운 생산에 문제 제기하기도 어렵다. 관련된 정보조차 알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노동자들이 현장 통제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자본의 계획에 종속되도록 만드는 이 비정규직 시스템이, 자본의 맹목적 과잉 생산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을 봉쇄”[8]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쪼개지고 불안정한 고용구조가, 기후위기 대응과 완화를 위한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활동에 방해로 작동하는 사례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라서 작업중지권 발휘가 어렵다.”, “일용직이라서 안전보다 고용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발전소 폐쇄 등 산업전환 과정에서 특히 하청 노동자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등등. 자본이 노동자를 저비용(저임금) 고위험 노동으로 내몰고, 필요할 때 쓰다가 손쉽게 내버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던 메커니즘, 과잉·파괴적 생산을 지속시켰던 이러한 구조가 기후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다. 그렇기에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정의로운 전환은 비정규직 철폐이며, 비정규직 철폐가 곧 기후정의다. 이러한 요구를 내걸고 총노동 차원에서의 싸움을 조직하자. △ 원청교섭 투쟁 국면, 7월 총파업의 교두보로서 613 대행진을 조직하자 오랜 투쟁 끝에 노조법이 개정되었다. 원청교섭을 쟁취하여 진짜 사장을 교섭장에 앉혀야 한다는 투쟁 국면이 열렸다. 개정 노조법에 의하면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더라도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다면 원청은 하청 노동자와의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맞서는 파업,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파업이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시행령 등을 통해 하청노조들의 원청 사용자성에 대한 적법성 입증과 판단부터 교섭 창구 단일화 및 분리 절차[9]등 전체 45일간 절차를 밟도록 강제함으로써 원청자본가들이 교섭을 지연, 회피, 거부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많은 자본은 여전히 자신의 사용자성을 거부하고, 교섭에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원청자본가들의 교섭 무력화 시도는 이곳저곳에서 무너지고 있다. 2026년 화물연대본부는 서광석 열사의 죽음을 안고, CU 원청을 교섭장에 끌어냈다. 현대IHL지회도 램프 사업 매각 투쟁을 통해 현대모비스 원청 대표를 합의 주체로 끌어냈다. 이들 사례가 보여준 건 명확하다. △개별사업장 투쟁으로만 머물지 않고 전국과 지역 노동자들의 연대와 공동 투쟁을 조직하면 가능하다는 것 △물류 봉쇄나 10일 넘는 파업을 통해 그들의 이윤이 압박받을 때 움직인다는 것이다. 한전KPS비정규직지회의 경우 한전KPS의 사용자성을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인정받았다. 2024년 발전HPS지부는 진짜 사장 한국남부발전을 상대로 파업 투쟁을 전개했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발전노동자들도 불가능하지 않다. 이러한 선례들을 조합원들에게 더욱 선전하고 토론해 나가자. 물론 다단계 하청 구조 속 나의 원청을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는 쟁점으로 남아있다. 발전소 폐쇄 국면이기에 더더욱, 발전 5사와 국가가 모든 노동자의 고용과 안전을 일차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수의계약 확보나 고용유지 등의 수세적 요구는 자본의 단계적, 분열적 폐쇄 전략 앞에서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크기에, 이를 더욱 강조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2026년 핵심 요구 중 하나를 “원청교섭 원년! 초기업 교섭 돌파”로 결정했다. 올해 정기대의원대회에서도 원청교섭 사업장의 공동 투쟁과 공동 파업을 통해 원청교섭과 7월 총파업의 사회적 파급력을 확대·확장하고, 산별 임단협 투쟁도 총파업 투쟁을 엄호, 지원하는 방향을 결의했다. 금속노조 역시 7 ~ 9월 (원청교섭 사업장 7월 총파업 복무, 8말 9초 총파업) 시기 집중 공동 파업을 원청노조와 공동으로 전개한다고 결의한 바 있다. 613 발전노동자 대행진을 7월 총파업 투쟁을 촉발하는 계기로 활용하자. 대행진을 계기로 만나는 노동자들에게, 7월 위력 있는 총파업을 통한 원청교섭 쟁취 투쟁의 주체가 되자고 조직하고, 설득해 나가자. 발전소 폐쇄 계획도, 발전사 통합 계획도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의 시간표와 계획에 대응하는 정도를 넘어서자. 이러한 행진과 집회를 전국적으로 조직하여, 현장 노동자의 파업을 넘어 전 사회적인 투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으로 만들어 나가자. [1] 기후부(산자부)는 발전소 폐쇄에 따른 유휴 인력 수를 계산할 때, 단 한 명도 신규 채용하지 않은, 퇴직자 정원을 메꾸지 않았을 때를 가정한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2] “(2034년까지) 폐지되는 30기 인원 모두가 일자리 전환이 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최대 7,935명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중략) 폐쇄되는 석탄발전소 30기 중 24기는 LNG 발전으로 전환되면 7,935명 중 LNG 발전소 필요한 인원은 3,024명에 불과. 일대일 전환을 가정했을 때, 전환 불가 인원은 4,911명” - 산자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폐지 석탄발전소 활용 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 2021 [3] 2018년 김용균 사망 이후 발전소 사망 현황 (14건 사고 사망, 폐쇄 비관 1명 자살) 1. 2019년 5월 중부발전 신서천화력발전소 37미터 높이 크레인에서 떨어진 부품에 일용노동자(50대)가 맞아 사망 2. 2020년 9월,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1부두 화물노동자(60대)가 화물차에 적재된 컨베이어스크루장비(석탄하역기)가 떨어지면서 이에 깔려 사망 3. 2020년 11월 28일 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 화물노동자 심장선 씨가 3.5미터 화물차 상부에서 석탄회를 싣다 떨어져 사망 4. 2021년 7월 중부발전 신서천화력발전소 하청 노동자 이**(40대)가 전신 화상 치료 중 사망 (2020년 4월 발전소 공사 현장에서 전기설비 폭발 사고로 화상) 5. 2021년 8월 동서발전 당진화력발전소 3부두 선박, 이산화탄소 용기호스 고체적압을 하던 하청 소속 노동자 4명이 질식, 이중 1명(40대) 사망 ○ 2021년 8월 21일 새벽, 남부발전 부산LNG발전소에서 원청 갑질에 항의하며 투신, 자살 시도 6. 2021년 10월 15일 폐쇄를 앞둔 남동발전 삼천포발전소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30대) 자살 7. 2022년 3월 폐쇄를 앞둔 남동발전 삼천포발전소에서 하청노동자(40대)가 3호기 보일러 건물 5층에서 추락사고 8. 2022년 7월 21일, 동서발전 당진화력발전소 내 신축공사현장, 40대 노동자 쓰러짐(폭염으로 당시 34도) 9. 2023년 2월 9일, 중부발전 보령발전소, 1부두 하역기에서 낙탄 청소를 하던 하청 노동자 이**(50대)가 15미터 높이에서 발판(그레이팅)이 떨어지며 함께 추락 10. 2023년 11일 중부발전 신서천화력발전소 본관 5층 보일러실 배관에서 밸브가 폭발해 고압 수증기 누출로, 정비작업 중이던 한전KPS 소속 노동자 1명 사망, 중부발전 소속 노동자 2명 중화상 11. 2025년 6월 2일, 서부발전 태안화력 2차 하청노동자 김충현 사망 12. 2025년 7월 28일, 동서발전 동해화력발전소 환경설비개선공사 비계 해체 작업 중 30대 노동자 추락 사망 13. 2025년 11월 6일, 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해체 작업 중 붕괴 사고로 9명의 노동자 매몰. 1명은 HJ중공업의 하도급업체 코리아카코 직원, 8명은 코리아카코의 일용직 14. 2026년 3월 17일, 한전KPS 인도사업소에서 석탄재 저장 호퍼 내부 점검 중 잿더미 매몰로 노동자 1명 사망 15. 2026년 3월 23일, 영덕 풍력발전소 날개 균열 수리 중 화재로 인해 하청업체 노동자 3명이 사망, 이중 2명은 일용직 [4]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2022) [5] 이러한 불안감이 만성화되면서 무뎌지는 분위기 역시 존재했다. [6]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금속노동조합. “금속노조 작업중지권 실태와 과제”(2024) [7] SK브로드밴드 전송망 유지보수 하청노동자 노동안전보건 실태 토론회. 2024.10.16 [8]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후정의팀 3차 워크숍 토론문 중 [9] 교섭 창구 단일화 대상 확정→자율적 단일화 시도 14일→과반수 노동조합에 의한 단일화→자율적 공동교섭대표단 구성 5일→공동대표단 구성하지 못할 시 노동위원회의 결정→하청노조 사이의 교섭 단위 분리 /* 스크롤 여백만 주고, 화면에는 안 보이게 */ .ftn-target { display: inline-block; /* 줄바꿈 안 생김 */ width: 0; height: 0; scroll-margin-top: 200px; } document.addEventListener("DOMContentLoaded", function () { // name="_ftn1", name="_ftn2", name="_ftnref1" ... 