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민주노조라면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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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민주노조라면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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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협력회사 직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주체는 협력회사 사업주” 

- 대우조선 단협 개악,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할 권리는 하청업체 사장에게 따지라? 


최근 하청노동자 노동조건에 대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는 판정과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0.3평 철제감옥에 스스로를 가두고 목숨을 담보로 싸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처럼, 처절한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듯, 대다수 비정규직 노동자는 외롭게 싸워야 한다. 


필자가 일하는 대우조선에서도 마찬가지다. 2022년 초, 필자는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 활동 과정에서 대우조선 대표이사를 단체협약 제70조(안전보건규정) 및 제92조(사내협력사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특별관리) 위반으로 고발했다. 대우조선 원청이 원·하청노동자들의 노동안전보건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확인 결과, 2022년 9월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이 고발건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대우조선은 노동안전보건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취지로 사측을 대변했다. 2023년 1월 6일, 검찰은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의 참고인 진술 내용을 근거로 불기소 이유서를 작성했고, 이것이 필자가 대우조선지회의 참고인 진술 내용을 파악하게 된 경과다. 이것이 반노동자적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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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하나의 사례일 뿐, 보다 심각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2022년 12월 8일,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하청노동자의 노동안전보건에 대한 원청책임에 면죄부를 주는 단체협약안을 신설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은 원청 대우조선해양 자본 책임이 아니라 하청사장 책임이라는 것이다. 하청업체 사장에게 그 어떤 권한도 없음은 대우조선 자본도, 원하청노동자도 잘 안다. 더구나 이번 단체협약 개악은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노동조합법 2조·3조 개정을 위해 처절하게 투쟁하는 상황에서, 심지어 중앙노동위원회와 행정법원조차 잇따라 원청 책임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 언제부터 ‘민주노조’가 국가기관보다 못한 결정을 하게 되었는가. 


시기

내용

21.6.2

중노위 : CJ대한통운을 대리점주와 함께 ‘공동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판단하면서 단체교섭의무 인정

22.3.24

중노위 : 현대제철에 사내하청 노동자 교섭 요구에 응하라고 판정, 다만 노조가 제시한 4가지 교섭 의제 중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한해 원청이 하청과 공동으로 교섭 의무 부담해야 하며 원청의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 판정

22.12.8.

대우조선 : 단체협약 제92조(사내 협력사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특별관리) 조항에 ‘사내 협력회사 직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주체는 협력회사 사업주이다’ 문구를 신설하여 하청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회피하는 단체협약 개악 안 체결

22.12.30.

중노위 : 대우조선 하청노조가 ‘노동안전 등 원청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미치는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대해 교섭을 요구할 경우 원청 사업주가 하청 사업주와 함께 성실히 교섭에 응해야 하며 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라 판정

23.1.12.

서울행정법원 :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노조법상 사용자 지위에 있으며 단체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판결


3년 투쟁 끝에 원청 사용자성 쟁취한 대우조선 청원경찰 노동자에게 임금삭감 단협 개악


대우조선지회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배신은 노동안전권 문제뿐만이 아니다. 2019년 4월 1일, 대우조선과 웰리브 자본은 부당한 임금 삭감 계약서를 거부한 26명의 비정규직 청원경찰 노동자들을 모두 해고했다. 이에 금속노조 거통고조선하청지회의 분회로 가입한 청원경찰 노동자들은 3년간 투쟁한 끝에 대우조선 원청 사용자성과 부당해고를 인정받아 복직했다. 


그러던 2022년 12월, 대우조선 노사는 “보안직 종업원은 근로 계약체결 결과에 따라 별도 협의하여 결정한다”라는 단체협약 제48조(임금 구성)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대우조선 사측은 청원경찰법에 따라 청원경찰 노동자가 적용받는 기본급이 조합원 평균보다 높다는 이유를 들었고, 대우조선지회는 이를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수용했다. 천신만고 끝에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받고 대우조선지회 조합원이 된 청원경찰 동지들에게, 사실상의 임금삭감안을 들이민 것이나 다름없다.


