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신문 뉴스목록
-
Block the Boat(배를 막아라!): 이스라엘의 선박을 막아선 노동자들10월 7일 이후 팔레스타인의 호소에 응답하려 했던 노동자들의 실천을 개괄적으로 소개한 지난 기사에 이어, 2014년부터 10년 넘게 이어져 온 항만노동자들과의 연대를 통한 항만봉쇄캠페인인 ‘블락 더 보트’(Block the Boat(배를 막아라!)) 운동에 대해 개괄적으로 소개해보려 한다. BTB는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해운회사인 Zim의 화물운송을 막는 캠페인 운동이다. 지금껏 미국, 호주, 캐나다, 스웨덴,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벨기에, 튀니지 등 여러 국가의 부두 노동자들이 이스라엘 선박과 화물의 선적 및 이스라엘로의 무기 수송을 거부하는 행동을 해왔다. 각 나라의 무기수송 거부 운동의 과정에 대해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할 것인데, 필자가 제일 먼저 알고 주목했던 사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아랍 자원 및 조직화 센터의 주도 아래 2014년과 2021년에 주되게 펼쳐졌던 Block the Boat 운동이었다. 2023년 11월 3일, 시위대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항에서 ‘케이프 오를랜도’ 화물선 출항을 지연시켰다. (사진: AROC #FreePalestine X 계정) 2014년에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항구에서 시작된 BTB 운동은 그 이전 남아공과 스웨덴에서 벌어졌던 연대운동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2008~09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하던 당시, BDS운동은 항만노동자들에게 이스라엘 선박의 취급을 자제할 것을 호소했고, 이 호소에 응답해 2009년 남아공 더반 지역에서 SATAWU(South African Transport and Allied Workers Union)노동조합이 세계 최초로 이스라엘 선박의 하역을 거부했다. 이어 2010년에도 스웨덴 항만노동조합이 가자봉쇄 해제를 요구하며 이스라엘을 오가는 500톤 이상의 수출입 물품을 봉쇄했다. 이런 행동에 영감을 받아 미국 오클랜드 항구에서도 2014년에 BTB 캠페인을 시작하였다. BTB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선, 항만노동자들과의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게 필수적이었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Block the Boat 운동의 조직가들은 2014년에 몇 달 동안 서부항만노조(ILWU)가 운영하는 직업소개소(교대근무를 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하는 공간)에 교대근무가 이뤄지는 오전 6시와 오후 4시 때마다 매일 찾아가 유인물을 뿌리며 많은 노동자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물론 항만노동자들과 팔레스타인 국제연대의 대의에 공감하게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전세계 경제에서 항만산업이 가지는 전략적 위치로 인해 미국 항만노조가 가지고 있는 ‘노동귀족’(labor aristocracy)적 성격 등은 더욱 어려운 요인이었다. 2014년 BTB 운동의 조직가였던 Chmaine Chua는 위에 언급한 같은 웨비나에서, 항만노동자들과 관계를 맺는 작업이 다년 간의 끈질긴 헌신을 필요로 하며, 상호적인 연대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녀의 말을 직접 옮겨보려 한다. “그리고 많은 노동조합이, 언제나 연대행동을 하는 전통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우리의) 활동 중 일부는, 사람들에게 팔레스타인과 노동자 국제연대를 실천한다는 것이 무엇이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더디게 진행되는 정치적 교육이었습니다. … 접촉(outreach)을 하기 위해, 우리는 항만노동자들과의 존재했던 관계망을 최대한 깊이 빨아들였습니다. 2014년에 제가 LA에서 (BTB운동에) 관여할 때 몇 달동안 직업소개소에서 유인물을 뿌렸구요. 우리는 오전 6시와 오후 4시, 교대시간 때마다 직업소개소로 달려가서 유인물을 뿌리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려 시도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정말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항만노동자들은 실제로, 매우 시오니즘적이거나, 국수주의적(nationalist) 담론을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이 피켓팅 활동을 지지하는 건 실제로 해상운송의 흐름을 중단시키는 것이고, 이는 ‘국민경제(national economy)’에 피해를 줄 것이니까요. 이는 단연컨대 가장 흔한 반응이었습니다. “그래, 팔레스타인 노동자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할게요”라고 반응한 사람은 극소수였습니다. … 이 모든 작업들은 매우 더디고, 의식적인 접촉작업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는 최대한 많은 노동자들에게, 최대한 정기적으로, 어떻게, 어디에서 직접적으로 말을 건넬지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 ‘뉴욕 레이버 포 팔레스타인(Labor for Palestine)’에 속한 대부분의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항만노동자들과) ‘교류’(outreach)하기위한 활동에 헌신적이었습니다. 국제선원협회(ILA)는 (항만노동자들이 교대를 위해 모이는) 직업소개소가 없었기 때문에, 이들은 이 교류작업을 위해 노동자들이 자주 가는 클럽, 식당을 찾아가고 항구에도 직접 찾아갔습니다. 즉 이런 (방법들을) 찾기위해 창의성을 발휘한 것이죠.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많은 시간을 헌신해야한다는 것입니다.” (*국제선언협회(ILA)는 미국 동부의 항만노동조합이다.) 이러한 수많은 활동가들의 헌신적 노력의 결과로, 2014년에 오클랜드 항구에서는 성공적인 BTB 캠페인을 전개했다. 그 결과 2021년까지 ZIM 선박이 오클랜드 항구에 정박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이후 2021년에 ZIM 선박이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BTB 캠페인을 재차 전개했다, 이런 꾸준한 국제연대의 조직 경험이 쌓여 2023년 10월 7일 이후에도 미국, 호주, 캐나다, 스웨덴, 이탈리아, 남아공, 벨기에, 튀니지 항만노동자들이 이스라엘로의 무기운송을 거부하는 행동에 나설 수 있었으며, 전미자동차노조(UAW), 전미교사연맹(AFT), 노동총동맹-산별노조회의(AFL-CIO) 등이 휴전요구에 동참하게 하는 등 관료적이고 친-이스라엘적이던 노동조합들을 재편하는 내부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미교사연맹과 노동총동맹-산별노조회의의 성명은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고 하마스 규탄을 명시적으로 밝히는 등 여전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등하지 않은 관계에 대한 불충분한 인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명백한 모순과 한계를 가진다. 그럼에도 이들이 즉각적 휴전을 요구하도록 만든 것은 아래로부터의 압력이 만들어낸 변화이다. UAW 지도부가 이전에 비해 전투적으로 재편된 것은 사실이나, 최근 바이든의 재선을 지지하는 배신적 행보를 보였다. 지난 1월 25일 ‘UAW labor for palestine’(팔레스타인을 위한 UAW 노동자들) 소속 조합원들이 UAW 행사에서 바이든이 연설할 때 항의행동을 하다 쫒겨나는 일도 벌어졌다. 노동조합의 민주적, 전투적 재편의 과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UAW가 ‘UAW와 이스라엘의 공모관계’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처럼, 한국에서도 이스라엘과의 무기거래와 한국 제조업 간의 연관성에 대한 더 많은 조사를 진행할 필요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특정 산업 또는 특정 기업을 타겟으로 한 운동의 전략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미 HD현대건설기계가 굴착기 수출로 이스라엘의 정착촌 확대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는 점이 이미 사회운동의 오랜 캠페인을 통해 폭로되었다. 이탈리아 제노아 항구, 벨기에 운송노조 등이 대이스라엘 무기선적을 거부하고 투쟁하고 있듯이, 현대계열사와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비롯해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HD현대건설기계의 대이스라엘 거래행위에 맞선 캠페인을 조직하는 것은 이스라엘에게 직접적인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의 제조업 전반이 수직계열화를 통해 현대계열사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은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만나고 교육하는데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2024년 1월 23일, 현대굴착기가 헤브론 남부 라세이페르 마을을 부수고 있다. (사진: youth of sumud 인스타그램) 한화오션 등 방산업체 노동자들은 군수물자 생산을 거부할 수 있고, 운송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생산된 물자가 세계 여러 전쟁지역으로 운송돼 전쟁용 무기로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 밖에도 모든 산업의 노동조합은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결의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창조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모든 산업 부문에서 반전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노동자의 파업과 행동은 한국경제에 타격을 미칠 것이고, 사회적으로 논쟁을 촉발할 것이며, 더 큰 파업과 더 광범위한 시위로 이어질 강력한 계기점을 형성할 수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후재난과 이에 대처하는 자본가들의 무책임함, 여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의 심화, 급증하는 동아시아 전쟁위기는 모두 연결되어있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가 자신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다시 익숙한 옛 방식인 야만의 시대를 호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이 모든 야만에 맞선 노동자들의 대중적인 정치투쟁을 조직하는 일이다. 오늘날 한국의 노동조합 운동을 생각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과연 변화가 있을지 막막함부터 밀려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노동귀족’이자 노사협조주의의 대표주자였던 미국 UAW가 전투적인 지도부로 재편되고, 오랜 신자유주의 지배의 상징인 이중임금제 폐지에 이어 이번 성명을 통해 ‘전쟁산업에서 평화산업으로의 전환’을 언급하게 된 사례는 노동조합의 정치적, 전투적 재편이 가능하다는 것을 동시대에 보여주고 있다. 비록 돌멩이로 철로 된 성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끈질기고 목적의식적으로 제조업과 운송, 공공부문 등 전략적 중요성을 가진 한국의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반전평화운동의 대의로 설득하는 일을 지속하자. 또 작더라도 소중한 노동조합의 국제연대 사례를 만들고, 그 힘이 더 많은 노동자들을 변화시키는 모멘텀이 되게 하자.2024-03-06 | 조회 1,721 -
아르헨티나, 옴니버스 법안을 폐기시키다아르헨티나, 옴니버스 법안을 폐기시키다 아르헨티나의 극우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가 야심차게 밀어붙이던 옴니버스 법안이 하원 심의과정에서 폐기됐다. 극우 대통령의 등장에 위축되지 않고 아래로부터 힘차게 투쟁을 이어나간 노동자·민중이 거둔 첫 승리다. (참고: 아르헨티나, 극우정권의 초긴축 실험에 맞서 노동자의 반격이 시작되다!) 옴니버스 법안, 빈껍데기로 전락하자 자진 철회 지난해 12월 10일 취임한 밀레이는 곧바로 일련의 ‘충격요법’ 조치들을 단행했다. 12월 12일에는 △공공지출 대폭 축소 △공공사업 전면 유보 △에너지·교통보조금 삭감 △연방예산 동결 등이 담긴 ‘경제비상조치’를 발표했다. 12월 20일에는 노동권, 임대차, 가격규제, 민영화, 교육, 연금, 관광, 위성인터넷 서비스, 의약품 판매, 무역, 외국인 토지매입 등 다방면에 걸친 대규모 규제완화를 위해 수백 개의 법률을 무력화하는 366개 조항의 ‘메가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그리고 12월 27일에는 △공기업 사유화 △시위제한 명령권 △불법시위 처벌 강화 △환경규제 완화 △세금·연금·에너지·안보 관련 의회 권한의 대통령 양도 등이 포함된 664개 조항의 ‘옴니버스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후 한 달여, 밀레이 정부는 의회에서 다수를 확보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면서 옴니버스 법안의 절반 정도를 포기하고 300여 개 조항으로 추려냈다. 2월 2일 하원에서 옴니버스 법안에 대해 ‘큰 틀에서 동의’하는 찬반투표가 가결됐을 때, 밀레이 정부의 승리가 눈앞에 다가온 것 같았다. 그러나 2월 6일 옴니버스 법안의 각 조항별 찬반투표를 진행하자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공기업 사유화 등 핵심 조항들이 무더기로 부결되면서 옴니버스 법안은 빈껍데기가 되어갔다. 결국 집권 자유진보당(Libertad Avanza)이 법안 자체를 자진 철회했다. “이 법을 필요로 하는 건 정부가 아니라 주민들이라는 게 이해될 때 법안을 다시 제출하겠다”면서. 옴니버스 법안이 폐기된 직후 대통령실은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공식 성명에서 “주지사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단을 정부가 갖지 못하게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주지사들의 압력으로 하원의원 다수가 옴니버스 법안에 반대했다는 것인데, 다시 말하면 자본가 정치세력들 사이에서 이해관계 조정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부르주아 정치분석가들은 ‘하원에서 옴니버스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밀레이의 패배는 그의 정치적 경험부족을 드러냈다’면서 무엇보다 ‘모든 개혁을 하나의 거대 법안에 담아내려 했던 게 실패 요인’이며 ‘밀레이 정부가 정치 전략을 재고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분석을 해외 언론들에 전했다. JP 모건 이코노미스트 디에고 페레이라는 “이건 아르헨티나에서 전례 없는 사건인데, 정부가 첫 번째 입법을 거부당한 사례를 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극우 대통령에 맞선 첫 전투 -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나? 그런데 부르주아 정치분석가들이 말하지 않는 결정적인 진실이 있다. 자본가 정치세력들 사이에서 이해관계 조정이 실패한 것은 무엇보다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가한 강력한 압력 때문이다. 하비에르 밀레이가 취임 직후부터 ‘충격요법’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을 때, 취임 10일 차인 12월 20일부터 노동자·민중의 투쟁도 시작되었다. 이 투쟁에 발동을 건 것은 노동조합총연맹 공식 지도부가 아니었다. 노동조합 공식 지도부가 ‘공세를 완화하기 위한 교섭테이블 모색’이나 ‘다음 선거를 통한 심판’ 정도만을 생각하고 있을 때, 사회주의노동자당(PTS) 등 좌파전선(FIT-U)에 결집한 혁명적 좌파 정치세력이 전투적인 노동조합들과 실업자단체를 추동해 2만 명의 도심 시위를 조직해 내면서 투쟁의 물꼬를 텄다. 아래로부터 촉발된 도심 시위는 밀레이 정부의 도로점거 시위 금지령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매일 같이 이어졌다. 밤에는 각 지역마다 (냄비와 팬을 두드리는) 카세롤라조 시위를 벌이면서 2001년 민중항쟁을 상기시켰다. 총파업을 소집하라는 압력이 아래로부터 강력하게 밀려오자, 마침내 12월 28일 최대 노총 CGT가 총파업을 선언했다. 그리고 1월 24일 3대 노총이 주도하고 150만 명이 참여한 위력적인 총파업이 전개됐다. 