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정세와 과제 6]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전투적인 여성의 날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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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신문

[2023년 정세와 과제 6]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전투적인 여성의 날을 준비해야 한다

자본주의 위기와 신보수주의로의 퇴보, 그리고 변혁적 여성운동

  • 정은희
  • 등록 2023.01.26 14:23
  • 조회수 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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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차원에서 여성 억압을 강화하는 윤석열 정부

 

 

2022년은 어느 때보다도 많은 여성이 유리천장을 깬 해였다. 이탈리아에서는 첫 번째 여성 총리가 선출됐고, 미국에서는 최초로 흑인 여성이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멕시코에서도 여성이 대법관장을 맡아 200년 만에 유리천장이 깨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사장직을 최초로 여성이 차지했다. 세계경제포럼 역시 리더십 역할에 고용된 여성의 비율이 201633.3%에서 202236.9%로 꾸준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적 불평등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만연해 있다. 더구나 2022년 노동력 부문에서 성평등은 62.9%, 처음 집계된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왜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 CEO의 임무는 노동자계급을 착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구나 대부분의 여성에게 심화하는 자본주의 위기의 비용이 0순위로 청구되기 때문에 여성 내 계급 간 격차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실 2008년 세계공황 이후 시작한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 지배계급은 앞다투어 여성에 대한 백래시를 시작했다. 지난해 624일 전복된 로 대 웨이드 판례가 대표적인 사례다.

 

트럼프는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수구 신보수주의 이데올로기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주류가 이끈 자유민주주의의 허상을 공격했고, 이때 등장한 첨예한 문제의 하나가 바로 임신 중지 권리였다. 결국 갈수록 위태로운 삶에 고군분투하는 미국의 다수는 그러한 트럼프를 샤이하게 지지했고, 트럼프는 이에 힘입어 보수적인 대법관들을 지명해 로 대 웨이드 판례를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렸다. 최근 이란과 폴란드를 비롯해 국제적으로 여성 시위가 일어난 배경도 다르지 않다.

 

여성에 대한 자본주의 위기 전가

 

국내의 풍경은 더 잔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지율이 떨어지자 여성혐오 세력의 주장을 받아들여 자신의 SNS 계정에 단 7글자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했고, 무고죄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한편으로는 여성에 대한 보수적인 모성주의와 저출산이데올로기에 기초해 출산보육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위선에 신물 난 유권자들이 그런 윤석열 쪽으로 돌아섰고, 결과적으로 집권 후 윤석열 정권은 여성의 권리부터 박탈하기 시작했다. , 성평등 제도를 후퇴시키고, 출산 부양에 초점을 둔 여성정책을 확대하며, 가사돌봄 서비스를 민영화하고, 여성에게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심화하는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여성에 대한 윤정권의 이러한 백래시는 대표적인 양성평등경제학자인 김현숙을 여가부 장관으로 임명해 여가부 폐지 과정을 관장하도록 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국민의힘은 10월 당론으로 여성가족부를 삭제하고 여성고용은 고용노동부로, 나머지 사무는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고, 보건복지부 산하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한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역에서는 중앙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 흐름에 따라 각 지자체 정책, 조례, 예산에서 여성’, ‘성평등용어가 삭제되거나 성평등과는 관련 없는 용어들로 수정됐다.**2023년도 여성정책 예산도 일부 삭감됐다.***

 

한편에서 윤정권은 출산 부양 정책으로 부모급여 등 제한적인 지원 조치를 도입했지만, 이와 동시에 가사돌봄 서비스 민영화 계획 역시 추진했다. 지난 10월에는 민간 주도의 사회서비스 확대, 복지체계 통폐합등 공공돌봄 기관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으며, 이러한 중앙부처의 정책 기조 속에서 지역에서는 이미 사회서비스원을 축소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의회는 올해 서울사회서비스원 예산에서 100억 원을 삭감했다. 이뿐만 아니라 윤정권은 오직 값싸게 부려먹기 위한 의도로 이주 여성 고용 확대를 추진해 임금 차별을 제도화하고 바닥으로의 경쟁을 재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윤정권은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을 악화하고 더욱더 열악한 저임금 일자리로 내모는 노동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윤정권이 계획하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문은 장시간 노동을 극대화하고, 임금 체계를 직무급제로 변경하며, 노동시장을 정부가 아닌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세대 간 격차나 양성평등을 그 취지로 내세우지만, 많은 경우 가사돌봄 속에서 가까스로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의 현실을 외면한 것이자, 현재에도 여성 비율이 높은 직무일수록 임금이 낮은 현실을 고착할 가능성이 큰 문제를 지고 있다.

