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고] 전진·전국모임 토론회 후기 – 현장에서 2023년 총파업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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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현장기고] 전진·전국모임 토론회 후기 – 현장에서 2023년 총파업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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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 세계에 드리워진 경제위기의 공포 속에서 어떻게 노동운동을 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던 상황이었다. 경제위기는 노동자가 희생하라는 강요로 다가오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고민이었다. 그러다 전진과 전국모임에서 진행하는 ‘2023년 정세와 노동운동의 과제’ 토론회를 보게 되었다. 평소에도 여러 신문과 노동운동 조직들이 말하는 정세를 챙겨보지만 사실 큰 믿음이 가는 곳은 없었고, 전진은 어떻게 돌아가는 조직인가 궁금하기도 하여 참여하게 되었다. 토론회에서는 청년 노동자부터 고참 노동자, 하청노동자부터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까지 다양한 의견을 진지하게 토론한다는 점이 신선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어떻게 살고 운동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내가 토론회에 참가하며 들었던 생각을 현장 이야기로부터 시작해보고자 한다. 


2021년 불법파견 철폐 총파업 투쟁 후 현대제철 현장  


지난 2021년 7월, 53일 총파업 후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는 두 부류로 나뉘었다. 투쟁 대오에 끝까지 남은 사람과 자회사로 넘어간 사람. 


현대제철은 불법파견을 은폐하고자 자회사를 만들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과 소송을 거쳐 정규직이 될 경우, 임금 차액을 토해놓아야 하는 리스크를 줄이고자 ‘자회사(계열사)’라는 무늬만 그럴싸한 업체를 띄우고, 노동자들에게 불법파견에 문제제기 하지 않겠다는 ‘부제소 동의서’를 강요하며 자회사로 넘긴 것이다. 심지어 현대제철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20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자회사로 넘어간 사람에 대해서는 손배를 취하해 주었다. 얼마 전에도 석회소성 공정을 담당하는 ‘그린라임’이라는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부제소 동의서와 함께 얼마간의 금액을 받고 자회사로 모두 넘어갔다는 소리를 들었다. 


문제는 투쟁 대오에 남은 동지들도 소송만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소송은 내가 불법적으로 고용된 비정규직임을 사법부가 확인해 달라는 수단일 뿐이다. 현대제철의 불법적 비정규직 양산을 투쟁으로 응징하는 것이 먼저다. 그래서 소송만 이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는 안타깝다. 최근 현대제철 불법파견 1, 2차 소송에서 노동자 전원이 승소했다. 물론 현대제철은 항소했다. 불법파견 1심 판결에만 7년이 걸렸고, 대법원 판결까지 또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사법부는 자본편이고 눈앞에 투쟁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구호는 ‘비정규직 철폐투쟁, 결사투쟁’인데 많은 사람들이 소송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더 넓은 곳, 더 높은 곳을 보고 자본가보다 선제적으로 투쟁해야 한다. 공장 안에서 현대제철 자본과 싸우고, 공장 밖 1천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만나 함께 싸워야 한다. 


최저임금 30% 인상과 노조법 2·3조 개정 요구에 대해   


노동자라면 당연히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함께 요구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노동자의 삶이 더 피폐해진 지금, 2023년 투쟁으로 2024년 최저임금이 30% 오른다고 해도 착취와 치솟은 물가를 따진다면 30% 인상으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야말로 최소한의 요구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토론회에서 많은 동지들이 주장한 ‘노조법 2·3조 개정’ 요구가 아직 잘 와닿지는 않는다.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노조법 2·3조 개정투쟁 당사자인데도, 아직 나의 싸움과 거리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가 앞으로 이 요구로 현장투쟁을 만들어가면 해결될 문제일까, 내가 지금 현대제철 불법파견 철폐투쟁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일까. 차라리 파견법이나 기간제법을 개정하자고 했다면 오히려 더 와닿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모든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각 사업장 비정규직 투쟁과 노조법 2·3조 개정투쟁을 구체적으로 연결시켜내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3년 총파업, 어떻게 할 것인가 


총파업, 단어부터 무겁지만 2023년 반드시 조직해야 하는 과제다. 얼마 전 프랑스 연금개악에 반대하며 “일을 더 하라고? 네가 해라”라는 슬로건과 함께 온 나라 노동자와 청년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나라가 뒤집어졌을 때 정말 부러웠다. 우리는 왜 저렇게 할 수가 없을까? 프랑스보다 우리가 더 살기 힘들 텐데, 우리는 뭐가 문제일까? 그런데 만약 총파업이 벌어졌는데 지면 어쩌지? 참여해서 가열차게 투쟁하면 바뀔까? 총파업을 시작도 전에 이런 불안감이 먼저 밀려오는 것이 현실이다. 분명한 점은 총파업은 문자나 메신저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총파업을 조직하려면 현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현장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조합원과 접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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