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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계약 철회하라!"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이 일어서다6월 17일 수요일 저녁 7시, 고용노동부 울산동부지청 앞에 ‘임금삭감 반대! 성과차등임금제 반대!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시작할 때만 해도 정주노동자 수가 더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늦게 퇴근하고 온 이주노동자들이 점차 늘어났다. 16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빽빽하게 자리를 잡았고,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금속노조 현중지부 사내하청지회, 울산이주민센터를 비롯해 울산의 여러 노동단체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소식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온 이들이 집회 자리를 함께했다. 울산이주민센터 김현주 대표의 구호선창과 함께 집회가 시작되었다. “나쁜 계약 철회하라!” “임금삭감 철회하라!” “밥값차별 하지마라!” “잔업차별 하지마라!” “성과금을 차별마라!” “재계약을 보장하라!” 위 여섯가지 구호에는 이주노동자들이 그간 겪은 수모와 차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주노동자들에게만 매월 57만원 씩 차별적으로 밥값을 공제하다가, 이것이 사회적으로 지탄받자 밥값 공제를 중단하는 대신, 지난 5월 27일 개악된 근로계약서를 강요했다. 새 근로계약서는 기본급을 대폭 삭감하고,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별하는 성과차등임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HD현대중공업 관리자들은 새 근로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으면 “잔업을 주지 않겠다” “비자를 주지 않겠다” “재계약해주지 않겠다”고 이주노동자들을 협박했다. 이날 현대중공업은 늦게까지 잔업을 시키거나 회식을 잡으면서 이주노동자들이 집회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았다. 실제로 일부 이주노동자들은 이 때문에 집회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그것을 뚫고 집회장에 모여들었다. 제일 먼저 집회 시작 전 고용노동부와 면담을 진행한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조창민 수석부본부장이 국경을 넘어선 단결을 위해 함께 싸워나가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 차민다 조합원이 대구에서 내려와, 스리랑카 출신인 이주노동자들과 한국어를 쓰는 정주노동자들 사이를 잇는 통역사 역할을 했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 조창민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자본은 끝없이 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합니다. 국적으로 나누고, 비자로 나누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고, 내국인과 이주노동자로 나누려 합니다. 왜 자본이 노동자를 나누려 하겠습니까? 노동자가 단결하면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국적은 달라도 우리가 땀으로 만든 노동의 가치는 같습니다. 조선소의 뜨거운 철판 위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생산현장에서 기계를 다루는 노동자도, 모두 자신의 노동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주체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세계 곳곳에서 이윤을 얻는 다국적 자본입니다. 그렇다면 그에 맞서는 노동자의 단결도 국경을 넘어 연대해야합니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합시다! 한국의 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서로 손을 굳게 맞잡고, 차별과 착취에 맞서 함께 싸웁시다. 노동의 가치가 국적에 따라 차별받지 않는 세상, 같은 노동에는 같은 권리가 보장되는 세상, 누구도 고용불안을 무기로 협박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나아갑시다. 우리는 서로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만국의 노동자입니다. 그리고 노동자의 연대는 어떤 차별보다 강하고, 어떤 자본보다 강합니다. 모든 차별이 철폐되는 그날까지, 모든 노동자가 존중받는 그날까지, 함께 투쟁하고 승리합시다. 조창민 수석부본부장은 이어 스리랑카어로 구호를 외치며 이주노동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현대중공업지부 김동하 지부장이 마이크를 잡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일방적인 임금체계 변경을 막기위해 현대중공업지부도 함께 나서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김동하 지부장 이주노동자에 대한 임금체계 변경에 대해 현중지부도 심각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사업장에서 우리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일방적인 임금체계 변경이 노동자의 삶을 뒤흔들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지부 또한 책임성을 느끼고, 이주노동자 임금체계 변경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먼 타국에서 한국으로 와서 힘든 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단함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한번 더 문제의 심각성을 잘 파악하고, 문제해결에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현중지부 사내하청지회 오세일 지회장은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을 사내하청 정주노동자도, 이주노동자도 함께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며, 함께 현장을 바꾸자고 역설했다. 금속노조 현중지부 사내하청지회 오세일 지회장 반갑습니다, 스리랑카 노동자 여러분. 여러분의 근로계약서 변경 싸움은 현대중공업에서도 엄청나게 큰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싸움은 동일한 조건에 있는 많은 계약직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지켜보고, 함께 나설 수 있는 큰 힘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노란조끼를 입고 있는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함께 지지하고 응원해서, 현대중공업을 정말 우리 노동자들이 함께 땀흘려 일한 만큼의 성과를 받아내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현장으로 함께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투쟁! 이어서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 워릭덕스분회 제임스 조직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제임스 조직부장은 E-2 비자를 지닌 외국어강사들도 현대중공업에서 E-7-3 비자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처럼 착취당하고 있다며,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다.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 워릭덕스분회 제임스 조직부장 외국어강사들은 E-2 비자로 들어와 학원에서 사람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우리 또한 E-7-3 비자를 가진 노동자들과 같은 문제를 마주합니다. 종종 사장은 우리의 휴식시간도, 휴가도 빼앗아가고, 부당해고하고, 임금을 부당하게 공제합니다. 현재 저는 해고상태인데요, 사장이 제가 노조에 가입했다고 해고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금속노조와 몇 달 간 함께 투쟁했습니다. 집회도 함께하고요. 동지들이 끔찍한 사장과 싸울 때, 우리 또한 동지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연대를 보내겠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착취당해선 안되고, 현대중공업이 어마어마한 이윤을 내는 건 동지들의 노동이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투쟁! 이어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이춘기 센터장이 ‘전국의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현대자본에 맞선 동지들의 투쟁을 보며 뭉칠 것’이라며 앞서 투쟁에 나선 이주노동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이춘기 센터장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회사가 너무 괴롭히죠? 일하기도 힘든데, 옆에 와서 너무 괴롭히죠? (네!) 속에 있는 화나는 거 풀기 위해 함성 한 번 질러보고 시작할게요. 하나, 둘, 셋! (와!) 지난 13일에도 여기 왔었어요. 경주로 돌아가면서, 너무 동지들께 감사하단 마음이 들었습니다. 경주에 있는 저희 센터에도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다치고, 월급 못받고, 사장한테 맞고, 회사도 못옮기고, 갖가지 이유로 찾아옵니다. 그분들을 보면서 매일 같이 싸우지만, 이 이주노동자들이 어떻게 하면 같이 모이고 같이 싸우고 서로 힘이 되어줄 수 있을지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울산 와서 스리랑카 이주 동지들 보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동지 여러분, 고맙습니다. 현대자본은 한국에서도 거대한 자본입니다. 이 자본이 지금 우리 스리랑카 이주동지들 보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자본은 우리 이주노동자들에게 계약서 쓰라고 하면 쓰고, 일하라 하면 일하고, 아무 소리도 하지 말라고 매일 강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동지들은 “그렇게 못하겠다”, “나도 같은 사람이고 똑같은 노동자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현대 자본은 이제 떨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국에 있는 자본가들이 지금 동지들을 보고 떨고 있을 것입니다. 동지들의 이런 투쟁이, 전국에 있는 흩어져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큰 열망을 줄 것입니다. 동지들의 투쟁으로 그 동지들도, 떨어지고 죽어가는 동지들도 함께 뭉칠겁니다. 그리고 그 동지들의 연대는 다시 여기 앉아있는 우리 동지들에게 힘이 되어 답할 겁니다. 동지 여러분, 고맙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함께 투쟁하겠습니다. 투쟁! 이어 투쟁에 나선 이주노동자들을 대표해, 몇몇 이주노동자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제일 먼저 마이크를 잡은 현장대표 A 노동자는 회사로부터 비자 연장 거부 등 협박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싸울 것이라며, 두려워하지 말고 같은 마음으로 싸우자고 호소했다. 스리랑카 현장대표 A 지금 많은 문제를 안고서 이 자리에 참석한 스리랑카 노동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 나쁜 계약 때문에 너무 힘듭니다. 이 나쁜 계약을 잘못됐다 생각하고 바꾸려는 이주노동자들이 이 자리에 와있습니다. 만약 이 계약서가 정확하고 좋은 계약서라면, 여러분보다 제가 먼저 사인합니다. 제가 사인을 못하는 이유는, 이것이 진짜 나쁜 계약이기 때문입니다. 이 나쁜 계약 때문에 괴롭고 힘든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가족들, 와이프도 자식들도 한국에 있지만,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계약에 싸인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받는 월급도 먹고살기에 생활비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월급을 삭감하려 합니다. 지금 회사에서 저한테 뭐라고 하냐면, “내년 4월 되면 재계약 안해 주겠다, D10 비자도 안해 주겠다, 스리랑카로 돌려보내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동지 여러분, 저는 힘든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여러분과 함께 싸우고 싶습니다. 만약 제가 내년 4월에 비자를 연장하지 못하면, 미등록이 됩니다. 저만 혼자 미등록 되는 거 아닙니다, 제 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 될 때까지, 만약 스리랑카로 쫒겨나더라도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약속하겠습니다. 내년 4월에 D10 비자도 안 준다고 하니 가족들은 먼저 돌려보낼 겁니다. 그리고 저는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저 혼자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과 함께 싸우고 싶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시는 동지 여러분, 무서워하지 말고, 같은 마음으로 싸웁시다. 우리 힘들어도, 우리한테 좋은 일이 안 생긴다 해도, 다음에 올 사람들을 위해 싸웁시다.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현장대표 B 노동자는 이해할 수 없는 정주노동자, 사내협력업체 이주노동자와의 성과급 차별을 고발했다. 스리랑카 현장대표 B 우리가 스리랑카에 있을 때 대한민국을 어떤 나라라고 얘기합니까? '사자 같은 나라', ‘호랑이 같은 나라’라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꿈을 갖고 온 이 나라는 진짜 안좋은 나라로 바뀌었습니다. 그때부터 시작된 나쁜 일을 계속 당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열심히 일하고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는 방입니다. 그런데 그 방에서조차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왜 마음이 아플까요? 저하고 같이 일하는 한국 동료가 있습니다. 그 동료는 저하고 똑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그 동료를 옆에서 도와주면서 일하고 있는데요. 회사에서 여러분들도 알고 있듯이, 상여금을 주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한국인 동료에게는 회사가 상여금을 주고, 저에겐 아무것도 안줘서 저는 빈손으로 집에 갑니다. 웃기는 것은, 같은 방에 있는 같은 노동자라도 차별받는다는 것입니다. 작은 방에 대여섯 명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같은 침대에서 저는 위에서 자고 제 친구는 아래서 잡니다. 저는 현대중공업에 직접 고용돼서 일하고 있는데, 그 친구는 사내 협력업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현대중공업에서 3년 일했고, 그 친구는 2년 일했습니다. 그런데 2년 일한 그 친구는 상여금 460만원을 받았지만, 3년을 일한 저는 백원도 못받았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진짜 안 좋고 마음이 아픕니다. 저뿐만 아니라 이 자리에 참석하고 있는 모든 스리랑카 노동자들이 HD현대중공업을 믿을 수 없다는 같은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은 이 대한민국에서 대통령 4명이 감옥에 간 걸 제가 알고 있습니다. 왜 감옥에 갔습니까. 대한민국의 법을 잘 지키기 위해 감옥에 갔습니다. 우리에게도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이 있습니다. 그 법을 잘 지키면 우리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투쟁! 이어 발언한 현장노동자(C)는 지지하러 와준 여러 노동조합과 단체들에게, 그리고 용기를 내어 모인 스리랑카 노동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스리랑카 현장노동자 C 좋은 저녁입니다. 먼저 이 집회를 지지하러 온 모든 노동조합 단체 여러분께 감사드리겠습니다. 스리랑카는 안좋은 일이 일어나면 함께 싸우고 승리할 때까지 일어나는 국가입니다. 같은 마음으로 이 자리에 온 모든 스리랑카 노동자들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전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일하는 노동자의 근속연수가 쌓이는데 월급을 깎는 나라는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결정을 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이런 나쁜 얘기를 하는 현대중공업은 평가가 안좋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는 이 대한민국에 일하러 온 노동자입니다. 똑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임금과 밥값을 차별하고 삭감하는 건 진짜 안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한국에 들어온 이유는, 열심히 일하고 돈벌고, 안전하게 스리랑카로 돌아가려고 생각하고 온 것입니다. … 우리는 열심히 일하러 왔습니다. 땀을 흘리면서 현장 안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똑같은 권리가 있어야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월급을 삭감하는 나쁜 계약은 반대합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스리랑카 친구들에게 힘을 내라고, 승리할 때까지 싸우자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스리랑카 현장대표 D 노동자는, 이주노동자도 똑같이 배고프면 배고픔을 느낀다며, HD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정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현장대표 D 좋은 저녁입니다. … 대한민국에 있는 주민들처럼 우리도 배고프면 똑같은 배고픔을 느낍니다. 그래서 정말 속상합니다. 이 발전된 한국에서 우리보고 일하러 오라 해서 왔는데, 이 모든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대우하는 게 진짜 속상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일하고 있는, HD현대중공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차별하고 착취하지 말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많은 기대를 갖고 한국에 일하러 왔습니다. 우리 가족들도 초청해 한국에 들어와 같이 있는데, 이런 나쁜 일이 생기니 너무 힘듭니다. 만약에 일하다가 협박을 당해 일을 못하고, 회사에서 안좋은 일이 생겨 해고를 당하면, 우리가 D-10 비자를 가지는 방법도 있다고 합니다. 회사에서 우릴 내보내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마지막 기대는 D-10 비자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투쟁을 통해 이 문제를 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현장대표와 노동자들의 발언에 이어, 민주노총 법률사무소에서 고용노동부와의 면담 내용을 공유하면서, 현대중공업의 근로계약서 서명 협박 행위가 왜 불법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민주노총 법률사무소 이선이 소장 현대중공업이 하는 걸 보고 있으면, 노동법을 지킬 의사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현대중공업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법률을 위반하는 행위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첫번째,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근로조건을 정해야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계약기간이 남아있는데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계약내용을 변경하자고 하는 건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두번째, 근로기준법과 외국인고용법은 국적을 이유로 노동조건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이 이주노동자들에게만 밥값을 공제하고 성과급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한 차별이라 보여집니다. 마지막으로 현대중공업은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하면서, “서명하지 않으면 재계약하지 않겠다”, “잔업을 시키지 않겠다”, “스리랑카로 당장 가야한다”고 협박을 했습니다. 이렇게 상대방을 협박하면서 의무없는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은 형법상 강요죄에 해당합니다. 형법 상 강요죄는 굉장히 무거운 처벌이 이뤄지는 범죄행위입니다. 이와 같은 현대중공업의 탈법 행위에 대해 고용노동부와 면담하면서 저희의 의견을 말씀드렸습니다. 현대중공업은 고용노동부에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노동자들의 임금 총액이 인상되었고, 노동자들이 모두 자유롭게 동의하였다” 라고 현대중공업이 설명했습니다. 여러분 그것이 사실인가요? (아니요)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고 저희가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고용노동부도 현대중공업이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요한 것은 아닌지, 현대중공업이 이주노동자들을 차별한 것은 아닌지 잘 살펴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오늘 이렇게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모인 걸 보면서 현대중공업도 고용노동부도 결코 이것이 쉽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걸 충분히 느낄거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의지를 보여줘야 합니다. 우리가 현대중공업이 요구하는 근로계약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 현대중공업이 이주노동자들에게 부당한 계약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계속 보여줘야합니다. 그렇게 했을 때 현대중공업도 노동법을 준수하고 우리와 공정한 계약, 노동조건의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여러분들의 정당한 투쟁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이후 스리랑카 현장 대표들과, 현대중공업지부, 현중지부 사내하청지회,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울산이주민센터 등 주요 단위들이 함께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측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이날 160명 정도의 이주노동자들이 모였다. 이렇게 이주노동자들이 집단적인 저항에 나선 것은 2003~04년 명동성당 농성투쟁 이후 다른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이번 투쟁은 HD현대중공업이 같은 노동자들을 정규직과 사내하청,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로 갈라놓고 어떻게 차별해 왔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 투쟁을 통해 임금삭감 철회와 차별 시정 등의 승리를 쟁취한다면, 이는 현대중공업 내의 다른 이주노동자들과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도 “뭉쳐서 싸우면 바뀐다”는 희망이 될 것이다. 현중지부 사내하청지회는 올해 HD현대중공업에 원청교섭을 요구하며 ‘원하청 이주노동자 동일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를 더욱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이주노동자, 사내하청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현대중공업 노동자의 단결을 위해 투쟁을 만들어가자. 한국 사회의 이주노동자 규모는 미등록 이주민 40만 명을 포함하면 150만 명을 넘어섰다. 울산에 거주하는 이주민은 3만 6천 명 가까이 된다.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은 극심한 차별과 억압 속에, 임금체불과 폭행, 산업재해와 강제추방의 위협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은 울산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나아가 전국 곳곳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줄 것이다. HD현대중공업 E-7-3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들은 다가오는 6월 26일(금) 일산 해수욕장에서 다시 한번 모일 예정이다. 