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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항만노동자들이 쏘아올린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 -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저지투쟁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리고 있다!2023년 10월 이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상대로 이스라엘이 지속해 온 집단학살은 전 세계를 끝없는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었다. 지난 2년 동안 이스라엘 시온주의 국가가 저질러 온 전쟁범죄는 1948년 이후 77년째 계속되는 불법점령과 강탈의 역사 속에서도 차원을 달리하는 잔인무도함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지난 2년 동안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규탄하는 집회와 시위가 세계 곳곳에서 수도 없이 열렸다. 많은 나라에서 수만에서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여러 나라의 대학생들이 캠퍼스 점거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들만으로는 이스라엘을 멈춰 세울 수 없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제국주의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군사적·경제적·정치적으로 옹호하는 현실도 바꿀 수 없었다. 유엔도 무기력했다. 여러 차례의 휴전 요구에 덧붙여 2024년 9월 18일에는 이스라엘에게 팔레스타인 불법점령을 1년 이내에 중단하라는 결의까지 유엔총회에서 통과됐지만, 이스라엘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었다. 유엔총회 결의와 상관없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스라엘 지원이 지속되고, 또한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강제력 있는 결의는 미국이 거부권을 거듭 행사하며 차단하는 까닭이었다. 물론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전쟁범죄에 대한 세계 여론이 워낙 악화되면서 각국 정부의 대응에 일정한 변화가 생기기는 했다. 이를테면 9월 21일에는 영국, 캐나다, 호주, 포르투갈이, 9월 22일에는 프랑스, 벨기에, 룩셈부르크가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승인했다. 이로써 유엔에 가입한 193개 국가 가운데 154개국이 팔레스타인을 인정하게 됐다.[1]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 시온주의 국가의 존재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9월 26일 유엔 연설에서도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팔레스타인을 불법점령하고 강탈하며 집단학살하는 이스라엘 시온주의 국가를 그대로 놔둔 채 외교적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만을 말하는 것, 즉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은 현실에서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하는 공허한 해법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2] 지금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멈춰 세우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세계 각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연계와 지원을 차단함으로써 이스라엘을 철저히 고립·약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을 각국 정부에 강제하고 나아가 실력으로 관철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유일한 세력은 바로 조직된 노동자계급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계 각국의 노동자운동 전반이 오랜 침체와 후퇴에 시달려 온 까닭에 지난 2년 동안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에서 주목할 만한 역할을 하지 못해 왔다. 그런데 최근 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규탄하고 중단시키기 위한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투쟁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항만노동자들이 그 진원지가 됐다. ‘수무드 선단을 공격한다면 유럽 전체를 봉쇄하겠다’ - 제노바 항만노동자들이 불붙인 9/22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 8월 31일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해안봉쇄를 뚫고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물품을 전달하기 위한 ‘글로벌 수무드 선단’ 출항식이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지중해를 둘러싼 여러 나라에서 열렸다. ‘글로벌 수무드 선단’은 지난 6월 마들린 호가 공해상에서 이스라엘 군에게 나포되면서 이루지 못한 과제를 더 거대한 규모에서 실현하기 위해 추진된 국제 프로젝트였다.[3] 수무드 선단의 주된 출발지는 지중해 반대편에 자리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였다. 44개국에서 온 350여 명이 20척의 배를 타고 (날씨 때문에 다음날) 출항했다. 같은 날 이탈리아 제노바에서도 4척의 배가 출항했다.[4] 수무드 선단의 출항을 보기 위해 제노바 항구에 4만 명이 집결한 자리에서 풀뿌리 노동조합 결집체인 USB에 소속된 제노바 항만노동자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만일 수무드 선단 동지들과 연락이 20분이라도 끊기면 유럽 전체를 봉쇄하겠다. 제노바 항구에서 이스라엘로 가는 컨테이너가 매년 1만 3천에서 1만 4천 개씩 선적되는데, 수무드 선단이 가자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못 하나도 이스라엘로 가지 못하게 막겠다."[5] 9월 8일부터 공해상을 지나는 수무드 선단에 대한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이 시작됐다. 이에 USB 소속 항만노동자들은 9월 22일 이탈리아 주요 항구를 모두 봉쇄하는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을 단행하기로 결의하고 이탈리아 전체 노동자·민중에게 동참을 호소했다. 이탈리아 멜로니 정부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고 ‘유럽의 재무장’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 자체를 마비시키는 게 투쟁의 목표가 됐다. 9월 22일 ‘모든 것을 봉쇄하라’(Blocchiamo Tutto)는 슬로건 아래 제노바, 베네치아, 트리에스테, 리보르노, 라벤나, 살레르노, 라스페치아 등 이탈리아의 모든 주요 항구가 봉쇄됐다.[6] 대중교통의 90%, 철도의 50%가 마비됐다. 교사들도 대거 파업에 동참해 일부 지역에선 파업참가자가 70%에 이르렀다. 총파업과 함께, 65개 도시에서 50만 명이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벌였다. USB는 조합원 25만에 불과한 작은 노총이지만, 520만 조합원을 가진 이탈리아 최대 노총 CGIL의 평조합원 상당수가 총파업에 동참한 까닭이었다.[7] 학생들도 대거 동참했다. 이날 로마에서는 10만 명이 거리행진을 갖고 테르미니 기차역을 봉쇄했다. 동부 외곽순환도로를 점거해 모든 도시교통을 마비시켰다. 라사피엔자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이스라엘 대학과의 교류협력 중단을 요구하며 점거투쟁에 돌입했다. 밀라노에서는 5만 명의 시위대가 기차역과 지하철역을 점거하려고 하면서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했다. M4 지하철노선이 한동안 중단됐다. 나폴리에서는 1만 명이 중앙 기차역을 봉쇄했다. 시위대가 출입통제선을 돌파하여 승강장까지 점거했다. 토리노에서는 1만 명이 기차역과 철로를 점거했다. 이탈리아 멜로니 총리와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사진을 불태웠다. 항구가 봉쇄된 제노바에서는 2만 명이 팔레스타인 깃발 수백 개를 앞세우고 항구부터 도심까지 행진했다. 피렌체에서는 1만 명이 고속도로 출입구를 봉쇄한 뒤 항공군수업체 레오나르도 본사 앞으로 행진했다. 볼로냐에서는 1만 명이 고속도로 입구와 시내 중심가 도로를 점거한 뒤 미국 영사관 앞으로 행진했다. 일부 시위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볼로냐 대학의 강의를 중단시켰다.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는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의 불길 이탈리아 노동자들도 지난 수십 년 동안 패배와 후퇴만을 거듭해 왔고, 패배적인 타협에 갇히면서 자신의 힘을 잊고 있었다. 그러나 항만노동자들이 파업과 계급투쟁의 전통을 되살려내자 그 파장이 이탈리아와 유럽을 뒤흔들고 있다. 9월 22일 이후 매일같이 이탈리아 전역 수십 개 도시에서 팔레스타인 집단학살과 이탈리아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을 규탄하는 집회, 도로봉쇄, 대학점거 등이 계속됐다. 군비증강 반대, 긴축 반대도 중요한 이슈로 제기됐다. 9월 23일 밤 10여 척의 수무드 선단을 상대로 이스라엘 드론이 섬광탄 공격을 가했다. 24일 USB는 “수무드 선단 공격에 맞서 26일부터 전국 100개 광장에 대한 무기한 점거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발표했다. CGIL도 “수무드 선단에 대한 추가 공격이 발생할 경우 총파업 단행”을 선언했다. 멜로니 정부조차 수무드 선단에 승선 중인 이탈리아 시민을 보호하겠다며 구축함 파견을 지시했다.[8] 9월 22일 이탈리아 항만노동자들이 벌인 총파업의 충격파는 지중해를 접한 다른 나라 항만노동자들에게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9월 27일 제노바 항구에서는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키프로스 등 지중해를 둘러싼 각국의 항만노동자들이 모여 국제적인 공동파업을 추진하기 위한 국제회의를 열었다. “집단학살과 전쟁에 반대하고, 긴축을 강요하는 유럽 재무장에 반대한다”, “다가오는 유럽의 전쟁을 멈춰 세우기 위해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반드시 중단시켜야 한다.”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을 중단시키기 위해 국제 공동파업을 추진하자는 결의안을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통과시켰다. 대회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 모로코와 튀르키예 항만노동자들도 결의안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국제 공동파업을 벌일 날짜는 각 국가 노조별로 결의안에 대한 승인절차를 거친 뒤에 정하기로 했다. 2023년 10월 가자지구 집단학살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이 국제 공동파업으로 추진되기에 이른 것이다. 국제회의 이후 제노바 항구에서 5만 명이 결집한 시위가 열렸다. 항만노동자들은 ‘이스라엘로 가는 어떤 것도 선적을 차단하고 있다’면서 ‘항만 상황을 모니터하면서 필요하면 언제든 돌아가 도크를 봉쇄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렇게 외쳤다. “항만노동자들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무기운송을 차단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한 18세 학생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동자계급이 경제를 마비시킬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나는 지금 고등학생이지만 미래의 노동자로서 이것을 확실하게 배웠다.” 이날 제노바 항구 시위에는 어린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많았다. 주변 아파트 창가에서는 시위를 지지하며 외치는 소리가 계속 들려 왔고, 발코니에 팔레스타인 깃발을 내건 사람들도 있었다. 언론은 ‘27일 밤 제노바 항구 전체가 팔레스타인 깃발 색깔로 뒤덮였다’고 묘사했다. <9월 27일 제노바 항구 앞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시위> 한편 스페인 노동총동맹(CGT) 소속 마드리드 금속노조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제노바 항만노동자들과 연대하기 위해 10월 6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1일 선언했다. 이것은 10월 15일 스페인 전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을 단행하자는 운동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많은 노조들이 15일 총파업 동참을 선언하고 있는데, 대규모 노조들 중심으로 2시간 총파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바스크 지역 노조들은 24시간 총파업을, 갈리시아, 카탈루냐, 안달루시아 등의 지역 노조들은 4시간 총파업을 선언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 팔레스타인 연대집회 이탈리아 총파업의 파장과 연결된 또 하나의 사건은 9월 27일 독일 베를린의 팔레스타인 연대집회였다. 그동안 독일에서는 모든 기성 정당과 언론이 이스라엘을 엄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되풀이했다. 여론조사에서는 80%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정당하지 않고 이스라엘로 가는 무기운송을 축소 또는 중단해야 한다고 응답하는 상황임에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를 하면 유럽 어느 나라보다 심하게 탄압받았다. 그러나 이날 ‘가자를 위해 함께’ 시위에 10만 명이 참여하면서 독일 역사상 최대 규모로 팔레스타인 연대행동이 전개됐다. <9월 27일 베를린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집회> 그동안 독일에서는 ‘From the river to the sea, Palestine will be free’ 구호를 외치면 경찰이 ‘불법’이라며 무조건 체포했지만, 이날은 거대한 참가자들이 함께 구호를 외치자 경찰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동안 시위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던 언론들도 이날은 시위대의 목소리를 내보내며 한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날 베를린 집회가 5만 명이 모였던 6월 집회보다 훨씬 커질 수 있었던 데에는 좌파당의 입장 선회 또한 중요한 변수가 됐다. 원래 좌파당은 다른 기성 정당들과 마찬가지로 친이스라엘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 불과 1년 전 팔레스타인 활동가를 당에서 추방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 2월 총선을 전후해서 극우 부상에 위기의식을 느끼며 좌파당에 몰려든 수만 명의 청년세대 신입당원들이 지도부에게 강력한 압력을 행사했다. 좌파당 지도부는 물가문제에만 집중하면서 팔레스타인이나 재무장 등의 이슈를 회피하려고 했지만, 아래로부터 청년세대가 가하는 압력에 밀려 결국 이번 베를린 집회를 공동 주최하게 됐다. 좌파당 지도부는 연단에 올라 쏟아지는 야유를 받은 뒤 ‘너무 오래 침묵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했다. 평조합원 교사들과 보건의료 노동자들도 자신의 노조들(교육과학노조 GEW와 공공서비스노조 ver.di)이 시위에 함께하도록 만들었다. 독일에 거주하는 이스라엘인들도 이날 집회에 적극 참여하고 발언했다. 한 18세 이스라엘 청년은 징집을 거부했다고 한 달 동안 독방에 갇힌 경험을 이야기하며 집단학살을 멈추기 위해 파업·봉쇄·제재를 조직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스라엘 출신 작가와 바이올린 연주자도 집회의 공동 조직자에 포함됐다. 글로벌 수무드 선단 나포에 항의하는 긴급 시위와 총파업 한편 10월 1일 저녁부터 3일 오전까지 글로벌 수무드 선단 42척이 모두 이스라엘 군에 의해 나포되면서 유럽과 세계 곳곳으로 투쟁이 뜨겁게 확산됐다. 1일 저녁 이탈리아에서는 수무드 선단 나포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CGIL과 USB가 3일 총파업 단행을 선언했다. 로마의 테르미니 기차역에서 긴급 집회가 열려 역과 주변 도로가 마비됐다. 지하철역도 여러 개 폐쇄됐다. 제노바에서는 항구 앞에서 밤 10시에 긴급 집회가 열렸다. 나폴리에서는 중앙기차역이 점거됐다. 토리노에서는 밤 9시 30분에 긴급 집회가 열려 기차역이 봉쇄됐다. <10월 1일 저녁 로마 테르미니 기차역을 점거한 시위대> <10월 1일 밤 제노바 항구 앞에서 열린 긴급집회> 2일 프랑스에서는 노동조합들이 주도하는 긴축 반대 총파업과 시위가 40만 명의 참여 속에 열렸는데, 글로벌 수무드 선단 나포 소식이 전해지면서 팔레스타인 연대와 이스라엘 규탄이 특히 대학생과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핵심 이슈가 됐다. 파리 북역의 철도노동자들이 총회를 열고 역을 봉쇄했고, 집단학살을 지원하고 있는 기업들의 본사 앞에서 항의시위가 벌어졌다. 2일 오전 아일랜드에서는 더블린의 항만노동자들이 수무드 선단 나포에 항의하며 항구 일부를 마비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최소 11명이 체포됐다. 2일 오후 터키에서는 수무드 선단 나포에 항의하며 45척의 배가 가자를 향해 새로 출발했다. 2일 오후와 저녁에 스페인, 독일, 스웨덴, 튀니지, 캐나다, 미국,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서도 다양한 항의 집회와 시위가 전개됐다. 3일 이탈리아에서는 CGIL과 USB가 주도하는 총파업이 전개되어 교통과 학교를 포함한 대부분의 주요 서비스가 마비됐다. 100개가 넘는 도시들에서 200만 명 이상이 시위에 나섰다. 로마에서만 30만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10월 3일 로마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연대집회 (사진-AP)> 이스라엘의 가자 불법 봉쇄를 뚫고 인도적 지원물품을 직접 전달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수무드 선단’ 프로젝트에 이어 ‘천 개의 마들린’ 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9월 27일부터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등에서 새로운 배들이 출항했는데, 10월 4일 현재 11척이 가자 해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약탈과 전쟁·학살로 폭주하는 자본주의를 멈춰 세우기 위해 한국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 운동으로 나아가자! 끝없이 심화하는 자본주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세계 자본가계급은 약탈과 전쟁·학살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의 경쟁적인 군비확장은 이미 직접적으로 노동자·민중의 삶을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앞으로 전체 인류가 겪게 될 미래를 보여준다. 