전부 대상 document.querySelectorAll('a[name^="_ftn"]').forEach(function(a) { var idValue = a.getAttribute("name"); // 이미 같은 id의 요소가 있으면 또 만들지 않음 if (!document.getElementById(idValue)) { var span = document.createElement("span"); span.id = idValue; span.className = "ftn-target"; a.parentNode.insertBefore(span, a); } }); }); /* 본문 각주 번호 + 아래쪽 각주 번호 색 지정 */ a[href^="#_ftn"] sup, a[href^="#_ftnref"] sup { color: #BF202D; } /* 밑줄이 보기 싫으면 */ a[href^="#_ftn"], a[href^="#_ftnref"] { text-decoration: none; } /* 마우스 올렸을 때 살짝만 강조하고 싶으면 (선택) */ a[href^="#_ftn"]:hover, a[href^="#_ftnref"]:hover { text-decoration: underline; } /* 페이지 전체가 오른쪽으로 넘치지 않게 */ html, body { max-width: 100%; overflow-x: hidden; } /* 본문 영역 폭 강제 고정 + 긴 단어/문장도 줄바꿈 */ #bo_v_con, .bo_v_con, .cke_editable, article { max-width: 100%; overflow-wrap: break-word; word-wrap: break-word; /* 구형 브라우저용 */ } /* 워드에서 붙은 이미지/표가 화면 밖으로 안 나가게 */ #bo_v_con img, #bo_v_con table, .bo_v_con img, .bo_v_con table, .cke_editable img, .cke_editable table, article img, article table { max-width: 100% !important; height: auto; } /* 워드가 p, span에 폭을 박아놓은 경우 강제로 해제 */ #bo_v_con p[style*="width"], #bo_v_con span[style*="width"], .bo_v_con p[style*="width"], .bo_v_con span[style*="width"], .cke_editable p[style*="width"], .cke_editable span[style*="width"], article p[style*="width"], article span[style*="width"] { width: auto !important; max-width: 100% !important; } /* 기본 blockquote 스타일 */ blockquote { border-left: 4px solid #c0392b; /* 사이트 분위기와 맞는 붉은 계열 */ padding: 12px 18px; margin: 20px 0; background: #fafafa; font-style: normal; color: #333; line-height: 1.6; } /* blockquote 안의 p 태그 정렬 */ blockquote p { margin: 0 0 10px 0; text-align: justify; } /* 마지막 p 태그 여백 제거 */ blockquote p:last-child { margin-bottom: 0; } -
[정세집담회] 613 발전노동자 대행진, 무엇을 내걸고 어떻게 싸울 것인가기후위기 대응을 명목으로 석탄발전소 폐쇄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자본이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앞세워 발전소를 일방적으로 폐쇄한 결과 고용불안은 발전소 노동자들에게 집중됩니다. 김충현 협의체 설문조사(2025) 결과, 발전소 폐쇄 이후 본인이 고용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답변은 자회사와 협력업체를 가리지 않고 매우 높았습니다. 발전소 현장 다단계 하청 구조도 여전히 공고합니다. 위험작업은 계속 외주화, 음지화되었습니다. 이는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을 비롯한 발전소 중대재해 재발로 이어집니다. 기후위기 시대, 발전소 노동자들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와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2024년 태안 330 발전노동자대행진, 2025년 창원·태안 531 발전노동자대행진에 이어, 올해 6월 13일 창원에서 다시 투쟁을 조직하고 있습니다. 노조법 2·3조가 개정된 지금, ‘진짜 사장’ 국가와 발전 5사에 맞서 모든 노동자 고용보장을 걸고 싸워야 합니다. 나아가 재생에너지 민영화를 막고, 에너지를 얼마나, 어떻게 생산할 것인지 노동자들이 결정해야 합니다. 613 발전노동자대행진을 앞두고, 이러한 투쟁을 함께 만들 방안을 토론해봅시다. - 사회 : 이재백 (발전노조 서부본부장) - 발제 : 조건희 (사회주의를향한전진 투쟁위원회) - 지정토론 : 김영훈 (공공운수노조 한전KPS비정규직지회) - 시간 장소 : 5월 22일 금요일 19시 민주노총 15층(서울 중구 정동길 3) (※온라인 줌 병행) ※아래 첨부파일에서 발제자료를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
[한전KPS비정규직지회 김영훈 지회장 인터뷰] 김충현 협의체 합의 이후에도 발전노동자 직접고용-총고용보장 쟁취투쟁은 계속된다2025년 6월 2일,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선반 작업을 하던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의 죽음은 발전소 내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 구조를 드러냈다. 여기에 더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흐름이 본격화했다. 예고된 화력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사측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단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등 더 손쉬운 해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소수 관료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폐쇄 일정과 대체 건설 계획에는 발전소 노동자의 총고용 보장이 들어갈 여지는 없다. 고 김충현 노동자의 죽음을 안고, 한전KPS 비정규직지회를 비롯한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섰다. "고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협의체"(아래 협의체)가 구성되었고, 한전KPS 하청노동자 전원 직접고용을 포함한 3가지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정부와 사측은 합의안을 이행하고 있지 않다. 김충현 투쟁이 끝나지 않은 이유다. 다음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한전KPS 비정규직지회 김영훈 지회장을 만나, 현재 상황과 과제를 들어보았다. 사진: 김충현 대책위 김충현 협의체에서 3가지 합의안이 도출되었습니다.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한전KPS 하청노동자 650여 명 전원을 직접고용한다고 합의문에 명시한 건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장례식장에서부터 한전KPS, 정부와 싸운 결과기도 하고요. 현재 발전소 경상정비 분야의 하청업체는 1년짜리 쪼개기 계약을 이어오는 인력파견업체나 다름없어요. 노동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역량도 없죠. 한전KPS가 일을 시키면 우리 하청노동자들은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한전KPS는 사고가 발생하면 하청업체와 노동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해왔죠. 하청업체 역시 사고가 났을 때도 산재 처리 안 하고 숨겨왔고요. 안전과 직접고용이 연결되어야 하는 이유도, 실질적인 업무지시를 하는 원청의 업무 및 안전관리 시스템에 하청노동자들이 포함되어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청노동자들의 업무가 한전KPS 노동자들의 업무와 동일하기에, 한전KPS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일반직 4직급으로 직접고용하라는 법원 판결을 합의문에 명시하고자 했지만 잘 안되었습니다. 또한 구체적인 처우는 노사전협의체로 이월하게 되었습니다. 한전KPS는 별정직으로 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향후 가장 큰 쟁점이 될 거 같습니다. 사진: 김충현 대책위 합의문 두 번째 내용,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 확보를 위해 노·사·전·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 기구를 구성하기로 한 점은 직접고용에 비해 그 정도가 낮다고 생각해요. 발전소 폐쇄가 심각한 문제잖아요. 어떻게 보면 서로가 서로의 경쟁 상대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텐데, 일단 논의 테이블이라도 만들자 정도인 거죠. 저희를 포함해 많은 현장에서 발전소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내걸고 투쟁해왔죠. 하지만 의제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더 많은 투쟁이 있어야 했는데 그렇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민간 경상정비 하청업체의 재공영화도 구호로는 많이 얘기했는데, 현장에서까지 전파되어 자기 요구로 내걸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 번째 합의 내용은 연료 환경 운전 분야의 1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노무비를 전용 계좌로 직접 지급하는 것입니다. 2차 하청노동자들도 합의 대상으로 하려고 했지만 잘 안되었습니다. 이번에 조직화 사업하면서 여러 협력업체 노동자를 만나 직접노무비가 잘 지급되고 있는지 물어봤어요. 관련 내용을 잘 모르시더라고요. 임금산출내역서를 실제로 봤는데, 서인천처럼 시행되고 있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요. 합의하고자 했으나 안 된 부분도 있어요. 한전KPS가 불법파견 1심에서 패소했음에도 시정조치를 취하기보다는 항소를 결정했습니다. 