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 정근식 교육감님, 항의하면 용역을 불러서라도 찍어 누르겠다고 가르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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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투쟁

[발언] 정근식 교육감님, 항의하면 용역을 불러서라도 찍어 누르겠다고 가르치시겠습니까?

  • 우산
  • 등록 2025.10.23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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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A학교 성폭력 사안 해결과 지혜복 공익제보교사 부당해고 철회를 위한 농성장을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철거하겠다고 합니다. 지난 22일 집중집회에 나선 발언자들은 그런 정근식 교육감이 틀렸고, 지혜복 교사가 옳다는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그중 고등학생 참가자, 우산 동지의 발문을 전합니다. 

 

필자 [사진] 진다(스튜디오R)

 

안녕하십니까. 생기부 마감한 수시러 연합 기수 우산이라고 합니다. 투쟁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투쟁!

 

처음 A학교 관련해서 발언한 게 6월 초였는데, 그 후로 벌써 넉 달 반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 여러 번 발언을 했습니다. 저 또한 서울에서 나고 자라 12년째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고, 지혜복 선생님이 싸우고 계시는 이유를 12년 동안 몸으로 겪어 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졸업한 학교는 성비가 비교적 균등했지만, 성차별에 대해 발표하면 저녁에 너도 ‘그런’ 쪽이냐고 묻는 연락이 왔고, 어떤 급우들은 졸업 영상 테마로 포르노 사이트를 쓰자면서 웃었고, 거기에 반대하는 것은 제가 너무 예민해서라고 비난했습니다. 여고에 진학한 이후로도 모르는 사람들이 학교 프로젝트용으로 개설한 오픈채팅을 검색해 들어와 학생들에게 성희롱을 비롯한 폭력적인 발언을 해서 새벽 1시에 방을 없애고 PDF를 따는 일도 있었습니다. 더 최근에는 딥페이크 성범죄 지도에 학교 이름이 있어 친구들이 소셜 미디어 계정을 비공개로 바꾸고 인스타그램 포스트와 카카오톡 프로필의 얼굴 사진을 내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 모든 일들에 대응할 때, 저와 제 친구들은 혼자였습니다. 선생님들이 상황을 모르실 때도 있었고, 상황이 적당히 마무리됐으니 넘어가자고 하실 때도 있었고, 저희가 선생님들께 도움을 구하는 일을 포기한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피해에 함께 대응하시는 선생님이 계시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놀랐습니다. 동시에, 이런 선생님이 계셨다면 학교가 조금 더 견딜 만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저는 세 달 뒤면 학교를 떠나지만 여전히 학교에 남을 후배들과 동생들이, 그리고 제가 알지 못하는 소수자 청소년들이 좀 덜 고생스럽게 살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발언 중인 지혜복 교사 [사진] 진다(스튜디오R)
 

정근식 교육감님, 철거 계고장에 학교 내 성폭력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써 두셨습니다. 청소년 당사자로서 묻겠습니다. 성폭력 사안의 진정한 해결을 추구하고 계시기는 합니까? 성폭력 사안의 배경에는 불평등한 학교가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계십니까? 교육청 건물에 달린 슬로건을 볼 때마다 반어법인가 싶습니다. 교육감님께서 생각하는 꿈은, 긍지는, 신뢰는 무엇인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학생들의 편에서 학생들과 함께 싸우신 선생님이 학교로 돌아가시는 것만이 학생의 꿈을, 교사의 긍지를, 학부모의 신뢰를 위하는 길입니다. 학생들에게 뭘 가르치고 싶으십니까? 부당한 일을 당해도 세상이 불평등하니 꾹 참고 사는 게 낫다고 가르치고 싶기라도 하십니까? 항의하면 용역을 불러서라도 찍어 누르겠다고 가르치시겠습니까?

 

자칭 진보 교육감이신데, 그 진보는 어디에서 오는 건지 생각은 해 보셨을지 궁금합니다. 진보는 옳은 일을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에게서 오는 것이지, 심각성을 인지한다는 글 몇 줄이나 당신의 성공적인 재선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지혜복 선생님이 투쟁을 시작하신 지 641일, 천막 농성을 시작하신 지 166일이 지났습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습니다. 용역을 불러 농성장을 짓밟으려는 저열한 시도를 멈추십시오. 교육청 앞에서 연행된 스물세 분께 사과하십시오. 부당전보 철회하십시오. 교육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십시오.

 

구호 외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지혜복이 옳다, 지혜복을 학교로!

 

10월 22일 집중집회 장면 [사진] 진다(스튜디오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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