약탈과 전쟁·학살로 폭주하는 자본주의를 필사적으로 멈춰 세워야 한다. 그 출발점은 전 세계 노동자·민중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저지투쟁’에 동참하는 것이다. 특히 이탈리아 항만노동자들이 쏘아올린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이라는 획기적인 돌파구를 이곳 한국에서도 함께 열어가는 것이다. 한국은 이스라엘에 여덟 번째로 많은 무기를 수출하는 국가이며, 특히 한화시스템즈는 이스라엘 무기업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HD현대건설기계가 생산하는 굴착기는 오랜 시간 서안지구 등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가옥을 파괴하는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한국석유공사는 가자지구 앞바다를 약탈하는 이스라엘의 가스유전 개발에 영국계 자회사를 통해 동참하고 있다. 한국의 많은 대학들은 이스라엘 대학들과 교류협력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중단시키기 위해, 한국의 노동자계급 또한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의 깃발을 치켜올리고 팔레스타인 해방을 향한 전 세계 노동자·민중의 투쟁에 합류해야 할 마땅한 책임이 있다. 물론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한국 노동자운동의 현 상황에서는 엄두도 나지 않을 만큼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탈리아 항만노동자들로부터 시작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세계 노동자투쟁의 확산은 한국에서도 현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조건을 마련해 줄 수 있다. 또한 지난 2년 가까이 울산에서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공식 결의를 바탕으로 글로비스울산지회, 현중하청지회, 현대차비정규직 이수기업, 현대차 열사회 등 여러 사업장 노동자들과 노동정치단체들의 꾸준한 참여 속에 격주 팔레스타인 연대집회를 지속해 온 것은 한국 노동자들 속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을 확산시켜 갈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전국 곳곳의 단위 현장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각급 노조의 공식기구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집단학살에 대한 토론을 조직하고 규탄 입장을 발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 보자. 팔레스타인 연대집회에 참여하고,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규탄하는 선전전을 조직해 보자. 팔레스타인 연대총파업에 떨쳐나선 다른 나라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도 공유해 나가자. 이스라엘의 저 잔인무도한 집단학살을 멈춰 세우지 못한 2년을 맞이하면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한국 노동자운동을 새롭게 결의해 보자. [후주] [1] G7 국가들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완고하게 거부해 왔지만, 이번에 영국, 캐나다, 프랑스가 입장을 바꾼 것이다. 아직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G20 국가들 가운데 아직 팔레스타인을 인정하지 않은 국가는 위 4개국과 한국의 5개국만 남았다. 한편 9월 12일 유엔총회는 팔레스타인 문제의 평화적 해결방안으로서 ‘두 국가 해법’의 이행을 지지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압도적 다수인 142개국이 찬성했고 한국도 찬성표를 던졌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 10개국만이 반대했다. 12개국은 기권했다. [2] 결국 팔레스타인의 해방은 이스라엘 시온주의 국가 대신 무슬림·유대인·기독교인·무신론자 모두가 평등하게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국가를 요르단 강과 지중해 사이에 수립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스라엘 시온주의 국가가 미국을 비롯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이익을 중동 지역에 관철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이스라엘 시온주의 국가를 극복하는 전망은 사실상 자본주의 세계질서를 극복하는 전망과 분리될 수 없을 것이다. [3] 스웨덴의 기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등 7개국 12명이 승선한 마들린 호는 분유, 밀가루, 쌀, 기저귀, 의료키트, 목발 등 가자지구에 전달할 인도적 지원물품을 싣고 6월 1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출항했으나 9일 공해상에서 이스라엘 군에게 나포됨으로써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4] 지중해를 둘러싼 여러 나라에서 출발한 수무드 선단은 최종적으로 57개국 462명을 태운 42척의 배로 구성됐다. [5] 제노바 항만노동자들은 이전에도 제국주의와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맞서 싸운 역사가 있었다. 2019년에는 전쟁 중인 예멘으로 가는 무기 선적을 거부했다. 2021년에는 이스라엘로 무기를 운반한다고 의심되는 모든 선박에 대한 선적 거부를 선언했다. 2025년 6월과 8월에도 이스라엘로 향하는 군수품 선적을 거부하고 시위를 벌였다. [6] ‘모든 것을 봉쇄하라’는 슬로건은 9월 10일 프랑스에서 열린 같은 이름(Bloquons Tout)의 긴축반대 시위에서 가져왔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파업·시위가 상호 높은 교감 속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7] CGIL은 9월 22일 총파업에 동참하라는 압력을 피하기 위해 19일 비슷한 요구를 내걸고 공공서비스 부문은 제외한 채 지역·부문별로 2시간에서 4시간의 총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CGIL 평조합원 상당수가 9월 22일 총파업에 동참했고, 자신의 지도부에게 수천 통의 항의 이메일을 발송하는 등 강력한 항의를 보냈다. [8] 이탈리아 구축함은 9월 30일 수무드 선단이 가자지구 해안에 근접하자 호위를 중단했다. .footnote-ref, .footnote-target { scroll-margin-top: 200px; color: #E60012; text-decoration: none; } .footnote-ref:hover, .footnote-target:hover { text-decoration: underline; }2025-10-05 | 조회 6,356 -
[기고] 이재명 정부 검찰개혁의 본질 – 관봉권 띠지 분실사건을 지켜보며최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건진법사 자택 압수수색 중 발견된 현금 관봉권의 스티커와 띠지가 분실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종교-정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개혁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러나, 민주당식의 검찰개혁은 본질적인 한계를 가진다. 불법파견 범죄수사 등 노동자 민중을 대상으로 벌어진 기업범죄 수사에서, 검찰과 자본의 유착은 상시로 있었다. 노동자 민중이 권력을 통제하지 않는 이상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 건진법사는 이전부터 윤석열과의 관계에 있어 많은 논란을 낳았던 인물이다. 과거 최순실 게이트가 그러했던 것처럼, ‘모종의 비선으로 기능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도 항상 따라다녔다. 이러한 의혹은 윤석열과 김건희가 정치브로커 명태균을 통해 2022년 6월 보궐선거 및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국민의힘 국회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보도와 그에 이은 일련의 폭로로 본격화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건진법사는 출마희망자에게 1억 원을 수수하였다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2024년 12월 17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관련 수사를 위해 건진법사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이때 현금 1억 6,500만 원이 발견되었고, 그중 5,000만 원은 한국은행 관봉권 형태로 압수되었다. 그런데 관봉권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문제가 되는 것일까? 관봉권은, 문자 그대로 관에서 봉한 돈이라는 뜻이다. 즉 한국은행에서 시중은행에 돈을 공급할 때, 그 액수와 상태에 이상이 없음을 보장하는 의미로 띠지를 두르고 포장하여 스티커를 부착해 둔 돈의 묶음이다. 관봉권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조폐공사에서 갓 찍어낸 ‘신권 관봉권’, 다른 하나는 시중에 유통된 후 다시 한국은행에 들어온 돈을 시중은행에 공급할 때 쓰는 ‘사용권 관봉권’이다. 이번에 압수된 관봉권은 사용권 관봉권으로 확인되었다. 관봉권은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경로가 제한적이다. 과거에는 한국은행 본점을 통해 개인도 관봉 단위의 화폐 교환이 가능했다. 그러나 2022년 3월부터 한국은행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신권 교환을 중지하였다. 시중은행에 공급되는 관봉권 역시 개인이 소유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관봉권은 대개 각 은행 본점 출납실에 보관된다. 영업점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그때 출하하게 된다. 영업점은 이를 풀어 계수한 후, 은행 띠지로 다시 묶어 고객에게 전달한다. 통상 관봉 자체를 그대로 내주는 경우는 없다. 간혹 영업점의 협조 아래 관봉이 그대로 전달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비정상적인 경우이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것이 수집 가치가 있는 신권 관봉권도 아니고, 사용권 관봉권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 출처가 의미심장하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5일 MBC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중은행이 관봉을 주는 곳은 딱 두 가지”라고 하였다. “첫 번째 줘도 될 만한 신뢰할 수 있는 곳, 두 번째는 힘 있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건진법사가 일개 개인이라면 어떻게 관봉권을 가질 수 있었는지 상당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더욱 미심쩍은 것은, 해당 관봉권이 지급된 일자가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고작 사흘 뒤였다는 것이다. 해당 관봉권이 어떠한 경로를 거쳐 건진법사 수중에 들어갔는지, 그 출처를 알기 위해서는 관봉권에 붙어있던 스티커와 띠지 등 증거물이 필요하다. 스티커와 띠지에는 처리부서, 기계식별번호, 담당자 코드, 현금 검수 날짜와 같은 중요 정보들이 있다. 수사기관은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자금줄을 역추적한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하였듯,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출처 확인을 위한 증거물들을 모조리 분실하였다. 관봉권이 들어있던 비닐 포장에 붙어있던 스티커는 검찰이 촬영해 둔 자료가 있으나, 각각의 관봉권을 묶어두던 띠지는 완전히 분실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압수수색 당시에는 띠지와 스티커가 전부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증거물 접수 과정에서 스티커와 띠지가 폐기되었다고 한다. 애초에 수사팀에서 정확히 수사를 지휘했어야 하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이렇듯 초보적인 실수가, 금융범죄수사를 자주 담당해 온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일어났다는 점은 더욱 이상하다. 수사를 방해하거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띠지를 폐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최근에는 띠지 분실에 책임이 있는 수사관들이 말을 맞춘 정황이 발견되기도 했다. 또한 해당 수사관들의 진술과는 달리 증거물 원형 보존 시 비닐봉지나 띠지를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증언이 법사위에서 제기되었다. 이러한 모든 정황이 의혹을 가속한다. 관봉권 띠지 사태는 노동자 민중에게 일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착은 노동자 민중에게 전혀 새롭지 않다. 불법파견 범죄수사를 비롯해, 기업이 노동자 민중에게 자행한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보이는 행태는 노동자 민중에게 매우 익숙하다. 최대한 자본에 유리하게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야말로 자본의 로펌이라고 할 만한 노골적인 유착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 사례들을 살펴보자. 최근, 검찰이 쿠팡의 퇴직금 갈취를 무혐의 처분하며 핵심 증거를 누락·폐기했음이 드러났다. 가히 ‘노동판 관봉권 띠지 사건’이라고 부를만한 이 사건은, 검찰이 자본을 위해 얼마나 노골적으로 봉사하는지 잘 드러낸다. 2023년 5월, 쿠팡은 위법한 취업규칙 변경으로 노동자들의 퇴직금을 체계적으로 갈취하기 시작했다.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한 쿠팡 노동자들의 진정으로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나섰고, 결국 쿠팡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는 쿠팡 내부 문건까지 확보해 검찰에 넘겼다. 문건은 취업규칙을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바꾸기 두 달 전 작성된 것이었다. 그 안에는 쿠팡이 “일용직 사원들에게 연차, 퇴직금, 근로시간 단절 개념을 별도로 설명하지 않고, 이의 제기가 있을 시 개별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다시 말해, 퇴직금 갈취가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남부지검은 이 핵심 증거조차 누락하며 쿠팡을 불기소 처리했다. 사진: 쿠팡대책위 2019년 9월부터 2020년 5월까지 발생한 현대중공업의 중대재해 4건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635건에 대해, 검찰은 2021년 9월 27일 열린 첫 공판에서 고작 벌금 2천만 원을 구형했다. 개별 건당이 아니다. 중대재해 4건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635건, 총 639건 전체에 대해 고작 2천만 원이다. 이러니 노동현장에서 사람이 죽고 다쳐도, 기업들은 안전조치를 하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 준수를 위해 현장 안전에 돈을 쓰는 것보다 벌금을 지불하는 것이 더 싸니 말이다. 구미 아사히글라스 공장 사내하청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문제에서도 검찰은 똑 닮은 행태를 보였다. 해당 사건에서는 원청 일본인 대표이사가 결국 2021년 8월 11일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실형 선고가 날 만큼 중대하고, 시비가 명확한 사건이었다는 것이다. 즉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기소를 거쳐 처리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회사를 최초에 고소한 것은 2015년 7월이었다. 이토록 명확한 사건을 놓고, 검찰은 6년 동안 질질 끌며 노동자들의 투쟁 포기를 유도한 것이다. 검찰은 명백한 불법파견 증거를 가지고도 ‘도급’과 ‘파견’조차 구분하지 못하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자본의 로펌으로 기능하는 검찰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노동자들이 떠안는다. 검찰은 대기업의 중대재해범죄에도 유독 관대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1월 27일부터 정권이 바뀐 올해(2025년) 6월 말까지도, 중대산업재해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121건 중 대기업의 경영책임자가 기소된 사건은 13건에 불과했다. 반복적인 중대재해에도 불구하고 기소되지 않은 대기업도 많다. 검찰은 의도적으로 더디게 기소하거나,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있다. 수사 역시 소극적이다. 형식적인 안전조치의무 이행을 이유로, 실질적 이행 여부는 면밀히 수사하지도 않는 것이다. 수사가 되지 않으니, 기소가 될 리도 없다. 자본주의 국가권력에 맞선 투쟁과 노동자 민중의 권력통제가 대안이다 민주당은 앞서 살핀 건진법사 관련 핵심 증거 은폐 정황 등을 이유로 검찰개혁 필요성을 한층 더 강조하고 있다. 기존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찰의 공소권은 법무부 산하 공소청에, 수사권은 행정안전부 산하 중대범죄수사청에 각각 넘겨준다. 기존 검찰청 검사는 공소청 검사가 된다. 기존 검찰수사관은 중대범죄수사청 수사관이 된다. 기존 검찰을 해체하고, 검찰이 가지고 있던 공소권과 수사권을 분리한다는 것이다. 막대한 검찰권력이 각종 유착 요인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과연 민주당이 이러한 ‘검찰개혁’을 이뤄낸다고 노동자 민중의 상황이 나아질까? 그 한계는 뚜렷하다. 현재 개혁안만 보더라도 그렇다. 기존의 현직 검사들, 검찰수사관들이 그대로 신설 기관으로 이동하여 공소청 검사, 중대범죄수사청 수사관이 된다. 재벌 대기업 눈치를 보며 봐주기 수사를 이어오던 그들이 자리만 옮기는 것이다. 민주당은 결국 자본가들을 대변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 정당일 뿐이다.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만들어져도, 자본주의 체제가 유지되는 한 그 본질적 기능 역시 변하지 않는다. 노동자 민중이 투쟁하지 않는 한, 공소청 검사들은 기존 검찰청 검사처럼 자본에 대한 기소를 지연하고, 불기소 처분을 내릴 것이다. 중대범죄수사청 수사관들은 자본의 범죄에 대해 질질 끌며 봐주기 수사를 계속할 것이다. 노동자 민중의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자본주의 국가권력에 맞선 투쟁과 노동자 민중의 권력통제만이 문제의 본질을 해결할 수 있다. 이는 공직자들에 대한 상시적 소환권과 파면권을 쟁취하기 위한 노동자 민중의 투쟁과 맞물린다. 노동자 민중을 위해 봉사해야 할 국가공무원이 노동자 민중의 이해관계에 어긋나게 행위한다면, 언제든 소환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의 상황을 보자. 어떤 검사에게 아무리 큰 문제가 있어도, 해당 검사에 대한 탄핵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발의되고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어야만 가능하다. 애초 노동자 민중과 괴리된 300명의 엘리트에 의해서만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며, 그 문제제기에 대한 처분 또한 9명 남짓한 엘리트에 의해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공직자들이 노동자 민중에게 해를 끼쳐도, 노동자 민중이 이를 해결할 수 없다. 노동자 민중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식 ‘검찰개혁’에 기대서는 안 된다. 노동자 민중은 국가권력에 맞선 싸움 속에서, 국가관료들을 소환하고 파면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2025-09-29 | 조회 6,260 -