협의체에서 항소하지 말라는 권고를 시도했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또 한국자유총연맹이 최대주주로 있는 한전산업개발의 주식을 한국전력이 매입하여 한전산업개발을 재공영화하려는 정책이 추진되다가 중단된 상태인데요, 협의체 차원에서 이를 완전히 철회하려고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사진: 김충현 대책위 한계와 아쉬움이 많은 합의지만, 정부 합의안을 끌어냈던 것에는 노숙농성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투쟁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으셨을 텐데요, 어떻게 동력을 유지하셨나요? 용산과 청와대 앞 노숙 농성, 타지역 한전KPS 하청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저는 서울에 계속 머물러야 했어요. 그럴 때 태안 등 현장과 소통체계를 유지하는 게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였어요. 농성을 시작하면서 조합원 간담회를 원래는 한 주에 한 번씩은 하자고 했지만 잘 안 되었어요. 정말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내려가서 얘기하고 결정을 받아오긴 했는데, 그게 일주일에 한 번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현장과 아예 분리된 채 투쟁할 수는 없잖아요. 소통 역할을 정철희 분회장과 조유상 사무장이 주로 해주셨어요.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한전KPS랑 같이 일하는 과정에서 압박을 받고 있기도 했는데, 두 분이 현장 의견들을 청취하고 대응했던 과정들이 있었죠. 국현웅 동지도 농성장에 붙박이로 계시면서 역할을 해주셨고요. 물론 투쟁을 조직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어요. 이렇게까지 매번 서울 올라가서 집회하고 투쟁하는 걸 조합원들이 힘들어하기도 했고, 불만도 있었죠. 정규직화에 대해서도 ‘별정직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그럼에도 지금 상태에서 관철하지 않으면 예전이랑 똑같을 거라는 공감대가 있었어요. 끝까지 관철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 동의가 돼서 싸웠던 것 같아요. 사진: 김충현 대책위 김충현 투쟁을 겪으면서 조합원들이 가장 크게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처음에 장례식장에 있을 때는 충격도 컸고 머리가 비어 있었어요. 그런 상태로 있다가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서 상황을 인지했던 것 같아요. 이거 큰 사건이 되겠구나, 직접적으로 삶과 연결이 되는 일이겠구나. 장례식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잘 몰랐어요. 저도 조합원들도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처음 겪는 일이다 보니까 좀 어려워했던 것 같아요. 노동조합과 단체들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셨고, 그 과정에서 현장 사람들이 이제는 싸우는 방법이라든지 이런 것들 이제는 좀 익숙해졌던 것 같아요. 다른 한편으로 트라우마 때문에 고생도 많이 하셨죠. 수개월 동안 아예 밖에 나와서 투쟁한 거잖아요. 그래도 그때 많이 깨달으신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냥 머리로만 알았다가, 이제 진짜 우리가 스스로 나서지 않는 이상은 쫓겨날 수도 있겠단 점을 체감한 거죠. 조직화 사업 등 투쟁의 결과로 여러 지역에서 노동자들이 조직되는 성과가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점을 느끼셨나요?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이 다 같이 모여서 힘을 합치는 과정이 필요한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물리적으로도 다 떨어져 있다 보니까 연락도 잘 안 되었고, 누가 어떻게 사는지도 몰랐죠. 이번에 협의체 면접조사나 설명회 같은 조직화 사업을 진행하면서 한 번씩 다 만나고 다녔잖아요. 그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또 어떤 고심을 하고 있는지 등을 알아가는 과정들이 되게 뜻깊었었던 것 같아요. 한전KPS와의 계약 내용이 이상하거나 임금을 제대로 못 받아도 하청노동자들이 목소리를 사실상 못 냈거든요. 그런데 이 투쟁을 하면서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과도기적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고, 되게 뜻깊은 것 같습니다. 다른 지역 노동자들도 투쟁을 통해 조직되기 시작했어요. 저렇게 싸울 수 있다는 것도 사회적으로 알려졌고요.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다른 사업소에도 차츰차츰 퍼져 나갔으면 좋겠어요. 사진: 한전KPS비정규직지회 2월 말, 전국의 발전소를 돌아다니면서 노동자들을 만나면서 합의내용을 설명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진행하면서 느꼈던 소회나, 기억에 남는 사례를 공유해 주신다면? 최근에 쫓겨나신 분들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한전KPS가 하청노동자를 해고했던 사례들을 협의체 진행하면서 뒤늦게 알게 된 거죠. 미리 알았더라면 대처할 수 있었을 텐데, 커버하지 못했던 게 스스로도 많이 한심스러웠고요. 설명회를 했던 첫 번째 이유는 현장 노동자들에게 합의 내용을 알리는 거였어요. 현재 이런 상황이고 한전KPS가 강제적으로 뭔가 계약을 해지하거나 불합리한 요구를 했을 때 알려주시라, 그래야 이런 상황을 타파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자 했어요. 하청노동자 스스로 앞으로를 준비할 시간, 노조 가입도 고민하면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는 등의 시간을 확보하자는 게 두 번째였어요. 저희도 노조 만들기 전에도 자료 모아서 노동청에 신고도 하고 막 그랬거든요. 이런 경험들이 현장에 있는 사람들한테 되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노동조합은 대신 싸워주는 데가 아니잖아요. 스스로 싸우는 사람들이 만들어서 투쟁하는 곳이니까 한편으로는 스스로 싸울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뭘 들고 어떻게 싸워야 할지 모르니까 이런 자료들을 준비해서 들고 싸워야 한다는 거를 얘기하고자 했죠. 저는 제주, 남제주, 일산, 분당, 서울, 안동, 삼척 이렇게 갔다 왔는데요, 삼척 사례가 기억에 남아요. 앞에 안동 설명회가 끝나고 삼척으로 넘어가면서 준비 잘 되고 있냐고 발전소 쪽에 물어봤고, 오면 된다고 해서 갔죠. 그런데 가서 보니까 출입부터 협조가 안 되었어요, 출입 담당자도 나오지 않았고요. 들어보니까 옛날 발전사 부사장이 방문해서 순회하고 있었대요. 그런데 우리가 눈에 거슬리니까 못 들어가게 했던 거였죠. 한전KPS도 담당자를 뺑뺑이 돌리고 있었고요. 하청노동자들은 저희가 온 걸 아예 몰랐대요. 한전KPS 선에서 차단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현장 노동자들이 그 사실을 알고 우리는 설명회를 듣고 싶으니 나가겠다 하셨고, 입구에서 저희가 들어오는 걸 도와주려 하셨죠. 그런데 그분들도 발전소 출입 권한이 없어요. 발전소 본사에서 출입을 허가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결국 편의점 노상에서 설명회를 했어요. 바닷가 바로 앞이라서 바람도 불고 추웠는데, 거기서라도 하겠다고 해서 1시간가량 설명하고 왔어요. 하동발전소의 경우 한전KPS가 2024년 7월에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단기 노무원으로 바꿨던 사례가 있는데요, 관련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면? 하동화력발전소의 한전KPS 하청노동자들이 예전에는 27명이었어요. 여기도 태안처럼 곧 폐쇄를 앞둔 발전소인데, 그 과정에서 한전KPS가 하청업체를 떨궈내려 했던 거 같아요. 2024년, 한전KPS는 하청노동자들한테 상황이 어려우니 한전KPS의 단기 노무원으로 가는 것을 제안했고, 일부는 수용했고 일부는 거부했어요. 현재는 20여 명이 9개월짜리 단기 노무원으로 계세요. 9개월짜리 단기 노무원하고 3개월 퇴직급여 받으시고 다시 9개월 하고 이렇게 계약을 이어오다가, 하동 발전소가 26년에 폐쇄가 되니까 12월까지만 계약을 유지하고 더 이상 계약을 유지하지 않겠다는 말을 사측이 했나 봐요. 노동자들은 굉장히 억울해하시죠. 소송도 하고 기자회견도 하고 할 거 다 해야 하지 않겠느냐 정도 얘기하고 있어요. 발전소 폐쇄를 대비하는 사측의 자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협의체 합의문 중에 직접고용이 완료될 때까지 한전KPS는 하청노동자와의 계약을 계속 연장한다는 내용이 있어요. 관련해서 노사전 협의체에서도 얘기해야 할 것 같아요. 현장에서도 싸움도 많이 해야겠죠. 그냥 되는 건 아니니까요. 사진: 김충현 대책위 직접고용을 다룰 노사전협의체가 난항이 예상됩니다. 발전소 폐쇄를 앞두고 한전KPS와 발전 5사를 상대로 투쟁이 필요할 거 같은데요, 이를 위해 현장에서 필요한 과제가 무엇이라 보시나요? 협의체 합의에 따르면 화력발전소의 경우 3월 31일까지 노사전협의체 회의를 완료해야 하는데, 사측에서는 노사전협의체 위원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 노사전협의체 테이블로 풀 수 있는게 맞나는 고민도 들고요. 정규직 내부 반발도 심한 것 같습니다. 발전소 설명회 할 때 한 협력업체 사무실에 방문했었는데요, 사무실 옆에 한전KPS 사내 게시판이 있었는데, 한전KPS 노동조합이 ‘공정’ 운운하면서 정규직화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이 붙어있더라고요. 김충현 중대재해 이전에도 발전소 폐쇄는 계속해서 이슈였습니다. 폐쇄 과정에서 민간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희생양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하청노동자를 계속 규합해서 운동을 확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2라운드로 넘어가는 상황인 거 같아요. 합의 이후 저희 하청노동자들이 몇 주 투쟁을 쉬었죠. 다시 싸울 때가 된 것 같아요. 일단 직접고용이 전혀 되고 있지 않는 것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 같아요. 여러 매체를 통해 한전KPS와 정부의 행태도 더 알려야 할 거 같고요. 원자력발전소 쪽에도 한전KPS 하청노동자들이 민주일반연맹 소속으로 조직되어 있는데, 소통을 잘해서 공동전선을 쳐야 할 것 같습니다. 사진: 김충현 대책위 -