총파업 이후에도 투쟁은 계속됐다. 전투적인 노동조합, 여성조직, 문화단체, 사회단체, 은퇴자 등 수천 명의 시위대가 연일 폭염 속에서도 의회 앞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최루탄을 난사하고 때때로 강경진압에 나서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밤에는 다시 각 지역마다 집회를 열고 카세롤라조 시위를 이어나갔다. 상당수 지역 집회는 참가자들이 민주적 토론을 진행하는 자발적 총회 형식을 띠었다. 노동조합총연맹들이 다시 총파업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언제라도 결정타를 날릴 잠재적 가능성으로 밀레이 정부를 비롯한 전체 자본가 정치세력들을 압박했다. 그리고 좌파전선 소속 하원의원 다섯 명의 맹활약이 있었다. 이들은 매일 가두시위 현장과 의회를 오가면서, 가두시위가 가하는 압력을 의회에 온몸으로 전달했다. 시위대 맨 앞에서 최루탄을 뒤집어쓴 뒤 의회로 달려가 “누가 옴니버스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는지 대중 앞에 다 폭로하겠다”고 압박했다. 257명의 하원은 자본가 정치세력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고, 이들은 모두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를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려는 점에서는 일치된 이해관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대중투쟁과 그 압력을 의회 안으로 직접 끌어들이는 좌파전선 의원단의 활약은 대중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다수 자본가 정치세력으로 하여금 밀레이 정부와 쉽사리 타협에 나서지 못하도록 가로막았다. 아르헨티나 하원의원 니콜라스 델 카뇨 (PTS, 좌파전선 소속) 이러한 요소들을 결합시킴으로써, 아르헨티나 노동자·민중은 극우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와 치른 첫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는 왜 그렇게 경제위기가 잦은가? 2024년 1월 아르헨티나 물가는 전월 대비 20.6% 올랐다. 전년 동월대비로는 254.2% 상승이다. 물가가 공식 수치로 5%만 올라도 생활에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250%를 훌쩍 넘겨 버리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상상이 잘 안 가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 엄청난 물가가 ‘아르헨티나’ 얘기라고 하면 으레 ‘그 나라는 원래 그런 나라 아냐?’ 하는 반응들이 이어진다. ‘넓은 국토와 풍부한 자원을 가졌고 그래서 한때는 선진국 소리까지 들었다지만 포퓰리즘의 퍼주는 정치를 하다가 경제가 망해버린 대표적인 나라.’ 그게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아르헨티나의 이미지다. 그런데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아르헨티나의 새로운 면이 보인다. 경제가 그렇게 망가졌다는데도 그 부담을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하는 것이 쉽지 않은 나라이기도 한 것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가 왔을 때 한국에서 벌어졌던 상황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김대중 정부가 주도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공세는 외환위기에 따른 경제적 고통을 고스란히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했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엄청난 규모의 정리해고였고, 뒤이은 비정규직화였다. 그렇게 해서 구축된 고강도 초과착취 시스템 덕분에 삼성·현대·SK·LG로 대표되는 한국의 재벌들은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발휘하며 거대한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부 노동자들도 그 떡고물을 얻어먹으며 ‘노동귀족’ 소리를 듣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들이 그렇게 약진하는 동안 노동자계급의 다수를 이루는 비정규직의 삶은 과연 나아졌는가? 또 하나. 한국의 재벌들은 언제까지고 약진을 계속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에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하나의 숙명이 있다면, 바로 ‘불균등발전의 법칙’이다. 어떤 기업, 어떤 국가도 언제나 경쟁에서 승리하고 언제나 승승장구할 수는 없다. 한국의 재벌들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한국 노동자계급의 운명은 다시 어떻게 될까? ‘노동귀족’ 소리를 듣던 정규직의 삶은? 그리고 비정규직의 삶은? 2001년 아르헨티나는 큰 경제위기를 겪었다. 한국의 외환위기보다 훨씬 더 큰 위기였다. 그런데 그 경제위기 한복판에서 거대한 규모의 민중항쟁이 폭발했다.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도망쳐야 했고, 그 뒤로 들어선 임시대통령이 2주일 사이에 세 명이나 줄줄이 날아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결국 자본가 정치세력들 가운데 가장 덜 공격적인 세력이 정권을 잡았다. 페론주의 좌파, 키르치네르주의 세력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아르헨티나 정치를 주도했던 키르치네르주의는 물론 아르헨티나 경제를 위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사실 글로벌 사우스에 속하는 대다수 나라들이 그러하듯이, 제국주의 국가들에 경제가 이미 심각하게 종속된 상황에서 자본주의 틀 안에서는 어떤 획기적인 돌파구라는 걸 찾기 어려웠다.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 수준을 대폭 강화해서 자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법도 쓰지 못했다. 아르헨티나에 조성된 계급역관계로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심각한 경제위기가 왔다. 거듭되는 경제위기에 지친 대중은 누군가 어떤 마법이라도 부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극우인사 밀레이를 선택했다. 밀레이가 부리려는 마법은 간단하다.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첫 번째 전투에서 밀레이는 패배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밀레이를 지지했던 대중의 상당수는 옴니버스 법안을 비롯한 그의 ‘충격요법’을 실수였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여전히 밀레이를 지지한다고 한다. 밀레이가 마법을 부려주기를 기대하지만, 그 마법이 나의 권리를 박탈하는 ‘착취의 획기적인 강화’는 아니기를 바란다는 뜻이겠다. 물론 아르헨티나의 상황은 노동자·민중에게도 아주 고통스럽다. 자본의 위기 전가를 어느 정도 막아낼 힘은 있지만, 자본주의로부터 벗어남으로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만큼의 힘은 아직 없다. 러시아 혁명을 이끌던 볼셰비키 의원단을 연상시키는 사회주의 의원단이 당당하게 활동하고,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들이 수만 명의 대중투쟁을 직접 주도해 나갈 정도의 힘은 있지만, 아직 거대한 노동조합운동의 지도력은 페론주의 세력에게 강고하게 장악돼 있다. 어쨌든 노동자계급의 눈으로 보자면, 아르헨티나는 그저 ‘포퓰리즘 하다가 망한 나라’가 아니다. 극심한 경제위기 속에서도 ‘착취의 획기적인 강화’는 막아낼 정도의 힘을 노동자계급이 갖고 있는 나라다. 또 하나. 여성의 권리와 해방을 위해 가장 강력한 수준의 여성파업을 조직해 낸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아르헨티나는 21세기 세계 자본주의라는 사슬에서 ‘가장 약한 고리’일는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기괴한 극우 대통령은 ‘이상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별난 일’이라기보다는 앞으로 세계 자본주의 전반에 밀어닥칠 일들을 미리 보여주는 전조일는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지금 아르헨티나 노동자·민중의 투쟁이 세계 노동자계급에게 던지는 의미는 결코 사소한 게 아닐 것이다.2024-03-02 | 조회 2,150 -
팔레스타인 노동조합의 호소에 응답하려는 각국의 노동자들10월 7일 이후 126일이 지난 오늘까지, 이스라엘의 대량학살로 가자지구에서 최소한 2만 8천여명이 살해됐다. 이 중 12,150명이 아동이고, 8,300명이 여성이다. 현재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대량학살을 멈추기 위해, 나아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식민지배와 강제점령을 종식시키기 위해 팔레스타인 노동조합이 전세계 노동자민중에게 이스라엘의 무장을 중단시켜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이 요청에 응답해왔고, 응답하고 있는 전세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10월 7일 이후 전 세계에서 이스라엘의 대량학살에 맞선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1월 중순 이후에도 국제사법재판소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와 로테르담, 미국 뉴욕, 이탈리아 밀라노, 독일 베를린을 포함한 여러 도시, 이탈리아 로마, 그리스 아테네, 프랑스 마르세유, 뉴질랜드, 캐나다 오타와, 요르단 암만, 바레인 등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끝내라는 거리시위가 벌어졌다. 거리시위만이 아니다. 2023년 10월 16일 팔레스타인의 노동자들이 긴급요청을 보낸 이후, 이에 응답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파업과 봉쇄 행동, 집회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14개 노조와 200개 시민사회단체가 정부에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 중단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바르셀로나의 항만노동자들, 유럽 항만노동자 협의회(EDC)와 연계된 항만노동자들도 무기운반을 중단했다. 벨기에에선 운송노조가 조합원들에게 무기를 항공기로 운송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탈리아의 항만노동자들은 이스라엘 운송회사 Zim의 선박화물 이동을 봉쇄했다. 영국에서는 노동자들이 BAE 시스템즈 공장 입구를 막았고, 카탈루냐 노동자들은 백린탄 생산에 연계된 ICL-Iberia에 항의했다. 캐나다에서는 노동자와 지역사회 활동가들이 해밀턴, 토론토, 몬트리올, 오타와의 무기공장 4곳을 폐쇄했다. 1억 명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인도의 12개 노조 연맹은 팔레스타인 연대 선언과 함께, 이스라엘이 노동 허가를 취소한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을 대체하기 위해 10만 명의 건설 노동자를 파견하는 협상에 강력히 반대했다. 100s of dockworkers & human rights activists block the port of Genoa, Italy, with a march to offices of Israeli shipping company ZIM, pledging to block arms shipments and calling to stop Israel's #GazaGenocide.#CeasefireNow#StopArmingIsrael#DismantleApartheid pic.twitter.com/WVlb41lGNs — BDS movement (@BDSmovement) November 10, 2023 (11월 10일, 항만노동자들과 인권운동가들이 이탈리아 제노아 항구를 봉쇄하는 시위를 벌였다.) "Israel assassina, @ICLiberia patrocina!" Com a resposta a @WorkersinPales1 ens hem concentrat amb la Taula Sindical de Catalunya fora les oficines de ICL-Iberia al Port de BCN per denunciar el rol de l'empresa en el genocidi contra el poble palestí a Gaza!#StopArmingIsrael pic.twitter.com/4HwrN5i8zv — ProuComplicitat #AturemElGenocidi (@proucomplicitat) November 9, 2023 (11월 9일, 카탈루냐 노동자들이 항만에 있는 ICL-Iberia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특히 미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바이든 정부를 지지했고, 노사협조주의적이던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미국 자동차 빅3 자본에 맞서 파업을 하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월 1일, UAW는 휴전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미국에서 휴전을 요구한 가장 큰 노동조합이 됐다. 나아가 집행부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 이스라엘과 노동조합의 경제적 관계를 연구하고, 미국 노동자들이 전쟁에서 평화로 정의로운 전환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투자 철회 및 정의로운 전환 실무 그룹’을 구성할 것을 결의했다. 또 현장활동가들로 구성된 UAWD라는 현장조직은 이스라엘의 학살을 반대하고 팔레스타인과 연대해야 할 이유를 조합원들에게 교육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와 같다. UAWD는 팔레스타인 해방과 BDS(*팔레스타인 억압에 대한 연루를 없애기 위한 비폭력 운동)를 조직적으로 지지하고, BDS를 UAW의 공식 입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결의한다. ... 또한 UAWD는 UAW 조합원과 지도부들을 위한 철저한 대중 교육 활동을 조직할 것이다. 이는 BDS, 팔레스타인 해방, UAW의 반-아파르트헤이트 활동의 역사, UAW 집행부의 공모에 대한 아랍 및 흑인 노동자들의 오랜 저항의 역사를 다루는 하나 이상의 교육 행사가 포함되어야 한다. … 교육 행사 및 기타 조직화를 위한 홍보를 통해 UAWD는 제조업 노동자, 특히 영향을 받는 무기 제조업체 노동자들의 이해관계(interest)을 분석하여 작업 현장에서 BDS와 팔레스타인 해방을 중심으로 조직을 확대할 것을 결의한다. … UAWD는 ‘투자철회 및 정의로운 전환 실무그룹 설립’을 위한 UAW의 선언을 지지하며, UAW 지도부가 ‘팔레스타인 노동자와의 연대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노동자들을 포함한 일반 조합원들’을 실무그룹에 초대할 것을 촉구한다. 그러나 UAW 지도부는 이후 2024년 1월 25일 바이든의 재선을 공식적으로 지지했다. 즉각적인 휴전과 집단학살 중단을 요구하면서, 집단학살을 가능케 하고 있는 바이든을 지지하는 것은 화해할 수 없는 모순이다. 이에 대의원대회와 비슷한 위상을 지닌 CAP라는 행사에서 바이든이 연설을 할 때 이에 항의하는 조합원들의 시위가 있었다. 현장조직 UAW labor for palestine(‘팔레스타인을 위한 UAW 노동자’)을 비롯한 평조합원들은 UAW지도부의 바이든 지지선언 철회를 요구하며 내부투쟁을 진행중이다. 한국에서도 민주노총은 2023년 11월 8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멈추고 즉각 휴전을 수용하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2024년 1월 7일 금속노조 위원장이 팔레스타인 긴급행동 집회에 참여해 “현장에서부터 실천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또 작년 12월 1일 출판노조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 성명서를 발표하여,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거나 이스라엘 기관과 연루된 책을 만들지 않겠다” “책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식민, 제국주의의 피해를 알리고 평등과 평화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겠다” 등 구체적인 결의를 밝혔다. 1월 7일에 언론노조 조합원으로서 한국의 편향적인 언론보도의 문제에 대해 지적한 노동자도 있었다. 한편 울산에서는 지난 11월 13일,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을 비롯해 여러 지역활동가들이 함께 팔레스타인평화연대를 초청해 강연회를 개최했다. 