노동자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입증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선거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9월 2일 발표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 선거 경선 결과 기호 1번 한기박·우하경·이윤경 후보조가 득표율 50.48%로 당선했다. 당선한 기호 1번 후보조의 기치는 “민주적 노조, 투쟁하는 노조, 연대하는 노조”였다. 한기박, 우하경 후보는 전 집행부의 전임자 처우 개선에 대한 비공개 이면 합의를 비판했다가 ‘제명 및 피선거권 3년 제한’이라는 보복성 징계를 당했다. 지난 3월 전 집행부는 조합원 평균 인상률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률을 노조 전임자에게 적용하는 합의를 사측과 했다. 사전에 이 교섭 내용을 조합원들과 대의원들에게 알리지도 않았으며, 서면 합의도 없이 구두로 합의했고, 조합원 찬반투표도 거치지 않았다. 역동적 결과 현장 밖에서는 많은 활동가가 집행부의 패권적 관료주의를 비판했지만, 현장 안에서는 기호 1번 후보조를 지지하는 흐름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이면 합의에 대한 실망과 반발로 조합원 7,000여 명 이상이 탈퇴하기도 했다. 기호 1번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은 조합원들이었다. 1번 후보조의 조직력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확실한 소수파였다.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으로 어렵게 조합원 자격을 회복했기에 선거를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 당선보다는 부당징계에 대한 비판, 민주노조로 전진하기 위한 방향성 제시를 위해 출마했다고 바라보는 사람이 많았다. 뜻밖의 결과를 낳은 원인은 여러 개일 수 있다.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SK하이닉스 임금 및 단체협상 결과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임단협에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며 더 투쟁할 것 같은 후보를 선택했을 수 있다. 하지만 당선한 후보조의 투쟁력 역시 검증되지 않았다.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원하는 조합원들의 열망이 작용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역동적 결과는 나오기 힘들다. 노동자 민주주의의 가치 투쟁은 정당한 방법으로만 온전히 승리할 수 있다. 민주노조운동은 비공개 교섭, 밀실 협상, 이면 합의를 거부하며 ‘공개 교섭’, ‘협의(합의)안 공개’를 교섭의 원칙으로 세워 왔다. 그래야만 조합원들이 교섭 과정 전반에 참여하고 통제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노동조합의 장기적 생존과 발전이 가능하며, 그 결과 조합원들의 생존권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한 채 퇴각하더라도, 온갖 사기저하에 맞서며 현장에서 반격을 준비할 힘도 노동자 민주주의에서 탄생한다. 조합원들이 투쟁의 개시부터 진행, 종결에 이르기까지 전체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만,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의 실질적 주인으로 설 수 있다. 그렇게 조합원들을 실질적 주인으로 세우는 것이 최상의 성과다. 조합원들은 작년 파업 과정에서 많은 희생을 겪었고, 고과제도로 인한 극심한 차별과 통제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 전임자 처우개선을 앞세우는 것은, 집행부 이기주의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집행부 전임자에 대한 고과와 승진 차별은, 조합원들의 지지와 동의를 끌어내는 과정, 공개 교섭을 바탕으로 조합원들의 힘을 결집하는 투쟁 속에서 풀어야 했다. 노동자 대중이 스스로 토론하고 결정하며 책임지는 노동자 민주주의는 노동자들이 상황을 주도하고 스스로 발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다. 자발성과 지도력이 제대로 결합해야 노동자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데, 이는 결코 쉽지 않다. 노동자들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오류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모든 시행착오와 오류에도, 노동자 민주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노동자 민주주의 없이 위로부터 지시와 명령으로 이뤄지는 성과는 존재하기도 어렵지만, 설사 존재하더라도 노동자 대중의 자주적 발전과정을 봉쇄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전진을 가로막는다. 금속노조의 심각한 잘못 금속노조는 2021년부터 전삼노와 연대해 왔고, 전삼노와의 연대사업을 중요한 조직화 사업이라고 얘기해 왔다. 그런데 이면 합의 문제가 터지자, 금속노조 상층 일부에서는 이면 합의가 아니라거나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조의 정신이 땅에 추락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여러 활동가가 치열하게 비판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금속노조 내부에서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금속노조는 뒤늦게 이면 합의가 잘못되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상황이 너무 악화한 후여서 문제를 제대로 바로 잡기는 어려웠다. 어떻게 민주노조운동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는 이면 합의를 감싸거나 문제점을 축소하는 주장이 나올 수 있었을까? 집행부와의 좋은 관계에만 집착하는 태도, 조합원 다수의 변화가 아니라 집행부 몇몇을 설득해 ‘속성’으로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로의 조직형태 변경을 끌어내려는 태도가 아니었다면, 그런 주장이 나올 수는 없었을 것이다. 민주적 조직운영과 투쟁 조직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집행부의 잘못된 행동을 정확히 비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연대를 위해 노력하면서도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간부 및 조합원들과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했다. 다시 말하면, ‘전삼노가 금속노조에 가입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전삼노에서 어떻게 투쟁을 강화할 것이냐’가 주된 목적이었다면 다른 상황이 펼쳐졌을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합원들이 단결과 연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며 금속노조로의 전환을 위해 크고 작은 행동에 나서야만 제대로 된 조직 전환이 가능하다. 민주노조운동의 진정한 전진은 단순한 ‘쪽수’ 늘리기가 아니라 민주노조다운 정체성 수립과 투쟁 조직화로만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관료들은 이런 주장을 선언적, 자족적 주장이라 헐뜯으며 비밀스러운 상층 사업에 몰두하고, 자신들과 관계 맺고 있는 집행부가 심각한 오류를 저질러도 합리화하거나 축소하려 한다. 조합주의를 넘어서기 위해 2024년 사실상 최초로 대중파업을 전개하며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린 전삼노는 조합원 수가 3만 명에 이르는 거대 노조지만, 이제 민주노조를 향한 첫걸음만을 떼었을 뿐이다. 아직은 한국노총 소속이며, 많은 조합원이 자신들만의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에만 몰두하는 조합주의에 갇혀 있기도 하다. 이번 선거에서 기호 2번 후보조는 연대투쟁, 정치투쟁 배제와 금속노조나 다른 외부(?)단체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노동조합의 ‘독자성’을 주장했다. 어떤 노조도 후퇴와 실패 없이 직선적으로 성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처럼 민주성·자주성·투쟁성을 많이 상실하고 노동귀족적 태도를 보이며, 자신들만의 틀에 갇힌 다른 대공장노조에 비하면 오히려 아직 틀이 굳어지지 않은 전삼노에서 더 많은 가능성, 더 많은 역동성을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선거 결과가 그렇다. 동시에 우리는 민주노조가 가야 할 길을 끊임없이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삼성이 세계적인 독점 대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삼성 정규직 노동자들은 평범한 노동자들이 꿈꿀 수 없는 임금(성과급 포함)을 받아왔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아 왔다. 그런데 삼성 자본의 성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하청업체와 부품사 노동자들을 초과착취한 결과물이다. 전삼노의 요구가 자신들의 임금인상, 성과 보상, 노동조건 개선에만 머물지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 요구로까지 뻗어나가야 삼성전자 밖 노동자들로부터 지지를 획득할 수 있다. 반도체산업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며 성과 경쟁, 해고와 산재 없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 민주노조운동의 상태와 전삼노의 상황을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지금부터 하나하나 이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 가장 중요한 수단은 노동자 민주주의다. 노동자 대중이 자기결정권과 주도성에 입각해 움직일 때, 당장의 한계 때문에 일시적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뼈저린 교훈을 되새기며 힘을 더 효과적으로 조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회와 역사의 주인공으로 도약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모든 개량주의자의 치명적 약점은 바로 이 같은 노동자운동의 본성에 대한 무시다. 노동자 대중이 사회의 능동적 주체로 도약할 가능성을 불신하고 가로막는 지배계급의 관점에 젖어 있다. 물론 그들도 노동자 대중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선한 의지를 갖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방법론에서 지배계급의 엘리트주의를 공유한다. 노동자 대중은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능력이 부족하며, 따라서 그들의 운명을 지배계급, 엘리트들, 노동조합 관료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관점을 철저히 배격한다. 노동자들은 책임감 있는 주인으로서 노동조합을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나아가 사회도 민주적·계획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면 합의에 반대하며 노동조합의 민주성·투명성·투쟁성을 내걸고 등장한 전삼노 집행부를 눈여겨보자. 새 집행부는 원칙을 믿고, 노동자들의 잠재력을 믿고 끈기있게 실천해야 살아있는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씨앗이다. 노동조합의 전체주의적 운영, 그리고 이 운영을 강제하는 지도자들에 대항해 노동자 대중이 나설 수 있도록, 노동자 민주주의를 지키자! 민주노조운동의 기본 원칙을 움켜쥐자!2025-09-23 | 조회 6,306 -
환상과 기만의 시대,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노동자의 길이다9월 4일 양대노총위원장-대통령 회동 최근 민주노조운동은 갈수록 이재명 정부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다. 양경수 집행부는 26년 만에 노사정 기구(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재명 정부에 협조해야 한다는 기류가 민주노조운동의 상층만이 아니라 현장 곳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조운동만이 아니라 여성운동, 기후정의운동, 노동안전보건운동 등에서도 “이재명 정부에 대한 태도”는 아주 중요한 논쟁 지점이다. 장기 투쟁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투쟁사업장에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관계자들이 찾아오니 불편한 일들을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들리기도 한다. 과연 민주당은 해결사인가? 민주노조운동에서 장기 투쟁사업장의 의의는 너무나 크다. 민주노조운동의 투쟁 정신을 구현하며 다른 노동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장기 투쟁사업장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 놓여 있는 우리가 싸우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장기 투쟁사업장은 윤석열 퇴진 투쟁에 나선 수많은 노동자 시민의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옵티칼지회, 세종호텔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지혜복 교사 투쟁, 현대차 이수기업, 성서공단지회 태경산업 투쟁 등에 연대의 손길이 쏟아졌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장기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에 많은 사람의 눈길이 쏠렸다.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동지가 고공에서 내려왔고,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박정혜 동지가 고공농성 600일 만에 고공에서 내려왔다. 그때마다 민주당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에 참여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언뜻 보면 이재명 정부가 투쟁사업장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할 수 있는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과거를 조금만 들여다봐도 전혀 진실이 아니다. 민주당은 아주 오랫동안 투쟁사업장을 탄압해 왔다. 문재인 정부 당시 수많은 노동자 투쟁을 돌아봐도 그렇다. 그들은 지금 ‘해결사’ 흉내를 내지만, 그 흉내조차 어설프다. 옵티칼 투쟁은 민주당이 약속한 청문회 개최조차 불투명한 상태로 진전이 없다. 세종호텔도 마찬가지다. 첫 교섭에 나온 세종호텔 자본은 ‘교섭’이란 말조차 거부했다. 상당한 압박을 받는 개별 자본이 노동자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는, 투쟁사업장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면 그 기운이 계열사 현장으로, 또한 전체 노동자들에게로 퍼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는 방법은 더 크고 넓은 노동자 투쟁뿐이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노동자 투쟁에 밀려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 아니 나설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과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기대를 걸고 의존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이재명 정부에 어떤 환상과 기대도 없이, 정부에 대한 독립성을 지키며, 노동자 투쟁대열을 늘리고 연대투쟁을 강화하는 것이 투쟁사업장 문제를 해결할 가장 빠른 길이다.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물론 현실의 어려움을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다. 현실과 원칙의 틈은 넓다. 그런데 이 틈을 좁히려는 노력 대신, 어려운 현실만을 근거로 이 틈을 더 넓히는 사람들이 있다. 투쟁사업장의 어려운 현실을 얘기하며 노사정 대화 기구(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어보자. “제가 속한 금속노조 경기지부는 외국인투자단지가 많은 지역입니다. 그래서 외투먹튀 문제로 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쫓겨나는 상황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2012년 하이디스, 2023년 한국와이퍼. 배재형 동지가 죽음으로 투쟁하려 했던 하이디스 투쟁 때 저는 을지로위원회뿐 아니라 국힘 조경태 의원 쫓아다녔습니다. 당시 경기지부장도 국힘이라도 찾아가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절실했습니다. (···) 투쟁사업장들 다 마찬가지입니다. 다 을지로위원회와 창구 만들어보려고 사업하지 않습니까. 이 짓을 왜 투쟁사업장에게 하게 합니까. 이제는 하기 싫습니다. 민주노총이 하십시오. 우리 투쟁하는 동지들이 더 이상 보수정당 쫓아다니면서 애걸복걸하게 만들지 마십시오. 민주노총의 이름으로 민주노총의 힘으로 당당하게 요구하고 그 역할을 하십시오. 저는 그래서 국회 사회적 대화를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것에 찬성합니다.” (민주노총 중앙위원, 엄미야) 모든 투쟁사업장이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창구 만들어보려고” 사업한다는 것은 명백한 왜곡이다. 당장 9년 넘게 싸워 이긴 아사히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차헌호 아사히글라스 지회장은 다음과 같이 지적하기도 했다. “그동안 투쟁사업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 정부가 자본을 제대로 압박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자본가들에게 봉사하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톨게이트 노동자들도 문재인 정부에 맞서며,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사무실을 점거하며 싸웠다. 2019년 6월, 문재인 정부의 대량해고에 맞서 결집한 톨게이트 노동자들 사진: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무엇보다 투쟁하는 동지들을 보수정당 쫓아다니면서 애걸복걸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민주노총이 민주당과 민주당 정부에 의존하지 말고, 독립적인 힘을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엄미야 중앙위원은 정반대 방향을 제시한다. 