성평등한 학교로의 길, 동지들과 함께 승리하겠습니다교육 노동자 지혜복 동지가 서울특별시 교육청 앞에서 거리 투쟁에 나선 지 어느새 700일을 향해 가고 있다. 교육청 앞 천막 농성은 200일이 다 되어 간다. 하지만 교육청은 여전히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다. 몽니를 부리는 정근식 교육감과는 다르게, 지난 2년 동안 지혜복 교육 노동자의 투쟁은 수많은 노동자의 투쟁이 되었다. “A학교 성폭력 사안·교과운영 부조리 공익제보 교사 부당전보철회 공대위”(이하 A학교 공대위)에는 여러 노동, 사회단체가 함께하고 있다. 윤석열 퇴진 투쟁을 통해 거리에 나온 수많은 동지의 연대가 교육청으로, 농성장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지혜복 동지는 교육청 앞 선전전과 집회를 이어가면서도 수많은 노동자의 투쟁에도 연대하고 있다. 부당전보 무효 소송 결심을 앞둔 현재, 지혜복 동지의 투쟁을 돌아본다. [사진| 이온화] 거리 투쟁 600일 행진 중 A학교 투쟁이 어느새 600일이 넘었습니다.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요? A학교 투쟁과 연대가 성장하는 것과는 다르게 서울시교육청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정근식 현 서울시 교육감이 책임지고 A학교 성폭력 사안을 해결하라고 싸우고 있습니다. 또한 학교 내 성희롱, 성폭력의 문제는 A학교만의 사안이 아니기에 △서울시 학교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 △전문가·교사·학부모 등이 참여한 TF를 구성하여 성폭력 해결 대책 마련 역시 내걸고 싸우고 있습니다. 저는 A학교 상황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부당 전보와 부당 해임, 형사고발을 당했는데요, 공익 제보를 인정하고 A학교로 돌려보내라는 요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근식 현 서울시 교육감은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기는커녕, 사안 해결을 촉구하며 평화적으로 시위했던 23명의 시민을 폭력적으로 연행했습니다. 이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책임이 저에게 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습니다. 교육감은 이에 대해 책임지고 직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학교는 성폭력이나 성차별이 발생했을 때, 공적으로 문제를 다루고 피해자를 지원해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하지만 A학교 상황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공익 제보 과정에서는 어땠나요? 학교 안에서는 여학생에 대한 성희롱, 성추행이 지속적,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A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요, 학교는 조사 과정에서 신고한 피해 학생의 신원을 노출했고, 이로 인한 2차 가해가 심각하게 발생했습니다. 성희롱, 성폭력이란 특수한 상황을 다른 양상의 폭력과 구분하지 않은 채, 기본적인 성인지감수성을 갖추지 못한 단 한 명의 담당자를 정해놓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입니다. 성폭력이나 성희롱의 경우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도 감수성을 갖춘 별도의 담당자와 심의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교육청에 이 사안을 상담했고, 교육청은 특별감사를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2개월이 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전달받았고요. 이는 교육적 관점에서도 굉장히 잘못된 사례였습니다. 이 사안에 대한 신고를 계기로 제대로 된 예방 프로그램과 피해자 회복 프로그램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교육청은 큰 문제가 없다며 사안을 축소, 은폐하고자 했습니다. 이 때문에 8개월 동안 교육청과 싸워 2023년 말 권고 조치를 끌어 냈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권고 조치에는 성폭력 예방 프로그램과 피해자 회복 프로그램 실시, 피해 학생 회복 조치, 학교장과 조사 담당 교사가 피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하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당시 저는 A학교가 이 조치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시하고 지켜보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2024년 다른 학교로 부당 전보되었습니다. 이는 공익 제보자에 대한 부당한 조치였고,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권고 조치를 제대로 이행해 피해 학생들을 보호하고 성평등한 학교 문화를 만들어야 했는데, 대신 공익제보 교사를 내쫓은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저는 부당 전보된 학교로 가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고, 보복 조치로 형사고발까지 당한 상황입니다. A학교 처리 과정은 학내 성폭력 해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었을 뿐 아니라 학교 책임자와 교육청이 맺고 있는 권력 카르텔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학교가 피해자 관점에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 자체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나 사회는 어떤 역량을 더 갖춰야 할까요? 비슷한 상황에 처한 학교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선 학교에서 시행하는 성평등 교육에 문제가 있습니다. 생물학적 성교육은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나, 포괄적 성평등 교육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러한 교육이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입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입시 경쟁에 모든 관심이 쏠린 교육 현실 속에서, 성평등 교육은 여전히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많은 학교가 성교육을 중앙 방송으로 진행하지만, 학생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대체로 집중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대로 된 성평등 인식을 배울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가 A학교에서 드러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성폭력 사안 처리 과정을 보면서 학습하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의 사건 처리 과정은 어떤 이야기와 행위를 하면 안 되는지, 무엇이 옳은지 배울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제대로 해결 과정을 거치는 것 자체가 학생에게 학습 과정이 된다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A학교의 경우 학교장의 성인지 감수성이 굉장히 낮았습니다. A학교 사건 발생 이후 교사 대상 성평등 교육이 권고되었는데요, 단지 경찰을 불러서 신고 절차를 안내하는 수준으로만 진행되었습니다. 성폭력 사안을 담당하는 교사와 관리자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성평등 교육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공교육 제도 전반에 퍼져 있습니다. 이를테면, 기간제 교사를 포함해 현장 교사의 대부분은 여성이지만 관리직은 남성이 다수입니다. 또 급식이나 청소, 돌봄 노동 등 학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도 주로 여성이 수행합니다. 교과서에서 성별 이분법에 기초해 고정된 성역할을 재생산하는 문제나, 가정이나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을 바로 잡기 위해 필요한 성평등 교육은 부족합니다. 그래서 지정 성별 남성 중심의 교과과정이 운영되고, 여성은 주변화되며 다양한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도 다뤄지지 못합니다. 대신 오로지 자본주의적 경쟁만 중요한 상황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러한 현실을 함께 바꿔가야 하는 전교조가 이번 투쟁에 함께하지 않은 것은 참 안타깝습니다.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고 성평등한 학교와 사회를 만드는 것은, 그동안 ‘참교육’을 외쳐온 전교조가 반드시 중심 과제로 삼아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이를 그렇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수많은 학교에서 여전히 성희롱과 성폭력 사건이 축소되거나 은폐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교조는 성평등한 학교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또한 진보 교육감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교조 출신 인사들이 교육감 후보로 많이 나왔다는 점에서, 관계 설정이 더욱 명확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러 활동가들이 교육청을 지원하는 형태로 들어가면서 주체적 힘이 약화되었고, 주체와 교육청 사이의 ‘견제’ 역할 또한 상당 부분 상실되었습니다. A학교 투쟁에 전교조가 조직적으로 결합하지 못한 것 역시, 진보 교육감과의 관계 설정이 잘못된 결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진보 교육감 운동과 그 시대를 냉정히 평가하고, 올바른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성폭력 해결을 위해 싸우는 조합원을 보호하지 않는 것은 민주노조로서의 책무를 저버리는 일입니다. 