또 강연회 당일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와 함께 이스라엘 굴착기 수출로 전쟁범죄에 공모하고 있는 현대건설기계 앞에서 선전전을 벌였다. 이후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지역 노동, 사회단체들이 합세하여 울산에서는 2주마다 울산 시내 중심가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선전전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한편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도 지난 1월 18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투쟁문화제를 진행했다. 투쟁문화제에 참여한 고진수 지부장은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향한 운동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다가올 동아시아 전쟁위기 앞에서도 노동자들은 무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청우 세종호텔 공동집행위원장은 “아직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노동자들의 실천이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오늘부터 우리가, 함께 그 운동을 조직해나가자”고 결의를 밝혔다. 이 모든 활동은 매우 고무적이고 소중한 한걸음이다. 하지만 아직 민주노총이나 각 산별노조의 주요한 공식 사업으로서 힘을 동원하는 팔레스타인 연대행동은 조직되지 않고 있다. Labor for Palestine이라는 캐나다 노동단체 활동가는, “노동자 대 노동자 연대: 이스라엘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싸우는 노조의 역할” 웨비나 행사에서 “북미 지역에서 노동자운동은 이제 성명 발표를 넘어 성명을 실제 행동으로 조직해야 한다”라고 현재의 과제를 밝혔다. 이와 비교한다면 아직 한국은 팔레스타인의 상황과 이스라엘 강제점령의 역사가 노동자들에게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 강제점령의 역사, 노동자들이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나서야 하는 이유, 오늘날 전세계 노동자들의 연대투쟁 등에 대한 각 단위노조의 간담회와 교육에서부터 시작해, 조합원들의 동의에 기반한 성명서와 작은 캠페인부터 조직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전세계 모든 노동자가 국제연대를 실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단지 노동조합을 지키고, 임금과 고용을 지키는 것조차 자본가들과 치열한 싸움을 필요로 하는데, 얼핏 내 문제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로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렇기에, 지속적이고 목적의식적으로 국제연대의 필요성을 노동자들과 이야기하고 조직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쉬운 지름길은 없어보였지만, 고무적인 변화가 감자처럼 땅에서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활동가들이 최대한 많은 노동자에게, 최대한 정기적으로, 직접적으로 말을 건넬지를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다음 기사에서는 항만노동자들과의 연대를 조직했던 미국 ‘Blcok the Boat 운동’ 사례에 대해 자세히 다뤄 보겠다.2024-02-10 | 조회 2,379 -
아르헨티나, 극우정권의 초긴축 실험에 맞서 노동자의 반격이 시작되다!1월 24일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에서 전국적으로 150만 명이 참여하는 12시간 총파업이 전개됐다. 대선 과정에서 온갖 기괴한 공약들을 내세웠던 극우 인사 하비에르 밀레이가 대통령에 취임한지 불과 45일 만이었다. 노동자총동맹(CGT), 자치노동자연합(CTA-A), 노동자연합(CTA-T) 등 3대 노총이 주도한 이날 총파업에는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대중경제노동자연합(UTEP), 사회운동 단체들, 문화단체들, 스포츠단체들, 좌파 정당 및 정치조직들까지 광범하게 참여했다. 우파 정권 시절인 2019년 5월 이후 5년 만에 다시 조직된 이날 총파업의 핵심 요구는 밀레이 정권의 ‘충격요법’ 정책들을 철회하라는 것, 특히 366개 조항의 ‘메가 대통령령’과 664개 조항의 ‘옴니버스 법안’을 철회하라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은 극우 정권의 초긴축 공격에 맞서 100년 넘게 투쟁으로 쌓아 올린 노동자의 권리와 사회적 정의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결의를 모았다. 1월 24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모인 총파업 시위대 (사진:CTA-A) 밀레이 극우정권의 출범 지난해 하반기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은 물가상승률이 150~180%에 이르러 임금의 실질 구매력이 턱도 없이 깎여나가고 빈곤율이 40%를 넘어서는 파국적 상황에서 펼쳐졌다. 밀레이는 자국 페소화 대신 미국 달러화를 사용하겠다는 허황된 물가안정 대책과 ‘특권층’에게 위기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 발린 약속으로, 절망에서 허우적거리는 상당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선투표 과정에서 ‘특권층’의 한 축인 전통적인 우파 공화당과 손을 잡은 밀레이는 강력한 우파 세력을 품에 안은 극우정권을 탄생시켰다. 12월 10일 취임한 밀레이는 우파 공화당의 주요 인사들을 치안부·재무부·국방부 등 요직 장관에 임명했다. 특히 공화당 대선후보로서 1차 투표 때 3위를 했던 빠뜨리샤 불리치가 치안부 장관이 됐다. 동시에 18개 부처 가운데 노동사회보장부, 공공사업부, 사회개발부, 환경부, 여성인권부 등 9개를 폐지했다. 밀레이는 자신의 초긴축 정책이 불러올 노동자·민중의 저항을 겨냥해서 취임 연설에서부터 “도로를 점거하는 시위대에게는 사회보조금 수령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협박했다. 치안부 장관은 시위 주최 단체에게 경찰의 진압 경비를 부담하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12월 12일, 밀레이는 ‘경제비상조치’를 단행했다. 현재 GDP 5% 수준인 재정적자를 0%로 만들겠다며 △공공지출 대폭 축소 △공공사업 전면 유보 △에너지·교통보조금 삭감 △연방예산의 나머지 모든 항목 동결을 발표했다. 또한 수출경쟁력을 높인다면서 자국 페소화를 달러화 대비 54% 평가절하했다. ‘메가 대통령령’과 ‘옴니버스 법안’ 12월 20일, 밀레이는 대규모 규제완화를 위한 366개 조항의 ‘메가 대통령령’을 발표했다. 노동권, 임대차, 가격규제, 민영화, 교육, 연금, 관광, 위성인터넷 서비스, 의약품 판매, 무역, 외국인 토지매입 등 다방면에 걸친 규제완화를 위해 수백 개의 법률을 무력화하는 조치로 12월 2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메가 대통령령’은 노동권 관련해서 △미등록 고용에 대한 벌금·처벌 폐지 △수습기간을 3개월에서 8개월로 연장 △업무시간 중 노조활동 금지 △필수부문(의료·교육·수도·가스·전기·항공·통신 등)은 파업시 75% 업무유지 △중요부문(운송·식품가공·물류·광산·우편 등)은 파업시 50% 업무유지 △파업 도중 작업장점거·출입봉쇄·기물파손하면 해고 △사업장 단위 조합비 자동공제를 개별 동의로 변경 △기존에 노조가 운영하던 조합원 의료보험에 보험사 진입 허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임대차 관련해서는 △2020년부터 시행돼 오던 임대차 기간 3년 보장과 임대료 인상 제한 폐지 △미국 달러로 임대료 납부 요구 허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모든 가격통제와 가격규제도 폐지했다. 리튬채굴 등을 위한 외국인 토지매입도 전면 허용했다. ‘메가 대통령령’은 1994년부터 실행돼 온 헌법상의 대통령 긴급명령권을 발동한 것인데, 그동안 하나의 대통령령으로 이렇게 수많은 법률을 무력화하고 정책을 변경한 경우는 없었다. ‘메가 대통령령’은 상하 양원 모두 거부하거나 법원이 위헌으로 판결하지 않는 한 효력이 유지된다. 현재까지 1월 3일 연방노동항소법원이 △수습 기간 3개월에서 8개월로 연장 △해고시 보상 삭감 △출산휴가 축소 등에 대해서만 시행 중단을 판결한 상태다. 공화당을 포함한 밀레이 세력은 하원의 경우 257석 가운데 79석만을 갖고 있지만 상원의 경우 72석 가운데 39석을 확보하고 있어서, 법적으로만 본다면 ‘메가 대통령령’의 대부분이 그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 12월 27일, 밀레이는 광범한 영역에 걸친 664개 조항의 ‘옴니버스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워낙 그 내용이 많아 현지에서도 온전히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내용에는 △국내외 미신고 자산 등록시 중과세 면제 △비례대표제 폐지와 소선거구제 도입 △치안부 장관에게 시위제한 명령권 부여 △‘불법’ 시위에 대한 징역형 대폭 상향 △법률에서 ‘젠더 폭력’ 표현을 ‘가족 간 폭력’으로 대체 △세금·연금·에너지·안보 관련 의회 권한을 2025년까지 대통령에게 이양 등이 포함돼 있다. 아르헨티나 노동자들은 ‘메가 대통령령’과 결합된 ‘옴니버스 법안’을 “노동자계급이 오랜 세월 투쟁으로 쟁취한 권리들과 성과들을 다 쓸어버리려는 공격”이자 “시위와 파업의 권리마저 제한함으로써 최소한의 민주적 권리마저 박탈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했다. 자신의 ‘충격요법’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쉽게 보여주려는 듯, 밀레이는 연말을 맞으며 공공부문 계약직 공무원 5천 명의 계약연장을 거부하여 전격 해고했다. 초긴축 정책의 계급적 본질 밀레이는 획기적으로 물가를 잡겠다고 했지만, 그의 취임 이후 오히려 물가가 더욱 급등했다. 에너지·교통보조금 삭감, 페소화 평가절하, 모든 가격통제와 가격규제 폐지 등 물가의 고삐를 푸는 조치들을 줄줄이 취했기 때문이다. 밀레이 취임 이후 며칠 만에 휘발유 가격이 60%, 식료품 가격이 50% 급등했다. 12월 물가가 전월 대비 25.5% 치솟으면서 2023년 전체 물가상승률이 211.4%를 기록했다. 교통보조금 삭감이 적용되는 1월부터는 대중교통 요금이 3배로 폭등했다. 12월 20일 ‘메가 대통령령’과 함께 가격통제가 사라지자, 바로 다음날 보험사들의 의료보험료가 일괄 40% 인상됐고, 30일 만에 식품·의약품·연료 가격이 100% 상승했다. 그 사이 임금의 구매력은 20% 이상 하락했는데, 이는 노동자계급에게서 자본가계급에게로 그만큼의 소득이전이 발생했음을 뜻했다. 밀레이는 ‘특권층’에게 위기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지만, 그의 정권은 ‘특권층’을 중추로 하여 구성됐고, 그의 ‘충격요법’ 정책들은 자본가계급에게 보내는 선물로 가득 차 있다. 그 가운데서도 국제 금융자본과 광산·석유 대자본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의 풍부한 리튬 자원에 눈독을 들여 온 일론 머스크는 마음껏 리튬을 채굴해 갈 기회가 열리려 하자 밀레이를 크게 칭송하고 있다. 밀레이는 가자지구 학살로 이스라엘과 미국이 세계적으로 비난받는 상황에서, 수시로 이스라엘 국기를 자기 몸에 휘두르며 이스라엘 네타냐후 학살정권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2018년 미국 트럼프 정권과, 2019년 브라질 보우소나루 정권의 뒤를 따라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도 공언한다. 반면 자신이 ‘공산주의’로 규정해 온 중국과 브라질이 주도하는 브릭스(BRICS)에는 가입을 철회하겠다고 통보했다. 밀레이가 보여준 일련의 정책들에 흡족해 하며, 국제통화기금(IMF)은 1월 10일 아르헨티나에 47억 달러 추가대출을 결정했다. 이는 2018년 아르헨티나와 체결했던 총 440억 달러 대출프로그램의 일환인데, 한동안 동결돼 있던 추가대출을 재개하면서 일부 조기대출까지 덧붙인 것이다. 그런데 이 대출금에는 2024년 말까지 GDP 2% 수준의 재정흑자를 달성해야 한다는 가혹한 조건이 붙어 있다. 밀레이 정권은 △한시적 수출입세 인상 △에너지·교통보조금 축소 △주 정부와 국영기업에 대한 지원 축소 △사회기반시설 지출 축소 등을 통해 조건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와 같은 대출조건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또한 대출금을 상환하는 과정에서, 아르헨티나 노동자들은 피땀을 갈아 넣도록 강요당할 것이다. 저항의 물꼬를 트다 밀레이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투쟁이 시작된 날은 12월 20일이었다. 전투적인 노동조합들과 실업자단체, 그리고 ‘좌파전선’1)이 함께 주최하는 시위가 열려 2만 명이 참여했다. 대통령과 치안부 장관이 도로점거 시위를 금지하고 위반시 엄벌하겠다고 공언하는 상황에서, 이날 시위대는 경찰과 충돌하며 차도로 나아간 뒤 대통령궁 앞에 위치한 ‘5월 광장’을 장악하고 새벽까지 시위를 벌였다. 이날 밀레이가 ‘메가 대통령령’을 발표하자, 많은 이들이 5월 광장과 의회 앞으로 몰려나와 새벽까지 냄비와 팬을 두드리는 ‘카세롤라조’ 시위를 전개했다. 비슷한 상황이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내 여러 지역과 지방 대도시들에서도 전개됐다. 경찰은 어떻게 해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했다. 1) ‘좌파전선’(FIT-U)은 사회주의노동자당(PTS), 노동자당(PO), 사회주의좌파(IS), 노동자사회주의운동(MST) 등 혁명적 사회주의 조직들로 구성된 공동 선거기구이자 공동 투쟁체이다. ‘좌파전선’은 혁명적 강령과 대중투쟁 노선을 견지하는 가운데 다섯 명의 하원 의원을 갖고 있다. 의회에서 혁명적 입장을 제기하는 이 의원들은 노동자 평균임금만을 받고 나머지 급여를 투쟁기금으로 내며, 투쟁현장에서 최선두에 선다. 밀레이 정권이 ‘옴니버스 법안’에서 비례대표제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이들을 의회에서 제거하려는 데 그 목표가 있다. ‘좌파전선’은 2023년 하반기 치러진 대선과 총선에서 각각 2.7%와 3.3%를 득표했다. 이후 매일같이 간호사, 타이어산업 노동자, 실업자, 공무원 등이 시위를 계속 이어갔다. 최대 노총 CGT와 좀 더 전투적인 CTA에게 총파업에 나서라는 호소와 압력이 빗발쳤다. 밀레이 정권이 ‘옴니버스 법안’을 발표한 12월 27일 CGT 주최로 시위가 열렸다. 원래 CGT 지도부는 ‘메가 대통령령’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러 법원을 향해 인도로 행진하는 작은 시위를 계획했는데, 2만 명이 몰려나와 법원 앞 광장과 차도를 가득 메워버렸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밀린 CGT는 결국 다음날 다른 노총들과 함께 1월 24일 총파업과 대규모 시위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총파업 계획이 발표되자, 부르주아 언론들은 “새 정부 취임 18일 만에 ‘역사상 가장 빠른 반정부 파업’을 발표했다”면서 비판에 나섰다. 자본가단체들은 “밀레이 정권을 지지하는 맞불 시위를 조직하겠다”고 발표했다. 밀레이 정권은 “나는 파업하지 않을 것”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총파업을 좌절시키려는 캠페인에 나섰다. 반면 좌파전선과 전투적인 노조들은 모든 사업장에서, 모든 노동자들 속에서, 가난한 민중들과 함께 총파업을 조직해 나가자고 결의하고 호소했다. 노동자계급의 힘을 보여준 총파업 150만 명이 참여한 1월 24일의 총파업은 누가 이 세상이 굴러가게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노동자들은 수도를 비롯한 여러 대도시에서 도로와 광장을 점거하고 대규모 시위를 전개함으로써 도로점거 시위를 엄벌하겠다는 대통령과 치안부 장관의 엄포를 묵사발 냈다. 밀레이 정권의 ‘메가 대통령령’과 ‘옴니버스 법안’을 반드시 분쇄하겠다는 요구를 앞세우고 전투적인 노조들, 사회단체들, 지역조직들, 좌파조직들이 함께 행진했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노동조합들, 사회단체들, 좌파조직들 등으로 구성된 10만 명 이상의 군중이 의회 광장 주변으로 운집하면서 도심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공항에서는 조종사들을 필두로 항공노동자들의 파업이 잇따르면서 300편이 넘는 비행편이 모두 취소됐다. 항공노동자들은 밀레이가 추진하는 국영항공사의 사유화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공무원, 트럭기사, 인쇄, 은행 부문도 파업에 강하게 동참했다. 버스와 지하철은 오후 7시부터 파업에 동참했다. 수도를 둘러싼 광역 부에노스아이레스 지역에서는 제조업 파업이 힘차게 펼쳐졌다. 특히 자동차산업에서 파업이 매우 강력했다. 90초마다 차량을 생산하던 도요타 공장이 완전히 멈춰 섰다. 포드에서도 생산이 마비됐다. 폭스바겐은 휴가 중이었지만 일부 노동자들이 행진에 나섰다. 금속부문과 식료부문에서도 파업이 벌어졌다. 타이어산업 노동자들은 자체적으로 7시간을 추가해 19시간 파업을 벌였다. 통신사 건물도 거의 텅 비었고, 병원은 응급실만 운영됐다. 그러나 이날 총파업에는 아쉬움도 있었다. 