민주노총이 투쟁사업장을 대신(?)해 민주당을 만나고 노사정 대화에 참여하면, 갑자기 투쟁사업장에 없던 힘이라도 생기는가? 대안과 전망이 없기에, 민주노조운동의 단결과 연대가 미약하기에, 투쟁사업장들이 민주당에 매달린다. 필자는 이 기대를 합리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힘들더라도 현장토론을 조직하고,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투쟁계획을 만들고, 장기 투쟁사업장 한 곳이라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적 연대를 조직해야 이 안타까운 상황을 풀 실마리가 생긴다. 그런데, 민주노조운동 지도부를 자처하는 관료들이 하지 않는 일이 바로 그 일이다. 투쟁사업장은 당당하게 요구할 힘이 없는데, 민주노총은 당당하게 요구할 힘이 있는가? 민주노조운동 상층 지도자들은 대중적 투쟁동력을 조직하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이재명 정부 아래 보여주기식 투쟁 아닌 “진짜 투쟁이 굳이 필요한가?”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자본가들에게 온갖 형태의 교섭과 대화를 제안하는 것이 ‘애걸복걸’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을 동정적으로 바라보며 ‘이제 민주노총이 투쟁사업장을 대신해 노사정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민주노조운동 전체를 자본가정당에 의존하게 하자는 말이다. 이런 노선은 결국 투쟁사업장들을 더 힘든 지경으로 내몰 수밖에 없다. 민주노조운동의 자주성, 투쟁성을 약화하기 때문이다. 개량적 지도부는 끊임없이 ‘대중의 투쟁동력 부족’을 핑계 댄다. 그러나 지도부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핑계가 아니라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분투다. 그것이 지도력이다. 민주노조운동은 이런 지도자들이 너무나 부족해 고통받는다. 대중의 자발적 투쟁이 성장하면 이를 자신들이 조직한 것으로 화려하게 포장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중의 투쟁동력 부족’을 이유로 대중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파렴치한 지도자들을 넘어서지 않고 민주노조운동의 추락을 막을 수는 없다. 불변의 진리 노동자들의 모든 권리는 자본과 정부의 공격을 제압할 강력한 조직과 투쟁을 통해서만 보호되고 확대될 수 있다. IMF 시절의 수많은 노동조합의 양보교섭을 돌아보자.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임금과 노동조건을 양보하자, 일자리에 대한 위협은 더 커졌다. 일자리가 더 위협받게 되자, 임금과 노동조건이 더 나빠졌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조합이 패배했고 문을 닫기도 했다. 개량주의자들은 장기적으로 노동조합을 지탱하며 강화하는 단결력과 투쟁력, 노동자로서의 계급의식을 중심으로 현재의 투쟁을 바라보지 않는다. 당연히 이들에게 노동자의 대의를 지키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당장 나의 손에 쥐어지는 ‘실리’만이 중요할 뿐이다. 심지어 돈 몇 푼에 해고자 복직을 포기하거나, 노사화합 선언이나 무쟁의 선언을 서슴없이 하기도 한다. 단기적·실리적 성과에 집착했을 때, 그 결과는 분명하다. 단결력과 투쟁력, 노동자 의식을 잃은 노동조합은 자본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장기 투쟁사업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성과는 ‘단결력, 투쟁력, 노동자의식’이라는 노동자계급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이익이다. 그래서 수많은 투쟁사업장은 깨지고 고립되어 피투성이가 된 채로도, 자신의 문제조차 해결이 안 된 상황에서도 노동자계급의 근본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다. 그랬기에 장기 투쟁사업장은 자기 주위에 전체 민주노조운동의 힘을 결집할 수 있었고, 자기 투쟁의 승리 가능성을 높임과 동시에 민주노조운동의 중요한 추진력으로 자신을 세워낼 수 있었다. 여러 투쟁사업장에 결합하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노력하는 사회주의를향한전진도 투쟁사업장의 어려움을 함께 느끼며 고민하고 있다. 그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우리는 자본가정당에 맞서 독립적 태도를 유지하고, 단결과 연대를 조직하는 방법이 장기 투쟁사업장의 온전한 해결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경험 역대 민주당 정부는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와 비정규악법을 만들어 노동자를 공격했다. 집권 초 민주당 정부들의 친노동 행색은 오래지 않아 그 한계와 본질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탄핵 과정에서 드러난 대중의 폭발적 열망을 목격했기에, 집권 초기 ‘노동 존중’ 같은 그럴듯한 구호를 내걸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내놓았다.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을 만들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의 실체는 몸집만 커진 용역회사, 즉 자회사로 노동자들을 배속하는 가짜 정규직화였다. 현대중공업, 성동조선, STX조선소 등 수많은 조선소에서 대량해고가 벌어졌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폐쇄되었고, 금호타이어는 해외매각되었다. 그리고 일자리 현황판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까지 확대 개악하며 저임금 노동자들을 후려쳤다. 이에 노동자운동이 제대로 맞서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민주당 정부에 대한 정치적 종속성이 가장 큰 몫을 했다. 이정미, 심상정 같은 정의당 지도자들은 “문재인 정부는 촛불을 대변하기에 손색이 없는 정부”,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왼쪽 날개”, “나라는 민주당에 맡겼으니 지역은 정의당에 맡겨 달라”라며 민주당을 떠받들었다. 노동자가 문재인 정부에 기대하고 스스로 투쟁을 자제했을 때,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손발을 묶은 노동자의 목을 졸랐다. 적폐청산을 위해 문재인 정부에게 좀 더 시간을 줘야 한다며 주저하는 동안 문재인 정부는 싸움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를 벼랑 끝에서 밀어버렸다. 환상의 애드벌룬이 터졌을 때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졌던 비극이 더 확대된 형태로 일어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지고 있다. 특히나 민주노총이 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그토록 매달리는 노사정 대화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를 도입한 노사정위원회에서 알 수 있듯, 사회적 대화기구는 노동자의 이름으로 노동개악을 관철하는 수단이다. 이 사회적 합의기구가 자본가들에게 주었던 추가 전리품은 바로 노동조합 같은 노동자조직의 독립성, 자주성, 전투성을 지워나갔다는 점이다. 노사정위원회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이 문재인 정부 시절 경사노위와 한국노총 관료들의 탄력근로제 확대 야합을 보면, 국회 주도 사회적 대화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할 수 있다. 그렇다고 비정규직이 철폐되고,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가 생겨날까? 구조조정이 중단될까? 그것은 국회 사회적 대화 같은 잡담가게가 아니라 거대한 사회적 부를 움켜쥔 재벌 대자본을 공격해야 가능한 일이다. 경제위기와 민생파탄의 책임을 자본가에게 묻는 투쟁을 조직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을 기만하는 환상의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다. 이 애드벌룬이 터지며 그 모든 환상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을 때, 누가 어떻게 상황을 수습할 수 있을까? 노동자계급과 민주노조운동의 운명은 국회 사회적 대화장에서의 말씨름, 민주당에 대한 기대와 환상 속에서 허우적대는 민주노총 상층 지도자들이 아니라 자본가계급에 맞선 아래로부터의 계급투쟁으로 결정된다. 현재의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사회적 합의’라는 미명 아래 노동자들을 덮칠 가혹한 공격에 맞서기 위해, 경제위기를 이용한 임금 감소와 실업 확대를 막기 위해, 나아가 노동자계급의 완전한 해방을 위해 자본가정부와 자본가정당에 대한 노동조합의 독자성을 지키자! 아래로부터의 단결투쟁을 조직하자! 당신은 이렇게 말하고 있소 - 우리의 상황은 열악하다. 어둠은 깊어가고 세력은 약해지고 있다. 수년 동안 활동을 거듭해 온 끝에, 이제 우리는 처음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나 적은 이전보다 더욱 강해져 있다. 적의 세력은 강화된 것 같고 적은 불굴의 모습을 띄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오류를 범했고, 이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들의 수는 급속히 줄어들고 외치는 구호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쓰는 말의 일부를 적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왜곡해 버렸다. 우리들이 했던 말 가운데 지금 어떤 것이 잘못되어 있는가? 일부인가, 아니면 전부인가? 누구에게 우리는 아직도 기대를 걸고 있는가? 우리는 역동적인 흐름에서 밀려난 채 살아남은 자들인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도 이해시키지 못한 채 처져 있는가? 우리에게 과연 행운이 따르겠는가? 이렇게 당신은 묻고 있소. 기대하지 마시오. 당신 자신의 답변 외에 그 누구의 답변도! 브레히트 - 흔들리는 사람에게2025-09-19 | 조회 7,079 -
이재명 정부 노동안전 대책의 허와 실이재명 정부 노동재해 대책의 이면 노동운동은, 노동재해가 자본주의 그 자체의 결과라는 점을, 이윤을 위한 과도한 노동강도와 위험한 작업환경의 결과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또한 자신이 일하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일터를 통제하는 것이, 노동재해를 예방하고 더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 핵심이라는 점 역시 강조해 왔다. 노동자 건강 손상을 산업생산의 부산물 정도로 취급하는 인식을 타파하고, 노동자의 주체성을 강조하는 맥락으로 산업재해가 아닌 ‘노동재해’, 산업안전이 아닌 ‘노동안전보건’이란 용어를 의식적으로 사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간 끈질긴 투쟁으로, “일하다 죽지는 않아야 한다”는 명제는 높은 사회적 공감을 확보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중대재해를 줄이는 데 직을 걸겠다’고 했고, 포스코이앤씨나 DL이앤씨, SPC 등 대기업을 강하게 질타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대대적으로 조명되기도 했다. 노동재해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행보, 일단 정부의 질타를 수용하는 듯한 자본의 모습은 끈질긴 노동자 투쟁의 성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의 행보에는 노동재해의 근본적 원인에 맞선 노동조합의 현장활동을 제약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나아가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이 노동자의 인력·생산량 통제를 포함한 더 넓은 투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다. 즉, 이재명 정부는 대중적 공감대가 높은 사안으로 노동자들을 달래는 동시에, 노동안전을 주로 기술·관리의 문제로 축소함으로써 노동조합의 현장통제 투쟁, 원청에 맞선 투쟁의 확산을 차단하고자 한다. 이는 노조법 2·3조 개정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적절히 통제하고자 하는 의도와도 직결되어 있다. 필요한 것은 AI와 CCTV가 아니라 현장을 통제할 노동자의 힘이다 노동재해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기조는 “공공기관 안전관리 강화 방안”(2025.09.01 발표, 이하 기재부 안), “노사정이 함께 만들어가는 안전한 일터 - 노동안전 종합대책”(2025.09.15 발표, 이하 종합대책)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재부 안의 핵심은 △기관 경영평가에서 ‘산재예방’ 배점 비중 상향 △2인 1조가 필요한 위험작업, 6개월 미만 신규자 단독 금지작업 등 운영실태 조사 △안전은 비용이 아닌 투자란 기조 하 안전인력 강화의 명목으로 지능형 CCTV, AI 등을 현장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종합대책은 △소규모 사업장 지원 금액 대폭 확대 및 중소사업장의 위험관리 역량강화를 위한 스마트 안전장비, AI기술 확산 △이주노동자 중대 사고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한 3년간의 고용 제한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강화, 이륜차 교통위반 집중단속 및 단속시설 확충 △도급계약 시 원청의 의무 강화, 건설현장 불법하도급 합동단속 △원하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확대 및 노동자,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의 작업중지권 요구권 확대 △반복되는 중대재해 사업장에 대한 과징금 등의 제재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09.01 기재부 공공기관 안전관리 강화방안 중 이번 종합대책은, 특수고용이나 플랫폼노동 · 다단계 원하청 구조 · 고용허가제 등 공고한 착취 구조는 건드리지 않는다. 종합대책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을 논하지만, 원청에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문구는 없다. 이주노동자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이주노동자 고용을 3년간 제한하겠다지만, 사업장 이동의 자유조차 가로막는 현대판 노예제 고용허가제 폐지에 관한 이야기도, 농어업 등 이주노동자 다수 사업장의 노동시간 상한 규제에 관한 이야기도 없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노동재해에 취약한 집단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한편, 안전을 ‘경영평가’와 연결하는 기조, AI나 CCTV 도입을 효율적 안전과 연결하는 기조 등은 기재부 안과 종합대책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안전이 경영평가와 결부되었을 때 노동재해 은폐로 이어진다는 점, “스마트 안전”이 노동재해를 예방해 주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명확하다. 충분한 인력과 천천히 일할 수 있는 작업 속도가 노동재해 예방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스마트 안전”은 노동자 개개인의 행동 통제에 활용될 위험이 크다. 현재 도입된 스마트 안전장비 대부분은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을 최대한 보완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이는 현장에서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을 보완하면서 동시에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에 대한 과도한 집중을 야기”1)하고 있다. CCTV 역시 안전을 제고하기는커녕 사고 발생 후 책임소재를 따지기 위한 도구, 개별 노동자 감시·통제 도구로 활용될 위험이 크다. 아차사고2)를 포함해, 철도나 지하철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기관사 책임론을 강조해왔던 코레일 등의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들은 시민안전 운운하며 기관실 CCTV 설치 논의를 반복적으로 제기해오고 있다. 이번 종합대책에서 제시된 “이륜차의 교통위반 집중단속 및 단속시설 확충” 역시, 프로모션이나 건당 수수료로 ‘빨리빨리’를 강요하는 배달 자본의 행태를 건드리지 않고 개별 노동자 통제와 단속에 강조를 둔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 1) 일환경건강센터, 「산업안전보건분야 스마트 기술 도입의 윤리적·철학적 원칙 제안을 위한 연구」, 2025. 2) 사고가 발생할 뻔하였으나, 직접적인 인적·물적 피해 등이 발생하지 않은 사고 노동자의 자유로운 작업중지권 행사를 보장하고 다단계 하도급을 철폐하라 종합대책은 노동자 참여권의 일환으로 작업중지 요구권과 원하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을 제시하고 있다. 종합대책은 노동자가 직접 사업주에게 적극적으로 작업중지 또는 시정조치를 “요구”할 권리를 신설하고, 명예산업안전감독관에게도 작업중지 “요구권”을 부여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작업중지권은 “요구권”으로 한정될 수 없으며, 조항 신설만으로 작동하지도 않는다. 사업장 안전보건을 위해, 집단이건 개인이건 노동자는 작업중지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위험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가 현장을 멈출 수 있어야 하고, 위험이 시정될 때까지 작업중지가 유지되어야 한다. 그동안 자본은 노동자가 현장을 멈추면 수십억 손해를 본다고 호들갑 떨며 부당징계나 해고를 남발해 왔다. 금속노조 콘티넨탈지회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6년 7월, 세종시 부강공단에서 유해물질 티오비스(Thiobis)가 300리터 이상 유출된 사고에, 작업을 중지하고 노동자를 대피시킨 조남덕 콘티넨탈지회 지회장에 대해, 사측은 “사후적으로 피해가 없었다”며 3개월 정직이라는 부당징계를 내렸다. 2024년이 되어서야 대법원은 작업중지권 행사가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한국GM지부 사례도 유사하다. 2020년 생산라인 속도를 일방적으로 올린 회사에 맞서 비상정지 줄을 당기고 임원실 점거투쟁을 했던 한국GM 노동자 33명에 대해, 한국GM 자본은 해고를 포함한 징계를 자행했다. 항소심과 대법원은 자본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러한 자본의 기조는 여전할 것이다. 또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위험을 외주화시키고 안전과 책임을 외부화시킨 결과를 낳았다는 건 수없이 확인했다. 하청이라서 위험작업을 거부하지 못한 사례, 현장 개선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사례 등은 너무 많다. 일례로 “성동조선, 현대중공업의 표준도급계약서(2021년)에 따르면, 하청노동자의 단체행동, 작업거부, 작업 태만으로 원청에 손해를 끼칠 경우 ‘즉시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다. 