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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FT그룹 성명: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과 군사 개입을 중단하라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해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포하고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혁명적 사회주의 그룹 ‘제4인터내셔널-트로츠키주의분파’(FT그룹)는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한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민족자결권을 옹호하면서 노동자 사회주의 팔레스타인을 위해 투쟁한다. 2023년 10월 10일 10월 7일 새벽,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조직 하마스가 이끄는 민병대가 지난 50년 동안 가장 중요한 이스라엘 영토 침공을 단행했다. 약 5천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수백 명의 대원들이 가자지구 인근 마을을 공격했다. 이 군사 작전으로 1백 명 이상의 인질이 납치되었고, 음악 축제에 참석한 젊은이, 키부츠에 거주하는 가족, 군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약 1천 명이 사망했다. 10월 8일, 극우파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이번 공격에 대응하여 “길고 어려운 전쟁”을 선언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 대변인은 가자지구 접경 마을에 대한 군사적 퇴거를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2백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가자지구에 대한 전기, 연료, 각종 생필품 공급을 차단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우리는 인간 동물과 싸우고 있으며 그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들은 네타냐후가 말한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제한이나 중단 없이 계속될 공격 단계”를 위한 준비과정이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군대가 “모든 힘”을 사용해 가자지구를 “잔해더미”로 만들어버릴 거라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가자지구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이스라엘은 이미 가자지구의 모든 건물과 의료시설을 폭격했다. 하마스 민병대의 작전 중심지로 추정하는 다른 지점들도 폭격했다. 이스라엘이 공습을 단행한 첫 48시간 동안 이미 최소 7백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망했다. 새로운 공격 단계에는 더 치명적인 새로운 공격이 포함될 것이며, 이스라엘 군은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제 레바논으로 확산되었고, 미 제국주의는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추가 군사 지원을 보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마스의 행동은 이슬람 지하드나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같은 다른 팔레스타인 저항 단체들과 같이 수행됐는데, 지난 수십 년 동안 전례가 없는 것으로 이스라엘과 전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민병대의 조직적이고 계획된 행동에 기초한 “알 아크사 폭풍” 작전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 가운데 하나에게 굴욕감을 안겼으며, 정보보안 기구의 위기와 취약성을 드러냈다. 네타냐후는 즉각 “전시 상태” 선포로 대응했다. 또한 야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이 결속을 강화하도록, 그럼으로써 최근 몇 달 동안 엄청난 도전과 위기에 직면했던 자신의 정부에 대한 반동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지지를 재건하도록 강요했다. 여러 부패 혐의에 직면한 네타냐후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부는 간신히 버티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에서는 행정부의 권력을 강화하는 사법 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립 정부의 극우 정당과 종교 정당들의 지지만을 받고 있으며, 군과 예비군의 고위층들로부터도 도전을 받고 있다. 외부의 적에 맞서 “국가적 단결”을 재건함으로써 그는 당분간 결속을 강화할 수 있었지만, 그의 정부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를 감안할 때 이 단결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여전히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도널드 트럼프의 동맹인 네타냐후가 이끄는 우파 연립정부의 정책에 부분적으로 의문을 제기해 왔던 미국과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은, 그러나 지금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하마스의 공격을 “테러”라고 비난하면서,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할 모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재정 지원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 때문에 가장 가혹한 피해를 겪을 이들은 팔레스타인 민중이다. 유럽연합의 주요 제국주의 국가인 독일에서는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을 포함한 모든 부르주아 정당이 이스라엘 지지를 표명했다. 또한 독일 정부는 친팔레스타인 시위와 단체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미국과 유럽연합의 철저한 지원을 받아 핵무기를 포함하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 가운데 하나를 보유하고 있다. 1948년 아랍계 주민들에 대한 인종 청소를 바탕으로 설립된 이래, 이스라엘은 전쟁과 전쟁을 거듭하며 팔레스타인 사람들로부터 영토 대부분을 빼앗았으며, 이들을 이스라엘 정착촌으로 둘러싸인 두 개의 좁은 지역으로 몰아넣고서 잔인하게 억압해 왔다. 2014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폭격하는 “거대한 절벽” 작전을 전개하여 2,31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살해했다.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세계 각국 정부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우파적인 네타냐후 정부가 날마다 저지르는 살인과 고문, 그리고 온갖 학대에 눈을 감고 있다. 이른바 이 세계 지도자들은 팔레스타인의 억압에 대해 언급할 때, 억압받는 사람들의 폭력을 억압하는 자들의 폭력과 동일시한다. 진정으로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는 사람들은 75년 동안 자신들의 영토를 군사적으로 점령하고 말살하려는 정책을 겪어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이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를 통해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새로운 학살을 승인하고 있다. 혼란에 빠진 세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격화는 세계가 거대한 긴장과 지정학적 변화로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다. 몇 주 전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는 관계정상화 합의 가능성을 발표했다. 이것은 미국에 의해 추진돼 왔는데,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정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어떤 중대한 양보도 포함하지 않은 이 합의는, 2020년 트럼프가 추진했던 “아브라함 협정”에서처럼 이스라엘이 주변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욱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감으로써, 이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지정학적 지위의 전환점을 의미했을 것이다. 바이든과 네타냐후는 지난해 뉴욕에서 이 협정에 대해 함께 연설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 왕정 간의 잠재적 관계 완화는 중국이 추진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의 잠재적 관계 복원 발표와 동시에 이루어졌다. 이제 사우디 왕정과의 합의는 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전쟁 선포로 인해 크게 복잡해졌다. 이 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에 맞서는 주요 강국인 이란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하마스의 최근 작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레바논 남부에서 이스라엘군과 싸우고 있는 헤즈볼라와 전략적 동맹을 맺고 있다. 헤즈볼라는 하마스의 공격과 팔레스타인의 저항에 “연대하여” 일요일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격화되자 미 국방부는 네타냐후의 사법개혁에 대한 비판을 보류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원을 제공하고 나섰다. 바이든은 대규모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를 포함한 함정과 군용기를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바이든의 무제한 지원 계획에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 예산에 대한 논의, 특히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된 논의의 결과로 정부가 마비될 수도 있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위기의 여파로 이미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가 자기 당 의원들의 발의로 하원의장직에서 축출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전쟁 선포와 분쟁의 지역적 확대 가능성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나토 대 러시아·중국 간의 긴장 고조로 인해 이미 발작적인 국제 정세에 불안정을 더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저항과 하마스의 전략 마흐무드 압바스가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NA)는 오랫동안 종말적 위기에 처해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이스라엘의 공세는 압바스를 더욱 부적합한 위치로 내몰았고 점령군과 협력하는 그의 정책을 폭로했다. 하마스, 이슬람 지하드,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등 팔레스타인 저항 단체들의 행동은 이스라엘 우파연합 정부와 시온주의자 정착민들의 탄압과 도발 강화에 대한 반발로 팔레스타인의 “제3 인티파다” 출현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이미 제기되던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점령당한 영토에서 매일 같이 암살, 탄압, 가옥 철거, 자의적 체포, 공격에 직면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가 안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영구적인 2등 시민의 지위로 내몰려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하마스의 행동은 팔레스타인 영토 안에서 축하받았다. 억압자에 맞선 저항, 모든 제국주의 국가들이 제거하고 싶어 하는 저항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하마스의 무장 침투는 이스라엘 국가라는 “골리앗”이 팔레스타인의 저항이라는 “다윗”에 의해 약화된 이미지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중동 전역의 아랍인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는데, 그들 또한 제국주의 세력의 억압에 고통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민중이 스스로를 방어하고 학살적인 이스라엘 국가의 공격에 저항할 권리를 지지한다. 우리는 제국주의가 이스라엘의 점령에는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팔레스타인 민중을 테러주의로 비난하는 위선을 규탄한다. 그러나 군 시설과 민간인을 모두 공격한 하마스 민병대의 행동은 네타냐후와 제국주의 국가들이 전쟁 선포를 쉽게 정당화할 수 있도록 활용되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 정부는 야당과 비판 세력을,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 공격을 지지하도록 줄 세울 수 있었다. 우리는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거부한다. 우리는 투쟁에서 필수적인 팔레스타인 주민들, 이스라엘 안에 거주하는 아랍인들, 그리고 시온주의 및 그 범죄적 정책에 반대하는 유대인 노동자계급 부문 간의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그리고 체계적인 팔레스타인 차별정책에 대한 규탄을 중심으로 구축돼야 할) 단결을 방해하는 하마스의 방식을 공유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스라엘 영토 전역에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하마스의 강령과 전략을 공유하지 않는다. 오슬로 협정을 통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NA)가 추진한 “두 국가” 정책이 완전한 실패로 입증된 만큼이나 하마스의 제안 역시 진보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타도하라! 아랍인과 유대인이 함께 사는 노동자계급과 사회주의 팔레스타인을 위해!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이스라엘 국가의 범죄는 숨길 수 없으며, 오랫동안 활동가들과 지식인들에 의해 비난받아 왔다. 유대인 역사가 일란 파페는 이스라엘 국가가 “점증하는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숫자가 이를 증명한다. 이스라엘 점령지 인권정보센터(B'Tselem)에 따르면 2000년 이후 10,5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군대 또는 경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이스라엘 교도소에는 어린이를 포함해 약 5,00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가 갇혀 있다. 네타냐후와 극우 정부 아래서 이러한 범죄는 새로운 규모에 이르렀는데,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점령지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국가 안에 거주하는 아랍인들을 상대로도 저질러지고 있다. 극우 정부 관리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추방하고 서안지구를 합병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이것은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70년 이상 계속해서 싸워온 식민지 억압이다. 