특히 버스와 지하철이 오후 7시부터 파업에 나서면서 파업의 위력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만일 버스와 지하철이 아침부터 파업에 들어갔다면 광범한 미조직 노동자들이 자연스럽게 출근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파업 효과를 극대화하고 시위 규모도 훨씬 늘릴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노조 안에서 계급투쟁 노선 활동가들이 더 강력한 파업을 요구하며 내부투쟁을 전개했지만, 파업 시점을 바꿔내지 못했다. 그런데 버스와 지하철 노조 지도부가 보여준 이러한 어정쩡한 자세는 사실 더 큰 문제의 일부였다. 페론주의(키르치네르주의) 세력과 노조관료들 아르헨티나는 공식 경제에 포괄된 노동자들의 40% 정도가 조직돼 있을 정도로 노동조합의 규모가 큰 나라다. 1930년에 결성된 최대 노총 CGT의 조합원 수는 오늘날 700만에 이른다. 그런데 노동조합을 이끄는 노조관료들은 1940년대 페론주의가 등장할 때부터 그 한 축을 구성해 왔다.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아르헨티나 정치를 주도했던 페론주의는 오늘날 신자유주의 세력에게 포퓰리즘의 전형으로 흔히 비난받는데, 임금 인상, 단체교섭권 보호, 주택 개량, 사회보험 시행 등 노동자들에게 일정한 개량적 조치들을 취하긴 했지만, 엄연히 자본주의 착취·억압 체제를 수호하는 자본가 정치세력이었다. 페론주의의 일부가 된 노조관료들은 정권으로부터 약간의 개량을 얻어오는 대가로 노동자들의 자주적인 투쟁을 억눌렀다. 1970~80년대 군사정권을 거친 뒤, 1990년대에 정권을 잡은 페론주의 우파가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폈을 때, 페론주의 노조관료들은 의료보험과 연금기금에 대한 통제권을 보장받는 대가로 사유화와 노동유연화를 수용했다. 그러나 점점 심화하는 경제위기 속에서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생존권이 파탄나자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떠밀려 수십 차례 총파업에 나섰다. 결국 2001년 거대한 경제위기가 터졌고, 강력하게 성장한 실업자운동을 중심으로 전면적인 민중항쟁이 폭발하면서 2주일 사이에 네 명의 대통령을 갈아치웠다. 이후 자본가권력의 통치위기 상황을 수습한 뒤 최근까지 20년 동안 아르헨티나 정치를 주도한 게 페론주의 좌파에 해당하는 키르치네르주의였다. 페론주의 노조관료들은 다시금 키르치네르주의를 떠받치는 하위 파트너로 역할했다. 특히 지난 4년 동안 키르치네르주의 정권이 전임 우파 정권의 대규모 임금·연금 개악을 복원하겠다던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데도, 노조관료들은 한 번도 총파업을 조직하지 않았다. 키르치네르주의는 개량을 안겨줄 것 같은 언사를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어정쩡한 수준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거짓말과 모순으로 점철된 정치적 위선, 또 하나의 ‘특권층’이 되어 깊이 빠져든 부패, 물가폭등에 대한 통제력 상실 등 키르치네르주의 정권에 대한 광범한 실망과 분노가 2023년 대선을 앞두고 폭발했다. 극우인사 밀레이가 깜짝 부상하고 집권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에너지를 집어삼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키르치네르주의가 계속 정권을 잡았다 하더라도, 분명히 그들 또한 IMF와 협력하며 긴축 정책을 실시했을 것이다. 물론 좀 더 유연하게, 특히 노조관료들과 협상하는 방식을 취했겠지만, 그 본질은 밀레이 정권의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1월 24일 총파업이 벌어질 때까지, 밀레이 정권의 ‘충격요법’에 대해 키르치네르주의 세력의 실세인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는 침묵했다. 대선후보였던 세르히오 마사는 밀레이에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키르치네르주의 정치인들은 총파업 시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들 모두는 밀레이의 초긴축 정책이 총파업과 거리시위 같은 대중투쟁에 의해 분쇄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자본가정부의 정책을 대중투쟁으로 분쇄할 수 있을 정도로 노동자계급의 힘이 강해지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키르치네르주의 세력이 원하는 것은 대중투쟁의 물꼬를 의회와 법원에서의 말다툼으로 돌리는 것이고, 차악으로서 자신들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회복하는 것이며, 결국 4년 뒤 선거에서 재집권하는 것이다. 그런 자신들의 목표에 부합하는 수준과 방식으로 총파업이 제한되는 것이다. 문제는 총파업을 공식적으로 이끄는 노조관료들의 대다수가 여전히 페론주의에 빠져 있고 키르치네르주의를 추종한다는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떠밀려 총파업을 선언하고 실행했지만, 페론주의 노조관료들은 밀레이 정권에 맞서 전면전에 나설 생각이 없다. 그들이 생각하는 전망은 의회와 법원이 대신해서 밀레이 정권의 독주를 막아주는 것이다. 거기에 필요한 만큼만 투쟁하면 된다는 페론주의 노조관료들의 본심은 버스와 지하철의 어정쩡한 파업으로도 나타났지만, 1월 24일 총파업 이후 투쟁계획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아래로부터 자주적인 투쟁역량을 건설하기 그러한 노조관료들의 실체를 꿰뚫어 보고 있기에, 사회주의노동자당(PTS)을 비롯한 좌파전선은 총파업 계획이 발표된 이후 노조관료들과 독립적으로 아래로부터 노동자·민중의 자주적인 투쟁역량을 건설하기 위해 분투해 왔다. 노조관료들이 의식적으로 토론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좌파전선은 영향력을 가진 사업장들과 전투적인 노동조합들 속에서 대중적 토론을 제기하고 조직해 나갔다. 나아가 지역 단위로 조합원, 미조직 노동자, 특수고용, 실업자, 여성, 학생, 그밖에 공세에 맞닥뜨린 모든 민중을 포괄하여 토론 모임을 갖고 카세롤라조와 집회를 열었다. 이를 토대로 전투적인 노조들, 사회단체들, 좌파조직들을 중심으로 ‘민중회의’라는 지역조직들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필두로 여러 지역에서 건설해 나가고 있다. 좌파전선은 일회성 총파업을 넘어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정책을 완전 분쇄할 때까지 무기한 전면 총파업으로 나아가자는 방향을 제기했다. 또한 △자본의 위기전가 반대 △IMF와의 합의 거부 △고용·임금·연금의 방어 △살인적인 물가인상에 맞서 임금·연금과 특수고용소득의 긴급 인상 △‘메가 대통령령’과 ‘옴니버스 법안’ 등 모든 긴축정책의 즉각 폐기 △모든 임시직의 정규직 전환 △폐쇄·정리해고 공장에 대한 노동자 자주관리 △식료품을 비롯한 필수품에 대한 가격통제 △식료품 대기업의 회계장부 공개 △사람들을 굶주림으로 내모는 모든 기업의 몰수와 노동자통제 등과 같은 독립적인 노동자계급 강령을 모든 모임과 집회에서 제기해 나가고 있다. 이와 같이 노동자계급의 명확한 전망을 내걸고 아래로부터 건설되는 자주적인 투쟁역량이 얼마나 강력하게 성장하는가, 그래서 이 힘이 얼마나 강력하게 노조관료들을 압박해 내고 나아가 압도해 내는가야말로 향후 투쟁의 전망을 가르는 관건이 될 것이다. 세계적 중요성을 가진 극우정권의 초긴축 ‘실험’과 노동자의 반격 1월 17일, 밀레이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전 세계를 대표하는 자본가들을 상대로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기조의 연설을 하고 뜨거운 환대를 받았다. 그는 “서방 세계가 집단주의와 급진적 페미니즘, 잔인할 정도의 환경 보호 등 사회주의로 향할 수밖에 없는 세계관에 사로잡혀 위험에 빠져 있다”면서 “자유시장경제만이 기아와 빈곤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핏대를 올렸다. 세계경제포럼에서의 연설과 환대는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실험이 오늘날 세계 계급투쟁에서 갖는 의미를 함축해 보여준다. 아르헨티나와 인접한 칠레에서 1973년 쿠데타에 성공한 피노체트는 칠레를 세계 최초의 신자유주의 정책 실험장으로 만들었다. 칠레에서 실현가능성이 입증된 신자유주의 정책은 이후 1980년대에 영국과 미국에서 본격화했고, 1990년대를 거치며 전 세계로 확산됐다. 얼핏 보기에,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정책은 200%가 넘어가는 ‘예외적인’ 하이퍼인플레이션 상황에서 나온 ‘예외적인’ 정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의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예외적인’ 상황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오히려 오늘날 세계경제 전반이 통제 불가능한 금융대공황과 하이퍼인플레이션을 향해 치달아 가는 과정에서 ‘약한 고리’에서 먼저 불거져 나온 전조증상으로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밀레이의 언행은 기괴하기 짝이 없지만, 우리는 오늘날 그 못지않게 기괴하고 극단적인 극우인사들이 줄줄이 집권하는 상황을 세계 도처에서 보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필리핀의 두테르테,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같은 자들이 좀 더 직접적으로 밀레이와 비슷한 면모를 보여주었다면, 중국의 시진핑, 러시아의 푸틴, 인도의 모디, 이탈리아의 멜로니,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같은 자들도 그 실질적 면모에서는 그리 밀리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지금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과 함께 유럽 전역에서 극우가 맹렬하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있다. 물론 다른 나라들에서는 아직 극우정권이 밀레이 정권만큼 극단적인 초긴축 정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본주의 세계경제가 점점 더 많은 나라들을 침몰시켜 나간다면, 지금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정책은 세계 자본주의를 위한 또 하나의 ‘실험’일 수 있지 않을까? 지구를 덮치게 된 기후재난이 파키스탄의 홍수에서 그칠 수 없는 것처럼, 세계를 휘감게 된 전쟁이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세계를 뒤흔드는 경제파탄과 극우정권의 초긴축 정책은 결코 아르헨티나만의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밀레이 정권의 초긴축 ‘실험’에 맞선 아르헨티나 노동자계급의 투쟁 또한 그만큼 세계적 중요성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2024-01-31 | 조회 2,259 -
[우리의 투쟁] "이란과 팔레스타인의 해방운동은 긴밀히 연결되어있습니다."팔레스타인 4차집회에서 이란계 미국인 미샤님이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 삶, 자유’ 투쟁이 팔레스타인의 해방과 연결되어 있음을 역설했습니다. 그는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특정 집단을 2등시민으로 차별하는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로서, 저항하는 여성과 팔레스타인인을 억압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민간인을 이유 없이 구금하고, 의도적으로 언론인을 표적으로 삼고, 정부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인터넷을 차단하고, 가장 끔찍하게도 저항하는 이를 성폭력으로 고문하고 처벌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는 이어 그렇기 때문에 이란의 “여성, 삶, 자유” 운동과 팔레스타인의 해방운동이 긴밀히 연결되어있으며,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맞선 운동은 국경을 초월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세계의 모든 민중들에게, 해방을위한 서로 다른 듯 보이는 투쟁을 연결해주길” 호소하는 미샤님의 호소에 연대하며, 발언을 영상을 통해 전합니다.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marchtosocialism)님의 공유 게시물 ----발언전문---- 오늘 이란계 미국인으로서 전 세계 모든 억압받는 사람들의 해방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란과 팔레스타인이 해방되어야만 하며 이는 분명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성, 삶, 자유" 운동은 이란뿐만 아니라 억압적인 정부 아래 살아가는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위한 운동입니다. 이란 사람들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하에 살고 있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에서는 정부가 어떤 특정 집단을 2등 시민으로 차별합니다. 사회의 다른 구성원에 비해 권리와 자유를 제한합니다. 그 억압받는 집단은 이란에서는 여성들이고, 팔레스타인에서는 비유대인 팔레스타인인들입니다. 두 경우 모두 권력을 가진 정부는 억압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신체와 이동을 통제하는 엄격한 법률을 시행합니다. 억압 받는 이들이 용기를 내서 기본적인 인권을 요구하면 가혹한 보복성 폭력을 가합니다. 그러나 이란과 이스라엘의 공통점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두 정권은 모두 민간인을 이유 없이 구금하고 의도적으로 언론인을 표적으로 삼고, 정부의 범죄를 숨기기 위해 인터넷을 차단합니다. 그리고 가장 끔찍한 것은 두 체제 모두 강간과 성폭력을 이용해 목소리를 내고 저항하는 사람을 고문하고 처벌합니다. 이슬람 공화국과 이스라엘 정부가 종교와 하나님의 말씀을 이용해서 여성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의도적으로 이러한 전술을 펼쳐서, 그 누구나 정권을 비판한다면 ‘이슬람혐오' 혹은 ‘반유대주의'라고 외쳐서 비판을 회피하고, 비판자들을 침묵시킵니다. 이 전략은 수십년동안 효과적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세계의 민중들은 드디어 이러한 전술의 실체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 정권들이 자행하는 행위는 그들이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종교의 기본적인 원칙을 위배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팔레스타인의 해방 운동은 이란의 해방 운동과 긴밀히 연관 되어있습니다. “종교적인"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을 무너뜨리는 노력은 국경을 초월해야하는 운동입니다. 하나의 정권이 무너지면, 다른 정권도 이어 무너지는 법입니다. 민중이 연합의 힘을 알게되면서 억압하는 정권들은 점점 힘을 잃을것입니다. 저희가 분열된 상태에서는 지속적인 변화를 이루기 어렵습니다. 공동의 적인 억압하는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을 향해 연합하고 함께 싸운다면 그 누구도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오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란에서의 “여성, 삶, 자유” 운동을 지지하였듯이 이란 민중들께 팔레스타인 해방 투쟁과 연대하기를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전세계의 민중들에게, 해방을 위한 서로 다른 듯 보이는 투쟁을 연결해주길 호소합니다. 그리고 이란, 팔레스타인, 혹은 여러분 지역사회에서 세계적인 억압을 종식시키기 위한 노력으로서 해방운동에서 여러분의 역할을 인식해주길 바랍니다. 전 세계에서 억압받고 있는 모든 사람을 해방하기 위해 연대가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 삶, 자유"를 외칩니다, 이란을 위해 팔레스타인을 위해, 쿠르디스탄을 위해, 그리고 모든 억압받는 민중을 위해! 번역참조: 김한나(해방을 꿈꾸는 씨네클럽)2023-12-11 | 조회 1,577 -