이 이주노동자들에게 단결과 연대를 집중할 때이다. ※아래는 스튜디오 알에서 6월 17일 집회를 스케치한 영상이다. /* 스크롤 여백만 주고, 화면에는 안 보이게 */ .ftn-target { display: inline-block; /* 줄바꿈 안 생김 */ width: 0; height: 0; scroll-margin-top: 200px; } document.addEventListener("DOMContentLoaded", function () { // name="_ftn1", name="_ftn2", name="_ftnref1" ... 전부 대상 document.querySelectorAll('a[name^="_ftn"]').forEach(function(a) { var idValue = a.getAttribute("name"); // 이미 같은 id의 요소가 있으면 또 만들지 않음 if (!document.getElementById(idValue)) { var span = document.createElement("span"); span.id = idValue; span.className = "ftn-target"; a.parentNode.insertBefore(span, a); } }); }); /* 본문 각주 번호 + 아래쪽 각주 번호 색 지정 */ a[href^="#_ftn"] sup, a[href^="#_ftnref"] sup { color: #BF202D; } /* 밑줄이 보기 싫으면 */ a[href^="#_ftn"], a[href^="#_ftnref"] { text-decoration: none; } /* 마우스 올렸을 때 살짝만 강조하고 싶으면 (선택) */ a[href^="#_ftn"]:hover, a[href^="#_ftnref"]:hover { text-decoration: underline; } /* 페이지 전체가 오른쪽으로 넘치지 않게 */ html, body { max-width: 100%; overflow-x: hidden; } /* 본문 영역 폭 강제 고정 + 긴 단어/문장도 줄바꿈 */ #bo_v_con, .bo_v_con, .cke_editable, article { max-width: 100%; overflow-wrap: break-word; word-wrap: break-word; /* 구형 브라우저용 */ } /* 워드에서 붙은 이미지/표가 화면 밖으로 안 나가게 */ #bo_v_con img, #bo_v_con table, .bo_v_con img, .bo_v_con table, .cke_editable img, .cke_editable table, article img, article table { max-width: 100% !important; height: auto; } /* 워드가 p, span에 폭을 박아놓은 경우 강제로 해제 */ #bo_v_con p[style*="width"], #bo_v_con span[style*="width"], .bo_v_con p[style*="width"], .bo_v_con span[style*="width"], .cke_editable p[style*="width"], .cke_editable span[style*="width"], article p[style*="width"], article span[style*="width"] { width: auto !important; max-width: 100% !important; } /* 기본 blockquote 스타일 */ blockquote { border-left: 4px solid #c0392b; /* 사이트 분위기와 맞는 붉은 계열 */ padding: 12px 18px; margin: 20px 0; background: #fafafa; font-style: normal; color: #333; line-height: 1.6; } /* blockquote 안의 p 태그 정렬 */ blockquote p { margin: 0 0 10px 0; text-align: justify; } /* 마지막 p 태그 여백 제거 */ blockquote p:last-child { margin-bottom: 0; } /* 본문 안 링크 스타일 */ #gpt-article a { color: #cc0000 !important; text-decoration: none !important; } #gpt-article a:hover { color: #990000 !important; } // https://로 시작하는 링크만 target="_blank" 적용 document.addEventListener("DOMContentLoaded", function () { const links = document.querySelectorAll('#gpt-article a[href^="https://"]'); links.forEach(link => { link.setAttribute("target", "_blank"); link.setAttribute("rel", "noopener noreferrer"); }); });2026-06-20 | 조회 15,647 -
수백여 이주노동자가 근로계약서 개악 강요하는 HD현대중공업과 맞서다!6월 13일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은 일요일에 갈 수 있는 유일한 병원인 울산이주민센터 진료소를 찾아 수줍게 아픈 곳을 말하는 이가 아니었다. 낯선 한국 땅 울산 동구 거리가 무서워서 가능한 한 친구와 함께 다니는 겁 많은 노동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한국 땅에서 누구보다 당당하게 글로벌 1위 조선사 HD현대중공업 거대 자본의 차별과 불의에 맞서 노동의 권리를 온몸으로 말하는 노동자였다. 사진: 울산이주민센터 6월 13일, 투쟁을 선택하고 모인 수백여 이주노동자 6월 13일 200여 명의 HD 직접고용 E-7-3 이주노동자가, 현대중공업에서 남목고개를 넘어 울산이주민센터로 모여들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분명했다. 5월 27일, HD현대중공업 사측이 직접고용한 E-7-3비자 이주노동자 전원에게 임금 삭감과 성과차등임금제 도입을 담은 ‘새로운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울산이주민센터 김현주 센터장의 진행으로 2시간 넘게 1부 결의대회의 경과보고, 이주노동자 대표단 투쟁사와 여러 단위의 연대사, 전체 토론 그리고 2부 기자간담회가 이어졌다. 약 250명의 정주·이주노동자는 모두 집중했다.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스리랑카 노동자들이었다. 성서공단지회 차민다 전 부지회장이 스리랑카 통역을 맡아, 참가자들은 서로 익숙한 언어로 발언에 집중할 수 있었다. 늦은 저녁까지도 이주노동자들이 계속 대회장을 찾았다. 1층 결의대회 장소 바닥에 앉고, 의자에 앉고, 몸을 붙여서 서도 장소가 비좁았다. 대회장에 들어가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은 문밖 인도와 골목에서 스튜디오알 라이브 스트리밍을 보며 함께했다. 몇몇은 자신이 직접 라이브 스트리밍을 해서 미처 오지 못한 동료들이 대회를 시청하도록 도왔다. 사진: 울산이주민센터 밥값 차별에서 임금삭감, 성과차등임금제 차별로 그동안 HD현대중공업은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들에게 밥값으로 월 571,000원(2004년까지는 516,500원)을 공제했다. 2024년까지는 세 끼 모두 공제했고, 2025년부터는 중식은 기본 공제하고 조식·석식은 식사 시 공제했다. 세 끼를 회사에서 먹었다고 가정하면 그동안 밥값만 1천 7백여만 원이다. 이 밥값 공제는 어떤 법·제도 근거도 없이 이루어졌다. 같은 기간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밥값을 공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지독한 차별이고 인권침해다. 게다가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는 2025년 성과급도 아예 받지 못했다. HD현대중공업은 밥값 공제가 사회적으로 지탄받자, 밥값 공제를 중단하는 대신 기본급을 대폭 삭감하고 ‘성과’대로 임금 전체를 차별하는 새로운 근로계약서 작성을 강요한 것이다. 새 근로계약서에는 기본급 20여만 원 등의 임금삭감과 1987년 현대중공업 민주노조가 만들어진 후 투쟁으로 철폐한 성과차등임금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저성과자는 해고한다. 한국어 실력부터 솔선수범 자세, 다기능 수행능력 등 모든 부분에 점수를 매긴다. 분노한 노동자들의 서명 거부에, HD현대중공업 자본은 보름 동안 조직적 협박과 괴롭힘을 펼쳤다. 기존 통상임금 283만원을 받는 이주노동자의 경우 기본급을 238,400원, 잔업 30시간 시 월 급여로는 287,693원을 삭감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서명을 거부하며 반발하자, HD자본은 중간에 기본급을 70,000원 올린 수정 근로계약서를 제시했으나, 성과차등임금제 적용은 그대로였다. 성과차등제 적용 전이라도, 기본급 168,400원, 잔업 30시간 시 월 급여 208,000원을 삭감하는 내용이다. 이런 흐름은 6월 9일 울산이주민센터가 기고한 프레시안 기사로 처음 언론에 폭로되며 더 많은 이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난생처음 외쳐보는 구호, 그리고 “투쟁!” 이러한 차별과 억압이 그동안 HD현대중공업 현장에서 차별당하며 쌓인 직접고용 E-7-3 이주노동자들의 분노를 솟구치게 했다. 이주노동자들은 HD현대중공업 입사 관문이었던 밥값 차별 근로계약서는 거부하지 못했지만, 밥값 공제 대신 임금삭감과 성과차등임금제로 영혼마저 차별당하라는 횡포에까지 침묵할 순 없었다. 이주노동자들은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동료를 짓밟고 회사에 쩔쩔매는 대신 투쟁을 택했다. 대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자신들이 HD현중 자본으로부터 받는 차별과 불의를 함께 증언하고, 냉정하고 절제된 분노를 쏟아내며, 스스로의 요구를 함께 결정했다. 물론 사측의 전방위적 협박으로, 모두가 개악된 근로계약서 서명을 거부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개악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노동자든 작성하지 않고 버틴 노동자든, 이들은 모두가 같은 운명공동체이며, 함께 싸워야 함께 승리한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HD현대중공업의 전체 직접고용 E-7-3 이주노동자의 1/3이 한날 한자리에 모이는 초유의 사건, 단결투쟁의 장을 만들 수 있었다. 사진: 울산이주민센터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의 정당한 요구를 ‘8자 구호’로 난생처음 외쳤다. 그 우렁한 소리와 이글거리는 눈빛에 그 자리에 모인 서로가 압도되었다. “나쁜 계약 철회하라! 철회하라!”, “투쟁!”, “임금삭감 철회하라! 철회하라!”, “투쟁!”, “밥값차별 하지마라!”, “잔업차별 하지마라!”, “성과금을 지급하라!”, “재계약을 보장하라”, “투쟁!” 이주노동자들이 팔뚝질하며 외친 “투쟁”은 너무나 명확했다. 억눌린 차별에 터져 나온 분노는 밝고 힘찼다. 그동안 수많은 이주노동자의 개별적 저항이 있었고, 이주노조와 성서공단노조 등으로 뭉쳐 싸워 온 이주노동자들도 있지만, 단일 거대 공장에서 수백 명이 집단적으로 투쟁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놀랄 만한 투쟁이다. HD현대중공업은 자신의 이윤만을 위해 정주노동자가 떠난 자리를 더 부려먹기 쉬운 이주노동자로 대체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노예’가 아니라 ‘인간’이며, ‘노동자’임을 당차게 증명했다. 6월 13일 수백여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은 이미 20명 중 1명이 이주민인 한국의 노동운동사, 비정규직 운동사를 새로 썼다. 사진: 울산이주민센터 “인마”, “서명 안 하면, 비자 안 주고 집으로 보내버릴 거야” 여기는 이주노동자 체류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동등한 노동권 등을 봉쇄하는 한국이다. 한국 조선소 자본에 종속된 비자로 취업한 노동자에게 ‘사장님’은 목숨줄을 쥔 하느님과 다를 바 없다. 직접고용 E-7-3(조선소 일반 기능 인력) 노동자들은 그 어떤 노동자보다 더 사용자와의 관계에 있어 절대적인 종속관계에 놓여 있다. 고용허가제(E-9) 노동자는 최초 취업 기간 3년 동안 세 번 등 사장의 동의를 전제로 몇 번의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다. 그런데 E-7-3 노동자는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2년 전에도 이미 HD현대중공업 직접고용 E-7-3비자는 쪼개기 계약과 해고로 사회문제가 된 바 있지만, 개선된 게 거의 없다. HD현대중공업은 자신의 청탁으로 한국 정부가 만들어준 E-7-3비자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를 악용해 이주노동자들을 협박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증언과 함께 실제 관리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록도 공개되었다. “D10 비자 안 나와. 그거에 대해서 더 이상 얘기하지 마” “회사에서는 이제 위에서 정책이 그렇게 바뀌면서 이제는 D10 비자를 안 해주기로 했어” “국가에서 안 해주고 회사에서 안 해준다는데. 분명히 내가 너한테 서너 번을 계약 안 하면은 사인 안 하면 스리랑카 가야 된다고 얘기했어” “너는 할 말이 없는 거야. 인마” “팀장님이나 우리 파트장님들은 충분히 너희들한테 정보를 다 제공했고 설명했어. 그리고 한편으로는 사정도 했고, 강압적으로 해라 이런 식으로도 했고, 할 만큼은 충분히 다 했어” “앞으로는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안 돼. 어떤 회사 지침이 내려와서 이런 비슷한 일이 있더라도 이번과 같은 일이 일어나면 안 되니까 얘기하는 거야” “근로계약서에 사인 안 할 거면, 여기 사직서에 사인해” “너는 가족 데려서 있으니까 가족 생각해서 사인해” “사인 안 하면, 잔업 안 준다” “6월 8일부터 싸인한 사람만 밥값 안 내도 돼” “먼저 사인한 사람은 일 못해도 SS(등급)를 주겠다. 나중에 사인하면 등급 낮게 준다” 녹취를 듣는 동안 눈에서는 눈물이, 입에서는 “인마, 인마 하지마 인마”라는 욕이 나올 듯 화가 나고 고통스러웠다. 이주노동자들은 “정신적 고문”, “괴롭힘”, “협박”이라고 했다. 이주노동자들이 증언한 자본의 언행은 기가 막힌다. 거짓과 사기, 강요와 협박, 위계와 괴롭힘... 일방적 노동조건 불이익 변경도 위법한데, 이주노동자에게 서명을 받아내기 위한 자본의 조직적 탄압은 위법도 위법이지만, ‘글로벌 1위’답게 매우 폭력적이다. 대회 자리에서 민주노총 울산법률원 이선이 소장은 ‘현대중공업의 횡포가 위법하다’는 법률 검토 의견을 전달했다. 모두 알고 있었지만, 통쾌한 마음에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어떤 노동자는 서명하라는 말만 일주일 내내 종일 듣는 게 힘들고 머리가 하도 아파서 금요일 오후에 조퇴를 신청했다. 하지만 관리자는 그를 집에 보내주지 않았다. 대신 서명할 때까지 집에 보내지 않았고, 결국 기진맥진한 노동자로부터 서명을 받아냈다. 이주노동자들은 “우리를 노예로 생각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연대와 단결로 역사의 진전에 함께하자 이주노동자들은 이러한 폭력을 당하고도 투쟁에 두려움이 없었다. “우리는 이미 블랙리스트다”라고도 말했다. “우리는 끝까지 함께 싸운다”고 외쳤다. 얼마나 대단한 용기인지 가늠할 수 없다. 글로벌 자본에 맞서 당당히 노동자임을 선언하고 투쟁하는 모습은 얼마나 거룩한 인간선언인가! 그 엄숙한 투쟁 앞에 만약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라면 다른 나라에 일하러 갈 용기를 낼 수 있을까? 먼 타국에서 그것도 비자가 걸려있는 상황에서 불의에 저항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쩌면, 이 분노가 수십 년 전부터 한국 사회 이주노동자들에게 켜켜이 쌓인 분노의 분출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의 투쟁을 결의하며 정주노동자들에게 딱 한 가지를 부탁했다. 바로 ‘연대’다. “한국 노동자와 같이 싸우면 더 힘이 세진다. 연대해달라!” 그렇다. 함께 일하는 정주노동자, 이주노동자가 함께 싸우면 더 힘이 세진다. 20명 중 1명이 이주민인 사회, 특히 현대중공업은 전체 노동자 10명 중 2명이 이주노동자다. 민주노조의 역사가 새로 쓰이고 있다. 단결하고 연대하자! HD현중자본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인 6월 5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사측에 항의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이주노동자 인사제도 일방적 개편에 대한 철회 및 차별 시정 요구의 건” 공문을 발송해 문제를 지적하고 즉각 중단할 것을 사측에 촉구했다. 하지만 자본은 노동조합의 말을 듣지 않았다. 6월 9일 현중사내하청지회가 전 공장 노보를 통해 지부 공문과 관련 소식을 알리며 근로계약서 강제전환 중단을 요구했다. 현중지부와 사내하청지회는 연대사를 통해서도 힘찬 연대를 약속했다. 6월 13일 결의대회에 연대한 서영호양봉수열사정신계승사업회 활동가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기억을 떠올렸다. ‘2003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연차 사용 요구에 식칼테러를 당한 후 울산공장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투쟁위원회(비투위)를 꾸리던 시절이 절로 떠오른다, 분위기가 그때와 흡사하다.’ 23년이 지난 지금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오늘 그 투쟁에는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의 얼굴이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이주노동자운동에 헌신해온 이주노동자차별철폐네트워크 ‘사람이왔다’ 활동가들은 ‘이주노동자가 이렇게 대규모로 차별을 말하고 권리를 말하는 모습을 처음 본다며 너무나 감동적’이라고 했다. 같은 이주노동자로 E-2비자를 받고 한국에서 일하는 여러 국적의 외국어교육지회 노동자들은 ‘이 싸움은 우리의 투쟁과 똑같다’며 ‘차별에 맞서 같이 싸우고 연대한다’고 약속했다. 다른 영남지역 방글라데시·스리랑카 노동자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노동조합 간부와 활동가로서 참여한 정주노동자들은 한국 노동자운동에서 이주노동자가 대중적 투쟁으로 진출하는 역사적 순간을 목도하며 자신의 역할을 고민했다. 대회가 마치자마자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이 쏟아졌다. 6월 17일 19시, 이주노동자들은 고용노동부 울산동구지청 앞에서 첫 번째 집회를 열고 일산해수욕장으로 행진한다. 한국 정부에,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말하고 HD현대중공업의 부당한 차별과 횡포를 규탄할 것이다. 숱한 차별과 탄압을 자행하면서도, HD현대중공업과 한국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집단적 저항을 고려하지 못했을 것이다. ‘해고’와 ‘추방’이라는 자본가들의 권력이 있으니 말이다. 너희 국가와 자본은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이주·정주노동자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어라! HD현대중공업 E-7-3 직접고용 이주노동자가 뭉친 역사적 투쟁에 현대중공업 원하청노동자와 울산지역, 금속노조, 이주운동진영, 시민사회 등 전국의 동지들이 연대하자. 자본의 착취와 차별에 맞선 원청교섭 투쟁을, 분열공작에 맞선 이주·정주노동자의 단결투쟁으로 확장하자.2026-06-15 | 조회 17,738 -
[번역] 볼리비아의 반란: 노조 지도부의 배신에 맞선 풀뿌리 조직화수개월에 걸친 여러 지도부의 배신 끝에, 볼리비아 노동자와 농민들은 새로운 형태의 조직을 구축하며 아래로부터의 총파업을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볼리비아에서는 노동계급, 농민 및 기타 민중 부문의 진정한 반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들은 우파 로드리고 파스(Rodrigo Paz) 대통령이 집권한지 불과 6개월 만에, 그의 긴축 정부에 맞서 두 번째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지난 12월, 파스 대통령은 최고령 제5503호를 발표했는데, 그 첫 번째 조치는 연료 보조금을 폐지하는 것이었으며, 이는 사실상 연료 가격을 두 배로 올리는 결과로 이어졌고 가솔리나조(gasolinazo)란 이름으로 불렸다. 이 최고령은 또한 볼리비아 대중을 겨냥한 광범위한 긴축 및 착취 조치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12월부터 거대한 반대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볼리비아 최대 노동조합 연맹인 볼리비아노동총연맹(COB: Central Obrera Boliviana)은 긴축 정책 패키지에 반대하는 일련의 집회를 소집했다. 이는 더 광범위한 운동으로 확대되어 50만 명의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사태가 그들의 통제를 벗어난 상태로 치달을 위기에 직면하자, 마리오 아르고요(Mario Argollo)가 이끄는 COB 지도부는 1월 파스 정부와 협상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노동 지도부가 정부와 공동서명한 칙령이 발표되었는데, 이는 사실상 ‘가솔리나조’를 기본 전제로 수용하여 농촌과 도시 지역 가구의 소득을 깎아내리는 것이었다. 대신 지도부가 얻어낸 것은 천연자원 민영화와 같은 다른 조치들를 연기하는 것에 불과했다. 이는 확대돼 가던 운동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었다. 파즈는 이로 인해 운동이 주춤함을 틈타, 긴축 정책을 재개할 뿐만 아니라, 도로 봉쇄를 전면 금지하는 등 사회적 저항을 탄압하는 일련의 행정 명령을 연이어 내렸다. 한편, 유가 인상은 생필품 가격으로 파급되어 생활 수준을 저하시켰다. 설상가상으로,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개인 차량과 운송 노동자들의 차량을 손상시킨, 불순물이 섞인 수입 연료(“쓰레기 휘발유”) 판매와 관련된 대형 스캔들이 터져 나왔다. 로드리고 파스의 기만과 긴축 정책 불과 한 달여 전, 정부는 제1720호 대통령령을 발표하여, 소규모 토지 소유권을 잠재적 압류로부터 보호하던 볼리비아 헌법을 무력화하고, 농업 기업과 대규모 토지 소유주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민영화의 한 형태인 이 새로운 공격은 지역 공동체의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이들은 판도 주(Pando)와 베니 주(Beni)에서 수도 라파스(La Paz)까지 장거리 행진을 조직하여, 5월 1일 COB가 소집한 집회와 합류했다. 이 집회는 국영 기업 민영화, 보건 및 교육 예산 삭감, 근로자 연금 제도 해체에 맞서 노조 지도부가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하는 여러 부문의 강력한 아래로부터의 압력 아래 소집되었다. 이러한 누적된 불만들은 파스 정부에 제시할 공식 요구 사항 목록으로 정리되었다. 이 모든 과정은 결국 COB 지도부가 이 집회에서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하도록 강요받는 결과로 이어졌으나, 당분간은 실제 작업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후 1720호 법령이 폐지되기는 했으나, 정부가 문제를 미루기만 했다는 점을 주목해야한다. 이 문제는 농업 기업과 기업의 이익을 증대시키려는 목적으로, 지역 사회에 훨씬 더 불리한 조건 속에서 다시 불거질 것이다. 이러한 공격이 계속되자, 정부의 반복된 약속 불이행으로 인해 협상은 무의미하고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확신에 힘입어, 사퇴 요구(“¡Fuera Paz!”)가 점점 더 힘을 얻었다. 광범위한 부문에서, 특히 라파스와 오루로(Oruro) 지역에서 이런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 지역 주민들은 우파 성향의 투토 키로가(Tuto Quiroga)에 맞서 ‘차악’으로 여겨졌던 파스(주로 부통령 에드만 라라(Edman Lara)의 인기에 이끌려)에게 투표했던 이들이었다. 파스가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를 포함해 이 지역 어느 누구와도 견줄 만한 긴축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가 제국주의와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통치하고 있음을 분명히 드러내자, 이들은 명백히 자신들이 파스에게 기만당했다고 느끼게 되었다. 배신에 맞선 아래로부터의 조직화 이러한 요구가 거세지고 파즈의 사퇴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주민 협회 지도부, FEJUVE(엘알토 지역 주민 협의회 연합), 그리고 특히 COB가 5월 1일에 약속한 사항들, 특히 무기한 총파업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에 노동자와 지역 사회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포섭된 지도부들을 거부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스는 이러한 불만을 감지하고 각 부문을 분열시켜 개별적으로 협상하려 시도했다. 농촌 교사, 도시 교사, 보건 노동자, 포토시 및 타 주(department)의 지역 연맹, FEJUVE, CIDOB와 같은 저지대 원주민 단체 등으로 나눠서 말이다. 이러한 전술은 지도부에게만 이익이 되고, 긴축 조치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의 요구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기층의 분노를 더욱 깊게 만들 뿐이었다. 이에 대응해 엘알토(El Alto) 시의 여러 지역 주민들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고 조직화의 필요성을 표명하며 도로봉쇄 지점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도로봉쇄에 참여한 한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뭔가 해야 해요. 그냥 집에 있을 수는 없어요. 먹을 게 충분하지 않거든요.” 또 다른 이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참아온 게 많아요. 