또한 안전관리 등의 벌점 관리에도 중대재해나 산재 은폐로 인한 벌점뿐만 아니라 일반 안전사고(산재)와 작업 중지 건수에도 벌점을 매기고 있기도 하다. … 이는 하청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사용하면 위험이 해결될 거라는 기대 대신 불이익이 따라올 거라는 불신을 가져오는 핵심적인 기제다.”3)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경상정비 업무를 하던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 역시 공공연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작동한 결과였다. 고(故) 김충현과 그의 동료 노동자들은 원청 서부발전과 1차 하청 한전KPS의 작업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라야 했다. 그들은 비계설치 및 해체 작업, 수상 태양광 등의 위험 작업을 거부하지 못했고, 설비개선 등 안전에 대한 요구는 묵살 당했다. Safety-Call 등 작업중지권 절차는 마련되어 있었으나, 현장에선 유명무실했다.4) 원청의 노동안전 책임을 은폐해 노동자의 죽음을 낳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철폐되어야 한다. 3)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전국금속노동조합, 「금속노조 작업중지권 실태와 과제」, 2024. 4) 태안화력 故 김충현 비정규직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석탄화력발전소 폐쇄를 앞둔” 김충현의 동료들이 말한다 – 현장에서 말하는 ‘김충현 협의체’의 과제」, 2025.08.07. 노동부조차 고질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폐기해야 한다. (09.15. 노동부 종합대책 중) 정부에 기대지 않고, 원청에 맞선 현장활동을 건설해 나가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업장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 필요가 부각되고 있다. 현장에서 이를 만들 수 있는 핵심 주체는 노동조합이다. 조합원 상담, 의견수렴, 현장순회 등 일상적인 안전보건 활동이 뒷받침되어야 사업장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즉,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있어야 노동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 한 건설노조 간부의 이야기는, 윤석열 정권의 노조탄압이 건설현장을 얼마나 위험하게 만들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노동조합의 현장 장악력이 있을 때, 건설노조는 위험 작업을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거부할 수 있었다. “‘야기리 작업’이라고, 대형으로 조립된 거푸집을 꽂는 작업이 있는데 바람이 불면 위험해요. 노조가 힘이 있을 때는 ‘바람이 부니까 다음에 합시다’라고 할 수 있었어요. 타워크레인 기사도 작업을 멈추고 내려오기도 했어요. 현장 안전 통로가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정비하기 전까지 작업하지 않겠다고 거부하기도 했고요.” 한편, 현재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등의 제도는 사업장 규모에 따른 제약이 존재한다.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 상시노동자 100명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함)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나 노동조합이, 타 사업장 출입 권한 및 작업중지권 발휘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노조의 활동이 자기 일터를 넘어 소규모 사업장 현장 노동자들의 상담과 일상 활동 지원을 포함한 활동으로 이어진다면, 노동재해 예방에 있어 AI나 CCTV보다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자기 일터를 가장 잘 안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집단적 힘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다면, 정부 안에 얽매이지 않고 더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조치를 마련해 나갈 수 있다. 이를테면 앞선 기재부 안은 “근로자 안전조치”를 말하며 2인 1조가 필요한 “위험” 작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말하고 있다. 물론 혼자 일하도록 내몰리는 상황에서 2인 1조 근무는 매우 중요한 조치다. 동시에 일터의 “위험”이 2인 1조 근무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를 기다리면서 우리 현장이 2인 1조가 될 수 있을지 어떨지 마음 졸이는 대신, 직접 현장에서 느끼는 위험 요소와 개선 방향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야간근무나 교대근무 환경에서 적절한 인력 배치 및 충원 방안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가, 고객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성폭력과 같은 폭력을 “위험 작업”으로 포함할 때 사업주 책임은 무엇인가 등등. 그렇게 간과되어 온 “위험”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작업은,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가 대신할 수 없다. 결국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으로 자기 일터를 통제하는 싸움을 벌이는 것, 원청에 맞선 계급투쟁을 확대하는 것이 노동재해를 예방하고 더 건강한 일터를 만들어가는 핵심이다.2025-09-16 | 조회 8,357 -
여가부 장관이 아니라 노동자의 단결이 성평등을 실현한다사진: 한겨레 이재명 정부 취임 100일을 앞두고 원민경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이 9월 10일 취임했다. 1년 7개월 만에 윤석열 정부 김행 후보자, 이재명 정부 강선우 후보자 사퇴를 거쳐 공석이었던 자리가 채워졌다. 원민경 장관은 이날 “성평등 실현을 정부의 핵심 과제로 삼아 국정 전반에 평등의 가치를 세우겠다”며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젠더폭력에 대한 신속한 대응, 섬세한 피해자 중심 지원체계, 다양한 가족 형태의 구성원 모두가 차별 없이 존중받는 포용적 가족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조직 개편으로 여가부는 ‘성평등가족부’로 명칭을 바꾸고 확대 개편될 예정이다. 카드 신임 여가부 장관이 여성단체와 사회단체, 노동조합 등 많은 노동자 민중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차별금지법 제정, 비동의 강간죄 도입, 임신중지 약물 도입, 젠더폭력 지원 강화 등을 제기했다는 점은 진일보다. 특히 원민경 장관은 역대 장관과 달리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의미와 필요성이 매우 크다”며 차별금지법 제정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민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많은 단체가 그를 반기며 변화를 기대했다. 그러면 과연 신임 여가부 장관이 우리 사회를 보다 성평등하게 바꿔낼 수 있을까?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함께 등장한 윤석열 파면투쟁 광장에서 가장 앞장선 여성과 성소수자의 존재가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가장 억눌려온 성소수자 노동자 민중은 그들의 삶 자체로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억압, 착취를 증명했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평등한 세상으로 한걸음 전진해야 함을 거침없이 웅변했다. 이재명 정부에게도 여성과 성소수자의 저항이 노동자 민중 투쟁 확대의 도화선이 되지 않게 제어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성평등 공약이 없다는 비판에 이어, 갑질 논란으로 강선우 후보자까지 낙마하자, 이제 더 왼쪽으로 보이는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구조적 차별 한국 사회의 성차별은 해소될 기미가 없다. 누가 정권을 잡든,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과 성소수자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이중 삼중의 차별, 억압, 착취는 ‘0.75명’이라는 합계출산율이 드러내듯 너무도 가혹하다. 여성과 성소수자의 임금과 취업 문제는 그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정부기관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성별 임금 현황 공시대상 기업(공공기관과 상장기업 2,980개)의 1인당 평균임금은 남성이 9,780만 원인 반면 여성은 6,773만 원이었다. 성별 임금 격차는 2023년보다 늘어 30.7%를 기록했다. 남녀의 평균임금 모두 전년보다 감소했으나, 여성의 임금 감소폭(-6.7%)이 남성(-0.8%)보다 커지면서 성별 임금격차가 확대된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발표 역시 마찬가지 상황을 드러낸다. 전체 노동자 평균 성별 임금은, 여성이 남성보다 월 29% 낮아 OECD 회원국 중 격차가 가장 컸다. 특히 여성 저임금노동자 비중은 23.8%로 남성(11.1%)의 2배 이상에 이르렀다. 성소수자 노동자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부터 힘들다. 일하는 성소수자의 경우 4명 중 1명이 ‘일터 내 차별 영향’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이는 평균보다 4배나 높은 수치다. 경력단절, 성별분업 등 억압과 차별에 시달리다 노인이 된 여성의 절반 이상이 ‘빈곤’에 시달린다. ‘성소수자’ 노인은 빈곤·질병·고독에 더해, 특히 돌봄의 공백으로도 고통받는다. 여성살해와 성폭력은 감소하지 않는다. 성소수자 혐오는 넘쳐난다. 국민의힘은 “여가부, '성평등가족부' 명칭 변경은 양성평등 부정하는 것”이라며, 한국교회총연합은 “성평등은 제3의 성을 인정하는 이념적 용어”라며 혐오를 선동했다. 차별과 억압을 통한 착취의 강화는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이며, 이를 바꿀 수 있는 것은 계급투쟁뿐이다. 여성가족부 원민경 장관도,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도,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뿌리박힌 구조적 성차별을 개선할 수 없다. 노동자 단결 투쟁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노동현장과 사회 곳곳에 만연한 차별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조직노동자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있는 세상이지만 노동조합의 단결투쟁으로 근로기준법이라는 최소한의 권리 규정이 비로소 작동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출발일 뿐, 이를 발판으로 실질적 평등으로 한발짝 나아갈 수 있는가는 노동자계급의 단결투쟁이 결정할 것이다. 많은 노동현장에서 평등을 위한 실천은 여전히 부족하다. 여성과 성소수자 노동자는 이중 삼중으로 더 차별받고 억압당한다. 민주노총이 지난 탄핵광장에서 무지개 깃발을 휘날리며 노동자민중의 지지를 받았던 이유는, 성별과 성정체성으로 노동자계급을 가르며 차별·억압·착취를 강화하는 정부와 자본에 노동자의 단결로 맞서자는 바람과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성과 성소수자 의제는 ‘부수적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조직노동자가 투쟁에 나서자.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법 개정, 최저임금 인상 및 확대적용, 고용허가제 철폐가 노동자계급의 과제인 것처럼, 성적 억압과 차별에 맞선 투쟁도 노동자계급의 과제다. 성적 업압과 차별을 통해 자본은 노동자계급을 분열시키고, 착취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과 성소수자 노동자의 채용, 여성과 성소수자 노동자가 직면하는 업무·작업환경·노동안전 등에서의 차별을 드러내고 바꾸기 위한 현장투쟁, 차별금지법 제정, 임신중지약물 도입과 건강보험 적용, 성매매 비범죄화, 비동의 강간죄 도입, 가사돌봄노동 공공성 강화가 모두 노동자계급의 과제다. 혐오가 있는 곳에 노동자 가장 먼저 달려가자. 모든 차별에 맞서자. 더 넓게 단결하여, 노동자라서, 여성이라서, 성소수자라서, 이주민이라서, 장애인이라서, 아픈 사람이라서 차별받고 빼앗기지 않는 세상으로 뚜벅뚜벅 전진하자.2025-09-13 | 조회 7,646 -
노조법 개정 이후, 자본의 준동에 맞선 계급적 단결투쟁으로!6월 19일 거통고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지회장 고공농성 해제 사진: 노동과세계 노란봉투법의 주요 내용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참 못 미치는 후진적 내용으로 악명 높았던 한국의 노조법이 드디어 개정됐다. 지난해 윤석열이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던 바로 그 법이다. 노조법 개정을 이끈 것은 물론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들의 오랜 투쟁이다. “진짜 사장이 책임져라!”, “죽음의 손배가압류 철폐하라!”고 외쳤던 노동자 투사들이 없었더라면 개정법은 결코 통과되지 않았을 것이다. 2025년 9월 9일 공포된 개정 노조법은 2026년 3월 10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법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과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더라도, 원청 자본가가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다면 노조법상 사용자가 된다.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자본가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이에 응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협소하기 짝이 없던 쟁의행위의 목적이 확대됐다. 기존의 한국 노조법은 임금, 노동시간 등 조합주의적 이익에 대해서만 ‘합법’ 쟁의행위를 허용하고 있었다. 개정 노조법은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과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에 대해서도 ‘합법’ 쟁의행위가 가능하도록 했다. 즉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맞서는 파업, 임금체불에 항의하는 파업이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된다. 셋째, 노조 파괴 목적으로 행해지는 손배 가압류를 부분적이나마 제한했다. 본래 노조법상 ‘합법’ 쟁의행위에 해당하면 일체의 민형사 책임이 면제된다. 그러나 한국에선 ‘합법파업’으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 자체가 매우 엄격했다. 자본가들은 손쉽게 ‘불법파업’ 딱지를 붙일 수 있었고, 이어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한 천문학적 손배 가압류를 제기하기 일쑤였다. 개정법은 여전히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조합원의 임금 수준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도록 한다. 노조법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노조법 개정 직후, 자본이 벌이는 꼴값을 보면 정말 역겨울 정도다. 자본가 언론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과는 별다른 관계도 없는 ‘귀족노조’ 현대차지부가 파업을 하는 것도 노란봉투법 때문이며, 본래부터 글로벌 먹튀로 악명 높은 GM 자본이 한국 철수 움직임을 보이는 것 역시 노란봉투법 때문이란다. 압권은 경총이 주한유럽상공회의소를 부추겨 ‘노란봉투법 때문에 한국에서 철수한다’는 입장을 보도하게 한 대목이었다. 이후 언론 취재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유럽상공회의소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예시로 든 것인데”, “경총이 이니셔티브를 가져가면서 ‘철수’ 표현이 강조됐다”는 것이었다. 이에 질세라 자본가 정치인들도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여 대고 있다. 내란 중요 임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보이는 나경원은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을 허용하는 사용자 범위 확대(제2조)는 세계에 유례가 없다”, “선진국 어디에도 없는 법”이라고 떠들었다. 팩트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얘기다. 하기야 윤석열의 내란을 옹호하며 부르주아 사법 질서도 부정했던 이들에게 팩트가 무슨 상관이 있겠냐마는. 자본가 언론과 자본가 정치인들의 악질 선동 모두 허무맹랑한 헛소리다. 한국의 개정 노조법은 노동권의 글로벌 스탠더드, ILO협약 기준을 겨우 쫓아가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번의 개정 노조법은 2021년 문재인 정부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한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에 관한 협약(제98호)’을 비준했는데, 이건 문재인 정부가 딱히 ‘노동존중’ 정부였기 때문이 아니다. 당시 EU가 한국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는 것이 한-EU FTA 협정 위반이라며 무역 보복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EU자본이 특별히 문명 개화한 자본이어서가 아니다. 마르크스는 <자본> 1권에서 “자본은 타고난 평등주의자이기 때문에, 즉 모든 생산영역에서 노동의 착취조건이 똑같아야 한다는 것을 자신의 천부인권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인다고 썼다. “평등한 노동력 착취는 자본의 제1의 인권”이라는 것이다. 유럽에선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며 사업해야 하는데, 왜 너희 한국 자본가들은 하청노조를 짓밟으며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느냐, 이것이 EU자본이 항의에 나선 이유였다. 그간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후진적 노조법을 국제 기준에 맞춰 개정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었다. “(하청 노조가) 원청에 대하여 단체교섭 목적의 인정을 주장하는 파업은 불법이 아니어야 한다”, “파업권이 단체협약의 체결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노동분쟁에만 한정돼서는 안 되며, 조합원의 이익에 영향을 주는 경제·사회적 사안에 대한 불만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권고가 그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2021년 비준된 ILO 핵심협약이 2022년부터 헌법1)에 따라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되었다. ILO 핵심협약이 발효된 것 등과 맞물려, 법원과 노동위원회도 하청노조가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할 권리를 제한적이나마 인정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1)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헌법 6조 1항) 악마는 매뉴얼에 있다 노동자계급이 이재명 정부에 환상을 가질 필요가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노조법 개정은 변화된 상황에 맞춰 자본의 이윤 창출 질서의 안정성을 담보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이 법 제도를 유지하는 이유, 그 중에서도 자본의 무제한적 착취에 방해가 되는 노동법까지 운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궁극적으로 계급지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계급투쟁이 격화될 경우 부르주아계급은 언제라도 ‘부르주아적 합리성’을 내팽개칠 준비가 돼 있지만, 계급투쟁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면 자본가계급은 늘 법과 제도를 지고지순한 불가침의 가치로 내세운다. 