[번역] 전미자동차노조의 큰 승리: 미국 노동운동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편집자 주) 2023년 11월 12일 자로 레프트보이스에 실린 제임스 데니스 호프의 글을 번역해 소개한다. 원문: https://www.leftvoice.org/the-uaw-won-big-what-does-it-mean-for-the-u-s-labor-movement/ 완성차업체 빅쓰리(지엠·포드·스텔란티스)에 맞선 전미자동차노조(이하 UAW) 파업은 자동차 노동자들만의 승리가 아니었다. 전체 노동자계급의 승리였다. 10월 25일, UAW는 41일간의 피켓 시위 끝에 포드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나흘 뒤에 GM과 스텔란티스도 거의 동일한 임금인상, 보너스, 복리후생 패키지에 합의함으로써 수십 년 만에 가장 중요하고 역동적이며 주목받았던 자동차 파업이 사실상 종결되었다. UAW 조합원들은 여전히 잠정합의안에 대해 토론하고 투표하고 있으며, 목표했던 모든 것을 얻지는 못했지만(실제로 미시간주 플린트 지엠공장의 잠정합의 부결이 보여주었듯이, 평조합원들이 주도권을 잡았다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잠정합의는 자동차 노동자들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실질적인 성과를 따낸 이번 잠정합의는 지난 15년 동안 빅쓰리에 양보한 임금과 복리후생의 상당한 회복을 의미한다. 노조는 4년 6개월의 계약 기간 동안 25%의 임금 인상(첫해 11%)과 타결 성과금 5,000달러를 확보했고, 향후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임금을 보호할 수 있는 생활비 조정제도(물가임금연동제)를 되찾았으며, 자동차 3사 모두에서 이중임금제 폐지를 향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이처럼 임금 문제에서 승리한 것 외에도, 노조는 파업을 통해 세 자동차 회사 모두 대규모 투자로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노조로 조직할 경로를 보장하게 함으로써,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생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자리와 임금을 보호할 안전장치를 확보했다. 여기에는 일리노이주 벨비디어 조립 공장의 재가동과 오하이오주 워런에 있는 울티움 셀 배터리 공장에서 기본 협약에 따라 약 1,000명의 노동자가 추가로 노조에 가입하는 것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번 잠정합의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성과는 공장폐쇄에 맞선 파업권을 포함시킨 것이다. 향후 정리해고가 현실화할 경우 파업으로 맞설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중대한 승리라 할 수 있다. UAW 파업은 단지 자동차 노동자들만의 승리가 아니다. 이 파업을 예의주시하고 주목해 온 전체 노동자계급의 승리이기도 하다. 파업에 나선 5만 명 이상의 UAW 조합원과 이들을 지지한 다른 모든 사람이 이루어낸 이번 합의의 성과는 노동자들이 조직하고 연대할 때 발휘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 이번 파업은 모든 노동자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 가운데 많은 노동자들이 피켓 시위에 나와 UAW 편에 섰으며, 미국에서 한창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노동운동에 상당한 열기를 더했다. 이번 파업의 교훈을 배움으로써 노조들의 (나아가 새로운 노동운동 전반의) 힘과 전투성을 강화하는 것은 특히 정치적, 경제적, 생태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이 시점에 조직된 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이다. 경찰이 면책특권을 갖고 살인을 계속하고, 성전환자와 여성들이 민주적 권리를 계속 박탈당하며, 미국이 자신의 힘을 해외에 강제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의 세금과 수많은 생명을 낭비하고, 미국이 지원하는 폭탄이 가자지구에 계속 떨어지고 있는 지금, 착취만이 아니라 억압과 제국주의에 맞설 수 있는 노조를 건설하는 건 관건적인 과제다. 전체 계급을 위한 역사적인 파업 UAW 파업은 의심할 여지없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벌어진 가장 중요한 노동자투쟁들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 파업은 진공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지난 몇 년 동안 노동자계급의 의식과 노동자투쟁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2018년에 시작된 교사파업 물결부터 경찰폭력에 맞선 2020년 봉기, 팬데믹 이후 신규 노동자 조직화의 폭발적 증가, 2023년의 대규모 파업들(약 20만 명의 배우와 작가 포함)에 이르기까지 미국 노동자계급은 지난 40년간 반동적인 신자유주의 공세에 빼앗겼던 전투성을 서서히 재건해 왔다. 이러한 새로운 전투성과 계급의식 상승은 UAW 파업의 길을 열었고, 이 파업은 다시 새로운 노동운동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는 파업 초기에 포드, 스텔란티스, 지엠에서 12,000명 이상의 UAW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나섰을 때, 수천 명의 열렬한 지지자들이 합류하고, 곳곳에서 여러분의 투쟁이 곧 우리의 투쟁이라고 행동으로 말하는 노동조합, 조합원, 노동자들의 연대가 넘쳐나면서부터 분명해졌다. 실제로 파업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78%가 빅쓰리에 맞선 UAW를 지지한다는 걸 볼 수 있었는데, 이는 트럼프나 바이든의 지지율보다 훨씬 더 높은 것이었다. 그 후 UAW와 동맹세력들은 몇 주에 걸쳐 투쟁을 전개했고, 결국 UAW 조합원 3명 가운데 1명이 파업에 참여할 정도로 파업 규모가 커졌다. 다른 조합원들이 일을 계속하며 정규 임금을 받는 동안에도, 이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부름에 호응하여 자신의 생계를 희생하며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용감하게 파업에 나섰다. 이들은 추위와 비를 무릅쓰고 정문 앞에서 행진을 벌임으로써 트럭과 배달 차량을 막아섰으며, 파업을 깨뜨리려는 관리자와 대체인력에 맞서 강고하게 피켓라인을 유지했다. 파업 참가자들이 사업장 입구를 막는 것을 금지하는 반노조법을 무시함으로써, 피켓라인은 노동자들이 사장의 권력뿐만 아니라 국가의 권력과도 맞서는 전쟁의 학교가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전투 정신과 하루라도 더 싸우겠다는 헌신이 있었기에 UAW는 처음에는 바이든이, 다음에는 트럼프가, 그리고 나중에는 업계 전체가 이번에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만들 수 있었다. 2007년 이후 고용된 노동자들에 대한 연금 제공이 빠졌다는 이유로 잠정합의를 부결시킨 미시간주 플린트 지엠 공장 노동자들의 조직적인 노력 또한 UAW 평조합원들의 전투성과 계속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평조합원들의 전투성과 힘, 그리고 UAW의 새 지도자 숀 페인의 전투적인 수사는 이번 파업이 공격적인 파업이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사실 이번 잠정합의는 이전 합의들에서 빼앗긴 것들을 되찾아오는 성격을 가졌다. 이번 파업에 돌입하기 전까지 UAW는 거의 20년 동안 뒷걸음질을 거듭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정부의 구제금융 덕분에 간신히 명맥을 유지했을 때, UAW 지도부는 회사에 좋은 것이 곧 노동자에게도 좋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일련의 거대한 양보에 동의했다. 이러한 노사협조주의(business union approach)는 2023년 초 페인이 집권할 때까지 UAW의 지배적인 활동 원칙이었으며, 수십 년 동안 전투성과 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연히 빅쓰리는 이 기회와 연방정부로부터 받은 수십억 달러를 이용해 기록적인 이익을 축적했지만, 그 중 어느 것도 노동자들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2019년 마침내 UAW가 파업에 돌입했지만, 한 회사에서 파업을 벌여 전형을 만들려는 구태의연한 모델을 따랐다. 이는 앞서 11년간의 손실을 되돌리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의 저조한 임금 인상만을 따냈을 뿐만 아니라 공장폐쇄와 대량 정리해고로 이어져 조합원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상처를 남긴 실패작이 되었다. UAW의 새 지도부는, 양보한 것들을 되찾고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파업을 조직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합원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영감을 줄 수 있는 대담한 요구를 제시하고, 세 완성차업체를 동시에 공격하며, 무엇보다도 전체 노동자계급의 연대를 구축해야 했다. 그리고 바로 이게 지도부가 한 일이었다. 계급투쟁과 연대의 수사가 동반된 전례 없는 대담한 요구들을 공격적으로 제시함으로써 UAW는 미국 전역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의 투쟁으로 간주하면서 주목하는 파업을 건설할 수 있었다. 페인과 UAW는, 빅쓰리의 CEO와 경영진을 포함한 슈퍼리치에 대한 정기적이고 일관된 비난을 통해, 자동차 노동자들의 생활수준과 복지에 대한 공격이 전체 노동자에 대한 더 큰 공격의 일부라는 점을 주목하게 할 수 있었다. 또한 모든 노조 지지자가 알고 있는 사실, 즉 노조원들이 거두는 성과는 모든 노동자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포드가 제시안을 낸 지 며칠 후, 도요타와 혼다는 UAW의 조직화 시도를 막고 여전히 타이트한 노동시장에서 빅쓰리와 경쟁하기 위해 생산직 노동자 임금을 각각 9%와 11% 인상했다. 페인은 연설할 때마다 파업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이용해 조합원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계급을 대상으로 불평등, 착취, 노동의 존엄성, 연대의 힘과 파업이라는 무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6만 명 이상의 청중이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정기적인 페이스북 이벤트를 통해 기업들이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방식에 대해, 미국 안에서나 국제적으로나 노동조합 간 연대와 노동조합과 미조직 노동자 간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또한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노동자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11월 9일 일리노이주 벨비디어에서 열린 집회에서 페인은 일터로 돌아갈 UAW 조합원들에게 다시 한 번 이 점을 강조했다: “노동자들이 경제를 운영한다. 그리고 만일 경제가 노동자계급을 위해 작동하지 않는다면, 우리 노동자들은 경제를 중단시킬 힘이 있다.” 이러한 계급적 분노와 연대의 표출은 외국의 노동자들, 때로는 심지어 다른 기업의 노동자들까지 경쟁자로 간주하는 미국 노동조합운동 내 노사협조주의와 노동국수주의 정치와 정면으로 상충한다. 실제로 페인은 다른 자동차 회사의 미조직 노동자들을 경쟁자가 아니라 미래의 UAW 조합원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직접 말하며,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는 사측의 시도를 약화시켰다. 또한 그는 극심한 착취에 맞선 멕시코 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자주 언급하며, 사측이 공장 폐쇄와 해외 이전 위협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자들이 국제적으로 서로 경쟁하는 대신 전 세계 노동자계급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좋은 합의를 따내거나 빅쓰리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다. 여러모로 이 파업은 활력을 되찾고 투쟁하는 UAW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첫 번째 전투였다. 페인을 비롯한 새로운 지도부는 UAW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뻗어가는 새로운 노동운동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이번 파업의 모멘텀을 활용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인다. UAW는 도요타, 현대자동차, 테슬라 등 다른 자동차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조직화에 나설 계획임을 분명히 밝혔으며, 이미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테슬라 공장의 노동자들은 UAW와 함께 조직위원회를 구성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불가능해 보였던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UAW는 빅쓰리와의 단체협약 만료일을 모두 4월 30일로 설정하여, 향후 파업이 5월 1일 메이데이에 맞춰 시작될 수 있도록 했으며, 전국의 다른 모든 노조에도 동일한 조치를 취하여 함께 파업에 들어갈 수 있게 하자고 촉구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현실화한다면 연대파업을 금지한 태프트-하틀리 법에 대한 도전이며 이를 크게 약화시킴으로써 노조의 정치적 힘을 상당히 증가시킬 것이다. 진정한 계급투쟁 노동운동을 구축하려면 자기 조직화가 필요하다. 이번 파업과 이를 통해 얻은 상당한 성과는 이전 UAW 지도자들의 실패한 노사협조주의 전략에서 벗어난 전환의 결과를 분명히 보여준다. 하지만 거의 40만 명의 조합원을 가진 UAW 같은 거대한 조직을 변화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위로부터 내려오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페인의 큰 야망과 계급투쟁적 수사, 전투적인 전 위원장 월터 루써에 대한 존경에도 불구하고, UAW는 여전히 관료적 지도부에 의해 통제당하고 제한돼 있으며, 그 결과 조합원들의 자기조직화가 계속 방해받을 뿐 아니라 제국주의 민주당에 여전히 묶인 상태로 있다. 예를 들어, “억만장자 계급”에 대한 페인의 비판은 대부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020년 예비 선거 캠페인 때 했던 수사에서 가져온 것이다. 또한 페인이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과 점점 더 친밀한 관계를 가져가는 것은 하향식 관료주의 노조 모델에 내재된 모순을 보여준다. 최근 페인이 바이든을 비공식적으로 지지하면서 절정에 달한 민주당과의 관계는 UAW와 노조 운동에 치명적인 위험요소를 제기한다. 민주당은 노조가 자신의 힘을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노조 지도부를 더 가깝게 묶어 내려고 국가가 사용하는 도구다. 이번 파업에서도 우리는 바이든이 어떻게 파업에 대한 “지지”를 활용하여 빠른 합의를 압박하려고 시도하는지, 또한 어떻게 자신을 노동자계급의 관심사에 신경 쓰는 진보적 인사로 이미지 개선하려고 시도하는지를 보았다. 이러한 모순은 파업 캠페인 내내 고스란히 드러났다. 파업 전술로서 스탠드업 파업(노조가 지정하는 공장만 파업에 돌입하는 전술 -옮긴이)은 사측이 매번 우왕좌왕하게 만들고 종종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혁신적인 교란 방법이었다. UAW는 매주 새로 파업에 추가되는 공장을 발표함으로써 언론의 관심을 계속 유지하고 파업을 주요한 화젯거리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전술은 파업에 참여할 수 있는 UAW 조합원의 수를 제한하기도 했다. 엔진, 차축, 변속기 공장 등 가장 중요한 생산현장 대부분은 계속 가동되었기 때문에, 빅쓰리 기업들은 대부분의 생산을 중단 없이 계속할 수 있었다. 이는 파업의 모든 힘이 발휘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며, GM에서의 전면적인 연금 원상회복 등 노조가 더 많은 요구를 쟁취하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또한 파업이 대부분 위로부터 억제되고 통제되었기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투쟁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UAW 조합원들은 파업 시작 시기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또한 잠정합의들이 논의되는 동안 업무에 복귀하는 것도 사전에 평조합원들 사이에서 어떤 논의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되었다. 좋은 단체협약을 따내는 것도 중요하고 노조에는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지만, 노동운동과 평조합원의 자기조직화는 사측과 자본의 횡포에, 즉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윤을 목적으로 한 줌 소수가 생산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방식에, 실제로 도전하기 위해 필요한 힘을 구축하는 데서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파업이 각 사업장의 파업위원회에 의해 아래로부터 주도되어야 한다. 