전교조가 조속히 민주노조다운 모습을 회복하길 바랍니다. 수많은 연대동지들이 교육청에서 함께 투쟁하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동지들께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교육청 앞에서 오랜 기간 투쟁을 이어오며 정말 많은 동지들을 만났습니다. 이 투쟁이 성평등한 학교와 사회를 향한 희망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자신의 일처럼 함께 싸우는 동지들입니다. 단순히 고맙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적극적으로 투쟁에 결합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발적인 힘이야말로, 이 투쟁을 승리로 이끄는 결정적인 동력이라 믿습니다. [사진| 이온화] 거리 투쟁 600일 집회 중 -
이재명 정부 노동안전 대책의 허와 실이재명 정부 노동재해 대책의 이면 노동운동은, 노동재해가 자본주의 그 자체의 결과라는 점을, 이윤을 위한 과도한 노동강도와 위험한 작업환경의 결과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또한 자신이 일하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일터를 통제하는 것이, 노동재해를 예방하고 더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핵심이라는 점 역시 강조해 왔다. 노동자 건강 손상을 산업생산의 부산물 정도로 취급하는 인식을 타파하고, 노동자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맥락으로 산업재해가 아닌 ‘노동재해’, 산업안전이 아닌 ‘노동안전보건’이란 용어를 의식적으로 사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간 끈질긴 투쟁으로, “일하다 죽지는 않아야 한다”는 명제는 높은 사회적 공감을 확보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대재해를 줄이는 데 직을 걸겠다’고 했고, 포스코이앤씨나 DL이앤씨, SPC 등 대기업을 강하게 질타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대대적으로 조명되기도 했다. 노동재해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행보, 일단 정부의 질타를 수용하는 듯한 자본의 모습은 끈질긴 노동자 투쟁의 성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의 행보에는 노동재해의 근본적 원인에 맞선 노동조합의 현장활동을 제약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나아가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이 노동자의 인력·생산량 통제를 포함한 더 넓은 투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즉, 이재명 정부는 대중적 공감대가 높은 사안으로 노동자들을 달래는 동시에, 노동안전을 주로 기술·관리의 문제로 축소함으로써 노동조합의 현장통제 투쟁, 원청에 맞선 투쟁의 확산을 차단하고자 한다. 이는 노조법 2·3조 개정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절히 통제하고자 하는 의도와도 직결되어 있다. 필요한 것은 AI와 CCTV가 아니라 현장을 통제할 노동자의 힘이다 노동재해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기조는 “공공기관 안전관리 강화 방안”(2025.09.01 발표, 이하 기재부 안), “노사정이 함께 만들어가는 안전한 일터 - 노동안전 종합대책”(2025.09.15 발표, 이하 종합대책)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재부 안의 핵심은 △기관 경영평가에서 ‘산재예방’ 배점 비중 상향 △2인 1조가 필요한 위험작업, 6개월 미만 신규자 단독 금지작업 등 운영실태 조사 △안전은 비용이 아닌 투자란 기조 하 안전인력 강화의 명목으로 지능형 CCTV, AI 등을 현장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종합대책은 △소규모 사업장 지원 금액 대폭 확대 및 중소사업장의 위험관리 역량강화를 위한 스마트 안전장비, AI기술 확산 △이주노동자 중대 사고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한 3년간의 고용 제한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강화, 이륜차 교통위반 집중단속 및 단속시설 확충 △도급계약 시 원청의 의무 강화, 건설현장 불법하도급 합동단속 △원하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확대 및 노동자,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작업중지권 요구권 확대 △반복되는 중대재해 사업장에 대한 과징금 등의 제재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09.01 기재부 공공기관 안전관리 강화방안 중 이번 종합대책은, 특수고용이나 플랫폼노동 · 다단계 원하청 구조 · 고용허가제 등 공고한 착취 구조는 건드리지 않는다. 종합대책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논하지만, 원청에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문구는 없다. 이주노동자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이주노동자 고용을 3년간 제한하겠다지만, 사업장 이동의 자유조차 가로막는 현대판 노예제 고용허가제 폐지에 관한 이야기도, 농어업 등 이주노동자 다수 사업장의 노동시간 상한 규제에 관한 이야기도 없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노동재해에 취약한 집단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한편, 안전을 ‘경영평가’와 연결하는 기조, AI나 CCTV 도입을 효율적 안전과 연결하는 기조 등은 기재부 안과 종합대책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안전이 경영평가와 결부되었을 때 노동재해 은폐로 이어진다는 점, “스마트 안전”이 노동재해를 예방해 주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명확하다. 충분한 인력과 천천히 일할 수 있는 작업 속도가 노동재해 예방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마트 안전”은 노동자 개개인의 행동 통제에 활용될 위험이 크다. 현재 도입된 스마트 안전장비 대부분은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을 최대한 보완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이는 현장에서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을 보완하면서 동시에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에 대한 과도한 집중을 야기”1)하고 있다. CCTV 역시 안전을 제고하기는커녕 사고 발생 후 책임소재를 따지기 위한 도구, 개별 노동자 감시·통제 도구로 활용될 위험이 크다. 아차사고2)를 포함해, 철도나 지하철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기관사 책임론을 강조해왔던 코레일 등의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들은 시민안전 운운하며 기관실 CCTV 설치 논의를 반복적으로 제기해오고 있다. 이번 종합대책에서 제시된 “이륜차의 교통위반 집중단속 및 단속시설 확충” 역시, 프로모션이나 건당 수수료로 ‘빨리빨리’를 강요하는 배달 자본의 행태를 건드리지 않고 개별 노동자 통제와 단속에 강조를 둔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 1) 일환경건강센터, 「산업안전보건분야 스마트 기술 도입의 윤리적·철학적 원칙 제안을 위한 연구」, 2025. 2) 사고가 발생할 뻔하였으나, 직접적인 인적·물적 피해 등이 발생하지 않은 사고 노동자의 자유로운 작업중지권 행사를 보장하고 다단계 하도급을 철폐하라 종합대책은 노동자 참여권의 일환으로 작업중지 요구권과 원하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을 제시하고 있다. 종합대책은 노동자가 직접 사업주에게 적극적으로 작업중지 또는 시정조치를 “요구”할 권리를 신설하고, 명예산업안전감독관에게도 작업중지 “요구권”을 부여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작업중지권은 “요구권”으로 한정될 수 없으며, 조항 신설만으로 작동하지도 않는다. 사업장 안전보건을 위해, 집단이건 개인이건 노동자는 작업중지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위험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가 현장을 멈출 수 있어야 하고, 위험이 시정될 때까지 작업중지가 유지되어야 한다. 그동안 자본은 노동자가 현장을 멈추면 수십억 손해를 본다고 호들갑 떨며 부당징계나 해고를 남발해 왔다. 금속노조 콘티넨탈지회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6년 7월, 세종시 부강공단에서 유해물질 티오비스(Thiobis)가 300리터 이상 유출된 사고에, 작업을 중지하고 노동자를 대피시킨 조남덕 콘티넨탈지회 지회장에 대해, 사측은 “사후적으로 피해가 없었다”며 3개월 정직이라는 부당징계를 내렸다. 2024년이 되어서야 대법원은 작업중지권 행사가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한국GM지부 사례도 유사하다. 2020년 생산라인 속도를 일방적으로 올린 회사에 맞서 비상정지 줄을 당기고 임원실 점거투쟁을 했던 한국GM 노동자 33명에 대해, 한국GM 자본은 해고를 포함한 징계를 자행했다. 