그리고 이때 중요한 것이 법률적 예측 가능성, 또는 안정성이다. 9월 2일 생중계된 국무회의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개정 노조법을 두고 “기업은 성장과 투자의 주체이자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경제계는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을 원한다”고 발언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자본가 정치인으로서의 본색을 드러낸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곧바로 “산업부 장관의 말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고 답했다. 김영훈은 기회만 있으면 “(기업들의) 노란봉투법 우려를 이해한다”,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6개월 동안 구체적인 지침, 매뉴얼 등도 마련해 원·하청이 협력과 상생을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공언한다. 노동부가 자본의 의견을 수렴해 만들겠다는 이 매뉴얼이 앞으로 무엇보다 문제가 될 것이다. 유럽에서 하청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 문제가 첨예한 투쟁이 되지 않았던 이유는 이미 초기업별 단체교섭이 제도화돼 있다는 사정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노조법은 기업별 칸막이를 쳐놓은 채 기업별 창구단일화 절차를 강제한다. 이런 상황에서 하청노조가 개정법에 따라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때 창구단일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두고 각양각색의 의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어떠한 경우든 정부와 자본은 하청노조의 노동3권을 최대한 제한하고 원하청 노동자계급의 계급적 연대와 단결을 가로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 분명하다. 2025년 9월 3일 주요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CHO) 간담회 사진: 연합뉴스 또한 이 매뉴얼에서 정부와 자본은 하청노동자의 노조법상 사용자가 되는 원청 자본가의 범위를 최대한 좁히려 들 것이다. 현재 법원은 ‘사내’ 하청인 경우에도 원청의 노조법상 사용자 지위를 제한적으로 인정한다. 최근 판결에 따르면, ① 모든 노동조건에 대해서가 아니라 원청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의제에 대해서, ②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이 원청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며 사업체계에 편입돼 있을 때, ③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원청과의 단체교섭에 의해 집단적으로 결정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벌써 어떤 자본가들은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파견근로관계 성립의 판단 기준과 일치해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 이는 원청의 노조법상 사용자 지위를 현재 법원의 기준보다도 훨씬 더 좁히라는 주장이다. 더욱이 한국 노동법에는 하청(용역)업체가 변경될 때, 다시 말해 원청 자본가가 노조가 생긴 하청업체를 폐업시키고 새로운 하청업체를 끌어들였을 때 노동자들의 고용이 승계돼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 물론 이러한 짓거리는 현행법상 노조 파괴 목적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만,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불이익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은 손익계산을 하며 하청업체 폐업 카드를 만지작거릴 것이 뻔하다. 8월 19일 경제6단체 노조법 개정 반대 결의대회 사진: 경총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아래로부터의 투쟁! 당분간 자본가계급은 원청의 사용자 지위를 두고 지루한 법률 분쟁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금력(金力)을 넘치게 가진 저들은 오랜 법률 분쟁이 노동자들을 지치게 한다는 점, 사법부의 판사들이 자기 계급의 일원이란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뿐인가. 자본주의의 위기로 인한 평범한 민중의 고통이 터져 나올 때마다, 이게 다 노란봉투법과 조직 노동자들 때문이라는 저질 악선동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자계급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노동법은 그 제정은 물론, 해석과 운용 역시 전적으로 노동자계급과 자본가계급의 힘 대결에 따라 좌우된다는 기본으로 말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한국의 파견법은 ‘합법파견’인 경우 2년까지 파견근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왜 하필 ‘2년’일까? 1998년 파견법 제정 당시 노동부 장관은 국회에서 그 ‘비밀’(?)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1년을, 경총은 3년을 주장했기 때문에 절충해 2년이 되었다’고 말이다. 이런 게 노동법이다. 노동자계급의 총단결이 실현되면 중간착취를 합법화하는 파견법을 아예 철폐할 수도 있지만, 노동자계급이 자기 잠재력을 펼치지 못하면 ‘합법파견’의 기간이 2년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15대 국회 188회 3차 환경노동위원회 회의록 개정 노조법이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자면, 더 나아가 하청 노동자들의 투쟁이 원하청 공동투쟁을 촉발하는 마중물이 되게 하자면, 바로 이런 관점에서의 투쟁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기대는 방식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계급적 단결을 조직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상층 노동자 부문이 자신들의 협소한 조합주의적 이익을 내세우며 계급적 단결을 저해하는 일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하청에 단체교섭권을 주면, 파이는 고정돼 있으니 우리 성과급이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식의 반발이 그것이다. 노동자 투사들은 그런 식의 노동조합 운동으로는 결코 사회적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후진적 조합주의 의식에 맞선 투쟁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계급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이 계급이 사회의 압도적 다수라는 점이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로서의 설움을 견뎌야 했던 수백만 노동자계급의 삶이 노조법 개정의 정당성을 웅변한다. 노동3권이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에게도 차별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에 타협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노동자계급이 넘치게 가진 자주적 역량으로, 계급적 연대와 단결을 통해, 노조법 개정을 발판으로 삼아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들의 대중적 투쟁을 불러일으키자!2025-09-11 | 조회 7,310 -
주거 문제, 지대추구 자본주의는 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괴한다사진: MBC 6·2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두 달 6월 27일, 정부 금융위원회는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제출했다. 해당 조치는 △주택담보대출을 6억 원 한도로 제한하고 △대출로 주택 매입 시 6개월 내 전입의무를 신설하고 △비대면 은행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중단하며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추가 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포괄했다. 한국은행 주택가격 전망지수가 2월 99포인트에서 6월 120포인트로 치솟는 집값 상승에 대응해, 이재명 정권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실제로 주택가격 및 소득과 상관없는 대출규제는 역대 최초였다. 7월 10일 한국은행 역시, 지속되는 경기침체에도 기준금리를 2.5%로 동결하며 수도권 주택가격 제어를 우선시했다. 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 거래는 급감했고 한국은행 7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9로 6월보다 11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뒤인 8월, 지수는 다시 111로 반등했다. 즉, 단기적으로 거래가 위축되었을 뿐 시장은 여전히 상승을 점치고 있다. 사실 7월 지수 역시 100을 초과하며 집값 상승 전망을 드러냈고 장기평균 107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부동산 가격 단기 추이가 어떻게 되건, 이미 다수 대중에게 ‘내집 마련’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 뿐이다. 특히 수도권 주택가격은 노동자의 소득으로 넘볼 수 없을 만큼 치솟은 상태다. 경실련이 집계한 정권별 비강남 아파트 30평형 시세는 다음과 같다. 주택 문제는 수도권 집중에 따라 더 심화하고 있다. 이제 인구 감소에 따른 집값 하락을 전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구 감소에 따라 수도권 집중은 더 심해지고 있으며 이는 수도권 집값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찍이 엥겔스는 19세기 자본주의 도시화 과정에서 극심해진 주택 문제를 논하며, ‘산업화로 농촌 주민이 대거 도시로 유입되는데, 정작 도시는 기존의 낡은 주거지 철거, 도로 확장, 상업지구 개발 등으로 저렴한 노동자 주택이 줄어들어 만성적 주택 부족이 빚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 역시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이라는 형태로 이러한 불균형을 겪고 있다. 지주계급과 자본가계급의 융합 고전경제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정치경제학 원리』에서 “지주는 잠자는 동안에도 더 부유해진다”며, 지대 증가분을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주들은 일하지도 않고, 위험을 감수하지도 않고, 절약하지도 않으면서, 말하자면 잠자는 동안에도 더 부유해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부의 증가에 대해, 일반적인 사회정의 원리에 비추어 볼 때 지주들이 무슨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겠는가? 만약 사회가 애초부터 지대의 자연적 증가분을 과세할 권리를 보유하여 재정적 필요에 따른 한도까지 세금을 징수해 왔다면, 지주들이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불평할 수 있겠는가?” 맑스는 『철학의 빈곤』, 그리고 『자본론』 3권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밀, 셰르뷸리에, 힐디치 등과 같은 경제학자들이 지대를 국가에 귀속시켜 세금으로 쓰자고 요구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것은 산업자본가가 지주에 대해 품은 증오의 솔직한 표현이다. 산업자본가들에게 지주는, 부르주아 생산체제 전체에 붙은 기생적 덩어리처럼 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토지소유는 일정한 발전수준에서는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불필요하고 해가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다른 종류의 소유와 구별된다.“ 지주계급의 기생성에 대한 밀의 적대감이 드러내듯, 지주계급은 애초 산업자본가들과 적대했던 계급이다. 오늘날에는 자본가계급과 지주계급이 긴밀히 결합해있지만, 자본주의 초기만해도 ‘생산적’ 자본가계급은 ‘비생산적’ 지주계급을 증오하며 이들과 투쟁했다. 부동산 소유에서 나오는 지대, 즉 임대소득은 생산활동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불로소득이기 때문이며 지대 수취는 토지를 소유한다는 이유만으로 생산활동에서 나오는 이윤 일부를 수취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하나로 융합된 지주-자본가 집단은 집값 상승을 추동하며 사회 전체의 부를 빨아들이고 있다. 물론 양자가 하나로 결합해있다고 해도, 토지소유에서 나오는 지대가 산업생산에 어떤 기여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도 자본가들이 토지 보유를 확대하는 이유는 산업생산에서 나오는 이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생산에 그 어떤 기여도 하지 못하는 지대추구는, 생산 활동을 통한 부의 축적이 둔화된 사회에서 확대된다. 이런 점에서 지대추구 확대, 지주계급과 자본가계급의 융합은 자본주의체제 전반의 구조적인 이윤율 저하를 표현하는 중요한 징후다. 오늘날 노동자 민중이 겪는 주거 문제는 대중을 수탈하지 않고서는 연명할 수 없는 퇴행적 자본주의 그 자체의 산물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05년 이후 15년간 한국에서 실현된 자산 양도차익(불로소득) 총액은 1,375조 원에 달하며, 이 중 83.3%인 1,145조 원이 부동산 자산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되었다. ‘지대 수취’라는 이름의 수탈을 통한 부의 축적, 자산 소유를 통한 부의 이전이 전면화하는 양상은 오늘날 자본주의의 쇠퇴하는 면모를 여실히 드러낸다. 다주택자와 주택 보유층은 집값 상승으로 막대한 평가차익과 양도차익을 거머쥐지만, 무주택 노동자 민중은 임금의 상당 부분을 지주에게 상납해야 한다. 말 그대로 “자는 중에도 부유해지는” 지주-자본가 계급의 존재는 노동자계급의 재생산 그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감소하는 실질임금 중 더 큰 몫을 임차료와 대출이자로 상납하고 있고, 극심한 저출생은 그 결과다. 저출생,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노동자 민중의 멸족을 멈추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와 싸워야 한다. ‘월가 집주인’ - 거대 금융자본의 주택임대시장 진출 가속화 대자본의 주택임대시장 진출 흐름은 국제적이며,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와 함께 만들어진 신조어가 ‘월가 집주인’(Wall Street Landlords), 혹은 ‘기업형 집주인’(Corporate Landlords)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거대 금융자본들은 주택임대시장으로 급격히 진출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붕괴로 수백만 명의 주택이 압류당했고,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등 거대 금융자본은 압류주택 수십만채를 헐값에 사들였다(그 선봉은 사모펀드 대기업인 블랙스톤이었다). 부동산투자신탁(REITs)과 상장 부동산회사(REOCs) 같은 금융수단을 활용한 이 흐름은, 임대주택을 증권시장에 상장하고, 주주들에게 임대료 대부분을 배당하거나 재투자하는 수익 모델을 창출했다. 이런 흐름은 세입자들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금융-부동산자본의 임대주택시장 장악은 임차료 상승과 주거 불안정, 세입자 퇴거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캔자스시티 기업형 임대주택 실태를 조사한 한 연구에 따르면, 캔자스시티 지역 아파트 80%는 기업 소유로 개인 집주인보다 훨씬 많고, 기업형 집주인은 개인 집주인보다 3.7배 더 많은 퇴거 소송을 제기하고, 1.6배 더 많은 법규 위반을 저지른다. 즉, 기업형 집주인은 더 많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고, 그 주택은 세입자에게 더 위험하며, 퇴거 위험도 크다. 2025년 6월 부동산 분석업체 코탤리티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미국 단독주택 매입의 30%를 차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산운용사 메트라이프에 따르면, 2022년 현재 기관투자자들은 미국 임대용 단독주택의 5%, 70만 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그 비중은 40%, 760만 채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에서 입증된 주택임대시장 수익 모델은 국제적으로 확장되었고, 마침내 ‘전세제도’라는 특유의 제도적 장벽이 흔들리는 틈을 타고 한국으로까지 진출했다. 한국 주택임대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국내외 대자본 최근 대자본이 적극적으로 한국 주택임대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특히 2024년 말부터 해외자본의 한국 임대시장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는데, 세계 3대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미국 투자회사 인베스코, 하인즈, 영국 부동산투자회사 M&G리얼에스테이트, 캐나다 연기금 등 해외 대자본이 한국 임대시장에 뛰어들었다. 그 방식은 대규모 기업형 임대주택 단지 개발, 기존 임대주택 매입, 상업용 부동산 매입 후 임대주택으로의 전환 등 다양하다. 국내 대기업과 금융자본도 임대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자체 임대주택 브랜드를 내세워 임대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으며, 시중은행·보험사 계열 부동산신탁사들도 임대주택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정부도 부동산투자신탁(리츠)을 통한 대자본의 임대주택 공급을 장려하고 있다. 대자본이 주목하는 것은 급속히 진행되는 ‘전세의 월세화’다. 전세사기 등 여파로, 2022년 이후 월세 거래량은 급격히 늘어 2025년 현재 전체 임대시장 중 전월세 비중은 월세 63%, 전세 37% 상황이다. 