이를 바탕으로 BDS(보이콧과 투자 철회 그리고 제재)와 같은 국제적인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이스라엘 국가의 범죄를 거부하는 유대인 출신 단체와 개인을 포함하여 광범위한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두 국가 해법”의 실패와 이스라엘 극우파의 새로운 공세에 직면한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아랍인·유대인 노동자계급과 함께 시온주의에 반대하는 대규모의 조직적인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이란을 휩쓸었던 대규모 운동처럼) 최근 몇 년간 제국주의와 자국 정부에 맞서 독자적인 투쟁을 시작한 중동 전역의 청년운동, 노동자운동, 페미니스트운동과 결합하는 것이다. 이 힘은 이스라엘 경찰국가와 이를 뒷받침하는 제국주의 세력에 능히 맞설 수 있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시온주의 국가를 해체해야만 한다. 우리는 팔레스타인 민중의 민족자결권을 옹호하며, 중동 사회주의 연방으로 나아갈 전망을 가진 노동자 사회주의 팔레스타인을 위해 투쟁한다. 우리는 제국주의를 포함해 모든 억압과 착취의 종식을 목표로 하는 국가만이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과 아랍인·유대인의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공존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 임무는 이 지역 전체의 노동자계급과 농민들에 의해 수행돼야 할 것이다. 팔레스타인 대중과 (그 정부가 시온주의 국가와의 관계를 정상화했거나 정상화하려고 하는) 아랍 대중 간의 단결이 핵심이다. 이스라엘 국가의 범죄에 대한 모든 비난을 억누르기 위한 “반유대주의”라는 거짓 비난에 맞서, 우리는 네타냐후가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학살에 맞서 팔레스타인 민중과 연대하여 시위할 권리를 옹호한다. ‘제4인터내셔널-트로츠키주의분파’(FT그룹)에 속한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들은 팔레스타인 민중을 지지하기 위해 단결된 행동과 시위를 조직하자고 호소한다. 폭격과 이스라엘의 군사 개입을 중단하라! 팔레스타인을 더 깊은 불행에 빠뜨리는 모든 제재, 봉쇄, 대량 보복 조치를 중단하라! 모든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석방하라!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하라!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원조를 중단하라! 이스라엘과의 모든 정치적·군사적 협정을 파기하라! 양준석 옮김 원문: https://www.leftvoice.org/declaration-stop-israels-airstrikes-and-military-intervention-against-the-palestinian-people/2023-10-14 | 조회 2,130 -
사드 반대 투쟁에 함께하는 노동자들노동자투쟁에 함께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노동조합 중에 아사히비정규직지회가 있다. 노조를 만들자마자 해고된 자신들의 복직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에 앞장서는 모습으로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동지들이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의 발걸음이 닿는 곳은 통상적인 ‘노동조합 투쟁’ 범위를 넘어선다. 수년째 사드 반대 투쟁이 벌어지는 소성리도 그중 하나다. 아사히 동지들의 연대 사례를 보면서, 노동자 운동이 사드 반대 투쟁 같은 정치쟁점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함께 고민해 보자. 15차 범국민 평화행동 9월 2일 경북 성주군 소성리에서 사드철회평화회의 주최로 15차 범국민 평화행동 집회가 열렸다. 8월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지배계급의 군사적 결속을 다지는 정상회의가 열렸는데, 이를 규탄하듯 집회 무대에는 “사드 철거!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 반대!” 구호가 크게 내걸렸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 회원들도 이날 집회에 참여해 한미일 군사동맹 반대 구호를 함께 외쳤다. 2017년 4월 26일 사드 장비가 처음 소성리에 반입된 이래 6년이 지나는 동안, 여러 반전 평화운동 단체, 종교단체, 학생단체, 정당 등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싸워왔다. 투쟁 현장에 나붙은 수많은 현수막을 보면 사드 철거, 평화, 민족자주 등 소성리 투쟁을 지지하는 개인과 단체들의 열망을 읽을 수 있다. 구한말 동학농민운동을 연상시키는 ‘척양척왜(斥洋斥倭)’ 같은 구호도 눈에 띄었다. 그동안 구미 아사히비정규직지회가 꾸준히 소성리 투쟁에 연대해 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날도 역시 아사히 동지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구미에서 노동자 공동투쟁의 기풍을 살려가고 있는 KEC지회,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동지들도 함께했다. 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은 먹튀 자본 닛토덴코를 규탄하며 고용보장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았고, 집회 참가자들이 줄지어 서서 서명에 동참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사드 반대 투쟁에 함께하는 노동자들 민주노총 통일선봉대처럼 민족주의 지향이 강한 노동자들이 사드 반대 투쟁에 참여하는 장면은 익숙한 편이지만, 아사히비정규직지회 같은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이 투쟁에 계속 연대하는 모습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아사히 동지들이 어떤 생각으로 이 투쟁에 연대하게 됐는지, 이곳에서 무엇을 겪었는지 더 들어봤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차헌호 지회장은 국가권력의 가공할 폭력을 첫 번째로 꼽았다. 9년째 투쟁 중인 아사히 노동자들 자신도 자본가들의 악랄한 작태만이 아니라 경찰과 법원을 앞세운 정권의 체계적인 탄압을 겪어왔다. 하지만 그것조차, 소성리 주민들이 겪어온 압도적인 폭력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동안 지역 주민들은 정부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다. 지배자들이 떠들어대는 민주주의는 여기에 존재하지 않았다. 저항하면 일방적으로 폭행당하며 끌려 나왔다. 투쟁하는 노동자를 짓밟는 바로 그 국가권력이 이곳에선 주민들의 저항을 짓밟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며 아사히 노동자들은 소성리 투쟁에 연대하기로 마음먹게 됐다. 그 과정이 마냥 ‘자연스럽게’ 이뤄진 건 아니라고 한다. 차헌호 지회장은 ‘아주 의식적인 노력’이 투여됐다고 강조한다. 지회에서 꼼꼼하게 토론하고 교육을 배치하며 집단적 결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쳤다. 함께 전진하기 이와 같은 연대는 반대로 소성리 주민들이 노동자투쟁의 현실을 이해하고 노동자 운동을 지지하도록 이끄는 역할을 했다. 주민들이 직접 아사히비정규직지회 결의대회에 참가하기도 했고, 2017년에는 ‘투쟁사업장공동투쟁’의 광화문 고공 농성장을 방문해 힘을 실어줬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노동자의 권리가 존중되지 않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를 온전히 실현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돌았다고 한다.(관련 글) 정권이 앞장서서 조장하는 노조혐오 십자포화에 맞서 노동자투쟁에 대한 사회적 지지와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 힐끗 보여준 듯하다. 이 사례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중요한 질문을 던져준다. 조합원들만의 임금과 고용을 위한 편협한 요구를 넘어서지 않은 채 노동자 운동이 사회적 고립을 탈피할 수 있을까? 억압받는 민중의 권리를 위해 앞장서서 투쟁하지 않으면서 노동자 운동이 ‘세상을 바꾸는’ 힘을 끌어낼 수 있을까? 소성리 주민들은 힘겹게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도 상황이 어려운 건 매한가지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기 사업장 안으로만 움츠러드는 게 아니라 정반대로, 더 넓은 시각으로 연대운동을 만들어가야 더 강력한 지지를 끌어내며, 더 힘차게 싸울 수 있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이 바로 그 증거다. 방향을 분명하게 소성리 투쟁에 연대하는 노동자들은 두말할 나위 없이 이 투쟁이 승리하기를 바란다. 한반도에서의 제국주의 경쟁과 전쟁 위기 고조는 노동자 민중 모두의 생명과 생존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역만의 투쟁으로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15차 범국민 평화행동의 대표 구호가 선명하게 제기한 것처럼, 이 사안은 단지 특정 지역에서 사드 장비를 철수시키는 데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 시도 자체를 꺾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계급이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 시도에 제대로 맞서려면, 정치적 방향성을 바로 세우기 위한 토론이 노동자 운동 속에서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제국주의 패권에 맞선다는 정당한 명분 아래 한미일 군사동맹에는 반대하면서도, 그 맞은편에 제국주의 경쟁의 다른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중국, 러시아, 북한에 대해서는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지지하기까지 하는 그릇된 경향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현실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이런 시각으로는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대중 속에서 설득력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한미일 군사동맹에 맞선 투쟁은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줄서기가 이뤄지고 있는 제국주의 패권 경쟁 자체에 맞선 투쟁이어야 한다. 경쟁자를 불리하게 만들면서 자신의 세력권을 확대하려는 지배자들 간의 경쟁에서 우리는 누구 편도 들어서는 안 된다. 실제 힘을 만들기 위해 그와 더불어 노동자 운동이 실제로 국제적인 연대의 힘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경험과 역량을 키워갈 필요가 있다. 지배계급이 군사동맹을 추진하며 전쟁 위기를 고조시킨다면, 노동자계급은 국경을 넘어 ‘노동자계급끼리’ 손잡고 전쟁 반대 동맹을 추진해야 한다.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제국주의 열강 내부에서부터 체제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노동자계급의 저항을 조직하는 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의 경우, 한국에서 한창 ‘반일’ 분위기가 고조되던 상황에서 아사히 본사를 겨냥한 일본 원정 투쟁에 나선 바 있다. 이는 ‘일본 놈들 때려잡자’는 식의 민족주의적 행동이 아니라 이 투쟁을 지지하는 일본 노동자와 한국 노동자가 함께 손잡고 자본가에 맞서 시위를 벌이는 국제적, 계급적 연대였다. 또한 그렇게 연대했던 일본 노동자들이 반전 투쟁을 요구로 내걸고 실제로 그런 활동을 조직하는 모습이 아사히 동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우리 운동에서 이런 경험은 아직 미약하다. 그러나 노동자 운동이 ‘우리 민족끼리’나 ‘척양척왜’ 같은 협소한 민족주의 전망을 넘어 제국주의 경쟁체제를 근본적으로 뒤엎을 수 있는 노동자계급 국제연대의 가능성을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그 가능성을 증폭시키는 데에서 승리의 전망을 찾아보자.2023-09-26 | 조회 2,888 -
노동자의 힘은 강하다! 철도파업, 함께 싸워 승리하자!사진: 철도노조 9월 14일부터 4일간,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한다. ‘교육개악·연금개악·노동개악’을 3대 과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는 대체인력 및 대체수송차량 투입, 불법 엄단 등을 내세우며 공격을 예고했다. 이미 연금개악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상황에서, 이번 공방전은 윤석열 정부의 3대 개악 모두에 맞선 전투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무대다. 철도노조가 내건 3대 핵심 요구는 모두가 정당하며, 전체 노동자 민중의 공동 요구와 결부돼있다. KTX-SRT 통합, 민영화 분쇄 KTX-SRT 분리 운영은 경쟁체제 도입을 앞세운 자본가 정부의 철도 쪼개기에서 비롯됐다.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SRT와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로 분리해 운영하는 이원체제는 수많은 문제점을 잉태해왔다. 분리운영에 따른 낭비는 철도 요금 인상의 빌미가 되었고, 철도 산업 노동자들의 처지를 악화하는 배경 중 하나였다. 가령 운전 분야를 제외한 여타 분야를 전혀 갖추지 못한 채, 오직 경쟁체제 도입을 명분으로 만들어진 ㈜SR은 외주용역화를 밀어붙였다. 고객센터 업무를 민간위탁했고, 신규 발주한 14편성의 차량정비업무를 로템에 위탁하고 있다. 그럼에도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외주용역화는 정부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미 SR 설립이 간접적 민영화임을 극명히 보여준다. 고객센터 업무와 정비 업무가 민간기업 운영으로 넘어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철도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는 경로가 ㈜SR의 실체다. 게다가 지속되는 적자 확대를 빌미로, 자본가 정부는 국민의 부담 경감을 내세우며 SR의 전면적인 민영화로 나아갈 것이다. 이는 철도공사도 마찬가지다. 작년 6월 윤석열 정부 첫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철도공사는 공기업 중 유일하게 최하 등급인 'E'(아주 미흡)를 받았다. 잇따른 철도 사고와 함께, 부채가 2017년 14조 8,808억원에서 지난해 18조 6,608억원으로 늘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이러한 부채 확대는 역설적으로 철도공사가 공공성을 담당한 결과이다. 철도공사는 승객들이 많지 않지만 반드시 운영해야 하는 노선들, 가령 무궁화호, 새마을 등을 운행한다. 이 분야들은 모두 적자여서, KTX 수입으로 철도공사가 적자를 메우는 구조다. 반면 SR은 오직 고속철도만 운영해 철도 공공성에 하등 기여하지 않는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활용해, 자본가 정부는 철도공사 적자와 국민부담 경감을 내세우며 경쟁체제를 강화하고 민영화의 명분을 확대하고자 한다. 결국 SR과 철도공사로 이원화한 경쟁체제는 철도공사 적자 누적을 명분으로 철도공공성을 훼손하면서 민영화를 밀어붙이기 위한 수순인 셈이다. 이번 파업에서 철도노조가 내건 ‘KTX-SRT 통합’ 요구는 민영화 계획에 맞서 철도산업의 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한 정당한 요구다. 이는 철도요금 인하와 적자 완화를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KTX-SRT 이원화에 따른 낭비만 없어도, 적자 폭은 크게 준다. 