항소심과 대법원은 자본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러한 자본의 기조는 여전할 것이다. 또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위험을 외주화시키고 안전과 책임을 외부화시킨 결과를 낳았다는 건 수없이 확인했다. 하청이라서 위험작업을 거부하지 못한 사례, 현장 개선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사례 등은 너무 많다. 일례로 “성동조선, 현대중공업의 표준도급계약서(2021년)에 따르면, 하청노동자의 단체행동, 작업거부, 작업 태만으로 원청에 손해를 끼칠 경우 ‘즉시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다. 또한 안전관리 등의 벌점 관리에도 중대재해나 산재 은폐로 인한 벌점뿐만 아니라 일반 안전사고(산재)와 작업 중지 건수에도 벌점을 매기고 있기도 하다. … 이는 하청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사용하면 위험이 해결될 거라는 기대 대신 불이익이 따라올 거라는 불신을 가져오는 핵심적인 기제다.”3)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경상정비 업무를 하던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 역시 공공연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작동한 결과였다. 고(故) 김충현과 그의 동료 노동자들은 원청 서부발전과 1차 하청 한전KPS의 작업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라야 했다. 그들은 비계설치 및 해체 작업, 수상 태양광 등의 위험 작업을 거부하지 못했고, 설비개선 등 안전에 대한 요구는 묵살 당했다. Safety-Call 등 작업중지권 절차는 마련되어 있었으나, 현장에선 유명무실했다.4) 원청의 노동안전 책임을 은폐해 노동자의 죽음을 낳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철폐되어야 한다. 3)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전국금속노동조합, 「금속노조 작업중지권 실태와 과제」, 2024. 4) 태안화력 故 김충현 비정규직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앞둔” 김충현의 동료들이 말한다 – 현장에서 말하는 ‘김충현 협의체’의 과제」, 2025.08.07. 노동부조차 고질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폐기해야 한다. (09.15. 노동부 종합대책 중) 정부에 기대지 않고, 원청에 맞선 현장활동을 건설해 나가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업장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 필요가 부각되고 있다. 현장에서 이를 만들 수 있는 핵심 주체는 노동조합이다. 조합원 상담, 의견수렴, 현장순회 등 일상적인 안전보건 활동이 뒷받침되어야 사업장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즉,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있어야 노동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 한 건설노조 간부의 이야기는, 윤석열 정권의 노조탄압이 건설현장을 얼마나 위험하게 만들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동조합의 현장 장악력이 있을 때, 건설노조는 위험 작업을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거부할 수 있었다. “‘야기리 작업’이라고, 대형으로 조립된 거푸집을 꽂는 작업이 있는데 바람이 불면 위험해요. 노조가 힘이 있을 때는 ‘바람이 부니까 다음에 합시다’라고 할 수 있었어요. 타워크레인 기사도 작업을 멈추고 내려오기도 했어요. 현장 안전 통로가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정비하기 전까지 작업하지 않겠다고 거부하기도 했고요.” 한편, 현재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등의 제도는 사업장 규모에 따른 제약이 존재한다.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 상시노동자 100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함)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나 노동조합이, 타 사업장 출입 권한 및 작업중지권 발휘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노조의 활동이 자기 일터를 넘어 소규모 사업장 현장 노동자들의 상담과 일상 활동 지원을 포함한 활동으로 이어진다면, 노동재해 예방에 있어 AI나 CCTV보다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자기 일터를 가장 잘 안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집단적 힘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다면, 정부 안에 얽매이지 않고 더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조치를 마련해 나갈 수 있다. 이를테면 앞선 기재부 안은 “근로자 안전조치”를 말하며 2인 1조가 필요한 “위험” 작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말하고 있다. 물론 혼자 일하도록 내몰리는 상황에서 2인 1조 근무는 매우 중요한 조치다. 동시에 일터의 “위험”이 2인 1조 근무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우리 현장이 2인 1조가 될 수 있을지 어떨지 마음 졸이는 대신, 직접 현장에서 느끼는 위험 요소와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야간근무나 교대근무 환경에서 적절한 인력 배치 및 충원 방안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고객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성폭력과 같은 폭력을 “위험 작업”으로 포함할 때 사업주 책임은 무엇인가 등등. 그렇게 간과되어 온 “위험”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작업은,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가 대신할 수 없다. 결국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으로 자기 일터를 통제하는 싸움을 벌이는 것, 원청에 맞선 계급투쟁을 확대하는 것이 노동재해를 예방하고 더 건강한 일터를 만들어가는 핵심이다. -
발전소 원청과 국가에 맞선 노동자계급의 단결 투쟁으로, 공공재생에너지와 총고용 보장 쟁취하자!"바로 지금, 자본주의에 맞선 기후정의 계급투쟁!" - 2024년 907기후정의행진 공동주최 사전집회 기후위기가 정말 심각하다는 것, 자본주의가 만든 기후재난의 피해가 불평등하게 돌아온다는 것은 명백한 현실이다. 주로 남반구(글로벌 사우스)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기후위기가 초래한 재난과 위험으로 일터와 일상이 위협받고, 심지어 죽음으로 내몰리는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는 기후위기 그 자체를 심화시켰을 뿐 아니라, 현장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비용 문제로 치부하며 비극을 가속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기후위기를 빌미로 오직 이윤을 위한 산업전환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며, 책임과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한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흐름이 대표적이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25년 12월 태안화력 1호기를 시작으로 2036년까지 전국 59개의 발전소 중 28개가 폐쇄될 예정이다. 그렇게 수천 명의 노동자에게 ‘해고 통보’를 예고한 정부는, 고용보장 등에 대해서는 무대책으로 일관하며 각자도생을 강요한다. 고용보장을 포괄한, 민영화와 외주화 저지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은 발전소의 중층적이고 불안정한 고용구조 속 위험이 외주화되는 양상을 사회적으로 알려냈다. 자본과 국가는 이윤을 위해 다단계 고용구조를 만들었고, 원청 자본은 하청 노동자의 고용과 안전에 대한 책임에서 면제되었다. 일터의 위험은 하청 노동자, 파견 노동자에게로 떠넘겨져 왔다. 불안정하고 위계화된 고용 형태는 발전소 폐쇄 국면을 맞아 더욱 극적으로 작동했다. 이미 폐쇄된 보령화력·호남화력·울산화력발전소 인력 재배치 결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전KPS와 1차 하청의 경우, 거의 타사업소로 재배치되었다. 그러나 2차 하청과 한전KPS 하청의 경우 재배치된 인원보다 계약해지된 인원이 더 많았다. 자회사 노동자들 역시 재배치와 더불어 정년퇴직과 계약해지가 이뤄졌는데, 퇴직과 해지는 모두 여성 청소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1) 1) 전주희, 「발전소 폐쇄에 따른 차별적 고용위기의 실태와 문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 방안 연구』, 사회공공연구원, 2022. 기후위기 시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고 한다. 하지만 ‘태양과 바람과 물은 모두의 것’이라는 구호와는 정반대로, 이미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는 자본을 위한 블루오션으로 왜곡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해상풍력의 경우 초국적 금융자본과 국내외 대기업이 사업의 93%를 허가받은 상태다. 이 의미는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지 못하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멈춘다는 것이다. 