빵값이 올랐을 때도 아무 말 안 했죠.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요. 다른 모든 문제에 더해 휘발유는 쓰레기나 다름없고, 가격은 두 배나 비싸졌고, 그저 기름을 넣으려고 끝없는 줄을 서야 하니까요.” 반란과 자기조직화 이러한 상황에서, 특히 센카타(Senkata)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민중들이 아래로부터 스스로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도로봉쇄 시위에 합류하려 하면서, 정작 자신들의 지도부는 정부와의 대화와 타협을 주창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 지도부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한 사례로, 엘알토 남부 FEJUVE의 한 지도자가 파스 정부로부터 차량을 선물로 받았다. 대중들은 그를 배척하며 차량을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결국 차량을 반환하고 “내 할 일은 다 했다”고 선언했으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지역사회는 그에게 치코테오(Chicoteo), 즉 전통적인 공동체적 정의의 형식을 적용했다. 그들은 단순히 선물을 받은 문제뿐만 아니라, 파스가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주민들을 해산시키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와중에, 그가 파스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사실 또한 문제 삼았다. 이러한 양상은 도시 전역에서 반복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사례는 푸엔테 벨라-벤틸라(Puente Vela-Ventilla) 인근 엘알토 제8구역에서 자기조직화된 봉쇄 위원회의 등장이다. 지도자들이 대중운동을 이끌 의지가 없음을 확인한 주민들은 스스로 봉쇄를 조직하여, 라파스로 유입되는 물자의 흐름을 마비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이 위원회들은 또한 카빌도스(cabildos), 즉 이웃 주민, 노동자, 아이를 동반한 어머니, 학생, 노점상, 소규모 상인들이 모여 다음 단계에 대해 논의하고 봉쇄 전략을 조율하는 공개 집회를 소집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최근 벤틸라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해당 집회의 이름으로 다른 봉쇄 및 봉기 세력들에게 더욱 강해질 것을 촉구하기로 결의했다. 제8지구 조정위원회에는 콜키리(Colquiri) 등지의 광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은 투쟁을 심화하고 급진화할 것을 촉구하며, COB 지도부에 총파업을 실물화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분노는 정부가 광산 중심지를 민영화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경험들은 매우 중요하다. 위원회들은 지역과 구역을 넘어 조율을 시작하고 있으며, 다른 노동자와 농민들에게 이 민주적 조직 기구에 합류할 것을 호소하고, 로드리고 파즈가 물러날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의 실행을 그들의 손으로 직접 주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는 라파스 주 메카파카(Mecapaca) 시의 리오 아바호(Río Abajo) 계곡에 위치한 과리나카(Guarinaca) 공동체에서 나왔다. 이 지역 사회의 한 지도자가 파스 대통령이 소집한 대화 자리에 참석했는데, 아무도 정부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이는 그곳에서 엄청난 불만을 야기했다. 정부가 그들을 파괴자, 야만적인 인디언, 테러리스트라고 낙인찍는 인종차별적 수사를 사용했기에, 이에 대한 분노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더 이상 기만당하고 싶지 않은 지역 사회는, 새로운 지도부와 대표자들을 찾고 있다. 관료제에 대한 이러한 반란의 규모는 5월 23일 토요일, COB가 소집한 긴급 총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 총회는 가맹 및 비가맹 부문 모두에게 개방되었으며, 자기조직화한 위원회들도 포함되었다. 제8지구 봉쇄위원회 대표들은 COB 중앙위원회 앞에 나서 노조 지도부가 즉각 진정한 총파업으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며, 노조가 그들을 버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했다. 그들은 탄압에 맞선 모범을 보였으며, 최근 몇 주간 엘알토를 뒤덮은 폭설 속에서도 봉쇄를 유지해 왔다. 그들의 발언은 파스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려는 COB의 의지에 도전했으며, 전국 각지의 봉쇄 현장 대표들이 투쟁의 강화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풀뿌리 자기조직화의 초기 단계들은 반드시 도달해야 할 지평을 가리키고 있다. 전국 수십 곳의 도로 봉쇄 지점에서 투쟁하고 집회에 참여하는 이들은 파스나 그 어떤 대기업 및 제국주의의 대리인들에게도 신뢰를 주지 않은 채, 매 순간 다음 행보를 민주적으로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탄압을 심화하겠다는 정부의 위협, 이와 함께하는 극우 세력의 공격은, 각 부문 간의 연대를 강화하고 투쟁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센카타 봉쇄 위원회의 한 대표가 말했듯이, 이러한 목표는 COB에게 모든 작업장에서 총파업을 실질화할 것을 요구함과 동시에, 아래로부터 이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2026년 6월 3일 Left Voice에 게재된 기사를 번역함. 글쓴이: Diego lung 번역: 돌멩 /* 본문 안 링크 스타일 */ #gpt-article a { color: #cc0000 !important; text-decoration: none !important; } #gpt-article a:hover { color: #990000 !important; } // https://로 시작하는 링크만 target="_blank" 적용 document.addEventListener("DOMContentLoaded", function () { const links = document.querySelectorAll('#gpt-article a[href^="https://"]'); links.forEach(link => { link.setAttribute("target", "_blank"); link.setAttribute("rel", "noopener noreferrer"); }); });2026-06-15 | 조회 17,464 -
[번역] 볼리비아: 라틴아메리카의 우파 물결에 맞선 반격의 시작미국 헤게모니가 쇠퇴하고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제국주의의 압박이 새로운 형태를 띄면서 지역의 정세가 불안정해졌다. 그 와중에 볼리비아에서는 로드리고 파스 대통령에 맞선 궐기가 확산되었다. 라틴아메리카 전역에 걸쳐 볼리비아의 파스 정부, 아르헨티나의 밀레이 정부, 칠레의 카스트 정부가 심각한 위기에 맞닥뜨리면서, 친제국주의 우파를 어떻게 격퇴할 것인가 하는 물음이 더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이 되었다. 지난 몇 주 동안 볼리비아에서 제기된 핵심 물음은, 우리 눈앞의 사태가 라틴아메리카의 새로운 우파 물결에 맞서 거리에서의 반격이 시작된 것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로드리고 파스 대통령은 집권한 지 이제 겨우 6개월을 넘겼지만 강력한 봉기에 맞닥뜨렸다. 정부의 탄압과 기층 조합원을 배신한 노조 관료들이 있었음에도 민중 궐기는 연초부터 끓어올랐다. 파스 행정부는 연료 가격을 인상하고 교육 및 의료 체계를 공격하는 한편 대기업에 부과되는 세금은 감면하려 한다. 농민과 선주민의 토지를 침탈하고 리튬을 약탈하며 국가를 IMF와 제국주의에 더 깊이 예속시키려 한다. 그러나 저항은 격렬하다. 볼리비아는 12월부터 1월까지 3주에 걸쳐 도로 봉쇄와 시위를 겪었다. 지금은 노동자·농민·대중의 전면적 봉기에 직면해 있다. 5월 16일 정부가 봉기를 탄압하면서 네 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파스 정부의 의도와는 정반대였다. 이튿날 도로 봉쇄의 규모는 더욱 커졌고, 그다음 월요일에는 “파스 물러나라”라는 구호와 함께 엘알토에서 라파스로 거대한 행진이 이어졌다. 5월 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에서 더 많은 도로 봉쇄와 시위가 벌어졌고, 이를 분쇄하려던 정부의 시도는 노동자들의 저항에 가로막혔다. 25일에는 엘알토에서 라파스로 향하는 새로운 궐기의 날이 펼쳐졌는데, 이는 최근 몇 주 사이에 가장 큰 규모였고 여러 새로운 부문이 투쟁에 합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스를 대대적으로 지지했고,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와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도 마찬가지였다. 밀레이는 심지어 볼리비아 정부를 돕기 위해 허큘리스 수송기를 보낸다. 이 같은 지지가 놀랍지 않은 이유는, 볼리비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친제국주의 우파 정부가 거리에서 패배할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 제국주의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은 볼리비아의 봉기가 자신의 장기말 하나를 쓰러뜨릴까 두려워한다. 이는 또 한편으로 중국과의 경쟁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는데, 워싱턴은 오랫동안 자신의 뒷마당으로 생각해 온 지역에 대한 지정학적 통제력을 다시금 확립하려 한다. 그리고 볼리비아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 나라는 칠레, 아르헨티나와 함께 리튬 삼각 지대를 이룬다. 트럼프는 새로운 국가 안보 전략을 통해 자신만의 먼로 독트린을 개시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델시 로드리게스의 도움으로 사실상 보호령을 수립했다. 지금은 쿠바 인민에게 극심한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직접적인 공격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5월 20일에는 두 갈래의 작전이 있었다. 1996년 두 대의 경비행기가 격추된 사건을 두고 라울 카스트로가 살인 혐의로 기소되었으며, 핵추진 항공모함 USS 니미츠호가 카리브해에 배치되었다. 트럼프는 이란 전쟁 패배로 수세에 몰렸고 국내에서 심각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 지지율도 35퍼센트에 불과하다. 미국 헤게모니의 쇠퇴가 가속화함에 따라, 미국은 아메리카 인민들에 대해 더 공격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파스 정부를 거리에서부터 패배시키는 것은 라틴아메리카의 지배 계급과 미 제국주의에 대한 심대한 타격이 될 것이다. 파스, 밀레이, 카스트 - 곤경에 빠진 공격의 세 얼굴 더 넓은 지역적 배경을 살펴본다면, 우파의 제국주의적 종속 기획이 아메리카 남부 전역에서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는가 하는 것이 쟁점이다. 밀레이, 카스트, 파스는 똑같은 제국주의 공세의 세 얼굴이며, 셋 모두 이미 곤경에 빠져 있다. 카스트는 취임한 지 두 달밖에 안 되었는데 부정적 평가가 이미 58퍼센트에 이르렀다. 아르헨티나에서 밀레이에 대한 부정 평가는 65퍼센트를 오르내리고 있다. 파스 또한 거리의 봉기가 보여주듯 빠르게 인기가 무너졌다. 이들 정부는 점점 더 위기에 빠지면서도 여전히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칠레에서는 연료 가격 인상과 교육 예산 삭감 등의 공격에 맞서서 칠레 정치의 주요 행위자인 학생 운동이 거리로 돌아오고 있다. 칠레 민중은 2019년 봉기 당시 대통령에 맞서 “피녜라 물러나라”를 외치다가 노조 관료와 전직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치의 광역 전선(Frente Amplio)에 의해 세력이 꺾여 버렸지만,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일어서고 있다. 한편 페루에서는 학생 운동이 이번 달 대대적인 대학 점거를 이끌면서 대학 당국에 맞선 민주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페루는 2023년의 제도적 쿠데타에서 비롯한 정당성 없는 체제와 더불어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페론주의와 노동 관료가 밀레이의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조건이었는데, 많은 부문이 진보적 변화를 겪고 있으며 미리암 브레그만과 트로츠키주의 좌파에 대한 정치적 공감도 커지고 있다. 볼리비아 봉기는 이처럼 더 넓은 지역의 현상 가운데 가장 폭발적인 부분이다. 우파와 제국주의의 공세를 어떻게 패퇴시킬 것인가 하는 전략적 물음이 점점 더 구체적으로 성립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봉기할 권리 최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진보 정상 회의의 주최자 중 한 명인 브라질 대통령 룰라는, 볼리비아 민중 궐기가 타도하고자 하는 파스 정부에 연대를 표하면서 “민주적 제도와 법치에 대한 온전한 존중”을 촉구한다. 우리는 라틴아메리카의 우파 세력이 개량주의적이고 포스트신자유주의적인 정부들의 실패 덕분에 권력을 잡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칠레 보리치의 실패, 아르헨티나 페론주의의 실패, 볼리비아 사회주의운동(MAS) 정부의 실패가 대중 운동 조직들을 국가로 흡수함으로써 반동적 정부를 위한 길을 닦았다. 라틴아메리카 우파와 제국주의는 볼리비아에서 벌어지는 일이 쿠데타 시도라고 주장하면서, 볼리비아 노동자들과 농민들이 파스의 사임을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비난한다. 이들에게 “민주주의”란 민중이 4년 혹은 5년마다 투표하는 것만을 의미하며, 일상의 결정은 진정한 권력자들, 즉 제국주의의 앞잡이들과 기업주들과 지주들이 내린다. 지난 선거에서 많은 이들이 투토 키로가 같은 극우 후보들에 맞서 파스와 라라 부통령에게 투표했지만 파스는 취임하자마자 무자비한 긴축에 착수했고, 이는 지배 계급에게 “민주적”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드러냈다. 자율적으로 조직화된 봉쇄 위원회들이 지적하듯이, 진짜 “쿠데타 모의자”는 정부다. 애초의 약속과 다른 강령을 실행함으로써 인민을 기만했기 때문이다. 볼리비아의 최근 역사에서는 굉장히 급진적인 운동이 거듭 등장했지만 정치적 책략과 탄압이 결합하면서 시야 밖으로 밀려났다. 오늘날 우리가 노동자·민중의 궐기를 목격하게 된 이유는 밑바닥에 있는 이들이 극도로 악화된 생활 조건을 더 이상 견디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볼리비아에 뿌리 깊은 인종주의는 궐기를 추동하는 핵심 요인이다. 최근 선주민의 깃발인 위팔라를 불태운 사건은 도로 봉쇄가 확산되는 데 일조했다. 볼리비아 인민에게는 봉기할 권리가 있으며, 다수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오직 이 방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핵심 물음은 이 힘이 또다시 굴절되거나 봉쇄되거나 패배당하는 상황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민중 궐기를 총파업과 결합하기 우리가 볼리비아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목격하고 있는 것은, 이 지역에 새로운 정세가 출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관점을 바탕으로 더 깊은 탐구가 필요한 근본적인 전략적 논의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근의 모든 봉기를 관통하는 패턴이 하나 있다. 궐기가 폭발하고, 곧바로 노조 및 사회 관료가 주도하는 운동 무력화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이것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전략 문제의 핵심이다. 이 패턴을 깨뜨리려면 핵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즉, 거대한 대중 조직들에 공동전선을 강제하는 투쟁 속에서 역량을 조율하고 자기 조직화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려면 관료 기구를 우회하고 투쟁 부문들을 통합하는 조율 기구를 수립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민중 궐기를 총파업과 성공적으로 결합하는 핵심 수단이다. 총파업은 노동 계급이 자신의 힘을 관철하고 우파 정부를 격퇴하며 다수에게 유리한 활로를 여는 주된 도구다. 이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 지극히 힘겨운 투쟁이며, 따라서 노동 계급 헤게모니를 위해 이 전투를 수행할 강력한 혁명적 좌파가 중요하다. 볼리비아의 제4인터내셔널을 위한 혁명적 노동자 동맹(LOR–CI)이 최근 성명에서 지적하듯이, 정부의 탄압, 기소, 협박, 기층 구성원을 배신한 지도부와 정부 사이의 협상을 통한 무력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농민·선주민·대중의 봉기는 점점 커지는 중이다. 집단을 배제하고 협상하는 관료들은 아래로부터 거부당하고 있는데, 볼리비아농민노동자단일노조연맹(CSUTCB), 볼리비아선주민연합(CIDOB), 교원노조, 남부 엘알토의 지역위원회연맹(FEJUVE) 일부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투쟁을 어떻게 지속할지 논의하는 주민 총회, 집회, 자기 조직화의 공간이 점점 더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거대한 규모의 도로 봉쇄와 민중의 엄청난 의지 외에, 진정으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모든 생산 부문에 걸쳐 작업을 중단하는 실질적인 무기한 총파업이다. 볼리비아노동총연맹(COB)의 5월 1일 총회에서 의결되었지만, 노조 지도부는 아직 총파업을 실행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센카타 8구역에서 자체 조직된 봉쇄 위원회 대표들은 이렇게 지적했다. “우리는 몸을 내던지고 있다. 우리는 이미 싸우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아누니의 광부들과 코로코로, 콜키리에도 호소해야 한다. 이 지역들의 광산을 민영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총파업을 실행해야 한다.” 계급 투쟁의 실험실로서의 볼리비아 - 세 가지 잠정적 결론 라틴아메리카에서 친제국주의 우파에 맞서 싸우는 우리는 볼리비아 봉기로부터 몇 가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정부에 승리하려면 민주주의를 존중하라고 요청할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정부들은 취임하자마자 친제국주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스스로 민주주의를 짓밟기 때문이다. 성명, 공보, “대화”가 오가는 동안 파스 대통령은 긴축 계획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탄압에도 무너지지 않는 봉쇄와 궐기가 시작되자 정부는 위기에 빠졌다. 둘째, 자기 조직화는 관료들이 밀어붙이는 운동의 무력화 시도에 저항하는 유일한 대안이다. 봉쇄는 자기 조직화가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사례이며, 자발적으로 소집된 위원회들이 이를 지탱한다. 덕분에 COB의 책략과 정부의 탄압을 물리치고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자기 조직화가 더 높은 차원의 형식으로 발전하면 역량을 결집하여 공동전선을 관철하고, 투쟁을 확대하며, 파스를 비롯한 쿠데타 모의자들의 사임을 강제하는 총파업을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끝으로, 직접 행동과 자기 조직화는 관료들의 배신과 끊임없이 충돌하는데, 이 때문에 관료에 맞서 싸우는 강력한 혁명적 당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당의 목표는 운동이 관료의 의지에 종속되는 것을 막고, 대중이 분출하는 힘이 운동과 제도적 봉쇄의 악순환에 갇히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농민·대중의 독자적 세력이 출현하여 투쟁에 앞장서도록 일관되게 싸우는 정치 조직을 갖추어야 한다. 볼리비아의 봉기는 고립된 사건이 아니라,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물음들이 시험대에 오르는 실험실이다. 만약 파스가 무너지고, 총파업이 효력을 발휘하며, 봉쇄 위원회들이 관료 기구를 넘어 전국적 조율 체계로 스스로 조직된다면, 밀레이와 카스트를 비롯한 나머지 라틴아메리카 우파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볼리비아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더 폭넓게 펼쳐지기 시작한 것은 바로 역사의 경로를 바꿀 가능성이다. 이것이 전략적 지평이며, 혁명적 좌파는 부름에 응답해야 한다. 2026년 5월 27일 La izquierda Diario에 스페인어로 게재됨. 2026년 5월 28일 Left Voice에 게재된 기사를 번역함. 글쓴이: Josefina L. Martínez and Matías Maiello 번역: 강성윤 /* 본문 안 링크 스타일 */ #gpt-article a { color: #cc0000 !important; text-decoration: none !important; } #gpt-article a:hover { color: #990000 !important; } // https://로 시작하는 링크만 target="_blank" 적용 document.addEventListener("DOMContentLoaded", function () { const links = document.querySelectorAll('#gpt-article a[href^="https://"]'); links.forEach(link => { link.setAttribute("target", "_blank"); link.setAttribute("rel", "noopener noreferrer"); }); });2026-06-15 | 조회 17,537 -