나아가 철도공공성 확대를 위해, 정부가 내세우는 ‘적자’ 논리 자체에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은 사회구성원 전체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해 운영해야 하고, 따라서 자본주의 회계기준에서 적자는 당연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논점은 이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인데, 그 핵심은 어느 ‘계급’이 그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다. 자본가 정부는 그 비용을 국민, 즉 노동자 민중과 철도 노동자들에게 청구하려 하는 반면, 철도노동자들과 노동자 민중은 그 비용을 자본가들과 가진자들에게 법인세 인상과 기업의 철도사용료 인상 등으로 청구하고자 한다는 것이 진정한 논점이다. 철도노동자들과 함께, 우리는 후자를 단호하게 지지한다. 사진: 철도노조 경쟁체제·직무급제 분쇄 윤석열 정부는 기만적인 경쟁체제를 확대할 방법만 찾는다. 소위 ‘국민 부담 경감’을 내세운 SR-철도공사 경쟁체제는 적자 타령과 함께 끝없이 확대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9월 1일부터 전라선·동해선·경전선 SRT 3편성을 확대하고, 주중 경부선 SRT 운행 열차를 축소했다. 하루 2회 운영에 그쳐 실효성이 미미한 전라·동해·경전선에 SRT를 투입하고, 승객이 많은 수서~부산 운행을 줄여 불편을 가중하는 조치였다. 철도노조는 승객들의 불편을 감안해 수서~부산 KTX 투입을 제안했지만, 경쟁체제 확대에 혈안인 정부는 거부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KTX와 SRT는 동일한 차종이며, 지금도 SRT가 고장나면 KTX를 수서까지 운행한다. 수서에서 KTX를 SRT와 연결해 중련열차로 운행한다면1), 아주 간단하게 좌석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철도노조의 제안을 단칼에 거부하는 상황은 KTX-SRT 경쟁체제를 확대하겠다는 강경한 의지 말고는 설명할 수 없다. 경쟁체제 확대로 철도산업 노동자들을 밑바닥으로 내몰고, 장기적으로 민영화 확대라는 자본가 정부의 목적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1) 중련운행. 두 개 이상의 열차를 하나로 연결하는 방식. 하지만 이것은 정부가 경쟁체제 도입 명분으로 제시한, ‘국민 편익 향상’과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의 말처럼, “경쟁체제를 도입했던 이유가 국민 편익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해서 도입을 했는데, 이제는 거꾸로 경쟁 체제 유지가 목적으로 둔갑해 국민 불편은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결국 국민 불편 해소는 빈껍데기고, 본질은 경쟁체제 확대를 통한 노동자 공격이다. 실제로 SR 출범 이후 철도공사 적자가 (당연히) 확대되자, 정부는 적자를 이유로 인건비를 축소해왔다. 정부는 인건비 감축을 명분으로 연간 1,400여 명 정도의 추가 필요인력을 채용하지 않았는데, 이는 사고 증가와 노동조건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임금인상 최소화는 두말할 것도 없다. 인력 확충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서, 철도노조가 쟁취한 4조 2교대마저 제한적·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온전한 4조 2교대 도입의 필수 전제인 인력충원이 이뤄지지 않아 인력난이 심해진 상황에서, 숙련도가 떨어지는 노동자들이 투입되면서 잦은 사고가 발생해왔다. 철도사고는 2021년 48건에서, 2022년 66건으로 늘었다. 열차 궤도 이탈만 세 차례나 있었다. 최근 사고로 사망한 철도공사 직원만 4명이다. 특히 작년 오봉역 사망사고의 경우, 빈번한 중대사고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냈다. 사망사고를 일으킨 화물열차 기관사는 수습 직원이었고, 3인 1조로 해야 하는 작업을 2인 1조로 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인력부족이 초래한 전형적인 인재였다. 그런데 이 인재에 대해 정부의 대처는 적반하장이었다. 범인은 처벌되기는커녕 추가 살인을 준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오봉역 사고를 핑계로 철도공사에 3조 2교대로의 근무형태 환원을 명령했다. 이런 철면피한 범죄행각은 직무성과급제 도입으로 철도노조 내부로까지 경쟁체제를 확대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서도 핑곗거리는 같다. 철도공사는 경영손실과 정부의 강도 높은 혁신 요구에 따라 자체 개혁방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는데, 직무·성과 중심 직무급제 고도화를 핵심 추진방안으로 제시했다. 동일 직급이라도 직무난이도와 업무강도 등에 따라 급여 수준을 차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2급 이상 직원에게 적용하고 있는 성과연봉제를, 3급 이하의 전 직원으로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KTX-SRT 경쟁체제 도입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직무성과급제 확대를 통해 경쟁체제를 전면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노동자를 원자화시켜 노조를 약화하고, 노동자의 피와 땀을 갈아 넣어 자본가들에게 헐값의 철도서비스를 선물하고, 민영화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선언이다. 나아가서 철도 직무급제 확대는 윤석열 정부의 직무급제 도입과 노동개악의 물꼬를 여는 것이다. 이에 맞서 철도노조가 제기하는 “4조 2교대 완전 실현”, “인력충원”, “직무급제 철폐” 요구는 철도노조 사수와 함께,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에 맞서 전체 노동자운동을 대변하는 요구다. 사진: 철도노조 정당한 투쟁, 파업의 파괴력을 끌어올리자! 철도노조는 정당한 투쟁을 멈출 생각이 없다. 그러나 자본가 정부도 노동개악과 민영화를 중단할 생각이 없고, 오히려 확대할 궁리만 하고 있다. 철도노조의 요구는 전체 노동자 민중의 요구를 대변한다. 반면 자본가 정부의 요구는 자본가들과 가진자들의 요구를 대변한다. 반대 방향에서 두 계급의 열차가 달려오고 있다. 오직 전투의 결과만이 앞으로 어떤 길이 펼쳐질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다. 철도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전체 노동자계급의 투쟁력을 극대화해 승리의 길을 열어야 한다. 우선 투쟁 전면에 선 철도노동자들의 투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큰 걸림돌은 자본가 정부의 공격이다. 철도노조의 파업투쟁은 막대한 파괴력을 발휘해왔다. 이 파괴력을 경감시키기 위해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필수유지업무제도다. 66%가량의 운송율 유지를 전제로, 필수인력을 선정해 파업권을 박탈하고, 이것도 모자라 대체인력 투입까지 합법화하는 필수유지업무제도는 철도 파업의 허리를 절단하는 대표적인 노동악법이다. 이 필수유지업무제도는 공공부문 핵심사업장 노조들의 파업 위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 수단이 되어왔고, 그 직격탄을 맞아 철도노조 파업이 발휘하는 힘은 상당히 약화되어왔다. 단 2-3일 파업만으로 철도산업 전반을 마비시킬 수 있었던 철도파업은, 필수유지업무제도 도입 이후 장기파업으로 투쟁 효과를 누적시키지 않고서는 제대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당장 필수유지업무제도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모든 조합원이 함께 전면파업에 돌입할 수 없다면 말이다. 그 점에서 한시적 파업만으로 철도노동자들이 가진 힘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파업의 단기 효과를 사실상 좌우하는 운전 분야의 낮은 파업찬성률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운전 분야의 낮은 파업찬성률은 전 노조집행부 양보교섭의 결과다. 전 집행부는 대법원 판결로 인정받은 통상임금마저 포기했고, 이는 연봉총액 기준 3% 이상의 임금에 대한 영구적 삭감을 받아들이는 굴복이었다. 이것은 철도 파업의 중심축으로 기능해온 운전 분야의 투쟁력과 노조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결정적 요인이었다. 역설적으로 전 집행부와 달리 투쟁의 길을 선택한 현 집행부가 단호한 결의를 증명한다면, 운전 분야 노동자들의 파업투쟁 열의는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반면 차량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파업 찬성률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운전 분야와 비교할 때, 이 노동자들의 파업 파괴력은 긴 파업을 통해 온전히 드러날 수 있다. 따라서 운전 분야로 파업열기를 확대하고, 차량·운수·전기 노동자들의 파업 파괴력을 누적시키기 위해 보다 장기적인 투쟁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파업 과정에서 파업노동자들의 분노와 투쟁결의는 얼마든지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 물론 정부와의 정면대결을 뜻하는 장기투쟁은 조합원 자신의 결의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파업을 확대하는 전망을 토론하고, 조합원들이 주체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파업과정에서 필요해 보인다. 그에 더해, 필수유지업무로 파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필수유지인력의 투쟁력을 결합시키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정부는 파업 파괴력을 약화하고자 대체인력 투입을 공공연하게 천명하고 있다. 정부는 필수유지인력 9,300명에 더해, 대체 기관사·군인력 포함 대략 6,000여 명의 대체인력 투입을 예고했다. 필수유지업무에 묶인 60% 이상의 조합원들이 태업과 대체인력 투입 저지 현장투쟁을 벌이며 철도노조으ㅇ 전체가 하나로 단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필수유지업무제도 도입으로 동강 난 파업의 허리를 이어내는 고리가 될 것이다. 파업을 준비하며 진행한 안전운행투쟁에서, 철도노동자들은 이 가능성을 이미 증명했다. 서울차량지부·호남고속차량지부·부산고속차량지부·구로승무지부 등에서 벌어진 현장투쟁에서, 철도노동자들은 철도법을 능동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태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가령 서울차량지부에서는 안전운행투쟁, 즉 태업을 공격하기 위해 관리자와 대체인력은 물론 철도경찰까지 투입되었지만, 조합원들은 끝까지 대체인력 투입을 저지하며 투쟁을 전개했다. 파업투쟁 과정에서 이런 투쟁의지를 모아 다양한 현장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면, 파업에 직접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전면적 투쟁과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태업·대체인력 저지투쟁을 하나로 결합할 수 있다. 이는 철도노동자들의 단결로 파업의 힘을 배가할 수단이 될 것이다. 사진: 철도노조 노동개악에 맞서 전선을 확장하자! 철도산업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철도파업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에 맞서는 결정적 무대다. 또한, 철도파업의 성패는 10월, 11월 공공운수노조 공동파업 기세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철도파업은 전체 노동자들의 연대로 전진해야 한다. 돌아보자. 작년 화물연대 파업투쟁 당시, 연관산업인 철도노조의 연대투쟁은 미약했다. 이번에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화물·교통부문 노동자들의 연대와 단결이 중요하다. 철도와 함께 대도시 승객수송의 핵심축인 도시철도, 지하철, 버스노동자들도 철도파업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확대해야 한다. 철도파업에 연대하는 화물·교통부문 노동자들의 준법투쟁 역시 적극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정부의 공격이 전면화하면, 공공부문 연대총파업을 비롯해 민주노총 총파업도 열어두어야 한다. 이런 계급적 연대투쟁을 능동적으로 확산하기 위해, 철도노동자들이 연관산업 노동자들과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연대를 독려하는 사업장 순회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민영화 중단,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연금개악 반대 등의 요구로 파업을 준비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과의 적극적인 연대행동도 개척할 필요가 있다. 이런 연대행동은 이번 철도파업을 넘어, 공공운수노동자 공동파업과 노동개악에 맞선 민주노총 투쟁전선을 확장하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철도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모든 노동자의 투쟁이다. 굳센 노동자 연대로 윤석열 정부에 맞선 노동자 투쟁전선을 열자. 노동자의 힘은 거대하다. 이 힘의 전면적 동원을 겁내지 말자! 사진: 철도노조2023-09-12 | 조회 2,193 -
제국주의 경쟁 격화와 동아시아 전쟁 위기 -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이 글은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이 8월 12~13일 개최한 2023 정치캠프 ‘위기‧전쟁‧혁명’의 2일차 메인 세션 “제국주의 경쟁 격화와 동아시아 전쟁 위기”의 논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발제문과 토론문은 전진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격화하는 미중 패권 경쟁 8월 18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회의가 열렸다. 한미일 자본가 정부의 수뇌들은 소위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 운운하며 또다시 중국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핑계로야 늘 북핵을 먼저 내세우지만, 미 제국주의가 찍어 누르려는 진짜 주적이 중국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이들은 “남중국해에서의 중화인민공화국에 의한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과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하게 반대”하며,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간 전략적 공조를 강화”해 “3자 훈련을 연 단위로, 훈련 명칭을 부여해 여러 영역에서 정례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오늘날 제국주의 양강의 하나인 중국 역시 물러설 기미가 없다. 19일 중국 환구시보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가 신냉전으로 나아가는 진군나팔을 부는 격”이라 비난했다. 특히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속여서 이들이 자국의 국익을 기꺼이 포기하고, 미국을 위해 신냉전의 제일선에 보초를 서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미 제국주의의 하위 파트너 일본과 한국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앞서 중국 싱하이밍 주한대사가 민주당 이재명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며 외교적 관례에 어긋나는 설화(舌禍)를 일으킨 것도 잘 알려진 일이다. 이처럼 미중 간 긴장이 지속적으로 고조되는 와중에도, 천둥벌거숭이 같은 윤석열 정부는 미중전쟁의 최전선에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은 채 한미일 삼각동맹에 올인하고 있다. 21일 윤석열은 “‘안보가 위험하다’는 식의 주장이 있다는데, 3국 협력을 통해 우리가 강해지면 외부의 공격 리스크가 줄어드는데, 어떻게 안보가 위험해진다는 것이냐”며 도리어 큰소리를 쳤다. 