이윤을 위한 재생에너지 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가 안전하고 건강할 리도 없다. 재생에너지 사업자 다수가 50인 미만 소규모 영세사업장, 자영업자나 무급 가족종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모든’ 노동자가 ‘성공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로 재취업하더라도, 민간 자본이 장악한 재생에너지 산업 아래 다단계 고용구조가 유지된다면, 노동조건 하락과 고용 불안을 피하기 어렵다. 노동자가 산업전환 대응투쟁의 주체로서 민영화와 외주화를 저지해야 정의로운 전환을 이룰 수 있다.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 석탄 화력은 멈춰도 노동자의 삶은 멈출 수 없다. 이윤을 위해 안전도, 고용도, 책임도 내팽개치는 자본과 국가에 맞선 싸움으로 공공재생에너지 체제를 구축하자. 공공재생에너지 체제 아래 모든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생산과 소유·분배 등 일련의 과정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강제할 힘은, 단결한 노동자들의 투쟁에서만 나온다. 531 대행진을 시작으로, 진짜 사장 원청과 정부에 맞선 힘을 조직하자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노동자가 위험하게 일하다 아프거나 다치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비극을 우리는 반복적으로 목도한다. 김용균의 죽음 앞에, 우리는 슬퍼하되 추모에만 그치지 말자고, 위험한 현장을 바꾸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쟁취하자는 운동을 조직하기도 했다. 그렇게 “위험의 외주화 중단하라”,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는 외침이 전국으로 퍼졌다. 그리고 발전소 폐쇄 국면, 발전소 노동자들은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고 관철해가는 주체가 되었다. 발전 노동자들과 기후정의운동은 2023년 4월 14일 세종에서 열린 ‘기후정의파업’에서, 2024년 3월 30일 태안 ‘충남 노동자 행진’에서, 5월 28~29일 부산 남부발전 하청노동자들인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 파업투쟁에서 ‘총고용보장 · 정의로운 전환 · 공공재생에너지’를 함께 외쳤다. 그리고 올해 5월 31일, 충남 태안과 경남 창원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자 시민 대행진”(531대행진)을 조직하고 있다. 발전소 노동자와 더불어, 서울·인천·수원·대전·청주·천안아산·대구·부산·광주·강원 등의 지역에서 버스 참가단 역시 조직되고 있다. 531대행진 이후 발전노동자들은 8월 1차 경고 파업과 11월 2차 파업을 조직하고 있다. 올해 9월 27일로 예정된 기후정의행진에서도 총고용보장과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부각할 예정이다. 531대행진을 기점으로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발전산업 노동자들의 힘을 조직하는 것이 관건이다. 결국, 계급투쟁이 에너지 전환의 상을 결정할 것이다.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돈벌이를 위해 지구도 파괴하고 노동자도 죽이는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발전산업을 비롯한 여러 기간산업에서 자본의 소유권을 박탈하고, 산업설비를 국유화해야 한다. 다만, 노동자들의 실질적 통제가 전제될 때만, 해당 산업은 노동자 민중의 필요를 충족하는 계획적 생산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노동자계급의 산업통제 없는 국유화는, 단지 기업 경영권을 민간 자본가로부터 관료가 지배하는 국가 자본으로 양도하는 것에 불과하다.2) 에너지 전환은 현장 전문가인 노동자계급의 집단적 힘에 기초한 전 민중적 연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낭비적 생산 분야는 폐지하면서 동시에 전기나 가스, 대중교통 등 필수재를 필요한 만큼 생산, 분배해야 한다. 2)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이슈페이퍼 「기후위기, 노동자민중의 대안: 노동자 기후정의파업을 시작하자!」, 2024. 원청과 국가는 노동자들의 총고용을 보장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어야 할 ‘진짜 사장’이다. 그들은 그동안 민영화, 외주화로 누가 나의 사장인지조차 헷갈리게 만들고, 다단계 고용구조 하단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어렵게 만들어왔다. 국가와 자본은 에너지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비용을 민중에게 떠넘겨온 기후위기의 주범이다. 그렇기에 ‘정의로운 전환’ 투쟁의 대상은 정부와 원청이어야 한다.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은 발전노동자들의 투쟁이기도 하지만, 모든 노동자의 투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사회적 투쟁을 조직해 나가자. 예정된 8월과 11월 파업이 실질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뾰족한 요구와 원칙을 선동하고, 함께 투쟁계획을 세우며 현장 안팎의 힘을 집결해 나가자. 민영화와 비정규직화가 아닌, 국유화와 비정규직 철폐를, 발전소를 포함한 모든 기간산업에서 쟁취해 나가자. 기간산업은 자본의 블루오션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산업통제와 함께 민중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생산의 거점이어야 한다. 2024년 330 충남노동자행진 531 대행진 참여버스 신청링크 https://bit.ly/531together 서울버스 참여링크 https://docs.google.com/forms/d/e/1FAIpQLScHu9s-_fSX1qTSrs76GskX8y1xGNTahef-83tXlSPm8ph2xA/viewform -
[기고] 만국 노동자의 단결된 힘으로, 기후정의 실현하자!이윤 그 자체만을 위해 움직이는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의 몸과 마음을 해쳐왔을 뿐 아니라, 지구의 모든 존재를 착취와 수탈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그렇기에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를 뒤엎는 투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힘을 조직해 ‘기후정의’를 실현할 중심 주체는, 생산수단을 멈출 힘을 지닌 단결한 노동자들이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전진) 캠프의 핵심 기치 중 하나는 ‘노동자의 힘으로 기후정의 실현!’이다. 물론 ‘기후정의’라는 말 자체는 좋은 말이고 아무도 반대하지 않기에, 반자본주의를 가리는 모호한 지향이라는 비판이 있다. 여기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그럼에도 이 글에서는 ‘기후정의’를 사용한다. 정치캠프에서 강조된 ‘노동자의 힘으로 기후정의 실현’ 제안은, 구체적 현실에서 자본주의를 뒤엎고 사회주의를 만들어가는 핵심 주체로서 단결되고 조직된 노동자들의 힘을 만들자는 것이기 때문이다(‘반자본 기후운동’, ‘사회주의 기후운동’ 등 더 뾰족한 단어들이 구체적 현장에서 더 보편화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필자가 참여한 “한국 기후운동의 현재와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의 과제” 세션 역시 기후재난 앞에, 그리고 923 기후정의행진 앞에, 반자본주의와 기후정의가 떨어져 있지 않다는 인식과 함께 노동자가 변화의 주체로서 전면에 나서자고 제안한다. 기후정의운동의 분화 발제를 맡은 전진 기후정의위원회 고근형 동지는 올해 초 급격한 전기, 가스요금 인상을 두고 전개된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논쟁을 돌아보며, 한국 기후정의 운동이 한 번 더 분화했다고 분석한다. 첫 번째 분화는 2021년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 참여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었다. 탄중위에 참여해 결과를 따내자는 세력, 그리고 사회운동이 정부·자본의 하위파트너로 동원되는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기후위기 주범인 국가기구 그 자체인 탄중위를 해체하자는 세력이 분화했다. 그리고 2023년, ‘에너지 요금인상 철회’ 요구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등은 한국은 기후악당 국가이며, 자본뿐 아니라 시민도 책임져야 하기에 요금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발제자는 이를 두 번째 분화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분화를 겪으며, 기후정의운동 내 보다 많은 세력이 자본주의를 기후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그리고 작년 924 기후정의행진은 이 기조를 보다 분명히 하며 더 많은 대중의 참여를 끌어냈다. 그리고 올해 414 기후정의파업을 통해, 민영화된 에너지산업과 자본 책임을 묻지 않은 채 대중의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것이 기후정의일 수 없다는 점 역시 부각했다. 좌파적 탈성장론의 의의와 한계 또한 발제자는 기후위기와 자본주의에 맞서는 대안으로 떠오르는 좌파적 탈성장(급진 해방적 탈성장) 담론을 분석하며, 그 의의와 한계를 이야기한다. 우선 좌파적 탈성장론 역시 자본주의가 기후위기의 원인임을 인정한다. 또한, 기존 탈성장론의 자유주의적 성격과 무기력한 전략에 비해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나름의 경로와 전략을 제기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좌파적 탈성장 전략의 핵심은, 행위자의 ‘동맹’을 바탕으로 다양한 ‘전략적 캔버스’를 조합하는 것이다. 