[번역] 이중권력: 자기조직화와 총회의 중요성자기조직화는 계급투쟁의 열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데, 마르크스주의 혁명가들에게 이는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의 정치 권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출발점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우리는 팔레스타인 학살에 맞선 학생 봉기가 전 세계를 휩쓰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지난 수개월간 미국과 전 세계의 학생들은 베트남 전쟁에 반대했던 것처럼 가자를 위해 시위를 벌였다. 청년들 사이에서 반제국주의 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꺼이 싸우고 국가에 맞서며, 팔레스타인 해방을 보게 되길 진심으로 염원한다. 미국 대학들과 이스라엘 국가의 유착 관계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점거 농성과 직접 행동이 이어지면서, 운동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방법과 전략을 둘러싸고 공개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편집자 주] 이 글이 쓰여진 것은 2024년 6월이라 시기적으로 오늘날 정세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자기조직화와 총회의 개념과 그 중요성에 대한 논의를 전달하기 위해 글을 번역해 게재한다. 의식의 발전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투쟁 과정과 다양한 자기조직화 형태가 나타났다. “자기조직화”는 곧 민주적 총회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총회에서 투쟁의 다음 단계를 민주적으로 결정한다. 총회는 자기조직화의 표현 방식이다. 자기조직화란 관료적 지도부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의식적 조직화다. 자기조직화는 최근의 계급투쟁 과정에서 핵심적인 부분이었다. 2019년 칠레의 방어 위원회나, 2024년 아르헨티나에서 이른바 옴니버스 법안에 항의하기 위해 등장한 동네 총회가 그 예다. 미국에서도 1919년 시애틀과 같이 대중적 분노가 첨예해진 순간에 자기조직화가 발전했다. 미국에서 우리는 바이든 행정부의 절대적 지지 아래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끔찍한 학살에 직면해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을 위해 무기, 미사일, 경제적·기술적·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바이든 행정부는 공화당과 극우 트럼프 진영을 포함한 양당 체제 전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에 맞서서, 학살을 끝내고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고 요구하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제국의 심장부에서 폭발했다. 이 운동은 7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다양한 형태와 단계를 거치며 이어져 왔다. 봄철에 대학 캠퍼스를 휩쓴 점거 농성 물결 이후 현재 운동은 갈림길에 서 있으며, 지난 수개월의 경험으로부터 결론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팔레스타인 운동은 총회의 형태를 띤 자기조직화가 결여되어 있다. 이는 운동을 이끄는 주요 경향 전반에 해당되는 사실이며, 이들은 매우 다양한 전략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는 뉴욕시의 ‘우리 생애 안에(Within Our Lifetime)’, 사회주의해방당(Party for Socialism and Liberation), ‘팔레스타인 정의를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Justice in Palestine)’,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Jewish Voice for Peace)’ 등이 포함된다. 이들의 조직화는 “포퓰리즘적”, “마오주의적”, “스탈린주의적”, “탈식민적” 입장 등을 준거점으로 삼는다. 그들 가운데 누구도 노동자·학생의 총회와 자기조직화를 추동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점거 농성은 작고 선출되지 않은, 게다가 많은 경우 비밀스럽게 활동하는 지도부가 조직했고, 그들이 대부분의 핵심 사안을 결정했다. 이는 거리 시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시위는 수십만 명을 학살에 맞선 투쟁에 끌어들였다. 하지만 우리 가운데 다수는 매일같이 행진하면서도 그 행진에서 내세우는 요구나 더 광범위한 운동의 강령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발언권을 가지지 못했다. 그 이유는 정책을 바꾸거나 휴전 등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국가를 압박하는 것이 조직들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민주당과 연계된 NGO 같은 다른 관료들과 협력한다. 그들은 “보안 우려” 때문에, 혹은 선별된 학생 집단이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토론을 위한 민주적 공간이 발전하는 것을 거부하거나 가로막는다. 이 때문에 운동은 관료화되고, 자신의 삶과 미래를 걸고 거리로 나선 수천 명의 학생들에게서 숙의적 의사 결정의 권리를 박탈한다. (*다음 글도 함께 읽어 보길 권한다: 팔레스타인 해방과 연속혁명) 총회를 운영하는 것은 노동자와 학생이 힘을 합쳐 싸우고, 조직하고, 운동을 확장하고, 토론하고, 나아갈 길을 표결하는 방법을 결정하고 의견을 내는 데 필수적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아르헨티나에서는 우파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의 초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선 투쟁이 수십 개의 “거리 총회”를 낳았다. 이 총회에 학생, 노동자, 연금 생활자들이 모여서 어떻게 반격하고 자신의 권리를 지킬지 결정한다. 그 외에 학생들이 숙의하고 표결하는 대학 총회라든가, 정부 정책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며 어떻게 투쟁을 전진시킬지 토론하기 위해 모인 여성과 퀴어들의 총회도 있다. 이 총회들은 집회, 규탄, 대학 행사 등 밀레이 정부에 맞서 취할 조치들을 토론하고 표결한다. 총회를 비롯해서 계급투쟁 국면에 생겨나는 자기조직화 기구들은 특정 전술 및 행동에 대해서뿐 아니라 운동의 정치적·전략적 전망에 대해서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표결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이 물음들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어떤 길이 가장 성공적인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어떻게 계속 나아갈지 함께 결정할 수 있다. 우리는 한정된 소수의 핵심 인물이 이런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본다. 우리는 운동에 관계된 모든 이들의 생각을 알아 둘 필요가 있고, 이것이야말로 더 많은 사람을 투쟁에 끌어들이는 방법이다. 노동조합, 학생운동, 노동계급은 전쟁 체제를 멈출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 자신만의 수단을 사용하는 운동,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의 대중운동, 학살을 끝내려면 바로 이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총회, 자기조직화, “직접민주주의”를 발전시킴으로써 이를 쟁취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총회는 모두가 함께 모여 다음 단계를 결정하는 “우리의”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점거 농성 지도부의 한계 중 하나는 민주적 조직화를 중심 과제로 삼아 학생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점거 농성은 확장되기 어려웠고 학생들은 탄압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했다. 우리는 운동을 확장해서 운동이 더 큰 힘을 얻고 민주적 방식으로 결정된 독자적 행동을 통해 제국주의 전쟁 체제를 정말로 무너뜨리고 승리하게 만들어야 한다. 운동이 성공하려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은 더 많은 사람이 운동의 과제를 분담하도록 하기 위해서인 동시에, 더 많은 사람이 운동의 다음 단계에서 능동적으로 활동하도록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운동을 가장 단단하게 보호하는 것은 참여가 제한된 의사 결정이 아니라 가능한 한 가장 폭넓은 민주주의다(이는 우리의 단결도 강화한다). 운동의 전략을 논의할 우리만의 공간이 생기면 이곳에서 모든 사람이 자기 입장을 밝힐 수 있고 우리 스스로 최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닫힌 문 뒤에서 혹은 협상 테이블에서 결정이 이루어지면 더 쉽게 포섭이 발생한다. 모든 입장이 공개되면 투쟁하는 우리가 직접 결정할 수 있다. 우리의 총회는 정치 단체, 사회 단체, 노동자 단체를 비롯해 운동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을 공개적으로 대표하는, 집단적이고 숙의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건물 점거가 민주적 표결로 결정되었다면 경찰이 시위대를 탄압하거나 강제 해산시키기가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다. 여러 도시 혹은 전국에 걸쳐서 서로 다른 점거지와 캠프 사이에 조율이 이루어졌다면 훨씬 더 큰 차이가 생겨났을 것이다. 경찰이 점거 농성을 해산하겠다고 위협할 때 여러 점거지들이 서로를 돕고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관료적인 점거 농성 지도부가 이런 경험을 가로막았고, 점거 농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가자 학살로부터 주의가 분산된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혁명적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역사적 경험에 기초하여 총회와 자기조직화라는 방법을 제안한다. 우리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노동자와 학생이 가능한 한 폭넓게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이 같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의식적이고 항구적인 실천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뉴욕시립대학교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 노동자들은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결정하는 세 차례의 총회에 참여하여 거수로 표결했다. 이것은 모든 대학과 노동자들이 따를 만한 본보기다. 중앙 집중화된 의사 결정에 맞선 투쟁은 학생운동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더 광범위한 노동운동을 비롯해 팔레스타인 운동의 다른 부문들에서도 볼 수 있다. 우리는 “휴전”을 요구하는 노조의 성명을 물론 환영하지만, 학살에 맞선 투쟁에 노동자운동이 더 크게 개입하려 할 때는 물론이고 작업장의 더 나은 노동 조건을 위한 노동자 투쟁의 성공을 앞두고도 노동운동 관료들이 방해가 된 사례들을 많이 보았다. 그들의 지도력은 총회와 자기조직화의 발전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예를 들어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자신들의 요구 상당수를 쟁취한 역사적 투쟁을 벌였지만, 평조합원들 사이에 진정한 직접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은채 한계를 지녔다. 팔레스타인 운동에 노조가 개입하는 것에 관해서도 똑같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노조 지도부는 학살을 끝내기 위한 집회나 행동을 추동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스라엘 국가를 떠받치는 체제를 지지한다. UAW 위원장 숀 페인(Shawn Fain)이 “학살자 바이든(Genocide Joe)”을 지지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노동운동 지도부의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미국의 노조 조합원들은 학살에 맞서고 운동을 지지하는 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노동계급의 힘을 이용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에 대한 미국의 공모를 끝장내려면, 예를 들어 노동자들을 규율하고 파업이라는 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막는 반노동 법률에 반기를 들려면, 아래로부터의 광범위한 조직화가 필요하다. 정치적 기획들 자기조직화는 계급투쟁의 열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데, 마르크스주의 혁명가들에게 이는 지배계급과 그 공모자들로부터 독립된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의 정치 권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출발점이다. 자기조직화는 노동자와 학생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민주적으로 결정하고 숙의하는 정치적 주체가 되기 위한 토대다. 숙의적·민주적 총회를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의 운동을 확장하여 더 많은 부문을 끌어들이고 우리의 요구를 위해 함께 싸우게 만드는 열쇠일 뿐 아니라,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위해 싸우는 방법이기도 하다. 팔레스타인 학살은 자본주의 체제가 전 세계 노동계급과 피억압 민중을 점점 더 비참하게 만들 뿐임을 보여 주었다. 그것은 노동 대중의 이해관계와 동떨어진 학살이다. 제국주의 정부들은 이 정도 규모로 학살을 자행하기 위해 전 세계 대중의 등 뒤에서 공작을 벌였다. 양당 체제, 즉 공화당과 민주당의 이해관계는 우리의 이해관계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서로 다른 정치적 기획들이 경쟁한다. 한쪽에는 이스라엘에 절대적 지지를 보내는 바이든과 민주당이 있다. 자국 패권에 대한 도전을 무력화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고, “이주민과 싸우기” 위해 국경순찰대 동원 정책을 실시하는 바로 그 정당 말이다. 트럼프와 공화당도 자기 적수와 별반 다르지 않다. 트럼프는 이스라엘 국가와 집단학살을 지지한다. 그는 국경을 닫고 이민자들을 억압하는 계획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더 많은 보호주의 정책을 수립할 생각이다. 개선되지 않는 경제 상황은 트럼프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바로 이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임금 가치가 하락한 “제도권” 노동자 운동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다툼이 벌어진다. 바이든은 구매력 하락 때문에 그들의 지지를 상당 부분 잃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무조건적인 이스라엘 지지로 표를 잃었다. 트럼프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 질서의 현재 위기가 제국주의 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위세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와중에, 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구도 자본주의 위기를 해결할 현실성 있는 길을 제시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심각해지는 빈곤과 불안정에 맞설 대안이 필요한 미국의 수백만 노동 대중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그들은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자본주의 정부들의 취약점은 제3의 기획, 즉 다른 종류의 사회를 위해 싸우는 노동자 정당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팔레스타인 운동 지도자들의 포퓰리즘적, 스탈린주의적, 마오주의적 정치는 결국 친바이든 정책에 적응해 버리고, 이 길이 자신들의 요구를 달성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우리만의 대안이 필요하다. 자본가 계급과 독립적으로 사회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제3의 정당, 노동자 정당의 발전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은 우리 운동의 자기조직화 안에서 시작된다.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나라라는 말을 끊임없이 듣겠지만, 우리는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안다. 대학과 노조의 총회들처럼 우리 스스로 민주적 결정을 내릴 공간을 건설한다는 전망을 품고서, 우리는 사회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노동계급 정당 건설의 일환으로 더 큰 노동자·학생 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수 있다. 다시 한번 기억하자. 발언하고 표결하는 민주적 총회와 자기조직화는, 우리 노동자와 학생이 사회의 부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진전시키는 전위의 첫걸음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멈추고 운영하고 바꿀 수 있다. 노동계급의 자기조직화는 이 체제를 무너뜨릴 힘을 모으는 첫걸음, 사회의 모든 것을 생산하고 운영하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사회, 착취와 억압이 없는 사회를 건설하는 첫걸음이다. 우리는 함께 모여 단결할 때 더 강해진다는 것을 알고, 어디서든 자기조직화를 시작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인종, 신념, 피부색을 가지고 우리를 분열시키려 한다. 우리는 이 장벽들을 허물고 진정한 이중권력과 자기조직화를 위해 싸우고자 한다. 2024년 6월 14일 Left Voice에 게재된 글을 번역함. 글쓴이: Marcos Nok and Mi Ka 번역: 강성윤 /* 본문 안 링크 스타일 */ #gpt-article a { color: #cc0000 !important; text-decoration: none !important; } #gpt-article a:hover { color: #990000 !important; } // https://로 시작하는 링크만 target="_blank" 적용 document.addEventListener("DOMContentLoaded", function () { const links = document.querySelectorAll('#gpt-article a[href^="https://"]'); links.forEach(link => { link.setAttribute("target", "_blank"); link.setAttribute("rel", "noopener noreferrer"); }); });2026-06-08 | 조회 11,967 -
스페인: 미등록 이주민 50만 합법화 - 투쟁은 계속된다지난 1월 27일 스페인 정부는 50만 명이 넘는 미등록 이주민에 대한 합법화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 12월 31일 이전에 스페인에 도착했고, 최소 5개월 이상 스페인에 실제로 거주했으며 범죄 경력이 없는 이주민이 합법화 대상에 포함된다. 4월 15일 칙령이 승인됐고, 합법화 신청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연속혁명경향-제4인터내셔널’(CRP) 소속의 스페인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 ‘혁명적노동자경향’(CRT) 동지들에게 합법화 정책의 배경을 들었다. 사회당 주도 연립정부가 다음 선거에서 우파가 승리할 가능성에 대응하여, 좌파 내 ‘선거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작용했다. 다른 측면으로 이 정책은 ‘이민자 단체들과 좌파 사회운동의 승리’라는 의미를 갖는데, 이민자 단체들과 좌파 사회운동은 ‘지금 당장 합법화(Regularización Ya)’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2021년부터 합법화 ‘입법 발의안’을 위해 약 70만 명의 서명과 900여 개 단체의 지지를 끌어냈다. 현재 ‘혁명적노동자경향’ 동지들은 합법화를 가로막는 수많은 장애물을 걷어내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서류 제출 기한 연장, 범죄경력 조회 면제, 그리고 서류 처리를 위한 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노동자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 스페인 상황은 이주민에 대한 강력한 단속추방과 통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여러 나라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스페인 ‘혁명적노동자경향’의 기관지 <일간좌파>의 글 두 개를 소개한다. 이 동지들은 “권리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임을 강조한다. 합법화 정책의 의미와 한계, 최근 상황을 알 수 있는 글이다. 특별 합법화: 수년간의 배제 정책 끝에 이주민 운동이 쟁취한 성과 (2026년 1월 28일) 수천 명의 이주민이 수년 동안 거리에서, 동네에서, 일터에서 요구해 온 끝에 스페인 정부가 한 걸음을 내딛었다. 행정상 미등록 상태인 약 70만 명에게 효력이 미칠 특별 합법화 조치가 예고되었다. 외국인법 시행령 개정에 관한 칙령을 국무회의에서 승인함으로써 시행될 이 정책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제도권의 관대한 시혜도 아니다. 이는 조직된 이주민 운동의 지속적 투쟁의 성과이며, 사람들을 비가시화하여 불안정 상태로 내모는 이주민 관리 체제에 맞선 오랜 투쟁이 직접 만들어 낸 성취다. 스페인사회노동당(PSOE)과 포데모스(Podemos) 사이의 합의가 수십 년 동안 쌓아 온 장벽에 생긴 하나의 균열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국경을 폐쇄하고, 이주 통제를 외주화하며, 이주민을 체계적으로 범죄자 취급하는 유럽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미 이곳에서 생활하고 노동하고 경제의 모든 부문을 떠받치는 사람들을 행정적으로 인정한다는 결정은 늦었지만, 희망을 엿보게 해 준다. ‘지금 당장 합법화(Regularización Ya)’ 운동은 분명하게 주장한다. “합법화는 자선이 아니라 사회 정의다.” 이들은 오늘의 진전이 지금까지 회합과 제안과 조직화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활동의 직접적 결실이라고 자축한다. 이들의 활동은 수년간의 제도적 봉쇄를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지금 당장 합법화’ 운동은 “합법화는 충분히 실현가능한 일이었고, 마침내 현실이 되었다”라고 강조하면서, 불확실하기만 한 의회의 셈법을 기다리지 않고 정부의 행동을 이끌어낸 것은 바로 민중의 압력이었음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정치적 논쟁이란 얼마나 잔혹한 것인지 칙령 승인 과정에서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파인 인민당(PP)과 극우 정당 복스(Vox)는 경고하고 낙인 찍는 담론을 펴면서 반응했고, 인종주의라는 낡은 망령을 자극하면서 합법화는 커다란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놀랍지는 않다. 두 정당 모두 수년간 이주민을 표적으로 삼아 정치적 자본을 축적했으며, 이주민을 추방하고 구금 시설에 감금하고 기본권까지 체계적으로 부정하는 징벌적 정책을 옹호해 왔다. 그들의 목표는 정주민과 이주민이 공존하도록 환경을 개선하거나 이주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1등 시민과 2등 시민을 가르는 사회적 국경을 강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설명 없이 오늘의 성취를 역사적 전환점이라 주장한다면 이 또한 오류일 것이다. PSOE 정부마저도 오랫동안 “강경 노선”을 고수한 이력이 있다. 즉각적 강제 송환(약식 추방), 입국을 막기 위한 제3국과의 협정, 구금 시설 유지, 체류 자격 및 권리를 얻는 과정을 더욱 가혹하게 만든 법 개정 등이 그것이다. 여전히 심각하게 부당한 이주민 관리 체제가 특별 합법화와 공존하고 있으며, 생명과 존엄보다 통제와 안보를 우선시하는 유럽의 정책도 변하지 않았다. 정치적 권리나 노동권 같은 권리들은 얼마든지 박탈당할 수 있고, 합법화가 이 같은 권리를 자동으로 부여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주민이야말로 불안정화와 비정규 노동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이들이다. 따라서 오늘의 한 걸음은 중요하지만 그만큼 불충분하다. 중요한 이유는,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행정의 그늘에서 벗어나 노동 계약과 의료를 보장받고 덜 두려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불충분한 이유는, 미등록 이주민을 구조적으로 양산하는 체제는 해체되지 않았으며, 동일한 배제의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이 합법화의 역사는 분명한 교훈을 준다. 권리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다. 조직된 이주민 운동이 없었다면, 운동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제도적 무관심에 끈질기게 저항하지 않았다면 이 칙령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규율을 목적으로 고안된 외국인법을 폐지하고, 구금 시설을 폐쇄하고, 인종주의적인 단속을 끝내고, 안전한 합법적 경로를 보장하고, 이미 우리 사회의 일부인 사람들을 온전히 인정하는 일이 남아 있다. 오늘, 부분적 승리를 축하한다. 내일, 투쟁은 계속된다.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단죄당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정의는 미완의 과제로 남기 때문이다. 원문: https://www.izquierdadiario.es/Regularizacion-extraordinaria-una-conquista-del-movimiento-migrante-despues-de-anos-de-politicas-de 50만 이주민 특별 합법화의 첫걸음이 관료적 장애물에 가로막히다 (2026년 4월 23일) 지난 4월 15일, 페드로 산체스 정부는 인종주의적인 제도로 인해 미등록 상태에 놓인 50만 명 이상의 이주민을 합법화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칙령을 승인했다. 신청서 제출 기한은 6월 30일로 빠듯하고, 혼란스러운 가운데 신청 절차가 시작되었다. 관청 앞에 늘어선 줄, 밤샘 대기, 방해물을 세우거나 아예 협조를 거부하는 시청, 무엇보다 이주민 운동이 막아내기 위해 투쟁해 온 문서, 바로 “취약성 증명서”가 혼란을 가중한다. 이번 조치는 위대한 사회적 진전으로 포장되었지만, 국가의 이주 관리 체제에 스며든 제도적 인종주의 때문에 또 하나의 장애물로 변질될 위기에 처했다. 신청서 제출이 시작된 4월 16일 이후 언론을 통해 퍼진 사진들은 거리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과 카스텔로·발렌시아·만레사·세비야·팔마 데 마요르카 등 전국의 도시에 늘어선 줄을 보여준다. 이전의 칙령 초안 중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았던 “취약성 증명서”를 구하는 줄이다. ‘지금 당장 합법화(Regularización Ya)’ 운동의 연대 단위들은 증명서 요건을 칙령에서 삭제하기 위해 투쟁했지만, 결국 정부가 포함시켰다. 칙령 본문 초안은 미등록 지위에 놓인 모든 사람이 취약한 상태에 있다고 추정했지만, 국가평의회가 이러한 추정에 반대하는 권고안을 내놓았고, 결국 증명서 제출 요건이 삽입되었다. 그 결과, 합법적 지위를 얻기 위해 수년간 기다려 온 사람들을 정면으로 강타하는 관료적 병목이 생겨났다. 사회 복지 담당 부서들은 마비 상태다. 사회복지사들은 취약성 보고서를 발급해야 한다는 사실을 4월 15일 칙령 공표 전까지 알지 못했으며, 아침에 출근하고 보니 이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고 비판한다. 이메일로 하달되는 지침은 분 단위로 바뀌었고, 직원들은 몰려드는 민원인들에게 무어라 답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이를테면 지난 4월 21일 수요일 오전, 바르셀로나의 이민자·이주자·난민 지원 서비스(SAIER)는 기나긴 줄에 압도되었고 사회 복지 제도가 구조적으로 붕괴했음을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냈다. 수백 명의 군중이 새벽부터 기다렸고, 몇몇 돌발 상황 때문에 몇 시간 동안 민원 접수가 중단되어 대기자의 상당수를 응대하지 못했다. 이것은 예외적인 사태가 전혀 아니며, 일상적으로 포화 상태인 사회 복지 현실을 반영한다. 절차를 예측 가능했음에도 시청의 인력 보강 등은 분명 불충분했고, 이주민들이 그 자체로 이미 겪고 있는 장벽과 제도적 폭력은 이렇게 지속된다. 한편, 마드리드에서는 칙령이 승인되기 한참 전에도 사회복지사 면담 예약은 6월부터나 가능했고, 이렇게 대기 명단이 길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정부가 정한 두 달 반 이내에 증명서를 발급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제도적 인종주의라는 말은 은유가 아니다. 그것은 잘못된 정보, 정치적 의지의 부재, (그리고 일부 경우에는) 행정 당국의 노골적인 인종주의적 태도와 마주하는 수천 명 이주민의 일상적 삶이라고 활동가들은 고발한다. 마드리드 시장 호세 루이스 마르티네스–알메이다는 벌써 이 기회를 틈타 정부를 공격했다. 그는 정부가 “엉터리 짓”을 하고 있다며 비난하고, 시 당국은 그 대가를 치를 생각이 없다고 경고했으며, 이주민을 범죄자 취급하는 메시지를 퍼뜨렸다. 명백한 위선이다. 그는 수년간 사회 복지 제도를 해체하여 최저 수준으로 방치해 온 장본인이면서, 이제 자신이 일조한 그 혼란의 뒤편에 숨어 있는 것이다. ‘온두라스 이주 여성 네트워크’의 카렌 로드리게스는 이토록 적대적인 정치 환경에서 취약성 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은, 합법화 정책 자체를 훼손하며, 수년 전부터 기다려 온 이주민들의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지금 당장 합법화’ 운동의 일원이자 ‘능동적 가사노동자 협회(SEDOAC)’ 활동가인 실바나 카브레라는 들쭉날쭉한 기준과 신청 절차 지원을 거부하는 일부 지역 관청이 전진의 실질적 장애물이 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은 협력 단체들에게 떠넘겨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모든 혼란스러운 상황은 70만 명 넘는 서명에 힘입은 시민 사회의 압력과 투쟁에도 불구하고 심층 원인을 문제 삼지 않는 합법화 조치의 구조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것은 바로 외국인법이다. 외국인법은 수천 명을 미등록으로 단죄하여 끌고 가서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정 감옥인 이주민 수용소를 매년 가득 채운다. 정부가 “성공적인 절차”와 기록적인 신청 건수를 이야기하는 동안, 활동가들은 미등록이라는 사실 자체가 이미 취약성의 한 형태임을, 그리고 그 어떤 관료적 절차도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일구기로 결정한 곳에서 권리를 지니고 생활하고 일하지 못하도록 막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외국인법을 폐지하지 않고 이주민 수용소를 해체하지 않는 한 스페인은 언제까지나 이주민에게 적대적인 땅으로 남을 것이다. 원문: https://www.izquierdadiario.es/La-regularizacion-extraordinaria-de-medio-millon-de-personas-migrantes-comienza-llena-de-trabas2026-05-27 | 조회 10,535 -