하기야 날이 갈수록 제국주의 대리전 성격을 명확히 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현장을 방문해 뚱딴지같이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의 각오”와 같은 소리를 늘어놓았던 치에게 대체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미중 패권 경쟁으로 동아시아 전쟁 위기가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열린 이번 정치캠프와 토론회의 의미는 그래서 결코 적지 않다. 동아시아 노동자 민중의 국제연대야말로 노동자 민중의 진짜 안전보장을 위한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발제: “당신은 전쟁에 관심이 없을지 몰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 오연홍 동지는 트로츠키가 남긴 말로 알려진 문구를 인용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격화하는 미중 패권 경쟁의 양상을 살펴볼 때 노동자 민중이 전쟁 위기에 무관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일대일로 사업을 벌이며 팽창주의를 취하는 중국 자본주의의 모습은 중국 자본주의의 축적 논리 자체에 기반한 것이며, 이는 “세력권의 재분할을 향한 도전을 지시”하게 된다. 중국 자본주의의 이러한 요구는 미국 자본주의 입장에서는 “살점을 떼어달라”는 요구와 다르지 않다. 이미 20세기 초반, 제국주의 강대국 사이의 세력권 재분할이 야만적 세계대전으로 치달았던 참혹한 비극을 인류는 생생히 경험했다. 당시 레닌은 강대국마다 불균등한 자본주의 발전 속도 때문에 벌어지는 자본 축적과 세력권 분할 사이의 불균형을 없애는 데서 전쟁 말고는 다른 어떤 수단도 없을 것이라 예견한 바 있다. 오연홍 동지 역시 경쟁하는 세력들이 충돌하며 세력 관계의 재조정이 이루어지는데, 그 결과가 각 세력의 힘에 조응하는 합당한 재조정인지 검증하는 길은 서로의 힘을 직접 시험해보는 것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전쟁에서 가장 격심하게 희생되는 계급은 언제나 노동자들이다. 오연홍 동지는 구체적으로 대만해협의 위기가 미중 간의 전쟁으로 번진다는 가정 아래, 한국은 어떤 시나리오를 검토하더라도 제국주의 전쟁의 한복판에 휘말려 들어간다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은 전체 노동자 민중이 “제국주의 경쟁이 부추기는 전쟁 위기에 때늦지 않게 대응하면서, 이 위기를 끝장낼 수 있을까?”가 된다. 역사는 이미 해답을 제시한 바 있다. 1917년 러시아혁명이다. 오연홍 동지는 “제국주의 경쟁과 전쟁이 국가권력 수준의 충돌인 이상 노동자가 국가권력을 손에 넣어야 실질적인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은 당연한 일”이라며, “결정적인 반제반전 운동은 곧 노동자혁명을 향한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당장 우리 눈 앞에 펼쳐진 노동자 운동의 상태나 일상을 장악한 자본주의 정신을 보면 너무 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오늘날 자본주의가 전쟁 위기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위기를 동시다발로 일으키며 우리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대중의 정서가 급진적으로 바뀔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날 때 “우리가 총체적인 정치 대안을 제시하는 세력으로 대중 앞에 설 수 있는가 하는 점”이 핵심이다. 노동자 운동의 계급적, 정치적, 국제적 역량을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 실천이 필요하다. 토론: 노동자계급의 국제주의적 연대를 향하여! 발제에 이어 세 동지의 토론이 진행됐다. 먼저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의 김정열 동지가 조선업 현장에서 이주노동자를 조직해온 계급적 연대 사례를 발표했다. 김정열 동지는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 간사로서 노동자 건강권 활동도 하고 있는데, 특히 석면 산업이 제3세계 국가로 이전되는 과정을 지적하면서 제국주의 수탈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조선업 하청업체에 대거 고용된 이주노동자를 조직하는 활동을 소개하면서, 성별‧직종‧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이 여전한 현장에서 이주노동자 차별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 토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노동자 국제주의 원칙 아래 계급적 연대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의 의미는 대단히 크다. 참석자들 모두 같은 뜻으로 김정열 동지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다음으로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차헌호 동지가 “사드 투쟁으로 경험한 제국주의와 전쟁 위기”라는 주제로 2017년부터 8년째 이어오고 있는 성주 사드기지 투쟁에 연대한 경험을 발표했다. 사드 투쟁 현장에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국가권력의 야만적 폭력이 자행된다며, 그럼에도 왜 ‘좌파’ 동지들은 사드 투쟁에 잘 오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관해 오연홍 동지는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반제반전 운동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기후정의 운동, 노동자들이 주도하는 페미니즘 운동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며, 넓게 보면 노동자 운동이 조합주의적, 경제주의적 약점과 한계를 뚫고 나가기 위한 의식적 실천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또 아사히비정규직지회가 2015년부터 일본을 방문해 일본 노동자들과 함께 아사히글라스 본사에서 연대투쟁을 벌인 경험을 소개하며, 일본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아사히글라스 본사에 항의하는 투쟁을 보고 배운 덕분에 2019년 도로공사 톨게이트 투쟁 때 아사히비정규직지회도 김천 도로공사 본사 연대집회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학생사회주의자연대의 김종형 동지는 전쟁이 터지면 가장 큰 희생을 치를 계층이 청년‧학생인데도 왜 청년층이 전쟁 위기에 무관심하며 나아가 중국과 제3세계 국가에 혐오 정서를 보이는지를 분석했다. 김종형 동지는 애국주의와 국가주의가 청년‧학생에게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청년층이 미국과 일본과 같은 제1세계 국가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청년층을 지배하는 능력주의가 국제관계를 인식하는 데서 어떻게 발현하는지에 대한 분석도 필요해 보인다. 참가자 토론: 중국과 러시아는 제국주의 국가인가? 간단한 질의응답 이후 진행된 플로어 토론에서는 먼저 울산 노동자 동지들이 진행해 온 미얀마 항쟁 국제연대에 대한 상황 공유가 있었다. 울산의 한국 노동자들이 미얀마 항쟁에 지속적으로 연대하는 실천을 벌이면서, 미얀마 이주노동자들이 과거에는 한국 사업주에게 저항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사업주들에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 이를 스스로도 가장 달라진 모습이라고 이야기한다는 사례가 공유됐다. 노동자 국제주의를 실천해 나가는 것은 이처럼 멀리 있는 일이 아니다. 이어진 참가자 토론의 주요 주제는 중국과 러시아를 제국주의 국가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점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볼셰비키그룹’ 동지들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철폐하는 것이 사회주의자의 근본 지향인데, 중국은 기간산업의 70% 이상이 국영기업으로, 국가 소유가 지배적인 사회다, 즉 사적 소유가 철폐된 사회이기 때문에 미국과 갈등을 일으킨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는 중국을 모종의 노동자국가로 이해하는 논리다. 또한 볼셰비키그룹 동지들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해서도, 러시아는 최저임금이 베트남보다 낮고 기술력이 후진적이기 때문에 제국주의로 규정할 수 없다, 미국을 정점으로 한 제국주의는 금융자본의 초과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팽창정책을 의미하는데, 서방 제국주의가 푸틴을 반대하는 것은 푸틴이 서방 금융자본의 착취를 제한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자는 미 제국주의와 하수인의 패배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관해 사회주의를향한전진 동지들의 반박이 이어졌다. 첫째, 중국이 자본주의, 제국주의 국가인지 여부다. 발제자 오연홍 동지는 사회주의자들이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 폐지를 위해 투쟁하는 이유는 법률적 소유 형식의 변경을 위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이 자기 노동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는 현실에 반대하고 노동자들의 자주적 사회 운영을 실현하려는 취지라고 응답했다. 중국을 모종의 노동자국가라고 부르면 무엇보다도 중국에 진출한 자본가들이 제일 먼저 비웃을 것이라며, 중국은 노동자계급의 자주적 통제와 전혀 무관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러시아를 제국주의로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전진 동지들은 1차 세계대전기에 러시아는 현재보다도 더 낙후한 후진 자본주의 국가였음에도 레닌은 러시아를 제국주의라고 규정했는데, 이는 당시 러시아가 주로 금융자본의 힘에 의존한 다른 제국주의 열강 유형과는 달리 주로 군사력을 동원해 식민지를 강점하고 세계 패권을 추구했기 때문이며, 오늘날 러시아가 선진 기술은 취약할지라도 레닌이 ‘군사적 제국주의’라고 표현했던 속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를 제국주의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1980년대 대중적인 반미반핵 운동으로 한반도에서 쫓겨난 미군의 전략 핵잠수함이 수십 년 만에 부산항에 입항했지만 이번에는 대중적 분노가 터져 나오지 않는다. 그 사이 북한의 핵무장이 이뤄지고, 중국의 제국주의적 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제반전 운동에 취약했던 좌파 운동의 반성은 있어야 하나, 북한의 핵무장과 중국의 제국주의 속성에 대해 말하지 않는 통일운동은 더이상 청년층을 감동시킬 수 없다’는 발언이 있었다. 또 다른 동지는 ‘노동자 국제주의란 노동자계급의 국제적 단결을 이루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노동자계급의 국제적 단결을 억압하며, 자국에서 자주적인 노동조합 운동과 파업권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에게 중국과 러시아를 방어해야 한다, 이 나라는 제국주의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사회주의란 사적 소유를 철폐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노동자계급에게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대답하는 것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제국주의 진영의 분할과 대립이 가속화할수록, 제국주의 양대 진영의 지배계급 모두에 반대하고 자국 지배계급의 패배를 향해 진군하려는 노동자 국제주의 운동은 어설픈 양비론으로 매도되기 십상이다. 오연홍 동지가 언급했듯이, 1차 세계대전 한복판에서 ‘제국주의 전쟁을 내전으로’라는 구호를 내세웠던 혁명가 레닌이 러시아에서 ‘독일의 간첩’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다른 길은 없다. 오직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국제연대가 미증유의 전쟁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2023-08-30 | 조회 2,031 -
[기고]프랑스 연금개악 반대투쟁의 교훈: 노동자계급은 어떻게 승리로 나아갈 수 있는가* 본 내용은 프랑스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 '연속혁명'의 활동가 아르쑤르(Arthur) 동지와 전진이 7월 16일 온라인 토론을 진행한 내용을 토대로 정리한 것입니다. ᅠ 지난 12일~13일 전진에서 준비한 정치캠프에 참여했다. 나는 대학교에서 노학연대 활동을 하며 사회학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세션 중 특히 프랑스 연금개악 반대투쟁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지난 학기 학교에서 유럽정치에 관한 수업을 들었기에 더 관심이 갔다. 특히나 프랑스 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라니! 이런 일은 흔치 않겠다 싶어 신청했다. ᅠ 프랑스에서 지난 몇 달간 가장 이슈가 되었던 일을 뽑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마크롱 정부의 연금개혁 문제였을 것이다. 마크롱 정부가 1월 10일 발표한 연금개혁안의 핵심은 퇴직 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늘리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더 일하다 죽어라"라는 내용의 연금개악안이었다. 불과 몇 년 전이었다면 나는 "도대체 정년을 늘리는 게 왜 문제지?"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한국의 많은 노동자는 정년이 늘어나는 일을 반가워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미 더 일하지 않고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상황에서 더 일하라고 한다면? 이것이 프랑스 노동자계급이 처한 문제였다. 프랑스의 연금제도는 노동자계급의 투쟁으로 만들어 낸 사회적 성과였다. 지금 정부가 그것을 건드리는 것이다. ᅠ 연금개악 반대투쟁의 흐름 2023년 1월 10일, 마크롱 정부는 연금개악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노총들의 연합인 '노총연합'은 하루 총파업 집회를 소집하여 1월부터 2월까지 총 5일의 총파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노총연합이 진행한 총파업 집회는 파업일을 멀찍이 떨어뜨리는 방식이었고, 이것으로는 승리할 수 없음을 노동자들은 알았다. 노동자계급은 투쟁의 강도를 더 높이기를 열망했고, 이에 압력을 받은 노조 지도부는 3월 7일 총파업을 선포했다. 이날 열린 총파업 집회는 노총연합의 CGT 추산 약 350만 명가량이 참여한 집회였다. 동시에 철도, 항만, 에너지, 쓰레기 수거, 정유공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파업참가자들이 투표를 통해 파업 여부를 결정하는 갱신파업의 형태로 무기한 파업이 한 달가량 진행되었다.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거세지는 와중, 마크롱 정부의 입지는 의회에서도 마냥 유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의회의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마크롱 정당은 결국 3월 16일 의회 표결 없이 법안 통과를 선언하는 긴급명령권(헌법 49.3조)을 발동했다. 이에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는 약 10일간 격렬한 항의 시위가 이어졌다. 이어서 3월 20일 프랑스 의회에서는 불신임투표가 진행되었지만 과반인 287표에 비해 9표가 부족해 투표는 부결되었고, 이는 강력한 퇴진 시위로 이어졌다. 불신임투표가 부결되자 마크롱 정부는 업무복귀명령을 발동하고, 경찰병력을 투입하여 갱신파업을 공격했다. 이에 대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반(反)민주적인 마크롱 정부에 대한 명백한 정치투쟁이었다. 아르쑤르 동지는 이 시기를 '준혁명적 순간(pre-revolutionary moment)'이라고 표현했다. 