응당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권을 보장해야 할 대우조선 원청 책임 면제, 그리고 청원경찰 노동자의 임금을 별도 협의 대상으로 놓은 단체협약 개악을 받아들인 행위도 문제이지만, 총회 절차와 과정은 더욱 심각했다. 2022년 12월 7일 조합원 잠정합의안 설명회 자료에는 단체협약 제48조(임금 구성)와 제92조(사내 협력사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특별관리) 개악안을 기재하지도, 설명하지도 않고 총회를 진행했다. 이에 12월 9일, 금속노조 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대우조선 담당)에게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경남지부 12기 43차 운영위원회 또한 <22년 대우조선 임단협 의견접근서> 자료에 개악안을 삭제한 채 안건을 통과시켰다.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비정규직의 문제제기를 그저 불편한 것으로 여겨 우선 눈앞에서 치우고 보는, 그렇게 반노동자적 행위를 유야무야 용인하는 금속노조의 상황을 드러내는 예이다. 


민주와 어용의 허물어진 틈을 파고드는 윤석열 정부의 노조 혐오와 탄압에 맞서려면!


쓰라린 현실이다. 현 상황을 문제로 여기는 사람들부터 나서야 한다. 활동가라면 자신이 속한 모임에서, 현장조직에서, 진보정당과 정치조직에서 지금 벌어지는 문제를 공유하고 그 심각성을 알리는 것이 문제해결의 시작이다. 사업장 안팎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시작이다. 


2022년 여름, 대우조선하청노동자들이 처절한 투쟁을 전개할 때 정규직 노동자들은 자기 역할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일부는 적극적으로 파업을 파괴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사례는 대우조선지회에 국한되지 않고 민주노조를 자임하는 수많은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큰 문제다. 민주노조가 계급단결을 멀리하고 자정할 수 있는 능력을 잃을 때, 노조 혐오와 노동운동 탄압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대우조선에서처럼 하청노조 파업을 탄압하는 구사대로 나서고 금속노조 탈퇴 선동을 주도한 이들에 대해, 반노동자적 행위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은 채 노조 혐오와 노동탄압에 맞서자는 결의는 힘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노동운동 탄압이 극에 달하고 있다. ‘노동시장 양극화 주범’, 정부와 자본은 민주노총을 귀족노조 부패집단으로 몰아간다.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지난해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임금인상과 노조할 권리를 요구하는 파업을 ‘테러’로 규정하며 경찰특공대 투입을 준비한 사실이 드러났다. 안전운임제 쟁취를 위한 화물노동자의 파업은 코로나19, 이태원 참사와 같은 국가재난이라며 중앙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고,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없는 법을 만들어서라도’ 노조를 무력화하겠다고 떠들었다. 대통령은 노조의 파업을 북한의 핵 위협에 견주었다.


상황이 이러한데 수많은 미조직 노동자들이 함께 분노하기는커녕 민주노총과 노동운동에 등을 돌리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작금의 노동운동에 대한 철저한 진단, 자기반성과 함께 탄압을 돌파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은 2,500만에 달하는 저임금노동자, 비정규불안정노동자, 노조 할 권리조차 빼앗긴 미조직노동자들과 함께 싸워야 한다.   


여기저기서 2023년 총파업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외쳤듯, “이대로 살 수 없다”는 분노가 쌓이고 있다. 올해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계급적 요구를 내걸고 위력적인 총파업을 조직하지 못한다면, 뒷날 땅을 치고 후회할 것 같다. 그 싸움을 조직하기 위해, 최소한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모는 행위에 대한 철저한 비판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  


탄압에 맞서 외치는 ‘투쟁’은 어용노조도 곧잘 외치는 구호다. ‘지향을 잃은 노동조합 활동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라던 어느 활동가의 말이 떠오른다. 어용과 민주의 경계가 허물어져 있다. 민주노조의 정체성 복원과 재구성을 가장 열악한 노동자들과의 연대로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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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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