월세 전환 확대와 대자본의 시장 진출 확대에 따라, 주거비 인상 속도는 상당히 빨라질 공산이 높다. 전세사기 사태의 근본 책임은 국가에 있다. 국가는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기는커녕, 주택 시장에 임대주택 공급을 의탁했다. 무주택 민중의 주거 수요는 다주택자의 ‘갭투기’와 맞물렸고, 국가는 이를 용인하며 부동산 시장을 부양했다. 그리고 금리 인상기가 도래하자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했다. 전세사기 사태 이전에도 이후에도, 국가책임 임대주택 공급은 없었다. 그리고 불안한 민중이 월세로 방향을 틀자, 이제 대자본이 주택임대시장을 노리고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이제 내가 사는 집의 주인은 유수의 금융자본, 거대 부동산자본이 될 수도 있다. 이는 노동자 민중에 대한 지주-자본가계급의 수탈 강화와 함께, 노동자 민중의 지주-자본가계급에 대한 저항을 결집하고 확대하는 효과 또한 가지게 될 공산이 높다. 임대자본이라는 ‘적’이 이전보다 가시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수년 전 독일 베를린에서 벌어진 도이체보넨 몰수 국유화 운동 사례를 잠시 살펴보자. 베를린 '도이체보넨' 몰수 국유화 운동의 의미와 한계 주택을 공공 소유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상상이나 이론적 가능성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표적 사례가 대자본이 주도한 임차료 폭등에 맞서 독일 베를린에서 벌어진 ‘도이체보넨 및 기타 부동산기업 몰수운동(Deutsche Wohnen & Co Enteignen, DWE)’이다. 이 운동은 거대 부동산기업들이 소유한 대규모 임대주택을 도시가 인수해 공영화하자는 요구로, 2018년 시민캠페인으로 출발해 2021년 주민투표로 절정에 달했다. 주민투표 질문은 ‘베를린 시내에 주택 3,000채 이상을 소유한 부동산기업의 주택 자산을 베를린 주정부가 매입하는 것에 찬성하느냐’는 것이었다. 이 요건에 해당하는 부동산기업은 12곳, 대상 주택은 약 24만 3천 가구로, 베를린 전체 150만 임대주택의 16%에 이르렀다. 12개 부동산기업 중에는 이 운동의 이름이 된 ‘도이체보넨과’ 독일 최대 임대회사 ‘보노비아(Vonovia)’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2021년 9월 26일 실시된 주민투표에서는 찬성 56.4%(약 103만 6천표), 반대는 39%에 불과했다. 베를린 민중 다수가 대형 임대자본이 소유한 주택을 공적 소유로 전환해야 한다는 급진적 주장에 동의한 것이다. 물론 유상몰수 임에도, 그 의미는 적지 않다. 그러나 투표 이후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투표가 법적 구속력 없는 ‘권고’였음에도 노동자 민중의 분노는 분명했다. 그러나 같은 날 치러진 베를린 주의회 선거에서 1당을 차지한 사민당과 좌파당·녹색당의 연정으로 만들어진 주정부는 몰수를 유보하며 전문가 위원회를 통해 신중한 검토를 거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민당은 명시적으로 몰수에 반대했고, 좌파당과 녹색당은 겉으로는 몰수를 지지했으나 사민당과 연정을 유지함으로써 몰수운동에 찬물을 끼얹었을 뿐이다. 이에 따라 2022년 초 12인 전문가 위원회가 출범하여 주택 사회화의 법적 타당성1)과 재정적 실행 가능성을 검토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지연전술에 불과했고, 도이체보넨 몰수운동측은 주민투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2023년 6월, 전문가 위원회는 150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발행하며 “헌법 15조에 따라 대규모 주택 소유자를 사회화하는 것이 가능하며, 보상금은 시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1) 독일 기본법 15조 사회화 조항 적용 가능 여부다. 독일 기본법 15조는 다음과 같다. “토지, 천연자원 및 생산수단은 사회화를 목적으로 보상의 종류와 정도를 규정하는 법률에 의하여 공유재산 또는 공동관리경제의 다른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 그 보상에는 제14조 제3항 제3문 및 제4문을 준용한다.” 해당 조항이 실제로 적용된 적은 없다. 그러나 이미 주민투표 이후 2년의 시간이 흘렀고, 자본과 국유화 반대 진영은 몰수를 저지하고자 총력을 다했다. 이에 더해 2023년 2월 베를린주 재선거(기존 선거 부정으로 재실시) 결과로 기독민주당(CDU)이 주도하는 보수대연정이 등장했다. 이에 도이체보넨 몰수운동 진영은 2023년 9월 26일, 즉 첫 주민투표 2주년 기념일에 두 번째 주민투표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주민 발의 입법투표로 몰수를 강제하겠다는 계획이다. 2021년 주민투표 시행까지 걸린 시간을 감안하면, 베를린 임대자본 몰수운동은 아직 진행 중인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베를린 운동 사례는 극심한 임대료 상승 속에서, 대중이 분노하고 있음을, 또한 급진적 대안이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 비록 유상몰수이기는 하나, 비현실적으로 여겨졌던 ‘몰수’가 다수의 동의를 얻은 것은, 주택가격 폭등과 주거 양극화로 고통받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그 한계도 분명히 확인되었다. 주민투표로 임대자본에 대한 거대한 분노가 확인되었으나, 투표만으로는 그 어떤 것도 바뀌지 않았다. 베를린 주정부는 민중적 의지를 짓밟으며 자본가들의 소유권 보호를 위해 작동했다. 대중의 분노를 식히고자 ‘전문가’들이 소집되었으며, 이들이 1년 뒤 발행한 보고서의 결론은 독일 기본법 15조를 재확인하는 것에 불과했다. 제 아무리 다수의 의사를 민주적으로 표명해도, 그 요구가 지배계급의 이익을 침해한다면, 국가는 지배계급을 위해 대중의 요구를 제한하고, 요구 이행을 지연하며, 끝내 무력화한다. 제도를 넘어서는 위력적인 대중행동이 필요하다는 현지 활동가의 다음 평가를 보자. 2023년 9월 26일, 투표 2주년을 맞아 도이체보넨 몰수운동은 두 번째 국민투표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다시 2만 명, 그리고 17만 명의 서명을 모아야 한다. … 우리는 이미 기파이(2021년 당선한 사민당 소속 베를린 시장)의 “전문가 위원회”라는 희극을 겪었다. 이 위원회는 1년이나 걸려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그 내용은 ”그렇다, 독일 기본법 15조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재산을 공공 소유로 이전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는 것이었다. 구글 검색 몇 분이면 알 수 있는 사실을 말이다. 베를린은 건물들을 끊임없이 몰수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모두 기민당(CDU)과 사민당(SPD)이 그토록 좋아하는 아우토반 건설을 위해서였다. 왜 집세를 낮추는 몰수는 상상조차 안 되는 것일까? … 몰수는 진짜 민주주의로 가는 한 걸음이 될 것이다. 베를린 시민 대다수는 세입자이며, 우리에게도 주거에 대한 통제권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서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빈집 점거, 임차료 파업 같은 행동도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가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이다. ‘대자본 몰수’가 필요하다는 집단적 의지는 투표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의지의 실현은 투표만으로 불가능하다. "주택 대기업을 몰수하라!" 사진: klasse gegen klasse 노동자 민중에게 닥친 총체적 위기 앞에, 몰수국유화는 필요하고 가능하다 자본가-지주계급은 임대소득이라는 비생산적인 부의 축적을 전면화하고 있으며, 국가는 이를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노동자들의 자가 소유를 촉진해야 할까? 아니다. 주택을 개인 소유 대상으로 두는 한, 집은 끊임없이 투기의 대상이 되고, 노동자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해 평생을 대출과 빚에 묶여 살아야 한다. 역대 정부는 대동소이하게 자가 소유 촉진책을 펴왔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에도 무늬만 임대주택일뿐 실상은 분양 전환형 주택 공급이 중심이었고, 이재명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7월 10일, 정부는 ‘지분적립형 공공주택’을 제시했고, 8월에는 지분적립형 공공주택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일명 ‘적금 주택’으로, 분양받은 사람이 주택 분양가격 일부(10~25%)만 내고 지분으로 얻어 입주한 다음 20~30년간 거주하면서 나머지 지분을 분할 취득하는 방식이다. 지분적립형 공공주택은 이름만 '공공'일 뿐,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에게 장기간 분납을 강요하는 또 다른 형태의 주택담보대출이다. 이 제도는 주거 불평등 해소가 아니라 주거의 시장 종속을 심화시킨다.2) 2) 자본주의가 주택 문제에 대해 내놓는 이런저런 자가 소유 촉진책의 역사는 길다. 엥겔스는 자가 소유 촉진책이 오히려 임대자본을 배불려왔다고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프루동은 주택 임차인을 분할 지불에 의한 구매자로 전화시키고 매년 지불하는 집세를 주택의 가치에 대한 상각금으로 계산하여 임차인이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에는 이 주택의 소유자가 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프루동이 가히 혁명적이라고 생각한 이 방법을 오늘날 모든 나라에서 투기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 회사들은 이렇게 하여 집세를 인상함으로써 집의 2배 내지 3배의 가치를 지불하게 만들고 있다.” - 프리드리히 엥겔스, 「주택문제」 필요한 것은 토지와 주택을 사적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재생산의 기반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공공임대 대폭 확충, 1가구 1주택 초과 주택에 대한 몰수 조치가 필요하다. 대출과 월세에 생애를 저당잡힌 노동자 민중의 출산 포기가 일반화된 지금, 자본주의체제가 강요하는 한계를 넘어 나아가야 한다. 이미 독일 노동자 민중이 임대자본 몰수운동으로 증명해낸 가능성을 확대해야 한다. 2023년 기준 한국 주택보급률은 102.5%에 달한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초과하는데도 집이 부족한 이유는, 집을 많이 가진 사람들, 다주택 소유로 노동자 민중을 수탈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소유자들을 수탈하여, 집 없는 노동자들이나 지금 과밀 주택들에 살고 있는 노동자들을 이 가옥에 이주시키는” 것이다. 19세기 영국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야기된 도시 노동자계급의 비참한 삶과 주거 문제에 대해, 엥겔스는 당시 사회개혁론자들의 ‘자가 소유’ 추진이라는 미봉책을 비판하며, 주택문제의 근본 해법은 혁명이라는 점, 다만 즉각적 조치로 “대도시에는 현재 이미 주택이 충분히 있으므로 이 건물들을 합리적으로 이용”해 주택난을 즉각 완화할 수 있다고 논했다. 대도시에는 현재 이미 주택이 충분히 있으므로 이 건물들을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경우에는 실제적인 ‘주택난’을 당장 완화할 수 있으리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물론 이것은 현재의 소유자들을 수탈하여, 집 없는 노동자들이나 지금 과밀 주택들에 살고 있는 노동자들을 이 가옥에 이주시키는 방법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그리고 프롤레타리아트가 정권을 쟁취하자마자 공공복지의 명령에 따른 이러한 방책은 현존 국가에 의한 기타의 수탈 및 주택점유와 마찬가지로 아주 쉽게 실현될 것이다. - 프리드리히 엥겔스, 「주택문제」 엥겔스가 지적했듯, 필요한 것은 지금 존재하는 주택을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조치, 노동자 민중을 수탈해온 지주-자본가계급을 사회적 필요에 따라 수탈하는 조치다. 공공임대의 대폭 확대, 나아가 임대자본과 1가구 1주택 초과분에 대한 몰수만이 무주택 대중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다. 베를린 도이체보넨 몰수운동이 보여주었듯, 다수 대중은 이미 급진적 대안에 동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 집은 투기 수단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권리다. 노동자 민중의 삶을 파괴하는 자본주의 주거체제를 넘어, 주거를 기본권으로 되찾는 투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2025-08-27 | 조회 5,617 -
{기고}대만 노동자들이 10년 투쟁 끝에 얻은 ‘4+1일’ 공휴일 확대, 노동자의 국제연대로 장시간 노동 끝장내자대만 노동절 시위 "시대착오적 정권은 노동권을 무시한다" 사진: CNA 5월 9일, 대만 입법원은 새로운 공휴일과 노동절의 적용 범위에 공공부문 노동자를 포함하도록 확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15년부터 이어진 10년의 투쟁 끝에 대만의 공휴일이 기존보다 ‘4+1일’ 늘어난 것이다. △신정 전날 △공자 탄신일 겸 스승의 날인 9월 28일 △광복절 겸 구닝터우 전투(Battle of Guningtou) 기념일인 10월 25일 △헌법절 12월 25일로 4일이 새로운 공휴일로 지정되었고, 기존에는 민간에만 적용되었던 국제 노동절인 5월 1일이 올해부터 공무원 등 공공부문에도 확대 적용되어 사실상 1일이 추가되었다. 결과적으로 1인당 연간 공휴일 수가 기존 12일에서 16일로 늘어났다. 그뿐만 아니라 새로운 법안은 원주민 부족들이 전통적인 의식에 따라 3일을 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법안의 통과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초과노동을 하고서도 추가 수당을 받지 못하는 등 실질 급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교사와 공무원들은 노동절에도 쉬지 못했다. 특히 교사들은 스승의 날에도 쉴 수 없었다. 전국교사노조연맹(NFTU), 전국교육연합연맹(NFEU) 등은 이러한 불평등에 맞서 수년간 시민단체들과 함께 싸워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5년 2월, 국민당(KMT)과 인민당(TPP)이 과거에 감축되었던 공휴일을 복원하고자 입법안을 제안했다. 같은 해 5월 1일 노동절 시위에서 노동권 단체들은 주4일제, 노동시간 단축과 더불어 공휴일 연장을 포함한 7개의 주요 요구안을 내걸었다. 대만 노동자들의 초과노동에 맞선 삼십여 년간의 투쟁이 만든 하나의 성과이다. 대만 노동운동은 독립노조를 형성하고 민영화 반대 투쟁을 벌이며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되었다. 2014년에는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와 파괴적인 전망을 인지한 청년학생들이 ‘해바라기 운동’으로 알려진 노학연대를 실현했다. 해바라기 운동은 2014년 3월에 약 24일간 이어졌던 입법원 점거 시위이다. 당시 여당인 국민당이 중국과의 ‘양안서비스무역협정(CSSTA)’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였고 이에 맞서 학생과 시민단체가 입법원을 점거한 것이다. 이 시위는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이끌어 간 운동이었지만, 신자유주의 정책과 저임금 문제 등을 언급하고 총파업을 촉구하는 등 노동자와 학생이 함께하는 광장 정치로 나아가고자 했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최저임금이 10년 동안 동일하게 유지되었을 정도로 노동운동이 위축되어 있던 상황에서 학생운동은 2014년에 해바라기 운동으로 절정을 맞이했고, 노학연대로써 노동운동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 결과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노동부의 ‘공휴일 7일 축소 및 40시간 근무제’ 도입 계획안에 맞선 공휴일 감축 반대 시위 및 주 40시간제 개혁 투쟁이 이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2025년 5월, 이주노동자들은 계약기간 상한선 폐지와 함께 5월 1일 노동절의 공휴일 적용 범위 전면 확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그 결과, 5월 9일 국민당(KMT)과 인민당(TPP)이 법안을 공동 발의하였고, 57:50의 표결로 통과된 것이다. 다만 여당인 민진당(DPP) 의원들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공휴일 확대는 단지 ‘쉬는 날’이 늘어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10년간 이어져 온 노동자 투쟁과 이에 연대해 온 민중의 여론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공공부문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도 공휴일 및 유급휴가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등, 더 많은 노동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쟁취한 것이다. 이를 위해 10년 동안 대만의 노동자와 시민은 여러 차례의 토론회, 지지 기자회견, 서명운동, 행진, 시위를 이어 왔다. 대만노동조합총연맹은 이번 입법안을 대만 노동자들이 간신히 얻은 승리이며, 이를 통해 노동자들이 가장 약한 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증명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한국도 대만과 마찬가지로 공휴일을 둘러싼 노동운동 역사가 있다. 한국의 공휴일은 오랫동안 노동법상 휴일이 아니었다. 사업장에 따라 공휴일은 유급휴일이 되기도 하고, 노동일이 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노동부가 내놓은 표준취업규칙(2008년)을 기반으로, 사용자들은 공휴일을 유급휴일에서 제외하거나 공휴일에 연차휴가를 사용하게 하는 등 편법적인 작업을 벌였다. 2023년에 와서야 5인 이상 사업장에 공휴일 유급휴일 적용이 의무화되었으나(‘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의 단계적 민간 적용), 여전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이주노동자,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은 휴업수당 없이 무급으로 쉬거나 가산수당도 받지 못한 채 근무해 왔다. 이렇듯 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노동자들은 과로와 저임금의 위험에 오래도록 노출되어 있었다. 2014년 민주노총의 ‘노동절 유급휴일 권리찾기 운동’, 2017년 ‘공휴일 유급휴일 법제화 운동’ 등을 비롯한 노동시간 단축 요구 투쟁에도, 2025년인 지금까지도 한국 공휴일에는 쉬지 못하는 노동자가 부지기수다. 당장 250만명 가량의 5인 미만 사업장 임금노동자,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경우 공휴일에도 법적 유급휴일을 보장받지 못한다. 대만 상황은 더 열악하다. 한국보다 평균임금이 낮고, 노동운동 역시 한국보다 취약하며, 점점 길어지는 노동시간과 높아지는 노동강도에 더불어 급여는 3년 연속 줄어 왔다. 또한 평균적으로 8일마다 한 명의 노동자가 과로사하는 등 초과노동 문제가 심각하다. 많은 자본가들이 실적평가제나 책임제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수당조차 지급하지 않고 초과근무를 요구한다. 노동시간이 가장 높은 제조업에서, 노동자들은 매달 18.1시간 초과 근무한다. 이 외에도 의료산업과 배달 산업 등에서도 초과노동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초과노동 문제는 일자리 감소에 따라 실직을 두려워하는 노동자들이 야근을 감내하며 극심해졌다. 이는 7.6%에 불과한 대만 노동조합 조직률과 직결되어 있다. 실업의 공포로 노동자를 규율하며 초과노동으로 이윤을 짜내는 대만 자본주의에 맞서, 노동자들이 열악한 조건을 이겨내고 거둔 이번 승리는 반가운 소식이다. 대만 노동자들의 승리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한국 노동자들에게도 의미가 깊다. 한국 자본주의는 각 산업 노동시간 연장으로 이윤축적의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특별법추진과정에서 이미 반도체산업 연구개발인력 특별연장근로 허용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 2025년 3월 서일준 등 20인이 발의한 ‘조선산업 지원 특별법안’ 역시 주 12시간을 초과한 연장노동을 당사자 합의로 가능케하자고 명시했다. 전 세계 자본가들은 늘 ‘대만 노동자들은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산업의 생존을 위해 더 오래 일한다’, ‘한국 노동자들은 산업경쟁력 확대를 위해 수당도 없이 일한다’며 자국 노동자들의 권리 요구를 억누른다. 노동시간 연장과 착취 강화 시도를 노동자의 국제연대로 끊어내야 한다. 심화하는 위기, 착취 강화로 연명하는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을 확대하자. 참조 Labor activists protest plan to reduce holidays (15.09.15, Taipei Times) Labor groups protest to push shorter work hours (15.01.07, Taipei Times) Taiwan: 7 years since the Sunflower Movement (21.04.07, In Defence of Marxism) Groups to demand four-day workweek on May 1 (25.04.23, Taipei Times) Migrant worker groups urge lifting of employment length restrictions (25.05.18, Focus Taiwan) 工人鬥陣十年 國假終於增加 (25.05.09, 公民行動影音紀錄資料庫(Civilmedia@TW)) Taiwan passes new law adding 4 additional national holidays (25.05.09, Focus Taiwan) 壓垮台灣勞工的高工時與血汗過勞 (25.04.30, International Socialist Alternative Taiwan) Four new national holidays approved by legislature (25.05.09, Taipei Times) Taiwanese Workers Have Shown Us How to Gain Ground in the Neoliberal Era (22.06.12, Jacobin)2025-08-06 | 조회 7,868 -
