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8일 대구 성서공단의 한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일하던 25살 베트남 이주 여성 노동자가 정부의 합동단속을 피하려다 추락해 숨졌다. 그는 한국에 유학생으로 와서 졸업한 뒤, 공장에서 일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았다. APEC 행사 준비를 명분으로 경주와 영남권에 집중해 12월 5일까지 이루어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2차 합동단속이 베트남 이주 여성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국가와 자본이 벌이는 떠들썩한 축제 한편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치워지고, 죽었다.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지게차 학대 사건 이후 이재명은 이주노동자 인권 개선을 강조했지만, 말뿐이었다. 그 어디에도 실질적 변화는 없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84조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외국인의 미등록 사실을 알게 되면 반드시 출입국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는데, 임금체불 피해자를 통보 면제 대상에 추가한다는 방침 정도가 바뀌었을 뿐이다. 진짜로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개선하려면 모든 이주노동자에 대한 통보의무를 완전히 폐지하고 단속추방을 중단해야 한다. 이렇듯 이재명 정부는 변죽만 울릴뿐,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가로막는 고용허가제와 단속추방 등 강력한 억압정책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도 정주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노동력을 파는 임금노동자다. 따라서 사업장을 바꿀 권리, 가족과 함께 살 권리, 노동력 재생산 비용을 받을 권리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자본가들과 정부는 이 최소한의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고 이주노동자들을 가장 열악한 처지로 내몬다. 이주노동자는 국가의 체류권 통제로 인해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단속추방 위협 속에서 모든 노동권과 인권을 몰수당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그것은 더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고자 비정규직을 끊임없이 양산하고, 노동자를 분열시켜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자본가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본가 정부이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 초과착취와 비정규직화를 합법화한 제도가 ‘고용허가제’이며, ‘체류권’이다.
이렇게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짓밟히는 상황에서 정주노동자의 권리 또한 제대로 실현될 수 없다. 이주노동자의 노예적 상황은 이주노동자뿐 아니라 정주노동자까지 바닥을 향한 경쟁으로 몰아넣는다. 이주노동자들의 처절한 비명을 듣는 정주노동자들은 조용히 움츠리라고 강요당한다.
이주노동자가 초과착취와 동정의 대상에 머무르지 않도록, 모든 곳에서 이주노동자 투쟁에 연대하고 이주노동자 조직화에 앞장서자. 이주노동자를 같은 노동자계급의 일원으로 인식하지 않는 노동조합운동을 혁신하자.
미국 조지아에서 벌어진 인간사냥에 분노한다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인간사냥에 대해서도 분노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을 진심으로 함께 나누고, 함께 투쟁하는 것, '노동자는 하나'라는 구호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 바로 이것이 노동자계급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주노동자와 함께 하나의 노동자계급으로 싸우자!
2025년 11월 1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