[번역] ICE반대운동을 이끄는 디트로이트 ‘민중총회’디트로이트에서 수백 명이 모인 ‘민중 총회(People's Assembly)’가 결성되어 이민세관단속국(ICE)과 트럼프 행정부에 맞설 전략을 토론하고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보여 준 민주적·독립적인 자기조직화 모델은 다른 도시에서도 본받을 만한 유용한 사례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공동체 공격이 갈수록 거세지면서, 전국 각지의 주민들은 어떻게 이웃을 지켜낼지, 어떻게 ICE의 단속에 맞서 방어할지 자문하고 있다. 교사, 간호사, 동네 주민들은 ICE가 들이닥칠 때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기 위해 위원회를 꾸리고 있다. 학생들은 반ICE 집회에서 ‘권리 알기’(Know Your Rights) 전단지를 돌린다. 시카고에서는 ICE가 학교에 진입하려 한다고 판단한 교사들이 그들의 출입을 금지했다. 시카고 교원 노조는 이민 단속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생추어리 팀(sanctuary teams)’을 만들어 ICE 대응 체계를 구축했으며,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앞 집회 참여자들이 다 함께 학교로 걸어 들어가는 워크인(walk-in)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세인트루이스와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댈러스와 LA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반ICE 집회가 잇따랐다. 이런 저항과 항의 행동이 중요한 까닭은, 반동 정치가 아직 이 나라를 통째로 삼키지는 못했다는 분명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끊임없는 행정 조치로 우리를 짓누르려 들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스스로를 조직해 맞받아칠 길을 찾아내고 있다. 디트로이트에서는 수백 명이 모여 ICE에 어떻게 맞설지 논의하는 ‘민중 총회’(People’s Assembly)를 결성했다. 이 자리에는 이민자, 교사, 학생, 각계각층의 노동자, 다양한 좌파 그룹이 함께했다. 이들은 ICE를 어떻게 밀어낼 것인가를 두고 여러 전략을 토론한 끝에 행동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그 후로 수백 명이 계속 모여서 합의된 전략과 전술들을 민주적인 방식으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 공동전선 성격의 총회는 자기조직화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중요한 사례다. 이 경험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총회의 민주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좌파, 노동조합 운동, 공동체 세력이라는 서로 다른 경향을 하나로 묶는 일의 힘을 이해할 뿐 아니라, 그 힘이 지속되려면 운동이 스스로 힘을 통제해야 한다는 점까지 알고 있다. 우리는 민주당과 그들에게 종속된 제도권 비영리 단체 관료 및 노조 관료들의 포섭 전술을 경계하고 그에 맞서야 한다. 지금 토론 중인 핵심 사안 중 하나는 ICE와 트럼프 행정부에 맞설 구체적 전략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이다. 단속이 벌어질 때 활동가들을 신속하게 소집하는 대응 네트워크를 어떻게 꾸릴 것인가, 광범위한 정치 투쟁을 통해 예방에 주력할 것인가, 사람들이 자기 일터에서 조직될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 것인가, 트럼프 행정부가 부추기는 공포의 문화와 서사에 맞서 선전과 정치 교육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등이 문제다. 이 총회의 인상적인 특징 중 하나는, 정치적으로 조율하여 여러 전략을 동시에 실행하기 위해 다수의 실행 그룹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이는 토론 자체가 민주적이고 열려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ICE가 우리 공동체에서 누군가를 끌어내려 할 때 이에 맞서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모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전술적으로는 유연하되, 민중의 저항과 대응을 지원하고 그 역량을 키우는 데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ICE를 감시하는 순찰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ICE에 맞선 집단적 대응을 스스로 조직하는 노동자와 공동체 구성원들을 전략적으로 뒷받침하고 그들의 힘을 키워 주는 방향으로 우리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 이것의 한 예가 바로 교사들이 학교에서 만들고 있는 생추어리 팀이다. 교사들의 사례는 병원과 그 밖의 일터에도 널리 알려져야 한다. 이런 위원회를 어떤 모습으로 구성할 수 있고 또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관해서, 한 고등학교 교사와 한 임상의의 설명이 최근 『레프트보이스』에 실렸다. 또한 운동은 공동체가 ICE에 대한 집단적 대응을 함께 구체화할 수 있는 장소로서의 지역 총회(neighborhood assemblies)를 적극 홍보해야 한다. 단속이 벌어질 때 1선 방어선은 언제나 그 현장에 있는 사람들, 말하자면 이웃, 동료, 학교 직원, 병원 직원, 교회 신자들이다. ICE가 들이닥치면 우리 모두가 대응할 책임이 있다. 예를 들어 어느 식당이 단속을 앞두고 문을 걸어 잠그면, 이 식당은 함께 나서서 자신을 지지해 줄 공동체를 필요로 한다. “민중 총회”는 바로 이렇게 서로 다른 집단이 한자리에서 조율하는 장이 되어야 하며, 그래야만 ICE에 가장 큰 타격을 입고 그에 맞서 싸우는 이들의 요구를 더 광범위한 운동이 더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일부 학교와 병원 행정처는 본인이 미등록 이주민이거나 미등록 가족을 둔 학생을 지지한다고 나서기도 한다. 이 같은 노력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사장과 선출직 공직자들이 움직이기를 마냥 기다리거나 거기에 기댈 수 없다. 결국 학생, 환자, 이웃의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은 다름 아닌 일선 직원들이다. 당신이 ICE의 표적이 될 위험이 있는 이들과 같은 일터에서 일한다면, 사장이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리지 말자!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ICE가 문을 두드릴 때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우자. 동료들이 다 함께 입장을 밝히는 공동 성명을 작성하자. 다른 일터와 손을 맞잡고 민중 총회에 함께하자. 거듭 강조하지만, ICE를 밀어내고 우리 공동체를 안전하게 지키는 싸움은 여러 층위가 얽힌 투쟁이고, 전국 각지에서 시기와 장소에 따라 그 양상을 달리한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거리에서, 학교에서, 우리의 일터에서 대중 운동과 집단 행동이 펼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피하지 못했던 함정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절박한 마음이 짙어지고 당장 행동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센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명목으로 토론을 건너뛰고 행정적 구조나 막후 조직을 세우고 싶은 유혹이 강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이런 발상이 놓치는 것은, 대중 총회와 노동자 위원회의 힘이 민주적 과정을 통해 쌓인 신뢰와 동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다. 이 길은 더디고 어수선할지도 모르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힘이 생겨나며, 이 힘이야말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운동의 주인이 되고 총회의 결정을 직접 실행하게 만드는 주체성의 토대가 된다. 따라서 활동가와 조직가들은 무엇이든 ‘시스템화’하려는 본능에 저항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구조나 절차 자체를 내다 버려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을 민주적 과정을 건너뛰기 위한 ‘지름길’로 써먹는 순간, 우리는 정작 위원회나 총회가 가진 잠재력의 발목을 잡게 된다. 우리는 새롭게 등장한 사람들을 진행 중인 운동에 끼워 넣을 부속품 정도로 여기는 본능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새로운 모임 자체를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하나의 독자적인 단위로 대해야 한다. 이민자를 향한 공격에 새로운 입법으로 응수하자는 압력도 만만치 않다. 이민자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다지기 위한 입법 조치는 분명 중요하다. 이민자를 지지한다고 자처하는 지방 정부와 주 정부는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보호 입법을 통과시키고 ICE에 맞서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런 입법 활동조차 없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우리의 희망을 걸 수는 없다. 더 중요한 점은, 의원들에게 전화를 거는 방향으로 운동을 전환하는 순간 우리의 힘은 거리에서 멀어진다는 사실이다. 안타깝지만 ICE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위험에 처한 우리 이웃들도 다름 아닌 거리에 있다. 다시 말하건대 디트로이트 민중 총회의 사례는 전국 각지의 운동이 발전시켜 나가야 할 값진 경험이다. 계급 독립성을 위해 싸우는 자기조직화 단위들을 통해서만 우리는 운동을 강화할 수 있고 포섭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다. 2025년 2월 7일 Left Voice에 게재된 기사를 번역함. 글쓴이: Brian H. Silverstein and Tristan Taylor 번역: 강성윤 /* 스크롤 여백만 주고, 화면에는 안 보이게 */ .ftn-target { display: inline-block; /* 줄바꿈 안 생김 */ width: 0; height: 0; scroll-margin-top: 200px; } document.addEventListener("DOMContentLoaded", function () { // name="_ftn1", name="_ftn2", name="_ftnref1" ... 전부 대상 document.querySelectorAll('a[name^="_ftn"]').forEach(function(a) { var idValue = a.getAttribute("name"); // 이미 같은 id의 요소가 있으면 또 만들지 않음 if (!document.getElementById(idValue)) { var span = document.createElement("span"); span.id = idValue; span.className = "ftn-target"; a.parentNode.insertBefore(span, a); } }); }); /* 본문 각주 번호 + 아래쪽 각주 번호 색 지정 */ a[href^="#_ftn"] sup, a[href^="#_ftnref"] sup { color: #BF202D; } /* 밑줄이 보기 싫으면 */ a[href^="#_ftn"], a[href^="#_ftnref"] { text-decoration: none; } /* 마우스 올렸을 때 살짝만 강조하고 싶으면 (선택) */ a[href^="#_ftn"]:hover, a[href^="#_ftnref"]:hover { text-decoration: underline; } /* 페이지 전체가 오른쪽으로 넘치지 않게 */ html, body { max-width: 100%; overflow-x: hidden; } /* 본문 영역 폭 강제 고정 + 긴 단어/문장도 줄바꿈 */ #bo_v_con, .bo_v_con, .cke_editable, article { max-width: 100%; overflow-wrap: break-word; word-wrap: break-word; /* 구형 브라우저용 */ } /* 워드에서 붙은 이미지/표가 화면 밖으로 안 나가게 */ #bo_v_con img, #bo_v_con table, .bo_v_con img, .bo_v_con table, .cke_editable img, .cke_editable table, article img, article table { max-width: 100% !important; height: auto; } /* 워드가 p, span에 폭을 박아놓은 경우 강제로 해제 */ #bo_v_con p[style*="width"], #bo_v_con span[style*="width"], .bo_v_con p[style*="width"], .bo_v_con span[style*="width"], .cke_editable p[style*="width"], .cke_editable span[style*="width"], article p[style*="width"], article span[style*="width"] { width: auto !important; max-width: 100% !important; } /* 기본 blockquote 스타일 */ blockquote { border-left: 4px solid #c0392b; /* 사이트 분위기와 맞는 붉은 계열 */ padding: 12px 18px; margin: 20px 0; background: #fafafa; font-style: normal; color: #333; line-height: 1.6; } /* blockquote 안의 p 태그 정렬 */ blockquote p { margin: 0 0 10px 0; text-align: justify; } /* 마지막 p 태그 여백 제거 */ blockquote p:last-child { margin-bottom: 0; } /* 본문 안 링크 스타일 */ #gpt-article a { color: #cc0000 !important; text-decoration: none !important; } #gpt-article a:hover { color: #990000 !important; } // https://로 시작하는 링크만 target="_blank" 적용 document.addEventListener("DOMContentLoaded", function () { const links = document.querySelectorAll('#gpt-article a[href^="https://"]'); links.forEach(link => { link.setAttribute("target", "_blank"); link.setAttribute("rel", "noopener noreferrer"); }); });2026-05-25 | 조회 9,947 -
[번역] 당, 전위, 대중 - 아르헨티나의 경험들급진 좌파 조직은 계급투쟁 전위들과의 연결 고리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가? 어떻게 더 넓은 대중과 결합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가? 2025년 아르헨티나 사회주의노동자당(PTS) 당대회 문서에서 저자는 이 물음들에 답하며, 계급투쟁 내에서 혁명적 사회주의 경향을 건설하려는 PTS의 기획이 거둔 성공과 아울러 그 한계까지 탐구한다. 다음은 PTS 20차 당대회에 제출되어 전국지도부가 승인한 문서다. 이 문서에서 우리는 PTS 20차 당대회의 정치적 지향에 관한 일반적 기준을 몇 가지 수립하고자 한다. 먼저 (1) 우리 조직, (2) 전위 즉 노동계급의 가장 전투적이고 조직된 부문으로서 청년과 여타 전투적 운동을 포함, (3) 우리의 더 넓은 토대인 대중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전투적·반관료적인 계급투쟁의 전위가 부상하고 있다. 이것은 확대 가능하다. 아르헨티나에서는 3월 12일 가혹한 국가 탄압에 맞서 축구 팬과 노동자들이 연금 생활자들을 지키기 위해 격렬히 저항하면서 사회 불안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이 사태는 마우리시오 마크리 정부의 종말을 연 2017년 12월의 소요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당시에 민족주의적인 페론주의 부르주아 정당은 민중의 불만을 2019년 선거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것의 귀결은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세르히오 마사가 주도한 재앙적 정부였다. {2017년과 다른} 새로운 측면은 이것이다. 저항이 지속적으로 발전·확산되어 정치적 총파업에 이를 경우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잠재력을 지닌 전투적 세력들이 지난 한 해 동안 출현했다. 이러한 노동운동의 결합은 질적 도약을 의미하며, (예비) 혁명적 상황을 향한 길을 열 것이다. 이 세력들은 다음을 포함한다. (1) 교사, 공공 부문 노동자, 학생, 연금 생활자, 불안정·자영 노동자로 구성된 주민 총회들(잠시 둔화되었으나 다시 활성화 중이다); (2) 반관료제 경향을 포함한 광범위한 노동 투쟁; (3) 매주 수요일 의회 앞 시위를 통해 대통령의 연금 연동제 거부에 맞선 투쟁을 이끈 연금 생활자 집단; (4) 2024년 10·11월 100개의 대학 캠퍼스 점거로 정점에 달한 학생운동(학장단, 노조 관료들, 아르헨티나 대학생연맹에 의해 기세가 꺾였으나, 이제 막 학교로 돌아온 새로운 학생 활동가 층을 형성했다); (5) 2024·2025년 두 차례의 대중적 동원을 이끈 여성 운동; (5) 밀레이가 다보스에서 “젠더 이데올로기”를 아동 성학대와 결부시키는 발언을 한 데 대응해 2월 1일 놀라운 위력을 과시한 LGBTQIA+ 운동. 이 운동 중 다수가 부침을 겪고 있으나, 이는 모두 배움의 경험이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전투적·조직적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변혁적 도약을 위한 잠재력을 품고 있다. 3월 12일 시위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경찰 탄압에 맞선 결의뿐 아니라 노동총연맹(CGT)을 향해 분출된 증오 때문이기도 했다. 이 분노는 CGT의 무대응을 규탄하는 구호, 피켓, 연설로 표면화되었다. 분노가 너무도 뚜렷하여 노동총연맹 최고 지도부의 일원인 엑토르 다에르가 4월 전국 파업을 소집해야 할 정도였다. 정부가 연금 생활자 급여 삭감을 시도했을 때 결집하여 저항한 축구 팬들 역시 똑같은 분노로 들끓었다. 이러한 순간들은 수백만 명의 마음을 움직였고, 사람들은 탄압을 규탄하면서 정부와 그 졸개들에 맞서는 새로운 사회 세력들의 용기 있는 모습을 보았다. 작업장과 학생 운동 양측에서 전투적이고 독립적인 세력이 성장하고 있다. PTS의 앞에 놓인 과제는 각 영역에 적합한 조직 형태들을 촉진함으로써 이러한 발전을 과감하게 추동하는 것이다. 노조 안에서의 활성화와 작업장 위원회부터, 우리가 이미 건설하고 있는 광범위한 조직까지 말이다. 여기에는 자기조직화된 학생 집단, 재활성화된 주민 총회, 투쟁 중인 문화 운동, 보건 의료 집단 등 상이한 조직 형태가 포함된다. 이미 이러한 형태의 조직이 다수 존재한다. 이를 성장시키고, 조율하고, 활성화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당, 전위, 대중의 관계에 관하여 PTS에게 총파업은 전략적 지향의 일부다. 총파업의 전망은 2001년 아르헨티나 봉기나 2019년 칠레 봉기보다 한결 밝다. 두 봉기 모두 최종 국면에 이르러서야 부분적 총파업으로 나아가는 데 그쳤고, 지배계급은 통제력을 되찾았다. 칠레의 경우 정권은 봉기를 기만적 제헌 의회로 우회시켜 증오의 대상이었던 피녜라 정부를 유지시켰다. 그러한 결과가 가능했던 것은 대안적 정치 노선을 구체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중적 영향력을 갖춘 조정 기구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봉기들은 봉쇄, 우회, 패배시키기가 더 쉽다. 이는 노동계급의 고유한 힘, 특히 생산과 분배의 심장부로부터 자본주의의 지배에 도전하는 능력을 희석시키는 경향이 있으며, 학생운동의 본질적 역할을 주변화한다. 투쟁 과정에는 노동계급의 미조직 부문 및 빈민의 참여가 중요하고 많은 경우 이들의 전투성이 가장 즉각적·폭발적이지만, 이 과정을 끝까지 밀고 나아가는 것은 노동계급의 결정적 부문들과 결합하는 데 달려 있다. 노동계급에 뿌리를 두고 또한 모든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대중이 결합한 정치적 총파업은 정부를 무너뜨리고 혁명 세력과 반혁명 세력 간의 대치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이는 우리에게도 결정적 시험이 될 것이다. 우리는 대중적 영향력을 획득하고 노동자 정부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 사회주의·국제주의 노동자 정당을 건설하기 위해 우리는 구체적인 투쟁 현장에 개입해야 한다. 작업장(작업장 위원회와 노조), 학교(및 학생회), 불안정 부문 및 피억압 부문(여성, LGTBIQIA+ 공동체)에서 출현하는 모든 새로운 형태의 조직에 대해 결정적 영향력을 획득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우리는 다른 정치적 경향들, 특히 페론주의의 영향력과 노조 관료의 영향력에 맞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정 기구가 필요하다. 바로 우리가 ‘행동 위원회’라 부르는 것, 즉 전투적 노조, 작업장 위원회, 학생회, 연금 생활자 단체, 주민 총회, 문화 운동을 결합시키는 기구다. 이 기구들은 더 광범위한 조정 구조(노동자 평의회)로 진화할 수 있으며, 관료들과 더 공공연하게 효과적으로 대결하도록 도울 것이다. 우리의 접근법은 공동전선 전술을 따른다. “따로 행진하되, 함께 타격한다.” 우리는 당과 전위와 대중의 관계를 서로 맞물린 톱니바퀴 형태로 구상한다. 혁명 정당은 노동계급, 청년, 지식인 중 가장 의식적이고 전투적인 부문들을 결집시킨다. 혁명 정당은 정의상 국제주의적이다. 전위는 노동자 조직, 학생운동, 페미니즘 및 여타 투쟁 조직체들 속에서 형성된다. 이와 관련된 우리의 과제는 투쟁을 선도하는 경향들을 단결시키면서 이들 사이의 열린 논쟁을 촉진하는 것이다. 대중은 이러한 전위 부문과 그 지도부의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는 승리에 필요한 강령과 전술을 견지하면서 개량주의 세력에 도전하는 우리 당도 포함된다. 전위는 투쟁 속에서 단련된다. 대중은 이러한 투쟁 경험을 통해 이전의 믿음을 깨고 나와 전위 및 혁명 정당의 영향 하에 좌측으로 이동할 수 있다. PTS는 이러한 도전에 뛰어들어, 계급투쟁으로 단련되는 전위라는 톱니바퀴를 통해 대중과 만남으로써 대중적 영향력을 얻고자 한다. 