투쟁의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뉴스를 보면 알 수 있듯 아쉽게도 연금개악은 진행되었다. ᅠ 연금개악 반대투쟁은 왜 실패하게 되었을까? 연금개악은 왜 진행될 수 있었을까? 이 문제에는 너무 많은 요인이 작동했다(아르쑤르 동지가 전제했던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지연되어 다른 제국주의 국가와의 경쟁에서 밀리자 과격해진 자본가계급, 마크롱 정부의 성격과 프랑스 포퓰리즘으로 인한 극우의 부상, 연합되지 못한 여러 의제 등등…). 아르쑤르 동지는 그중 특히 노조관료주의에 빠진 노총연합과 프랑스 좌파정당들을 비판하고, 총파업 네트워크 사례에 대해 소개한다. 앞서 소개했던 노총연합은 프랑스에 있는 전국 단위 노총 8개의 연합이다. 이 중에는 'CGT'와 '솔리데아'같이 좌파적 입장으로 평가받는 노총도 있는 반면, 친정부·친우파 성향으로 평가되는 CFDT와 같은 노총도 함께 연합을 이루고 있다. 각기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는 8개의 노총이 연금개악 반대라는 하나의 의제에 모인 것 자체는 의미가 있었지만, 그 자체가 한계이기도 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노총연합은 정부가 연금개악안을 발표한 뒤부터 적극적인 태도로 투쟁에 임하지 않았다. 1~2월까지 총파업 집회를 2주 간격으로 진행하는 등 관성적인 태도로 총파업에 임했다. 연금개악 반대라는 단일 의제로 모인 노총연합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계급에 대하여 "너무 많은 요구 사항으로 운동을 분산하지 말라"고 답했다. 노총연합은 자신들의 총파업을 마크롱 정부에 대한 3월 20일 불신임투표와 분리하기 위하여 일부러 3월 23일로 총파업 시위를 소집했다. 3월 20일 불신임투표가 부결되고 마크롱 정권이 실시한 업무복귀명령에 대하여 그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결국 노조관료주의야말로 자본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었다고 아르쑤르 동지는 평가했다. 다소 과한 주장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운동 방식에서 노총연합의 방식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좌파계열 정당 역시 투쟁 회피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불복하는 프랑스(LFI)는 의회에서 두 번째로 큰 세력으로 기존 프랑스 좌파 정당을 대표했던 사회당이 몰락한 뒤 부상하게 된 정당이다. LFI는 의회 안에서의 입법저지 투쟁을 펼치기는 했지만 의석 90석을 보유하고 있는 좌파계열 정당이 '준혁명적 순간'에 행동할 수 있는 최선은 아니었다. 이들은 특히 정치 문제와 경제 문제를 정당과 노동조합이 분할하여 맡는 '양날개론'을 지지하며 노총연합에 대한 무비판적 지지를 보냈다. 극좌파1) 계열에 속하는 LO와 NPA는 패배주의와 수동성에 갇혀 지금은 상황이 어려우며,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말할 뿐이었다. 보다 명확한 정세 판단은 중요하다. 정세를 판단하지 못하고, 무작정 뛰어드는 지도부는 무능하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하고도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을 방치하는 이들은 더 무능하다. ᅠ 노총연합과 좌파 계열 정당의 투쟁 회피적인 입장에도 효과적인 총파업을 통해 '과격해진 자본가들'을 압박하여 승리를 쟁취하려는 '총파업 네트워크'의 활동이 있었다. 아르쑤르 동지가 속한 '연속혁명' 역시 여기에 참여하여 무기한 총파업을 확산시키고자 했다. 우선 이들은 노총연합에서는 의제화 하기 거부했던 임금 문제를 연금 문제와 결합했다. '연금개악 반대'와 '인금인상 요구'의 결합은 무기한 파업에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것을 더 쉽게 만들었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로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 이들은 노총연합에 끌려다니지 않고, 정권의 탄압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3월 20일 이후 실시된 업무복귀명령에 맞서, 프랑스에서 가장 큰 정유공장에 250명을 집결시켜 경찰이 치워버린 파업 대오를 다시 세웠다. 총파업 네트워크는 파업 전략 역시 노총연합에게 맡기지 않았다. 파업에 동참하기로 한 노동자들의 투표에 맡겼다. 대신 처음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는 것이 아닌 점진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갱신파업' 전술을 선택했다. 노총연합이 아닌, 노동자가 직접 파업을 결정하게 되었다. 무엇을 하든 자신이 선택한 일을 하게 되었다. 1) 발제자는 좌파와 극좌파라고 표현했는데, 한국의 맥락에서 좌파는 개량적 정치, 극좌파는 혁명적 정치를 추구하는 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ᅠ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프랑스 연금개악 반대투쟁의 교훈: 노동자계급은 어떻게 승리로 나아갈 수 있는가" - 이 세션의 제목이다. 이 세션을 듣고 바로 든 질문, '지금 민주노조는 어떤가요?'. 현장에서 차마 질문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자 곳곳에서 한숨 소리가 들렸다. 옆 테이블에 있던 한 동지는 이마를 짚기도 했다. 8월 19일에는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한다. 결국 관성적인 노동조합 활동에 빠진 프랑스의 노동운동은 길을 찾지 못했다. 프랑스의 3월 중반부터 10일간을 '준혁명적 순간'이라고 표현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그만큼 중요한 분기점이었다는 것과 '순간(moment)'을 '상황(situation)'으로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사실 프랑스와 같은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옳은 판단을 내릴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관성적으로 외치는 정권퇴진 구호 이외에 그 대안이 보이지도 않는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들의 진입을 막는 모습에도 가만히 있는 총연맹의 태도에 크게 실망하곤 했다. 지금과 같은 태도라면 우리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바꿔야 한다. 자본에 맞서는 일은 혼자가 아니라 더불어 할 때 가능하다. 거대한 자본의 영향력 아래에서 혁명을 자체적으로 만드는 일이란 불가능에 가깝지만 혁명의 '순간'을 '상황'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힘은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 그것이 프랑스 연금개악 반대투쟁을 통해 내가 배운 교훈이다.2023-08-21 | 조회 1,972 -
누군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다른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사진: 교육노동자현장실천 빗나간 해결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8월 18일 “모두를 위협하는 윤석열 정권의 ‘교권’ 대책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포함해 16개 단체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였다. 토론회 장소인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은 참가자로 가득했고, 준비된 자료집은 금방 동이 났다. 무엇보다도 현시점에 이런 토론회가 개최됐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계기로 교육 현장에 쌓여 온 숱한 갈등과 모순이 폭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고, 주말마다 수천에서 수만 명의 교사가 모여 분노를 표출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과 보수 우익세력은 이 분위기를 활용해 학생인권조례 폐지와 교권 강화라는 권위주의적 퇴행을 일으키려 한다. 불행하게도 교사 상당수가 교권 강화와 아동학대 면책권 같은 빗나간 대안에 이끌리고 있고, 이 점에서 전교조 역시 중대한 한계를 보인다. 이날 토론회는 이 같은 흐름에 명백하게 반대하면서,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과 행동이 절실함을 보여줬다. “학교가 전쟁터가 됐다” 토론회 발제는 “학교가 전쟁터가 됐다”는 진단으로 시작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교사와 학생, 양육자를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정책일 따름이며, 교사의 면책권을 얘기하는 아동학대 관련 법률 개정안으로 실제 면책되는 건 “정부일 뿐”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예컨대 발제자와 여러 토론자가 이구동성으로 인원 확충 문제를 제기했다. 학생인권조례에 비난이 쏟아지는 동안 교사 정원은 계속 줄었다. 내년도 전국 공립학교 교사 선발 인원은 올해 선발된 인원보다 13~30% 줄어든다고 한다. 충북에선 무려 58.7%나 감축된다. 교육과 생활 관리를 위해 그 어떤 정책을 도입하더라도, 이를 실행할 인원이 부족하다면 결국 또 다른 폭탄 돌리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적 비용절감 논리를 내세우는 정부는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인원확충 책임을 철저하게 외면한다. 이래서는 교육노동자의 노동권이 절대 지켜질 수 없다. 교육부가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도 딱 그런 수준이다. 학교 울타리를 넘어, 투쟁의 범위를 확대하기 인원 확충은 예산 문제와 떼놓을 수 없다. 이날 토론에서도 정부가 “총정원제와 총액인건비제라는 경제적 관점에 메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공부문에서 총액인건비제는 노동자의 분열을 강제하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 잡았다. 2년 전 건강보험고객센터 투쟁 때에도 총액인건비제를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요구를 들어주면 안 된다는 정서가 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 나돌았다. 정부 예산안이 신성불가침의 가이드라인으로 여겨지는 꼴이다. 이런 현실은 2011년 칠레를 뒤흔든 학생들의 대투쟁 장면과 날카롭게 대비된다. 학생들은 보편적 무상교육을 비롯한 교육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고, 칠레 최대 산업인 구리산업을 국유화해 재원을 마련하라고 외쳤다. 한국으로 치면 현대기아차를 국유화해 교육예산을 확보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투쟁의 시야를 학교 울타리 안으로 가두지 않고, 사회 전체로 확장하면서 해법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무척 인상적이다. 이 투쟁은 이후 수년간 이어지면서 무상교육 확대 성과를 만들어냈으며, 그 운동의 저력은 2019년 칠레 항쟁으로도 연결됐다. 지금 칠레에서는 구리뿐만 아니라 자동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광산 국유화 논의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 경험을 우리 현실에 접목하려면 더 구체적인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의 시야를 학교 울타리 안에 가두지 않을 때 비로소 교사와 학생, 양육자를 대결 구도로 몰아넣는 윤석열 정권의 ‘대책’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할 것이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사회 전체가 엉망진창인데 그 속에서 학교만 아름답고 조화로운 공간으로 만든다는 게 될 법한 얘기인가. “파업을 할 수 있었더라면…” ‘파업을 할 수 있었더라면’이라는 발제자의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노동조합 활동의 자유가 보장됐다면, 단체행동권을 누릴 수 있었다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교육 현장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주장에 모든 토론회 참가자가 공감했으리라. 정부나 국회에 기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간 경험해 온 일이다. 누군가 먼저 다른 목소리를 내고, 다른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 퇴행의 물결을 거스르는 다른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예정된 시간을 30분가량 넘겨 진행된 토론회를 마치며 논의의 성과를 계속 이어가자는 공감대도 확인했다. 저마다의 지역에서 이런 토론회를 열어보자는 제안도 있었다. 이날 토론회는 그렇게 실천을 이어가자고 뜻을 모은 소중한 첫 발걸음이었다. 죽음의 그림자에 뒤덮인 교육 현장을 뒤바꾸기 위해, 교육노동자의 노동권과 정치활동 자유를 위해 함께 싸우자.2023-08-19 | 조회 1,806 -
니제르 - 아프리카에서 또 하나의 제국주의 대리전이 터지는가?서부 아프리카에 니제르(Niger)라는 나라가 있다. 한국의 열세 배 면적에 2천 4백만 인구를 가진 나라다. 국토의 북쪽은 사하라 사막이고, 나머지는 사헬(Sahel) 지대, 즉 사하라 사막과 사바나(열대초원) 사이에 자리한 건조지대다. 사람이 아예 살 수 없는 사하라 사막과 달리, 사헬에서는 어느 정도 거주와 경작이 가능하다. 지난 7월 26일 니제르에서 군부 쿠데타가 있었다. 대통령 경호대가 대통령을 감금한 뒤, 대통령 경호실장이 새로운 지도자를 자처하며 ‘국가수호위원회 의장’에 취임했다. 헌법의 정지와 모든 헌법기관의 해산을 선언했다. 하지만 니제르에서 쿠데타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쿠데타가 잦은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니제르는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1952년부터 2021년까지 아프리카 대륙에서 7번 이상의 쿠데타가 발생한 나라들 그런데 이번 쿠데타는 세계의 큰 관심을 끌게 됐다. 이 쿠데타가 몰고 올 국제적 파장 때문이다. 특히 니제르와 주변 국가들을 둘러싸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또 하나의 제국주의 대리전이 발발할 가능성 때문이다. 쿠데타 직후부터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서 쿠데타 지지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데, 7월 30일 쿠데타를 지지하는 시위대 수천 명이 프랑스 대사관 출입문에 불을 지르고 프랑스 국기를 불태웠다. 시위대는 “프랑스는 떠나라!”는 구호와 함께 “러시아 만세”, “푸틴 만세”를 외쳤다. 7월 30일 니제르 수도 니아메에서 쿠데타 지지 시위에 나선 시민들. “니제르 만세, 러시아 만세!”, “프랑스는 떠나라!”, “외국 군대 철수하라!” (출처:Reuters) 니제르 민중들이 반프랑스 시위에 나서는 이유는 간명하다. 니제르는 주변 나라들과 함께 1891년부터 1960년까지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겪었는데, 독립 이후에도 프랑스의 제국주의적 수탈이 계속됐다. 니제르의 자연환경은 척박하지만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고 있는데, 특히 우라늄은 세계 매장량의 7%, 채굴량의 5%를 차지한다. 프랑스가 핵발전에 사용하는 우라늄의 15%, 유럽연합 전체가 사용하는 우라늄의 20%를 니제르가 공급한다. 그런데 프랑스 기업들이 니제르 정부의 협조 아래 대량의 우라늄을 헐값에 채굴해 가는 동안 니제르는 여전히 전기공급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세계 최빈국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니제르 민중들이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정치인들을 프랑스의 ‘부패한 허수아비들’로 보는 건 너무 자연스럽다. ‘프랑스는 떠나라’는 외침도, 프랑스를 비롯한 ‘외국 군대 철수하라’는 외침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여기에 러시아와 푸틴이 등장하는가? 