반인종주의자, 페미니스트 등 권력에 맞서 해방적 변혁에 함께할 누구나 동맹자로 삼을 수 있고, 이 변혁은 제도·공공·정치·경제·문화·노동과 일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좌파적 탈성장은 이를 수행하는 핵심 주체를 제시하지 않으며, 주체와 주체 사이, 전략과 전략 사이의 위계를 설정하지 않는다. 발제자는 다양한 저항 행위 각각은 ‘전술’이 될 수는 있지만, 전술의 나열이 자본주의에 맞선 ‘전략’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좌파적 탈성장론을 비판한다. 자본과 임노동 관계 내부의 균열 없이 자본에 맞서 생산의 민주적 통제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일부로서의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으로부터 생산통제권을 되찾고 기후정의를 실현할 전략적 주체로서 노동자계급이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다. 계급적 기후정의운동의 전략 : 자본의 생산통제에 균열을 발제자는 자본의 기후파괴와 위기 전가에 맞서고 노동자 생산통제를 요구하는 계급투쟁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첫 번째로 노동자의 현장통제권을 강조한다. 이미 노동안전보건운동은 위험 상황에서 예방적 작업중지권을 요구하고 있다. 자본이 아니라 노동자가,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의 몸과 마음을 기준으로 노동시간과 노동조건, 생산량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기후재난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기후위기 이후의 사회를 재조직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에너지사업 공영화와 공공교통 완전공영화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자본의 사유화를 막고, 요금인상 반대를 넘어 투쟁을 확대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923 노동자 기후정의행진이 제안되었다. 기후재난, 공공요금 인상, 공공운수노조 파업 등을 마주한 상황에서, 발제자는 여러 나라 노동자의 기후정의파업을 소개했다. 유럽 청소·배달노동자들은 작업중지권과 온열대책을 요구하며 파업을 진행했다. 이런 투쟁에서 드러나듯, 노동자 작업중지권과 온열대책이 곧 기후정의다. 또한 독일에서 철도를 비롯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공공교통 확대와 인플레이션 국면 생활임금 보장을 요구하며 기후운동단체들과 함께 파업을 벌였다. 마찬가지로, 공공교통 확대와 노동자 생활임금보장이 곧 기후정의다. 아직 한국에서 노동자의 기후정의운동은 소수이고 낯설다. 923 기후정의행진을 통해 노동자 기후정의운동은 보다 확대되어야 하고, 그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 발제자는 ‘노동현장의 요구를 기후정의 요구로’, ‘지역과 현장에서 노동자 사전행동’이라는 두 가지 기획을 제출했다. 그렇게 투쟁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현장을 바꾸고 지구를 바꿀 노동자들의 가능성을 강조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현장의 경험과 고민, 논의지점을 제시한 토론 토론자로는 정의로운에너지전환을 위한 태안화력발전노동자모임(정태모) 이재백 동지,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정홍근 동지, 기후정의동맹 정록 동지가 함께했다. 정태모는 작년 924 기후정의행진을 앞두고 태안화력발전소 6개 민주노조가 석탄발전소 당사자로서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로 결성되었다. 정태모는 정기모임을 통한 학습과 선전전 등으로 기후와 고용이 대립하지 않음을 확인하고 사업장 담장을 넘어 지역주민, 다른 발전사업장 노동조합과 연대를 모색했다. 발전소 폐쇄에 동의하면서까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폐쇄에 따르는 지역소멸 문제를 지역주민에게 알리며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재백 동지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선전전, ‘정의로운에너지전환 태안화력발전노동자 결의대회’ 등 노동자가 스스로 활동을 확장하고 있다는 의의와 함께, 다수 현장노동자의 참여를 확대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한계도 공유하였다. 마지막으로 현장노동자가 느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의 구체적 제시를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정홍근 동지는 사유화된 공공교통 체계 아래에서, 버스회사 적자와 경영진 보수를 시민의 세금으로 채우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대중교통 무료화로 이용률을 늘린 여러 사례를 공유했다. 2023년 경북 청송군 버스요금 전면 무료화 이후 두 달 만에 버스 이용객이 20% 증가한 사례, 2018년 프랑스 덩케르크 버스요금 무료화 이후 이용객이 주중 70%, 주말 140% 증가했으며, 자차를 팔고 대중교통만 이용하는 시민도 증가한 사례 등이었다. 또한 민주노조 건설을 넘어 잘못된 버스운영정책 개선으로 나아간 전북버스노동자 투쟁을 돌아보며, 완전공영제를 요구하며 버스자본-정치권력-어용노조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 투쟁에 기후정의운동이 결합한다면 운동을 현장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록 동지는 2019년 이후, 한국에서 ‘기후/환경’이라는 협소한 틀을 넘어 ‘기후정의’라는 전환적 과제를 제기하는 운동이 등장했던 상황을 복기한다. 기후위기를 겪으며 대중은 사회가 총체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직감했으며, ‘기후정의동맹’은 이러한 정세에서 반자본 체제전환 운동으로서 ‘기후정의운동’을 조직하고자 분투하고 있다. 정록 동지는 기후정의운동의 ‘분화’라 보았던 발제자 판단에 대해, 체제전환 운동의 재구성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이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동시에 자본의 생산통제에 균열을 내자는 발제자의 의견에 매우 동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잔업·특근수당이 오히려 노동시간 연장으로 귀결한 경험이나 작업중지나 휴업이 불안정노동자의 소득감소로 연결될 위험 등을 들어, 다른 조건에 놓인 노동자들의 ‘현장통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쟁점을 제기했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노동자 현장통제권은 개별 기업 노동현장을 넘는 싸움이 필요하나 이에 대한 전략은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 역시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하였다. 노동자 기후정의 실현, 그 결의를 모은 현장 토론 현장 토론은 주로 좌파적 탈성장 운동에 대한 발제자 평가에 관한 의견, 다음으로 계급적 현장 통제와 관련한 실천적 제안, 마지막으로 우리 현장에서 어떻게 기후정의를 이야기할 것인지를 주제로 이루어졌다. 먼저 좌파적 탈성장 운동에 대해, 좌파적 탈성장론 자체는 다양한 전술을 구체적 상황에 따라 배치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 아닌지, 그렇기에 중요한 ‘틈새’를 열 수 있다는 의견이 플로어에서 제시되었다. 인종·여성·주거 등 다양한 행위자들의 실천에 대한 언급 없이 노동자계급이 전략적 행위자로 제시된 것 같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동맹’은 전략으로서 부족하고, 노동자계급이 강조된 점이 명쾌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계급적 현장통제 투쟁에 대해, 노동현장 통제투쟁이나 기후재난에 맞선 노동자 투쟁을 기후정의운동이 재조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또한 지속적으로 벌어지지 못하는 기후 집회의 한계를 지적하며, 노동현장에서 벌어지는 투쟁에 기후운동이 더 결합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국유화와 완전공영제에 관한 추가설명 요청에 대해, 발제자는 노사민정의 참여를 보장하는 모종의 ‘정의로운 전환법’이나 정부위원회로 대응한다는 것은 환상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지향이 무엇인지, 누가 통제하는가가 중요하며, 국유화는 노동자 민중의 민주적 통제를 위한 경로나 수단으로 제시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자신의 현장에서 어떻게 기후정의를 이야기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에서는 토론자 및 발제자, 청중의 결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재백 동지는 발전소가 폐쇄되더라도 노동자는 껌처럼 버려지면 안 되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 속에 분노는 더 높아질 것이고, 이번 923기후정의행진을 맞아 정태모는 사전 결의대회로 그 분노를 모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홍근 동지는 노동조합 내에서도 어려움이 있지만, 완전공영제 지향과 기후정의 행동이 다르지 않음을 토론하고 설득하겠다고 하였다. 정록 동지는 ‘현장노동자 총고용 보장이 현실성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에 맞서 토론한 경험을 공유하며, 총고용 보장만큼 현실적인 요구가 없으며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 공공적인 전환임을 강조했다. 발제자는 923 기후정의행진은 노동자가 주체로 나설 중요 계기임을 다시 강조하며, 기후정의를 위해 분투하는 노동자들이 923 당일 대오를 모으고 노동현장의 변화를 밀어붙일 힘을 얻어가자고 강조하였다. 923 기후정의행진을 비롯한 여러 투쟁현장에서, 변화를 만드는 주체로서 노동자의 단결된 힘을 더 많이 드러내고 조직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