이는 러시아 혁명이 스탈린주의로 변질되기 전 볼셰비키 당을 이끌었던 블라디미르 레닌의 혁명적 경험에서 도출한 교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가 ‘위로부터’ 획득하는 그 어떤 선거 및 의회에서의 영향력도 그것이 ‘아래로부터’의 조직에 뿌리내리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주민 총회, 문화센터, 소셜 미디어, 심지어 우리가 주최하는 PTS 공개 집회조차도 산발적인 접촉에 불과하며, 그 위에 세워진 조직은, 작업장과 학교에서의 조직화를 결코 대체할 수 없다. 작업장과 학교에서의 조직화를 통해 우리는 강력한 대중운동의 가능성을 기층에서의 활동과 정치적·사회적 영향력을 통해 현실화할 수 있다. 이러한 종류의 구조적 힘을 발전시키지 못한 당은 ‘거리에서는’ 가시적 존재감을 자랑하더라도 선거주의로 미끄러져 들어갈 수밖에 없다. 당 강화와 신입 당원 모집은 (작업장과 학교에서) 전위 및 대중과의 유기적 관계를 벼리는 것과 불가분하다. ‘유기적 관계’란 일시적 교류나 (국가 선거든 노조 선거든 학생 선거든) 선거 활동을 넘어서는 더 깊고 더 일관된 관계를 의미한다. 우리가 발전시켜야 할 것은 바로 이러한 종류의 관계다. 지금 우리 조직은 상당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노동운동 부문은 60개 이상의 노조에서, 학생운동 부문은 32개 대학, 48개 중등학교, 24개 기술학교에서 활동한다. 활동가의 규모를 꾸준히 키웠고, 어려움이 없지 않았으나 계급투쟁에서 가장 활발한 동지들을 계속 조직하고 있다. 우리의 가장 큰 약점은, 일부 예외도 있지만, 여전히 작업장과 학교의 기층 대중과 유기적 관계를 발전시키는 일이다. 밀레이 정부 하에서 우리의 중대한 한계 중 하나는 지속적인 대중 행동의 부재였다. 투쟁은 고립된 상태로 폭발했다가 사그라지곤 했다. 그러한 현실을 바탕으로 과거 활동에 대한 자기 비판과 평가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 주민 총회의 경우(지난 한 해 동안 대부분 부에노스아이레스 광역권에 집중되어 있었다) 인근의 투쟁과 연결된 공동 행동 위원회 구성을 목표로 삼았다. 예컨대 우리는 GPS 항공 노동자들을 노동부 직원들, 인권 추모 구역들(군사 정권에 납치되고 살해당한 수천 명을 기리는 건물과 공간들), 보나파르테 병원 및 철도 부문 노동자들과 연결하려 했다. 그러나 일부 투쟁들이 패배하면서 더 광범위한 단결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총회가 활동하는 지역에 위치한 작업장 또는 학교와 지속적 관계를 수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많은 경우 우리의 정치적 선동은 엇갈린 결과를 낳았지만 우리의 개입은, 특히 상반기와 대학 점거의 물결 동안, 일관되게 집단적 행동에 초점을 맞추었다. 대중운동 활성화와 광범위한 반관료주의 경향이 부재한 상황에서, 가장 전투적인 활동가들을 조직해 내는 우리의 능력은 여전히 제한적이었다. 기존의 전위는 더 넓은 기층 대중과 거의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수도 바깥의 일부 지역 당은 더 많은 풀뿌리 조직 활동을 수행했다. 2023년 네우켄의 교사 투쟁은 아래로부터의 강력한 노동 조직화가 정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분명한 사례였다. 우리는 또한 사회주의 페미니즘 단체 ‘빵과 장미(Pan y Rosas)’를 통해 젠더 기반 요구를 둘러싼 더 광범위한 운동을 전개했고, 빵과 장미의 행사에서는 기존 활동가들을 넘어선 폭넓은 참여가 있었다. 이는 대체로 수동적인 채로 남아 있던 노동 부문들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우리의 사고와 운동의 상당 부분은 12월부터 6월까지 이어지는 강도 높은 대중운동 일정을 거치면서 가장 적극적인 동지들을 먼저 활성화하고 조직하는 일에, 그리고 이어서 당을 강화하는 일에 집중되어 있었다. 우리는 노조 선거와 학생 선거를 포함해 진행 중인 투쟁들에 일관되게 개입했고, 이데올로기 투쟁의 영역에서 다양한 운동을 출범시켰다. 예컨대 공개 포럼, 워크숍, ‘공산주의적 미래를 위한 날들’이라 이름 붙인 토론회가 있었다. 새로운 전위 운동 과정의 출현, 특히 주민 총회와 (점거의 물결에서 정점에 달한) 대학 투쟁은 활동가들에게 상당한 에너지를 요구했다. 언제나 우리의 목표는 이러한 과정을 우리의 발판이 존재하는 기존 노동자 부문과 연결하는 일이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상당수의 새로운 당원이 충원되었다. 당원 유입의 결과 우리가 주도하는 대학 기반 학생조직들이 급성장했는데, 학생조직들의 회원 수가 두 배로 늘었으며 질적으로도 훨씬 향상되었다. 투쟁은 이제 어디로 가는가? 조직 노동운동과 관련된 PTS의 「활동 결산」은 우리의 투쟁 개입 내용과 참여 정도를 서술하고 있다. 나아가 이 문서는 조직의 핵심적 한계를 짚고 있다. 광범위한 조직을 건설하기 위한 체계적 전략 또는 우리가 기반을 가진 작업장에서 평조합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체계적 전략의 부재가 그것이다. 이러한 결함은 수동성과 후퇴가 두드러지는 부문들에서 특히 명확히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서, 1935년 레온 트로츠키가 프랑스 지부를 분석한 글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는 혁명적 활동과 노동자들의 일상 생활 사이에 놓인 간극을 관찰하고 인상적인 서술을 남겼다. 트로츠키는 이렇게 썼다. “우리 동지들이 집회를 조직하고 팸플릿을 배포하고 시위에 참여하지만, 행사가 끝나면 노동자들은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우리의 구호는 허공으로 흩어진다. 우리는 그들의 일상적 투쟁, 그들의 공장, 그들의 노조와 연결된 견고한 다리를 놓지 못했다. 그래서 행사는 매번 막다른 골목에서 끝난다. 우리만 남고, 노동자들은 개량주의가 통제하는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 통찰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핵심적 모순 가운데 하나를 포착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활동하는 작업장의 일상 생활에 더 깊이 관여해야 한다. 이는 사회적·문화적 참여를 포함한다. 노동자의 생활이 점점 더 원자화되고, 소셜 미디어와 대중 문화의 영향 하에 가족 및 개인의 공간으로 삶이 후퇴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는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관료들이 지배하고 임금과 단체 협약이라는 협소한 목표에 초점을 맞춘 노조 또한 노동자들 사이의 사회적 조직을 침식해 왔다. 아주 드물게 다른 좌파적 세력이 의미 있는 행위자가 되는 경우에도 이처럼 유리된 정치 양식은 그대로 반복된다. 이들은 노동계급으로부터 비슷하게 유리된 기구들을 건설하며, 노동자들이 사용자들의 영향력을 넘어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율적 공간을 조성하려고 전혀 노력하지 않는다. 물론 앞서 지적했듯이, 대중 투쟁이나 반관료주의 조직화 노력이 뿌리내리면 노동자들의 자체적 운동으로 이러한 경향이 뒤집힐 수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수백 명의 무당파 활동가들과 공동의 활동을 전개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다음 사례들에서 이러한 지향이 드러난다. 즉, 작업장과 대학에서 우리의 영향력을 확장한 이동식 보건소(시위대 의료 지원을 위한 이동식 거점); 철도 노동자 해고에 맞선 ‘기차를 지키자’ 캠페인; (사탕수수 공장 노동자들과 함께) 투쿠만에서 그리고 지역 노동자들의 거점인 마디그라프 클럽에서 열린 ‘노동자의 우애’ 축구 토너먼트; 포사다스 병원을 지키기 위한 연말 축제; 모론 지역 총회와 함께 열린 노라 코르티냐스(Nora Cortiñas) 추모식; 보나파르테 병원 투쟁을 지지한 ‘노동하는 청년 축제’; 그리고 비교적 잠잠한 시기에도 폭넓게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 당의 공간과 문화센터들을 활용한 것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은 의미 있음에도 여전히 고립된 상태이며, 아직 우리가 활동하는 부문들의 일상 현실에 뿌리내린 체계적 정책으로 종합되지는 못했다. 교사 노조를 보면, 우리는 전국의 여러 노조에 걸쳐 상당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으며 당원과 유관 조직의 동지를 포함 800명이 넘는 동지가 활동한다. 그중 약 250명이 자기 학교에서 노조 대의원으로 활동한다. 그러나 이 부문 내에서 우리 당은 매우 불균등하다. 평조합원을 포괄하는 기층 투쟁이 없을 때엔 우리는 학교의 동지들과 사회적·문화적 활동을 건설하기보다는 (노조관료들이 주도하는) 노조 내부의 정치생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투쟁이 분출하기 시작하면, 모든 게 더 쉬워진다. 공동의 조직에 대한 요구가 더 광범위하게 올라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수의 공장에서 여러 투쟁과 노조 활동에 관여했고, 종종 사측의 보복과 관료적 탄압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투쟁에 대한 개입’과 ‘동료 노동자들의 일상에 함께 참여하려는 노력’을 결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2024년 점거를 통해 우리는 대학에서 거의 1,300명의 학생들로 이루어진 (당원과 무당파가 섞인) 세력을 조직했는데, 이는 다른 어떤 좌파 조직보다도 훨씬 큰 규모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활동을 충분히 밀어붙여서 대학의 기층 교수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든가, 관료적 학생회가 대학 당국의 소극성에 투쟁을 종속시키지 못하도록 국면을 돌파하는 데는 실패했다. 대규모로 조직된 4월 23일 집회 이후, 우리는 PTS의 학생들과 교수들 사이에서 계획을 충분히 조율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교수직과 사무직 모두의 임금 정상화를 요구하는 투쟁에 활동적 대학 부문들을 결집시키는 데 어려움이 생겼다. 학교 폐쇄에 대한 우려가 첫 행진을 추동했던 것에 비해, 이 요구안은 훨씬 적은 관심을 받았다. 정부가 대학을 폐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자 대중의 관심이 식었고, 우리는 강의실 차원의 접근을 넘어 기층에 다가가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고안해야 했다. 공립 대학과 노동자 임금을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학교 자체에서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는 것이 한 가지 선택지였을 수도 있다. 그렇게 했다면 교수들과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자신들의 기층과 다시 연결되고, 1990년대 이후 상당 부분 상실된 학생 조직화 관행을 복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학 차원의 이 투쟁은 장기적인 것이지만, 노동운동에서 우리가 직면한 핵심 과제들과도 교차한다. 한 가지 긍정적인 사례는 라누스대학교 투쟁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데올로기적 활동(강연과 워크숍)’을 투쟁 기간 독립적인 ‘자기조직화’ 활동의 조직화 및 학교 기층 대상 사회적 접촉 활동과 결합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전략 덕분에 우리는 학생회 선거에 대담하게 개입해 지역 사회 보건학과 학생회(CeSaCo)를 영향력 아래 둘 수 있었다. 코마우에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서도 비슷한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는 변화하는 정세 속에 살고 있다. 이는 우리를 향한 부름이기도 하다. 새로운 기획을 대담하게 시도하라는, 당과 전위와 대중이라는 각각의 차원에서 활동하라는 부름 말이다. 기회가 우리를 기다린다. 이 기회를 붙들고 우리의 사상과 실천을 시험할 때다. 스페인어: https://www.laizquierdadiario.com/XX-Congreso-PTS-La-relacion-entre-el-PTS-la-vanguardia-y-las-masas (저자: Fredy Lizarrague) 영어: https://www.leftvoice.org/the-party-the-vanguard-and-the-masses-experiences-from-argentina/ (번역: Remo Erdosain) 한국어: 강성윤 역 /* 스크롤 여백만 주고, 화면에는 안 보이게 */ .ftn-target { display: inline-b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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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우파에 맞서서 승리하는 법: 밀레이에 맞선 아르헨티나 노동운동에서 얻은 교훈싸움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지만, 아르헨티나의 병원 노동자들, 교사들, 대학 교직원과 학생들은 자기 조직화, 계급적 독립성, 현장 조직화를 무기 삼아 긴축 프로그램과 예산 삭감에 맞설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맞이한 트럼프는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노동 계급을 공격 중이며, 특히 이민자 공동체, 성소수자, 유색인,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많은 이들이 반격에 나서지만, 흔히 그렇듯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의견이 갈린다. 아르헨티나에서 좌파 투쟁가들과 정치 활동가들이 축적해 온 경험은 미국에서 투쟁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왜 아르헨티나를 주목해야 하는가? 한편으로, 아르헨티나에서는 급진적 자유 시장주의를 표방하는 우파 정부의 실험이 현재 진행형으로 펼쳐지고 있다. 주변부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움직임은 중심부 국가들의 우파가 정책을 쇄신하는 데 영감을 제공하곤 했다. 이를테면 1970년대 칠레에서 피노체트가 추진한 프로그램은 전 지구적 신자유주의의 초기 실험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노동계급 조직화와 저항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는 곳 또한 주변부 국가들이다. 특히 아르헨티나에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혁명적 좌파연합 중 하나가 존재하며, 계급투쟁과 사회운동의 역사가 풍부하기 때문에 집단적 저항의 기억, 노동계급의 투쟁방법에 대한 신뢰, 직접행동이라는 전통을 남겨 놓았다. 밀레이, 부르주아 야당, 좌파 먼저 오늘날 아르헨티나의 주요 정치 행위자들을 개괄해 보자. 정치 무대에 갑자기 등장한 하비에르 밀레이는 매우 연극적인 인물이다. 논쟁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였던 그는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을 옹호하면서 분노를 폭발시키는 모습으로 텔레비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밀레이는 자신을 정치적 아웃사이더로 브랜딩했지만, 그의 인기가 높아진 데는 미디어 재벌 에두아르도 에우르네키안의 힘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 나아가 2023년 대선 승리는 낡은 정치 브로커들과 극도로 실용주의적이고 원칙 없는 권력 협상을 벌인 결과였다. 그럼에도 밀레이의 담론과 정책이 워낙 기이했고 지난 20년간 나라를 지배해 온 두 연합(키르치네르주의와 “변화를 위한 연합(Juntos por el Cambio)”)에 맞서는 “아웃사이더”를 자임했기 때문에, 그는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후에도 반기득권 수사의 혜택을 계속 누렸다.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그의 경제 노선은 본질적으로 정부 긴축, 규제 완화, 자본가계급 특혜 정책의 새로운 판본이며, 노동자조직 악마화와 노동자투쟁 탄압을 수반한다. 밀레이와 그를 지지하는 운동을 낳은 국내적인 토양이 분명히 있지만, 이것이 일국에 국한된 현상은 결코 아니다.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도널드 트럼프,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로 이어지는 전 지구적 우파 정부 물결의 일부다. 하비에르 밀레이는 이스라엘 정부와 가자에서 벌어지는 집단 학살의 확고한 지지자이기도 하다. 밀레이에 대항하는 부르주아 야당으로는 중도 및 중도좌파 정치인들을 포괄하는 잡탕과 같은 페론주의 연합, 그리고 “변화를 위한 연합”의 중도우파 잔여 세력이 있다. 후자는 두 정당으로 분열되었는데, 역사적으로 자유주의적이며 중산층 기반인 급진시민연합(UCR)과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의 공화주의제안(PRO)이다. 밀레이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바로 이 두 주류 정당을 맹공격함으로써 담론을 형성했다. 이들은 곧 “정치 카스트”였다. 그러나 밀레이는 결선 투표를 며칠 앞두고 마크리와의 거래를 통해 내각의 몇 자리를 내주고 마크리 지지자들의 표를 확보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2023년 PRO의 대선 후보였던 파트리시아 불리치로, 이후 밀레이 정부 치안부 장관에 임명되었다. 페론주의는 빅텐트 조직으로, 후안 D. 페론의 부르주아 민족주의적 개발주의를 느슨하게 계승한 정치 이념을 내세운다. 키르치네르주의는 세기 전환기 이후 페론주의 내에서 지배적 분파로 자리 잡은 중도좌파 정치 기획으로, 처음에는 네스토르 키르치네르가, 그의 사망 이후에는 그의 부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가 이끌었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집권했으며 2019~2023년에는 더 광범위한 (비키르치네르주의) 페론주의 연합의 일부로서 다시 권력을 잡았다. 키르치네르주의는 아르헨티나 현대사에서 가장 심각했던 경제적·정치적 위기를 딛고 부상했다. 그 위기는 2001년 민중 봉기로 페르난도 데 라 루아 대통령이 축출되며 막을 내렸다. 이런 배경 때문에 키르치네르주의는 대중운동과 전투적 노동계급에 많은 부분에서 양보할 수밖에 없었고, 새로운 정치적 지지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포괄적 복지 정책과 일정 수준의 경제적 재분배를 실시했으며, 사회운동과 인권 단체를 포섭했다. 키르치네르주의의 핵심 과제는 국가 제도의 정당성을 회복하여 사회 질서를 복원하고 자본 축적을 위한 조건을 재설정하는 것이었다.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 임기 말인 2015년에, 그리고 알베르토 페르난데스와 키르치네르 행정부 시기인 2019~2023년에는 더더욱, 빈곤율이 치솟았고 인플레이션율도 폭등했으며, 이들의 정치 기획에 대한 환멸감이 모든 사회 계층에 깊숙이 침투했다. 밀레이의 집권을 이해하려면 키르치네르주의에 대한 깊은 실망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2015~2019년 마크리의 과도기 정권이 (미온적으로나마) 노동운동을 길들이려 시도하고 단편적 긴축(마크리는 충격 요법에 대비되는 “점진주의”를 내세웠다)을 실시하여 투자를 유치하고 경제를 부양하려다 실패한 점도 기억해야 한다. 아르헨티나의 반자본주의 좌파는 대다수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중요도와 대중적 인지도를 자랑한다. 2011년 창설 이래 좌파노동자전선(FIT-U)은 민중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정치 세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FIT-U는 현재 연방 의회에서 5석, 주 의회 및 지방 의회에서 수십 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노동계급의 계급적 독립성을 바탕으로 쟁취한 것이다. 이 같은 계급 독립 정치는 좌파전선 원내 교섭 단체가 밀레이 정부의 모든 조치에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반대한 유일한 교섭 단체라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나아가 소속 의원 전원이 교사 수준의 소득만 자신이 갖고, 나머지 세비는 노동자 투쟁과 사회적 투쟁에 기부하겠다고 서약했다. 좌파전선의 유명 인사들은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언제나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나란히 서 있는 사람들로 인식된다. 이를테면 전 대선 후보이자 연방 의원인 니콜라스 델 카뇨와 미리암 브레그만은 모두 좌파노동자전선 소속 사회주의노동자당(PTS) 당원으로, 의회에서 정부의 탄압을 끊임없이 고발하는 동시에 현장 투쟁에 연대한다. 이들이 노동운동가들, 연금 삭감에 항의하는 퇴직자들, 병원 해체에 맞서는 의료 노동자들과 함께 최루액을 맞고 후추 스프레이를 맞은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좌파노동자전선의 활동 무대는 의회로 국한되지 않는다. 소속 활동가들은 전국 수백 개 노조 지부에서 지도자나 조직가로 활동하고, 수십 개 대학에서 조직을 이끌며, 강력한 여성운동 조직에서도 가장 전투적인 대열에 속해 있다. 바로 이런 것들이, 그리고 특히나 노동운동에서 맡고 있는 역할이 좌파노동자전선 주요 단위인 PTS 활동의 핵심이다. 행위함으로써, 또 행위하지 않음으로써 아르헨티나의 정치 상황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내 행위자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노조 관료들이다. 아르헨티나 노동운동은 역사적으로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강력한 축에 속했으며, 400만 명에 달하는 조합원(전체 노동인구의 약 25퍼센트, 공식 고용 노동자의 거의 40퍼센트)을 자랑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조는 통상 페론주의 성향의 관료적 분파가 장악하고 있으며, 이들은 자신의 특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떤 정치인과도 기꺼이 거래할 준비가 되어 있다. 아르헨티나에는 노동조합 총연맹이 두 개 있다. 가장 크고 가장 관료적인 CGT, 그리고 CGT에서 갈라져 나온 전투적이고 (약간이나마 더) 민주적인 CTA다. 이 상급 노동 조직들은 국가 경제를 마비시킬 힘을 갖고 있지만, 지도부는 (종종 용역 깡패까지 동원하면서) 조합원의 참여와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을 가로막고, 파업 조직을 회피할 구실을 늘 궁리한다. 마지막으로, 정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외부 행위자를 빼놓으면 전체 구도가 완성되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이다. IMF는 역사적으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자유 시장 및 긴축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라틴 아메리카에서 IMF는 “최후의 대부자”, 말하자면 국채 매입자를 찾지 못하는 나라에 신용이라는 생명줄을 제공하는 지위 덕분에 공공 정책에 대해 압도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IMF 대출에는 통상 “조건부 이행 사항”이 붙는데, 여기에는 대개 재정 적자 축소 또는 해소, 사회 지출 삭감, 자유 무역 장벽 최소화 등의 요구가 포함된다. 중간 선거를 앞둔 밀레이 정부 밀레이 정부는 임기 초부터 자랑할 만한 핵심 성과를 하나 거두었는데, 바로 인플레이션을 잡은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정권 안정의 주된 토대다.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은 지난 10년간 아르헨티나를 짓눌러 온 문제였다. 마크리 집권기(2015~2019년)에 연 40퍼센트였던 물가상승률은 2023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임기 마지막 해 200퍼센트를 돌파하며 치솟았다. 이례적으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은 이토록 불안정한 경제 환경에서 국내외 자본의 투자를 가로막아 재계를 위축시켰을 뿐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거대한 불안의 원천이 되었다. 임금은 물가를 따라가지 못했고, 가격을 예측할 수 없는 노동자 가정은 극도로 불안해졌다. 역대 정부가 가격 통제를 시도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하비에르 밀레이는 취임하자마자 가격을 자유화하고,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한 친시장 정책과 여러 조치를 통과시켰다. 포퓰리즘적 “아웃사이더” 담론을 내세웠지만 그의 경제 정책은 교과서적인 신자유주의 충격 요법 그 자체였다. 집권 첫 주에 정부는 자국 통화를 50퍼센트 평가 절하하고 가격을 자유화했으며, 이로 인해 실질임금이 급락했다. 공공 지출 총액을 29퍼센트 삭감했고, 연방 정부의 주요 감축 조치는 13개 부처 폐지(또는 “차관급”으로 격하), 모든 공공 인프라 사업 동결, 보건·교육·과학 분야 지출 대폭 삭감 등을 포함했다. 2025년 6월까지 정부는 공무원 5만 명을 해고했다(취임 당시 공무원은 총 20만 5천 명이었다). 물가는 초기에 급등한 이후 안정되었고, 인플레이션은 2023년 12월 월 약 25퍼센트에서 1년 뒤 월 2.5퍼센트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치러야 할 대가는 혹독했다. 경기 냉각 정책에는 필연적으로 침체의 위험이 따르는데, 아르헨티나는 사회적·경제적 상황자체가 이미 참담했다. 2025년 상반기에 부분적으로 회복되기는 했으나 밀레이 집권 첫 해 경제 활동은 3.5퍼센트 감소했고, 2023년 11월부터 2024년 8월 사이에 거의 14만 개의 일자리(민간 부문 전체 고용의 2.2퍼센트)가 증발했다. 초기 정책들이 시행된 직후 빈곤율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이후 감소하기는 했으나 이미 높았던 2023년 빈곤율 언저리에서 고착되었다. 