어디서 언제 어떻게 파업을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조합원들의 공개적인 토론과 논의를 통해 내려져야 한다. 교섭 과정 내내 모든 협상이 조합원들에게 공지되고 공개돼야 한다. 이를 루이지 모리스와 나는 작년에 이렇게 설명했다. 진정으로 민주적인 노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평조합원들에게 최대한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노조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업장의 모든 조합원들이 정기적으로 토론하고 논쟁하며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회의체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교섭을 의미하며, 현장대표자 및 교섭위원을 조합원들이 직접 선출하고 언제든 소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위해 헌신하고, 언제든 소환될 수 있으며, 평균임금 이하를 받는 지역 및 전국 단위 노조 지도자들을 현장으로부터 직접 선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중요한 것은 언제 파업을 접고 업무에 복귀할 것인지는 단지 지도부와 교섭팀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의 권리라는 점이다. 페인은 포드에서의 업무 복귀가 아직 잠정합의에 이르지 않은 다른 자동차 회사에 압력을 가하기 위한 전술적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더 많은 것을 위해 계속 싸울 수도 있었던 노조의 입지를 약화시켰으며, 또한 전체 노동자가 결정했어야 하는 문제였다. UAW는 억압과 제국주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 UAW와 미국 노동운동의 가장 큰 맹점은 아마도 국가 억압에 대한 지속적인 침묵과 미국 제국주의에 대한 지지, 그리고 때로는 공모일 것이다. 스타벅스 노동자들의 트랜스젠더 권리 옹호나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만노조(ILWU)의 지속적인 옹호 활동 같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대다수 노조는 임금, 복리후생, 노동조건 등 소위 먹고사는 투쟁에만 집중하면서 정치 문제를 둘러싼 국가와의 대립을 피해 왔다. 노동조합이 정치에 개입하는 경우는 대개 노동자 권리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법안에 관한 것이고, 아니면 단순히 선언문만 내는 수준이다. 이러한 소심함은 부분적으로 국가와 민주당이 노동조합을 역사적으로 포섭한 산물이다. 노동조합이 평화를 유지하고 이념적으로 순응하는 대가로 국가와 민주당은 노동조합에 합법성을 부여하고 제한된 보호를 제공했다. 그 결과 노동운동은 상당히 위축되었고, 남은 노동운동 또한 점점 더 관료화되고 정치적으로 약화되었다. 더 이상 모든 노동자의 정치적 이익을 대변하지 않게 된 노동조합은 반세기 이상 계급투쟁 전략에서 계급화해 전략으로 후퇴해 왔다. 노동을 국가의 이해관계와 화해시키려는 이 프로젝트는 노동조합, 특히 미국 노동조합의 이해관계가 국가의 성쇠와는 직결돼 있지만 국내외의 광범위한 억압과 착취 문제와는 별개인 것으로 보는 이데올로기적 관점을 낳았으며, 또한 이 관점에 의해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다. “억만장자 계급”을 비판하는 페인과 같은 진보적인 지도자들이 성조기로 장식된 무대에 당당히 서서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민주주의의 무기고”를 채우기 위해 어떻게 무기 제작에 기여했는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거나 미국 대통령과 함께 행복한 셀카 동영상을 찍을 때, 그들은 광범위한 노동자계급 투쟁에 대한 국가의 탄압을 감추고 미국 노동자들과 미 제국주의 폭력의 피해자인 노동자들 사이에 쐐기를 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 확대와 가자지구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이 제공한 무기로 자행된 11,000명 이상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UAW가 계속 침묵하고 있는 것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난다. 이러한 사건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거나 노동의 힘을 이용해 잔학 행위의 가해자들과 맞서 싸우는 것은 노동조합의 영역 밖이라는 주장은 노동자계급이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곳, 즉 이미 잘 조직되어 있고 정의를 위해 엄청난 혼란을 야기할 잠재력을 가진 작업장에서 노동자계급을 더욱 분열시킬 뿐이다. 전 세계 노동자들의 안녕과 삶을 위협하는 위기와 전쟁의 시기에, 노조가 민주당과 국가의 이념적, 구조적 사슬에서 벗어나 노동의 힘을 이용해 전체 계급을 위한 정치투쟁을 벌이는 방법을 다시 배우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UAW 파업이 거둔 의미 있는 승리와 그 덕분에도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는 노동운동은 민주당에 대항하는 독립적인 노동자계급 대안을 구축할 수 있는 조건이 무르익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리는 구세주가 우리를 위해 이 일을 해줄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투쟁과 자기조직화를 통해 우리 스스로 해내야 한다.2023-12-02 | 조회 2,032 -
[번역] 가자지구 여성: “수면은 우리에게 결코 누릴 수 없는 사치”“가자의 눈물, 2023”(팔레스타인 예술가 라완 아나니Rawan Anani) UN에 따르면 가자지역 여성, 소녀, 소년 788,800명이 집을 잃었고; 여성 2,056명이 남편을 잃고 가족의 유일한 생계부양자가 되었으며; 소녀, 소년, 청소년 7,401명은 부모 모두를 잃었다; 여성 50,000명은 임신 중이며, 이 중 5,522명은 한 달 내에 출산을 앞두고 있다. 이스라엘의 식민주의적 점령과 최근의 폭격, 강제이주는 이미 가부장적 특성이 강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팔레스타인 여성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팔레스타인 여성운동은 자신들이 속해있는 사회, 문화, 그리고 이스라엘이 지원하는 분리주의의 그 가혹한 상황에 저항하며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워왔다. 오늘날 상황은 재앙적이다. 팔레스타인 인권단체 아다미어(Addameer)에 따르면, 최근 50년 동안 약 1만 명의 여성이 체포, 억류되었다. 그리고 그 대다수는 모욕, 위협, 굴욕적인 신체 수색, 심지어 성적 학대나 다른 형태의 고문 등 젠더와 관련된 특정한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대부분의 경우, 같은 상황에 처한 남성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구금은 “행정적 구금”으로 처리됐다. 이 행정적 구금을 통해 이스라엘 군대는 기소나 재판 없이 이들을 비밀리에 무한정 구금할 수 있다. 이러한 구금 상태는 6개월간 유지할 수 있는데, 그 기간이 끝나고 나면 체포를 무한 갱신할 수 있다. 이스라엘 교도소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을 지지하는 여성들의 시위, 2019년.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시오: 식민지배자의 손에 의해 비인간화된 개인적 이야기 끔찍함은 숫자만으로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 개인의 이야기는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가자지구의 밤은 끝없는 악몽이 되었습니다. 수면은 사치이고 사방에 죽음이 도사리고 있습니다"라고 ‘팔레스타인 지역 시민권을 위한 청년 포럼’에 참가한 누르한은 말했다. 변호사인 그녀는 올해 29살이며 폭격으로 주변의 모든 집이 파괴될 때까지 집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부모님 집을 피난처를 찾았다. 하지만 며칠 후, 그녀는 공습이 한창인 밤중에 온 가족과 함께 피난을 떠나야 했다. 누르한은 "생존은 첫 번째 단계일 뿐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멈춘 후에도 전쟁의 상처는 오래 지속될 것"을 확신한다. 누르한의 이야기는 가자지구의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어쩌면 더 끔찍한 이야기가 있을지도 모른다. 누르한은 시오니스트 국가가 양심의 가책 없이 대량 학살을 자행하고자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비인간화하는 것에 맞서기 위해, 재구성하고 상상하고 전파해야 할 얼굴과 이름, 개인적인 일화를 가지고 있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더 많은 이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점령지, 식민지배를 당한 사람들, 전투에서 패배한 사람들, 추방된 사람들, 제거된 사람들, 침묵한 사람들, 이스라엘 국가의 건국 역사에서 존재할 권리조차 없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무엇일까? 이 기억들은 거리에서, 디아스포라 가족들 사이에서, 생존자와 난민들 사이에서, 심지어 시에서 대대로 보존되고 회자되는 기억이다. 1929년 예루살렘에서 열린 최초의 여성대회. 추방당하고 고문당하고 살해당한 시인들이 자유를 노래하다 =2011년 런던에서 스포큰워드 공연을 하는 라피프 지아다(Rafeef Ziadah).(출처: 위키피디아) 팔레스타인평화연대 유튜브에서 라피프 지아다의 "선생님 우리는 삶을 가르칩니다" 공연을 한글자막과 함께 볼 수 있다. 레바논의 난민 캠프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 시인 라피프 지아다는 이렇게 썼다: 나는 세번째 세대다. 천막과 집을 수리해온 여행가방과 열쇠를 집어들고 다시 시작하는 포위망이 우리 위로 다가오고 항상 우릴 덮치기 때문에 남은 음식을 저장하는 공항 바닥에서 잠을 자는 출입국 관리소의 질문과 지도를 외우는 I am three generations of mending tents and homes. Of picking up and starting again. Suitcases and keys. To save the leftovers because the siege looms over us and always arrives. To sleep on airport floors. To memorize the Immigration questions and the maps. 하이파와 자파 출신인 그녀의 가족은 1948년 나크바 때 학살당하고 난민이 되었다. 레바논의 난민이었던 그들은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했을 때 다시 피난을 떠나야 했다. 라피프는 지중해 지역의 여러 곳에서 살다가 미국과 캐나다에 정착했다. 현재는 영국에 거주하고 있다. 분명히 다른 이름을 가진 수천 명의 라피프가 비슷한 삶의 이야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1948년 나크바로 530여 개의 마을이 파괴되고, 라피프의 가족처럼 75만 명의 팔레스타인 민중이 강제이주를 당했다. 팔레스타인 시인 데린 타투어. 사진: Danielle Alma Ravitzki 시인 역시 고문과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2015년 10월, 시인이자 활동가인 데린 타투어는 입소문이 난 시를 썼다는 이유로 투옥되었다. 그녀는 2018년까지 가택 연금 상태로 지냈고, 그 후 "폭력 선동"으로 징역 5개월에 보호관찰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녀는 시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루살렘에서 나는 상처를 입고, 나의 고통을 흡입한다 이 팔레스타인 아랍의 영혼을 내 손바닥에 실었다 나는 이른바 "평화적 해결책"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 땅에서 그들을 몰아 낼 때까지 그들은 탈출할 수 없을 것이다 저항하자, 민중들이여, 우리는 그들에게 저항해야 한다 In Jerusalem, I dressed in my wounds and inhaled my own pain, I carried the soul of this Palestinian Arab in the palm of my hand. I will not succumb to the supposed “peaceful solution” I will not abandon this fight until I drive them out of my land. They will have no escape. Resist, my people, we have to resist them. 팔레스타인 작가 헤바 아부의 초상화. 그림: Maitane Azurmendi 팔레스타인 페미니스트 작가 헤바 아부는 이번 가자지구에서의 사태악화 이후 발생한 첫 번째 폭격으로 사망했다. 10월 21일 그녀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올렸다: "우리가 죽더라도 우리는 만족스럽고 확고하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그리고 세상에 알려주세요, 우리의 이름으로. 우리가는 진실의 편에 섰던 사람들이었음을". 같은 날, 그녀의 살해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 그녀는 마지막 시를 썼다: 도시의 밤은 어둡다 미사일의 불빛을 제외하고는 고요하다 폭격 소리를 제외하고는 공포스럽다 불안감을 달래주는 기도의 약속을 제외하고는 검은색이다 순교자들의 불빛을 제외하고는 잘 자거라 The night in the city is dark except for the glow of missiles silent, except for the sound of bombing terrifying, except for the reassuring promise of prayer black, except for the light of the martyrs. Good night. 이스라엘이 세운 '분리장벽'에 그려진 레일라 칼리드의 초상화. 여러 전선에서 싸우는 여성 운동 벨푸어 선언(역주: 1차 세계대전에서 유대인의 협력을 얻기 위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 국가 건설을 지지하겠다는 영국의 약속)이 작성된 지 3년 후인 1920년에, 이슬람, 기독교, 세속주의 여성들이 함께 조직적으로 이 조약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1929년에는 팔레스타인 아랍 여성 회의를 개최했다. 이스라엘 국가가 수립되기 전부터, 그들은 반군에게 무기와 물자를 전달하는 비밀 조직을 설립했다. 1936년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이주를 주도한 영국 식민주의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총파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1960년대에는 새로운 세대가 무장 투쟁의 길을 선택했다. 이 팔레스타인 청년들 중 국제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PFLP)의 레일라 칼리드(Leila Khaled)로, 1969년 로마에서 텔아비브로 향하던 비행기를 납치하여 다마스쿠스로 우회한 후 승객들을 모두 대피시킨 후 폭파시켜 큰 인기를 얻었다. 1년 후, 외모를 바꾸기 위해 여러 차례 수술을 받은 그녀는 이스라엘 보안군에 의해 좌절된 또 다른 유사한 작전에 참여했다. (역주: 유튜브에서 레일라 칼리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다. 3년 전 줌(ZOOM)에서 레일라 칼리드의 웨비나를 무단취소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1980년대 여성 운동에서 피할 수 없는 논쟁은 ‘시민권과 성평등을 위해 싸울 것인가, 아니면 이스라엘 식민주의 정책의 점령과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설 것인가' 하는 선택지 사이에서 벌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은 실천 속에서 해결되었다. 첫 번째 인티파다 기간 동안 여성들은 후방에 참여하여 이스라엘 군대에 맞서 싸웠다. 어떤 의미에서 국가적 억압에 맞선 투쟁은 가부장적 억압에 직면한 이들에게 자유의 공간이 된다. (투쟁과정에서) 여성 운동은 더 많은 가시성을 얻고, 여성들 고유의 요구를 위한 집회가 조직되고, 여성에게 유리한 입법 제안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인티파다가 10년을 지날 무렵 이슬람 근본주의의 강화는 여성 운동 발전의 중단을 나타냈다. 두 번째 인티파다에서는 여성의 참여가 감소했다. 이스라엘은 투사들을 압박하고 민중에게 겁을 주기 위해 많은 팔레스타인 남성을 구금했고, 이는 결국 보호를 핑계로 가족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최근 아르헨티나의 #니우나메노스(#NiUnaMenos) 운동부터 스페인의 #요시테크레오(#YoSíTeCreo)까지(역주: 요시테크레오('나는 당신을 믿습니다')는 2018년 스페인에서 등장한 페미니즘 슬로건으로, 강간 및 성폭행 피해자를 지지하는 운동의 주요 슬로건이 되었다.) 