그 실마리는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급증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아프리카도 세계의 다른 지역들과 비슷하게 한동안 미국의 영향력이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10여 년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이 급증했다. 러시아의 영향력은 주로 무기수출 분야에 집중됐고, 2020년 아프리카에 48억 달러의 무기를 수출하며 40%라는 압도적인 비중으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중국의 영향력은 주로 해외직접투자(FDI)에 집중됐고, 2021년 133억 달러를 투자하며 16%로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급증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영향력 퇴조와 맞물리며 아프리카 대륙에서 제국주의 세력관계가 재편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오랜 시간 프랑스와 영국 등 미국과 결탁한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수탈당해 온 아프리카 민중들은 이러한 세력관계 재편이 불러온 힘의 공백을 활용해서 ‘서방 제국주의 축출’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특히 니제르가 위치한 서부 아프리카 지역 또는 사헬 지대에서 반프랑스 기류가 강하게 부상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러한 민중의 에너지를 받아안고 이끌기에는 지역 전반에서 혁명세력이나 노동자운동의 역량이 많이 취약했다. 그 빈자리를 군부 세력이 파고 들었다. 2020년 이후 사헬 지대를 관통하며 군부 쿠데타가 꼬리를 물고 일어났는데, 그 상당수가 프랑스 제국주의 축출을 요구하는 민심에서 쿠데타의 명분을 찾았다. 특히 말리(Mali)와 부르키나파소(Burkina Faso)는 군부 쿠데타 이후 프랑스군을 철수시켰다. 말리에서는 대신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용병들을 끌어들였다. 물론 이후 말리에서 민중의 삶을 변화시키는 눈에 띄는 조치들은 없었다. 대부분 과거 미군에 의해 육성된 장군들이 주도한 군부 쿠데타는 자본주의 국가권력을 누가 장악할 것인가를 둘러싼 지배분파들간의 알력다툼일 뿐이었고, 프랑스와 러시아의 차이는 지배분파들이 결탁하는 제국주의 세력의 변화를 뜻할 뿐이었다. 2020-2022년 사이 발생한 쿠데타. (S) 성공 (F) 실패 African coups in the COVID-19 era: A current history (https://www.frontiersin.org/articles/10.3389/fpos.2023.1077945/full) 니제르에서도 2021년 3월 쿠데타가 있었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그동안 니제르는 사헬 지대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측의 핵심 거점으로 기능했다. 최근에 쿠데타로 친러 세력들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사헬 지대에는 서방에 큰 골치거리가 있었으니, 2010년대를 지나면서 사헬 지대가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보코하람 등 각종 이슬람 테러단체들의 본거지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현지 주민과 서방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납치와 살해가 끊이지 않았고, 테러단체 소탕을 명분으로 지금도 프랑스군 1,600명, 미군 1,100명, 이탈리아군 300명이 니제르에 주둔하고 있다. 이렇게 니제르에 주둔한 서방 군대는 말리에 들어선 바그너 용병그룹에 맞서면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제어하는 역할 또한 하고 있었다. 그런 니제르에서 ‘반프랑스, 친러시아’를 공공연히 표방하는 쿠데타가 일어났으니,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제국주의 세력들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아닐 수 없게 된 것이다. 서방 제국주의를 대신해서 나선 것은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ECOWAS)’였다. ECOWAS는 서아프리카 15개국으로 구성돼 있는데, 의장국인 나이지리아가 면적은 18%에 불과하지만 인구의 56%, GDP의 77%를 차지하며 압도적 지위에 있다. 7월 30일 ECOWAS는 니제르에게 경제제재를 단행하면서 일주일 안에 정권을 복귀시키지 않으면 군사개입도 고려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 말리와 부르키나파소가 “니제르에 대한 어떤 군사개입도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8월 2일 니제르 군부가 ECOWAS의 제재를 비난하며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4일에는 프랑스와 군사협정을 파기하며 프랑스군에게 철군을 요구했다. 원래 친서방이었던 기니도 외부 세력의 내정간섭에 반발하며 니제르 지지를 표명했다. 최후통첩 시한을 하루 앞둔 5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니제르 군부 요인이 말리를 방문해 바그너그룹과 접촉해 지원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참고로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니제르 쿠데타 규탄에 동참한 반면, 바그너그룹을 이끄는 프리고진은 텔레그램에서 쿠데타 지지를 표명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상원이 대통령의 니제르 군사개입 요청에 반대하며 외교적인 해결방법을 촉구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 헌법은 위기상황시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해외에 군을 동원할 수 있게 돼 있다.) 두 편으로 갈라진 서아프리카 경제공동체 (ECOWAS) 8월 6일 최후통첩 시한이 완료됐다. 니제르 군부는 “영공 폐쇄”를 발표했다. 나이지리아는 니제르에 공급해 오던 전력송출을 중단했고, 니제르 전기의 70%가 끊겼다. 8월 10일 긴급회의를 가진 ECOWAS는 11일 “니제르 헌정질서 회복을 위해 ‘신속대응군’ 파견 준비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후 외교적인 해결을 모색하며 여러 차원의 대화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군사적 충돌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서방 제국주의 사이에서도 미묘한 입장 차이가 확인된다. 미국이 국무부 차관대행을 니제르에 파견해 쿠데타 군부와 대화를 시도한 반면, 프랑스는 군사적 해법에 훨씬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ECOWAS의 군사개입이 시작되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까? 일단 니제르 군대가 33,000명에 불과한 반면, 나이지리아만 230,000명의 군대를 갖고 있어서 전력 규모는 서방 측이 크게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말리와 부르키나파소가 어느 정도 지원에 나서는가, 또한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서아프리카 지역 전반에 팽배한 반서방 분위기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가에 따라 상황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말리에 주둔 중인 바그너그룹과 니제르에 주둔 중인 서방 군대가 어느 정도 직접적으로 개입하는가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든, 일단 ECOWAS의 군사개입이 시작되면 서방과 러시아 제국주의가 벌이는 또 하나의 대리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 사헬 지대의 동쪽 끝 수단에서는 2021년 10월 쿠데타가 성공한 이후 내분이 일어나서, 올해 4월 15일부터 이집트의 지원을 받는 (친서방) 정부군과 바그너그룹의 지원을 받는 (친러) 신속지원군 사이의 내전이 벌써 네 달째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니제르를 둘러싼 전쟁까지 터진다면,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 시작된 제국주의 세력들 간의 대리전이 점점 더 지구 곳곳으로 확대돼 가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쿠데타 군부가 겉으로는 ‘프랑스 축출’을 내걸며 반제국주의 행세를 하더라도, 지배계급의 일파인 그들을 통해, 또한 또 하나의 제국주의 세력인 러시아를 통해 바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쿠데타 군부가 아니라 노동자·민중의 투쟁으로 세워 올리는 정부만이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또한 쿠데타 군부를 끌어내릴 권리는 제국주의 세력이나 그 하수인이 아니라 오로지 니제르 노동자·민중에게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장한다. 니제르에 대한 제국주의 군사개입을 즉각 중단하라! 모든 제국주의 세력과 자본가 지배분파들로부터 해방되고자 하는 니제르와 아프리카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지지한다!2023-08-16 | 조회 1,575 -
서이초 사건, 교육현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정치투쟁을 확대하자사진: 뉴시스 지난 7월 18일 서이초 초임교사가 교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왔으며, 학교폭력 사건에 관련된 학부모의 과도한 연락과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당국도, 학교장도 교사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 죽음 이후 정부·여당 주도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장관, 경기도교육감, 서울시의회의장 등은 서이초 사건의 원인을 학생인권조례로 돌렸고,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서이초 사건은 학생인권조례와 아무 관련이 없다. 현 상황은 교육의 상품화, 학교의 사법화, 학교공동체 붕괴에 기인하며 학생에 대한 통제 강화는 상황을 해결하기는커녕 악화할 뿐이다. 이 글은 서이초 사건을 둘러싼 쟁점을 짚고, 교육현장을 바꾸기 위한 실천 방향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살피고자 한다. 학생인권조례 폐지운동이라는 희극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공격은 현 사태를 호도하는 가장 저열하고 무능한 방법이다. 7개 시도 학생인권조례 어디에도 교사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조항은 없다. 서울학생인권조례 4조는 “학생은 교사 및 다른 학생 등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며, 전북학생인권조례 4조는 “학생이 교사, 학생 등 타인의 인권을 침해할 경우에는 관련 법령과 학칙에 따른 책임을 진다”고 명시한다. 최근 보도된 통계에 따르면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시도에서 교사의 노동권 침해가 더 적었으며, 이는 교사의 권리와 학생의 권리가 충돌하지 않음을 말한다. 당장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한 해 평균 164명의 초·중·고교생이 자살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인권이 과하다’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은 파렴치한 거짓 선동이다. 결국 정부·여당과 교육관료 세력은, BC 1700년 수메르 점토판에도 적혀있다는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한탄과 함께 쓸모없는 퇴행적 조치에 골몰할 뿐이다. 지배계급이 문제인 이유는 그들이 파렴치할 뿐만 아니라, 끝 간 데 없이 무능해서이기도 하다.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하는 세력과 교사의 권리를 공격하는 세력은 같은 집단이다. 2012년 이명박 정부 당시 현재와 마찬가지로 교육부장관이던 이주호는 ‘학교장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명분으로 ‘서울교권보호조례’를 무력화시켰다. 이들에게는 교육에 대한 관료적 통제가 중요할 뿐, 교사의 권리와 학생의 권리 그 어느 것도 중요하지 않다. 상품화한 교육, 사법화된 학교, 유명무실해진 공동체 학생인권조례가 비난 대상으로 놓이며 ‘교권’ 강화 여론이 힘을 얻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교권 침해행위 생활기록부 기재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범죄에서 제외하는 초·중등교육법과 아동학대범죄처벌법 개정 등이 요구·추진되고 있다. 우선, ‘교권’이라는 단어부터 짚자. 과거 ‘교사의 권위’, 혹은 ‘교사가 학생을 통제할 권한’으로 통용된 이 단어는 현 상황을 교사와 학생의 권리분쟁으로 바라보게 한다. ‘교권’이라는 관점은 교사의 노동권과 학생인권을 대립항으로 놓으며 ‘말 안 듣는 학생들을 다스릴 권한이 있어야 한다’는 퇴행적 주장으로, 심지어 체벌을 포함한 학생억압 조치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도 연결된다. 교권이라는 단어는 사태의 진실을 가리며 사태에 대한 반사적 정서에 편승한다. 우리는 ‘교사의 노동권’이라는 단어로 사태를 규정해야 한다. 교사 노동권 침해는 심각하다. 서이초 사건에서 드러나듯 교사는 과중한 업무, 학교폭력을 둘러싼 민원과 압박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교육청과 학교의 대응체계는 없거나 작동하지 않는다. 모두 교사 개인 책임으로 돌렸을 뿐, 교육노동자의 고통을 경감하고 문제를 해결할 실질 조치는 없었다. 이런 조건 속에서 교사의 노동권은 심각하게 침해당한다. 교사는 명목상으로는 교육과정의 주체이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주체적으로 해결할 여지는 주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의도와는 아무 상관 없이 보호자-학생과의 이전투구가 반복된다. 이렇게 교사는 교육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린다. 교사의 고통을 가중하는 것은 갈등 해결뿐만이 아니다. 정치적 중립성을 명분으로 한 수업에 대한 억압, 특히 진보적 가치에 대한 억압도 같은 궤에 있는 억압이다. 분명 가르치는 주체이나, 교사를 둘러싼 제반 조건이 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규정을 빌려 말하자면, 노동과정으로부터의 소외다. 그렇다면 어떻게 교사의 노동권을 보장할 것인가? 체벌을 포함해 학생들을 통제할 권리를 부여하는 것인가? 아니다. 그 방향은 상품화된 교육, 사법화한 학교를 바꾸고 교육현장에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이어야 한다. 누구도 ‘메가스터디’에 인성·생활교육 기능을 기대하지 않는다. 사교육 자본이 판매하는 것과 수요자가 사교육 자본에 바라는 것은 교육 ‘상품’으로 일치하기 때문이다. 학교는 어떤가. 교육기본법 2조 상 학교의 목적은 ‘민주시민’ 양성이다. 즉, 명목상 공교육은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그러나 학교는 자신이 내건 목표를 이루는 데 실패한다. 교육을 둘러싼 모든 것이 입시를 위해 상품화된 상황은 학교를 일종의 상품서비스 판매기관으로 인식하고 취급하게 한다. 상품을 두고 구매자와 판매자가 흥정을 벌이듯, 교사-학생-학부모는 교육 내용과 성적 산출의 제반 과정을 두고 분쟁한다. 그리고 그 분쟁의 조율과 해결은 사법기관, 혹은 사법기관과 유사한 처리 기구에 맡겨진다. 학교의 사법화다.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 사이 갈등 해결이 사법기관을 통하는 빈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토론과 합의 여지를 좁혀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교사의 고통을 더 무겁게 한다. 고인이 된 서이초 교사를 괴롭힌 반복적 민원이 드러내는 것처럼 학교는 사법적 갈등의 장이다. 각종 위원회 등 학교를 둘러싼 공동체는 행정장치일 뿐 ‘자치’와 거리가 멀다. 