2025년 6월 기준으로 실업률은 최근 4년 중 최고치인 7.9퍼센트까지 올라섰고, 비공식 고용을 비롯한 각종 불안정 노동은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 계수는 이전의 0.41에서 0.47로 뛰어올랐다. 여러 논평가들은 대규모 봉기가 일어나 정부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민중의 묵묵한 인내가, 특히 가장 취약한 처지에 놓인 이들의 바로 그 인내가 역대 정권에 대한 실망이 얼마나 깊었는지 드러내는 또 하나의 척도가 되었다. 눈에 띄게 나빠진 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밀레이에게 자신들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 기회와 더 많은 시간을 기꺼이 주려 했다. 밀레이의 목표는 판을 엎고 다시 투자를 끌어모아 대폭 경제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의 구상은 노동과 자본의 관계를 새로 짜는 것, 말하자면 노동자의 권리를 빼앗고 임금을 깎아내리는 것이며, 이를 통해 착취와 이윤 창출의 기회를 늘리고 확대하려 한다. 그러나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먼저 아르헨티나 노동계급과 그 조직들, 그리고 과거 투쟁으로 쟁취한 것을 지키려는 의지에 결정적 패배를 안겨야 한다. 대부분의 전국 단위 노조가 관료적 성격을 띠고 있다 해도, 지도부는 여전히 지지 기반을 이루는 목소리들에 응답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 조합원들의 핵심적인 권리가 박탈당하면 조직적 운동에 나서라는 거대한 압력이 지도부에 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5년 들어 밀레이 정부는 정권의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여러 스캔들에 맞닥뜨렸다. 첫 번째는 리브라($Libra) 스캔들로, 하비에르 밀레이 본인이 소셜 미디어 X에서 해당 암호 화폐를 홍보한 뒤 투기꾼들이 투자 회수 사기를 통해 2억 5천만 달러를 챙긴 사건이다. 이어서 마약 유통업자들의 뇌물과 연루된 부패 사건이 터졌는데, 음성 녹음에는 하비에르의 여동생이자 대통령 최측근 자문인 카리나 밀레이가 직접 연루되어 있다. 가장 최근에는 밀레이의 정당인 자유전진(La Libertad Avanza)의 간판이자 부에노스아이레스 주 중간선거 첫 번째 후보였던 호세 루이스 에스페르트가 마약 사건에 휘말려 선거운동 도중 후보직을 사퇴했고, 연방 판사에 의해 자금세탁 혐의로 기소되었다. 경제는 도약하지 못하고, 국제수지 적자와 결부된 모순이 심화되면서 단기 및 중기 경제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재무부가 200억 달러를 구제금융으로 제공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발표는 밀레이에게 단기적이기는 하지만 절실한 생명줄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또 다시 타국의 정치에 개입하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밀레이가 선거에서 승리해야만 대출을 승인하겠다고 못 박았다. 좌파전선의 전 의원이자 전국 지도자인 미리암 브레그만이 비난했듯이, 이 합의는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종속이 심화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정부는 강경한 태세를 유지하면서 타협 불가 이미지를 내세우려 한다. 그러나 밀레이 취임 이후 계급투쟁의 윤곽을 드러낸 중요한 운동이 몇 차례 있었다. 두 차례의 총파업, 교육을 지키기 위한 대규모 시위, 성소수자의 권리와 공공 의료를 위한 대규모 시위, 운수·교사·공무원 파업, 그리고 주요 도시 전역에서 열린 대중 집회가 그것이다. 이 모든 투쟁 가운데 지금 특별히 주목하고 싶은 세 가지가 있다. 정부를 후퇴시키는 데 성공했거나, 정부에 맞서 싸우는 방법에 관해 중요한 시사점이 있는 사례들이기 때문이다. 대학이 반격하다 아르헨티나에서 공립대학들의 권위는 상당하다. 등록금이 전액 무료임에도 공립대학 학위는 대부분의 경우 사립대학 학위보다 높이 평가된다. 2024년 10월 정부는 공립대학을 겨냥했다. 이것이 첫 번째 공격은 아니었다. 밀레이가 취임 직후 내놓은 2024년 예산안에서 연방 정부가 전국적으로 직접 지원하는 국립대학 재정이 대폭 삭감되었다. 페소화 기준 예산은 2023년 수준에서 동결되었지만, 연간 288퍼센트의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거의 70퍼센트 삭감과 다르지 않았다. 2024년 4월, 50만에서 100만에 이르는 사람들이 공립대학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이는 지난 20년간 가장 큰 대중운동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10월에 대통령은 한술 더 떠서 의회가 통과시킨 고등교육 긴급 재정지원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하나둘 시작된 대학 점거가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졌다. 운동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학생들은 전국 30개 국립대학에서 80곳 이상의 건물 점거를 조직했고, 교원 및 비교원 직원의 임금 인상과 대학 예산 전반의 증액을 요구했다. 노동조합과 대학생 연합은 두 차례의 전국 파업과 주요 도시에서의 대규모 행진을 조직했다. 이 강력한 운동 앞에서 정부는 빠르게 뒷걸음질쳤다. 밀레이는 공립대학에 등록금을 부과하겠다는 암묵적 위협을 교묘하게 내비쳤으나, 충돌이 시작된 지 불과 며칠 만에 공립대학 무상 원칙을 폐기하지 않겠다고 직접 나서서 밝힐 수밖에 없었다. 이 운동에 불을 붙이고 힘을 실어 준 것은 수십만 명의 학생, 교사, 교수, 대학 직원들로 이루어진 풀뿌리 조직이었다. 이들은 건물을 점거하고 민주적 토론과 의사 결정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냈다. 각 학교의 활동가 수백 명이 총회에 모여서 토론하고 다음 행동을 표결로 정했다. 좌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례를 이상화하거나 저절로 생긴 현상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좌파 정치 활동가들은 이러한 자기 조직화 기구들을 구축하고, 발전시키고, 쟁취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좌파노동자전선 소속 PTS 당원들은 가장 급진적인 형태의 민주적 의사 결정을 위해 쉼 없이 싸웠다. 이 투쟁 국면에서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낸 조직과 기관으로는 전국대학간위원회(CIN, 전국 대학 총장 협의체), 대학 노조 연합(Frente Sindical Universitario), 그리고 학생운동 대표들이 있었다. CIN의 구성원은 대부분 오래된 두 부르주아 정당(페론주의와 급진시민연합)에 소속된 총장들로, 직접 행동을 만류하거나 약화시키려 했고 학부 건물 점거에 공개적으로 반대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원격 수업으로 전환하여 운동을 고립시키려 했고 관심을 오로지 의회에서의 예산 협상으로 집중시키려 했다. 대학 노조 지도부도 투쟁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두 차례의 매우 성공적인 파업과 전국 행진 이후 정부가 약세를 보이던 시점에 그들은 세 번째 전국 교육 행진 소집을 거부했다. 학생 조합은 당연히 학생들의 도덕적 열기와 투쟁 의지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많은 점거 현장에 참여하고 점거를 이끌었다. 이를테면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 철학부 학생 조합 사무총장인 루카 본판테는 CIN의 타협적 노선을 거듭 규탄하면서, 지속적인 직접 행동과 전국적 학생운동 조율을 촉구했다. 그러나 전국 조직과 다수의 주·지방 조직에서 학생 조합 지도부는 대부분 급진시민연합과 페론주의가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점거를 적극적으로 말리면서 초점을 2025년 대학 예산을 둘러싼 의회 논의로 돌리려 했다. 학생들과 대학 노동자들에게 허락된 역할은 의원들의 토론과 표결을 지켜보는 수동적 구경꾼에 불과했다. 이 투쟁의 핵심 교훈은 직접 행동과 자기 조직화야말로 대학 운동의 진정한 동력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노조와 학생 조합의 관료들은, 제도적 경로를 우선시했기 때문이든 아니면 자신들의 손을 벗어날지도 모르는 광범위한 대중운동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든 간에, 운동의 급진적인 칼날을 무디게 하고 가로막기만 했다. 게다가 주류 부르주아 정당 성향을 가진 조직들은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거스를 수 없을 때만 행동에 동참하고, 그 와중에도 운동을 해체하고 고립시키고 잠재우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으며, 투쟁의 현장과 동떨어진 의회 논의로 대화의 장을 옮기기 위해 애썼다. 꼼짝도 하지 않는 병원 교육과 더불어 의료 부문 또한 밀레이 행정부 출범 초부터 공격 대상이었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병원 예산은 최대 54퍼센트까지 삭감되었다. 고등 교육을 공격한 것과 비슷한 시기에 밀레이 행정부는 더 작고 만만해 보이는 표적을 겨냥했다. 바로 연방 정부 관할로 운영되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소재 정신건강 병원이었다. 보나파르트 병원은 아르헨티나에서 유일하게 정신질환과 중독에 대해 여러 분야의 통합 치료를 수행하는 전문 병원이다. 이 공격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 기관에서 전문가들이 수행하는 작업은 아르헨티나의 어떤 의료 시설과도 다르다. 의사, 사회복지사, 치료사, 사회과학자, 음악치료사 등이 협력해서 정신건강 환자에게 총체적 치료법을 제공한다. 인권 활동가이자 오월광장어머니회 소속인 라우라 보나파르트의 이름을 딴 이 병원은 진보적이고 평등한 의료의 상징이다. 2024년 10월 4일 금요일, 병원 노동자들은 입원 병동과 응급실을 폐쇄하라는 정부 공문을 받았다. 몇 시간 뒤, 이 조치들은 다음 주 월요일에 실행될 병원 최종 폐쇄의 서막에 불과하다는 소식이 여러 경로를 통해 들려 왔다. 공무원 노조(ATE)가 긴급 회의를 소집했고, 곧이어 총회에서 자신들의 몸으로 병원을 지키기로 표결했다. 점거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팔짱 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최대한 관심을 끌어야만 했다. 정부는 평화로운 시위에도 물리력을 행사할 의지가 있음을 이미 충분히 입증했다. 보나파르트 노동자들은 언제든 폭력적으로 진압당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병원에 남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지체 없이 바로 그날 거리로 나가 전단을 돌리며 지역 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숨 가쁜 속도로 다음 날인 토요일 저녁 연대 음악회를 조직했고, 여러 밴드가 투쟁에 연대하며 무대에 올랐다. 환자들과 인근 지역 및 그 너머 주민들의 뜨거운 지지가 쏟아지며 조직화에 힘이 실렸다. 10월 7일 월요일에는 병원을 “껴안는” 연대 집회에 수백 명이 모였고, 기자회견에는 국회의원, 인권 활동가, 노조 지도자들이 함께했다. 맨 처음 회의를 소집한 것은 노조 현장위원회였지만, 현장 조합원들이 스스로 나서서 병원을 조직하고, 각기 다른 과제(언론 대응, 연대, 환자 돌봄 등)를 조율할 위원회를 꾸리고, 투쟁 전략을 결정했으며, 노조 공식 지도부는 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정신 건강 전문가 훌리에타 슈발리에의 회고에 따르면, 병원 직원이자 조합원으로 지낸 11년 중에 어떤 행동을 할지 “직접 투표로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고용 형태, 조합원 여부, 소속 부서와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가 총회에 모여 매 결정마다 거수로 표결했다. 투쟁 첫 2주 동안 총회는 거의 매일 열렸다. 훌리에타는 자신들이 보건 부문 안팎에서 투쟁하는 다른 노동자 집단들과 빠르게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을 곧바로 깨닫게 된 과정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포사다스 병원, 가라한 병원, 철도 노동자, 공항 노동자 등이 연대의 대상이었다.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대학 투쟁에도 주의를 기울여 의과 대학에 대표단을 파견하고 싸우는 부문들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 이러한 연대는 곧 결실을 맺었고, 보나파르트 병원은 정부에 맞선 대중 행동과 저항의 진원지가 되었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정부는 한발 물러서서 병원을 계속 운영하겠다고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임박한 폐쇄 위험은 넘겼지만 정부가 병원 “구조조정”을 고집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경계를 풀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의 구조조정은 병원을 서서히 고사시키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병원 존치를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은 정부의 명백한 패배였고, 보나파르트 병원은 전국적으로 밀레이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되었다. 보나파르트 병원 직원들을 대표하는 두 노조의 지도부는 단결, 결집, 민주적 의사 결정을 요구하는 현장 조합원들의 목소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노조 대표들이 정부 당국과 만나 모든 일자리와 부서를 포함한 병원 존치 합의에 서명하면서 정부와 함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 동의해 버렸다. 구조조정이란 통상 해고와 부분 폐쇄를 포함하는 긴축의 완곡한 표현이다. 이후 병원 총회는 어떠한 형태의 구조조정에도 반대한다고 표결했고, 이는 현장 조합원들이 자기 지도부보다 더 왼쪽에 서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일간 좌파>와의 인터뷰에서 보나파르트 병원 핵심 조직가 중 한 명인 하비에르 리오스는 이 투쟁의 가장 중요한 교훈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정부를 후퇴시킬 수 있었던 것은 현장 조합원의 힘, 지역 사회와의 유대 구축, 병원의 벽(과 인력) 너머로 확산된 광범위한 능동적 저항 운동 덕분이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투쟁들이 서로를 자극하고, 기금을 모으고, 서로의 현장에 달려가고, 가장 넓은 의미의 노동계급 연대를 체현하는 운동이 만들어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사들이 파업하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주 교사 파업은 누가 우리의 동지이며 누가 우리의 적인지 선명하게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파업은 5월에 시작되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주 최대 공립 교사 노조인 수테바(SUTEBA)가 정부와의 잠정 합의안을 발표하고 표결에 부친 뒤였다. 잠정 합의안은 광범위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소수의 교사를 대표하는 노조인 FEB가 파업을 소집하도록 추동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주 정부는 현재 중도 좌파 경제학자 악셀 키실로프가 이끌고 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정부의 경제부 장관이었던 그는 현재 페론주의 내 지배적 분파인 키르치네르주의의 주도권을 두고 크리스티나와 다투고 있다. 지난 9월 부에노스아이레스 주 중간 선거에서 키실로프의 후보들이 밀레이 측 대리인들에게 큰 타격을 입힌 뒤 야당 내에서 그의 입지가 높아졌다. 키실로프는 밀레이에 대한 저항의 선봉을 자처하면서 부에노스아이레스 주가 밀레이의 경제 노선에 맞서는 “방패” 역할을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FEB가 파업을 선언하자마자 키실로프는 파업에 참여하는 교사들에 대해 결근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위협은 파업을 무력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키실로프가 어느 편에 서 있는지 분명히 드러냈다. 수테바 지도부는 언제나 그렇듯 보수적 역할을 맡았고, 조합원의 극히 일부에게만 의견을 물었으면서도 잠정 합의안이 압도적 다수의 동의로 통과되었다고 둘러댔다. 수테바 내 좌파 분파인 물티콜로르가 파업에 합류하겠다고 선언했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주 내 최대 지구의 조합원 압도적 다수가 파업 호소에 응했다. 이러한 결과는 놀랍지 않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주 교사들은 생계를 위해 두 곳, 심지어 세 곳의 일자리를 가진 경우가 허다하다. 수테바가 협상한 임금 인상은 고작 4퍼센트(수개월 후 7퍼센트로 상향)였고, 2025년 물가상승률이 (작년보다 나아진 수치임에도) 27퍼센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 인상분은 사실상 감소한 소득분을 메우기조차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이미 빈약한 임금을 또다시 깎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활비를 감안하면,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실제로 전국에서 교사 임금이 가장 낮은 세 개 주 가운데 하나다. 교사들에 대한 키실로프의 적대 행위는 그가 가진 정치적 입장의 민낯을 드러낸다. 키실로프는 겉보기에는 밀레이의 노골적 신자유주의와 매우 다르지만, 여러 근본 요소와 목표의 상당 부분을 공유한다. 전투적 수사를 내세우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 주 경제 정책은 밀레이와 마찬가지로 국내외 투자를 끌어들이는 것에 기초한다. 이를 위해 키실로프는 관광업, 제조업, 광업 부문에서의 대규모 자본 투자에 대해 향후 30년간 파격적인 세금 감면을 제공하는 등 여러 경제적 특혜를 내놓았다. 그리고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의 노선이 IMF 및 기타 국제 금융 기구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종속에 도전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고착시킨다는 점이다. 고용주들에게 밀레이의 집권은 공세에 나서라는 신호였다. 그들은 노동운동가를 해고하고, 더 낮은 임금으로 협상하고, 노동 강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에서 진행 중인 수많은 노동자투쟁에 대한 주 정부의 답변은 “강제 조정” 조치였다. 말하자면 노동자에게는 업무 복귀를, 고용주에게는 괴롭힘, 불법해고, 임금삭감 중단을 강제하는 조치다. 문제는, 노동자들은 직장을 잃을 위험 때문에 이 조치에 따라야 하는 반면, 고용주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이를 무시할 수 있고 실제로 종종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결국 강제 조정은 고용주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투쟁을 무력화하는 몽둥이 구실을 할 뿐이다. 다시 말해, 부에노스아이레스 주 키실로프 행정부는 밀레이의 정책에 대한 그 어떤 “방패”도 되어 주지 않는다. 진보적 수사로 포장되었을 뿐, 자본 투자에 보상하고 저임금을 유지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를 규율하는 정책의 온건한 판본이다. 그러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주 교사들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키실로프의 임금 삭감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에 힘입어, 물티콜로르와 반대파 지부들은 정부와 로베르토 바라델 예하 수테바 지도부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물티콜로르 지도자이자 전 연방 의원인 나탈리아 곤살레스 셀리그라의 발언에 따르면, 수테바 지도부는 “사실상 키실로프 행정부의 연장선에 있는 듯하다.” 이 사례가 무엇보다 잘 보여 주는 것은, 수사가 아무리 좌파적이어도 부르주아 정치인은 자본주의 게임의 규칙 안에서만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좌파는 시장과 노동자를 중재하겠다고,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겠다고 약속하는 국가 관리자에게 희망을 걸어서는 안 된다. 역사적 경험이 입증하듯, 시장의 압력 하에서는 투자와 기업 이윤을 촉진하려는 충동이 민중의 안녕보다 언제나 우선한다. 이 사례에서도 역시 노조 관료층은 운동을 잠재우는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 좌파를 위한 전망과 교훈 우파 정부의 공세에 맞서려면 정치적 차이를 잠시 잊어야 한다는 말을 우리는 드물지 않게 듣는다. “지금은 전략을 논할 때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킬 때”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권위주의 정부의 파렴치한 공격에 맞서서 가능한 한 가장 넓은 운동을 능동적 저항으로 조직해야 한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것이 차이를 숨기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강력한 좌파야말로 극우에 대한 최선의 방어다. 이 글에서 다룬 사례들은 좌파 활동가들이 밀레이에 맞선 싸움을 선도하는 모습을 가득 담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 철학부 학생 조합 사무총장 루카 본판테는 PTS 당원이며, 보나파르트 병원의 하비에르 리오스, 교사 활동가이자 전 의원인 나탈리아 곤살레스 셀리그라도 마찬가지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혁명적 활동가들은 투쟁 현장에 전략적으로 자리 잡고, 동료 노동자, 학생, 사회운동 활동가를 조직하며, 노동계급의 힘을 강화하는 타협 없는 강령을 제시하고, 자기 조직화 기구 건설을 추동한다. 바로 이러한 노력이 방어적 투쟁에 힘과 예리한 칼날을 부여한다. 이것이 수십 년에 걸친 끈질긴 조직화의 결실이라는 점도 강조할 만하다. PTS는 1990년대에 혹독한 시절을 겪었다. 활동가는 전국에 수백 명뿐이었고 대중적 인지도는 미미했다. 그러나 혁명 정당, 전투적 정당을 건설한다는 전략적 목표가 1988년 창당 이래 모든 투쟁과 모든 전술적 결정에 방향을 제시했다. 2000년대와 2010년대에 아르헨티나 좌파 대부분이 키르치네르주의를 지지하거나 그쪽에 합류했지만, PTS는 정치적 독립을 유지한 소수 조직 가운데 하나였고 이들 대부분은 현재 좌파전선에 통합되어 있다. PTS가 지금 이 투쟁들에 내부적으로 개입하면서 급진적 목소리를 내고 사회주의적·반제국주의적 강령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원칙에 입각한 조직화와 당 건설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다. 좌파전선은 IMF를 비롯한 전 지구적 금융 기구들과 제국주의적 종속으로부터 근본적으로 단절되어야 한다고 제안하는 유일한 전국적 세력이다. 이 투쟁들이 밀레이 정부를 압박할 수 있었던 것은 다음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자기 조직화 기구를 만들어 민주적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하고, 노조 및 여타 운동의 관료적 지도부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그들의 결정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현장 조합원의 힘을 키우고 지역 사회와 강한 유대를 맺음으로써 정부의 공격에 맞선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 냈다. 진보적 수사와 소소한 양보를 제시하면서 시장의 지배를 유지하고 재정 균형을 위해 필요할 경우 노동자를 규율하는 차악의 정부를 수용하기를 거부했다. 미국 좌파는 이러한 경험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실천이 재현된다면 트럼프에 저항하는 운동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두 자본주의 정당 모두로부터 독립적인 좌파의 토대를 닦을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전국 단위 노조 지도자들은 대체로 이민국(ICE)에 의한 이주민(또는 이주민처럼 보이는) 노동자 납치와 공포 조성을 외면했을 뿐 아니라, 연방 공무원에 대한 대규모 해고와 노조가 교섭으로 쟁취한 권리의 박탈에 맞서 단호한 투쟁을 조직하는 데도 실패했다. 노조 관료들을 가차 없이 비판하고 노조 내부에 반대파와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것은 오늘날 절박한 과제다. 오늘날 미국 좌파에게 특히 어려운 과제는 조란 맘다니 현상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이다. 자신을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규정하는 맘다니의 선거운동은 뉴욕 시 노동계급과 좌파 전반에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동시에 기성 정치권과 보수 정치인들에게는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 맘다니의 공약은 의심할 여지 없이 진보적이며, 뉴욕 시 노동계급 가정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이다. 