전 세계로 확산된 성차별적 폭력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움직임에서 팔레스타인도 예외는 아니다. 2019년 서안지구에서 발생한 젊은 여성 이스라 그라예브에 대한 잔인한 여성 살해 사건은 여성들의 저항의 물결을 촉발시켰다.(각주: 이스라는 인스타그램에 다음날 결혼할 파트너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그녀를 구타하려는 오빠를 피하다 집 2층에서 떨어졌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그녀는 입원했던 병원에서 다시 소셜 네트워크에 "나는 강하고 살고 싶다"는 글을 올렸고, 이에 가족 중 몇몇 남성이 부상으로 인해 입원한 그녀를 다시 구타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여성과 다른 아랍 국가 여성들이 거리에서 "여성 해방 없이는 해방된 조국도 없다", "우리는 모두 이스라이다"라고 외치며 억압적인 문화적 요구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 가자지구의 대량학살 종식은 페미니즘의 문제이기도 하다 모든 형태의 억압과 착취에 맞서 싸우며 자본주의, 가부장제, 인종차별, 식민주의의 잔혹성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확신하는 우리들은 오늘날 이스라엘 국가의 대량학살에 맞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벌이고 있는 생존을 위한 싸움에서 외부자가 아니다. 소셜 네트워크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를 표명하는 페미니스트들은 반인권, 보수 및 극우 세력으로부터 모욕, 불만 및 위협을 받는다. 이들은 대개 여성의 삶과 권리에 대해 매우 반동적인 일부 무장 조직과 신정주의 정당으로만 축소되는 한 민족의 투쟁과,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연결되는 것을 발견하면 조롱한다. 또한 시오니즘은 검열과 명예훼손 캠페인부터 재판, 경찰 탄압, 체포를 통해 팔레스타인 대의를 지지하는 모든 표현을 박해하고 범죄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수백만 명의 유대인 및 비유대인들이 "내 이름으로 (학살)하지 마라", "지금 당장 휴전하라",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멈추라"고 외치며 팔레스타인을 포용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리고 그 수백만 명 중, 우리 페미니스트들은 11월 25일에 우리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길 원한다. 집단학살은 여성에 대한 가장 잔인한 형태의 폭력이기 때문이다. 자궁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북미 제국주의의 힘으로 완전무장하고, 유럽연합의 후원을 받은 이스라엘 식민주의 국가의 잔인한 무력에 의해 제거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여성들은 강에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땅이 다시 자유로워질 때까지 "텐트와 집을 수리"할 새로운 세대를 계속 낳을 것이다. 오늘, 잠을 잘 여유가 있는 우리들은, 전 세계 모든 도시의 거리에서 모든 힘을 깨워 말하고 싶다. “이제그만!” (“Enough!”) *일간좌파에 실린 안드레아 다트리의 기사를 이사벨 로즈 로페즈가 번역해 레프트보이스에 게재한 기사를 번역함. 레프트보이스(영어): Women in Gaza: "Sleep Is a Luxury We Cannot Afford" - Left Voice 일간좌파(스페인어): Mujeres en Gaza: "Dormir es un lujo que no podemos permitirnos" - laizquierdadiario.com2023-11-29 | 조회 1,973 -
[번역] 이스라엘 국가는 유대인을 반유대주의로부터 보호하는가?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면서 이미 8,000명 이상(*글이 작성된 10월 31일 기준)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많은 서방 정부들이 이러한 전쟁 범죄에 대한 무제한 지원을 공표했다. 그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비판을 반유대주의로 비난하며, 근본적으로 수 세기에 걸쳐 일어난 유대인에 대한 차별, 대학살, 집단 학살 이후 유대인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스라엘 국가뿐이라고 주장한다. 창시자 테오도르 헤르츨(Theodor Herzl)이 주창한 시온주의의 핵심 주장은 오직 유대 국가만이 탄압받는 사람들에게 안전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사건들은 이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이스라엘은 최근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유대인 학살을 겪었다. 최근 하마스가 기습한 10월 7일 이전에도 이스라엘은 지속적인 대학살의 현장이었다. 올해 9월까지 2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살해되었다. 현재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학살당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안전”하다면, 그것은 방공호와 핵무기들 그리고 미국 제국주의로부터 끊임없이 들어오는 수십 억 달러에 기반한 안전이다. 또한 3년 동안의 의무 복무 기간 동안 점령군 병사가 되도록 훈련을 받는 많은 젊은이가 제공하는 “안전”이기도 하다. 이것이 유대인이 바랄 수 있는 최선의 미래인가? 사진=한국에 거주중인 유대계 미국인 유재익 씨가 11월 4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시민사회 2차 긴급행동'에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시온주의자들과 반유대주의자들 이스라엘 총리 벤야민 네타냐후는 자신의 집무실에 윈스턴 처칠의 초상화와 흉상을 보관하고 있다. 처칠의 유대인에 대한 증오는 널리 잘 알려져 있다. 처칠은 1920년에 쓴 유명한 소론[역주: <Zionism Versus Bolshevism(시오니즘 대 볼셰비즘)>]에서 러시아 내전 당시 유대인의 피로 바다를 만든 반혁명 장군 안톤 데니킨을 칭찬하면서 혁명을 퍼뜨리는 “국제 유대인”에 대해 경고했다. 그런 처칠의 초상화와 흉상을 두고 있는 것은 네타냐후의 실수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다. 그는 항상 빅토르 오르반, 도널드 트럼프,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 같은 반유대주의자들에게 우호적이었다. 시온주의 운동은 그 기원부터 반유대주의자들과 협력하려고 노력했다. 테오도르 헤르츨은 끔찍한 반유대 학살을 계획한 차르 러시아의 내무장관 뱌체슬라프 폰 플레베(Vyacheslav von Plehve)를 만나 간단한 제안을 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유대인들이 러시아를 떠나도록 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었고 바로 그것과 관련한 제안이었다. 독일 황제와 심지어 나치에게도 비슷한 제안이 제시되었다. 1930년대, 전 세계 유대인들이 나치 정부에 대한 보이콧을 조직하고 있을 때, 시온주의자들은 제3제국(역주: 히틀러 치하의 독일)이 몹시 필요로 하던 외화를 제공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흔히 이스라엘의 건국은 홀로코스트의 결과로 제시되지만, 시온주의자들은 파시즘의 부상에 맞서 싸우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점을 스스로 분명히 했다. 다비드 벤 구리온(David Ben-Gurion)은 1938년에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 어린이들을 철수시키는 것에 반대했다. “만일 독일의 어린이를 영국으로 옮길 경우 모두를 구할 수 있지만, 팔레스타인으로 옮길 경우 절반을 구할 수 있다면 후자를 택하겠습니다.” 《모든 것과 맞바꾼 국가(A State at Any Cost)》라는 벤 구리온의 전기는 시온주의 프로젝트가 난민의 탈출을 돕는 것이 아니라 그런 국가를 건설하는 문제였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시온주의 정치인들은 계속해서 반유대주의를 지지할 이유를 찾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민족해방운동에서 좌파와 세속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1980년대 후반, 하마스를 지원했다. 최근 2019년에도 네타냐후는 하마스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같은 해 리쿠르당 회의에서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을 좌절시키려면 하마스를 강화하고 하마스에 돈을 보내는 것을 지지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을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과 고립시키는 것이 우리 전략의 일부다.”라고 했다. 시온주의는 반유대주의 없이는 이념적 정당성을 갖출 수 없다. 이스라엘 총리 골다 메이어(Golda Meir)가 1970년에 이렇게 말했다. “과도한 반유대주의는 대량 학살로 이어지기 때문에 좋지 않습니다. 반유대주의가 전혀 없다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그러면 [이스라엘로의] 이주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온건한 반유대주의입니다.”[원주: Quoted in: MIchael Warschawski, On the Border(London: Pluto Press, 2005), 154.] 시온주의자와 제국주의자들 헤르츨 시대부터 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를 건설하는 것은 제국주의 세력, 특히 대영제국의 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영국의 목표는 유대인을 돕는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굳건하게 하는 데 있었다. 직접 점령하는 것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말이다. 예루살렘의 한 영국 식민 총독의 말에 따르면, 목표는 “적대적인 아랍의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충성스러운 유대인 얼스터(역주: 영국이 아일랜드에 구축한 영국인 정착지역)”였다. 영국인들이 아일랜드 북부에 개신교 정착민들로 적대적인 주민들 사이에서 충성스러운 식민지를 만들어 낸 것처럼, 그들은 시온주의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 이주를 허용했다. 이들 유대인 식민지 개척자들은 이웃에 대한 외부의 적대적인 이웃들에게 갇히게 될 것이며, 결국 영원히 제국주의 후원자들에게 의존하게 되리라 생각했다. 즉, 제국주의 열강들은 유대인을 보호하는 데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오히려 정반대다. 그들은 총알받이로서 유대인을 원했다. 1956년 이후 미제국주의는 경쟁자 영국으로부터 이스라엘 국가의 주요 후원자 역할을 넘겨 받았다. 1949년 이후 미국은 첨단 무기와 정착촌 지원 비용으로 2,600억 달러 이상을 제공했다. 이것은 워싱턴의 일부 강력한 “유대인 로비”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이스라엘 국가가 계속해서 이 지역의 제국주의적 이익에 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온주의 식민주의는 이스라엘인들을 팔레스타인 이웃 국가들과 대결시킨다. 동시에 세계 각지의 유대인들을 잔인한 민족주의 프로젝트에 복무하는 병사로 징집함으로써 유대인의 생명에 위협을 가한다. 시온주의 식민주의는 약 700만 명의 유대인이 이 지역의 4억 명이 넘는 아랍인과 끊임없는 갈등을 겪도록 몰아넣는다. 이스라엘 건국 전후의 반시온주의 유대인들은 이 지역 유대인의 삶에서 어떤 미래를 꿈꾸려면 영구적인 전쟁, 점령, 아파르트헤이트가 종식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이스라엘인들은 조만간 독립 후 강제 이주를 당했던 알제리의 프랑스 정착민인 피에누아르의 운명을 똑같이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둘 사이의 중요한 차이점은 다른 정착민들과 달리 많은 유대인 이스라엘인들은 돌아갈 고국이 없다는 점이다. 네타냐후 정부와 제국주의 후원자들은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제국주의가 중동의 민중과 부를 계속해서 착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꺼이 유대인의 생명을 희생시킬, 더 중요하게는 수백만의 유대인을 점령군에 징집함으로써 야수로 만들 의향이 있다. 시온주의자들과 트로츠키주의자들 만약 시온주의자들이 나치즘에 맞선 유대인의 투쟁을 조직하기를 거부했다면, 누가 이 임무를 맡았을까? 그 답은 트로츠키주의자들이다. 1930년대와 1940년대 전 세계에서, 제4인터내셔널은 노동자들을 결집하여 파시즘에 대항하고, 나치가 점령한 유럽에서 난민들에게 모든 국경이 열리도록 요구했다. 시온주의자들은 신중하게 선택된 식민지주의자들을 팔레스타인으로 보내는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며 이를 명백히 거부했다. 이것이 1930년대 많은 젊은 시온주의자들이 트로츠키주의 운동에 참여한 이유다. 그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벨기에 시온주의 학생연맹의 수장이었던 아브라함 레온(Abraham Leon)이었다. 그는 유대 역사에 대한 유물론적 연구를 집필하면서, 반유대주의가 계급 사회의 산물이며, 나치가 모든 유대인을 말살하려 한 것은 자본주의의 쇠퇴에서 비롯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레온은 “악은 그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는 억제될 수 없다”라고 썼다. 또한 “그러나 시온주의는 유대인 고통의 주요 원인인 자본주의를 파괴하지 않고 유대인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라고 기술했다. 이후 레온은 트로츠키주의 지하조직에 합류하여 독일 점령에 반대하는 노동자계급의 저항을 조직했다. 그의 동지들은 독일 점령군과 우애를 나누는 데까지 이르렀다. 사실 그들 역시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전쟁에서 강제로 싸워야 했던 노동자계급의 자녀인 경우가 많았다. 레온은 1944년 26세의 나이로 나치에 의해 체포되어 살해되었다. 캐나다 지식인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은 자신의 책 《도플갱어(Doppelganger)》에서 레온의 저작을 “특히 우리의 역사적 순간과 관련이 있는” 것이라 말했다. 그리고 그가 인종을 초월한 노동자들 사이의 계급 연대가 나치 프로젝트에 대한 주요 경쟁자이자 위협이었다는 점을 보여 주었다고 했다.[원주: Naomi Klein, Doppelganger: A Trip into the Mirror World (New York: Farrar, Straus and Giroux, 2023)] 클라인과 같은 좌파 유명인사가 트로츠키주의 책인 《유대인 문제: 마르크스주의 해석(The Jewish Question: A Marxist Interpretation)》을 추천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클라인이 그 책에서 끌어내는 결론은 다소 단순하다. 클라인은 레온의 유산을 두고 “언어와 분석 및 연구는 중요했다. 그것들은 여전히 사악한 주문을 깨뜨릴 수 있는 힘을 가졌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레온의 저작은 단지 아이디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혁명적 아이디어를 대중 행동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제4인터내셔널이라는 물질적인 힘을 구축하는 문제를 다뤘다. 자본주의는 반유대주의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자본은 자신이 초래하는 모든 불행의 탓을 돌릴 희생양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유대인의 조국”도 반유대주의를 뿌리부터 제거할 수 없다. 이제 이스라엘 국가는 ‘유대인’의 이름으로 전쟁 범죄를 자행하며 전 세계에 새로운 반유대주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사회주의자로서 우리는 시온주의자와 반유대주의자 모두가 공유하는 신화, 즉 자본주의 국가 이스라엘이 세계의 모든 유대인을 대표한다는 신화에 반대함으로써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운다. 정반대다. 전 세계의 많은 유대인 활동가들은 거대한 용기와 국제주의 정신을 가지고 가자지구 학살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 세계의 이러한 연대 시위는 우리가 어떻게 반유대주의와 어떤 종류의 억압이나 편견도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지를 희미하게 보여 준다. 우리는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인 및 모든 국적의 사람들과 어깨를 맞대는 것을 본다. 그들은 대량 학살, 군국주의, 제국주의에 반대하여 단결한다. 유대인 시위대와 함께 행진하는 사람 중 누구도 그들이 세상을 지배하는 사악한 도당의 일부라고 믿지 않는다. 역사를 통틀어 반유대주의에 대항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항상 자본주의에 맞선 투쟁 속에서 모든 배경을 가진 노동자들을 단결시키는 강력한 노동계급 운동이었다. 우리를 분열시키고 있는 자본주의 국가를 분쇄하면 유대인과 모든 사람을 위한 진정한 안전이 만들어질 것이다. 글쓴이: 너대니얼 플레킨(Nathaniel Flakin)(2023년 10월 31일) 원문: https://www.leftvoice.org/does-the-state-of-israel-protect-jews-from-antisemitism/2023-11-16 | 조회 1,715 -