 

이러한 윤석열 정권의 여성정책은 신보수주의의 여성 억압 정책으로 규정할 수 있다. 앞서 김대중 정부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본격화했지만, 여성정책 면에서는 제한적으로라도 미국 민주당식의 자유주의 정책을 폈다. 이에 따라 김대중 정부는 여성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중화한 고용 및 출산·육아 정책을 시행하는 한편, 여성부 신설 등을 통해 자유주의적 성평등 조치를 도입해왔다. 이후 정권들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그 기조는 지속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제한적으로나마 성평등을 관장하는 부처를 아예 폐지하는 한편 여성정책을 출산·보육 중심으로 강화하고, 노동권을 후퇴시키고자 한다는 점에서 신보수주의적 여성정책을 본격화했다고 평할 수 있다.

 

이러한 윤석열 정권의 여성정책은 세계적인 자본주의 위기 속에서 노동력 재생산과 여성 노동자의 저임금화를 위한 것이다. 즉 여가부 폐지는 단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윤석열 정권이 여성혐오 세력을 겨냥해 보낸 단순한 싸인이 아니다. 오히려 윤정권의 여성정책은 신자유주의 위기 속에서 성차별적인 억압과 착취를 강화해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한 지배계급의 체계적인 통치 전략이다. 그런데도 제1야당인 민주당은 여가부 폐지를 협상의 대상으로만 삼았을 뿐 이에 대한 명확한 당론이 없고, 여가부 예산 삭감안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진보정당들 역시 윤정권의 여성 억압에 맞서 싸우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밀려날 곳이 없다. 여성의 현실이 그렇다. 2021년 기준, 여성 2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다.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 5명 중 3명은 여성이다. 남녀 간 경제활동참가율 격차는 19.3%, 성별 임금 격차는 31.1%, 여성 비율이 높을수록 임금이 낮고, 한해에도 수만 명이 성폭력을 당하며, 또 다른 수만 명이 가정폭력에 희생된다. 이렇게 여성은 일상적인 성폭력에 노출돼 있고, 고용불안과 저임금을 강요받으며, 독박 가사돌봄 속에서 아등바등 생존해야 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더구나 지난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에 가장 큰 고통을 당한 이들도 저임금 여성 노동자였다.

 

이 때문에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전투적인 여성의 날을 준비해야 한다. 자본주의 위기를 여성에게 전가하는 그들에 맞서기 위해서는 강력한 노동계급의 페미니즘 운동이 필요하다. 여가부를 폐지하려는 저들, 낙태죄가 비범죄화된 지 2년이 지나도록 아무런 권리도 보장하지 않는 저들,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만 보는 저들, 여성을 더욱 열악한 일자리로 내몰려는 저들을 막기 위해서는 노동계급이 이 싸움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여성을 심화하는 자본주의 위기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지배계급의 백래시,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과 착취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전투적인 여성의 날을 준비해야 한다. 바로 생산을 중단하고, 여성 파업 운동을 조직해야 할 때다. 더불어 4월 노동자건강권쟁취투쟁, 세종기후정의행진, 장애인차별철폐투쟁과 함께 여성 노동계급의 투쟁을 확대해 6월 총파업으로 전진하자. 나아가 이러한 변혁적 여성운동을 토대로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는 장기적인 투쟁을 시작하자. 바로 그 투쟁에 또 한 명의 여성 살해, 31.1%의 성별 임금 격차, 독박 가사돌봄을 비롯한 여성 억압과 착취의 철폐가 달려 있을 것이다.

 

 

* Global Gender Gap Report 2022.

**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하는 시민 살롱 지워도 지워도 절대 절대 안지워지지 사후보도자료

*** 이주빈, [현장에서] 여가부 증액 예산에 성평등은 없었다, 20221228일 한겨레

**** 김요한, ‘고용허가제 개편 방안’ - 이주노동자를 한층 더 착취하겠다는 자본가 정부, 사회주의를향한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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