좌파는 노동계급의 권리를 확장하고 자본의 힘을 억제하는 조치들을 지지할 수 있고 또 지지해야 하며, 필요하다면 대중운동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러나 맘다니 개인에게 정치적 지지를 보내고 그의 캠프에 결집하는 것은 오류일 것이다. 그가 11월에 당선되더라도, 취임 직후 시내 대기업을 만족시키라는 즉각적 압력에 직면할 것이고 자기 공약의 가장 급진적인 부분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이미 뉴욕 시의 정치 브로커들이나 재계 엘리트들과 교류하면서, 자신이 그들의 부와 이익에 위협이 된다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민주당에서 출마한 좌파 성향의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들, 이를테면 버니 샌더스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같은 정치인들의 전례를 보면, 그들이 현 상태에 도전하거나, 시장의 명령에서 벗어나거나, 독립적인 노동계급 정치 조직의 발판을 제공할지도 모른다는 환상은 사라질 것이다. Left Voice에 2025년 10월 26일 발행된 기사를 번역함. 저자: Remo Erdosain 번역: 강성윤 /* 스크롤 여백만 주고, 화면에는 안 보이게 */ .ftn-target { display: inline-block; /* 줄바꿈 안 생김 */ width: 0; height: 0; scroll-margin-top: 200px; } document.addEventListener("DOMContentLoaded", function () { // name="_ftn1", name="_ftn2", name="_ftnref1" ... 전부 대상 document.querySelectorAll('a[name^="_ftn"]').forEach(function(a) { var idValue = a.getAttribute("name"); // 이미 같은 id의 요소가 있으면 또 만들지 않음 if (!document.getElementById(idValue)) { var span = document.createElement("span"); span.id = idValue; span.className = "ftn-target"; a.parentNode.insertBefore(span, a); } }); }); /* 본문 각주 번호 + 아래쪽 각주 번호 색 지정 */ a[href^="#_ftn"] sup, a[href^="#_ftnref"] sup { color: #BF202D; } /* 밑줄이 보기 싫으면 */ a[href^="#_ftn"], a[href^="#_ftnref"] { text-decoration: none; } /* 마우스 올렸을 때 살짝만 강조하고 싶으면 (선택) */ a[href^="#_ftn"]:hover, a[href^="#_ftnref"]:hover { text-decoration: underline; } /* 페이지 전체가 오른쪽으로 넘치지 않게 */ html, body { max-width: 100%; overflow-x: hidden; } /* 본문 영역 폭 강제 고정 + 긴 단어/문장도 줄바꿈 */ #bo_v_con, .bo_v_con, .cke_editable, article { max-width: 100%; overflow-wrap: break-word; word-wrap: break-word; /* 구형 브라우저용 */ } /* 워드에서 붙은 이미지/표가 화면 밖으로 안 나가게 */ #bo_v_con img, #bo_v_con table, .bo_v_con img, .bo_v_con table, .cke_editable img, .cke_editable table, article img, article table { max-width: 100% !important; height: auto; } /* 워드가 p, span에 폭을 박아놓은 경우 강제로 해제 */ #bo_v_con p[style*="width"], #bo_v_con span[style*="width"], .bo_v_con p[style*="width"], .bo_v_con span[style*="width"], .cke_editable p[style*="width"], .cke_editable span[style*="width"], article p[style*="width"], article span[style*="width"] { width: auto !important; max-width: 100% !important; } /* 기본 blockquote 스타일 */ blockquote { border-left: 4px solid #c0392b; /* 사이트 분위기와 맞는 붉은 계열 */ padding: 12px 18px; margin: 20px 0; background: #fafafa; font-style: normal; color: #333; line-height: 1.6; } /* blockquote 안의 p 태그 정렬 */ blockquote p { margin: 0 0 10px 0; text-align: justify; } /* 마지막 p 태그 여백 제거 */ blockquote p:last-child { margin-bottom: 0; } /* 본문 안 링크 스타일 */ #gpt-article a { color: #cc0000 !important; text-decoration: none !important; } #gpt-article a:hover { color: #990000 !important; } // https://로 시작하는 링크만 target="_blank" 적용 document.addEventListener("DOMContentLoaded", function () { const links = document.querySelectorAll('#gpt-article a[href^="https://"]'); links.forEach(link => { link.setAttribute("target", "_blank"); link.setAttribute("rel", "noopener noreferrer"); }); });2026-04-27 | 조회 21,803 -
가자지구·이란 참상 폐허 위에 선 우골탑, 한국 대학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은 더욱 강고해져야 한다.지난 3월 신학기를 맞아 여러 대학에서 취업박람회가 열렸다. 취업박람회에는 팔레스타인 집단학살과 불법점령 등 여러 전쟁범죄에 연루된 기업들도 참여했다. 이에 집단학살 연루 기업들이 취업박람회에 참여하는 것을 규탄하는 집회와 저항행동이 각 대학에서 펼쳐졌다. 본 기사는 집단학살 연루 기업의 취업박람회 참여 규탄 행동이 전개된 경과와 배경, 후기를 담은 프레시안 연속 기고 기사의 보강판이다. 프레시안 기사 ‘가자지구·이란 참상 폐허 위에 선 우골탑, 대한민국 대학교들(2026.04.11.)’의 내용 일부를 기고자가 직접 수정/보완하여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온라인 기사로 게재한다. 이란 미나브 초등학교에 벌어진 참극, 그리고 이스라엘의 ‘교육학살’ 2026년 2월 28일,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 침공을 개시했다. 침공 첫날 아침 10시경, 이란 남부 미나브 시 샤자라 타이예베 여자 초등학교에 세 차례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떨어졌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미 해군 함정에서 발사되었다. 오차 범위가 고작 몇 미터에 불과한 미국산 토마호크 미사일이 정조준한 것은 수업이 한창인 학교였다. 이 폭격으로 170여명이 살해당했고,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들이었다. 제국주의자들이 마치 자유를 빼앗긴 인질처럼 묘사하던 사람들, 제국주의자들이 직접 해방시켜주겠노라 호언장담하던 사람들, 바로 이들을 제국주의자들이 직접 죽인 것이다. 이란 미나브 초등학교 학살 사망자를 위해 조성된 공동묘지 미나브 초등학교 학살이 고의라는 증거는 날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지난 3월 10일,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의 민간 기반 시설을 가리키며 "우리는 이란이 다시는 국가로서 재건될 수 없도록 쉽게 파괴할 수 있는 목표물들을 제거할 것“이라며 위협했다. 대학 등 수많은 민간 시설이 포화에 뒤덮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3월 28일 테헤란 과학기술대와 이스파한 공과대학을 폭격했다. 4월 6일에는 이란의 주요 과학기술 대학인 테헤란 샤리프 공과대학교에도 폭격이 이어졌다. 이란 과학기술부는 2월 28일 전쟁 발발 이후 최소 30개 대학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참혹하다. 동시에 낯익은 광경이다. 이스라엘이 학교 등 민간 시설을 표적으로 삼으며 철저하게 파괴하고,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이를 외면하는 모습은 가자지구 집단학살이 이어지는 내내 셀 수 없이 반복되었다. 교육 클러스터 및 유노샛(UNOSAT) 자료에 따르면, 가자지구 학교의 97%가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가자지구 전체 학교 건물 중 432개(76.6%)가 “직격탄” 피해를 입어 약 469,222명의 학생과 17,564명의 교사가 영향을 받았다. 가자지구 학교 건물의 91.8%(564개 중 518개)는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선 완전한 재건 또는 대규모 복구 작업이 필요하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2023년 10월 27일 기준 가자지구 625,000명 이상의 학생과 22,500명 이상의 교사가 있다고 보고했다, 현재 이들은 교육받고 교육할 권리를 전적으로 박탈당했다. 2025년 9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보고서는 팔레스타인 교육부 및 고등교육부 발표를 인용하여 2023년 10월 7일 이후 가자지구에서 17,237명 이상의 초중고등학생과 1,271명의 대학생, 그리고 967명의 교육 관계자가 살해되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팔레스타인 통신사 와파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고등 교육 기관 12곳이 파손되거나 파괴되어 대학교육이 완전히 중단되었다. 학습의 터전을 전적으로 상실한 가자지구 학생들은 피난민 캠프와 천막을 거점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을 이어나가고 있다. 파괴된 학교와 교원을 포함한 교육 인프라를 재건하는 작업에는 최소 몇 달,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자지구 집단학살로 파괴된 알 아크사 대학 정문과 파괴 이전 모습 학교, 대학 등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폭격과 학살을 통틀어 교육학살(Scholasticide)이라 칭한다. 교육학살은 옥스퍼드 대학 카르마 나불시(Karma Nabulsi) 박사가 2008~09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당시, 학교, 교육부 등 교육과 관련된 건물이 표적이 된 상황을 묘사하고자 고안한 용어다. 교육학살은 교육 시스템, 즉 수 세대의 지적·사회적·문화적 역량을 기르고 재생산하는 체계에 대한 고의적 파괴다. 이는 이스라엘이 추구하는 인종청소-아파르트헤이트, 정착민 식민주의 정책의 연장선이다. 파괴된 교육 인프라는 현지 교육의 ‘열악하고’ ‘열등한’ 교육 여건으로 비추어진다. 이는 제국주의적 교육 제도와 인프라의 도입을 촉구하는 명분이 된다. 교육 시스템의 재건 과정에서, 독립적인 교육의 가능성은 서구와 이스라엘의 식민주의적 헤게모니로 대체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와 같은 전략을 이란 침략전쟁에도 동원하며, 중동 사회 전체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대이스라엘(Greater Israel)’을 위한 전쟁기계에 한국 대학과 기업이 협력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과 침략전쟁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지탱될 수 있는가. 그 배경에는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정치적, 외교적 후원이 있다. 잠시 50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1967년 6월 5일, 이스라엘은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를 상대로 폭격과 함께 선제공격을 가했다. 6일만에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난 이 전쟁을 누군가는 6일 전쟁, 누군가는 제3차 중동전쟁으로 부른다. 팔레스타인과 아랍 민중은 이 전쟁을 나크사(Naksa)라고 부른다. ‘패배’ 혹은 ‘악화’를 뜻하는 아랍어 단어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전쟁 이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전역과 이집트 시나이반도, 그리고 시리아 골란고원을 군사점령했다. 군사점령의 결과, 1948년 나크바로 고향을 잃은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나크사 이후 또 다시 삶의 터전을 상실했다. 제국주의와 시온주의의 멍에는 더욱 무거워졌다. 이스라엘은 제국주의의 중동 거점으로써 설립된 정착민 식민주의 체제이자 프로젝트다. 제국주의의 중동 거점이 북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부터 이란의 자그로스 산맥까지 영향을 뻗는 것, 그 결과로 제국주의 패권이 중동 전역을 장악하는 것, 그것이 ‘유프라테스 강부터 이집트 강까지’라는 ‘대이스라엘(Greater Israel)’ 프로젝트의 실체다. 1967년 전쟁을 통해 시온주의자들의 꿈은 거의 실현될 뻔했다. 그리고 이번 집단학살과 이란 침략전쟁, 그리고 레바논 폭격을 통해 그 꿈을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에 앞서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는 이스라엘에 중동 전역에 대한 ‘성경적’ 권리가 있다는 망언을 남겼다. 1967년 당시 이스라엘의 정치적, 외교적 뒷배로 남았던 미국은, 이제 이스라엘과 나란히 침략군의 선두에 서고 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폭격으로 민간인과 UN 평화유지군을 살해하고 있는 와중에도 제국주의 국가들은 이를 방관하고 있다. 제국주의 첨단 무기 지원과 기술 협력 역시 이스라엘이 전쟁과 학살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이스라엘의 모든 전장이 제국주의 국가들의 신무기 실험장이다. 1967년 전쟁 당시, 기습적 선제공격으로 이집트 공군을 궤멸시킨 것은 이스라엘 공군 소속 프랑스산 미라쥬 III 전투기였다. ‘채찍(שוט, sho’t)’이라는 이름의 영국산 센추리온 전차, ‘공성추(מגח, Magach)’라는 이름의 미국산 패튼 전차가 시나이반도와 골란고원을 뒤덮었다. 2026년 이란 침략전쟁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상징을 달은 F-35 전투기와 정밀 유도 무기가 학교 등 민간 시설을 조준하며 무차별적인 폭격을 이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1967년 전쟁 당시 이스라엘의 주력 전차였던 영국산 센추리온 전차 기반의 '숏(Sho't)' 전차, 팔레스타인 민중의 저항을 진압하는데 동원된 이스라엘군의 미국산 패튼 전차 기반 '마가크(Magach)' 전차, 1967년 전쟁 당시 이스라엘군이 운용한 프랑스 다쏘(dassault)사의 미라쥬 III 전투기 이제는 그 군사기술의 전시장에 한국 기업들이 함께하고 있다. 2025년 10월 프란체스카 알바네제 유엔 특별보고관이 발표한 ‘가자 집단학살: 집단적 범죄’ 보고서는 F-35 스텔스 전투기에 부품을 공급한 19개국 중 하나로 한국을 명시하고 있다. HD현대,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한국 기업들이 항공, 전자전, 드론, 로봇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취업박람회, 현장실습 등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대학에 침투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운용중인 F-35 라이트닝 전투기 공모의 규모와 구체적 협력의 측면에 있어 취업박람회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러나 기업이 대학에 침투할 때, 취업박람회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취업박람회는 학생들의 이해관계를 명목으로 협력을 정당화한다. 집단학살 공모기업과 학생 사이의 접촉면이 늘어나고 친숙해지는 가운데, 집단학살 공모가 마치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일인 것처렴 여겨진다. 이것이 바로 집단학살을 ‘정상화(Normalization)’하는 시도이다. 이러한 공모가 대학에서 용납되어선 안된다. 모든 학살 공모자들을 대학에서 쫓아내는 것이 ‘실질적인 연대’의 실현이다 팔레스타인 민중들, 특히 대학의 학생들과 교직원, 학계 종사자들은 이스라엘이 저지르는 교육학살에 대해 ‘이 학살에 대한 모든 공모 행위를 종식’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5년 7월 발표된 가자 대학 총장들의 공개 서한은 ‘상징적 연대의 시대는 지났으며. 이제 실질적이고 체계적이며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이제는 단순한 선언을 넘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협력이란 팔레스타인 해방을 단호히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멈춰 세우는 것이다. 대학에서는 이를 학술보이콧 운동을 통해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학술보이콧이란 이스라엘 국가기구와 집단학살에 공모하는 기업과의 관계를 끊어내고 퇴출시키는 운동을 의미한다. 전 세계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민중의 목소리에 부응하는 대학들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2024년 4월 17일 미국 컬럼비아 대학을 시작으로 전 세계 대학에서 전개된 점거농성 물결 아래, 대학의 이스라엘과의 투자관계 철회, 집단학살 공모기업과의 협력을 중단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2023년 UC 버클리 대학 정문 아래를 지나는 팔레스타인 연대 대오 행렬 2024년 4월 28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대학(PSU)에서는 학생들이 수개월간의 시위와 점거농성을 벌인 끝에 이스라엘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군수업체 보잉과의 관계를 잠정적으로 단절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2024년 5월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교는 2주간의 학생 시위 끝에 무기 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기로 결정하고, 그 과정에서 투자 철회 대상 기업 목록에 있는 캐터필러, 록히드 마틴, 레오나르도, 팔란티어의 보유 주식을 매각했다. 2024년 12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교(UvA) 교직원 다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인 FNV는 4일간의 파업을 벌였다. 교직원 조합원의 84%가 참여한 이 파업은 이스라엘에 대한 학문적 보이콧을 위한 최초의 공식 노동조합 파업이다. 파업의 결과로 2025년 7월 암스테르담 대학교는 집단학살에 연루된 기업과의 관계 단절과 물품 조달 중단을 약속했다. 2024년 5월 전개된 암스테르담 대학 교직원노동자들의 파업 집회 2025년 6월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TCD)는 아일랜드에서 최초로 이스라엘 기업에 대한 지분을 완전히 매각하라는 권고를 수용하고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기업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 8월 27일,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UC 버클리)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과 강사인 페이린 카오(Peyrin Kao)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에 기술이 이용되는 것에 항의하며 38일간 단식투쟁을 전개했다. 단식투쟁 기간 동안 집단학살에 과학기술이 동원되지 않길 바라는 이공계 학생과 교직원들을 중심으로 'STEM for Palestine‘이라는 이름의 단체가 결성되었다. UC 캠퍼스들은 2005년부터 2022년까지 국방부,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제너럴 아토믹스, 보잉, 그리고 이스라엘 국방부로부터 총 56억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UC 캠퍼스들은 총 1,428건의 군사 자금 지원 연구 보조금을 받았다. 대학 당국은 페이린 카오에게 2026년 봄 학기 동안 무급 정직 처분을 내리고, 팔레스타인 연대에 참여한 학생 및 교직원 160명의 명단을 트럼프 정권에 제출했다. 카오의 복직을 위한 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STEM for Palestine’은 4월 7일 버클리 캠퍼스에서 집단학살 공모기업을 배제한 "대안적 진로 박람회(CALternative Career Fair)"를 개최했다. 학술보이콧이 유효하게 관철된 대학의 사례를 살펴보면, 학부생 뿐만 아니라 대학원생, 강사, 교직원 등 학내 노동자를 포괄하는 대학구성원들의 연대가 형성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연대는 단순한 힘의 합력을 넘어 대학과 자본을 실질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힘을 창출할 수 있다. 대학의 연구와 강의를 전담하는 대학원생과 강사노동자, 학교를 유지보수하고 사무를 관리하는 시설, 교직원 노동자와의 연대는 대학의 학술적 보이콧 이행을 위한 압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 대학에서도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종식과 팔레스타인 해방을 촉구하는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2024년 10월 4일 고려대학교 학생들은 고려대학교와 이스라엘 대사관과 대학 등 기관, 집단학살 공모 기업의 협력 중단을 촉구하며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기에는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고려대분회 소속 청소/경비/주차 노동자들이 함께했다. 같은 자리에는 현대건설기계 하청업체에서 노조를 조직하다가 직장폐쇄와 함께 일터에서 쫒겨난 해고노동자가 함께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 참여한 노동자와 학생들은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 가옥을 파괴하는 굴삭기를 수출하고, 대학에서 채용설명회, 산학협력 등을 매개로 대학기업화 행보를 가속하는 HD현대를 규탄했다. 대학 안팎의 노동자들과 연대하며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에 대한 공통의 입장과 실천을 쌓아나가는 것이 절실한 과제다. 우리의 대학은 팔레스타인 앞에서 떳떳할 수 있는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교육학살에 맞서 당당히 말한다. ‘우리는 이 대학들을 텐트에서 세웠고. 우리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텐트에서 다시 한 번 대학을 재건할 것입니다’. 가자지구의 학생과 교사, 교직원들은 파괴된 학교 건물을 대신해 천막에서 교육을 이어가며 팔레스타인 민중의 굳건한 ‘수무드(저항)’ 정신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한편, 학교를 폭격하고 학생과 교사들을 천막으로 내몬 장본인이 누구인가를 반드시 직시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그 배후에 놓인 제국주의의 타도 없이 재건은 요원한 일이다. 팔레스타인 교육계의 선언은 팔레스타인을 넘어 전 세계의 대학, 학문공동체가 어떤 공간이어야 하는지 묻고 있다. 팔레스타인 대학의 구성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대학은 단순한 건물들의 집합이 아닙니다. 우리는 학생, 교수진, 직원으로 구성된 학문공동체로 살아 숨 쉬며 우리의 사명을 이어가겠다는 결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4월 5일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연루 기업의 대학 취업박람회 참여를 규탄하며 연세대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집단학살 연루 기업들과 협력하는 우리의 대학은 지금 진정으로 안녕한가. 우리는 대학에서 집단학살로 이윤을 거두는 기업들에 굴종하는 대신,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학술보이콧 운동은 팔레스타인 해방을 향한 연대인 동시에 우리의 대학과 학문공동체를 향한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대학은 때때로 우골탑, 상아탑 등 타자의 희생 위에 세워진 공간으로 비유되곤 한다. 대학은 공동체의 헌신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산물인 동시에 공동체 그 자체이다. 집단학살 공모 기업과 한국 대학은 다른 공동체의 파괴를 대가로 번영을 도모하고 있진 않은가. 가자지구 대학의 폐허, 이란 미나브 초등학교의 잔해 앞에 대학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과연 떳떳한가. 그렇지 않다면, 집단학살을 지탱하고 있는 구체적인 공모의 탑을 지금 당장 무너뜨리자. 고려대학교에 걸린 취업박람회 보이콧 현수막2026-04-14 | 조회 18,4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