[기고] 팔레스타인 전쟁 75년사진: UNDP (편집자 주 -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지금의 팔레스타인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기존에 친분을 갖고 있던 중동 출신의 해외 사회주의자에게 글을 부탁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아랍 공산주의 활동가이자 노동운동 연구자"로 스스로를 소개하는 칼리드 알가사니가 자신의 관점을 보여주는 글을 보내와 여기에 소개한다. 우리의 요청에 호응해 준 필자에게 감사드린다.) 역사에는 수많은 대량 학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가장 추악한 학살은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생중계되는 학살일 것입니다. 팔레스타인, 특히 가자지구의 상황이 그렇습니다. 이스라엘 점령군은 다른 제국주의 강대국들로부터 부여받은 면죄부를 갖고 행동합니다. 인도주의 단체들은 너무 소심해서 팔레스타인에 있는 자기 직원들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살해당하는 동안에도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합니다. 이스라엘군이 병원, 학교, 구급차를 폭격하고 병원에서 민간인을 무차별 총격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저 인도주의적 재난의 "위험" 또는 전쟁 범죄의 "위험"이 있다는 정도로 상황을 설명할 뿐입니다. 우리 모두는 국제법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벌어진 사실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황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이스라엘이 더 대담하게 팔레스타인 민중에 대한 집단학살을 계속하도록 만든다는 것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집단학살은 충분히 끔찍한 일이지만,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이미 모든 생활필수품에 대한 접근을 제한당하고 가자지구 안팎으로 이동할 자유를 빼앗긴 채 스포츠를 하듯이 태평스럽게 자행하는 폭격에 시달리면서 가공할 포위를 겪어왔다는 사실은 집단학살을 더욱 잔인하게 만듭니다. 가자지구에 살고 있는 많은 이들은 75년 전인 1948년 인종 청소가 시작되면서부터 난민이 된 사람들입니다. 지금 집단학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피난을 가고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포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이 전쟁이 단순히 팔레스타인인들을 겨냥한 전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전체 노동자계급을 겨냥한 전쟁인데, 팔레스타인의 권리는 노동자계급에게 핵심적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팔레스타인 해방의 대의는 아라비아만, 이라크, 레반트, 이집트, 북아프리카의 모든 아랍 혁명가들에게 항상 정치적 나침반이 되어 왔습니다. 아랍 공산주의자들은 일찍부터 군주제와 파시스트 정부로부터 자신들이 해방되는 것은 이스라엘 점령으로부터 팔레스타인이 해방되는 것과 동의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했습니다. 이 점은 아랍 정부들이 페가수스 스파이웨어 같은 이스라엘의 기술을 구매하여 아랍 노동자계급과 국내외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하면서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의 노동자계급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경찰이 정기적으로 이스라엘에서 훈련받은 후 미국으로 돌아오면서 반흑인, 반무슬림 인종차별주의를 가지고 오기 때문입니다. 그 인종차별은 지금 이스라엘 아기 40명이 참수당했다는 거짓 보도를 토대로 최소한 4,000명의 팔레스타인 아기와 어린이들이 사망할 때까지 폭격과 병원 에너지 차단을 통해 집단학살을 지속해야 한다고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거품을 물고 떠들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금 양비론을 편다면, 어느 때보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심지어 죽는 경우에조차, 이스라엘 군인들은 장례식을 치를 수 있는 특권을 누리는 반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공동묘지에 묻히는 것만으로도 행운일 수 있습니다.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백린탄이나 기타 금지된 대량살상무기 사용으로 땅에 누운 채 죽어가고 있습니다. 인도주의 단체들은 이것을 언급하기를 매우 꺼려하지만, 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들이닥친 보건 재앙의 일부일 뿐입니다. 이것은 정착민 식민지 형태로 나타난 자본주의와 백인 우월주의의 작품입니다. 이를 보는 사람들에게 과제는 분명합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야 합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테러 국가에 어떤 방식으로 저항할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람들이 어떤 국가에 살아야 할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지금 상황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는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는 저항 운동이 매 단계마다 올바른 선택을 하고 올바른 방법을 채택하기를 바랄 수 있습니다. 운동이 항상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며, 올바른 정치가 없으면 압제자에 맞서 싸우는 데 실패하고 해방을 향한 전망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스라엘 점령과 집단학살 전쟁의 잿더미에서 떠오를 팔레스타인 국가가 사회주의 국가가 되기를 희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연대의 조건으로 강요한다면, 이는 둔감하고 거들먹거리는 태도가 될 것입니다. 진정한 연대는 기생하는 권력의 손아귀에서 고통당하는 노동자계급 인간을 보는 데서부터 출발합니다. 이 인간은 우리와 매우 다른 종교적 신념이나 문화적 관점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그들의 정치는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상을 뛰어넘는 가혹한 인간적 조건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계급 안에서도 그런 격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의무는 이 제국주의 전쟁에 맞서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지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는 모든 종류의 억압에 맞서 싸울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반아랍 혐오, 이슬람 혐오, 동성애 혐오, 반유대주의, 가부장제, 그리고 가장 확실하게 자본주의에 맞서 싸울 힘 말입니다. 자유 팔레스타인을 위해! 칼리드 알가사니 번역: 양준석 사진: 로이터2023-11-15 | 조회 1,561 -
[번역] 팔레스타인 동지에게 직접 듣는 팔레스타인과 중동의 현재 상황사진: 10월 14일 이스라엘의 로켓 공격을 받은 가자시티 서쪽 알샤티 난민캠프 현장 / 출처: Mohammed Saber/EPA-EFE/Shutterstock 편집자 주 -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지난 11월 5일 '팔레스타인 동지에게 직접 듣는 팔레스타인과 중동의 현재 상황' 긴급 간담회를 민주노총 12층 회의실과 온라인을 병행해 진행했다. 이날 초대손님이었던 시마(Sima) 동지의 발제 요지를 번역해 소개한다. 최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이 공격으로 3,000명 이상의 어린이를 포함해 9,0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고 20,000명이 부상당했습니다. 아직 파헤쳐지지 않은 잔해가 많기 때문에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 전체가 무너져 내렸고, 14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해 현재 인구의 51% 이상이 집이 없는 상태입니다. 10월 9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고 식량, 연료, 기타 생필품 등 필수 물품의 반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가자지구 주민 대다수는 이미 빈곤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 이를테면 가자지구 주민의 63% 이상이 식량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10월 12일, 이스라엘 공군은 엿새 동안 가자지구에 약 6,000개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발표했는데, 그 무게가 4,000톤에 달하는 양이었습니다. 10월 13일, 이스라엘이 이집트로 넘어가는 라파검문소를 반복적으로 폭격한 지 이틀 뒤였는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에 거주하는 민간인 100만 명(전체 인구의 약 절반)에게 24시간 이내에 대피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당시 가자지구 북부에는 17만 명 이상의 주민이 유엔 구호기구 학교로 피신해 있었습니다. 이 터무니없는 명령을 내린 후 이스라엘 점령군은 남쪽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을 폭격했습니다. 10월 16일까지 가자지구에는 이미 깨끗한 식수가 부족해져 가자 주민들은 바다와 인접한 지역에 우물을 파거나 하수와 바닷물로 오염된 짠 수돗물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공격 이전에도 가자지구의 물 공급량은 이미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1인당 하루 물 소비량 최소 기준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가자지구의 주요 담수화 시설 세 곳은 이스라엘의 봉쇄로 인한 전력 제한으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10월 27일 저녁 6시, 가자지구 주민들은 외부 세계와의 연락뿐만 아니라 서로 간의 연락도 모두 끊겼습니다. 인터넷과 전화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구급차 출동, 병원 통신, 구조 작전 등이 서로 소통되지 않았습니다. 가자지구 각지에 있는 가족들은 생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연락도 서로 주고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은 계속되었습니다. 10월 31일에 이어 11월 1일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자발리아 난민 캠프를 폭격했습니다. 최소 195명이 사망하고 120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바로 직후인 11월 2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또 다른 난민 캠프(알 부레이 난민 캠프)를 폭격했습니다. 지난 4주 동안 가자지구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병원과 구급차, 빵집에 대한 폭격, 도시에 스며든 죽음의 악취, 깨끗한 물 부족으로 인한 전염병의 위험, 소독제나 마취제 없이 바닥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여러분께 상기시키고 싶은 것은 이번 공격이 가자지구가 겪은 공격 중 가장 강도 높은 공격이기는 하지만,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2008년 이후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 이전에 가자지구에 대해 네 차례의 대규모 군사 공격을 감행했습니다. 2008년 12월부터 시작된 군사 공격은 매번 가자지구의 민간인을 무차별 표적으로 삼아 수천 명의 사망자를 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가 말씀드린 이스라엘의 모든 행위들을 이스라엘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돌아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전쟁을 통해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이스라엘 점령군이 물, 연료, 전기, 소비재, 통신, 건설 자재 등을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위 '평상시'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국경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어서 가자지구로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것이 이스라엘 점령군의 완전한 통제 하에 있습니다. 가자지구 밖에서 일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은 가자지구 주민은 약 18,500명입니다. 1948년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이든, 서안지구든, 가자지구 밖에서 일하고자 하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는 이스라엘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최근 공격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 노동자들은 허가증을 빼앗겼고, 수천 명이 실종되었습니다. 불과 이틀 전에는 약 4,500명의 노동자가 이스라엘에 구금되어 4주 동안 고문을 당한 후 걸어서 가자지구로 돌아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들은 가족이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난민이 되었는지, 부상을 입었는지 알 수 없는 전쟁터로 들어가기 위해 6km를 걸어야만 했습니다. 이것이 세계 각국 정부가 방관하는 가운데 매일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단학살(genocide)임을 입증하기 위해 무엇을 더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지금 가자지구만 공격을 받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서안지구에서도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고 있습니다. 제닌 난민 캠프에 대한 공격이 재개되고 있습니다. 정착민들의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공격이 강화되어 10월 7일 이후 최소 115명이 사망했습니다. 거의 천 명에 가까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집을 잃었고, 서안지구와 1948년 점령 지역에서 어린이와 언론인을 포함한 수천 명에 이르는 대규모 체포가 이루어졌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살해, 이주, 대량 체포는 새로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현재 이러한 종류의 공격이 강화되고 있긴 하지만, 이는 이스라엘의 점령 아래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며, 10월 7일에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사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2차 긴급행동2023-11-13 | 조회 1,490