계급투쟁이 결정한다 - 노조법 2·3조 개정안 환노위 통과 이후 노동자계급의 과제2025년 7월 24일 <제대로 된 노조법 2·3조 개정 촉구 비정규직이제그만 기자회견> 사진: 요지경 노조법 개정안, 환노위 통과 2025년 7월 28일,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환노위 통과안이 기존 노조법보다 발전한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하는 ‘사용자 개념 확대’다. 개정안은 노조법 2조 2호, 사용자 정의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청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둘째, 노동쟁의 대상 일부 확대다. 노조법 2조 5호 개정에 따라 노동자들은 △노동자의 지위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 등에 대해서도 파업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 노동법은 노동쟁의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상태로 규정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법률이나 단체협약에 따라 이미 결정된 권리의 이행을 둘러싼 분쟁, 즉 ‘권리분쟁’은 파업권 행사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이번 개정은 기존 노조법이 쟁의행위 대상에서 배제해왔던 특정 권리분쟁 사안을 일부 포함해 노동쟁의 범위를 소폭 확장했다. 즉,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시 쟁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한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부 사안을 명시해 쟁의대상을 소폭 확대한 것이다. 셋째, 노조법 2조 4호 라목 삭제를 통한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의 노동조합 결성권 확대, 해고자와 퇴직자 등을 조합원으로 포괄할 단결권 확대다. 현행 노조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이를 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았다. 이 조항이 노조법 2조 4호 라목이다. 윤석열 정권이 ‘화물연대는 노조가 아니’라며 공정거래법을 동원해 화물연대 파업을 탄압했듯, 노조법 2조 4호 라목은 특수고용노동자·플랫폼노동자의 노동3권 행사를 막아왔다. 또한 박근혜 정권의 전교조 탄압에서 드러난 것처럼 해고자, 퇴직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사유로 한 탄압의 근거 조항이었다. 환노위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노조법 2조 4호 라목 삭제로 더 넓은 단결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한계 또한 분명하다 환노위를 통과한 노동법 개정안의 한계 또한 다음과 같이 분명하다. 첫째, 환노위 통과안은 노동자 정의를 확대하지 못했다. 즉,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노동자로 보는 ‘노동자 추정조항’ 명문화에 실패했다. 주지하듯 화물노동자, 학습지교사, 택배노동자, 배달라이더, 대리운전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들과 플랫폼노동자들은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일하면서도 법적 신분은 ‘개인사업자’로 취급되었다. 윤석열 정권의 화물연대 탄압처럼, 국가와 자본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을 불법으로 규정했고, 교섭을 요청해도 자본가는 ‘당신들은 노동자가 아니’라며 교섭을 거부했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한 요구가 노동자 추정조항 신설이었다. ‘일단 원청이 고용한 노동자로 보고, 자본이 노동자성을 부정할 경우 이를 증명할 책임을 자본에 지우자’는 요구였다. 이 조항이 빠짐에 따라, ‘나는 원청 자본에 고용된 노동자’임을 입증할 책임은 여전히 노동자에게 남았다. 둘째, 사용자 정의 확대는 한계적이다. 환노위 통과안은 사용자 범위를 ‘노동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개념에 따라 확대했으나, 명시적으로 ‘원청’을 ‘사용자’로 본다는 규정은 빠졌다. 이에 따라 ‘누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용자인가’를 둘러싼 공방은 필연이며, 원청은 자신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용자임을 부인하고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이미 그래왔듯, 원청은 하청구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지휘·명령 체계를 은폐하며, 책임을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사용자성을 조직적으로 회피할 것이다. 환노위 통과안은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 기준만을 제시함으로써, 현장에서는 여전히 “누가 사용자냐”를 두고 끝없는 공방과 소송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7월 30일 자본가 단체 기자회견 사진: 연합뉴스 셋째, 노동쟁의 대상 확대 범위는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안 노조법 2·3조 개정안보다도 후퇴했다. 윤석열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되었던 노조법 개정안은 △체불임금 청산 △해고자 복직 △부당노동행위 구제 등 ‘권리분쟁’ 사항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포함했다. 즉, 아직 ‘결정’되지 않은 노동조건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법률과 단체협약에 따라 이미 결정된 권리의 실질적 보장을 둘러싼 분쟁, 곧 ‘권리분쟁’도 파업권 행사 대상으로 포함했던 것이다. 이번 환노위 통과안에 따라 단지 ‘결정’되지 않은 노동조건에 대해서만 쟁의할 수 있다는 기존의 협소한 틀은 유지되었고, 이미 확정된 권리의 실현을 위한 투쟁은 여전히 불법화될 위험에 놓여 있다. 넷째, 개인 책임에 따른 손배의 명문화는 그 어떤 의미로도 성과가 아니며 매우 문제적이다. 민주노총은 현 노조법 개정안을 두고 “손배 없는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하나,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물론, 환노위 통과안이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맞선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면제하고, 노동조합 파괴를 목적으로 한 손배청구를 금지한 점은 성과다. 그러나 손배 책임을 △노동조합 내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정도 △손해에 대한 관여 정도 등으로 따져 노동자 개개인에게 부여한 점은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합리화할 수 없다. 이는 단지 투쟁 과정에서 힘이 부쳐 끝까지 따내지 못한 결과가 아니라, 노동자계급이 견지해온 요구에 대한 명백한 왜곡이다. 즉, ‘개인 책임에 따른 손배’는 ‘손배가압류 철폐’라는 핵심 요구를 흐리고, 노동자 투쟁의 집단성을 훼손하며, 가장 앞장서서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가장 큰 희생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결코 성과가 아니다. 최근 대법원은 2010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파업에 연대했다는 이유로, 활동가들에게 35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이 판결의 취지가 바로 환노위 통과안에 담긴 ‘개인 책임에 따른 손배’다. 개인 책임에 따른 손배는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일 뿐이다. 위와 같은 한계는, 민주당에 의존한 노조법 개정 과정이 노동자들의 피땀 어린 투쟁으로 만든 성과를 어떻게 굴절시켰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2022년 8월 31일 <손해배상 청구 철폐! 노조법 개정, 노란봉투법 제정 촉구 민주노총 기자회견> 사진: 노동과세계 계급투쟁이 결정한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환노위 문턱을 넘었지만,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결국 노동자들의 치열한 투쟁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이 한걸음 전진한 데는 치열한 투쟁이, 그리고 투쟁을 통해 쌓인 판례가 있었다. 그 중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비정규·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3권 확대에 있어 중요한 계기 중 하나가, 학습지 노동자들의 싸움이 만든 성과다. 학습지 교사들은 1999년 노조 설립 이래 20년 넘게 노조할 권리를 인정받고자 싸웠다. 2018년 대법원은 학습지 노동자들의 손을 들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아니더라도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학습지노동자들의 투쟁이 만든 이 판결로, 특수고용노동자들도 단결권을 가지고 있음을,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함을 확인한 것이다. 해당 판례는 이번 노조법 개정안에도 반영되어,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조법상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 현행 노조법 2조 4호 라목을 삭제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축은 원청 사용자 책임을 관철하기 위한 간접고용노동자들의 투쟁이다. 간접고용노동자들은, 치열한 투쟁으로 현행법을 뚫고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의미있는 결정을 강제하며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가 사용자’라는 개념을 쟁취해왔다. 2021년 중앙노동위원회는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의 교섭 요구를 원청이 거부한 사건에 대해, “비록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도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권을 가진 자는 노조법상의 사용자”라고 판정했다. 이 판단은 서울행정법원 1심에서 유지되었고, 2024년 1월 고법 항소심도 CJ대한통운이 전국택배노조와 교섭을 거부한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무엇보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절박한 투쟁이 돌파구를 만들었다. 3년 전 여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5년간 삭감된 임금 30%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원청에 맞서 절박한 파업을 벌였고, 좁디좁은 구조물에 자신을 가두고 "이대로 살 수는 없다"며 절규했다. 원청 대우조선은 이를 ‘불법파업’이라 규정하고 폭력 진압을 시도했으며, 파업 종료 후에는 무려 47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우조선은 하청노동자들의 법적 사용자가 아니고, △그렇기에 하청노동자 파업은 불법이며, △불법 파업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으니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기막힌 현실이었다. 이후 진짜 사장에 맞서 노동3권 행사를 가능케 할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이 본격화했다. 파업 이후 ‘원청 사용자 책임 강화’에 국민 절반 이상(52.8%)이 동의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이 얼마나 큰 파장을 만들었는지 여실히 드러냈다. 2022년 7월 22-23일 TBS 여론조사 결과 2022년 12월 30일, 중앙노동위원회는 경남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을 뒤집으며 ‘대우조선 원청은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므로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다. 원청의 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었고, 마침내 2025년 7월 25일 서울행정법원도 한화오션의 교섭 의무를 인정했다. 법원은 “하청 노동자들의 노무제공이 원청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고, 노동조건을 원청과 집단교섭으로 결정할 필요성이 있다면 원청을 노조법상 사용자로 볼 수 있다”며, 성과급·학자금·노동안전 같은 의제에서는 한화오션이 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청의 교섭의무를 규정한 판결을 투쟁으로 쟁취한 것이다. 2025년 7월 25일, 사법부는 현대제철과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원청의 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했다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의 투쟁 역시 원청에 맞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 확대의 중요 계기였다. 2024년 5월, 발전소 경상정비를 담당하는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 노동자들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이후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의미심장한 파업이었다. 발전HPS지부 노동자들은 발전HPS 사측에 고용보장을 요구했지만, 16차례 교섭 내내 발전HPS 사측은 “원청에 가서 요구하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반복했다. 결국 조합원들은 원청인 남부발전과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2025년 태안화력 1호기를 시작으로 발전소 폐쇄가 본격화하는 지금, 발전소 비정규직노동자들은 8월과 11월 파업을 앞두고 있다. 정부와 원청 자본에 맞선 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목적의식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 원청이 책임져라! 사진: 공공운수노조 이렇듯 법과 제도를 바꾸어온 것은 계급투쟁이며,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앞서 서술했듯, 원청 자본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하청 구조를 복잡하게 재편하고, 지휘·명령 체계를 은폐할 것이다. 이를 돌파하는 길은 단결과 연대뿐이다. 사업장 담을 넘어, 원청 자본에 맞선 비정규직노동자 연대투쟁으로 나아가자 분명한 것은, 법이 몇 줄 바뀌었다고 원청 자본이 순순히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요한 것은 원청에 맞선 더 강력한 투쟁이며, 그 과정에서 이번 환노위 통과안에 담기지 못한 △노동자 정의와 사용자 정의 확대 △노동쟁의 대상 확대 △모든 형태의 손배 철폐 쟁취를 위한 집단적 의지를 확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비정규·특수고용노동자 공동투쟁 확대다. 사업장 벽을 허물고, 원청 자본에 맞선 비정규직노동자 공동전선을 구축하며 전 민중 앞에 원청이 진짜 사장임을 드러내자. 원청 자본이 노조법 개정의 근본 취지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모든 노동자 민중 앞에 드러내며 원청 사용자성 쟁취투쟁을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시키자. 부분적이지만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가 확대됐음을 알리고,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자. 또한, △노동자의 지위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을 포괄해 확장된 쟁의행위 범위를 토대로, 자본의 경영독재에 맞선 원하청 노동자 투쟁을 확대하자. 지금까지의 노조법 개정 투쟁과 마찬가지로, 바뀐 법을 토대로 얼마나 나아갈 수 있는지 또한 계급투쟁이 결정할 것이다. 사진: 금속노조2025-08-02 | 조회 7,2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