이런 ‘학교붕괴’ 진단은 1990년대 후반부터 나왔으나 정부와 교육당국은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교육노동자의 목소리를 묵살해왔다. 사진: 뉴시스 이런 대책으로는 교육현장을 바꿀 수 없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교권 침해행위 생활기록부 기재’ 조치는 학교의 사법화를 가속할 것이다. 생활기록부 기재를 둘러싼 사법 분쟁이 끊이지 않을 것이며, 생활기록부 기록에 따르는 책임은 더욱 교사 개인에게 떨어질 것이다. 이는 제2, 제3의 서이초 사건을 만들자는 말과 다름없다. 이는 교육현장의 근본적 개선을 막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최근 부각되는 ‘정당한 생활지도 아동학대범죄에서 제외’ 요구를 보자. 현행 아동학대처벌법 10조에 따라 교사의 아동학대 민원이 발생하면 학교장은 즉시 이를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하고, 가해 의심 교사는 해당 아동으로부터 즉시 분리된다. 실제로, 이는 교사의 교육적 지도행위를 제약하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교사의 지도행위는 아동학대로부터 면책되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서이초 사건과 마찬가지로 생활교육을 둘러싼 갈등은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서 자주 발생하며, 저학년 학생에 대한 교사의 영향력은 일종의 권력자만큼이나 크다. 불균등한 권력관계라는 조건에서, 교사의 행위가 학생의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런 조건에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범죄에서 제외하는 것은, 생활지도라는 이름으로 학대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판단 자체를 막는다. 나아가 정당한 생활지도라면 아동학대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범죄에서 제외하라’는 요구는 그 자체로 모순이다. 이미 판례에 의해 '정당한 생활지도'는 처벌 대상이 아니기도 하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사에 대한 무고 사례, 교사의 피해사례가 입에 오르내린다. 그렇다면 반대 사례는 어떤가. 마찬가지다.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교사의 아동학대 사례가 유포되며 교사들로부터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대된다. ‘교사 노동권 보호’와 ‘아동학대 방지’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선택을 강요하는 관점은 교육현장의 근본적 개선을 위한 논의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교사의 노동과정에서는 주체와 주체가 만난다. 어느 주체의 권리를 우선할 것인가로 논의를 끌고가서는 안 된다. 학교는 왜 붕괴하는가 - 교련이 사라진 자리에 수행평가가 도입되는 과정을 돌아보며 학교의 실패는 결국 ‘학교를 졸업하면 어엿한 사회적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약속의 실패, 체제의 실패다. ‘학교붕괴’ 진단이 1990년대 후반까지 올라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계급과 신분에 따른 학업성취도 격차가 심화하고 있었고, 이는 교육을 통한 계급재생산의 고리가 공고해짐을 뜻했다. 이는 한편에서 교육과정의 일정한 자유화와 다양화를 동반했는데, 이는 학생이 유년기부터 체득한 문화적 자원을 평가과정의 주요 요소로 편입하는 과정을 동반했다. 학교 밖에서는 IMF 구제금융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교육 재편은 교육을 망치는 만악의 근원으로 규정되던 ‘주입식 교육’의 상대적 완화를 뜻했으나, 재편을 설계한 집단도, 이익을 얻은 집단도 지배계급과 중산계급이었다.1) 교련이 사라진 자리에 수행평가가 도입되는 과정은 극히 계급적이었다. 다양해진 선택의 폭과 평가기제에 조응해 다양한 교육상품이 쏟아졌고, ‘계급’과 ‘성적’의 연결고리는 촘촘히 강화되었다.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졌으나, 노동운동과 향후 노동자로서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교육은 여전히 배제되었다. 과거,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극도로 억압적인 공교육을 지탱하던 기둥은 ‘교육을 통한 계급이동’이었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야만적 학교를 지탱했던 것은 ‘개천에서 용 난다’는 신화였던 셈이다. 이 신화의 해체과정은 곧 지배계급과 중산계급 주도의 전면적 교육상품화였다. 그 정도가 어떠한지, 또한 얼마나 보편적으로 이루어지는지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 바로 ‘조국 사태’다. 한국 자본주의는 ‘교육을 통한 더 나은 삶’이 가능하다고 약속하나, 그 약속을 극소수에게만 이행한다. 학생들도 이를 잘 안다. 그렇기에 학생은 그 극소수에 들기 위한 경쟁으로 내몰린다. 다수 학생이 구조적으로 낙오하며, 일부는 이탈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교실붕괴가 벌어진다. 특목고와 자사고에서 교실붕괴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이 천성이 착해서가 아니라, 해당 교육과정 이수가 계급재생산의 핵심 고리이기 때문이다. 사교육 시장에 불황이 없는 이유도 이와 같다. 근본적 대안으로 교육현장을 바로 세우는 운동에 나서자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 방법은 교육현장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우선, 당면조치로써 다음이 필요하다. 첫째,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거나 개악하려는 모든 흐름에 반대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공격은 그 어떤 개선도 없이 교육현장을 방치하자는 선동일 뿐이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은 학생을 교육현장의 주체로 세우는 운동이며, 교육현장의 주체로 선 학생은 교사의 노동권 침해에 맞서 연대해왔다. 교사충원과 교육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교육노동자들의 연가투쟁에 대한 청소년들의 지지와 연대를 기억하자. 그리고 학생인권조례 폐지 세력의 교사 노동3권 탄압을 기억하자. 정부와 교육관료들은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을 땅에 떨어뜨렸다고 개탄하면서도, 교사의 가장 중요한 권리인 노동3권 행사를 억압해왔을 뿐이다. 둘째, 교육노동자 확대와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교사의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 보장, 진보적 교육내용에 대한 부당 간섭 폐지가 시급하다. 모든 교육노동자의 노동권을 확대하는 싸움에 교육노동자, 학생, 학부모가 함께 나서야 한다. 유명을 달리한 서이초 교사는 초임이었음에도 담임과 네이스 업무를 맡아야 했다. 인력이 부족한 결과 상대적 약자에게 기피업무가 맡겨진 것이다. 학교폭력 담당 업무도 마찬가지다. 2023년 언론보도에 따르면, 학교폭력 등 민원담당 교사 중 33%가 10년 미만 저년차 교사로 나타났다. 이 중 355명은 신규임용 첫 해 학교폭력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내용에 대한 부당한 간섭은 어떠한가. ‘교원의 정치중립’을 명분으로 정작 진보적 교육활동만 탄압 대상이 된다. 6월 28일, 교육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서명을 독려한 전교조 교사를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성평등 수업, 기후위기 수업 등에 대한 억압도 마찬가지다. 노동3권과 정치기본권이 있어야 이런 억압에 맞설 수 있고,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싸울 수 있다. 사진: 연합뉴스 셋째, 허울만 남은 학교공동체를 회복할 실질 조치가 있어야 한다. 물론 지금도 학교운영위원회 등 법적 심의기구가 있으며 이는 학부모위원, 교원위원, 지역위원들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는 구색에 불과할 뿐이다. 현실의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장의 의사를 관철하는 기구에 불과해, 형식과 절차만 남거나, 유력인사가 각자 이익을 관철하는 장으로 전락한다. 문제는 실제로 자치를 가능케 할 주체들의 힘을 조직하는 것이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한 교육노동자의 의견을 추동하고 반영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교사에게 힘이 있어야 한다. 교무회의 의결기구화는 필수적이며, 학교 운영과 자치업무를 맡은 교육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이 주어져야 한다. 또한, 학교 내 학생 자치회, 학부모 자치회를 활성화하고, 교육노동자와의 소통과 협의를 가능케 해야 한다. 다수 학부모는 먹고살기 바쁜 노동자 민중이다. 노동자 민중의 실제 의사를 반영하려면 주체에게 참여할 여력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유급 노동시간 인정 등 학교운영에 참여를 가능케 할 실질적 조치가 있어야 한다. 또한 학생을 학교운영의 한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 앞서 강조했듯, 이는 학생의 권리뿐만 아니라 교사의 노동권도 강화한다. 넷째, 무너지는 교육현장을 지켜온 민주노조의 역할이 중요하다. 서이초 사건에서도 드러나듯, 부당한 민원에 대한 조직적 대응은 확인되지 않는다. 만약 교사 옆에 민주노조가 있고, 민주노조라는 이름에 걸맞게 운영되었더라면 어떠했을까.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상황을 가정하기 위함이 아니라, 갈가리 찢긴 교육현장을 바꾸는 민주노조의 역할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아야 한다’는 동어반복적, 자기모순적 요구가 아니라 학생과 교육노동자의 권리를 함께 확대할 조치, 학교 내 차별과 비정규직을 철폐하기 위한 비정규직노동자와의 연대, 학교공동체를 회복할 조치다. 학교를 바꾸는 근본적 대안을 제기하며, 민주노조가 왜 존재하는지를 실천으로 증명할 때다. 더 많은 교육노동자의 정치투쟁이 필요하다 - 다시, 억압받는 자를 위한 교육을 위하여 일각은 ‘교권 회복을 위한 비정치적 노동운동’이 필요하다며 ‘전교조의 정치투쟁’을 비난한다. 사태를 바로 보자. 교육의 상품화에 맞서, 교육현장 내 차별과 비정규직 확대에 맞서, 전교조는 더 많은 정치투쟁을 벌였어야 했다. 교육의 상품화와 학교의 사법화, 그리고 학교공동체의 붕괴라는 현실 앞에, 교육노동자운동은 ‘교권’을 내걸며 학교 내부로 파고드는 운동이 아니라 학교와 학교 밖을 잇는 운동이어야 한다. 교육의 상품화는 학생도, 교사도 낙오자로 만든다. 교육사상가 프레이리가 말했던 것처럼, 지금이야 말로 ‘억압받는 자가 왜 억압받는지’를 함께 인식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정부와 교육당국,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가 학교를 폐허로 만들고 있음을 함께 들여다보며 더 나은 교육을 향한 교사, 학생, 학부모의 단결을 추동하자. 길고 험해도, 그 길 이외에는 답이 없다. 다시 한번 서이초 교사의 명복을 빌며, 글을 마친다. 1) 특히 중산계급이야말로 교육과정 이수가 계급재생산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그 이해관계는 더 크다.2023-08-04 | 조회 2,388 -
[기고] ‘시럽급여’라는 말에 숨겨진 억압사진: 뉴스1 여당과 정부 관계자들이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내뱉은 ‘시럽급여’라는 말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그 말에는 노동자를 더 쥐어짜기 위해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가 무한 반복해 왔던 여성·청년 비하와 갈라치기라는 고전적 수법이 숨어 있다. 7월 12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를 열고 실업급여 하한액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현 실업급여는 ‘평균임금의 60%’를 기준으로 지급하지만, 일정 기준 이하일 때는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80%로 정해 지급한다. 국민의힘은 이 때문에 최저임금노동자의 소득보다 실업급여로 더 많은 소득이 발생할 수 있다며 하한액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공청회에서는 ‘시럽급여’, ‘실업급여 받는 분 중에 해외여행 가고, 샤넬 선글라스 사든지 옷을 산다’는 발언까지 나왔다. 이 발언은 현 정부가 여성, 청년 노동자들이 현재 어떤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음을 드러낸다. 사실은 여성과 청년노동자 상당수는 실업급여를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한다. KBS 뉴스1)에 따르면, 고용보험에 가입된 한국 노동인구는 48%뿐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비정규직, 소규모 사업체 노동자, 프리랜서, 플랫폼노동자들이 52%나 된다. 또한 실업 8개월 이후부터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즉,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고, 수급기간은 짧다. 하한액이 없어지면, 실업급여가 현재 18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줄어든다. 이 돈으로 생활하려면 집에서 맨밥 지어 먹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한다. 우리 삶이 언제부터 사치가 되었을까? 비정규직의 절반인 여성 비정규직노동자의 고용보험가입률은 50%를 넘지 못한다. 나아가 고용보험 가입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노동자의 70%가 여성이다. 초단시간노동자라도 3개월 이상 계속 근무할 때는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으나, 자본은 3개월 미만 계약 후 노동자를 내보내거나, 쪼개기 계약으로 이를 회피한다. 이렇듯 국가와 자본은 언제라도 해고되고 계약해지될 수 있는 비정규 불안정노동자들에게 주어진 허술한 안전판마저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자본의 이윤을 늘리려 한다. 특히 여성과 저임금노동자의 처절한 삶에 ‘시럽’을 끼얹고 비아냥거리며 억압의 과녁 앞에 세운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 아이리스 매리언 영은 자본주의로 인한 성별분업으로 남성은 제1노동력, 여성은 제2노동력으로 구분하는 기준이 정해져 있다고 주장했다.2) 한국 여성노동자의 현실은 이 주장의 확실한 증거다. 위에서 언급했듯,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못한 비정규직노동자의 다수는 여성이다. 지난달 고용동향을 보면, 여성의 고용률은 62.1%, 실업률은 3%다. 여기서 주의 깊게 볼 대목은 산업별 취업자 현황이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숙박 및 음식점업’과 같이 고용지표에 성별 구분이 되어 있지 않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고용형태 변화로 알 수 있었듯이) 여성노동자가 많은 산업에서 취업자가 늘었다. 다른 하나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에서 20대는 감소했지만, 30대와 60대에서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이 뜻하는 바는 돌봄노동과 같은 서비스업 영역은 여전히 저임금 여성노동자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20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감소한 이유에 대해 여러 분석을 할 수 있겠지만,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밖에 없기 때문에 아예 경제활동을 안 하거나(구직 준비 등)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이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시럽급여’ 운운은 그야말로 망발이다. 수급기간이 짧더라도 실업급여가 있어 이들이 몇 달은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실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실업급여를 필요한 사람에게 지급해 일하려는 사람을 늘리겠다‘고 말을 바꿨다. 또한 ‘조선족’과 중국인이 받는 실업급여도 ‘손 보겠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혐오정치를 확대하는 모양새다. 이렇듯 자본주의는 계급사회다. 세금, 공적 기금과 같은 공공 자원을 자본가와 기득권 부유층에 분배하고, 노동자 민중에게는 어떻게든 제공하지 않으려 한다. 또한, 성별·장애·학력·국적·연령 등 인간적 특성을 혐오의 대상으로 놓음으로써 이윤을 확대한다. 이 구조 안에서 여성노동자는 그냥 계속 알 낳는 거위가 된다. 2015년 페미니즘 대중화 이후, 많은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평생 겪어 온 차별과 폭력을 인식하게 되었다. 나로서 존재하고 나의 삶을 살고자 하는 그 열망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에서 생존의 열망으로 번져갔다. 누구도 나의 삶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업급여 받는 사람들이 해외여행 가고, 샤넬 선글라스 산다’고? 실업급여와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저열한 공격임이 틀림없지만, 이 말을 덧붙이고 싶다. 실업급여 받는 사람은 해외여행 가면 안되는가? 실업급여 받는 사람은 샤넬 선글라스 사면 안되는가? 해외여행도, 샤넬 선글라스도 이 체제가 구매욕을 조장하며 판매하려 애쓰는 상품 아닌가? ‘각급 급여수급자다움에 관한 법률’이라도 제정해 실업급여 수급자의 생활과 옷차림을 규정하기라도 해야한다는 말인가? 정작 그 말을 내뱉은 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상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고, 실제로 구매할 것이다. 가부장적 자본주의 국가는 결혼도 하지 않고 애도 낳지 않으며 ‘선글라스끼고 해외여행 가는’ 청년·여성의 삶을 누려서는 안 될 사치로 여긴다. 적은 임금을 받고도 가족을 건사하는 아버지와 자기 삶을 포기하고 가족을 돌보는 어머니, 그리고 새로운 일꾼으로 자라나는 두 자녀로 이루어진 화목한 가족, 정상가족의 해체라는 현실 앞에 체제가 내놓는 답이 혐오의 조장이라면, 이 체제는 자신의 무능과 타락을 극적으로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국가는 시대마다 자본이 요구하는 노동자의 가족상과 삶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고 흔들리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자본주의 정치인, 기업가들은 성별 분업(남성은 공적인 임금노동, 여성은 사적인 가사·돌봄노동)에 기반한 정상가족과 ‘평범한 삶’이라는 신화를 유지하려 전방위로 애쓴다. 그 안에서 여성노동자의 임금은 낮아지고, 성소수자는 지워지며, 남성노동자에게는 가부장적 노동규율이 강요된다. 어느 개인이 여기서 벗어나는 존재가 되기를 선택하는 순간 가족, 친구·동료, 직장, 커뮤니티에서 눈엣가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장미처럼 가시가 돋친 존재도 있다. 변혁적 여성운동 네트워크 빵과장미도 그러하다. ‘시럽급여’라며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정치를 비판하고, 가부장제의 ‘남성’ 권력에서 배제되는 존재들과 함께, 삶을 착취하는 자본주의 구조를 면밀히 드러내고 바꿀 것이다. 우리 일하고 싶은 곳에서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며 삶을 ‘살아내지 말고’ 살아가자. 1) 홍성희, “한국 실업급여 괜찮은 수준일까? OECD 통계로 따져봤습니다”, KBS 뉴스, 2023.07.19. 2) 로즈마리 퍼트넘 통 외 1,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 김동진 옮김, 서울:학이시습, pp.160, 2019 [실업급여논란, 진짜원인은? - '빵과장미' 쇼츠]2023-07-21 | 조회 2,193 -
핵마피아를 위해 목숨을 걸라는 정부,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 중단하라7월 12일, 나토 정상회담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만나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에 사실상 합의했다 사진: 교도통신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가 임박했다. 일본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물론, 한국 정부 역시 핵오염수 투기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투기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괴담으로 낙인찍는다. 그러나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무조건 핵오염수 투기가 안전하다고 우기는 정부와 핵마피아들이 괴담의 진원지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핵자본의 이윤을 위해 인류의 생명·안전을 담보로 건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반대한다. 후쿠시마 핵사고 주범, 도쿄전력 핵사고가 발생한 2011년 3월 11일로 돌아가 보자.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자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원자로 가동을 중단했다. 그런데 핵발전은 핵연료(우라늄-235 등)가 분열하면서 방출하는 열을 이용한 발전이다. 또 우라늄-235가 쪼개지면서 생긴 방사성 핵종(분열된 원소) 역시 안정된 상태가 될 때까지 열과 방사선을 방출한다. 즉, 원자로 가동을 중단해도 열은 계속 발생하고, 이 열을 식혀주지 않으면 핵발전소가 폭발할 수 있다. 평상시에는 해수를 냉각수로 끌어와서 원자로의 열을 흡수하고, 터빈 근처에서 증기로 만들어서 전력을 만든다. 이때 냉각수는 열교환만 있을 뿐 방사능 물질과 직접 접촉하지 않으므로, 터빈을 돌린 다음 다시 바다에 방류한다. 그런데 동일본 대지진으로 핵발전소 전력이 차단되면서 냉각수 공급도 중단되었다. 통상 핵발전소에는 정전 등을 대비해 비상발전장치를 마련해두는데, 후쿠시마의 경우 하필 낮은 층에 설치해두었다. 쓰나미로 인해 비상발전장치까지 침수되어 전원이 완전히 차단되었고, 따라서 원자로의 열을 식힐 냉각수를 공급할 길이 사라졌다. 이제는 헬기로 해수를 들이부어서라도 원자로 열을 식혀야 한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사고를 은폐하려 했을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 결과 1-3호기의 원자로가 폭발하고, 4호기까지 핵연료가 모두 녹아버렸다. 후일 간 나오토 당시 일본 총리의 증언에 따르면, 후쿠시마 1호기가 폭발할 때까지 도쿄전력은 제대로 된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동일본 대지진은 천재지변이지만 후쿠시마 핵사고는 인재(人災)고, 주범은 도쿄전력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하면서 우선 대기와 해양에 엄청난 방사능이 누출되었다. 현재까지도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수산물에서 기준치 초과 세슘이 검출되는 이유다. 또, 원자로 바닥에 핵연료가 녹아버린 880만 톤(도쿄전력 추정)의 ‘잔해(debris)’가 지금도 열과 방사선을 방출하고 있고, 이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수가 투입된다. 여기에 쓰이는 냉각수는 잔해와 직접 접촉하며 방사능에 오염되므로 ‘핵오염수’라고 부른다. 일본 정부의 계획은 130만톤 이상의 핵오염수를 하루 500톤씩 30년간 바다에 투기하겠다는 것이다. 핵사고에 대한 책임도 함께 내다버리면서 말이다. 핵오염수 해양투기, 인류의 운명을 건 대규모 생체실험 일본 정부는 다핵종 저감 장치(ALPS)를 이용해 핵오염수의 방사능을 자연 방사능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ALPS의 영문 명칭은 ‘액화 처리 장치(Advanced Liquefied Processing System)’로, 이것을 핵종 저감 장치로 번역하는 곳은 일본과 한국밖에 없다. 이렇듯 ALPS의 핵종 저감 능력은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2018년 도쿄전력은 ALPS를 거친 핵오염수 89만 톤 중 80%에서 스트론튬, 요오드 등 방사성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밝혔다. 스트론튬-90은 반감기(방사선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가 29년으로 길고, 뼈에 축적되는 성격이 있다. 오염수 6만5천 톤은 기준치 100배를 넘었고, 일부는 기준치의 약 2만 배를 넘은 것도 있었다1). 지금의 ALPS는 2018년보다 나아졌을까. 알 수 없다. IAEA 역시 ALPS의 성능을 직접 검증한 적은 한 번도 없다. IAEA는 2020년 4월 ‘알프스 소위원회 검토보고서’에서 ALPS에 대해 ‘믿을 만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이 검토보고서는 IAEA 검토팀이 도쿄전력 직원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된 것일 뿐, 실제 ALPS를 본 적조차 없다. ALPS 성능을 확인했어야 할 한국 시찰단은 무엇을 했는지는 물론, 단장을 제외하곤 누가 참여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알려진 사실은 도쿄전력이 공개한 ALPS 고장 사례에서 작년에도 기기 고장으로 스트론튬-90 농도가 증가했다는 것이다2). 2023년 6월 19일, 정부 원자력안전위원회조차 위와 같이 브리핑을 발행했다 ALPS를 통해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와 탄소-14 역시 문제다. 특히 삼중수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해양생물 축적, 유전적 영향 등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월성 핵발전소 가동 이후 인근 주민의 암발병률이 증가한 바 있다3). 또 해양생물의 먹이사슬에 따라 상위포식자에게 삼중수소가 축적될 수 있고, 이 해산물을 섭취하는 것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도 검증이 부족하다. 특히 유전적 영향의 경우, 짧아도 30년 이상이 지나야 부작용이 확인될 수 있다. 문제는 30년 뒤 문제를 확인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돌이킬 수단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핵오염수 방출이 목숨을 건 도박인 이유다. 일각에서는 다른 핵발전소에서도 일상적으로 삼중수소를 방류하므로, 후쿠시마 핵오염수만 문제삼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무책임한 주장이다. 인류의 안전을 위해서는 모든 핵발전소에서의 삼중수소 방류를 반대해야 한다. 반감기를 거치며 자연 감소하기 전까지, 해양에 삼중수소는 지금도 계속 축적되고 있다. 그 부작용을 언제 확인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부작용이 확인되더라도, 핵마피아들과 도쿄전력이 책임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해양 투기의 이유, 가장 싸기 때문이다 이렇듯 핵오염수 해양 투기의 위험성과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고, 핵마피아와 한일 정부는 명쾌한 검증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한일 민중이 핵오염수 투기에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정당하다. 심지어 태평양 연안 국가 정부들조차 핵오염수 투기에 강한 우려를 밝히고 있다. 한미일 세 정부만 제외하고. 그렇다면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방사능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반감기를 거치면서 자연 감소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따라서 핵오염수를 육상에 격납한 뒤, 충분한 시간이 지난 뒤에 방류하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일본이 해양 투기를 결정한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후쿠시마 핵사고 처리 비용을 산출한 결과, 80만 톤의 삼중수소를 처리할 때 해양 투기에는 34억 엔, 100년간 육상 격납 후 방류에는 330억 엔이 소요된다고 한다4). 물론 핵오염수를 처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후쿠시마 사고의 주범인 도쿄전력과 핵마피아들이 지불해야 한다. 인류의 목숨을 담보로 한 생체실험의 배경은 핵자본의 비용 절감인 셈이다. 핵오염수 투기 반대 투쟁은 핵사고 주범에게 제대로 된 책임을 묻는 투쟁이다. 싸워야 한다. 탈핵을 위한 국제연대와 윤석열 퇴진 투쟁으로 핵오염수 역시 핵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일종이다. 우리는 후쿠시마 핵오염수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국내외 핵폐기물을 처리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소는 포화가 임박했고, 대안을 찾기 쉽지 않다. 정부는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소의 부지 선정에서 완공까지 마무리되려면 빨라야 2050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당장 2030년부터 고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소가 100% 포화할 예정이다. 지금부터라도 핵폐기물 생성을 줄여야 하며, 그러자면 핵발전 자체를 줄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핵 찬성론자들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소형 모듈 원자로의 경우,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과 성능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오히려 더 많은 핵폐기물을 생성한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초지일관 핵발전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정부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계획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탄소를 더 많은 핵폐기물로 바꾸자는 것이 대안이 될 리 없다. 노동자민중이 지향하는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은 핵발전 중단이 포함되어야 한다. 노동자민중은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에 찬성하는 윤석열 퇴진 투쟁에 나서야 하며, 나아가 핵오염수 투기에 반대하는 각국 민중과 연대해야 한다. 핵이 필요한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물론 민주당과 야권연대에 동조하는 이들 역시 핵오염수 투기 반대 투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퇴진의 대안이 민주당지지일 수 없으며, 민중적인 윤석열 퇴진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노동자계급은 핵발전에 반대해야 하며, 오히려 국내외 핵발전 확대, 핵발전소 수출에 앞장선 민주당 정부의 책임 역시 함께 물어야 한다. 더는 핵마피아들이 인류의 운명을 건 도박을 할 수 없도록 노동자민중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저지 투쟁을 만들어나가자. 1)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31544 2)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99728.html 3)백도명, 「한국 원전주변 갑상선암 발생 분석」, 2017. 4)장정욱, 「후쿠시마 제1원전의 현황과 전망」, 2019.2023-07-19 | 조회 1,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